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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ST-3일문지답

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1-07-30

로도스 아일랜드에 도착한 후 과거의 어떤 일을 떠올린 시. 하지만 지금 그녀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켈시'와 '박사'의 신분이었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 니엔


……가을이 왔구나.

산사 열매가 달게 익었겠지. 애들은 산사 열매를 무척이나 좋아했었지.

......

……또 하루가 시작됐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눈을 감으면, 과거의 일들이 떠올라……

……밤새 잠을 설친다.

[CG: avg_ac16_4]
라이

……시?

라이

당신이 여길 어떻게……

조금도 놀라지 않은 것 같네.

라이

이 나이쯤 되면, 놀랄 일이 많지 않으니…… 콜록콜록, 그래도 당신이랑 비교할 순 없지만.

라이

우리…… 얼마 만에 만나는 거더라?

기억 안 나, 몇십 년 됐겠지.

라이

……역시 당신이야, 시 다워.

라이

별일이네, 나를 다 기억하다니.

네가 내 그림 속에서 평생을 보내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지?

라이

왜냐면 말도 안 되는 거니까.

꽤나 자신 있나 보네?

라이

시, 당신은 날 구해줬고, 난 당신의 그림 속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으니…… 분명히 구별할 수 있지.

라이

콜록콜록……

라이

이건 나와 당신이 했던 내기야. 언젠가 당신의 그림과 당신의 그 세상, 그리고 당신을 간파한다는 것에 내기를 걸었지.

라이

그런데 그날 헤어진 후, 당신은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 난 당신과 이야기할 기회가…… 다시는 없을 줄 알았어.

원래…… 나랑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거의 드물거든.

라이

……기나 긴 시간 동안 난 그 시절이 자주 떠올랐어. 재앙, 기근, 이재민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 정자…… 그 평범했던 정자 말이야.

라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어…… 콜록콜록……

나는 너를 훌륭한 화가라고 생각했었는데, 넌 평생 붓을 들지 않았지. 내 가르침을 헛되게 하는 건 아닐까?

라이

화가, 화가…… 그림의 대가…… 당신을 만난 이후로 자신을 화가라 부를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간혹 좀 있기는 하지만 모두…… 기인들이지.

라이

……그럼 난 당신을 실망하게 한 걸까?

글쎄.

어쩌면…… 너야말로 유일하게 날 놀라게 한 사람일지도 몰라.

라이

……

……

라이

오랜만에 만났는데…… 딱히 할 말이 없는 것 같네. 난 이미 늙어서 일생을 거의 마쳤는데, 당신은 아직도 그때 그대로야……

하고 싶은 말 있어?

라이

없어…… 난…… 마음이 편해.

라이

당신은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게 살아남을 기회를 주었어…… 그리고 이 마지막 순간에도 이렇게 만나러 와주고.

라이

난 충분히 만족해. 시, 얼굴 좀 보자…… 여전히 그대로네.

네 눈이……

라이

시, 난 늙었어. 병마에 오랫동안 시달렸지……

라이

이제 와서 묻는 것도 좀 그렇지만…… 아는 사람들 하나씩 다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 있는 거, 외롭고 쓸쓸하지 않아?

바보 같은 소리를.

라이

그럼 넌 어떤 생각을 해?

가끔 서운할 때도 있고…… 가끔은 감회가 새롭기도 해.

라이

……드디어 솔직해졌네.

라이

전에 얘기했던…… 재앙으로 파괴된 내 고향, 기억해?

라이

지금 돌이켜보면 이미 너무 멀어졌어…… 그곳은 내 추억의 그림자야. 지금은 내 뒤가 아닌 아득히 먼 저편에 있지만……

……

라이

난…… 혼자 붓을 든 적이 없었어.

라이

만약 내가 그림을 그린다면, 내가 유일하게 그릴 수 있는 건, 콜록콜록…… 내 고향뿐일 테니까.

넌 분명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라이

맞아, 생각해 내려고 해도, '파산 마을'이란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라이

좋은 추억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늘 꿈에서 보여. 그것도 여러 개의…… 고향을. 사람은 평생에 걸쳐 도대체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

라이

시……

응?

라이

나 대신 파산 마을을 그려줄 수 있어?

라이

집 옆에 전당포가 있었다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 전당포 주인장은 항상 깔끔한 옷차림에 매우 점잖아 보였어. 어렸을 땐 나도 그 주인장처럼 되고 싶었는데.

라이

마을에는 그 움직이는 이상한 땅 따위는 없었고, 농지와 기와집이 제각기 흩어져 있었어. 마치 유채꽃밭처럼……

라이

어쩌다 멀리까지 걸어가면, 멀리 있는 산이 보였지……

라이

그 산에서…… 길을 잃는 꿈을 자주 꿨어. 그곳에는 무서운 괴물들도 있었고…… 재앙의 구름이 산꼭대기에서 떠올랐어…… 이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정확한 풍경이야.

라이

내가 더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느낄 수 있겠지?

물론.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어.

라이

난 세월이 젊었을 때로 멈췄으면 좋겠어…… 우리는 산 위에 살고, 난 당신에게 그림을 배우고, 가끔은 먹도 갈아주고……

……

라이

시.

응.

라이

당신은 수많은 기이한 일을 겪었고, 또 얼마나 많은 세상의 변천을 보았을까……

라이

그 눈으로 나를 좀 봐줘. 당신이 보기엔…… 콜록콜록……

라이

내 일생은 과연…… 행복했을까?


……

니엔

오~ 깼어?

여기는…… 로도스 아일랜드……

알 것 같네, 네가 왜 날 여기로 데리고 왔는지.

……얘네는 다 뭐하는 애들이야?

니엔

마작 한 판 땡길래? 한 자리 비는데.

너…… 빨리 꺼져, 난 안 가.

니엔

얘 좀 봐? 어젠 그렇게 재밌다고 영화를 밤새도록 보더니, 지금은 왜 또 시크한 척이야?

니엔

영화 좋아하면 잘됐네. 나한테 수집품이 좀 있거든.

……그게 뭐야? 조잡한 표지에, 쓸데없이 긴 타이틀…… 보기만 해도 역겨워. 빨리 치워!

니엔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작전 파일을 나도 많이 봤는데…… 이 박사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지?

니엔

으엣?! 몰래 가져온 거야? 클로저한테 안 걸렸지?

그 젊은 살카즈 말이야? 날 별로 신경 쓰지 않길래 그냥 지나갔지.

니엔

어 뭐야…… 왜……? 그 녀석, 혹시 나한테만 그러는 건가?

……로도스 아일랜드.

감찰사는 로도스 아일랜드와 어떤 관계야?

니엔

그건 또 다른 일이니까 괜찮아, 걱정하지 마. 레이즈는 변방으로 좌천돼서 이쪽으론 거의 안 오니까.

니엔

왜? 신경 쓰여? 거기 관리들이 널 귀찮게 했어?

흥, 감찰사 따윈 상관없는데, 뇌법의 근원이 신경 쓰여…… 그 여자의 스승, 그리고 항상 우리를 노리는 늙은 무리들, 온통 귀찮은 녀석들뿐이야.

나만 안일한 거야? 걔가 내 그림에 불을 질러 내 눈앞에서 산천을 다 태워가면서까지 나를 혼내 주려고 했거든. 난 네가 아니잖아, 누굴 방해했는지도 모르고 호되게 당하기만 했으니.

난 걔가 짜증 나 죽겠었는데, 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고.

니엔

하핫, 그런 일도 있었어?

……박사와 켈시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알려주지 않았잖아. 그 둘이 네가 여기 있는 이유랑 관련 있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니엔

……알았어. 내가 다 알려줄게.

니엔

다 들으면…… 내가 왜 여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