WR-10시
니엔과 시, 두 자매의 결전은 수많은 화폭을 넘나들며 진행되었고, 결국 사가의 등장으로 인해 두 자매의 실랑이가 중단되었다. 라바 일행의 만류에 시는 잠시 니엔에게 설득 당하는 듯 보이는데……
사람이랑 어울리지도 않고, 또 갑자기 화내고, 표정도 없는 네 그 성질머리가 문제라니깐. 내가 언니니깐 그나마 널 돌봐주러 온 거라고, 알아?
……
네가 그 서예가와 사이가 나쁜 건, 서로 서화의 근원이 같단 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고, 네가 나와 사이가 안 좋은 건, 네가 얼큰한 훠궈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지만……
음, 만약 네가 메탈 크랩 아이스크림 훠궈 같은 걸 내놓으면, 내가 항복할지도 모르지.
……입만 살아서는.
이미 기운이 떨어져서 헛소리라도 하면서 시간 끄는 건 아니고?
진짜…… 너 몇 년 동안…… 정말 한 번도 눈을 붙이지 않은 거야?
……
밤샘 작업하는 게 한두 시간 잘 때보다 정신이 더 맑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피로가 자꾸 쌓이면 진짜 한 번에 훅 간다?
아, 알겠다. 넌 두려운 거구나.
너……
넌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 넌 자신이 '그림 속 사람'에 불과하단 걸 알기 때문에, 꿈에서 깨어났을 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까 봐 두려운 거야……
입 닥쳐!
에이, 뭘 그렇게 초조해 하고 그래?
우린 모두 자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해.
쳇.
……이렇게나 감성적일 줄이야, 잠이 덜 깬 거 아니야?
'우리'가 깨어나서, 다시 대지를 내려다볼 때, 지금의 너와 나는 모두 사라질 거야. 깡그리 다 말이야.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일으키겠지. '우리'의 관계가 끊기기 전까지, 난 항상 굴욕과 울분을 느꼈었어……
하지만 난, 아주 달갑진 않아.
……그럼…… 그것에 저항하려는 거야?
멋대로 지껄이지 마. 신체의 일부분으로 어떻게 몸 전체에 저항하겠단 거야?
어? 그 예시는 나도 썼던 것 같은데.
하여간 입만 살아서는…… 시간 없어……
알았어.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야, '우리'…… 아니, 이미 우리와 관계를 끊은 미치광이니 '우리'라고 할 수 없겠지……
……'그것'이 깨어나기 전에, 우린 어떤 힘을 빌려서라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해, 우린 그렇게 해야만 해.
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형제자매 사이는…… 너도 느꼈을 거야. 우리와 같은 편인 사람도 있고,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또 단단히 미쳐 있는 사람도 있지.
……말도 안 돼.
그럴까? 너도 사실은 마음속에 의심 가는 사람이 몇 명 있지 않아?
그들은 모두 진룡의 곁에 있는데 또 무슨 기회가…… 아니야…… 그것도 아닌데……
네가 나보다 헷갈려 하면 안 되지. 이 긴 역사를 생각해 봐, 그들의 그림자가 몇 번이나 나타났을까?
지금까지, 조정과 재야를 압도하는 권력을 가졌던 관리들도 그 작은 절의 옆에 전달자를 보내기도 했었지……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아니야, 다들 바보가 아니지.
굴레로 널 통제할 수 있을까? 그럼 다른 사람은 또 뭘로 통제할 수 있을까?
……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야. 누가 우릴 이 지경으로 만들었든, 이젠 시간이 많지 않아졌어.
마지막으로 편안히 잠들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해?
오오, 아슬아슬했어. 네 작품을 너무 아끼지 않는 거 아니야? 이건 네가 그린 그림이야, 그래 놓고 무슨 낯으로 날 훈계하는 거야?
죄다 헛소리야……
인정하지 않는 거야?
……그럴 필요까지 있겠어? 네가 한 말은 확실히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하지만 그것들이 네 곁에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네가 하려는 일과는 또 무슨 관계가 있는 거고?
가면 알게 될 거야, 거긴 정말 좋은 곳이거든.
적지 않은 사람이…… 이미 정해진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였어.
우린 사라질 것이고, 그건 깨어나게 될 거야. 우린 다시 내가 된 뒤, 염국 도성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죽게 되겠지, 모두 다 같이.
그게 또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 오랜 시간 동안, 고작 생각한 대답이 그거야? 싱겁기는. 자기가 최고라고 뽐내던 시는 어디로 간 거야?
……
관두자 관둬. 우리 계속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는, 그림 몇 장을 찢어도 모자라겠어…… 읏차……
잠깐, 설마 또……
아, 이건 신상품이야. 높이 8척, 너비 3척 반, 테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물질로 폭발하게 만드는…… 내가 사랑하는 양자폭죽이지!
……쳇.
여어, 돌아왔네.
니엔!
은인님, 어디에서 탄내가 나는 것 같은데요……
……니엔이 우리에게 눈짓했어. 분명 좋은 일은 아닐 테니, 우린 피해 있는 게 좋을 거 같아~
……
이치로 설명하고, 도리로 설득하고. 해야 할 말은 다 했지 않아 이제? 이젠 어쩔래?
……
내가 처음부터 말했잖아……
자신을 가둔다고 너한테 좋을 게 뭐가 있는데?
나와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면 신나게 놀 수 있잖아. 우리 다른 사람들도 불러서,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홈 파티를 열자고.
그런 다음 우리 이야기를 나눠 보자, 집안 문제 말이야.
로도스 아일랜드의 무엇이…… 널 그렇게 고집부리게 하는 거지?
그리고, 걔네들을 모두 한데 불러 모으겠다고? 하아, 그건 우리가 지금 당장 염국과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야.
네가 동의하지 않아도…… 난 네가 광기에 빠져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건 네 문제고……
오, 그건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단 의민가?
싸우는 것도 네 문제일 뿐이야. 무기로 얘기하는 건 너무 지루해. 그런 수법은 벌써 몇백 년 전에 지난 유행이라고.
……하지만 넌 오늘 날 정말 화나게 했어.
호오~ 그래?
라바.
어?
멀리 떨어져, 산을 내려가 다른 곳으로 가.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끼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응? 여기는……?
……오오? 소승, 돌아온 것이오?
어? 라바 시주가 아니오? 크루스 시주와 우요우 시주도 계시구려.
오오, 선생님…… 어, 이분은? 선생님의 언니시오? 뵙게 되어 영광이오!
소승은 사가라고 하오, 극동에서 온 객승이오!
하아…… 재밌어지는데.
에? 선생님께선 왜 그런 눈빛으로 보시는 것이오? 아, 설마…… 소승 입가에 밥풀이라도 묻었소?
……너……
밥풀?
방금 저 자신들과 음식을 먹었는데, 그게 참……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맛이었소, 정말 만족스럽구려.
네가 어떻게……
왜 그러시오?
어떻게…… 그림에서 나온 거지?
사실 소승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돌아오게 되었소.
처음 본 것이 지금의 소승이고, 마지막으로 본 것도 지금의 소승이라는 것만 기억하오. 그간 겪었던 것들이 연기처럼 사라진 걸 보면 소승의 여러 잡념이었던 것 같소.
그리하여 소승은 그림 속의 소승과 나란히 걸었소.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염국 원래의 길을 따라 절로 돌아왔소.
막판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소승은 주지 스님께서 그 그림에 대해 무심코 내뱉으셨던 탄식 한 마디가 갑자기 생각났소.
……탄식?
주지 스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는 화장 거울 한 개만 놓여 있었소. 다시 고개를 돌리니 지금 이곳에 온 것이오!
그런데 그 노름꾼이 된 소승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오. 소승은 앞으로 절대로 도박에 손을 대서는 안 될 것 같소……
하…… 어쩐지. 아무래도 네 스승과 내가 너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네, 그 사미승이……
평생 본 것들이 모두 현재에 있지 않은데…… 무슨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거야, 하아……
동생아, 그렇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거, 좀 꼴불견인 거 알지?
난……
넌 두 번이나 깨어났었지만…… 네 깨달음은, 정말이지…… 의외인걸.
아주 오래전에 우리 내기했던 거 기억나?
……흥……
지금은 네가 진 거야.
시치미 떼네? 지난 세월 동안 너의 상상의 경계를 돌파한 사람이 한 명뿐이 아니란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전엔 내가 안 따졌지만, 이번엔 달라. 내 눈앞에서 벌어졌으니까.
꼬투리 잡았다고 너무 몰아붙이지 마, 아님 후회하게 될 테니까.
내가 한 말 잊지 마, 모든 일에는 되돌릴 기회가 있으니까.
되돌릴 기회라……
좋아, 그래…… 내기에서 진 걸 인정할게.
버텨봤자 아무 의미 없으니까…… 뭐, 네가 어느 정도로 해낼 수 있는지 내가 옆에서 지켜봐 줄게.
아주 깜짝 놀라게 해줄게, '착한 동생'아.
흥.
라바, 다들 고생했어.
어…… 네 동생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던데, 괜찮은 거야?
……신경 쓰지 마, 줄곧 자신을 가둬두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가 보지.
그냥 원래 사회성에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하든가, 아니면 낯을 좀 많이 가리는 편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 우요우, 말 걸었다간 욕만 먹게 될 테니까 사서 고생하지 마.
아, 네……
그럼…… 임무는 끝난 건가~?
넌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그건 비밀이야.
다음 계획은?
차량을 구해서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가야겠지?
가는 길에 먹고 마시면서 여행 기분 좀 내자.
구오성의 음식은 제법 훌륭하지만, 나한테는 너무 담백해서 먹는 재미가 없다니깐……
바보 아냐…… 늦가을 전어가 토실토실 살이 올랐는데, 거기에 수려한 경치까지 더해지면 그거만큼 훌륭한 맛이 어디 있다고……
……전어도 맛이 나쁜 건 아니지만, 술을 곁들인 훠궈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
후훗, 저 꼬맹이의 솜씨를 보여줘야겠군, 염국의 다양한 요리로 네 견문을 넓혀줘야겠어.
훠궈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너처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은 분명히 아는 게 하나도 없을 거야.
뭐? 너 같이 그림만 그리는 녀석한테 내 '견문'을 거론할 자격이 있을까?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 옷은 무슨 방금 땅에 떨어진 고추같이 생긴 거나 입고 와선……
……
……
그, 그만 좀 싸워! 이제 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크루스, 쟤네 좀 말려 봐!
동선은 내가 이미 다 알아놨어요~ 최소 열일곱 개의 유명한 지방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니까~ 이러면 문제없죠~?
……
응, 그런대로 괜찮네.
……흥.
은인님! 은인님!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뭔데 이렇게 야단이야……
어차피 저도 용문에 일을 구하러 가려고 했거든요. 여러분들 모두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인 것 같은데, 혹시 그곳에서 사람을 구하진 않습니까?
보세요, 전 뭐든지 할 수 있다니까요! 몸도 건장하고, 감염자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제시 급여도 합리적이라 가성비가 좋다고요!
어…… 우리랑 같이 돌아가서 테스트를 받아볼 수는 있는데, 근데 이게 내 소관은 아니라서……
그러면 더 좋죠! 부디 저를 여러분과 동행하게 해 주십시오!
……갑자기 엄청 시끄러워졌네.
시주.
……어?
소승은 그림에서 지냈던 시간을 마음 깊이 새길 것이오.
새기지 않아도 그만이야.
소승은 시주보다 못한 데다, 인생은 괴롭고 짧아서 잊으려고 해도 잊지 못할 것이오.
……그것 참 안됐네.
네 스승은 지금……?
주지 스님께서는 여전히 강녕하시오, 이미 백 하고도 스물의 고령이 되셨지만 말이오.
그래.
너도 저 사람들이랑 같이 갈 거야?
아니오, 소승은…… 계속 사방을 떠돌 생각이오. 염국을 떠나 더 먼 곳으로 갈 것이오.
소승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말이오.
허나, 라바 시주께서는 정말 좋은 분이시고, 그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도 분명 흥미진진한 곳일 테니,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소승이 한번 방문해볼까 하오.
하지만 그게 언제 일인지는 알 수 없소.
훗…… 좋네. 그게 너희들의 특권이겠지.
시주께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가만히 앉아 졸산의 만리를 누리시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오.
나처럼 졸산이 질리면 수만 리를 더 가도 재미없을걸.
졸산진기.
만약 언젠가 기회가 또 생기면, 네 스승한테 전해줄래? 그렇게 글자 하나 더 하는 거, 나쁘진 않았다고.
우요우…… 뒤에 저 차, 우릴 따라온 지 한참 되었지?
너 때문에 온 것 같은데, 도와줄까?
귀찮게 해드리고 싶진 않으니……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네 사부님한테 약속한 일은~?
누가 그러덥니까? 제가 부채 없이는 저런 소인배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대낮에 감히 성 밖에서 흉악한 짓을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제가 오늘 저 녀석들을 혼쭐 내주겠습니다!
아, 차가 두 대 더 왔네.
무기를 든 사람도 있어~ 싸움이 되게 커지겠는데~?
……
으, 은인님…… 저기……
하아……
꽤 위험해 보이는 녀석들 같으니…… 우리가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