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3빛과 그림자
술잔을 훔친 사람은 뜻밖에도 좌락이라는 소년과 정 사장이었다. 양측은 일찍이 이 일을 도모했고, 크루스도 추적하는 과정에서 두 소저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리도 양현으로부터 명확한 의뢰를 다시 받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좌락, 크루스, 리, 우요우, 크루스 더 킨 글린트
……물건이 다르군요.
일이 그렇게 쉬웠다면, 도리어 양 선생님의 사람 보는 안목이 걱정됐을 겁니다.
정 선배님, 용문에서 온 손님의 신분을 아십니까?
양현의 친구라고 합니다.
다른 신분은 없습니까?
몇 가지 불확실한 단서가 있긴 합니다만, 적어도 이거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은 웨이 장관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버님께서 가장 염려했던 일은 더는 존재하지 않겠군요.
하긴, 용문 웨이 장관의 수완이라면…… 우리는 지금처럼 여유롭게 차를 못 마셨을지도 모릅니다.
젊은 시절에 웨이 장관의 일화를 많이 들었지만, 좀처럼 용문에 가서 만나 뵐 기회가 없다니 참으로 유감이더군요.
정 선배님도 웨이 장관 같은 인물에게 관심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젊었을 때는 검을 들고 강호를 누볐으니까요. 그 당시 웨이 장관의 검법이 탁월하다는 것만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웨이 장관은 늘 검을 차고 다니는 건 맞지만…… 검법에 관해서는 저도 소문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 용문인을 끌어들인 게 양 선생님 본인이란 말이 아닙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흠, 그 용문인이 유일한 변수이자 양 선생님의 유일한 수가 되겠군요.
양대인은 원래 저희 쪽이었는데. 양대인이 선택한 사람이라면 저를 속여서도 안 됐고, 이런 무리수를 둬서도 안 됐습니다.
양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비운의 사람입니다. 만약…… 하아, 만약이란 얘기 자체가 무의미하군요.
그 여자가 상촉에 있기 때문에 귀찮은 일들이 많이 생긴 거잖아요?
……삼산십칠봉은 신령스러운 곳이죠.
옛날에 상촉엔 꿈이 많았습니다. 사람들도 꿈을 꿨고, 만물도 모두 꿈속에 있었죠. 만물이 영혼을 가지면 전부 신선이 되고, 모든 말이 단 한 마디의 감탄사가 된다는 옛말이 있죠.
소문에 따르면 천 년 전 당시 염국의 도시 분포는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고 합니다. 상촉인의 선조들은 모두 똑같은 꿈을 꾸고 이 땅에 와서 뿌리를 내렸다고 하더군요.
……상촉의 전설은 늘 웅장하고 아름답죠.
외지 사람에게는 전설로 보이겠지만, 현지인들은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료 기업의 오퍼레이터 이름이…… 크루스였습니까?
정 선배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거리에서 그 여자에게 잡혔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전에 딸아이가 서두르는 바람에 일을 그르칠 뻔했잖습니까. 제가 나선 건 그에 대한 만회이니,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역시 불확실한 요소가 될 것 같군요. 정 선배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단지 외부인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가까이 왔습니다.
음…… 그만큼의 실력을 갖춘 자는 흔하지 않지요. 일전에 쫓아오는 움직임을 보고 대략적인 실력은 파악했습니다.
……대충 어떤 느낌입니까?
나이는 어리지만, 작전 경험이 풍부해 보였죠.
어? 작전 경험이 풍부하다는 건 정 선배님의 눈으로 보신 겁니까? 아니면 문상객 정청월의 눈으로 보신 겁니까?
둘 다입니다.
……그런데 계속 이 가짜 술잔을 보고 계시네요?
전 그저…… 술잔의 원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겁니다.
……
……그때 황무지를 지나다가 도적 무리를 만났습니다. 황야의 사람들은 염국 말도 못 알아들었고,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었죠.
그들은 차를 폭발시켰고 물건을 빼앗으려 했으나, 표국 동료들이 막아섰죠. 그러나 도적들은 수가 훨씬 많았고 결국 끈질기게 우리를 2백 리나 쫓아왔습니다.
마침 비가 억수로 퍼부어서 시야도 흐릿하고 불빛도 어른거렸죠. 지형에 익숙한 도적들이 그림자처럼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왔습니다.
저희는 습격당할까 봐 감히 반격도 못 했고, 그렇다고 기를 쓰고 도망칠 엄두도 못 냈던 거죠.
……그 당시 사세대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행유표국에 기이한 물건을 호송해 달라는 비밀 의뢰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도중에 사고가 일어난 바람에 그 물건은 행방이 묘연해졌지만……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저는 위로하는 것에 서툴러서……
전 다만 제 고향에서, 그것도 도시에서 불빛이 훤한 밤에 같은 술잔 때문에 기세등등한 사격의 명수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한마디로는 도저히 말할 수 없군요.
……그럼 그 뒤에 정 선배님은 어떻게 위험에서 벗어나셨습니까?
언제요?
아…… 물론 과거의 그 일 말입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니, 윗사람에게 많이 배우라고 가부께서 늘 가르쳤습니다.
선배님께서 말씀을 꺼내셨으니, 저도 귀담아듣고 싶습니다.
그날 밤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다친 두 동료는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았죠.
표국의 규칙은 '물건이 우선, 사람은 그다음'입니다. 이 일을 하려면 그 정도의 각오를 해야 하죠.
하지만 부상자도 없고 그렇다고 물건도 지킬 수 없게 되니, 오히려 부담 없이 전력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마침 칼을 씻기 딱 좋은 큰비가 내렸죠.
술잔 주인만 찾으면 되나?
그래.
주인이라면 구매자나 수집가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 그렇게 간단했다면 찾기 쉬웠겠지.
엥? 그럼 이상하네. 물론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술잔이지만, 밀수꾼한테서 빼앗은 암시장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진정한 명품이라던데.
상대가 누군데?
……아직은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인지 여자인지, 무슨 종족인지, 몇 살인지도 모른다.
그…… 그럼 어떻게 찾나? 상촉에 있는 건 확실해?
그것만은 틀림없다.
어째서? 만약 주인이 멀리 여행이라도 떠났다면, 우린 헛고생하는 거잖아?
아니, 그 사람은 확실히 상촉에 머무르고 있어.
그 사람이 떠났었다면…… 분명 누군가 내게 알렸을 거다.
고것 참 해괴하네. 상대를 계속 감시할 수 있으면서 찾을 수는 없다고?
……맞는 말이다.
상대가 요괴나 신선이라도 되나?
만나면 알게 될 거다.
뭔가 '그 사람이 여기 있다'는 흔적 정도나 되겠지. 요즘 관리들은 그런 녀석들도 상대하나?
그래, 알았다고 알았어. 어차피 말해주지 않을 거. 그런데 단서는 겨우 이것뿐이고…… 상촉은 무지하게 크단 말이지. 안 그래?
아마 삼산의 어느 산봉우리에 숨어있을걸.
근거라도 있나?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아주 드물게 산 중턱 주막에 술 사려고 나타나는데, 언제 가는지는 몰라.
다만 그 사람은 한 번도 하산하거나 이동 도시에 나타난 적이 없어. 그 말인즉, 계속 산에 있다는 거겠지.
좋아. 삼산십칠봉이라…… 아무래도 내 다리가 많이 고생하게 생겼군.
소문으로는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경치를 좋아한다던데. 정자에 누워서 시를 읊는 건 더 좋아하고.
소문?
사실 완전히 소문은 아니고……
네가 아는 사람이야?
……안다고는 할 수 없네.
정말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어, 수고하게.
기한은?
빠를수록 좋아. 너도 알다시피 이 일에 얽혀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시간만 끌다가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술잔은 노리는 사람이 있으니, 우리 집에 두는 게 안전할 거다.
양대인은 역시 대단해. 일부러 멀리서 술잔을 갖다 달라고 해놓고, 또 주인까지 찾아 달라면서 술잔은 나한테 넘기지 않는다니.
양대인은 사람을 참 난처하게 만드는군. 다음에는 차라리 용문에서 도와달라고 하지 그래?
널 믿어서 그러는 거야.
……노리는 사람이 있는 이상, 내가 계속 갖고 있다 보면 성가신 일이 생길 수도 있겠네.
그런데 행유객잔의 일은……
조사하고 있다. 조심히 움직이고, 필요하면 내가 사람을 붙여주지.
됐어, 경호원이 붙으면 보는 눈이 많아서 오히려 번거로워져. 너도 잘 알잖아.
……혼자서 정말 괜찮겠나?
양대인께서 나한테 숨기는 게 없으면 문제없겠지.
용문에서 무시무시한 외국 밀수업자를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 찾는 거잖아. 번거로울 게 뭐가 있겠냐?
……그래도 신 사공은 만나 봐. 나루터 베테랑이니, 상촉에서 어딜 가려면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알겠어.
그런데……
상촉의 삼산십칠봉에 촬강봉이라는 산이 있나?
너, 너 이 녀석, 왜 이렇게 끈덕져!
네가 마지막 단서인데~ 쉽게 도망치게 둘 수는 없지~
네 떨거지들은 이미 다 흩어졌어. 이렇게 번화한 시내에서 무기를 쓰기도 그렇잖아?
……흥.
그 용문 도둑한테 얼마를 받았길래 이렇게 감싸주는 거야?
일의 자초지종은 잘 모르지만, 미스터 리는 우리의 중요한 협력자 중 한 명이야.
협력? 뭔가 사업 얘기 같은데, 그렇게 쉽게 믿는다고? 그자가 너희를 속이는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난 로도스 아일랜드를 믿어~ 그래서 그 사람도 믿는 것뿐이야~
……흥, 아무래도 서로를 설득하는 건 무리인가?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정 사장도 그랬어. 이 일로 네가 또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고~
……!
엇…… 그 반응은 미스터 리의 예상이 맞은 거네? 너랑 정 사장이랑 진짜 한패야?
뭐…… 날 낚은 거야!?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외부인 따위가, 감히 이 두 소저를 농락하다니!
좋아, 아무래도 쓴맛을 좀 봐야겠구나!
……진심으로 공격하려고?
좋아, 사실 너한테 물어볼 것도 있거든…… 미스터 리와는 상관없는 질문이지만~
그 두 소저는……
제 딸입니다. 아직은 애송이라 좌 공자께 웃음을 사게 되는군요.
……아닙니다. 선배님의 집안일이니 제가 참견하면 안 되죠.
정 선배님은 고향에서 객잔을 몇 개나 여셨습니까?
허허…… 평생 모은 돈을 다 장사에 썼습니다. 다행히 요 몇 년간 오랜 친구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강호를 떠돌 때 쌓아둔 인맥도 마침 도움이 됐지요.
강호에서 중요한 건 인맥이지만, 결국 본인 능력에 의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업은 다르죠. 시작하려면 능력이 중요하지만, 크게 키우려면 인맥이 정말 중요하니까요.
……이런 사소한 일은 좌 공자께서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 같은 젊은이들에게 부족한 건 능력이나 신념이 아닌 주위 사물에 대한 이해라고 가부께서 늘 말씀하셨습니다.
현실을 모르면서 사는 건 결국 진짜 사는 게 아니니까요.
좌장군은 좋은 아버님이시군요. 그런데 아버님께서 어떻게 생각하든 다 소용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공자께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
걱정할 것 없습니다, 아직 젊지 않습니까. 승복 못할 때, 호기심에 사로잡힐 때, 으스댈 때가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 도리어 젊은이가 너무 빨리 그 날카로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아…… 좌 공자만을 위해 하는 소리는 아닙니다.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죠. 저 자신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제 딸아이는…… 골치만 아프군요.
.....하앗!
음, 실력이 제법이네~
……너한테 닿지도 않았잖아, 능청 떨지 마.
공격을 시작하니 완전 다른 사람이 됐잖아~ 우요우도 그런 느낌이던데. 염국 사람은 다 그래?
그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너한테 우리는 도둑놈이 아니었어? 도둑한테 너무 상냥한 거 아닌가~
닥쳐.
이번에는 안 낚이네~
훗…… 그렇다면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거 어때?
좋지, 난 찬성이야~ 그런데 미리 말해두지만, 난 미스터 리 입장에서 말하는 게 아니거든~
상관없어. 너든 그 무당 같은 산발 녀석이든, 모두 귀찮은 상대니까. 빨리 털어놓고 얘기하는 게 모두에게 좋아.
넌 뭐 하는 사람이라고 했지?
로도스 아일랜드의 작전 오퍼레이터, 코드네임 크루스~
……우요우라는 이름도 코드네임이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정식으로 입사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숨기고 웃음 속에 칼을 숨기는 너희도 참 허세가 장난 아니다.
흠……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그 용문인이 가진 술잔을 되찾아 달라고 우리한테 의뢰한 사람이 있어.
염국 말은 뜻이 심오해서 아직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되찾다'라는 단어는 아니지 않나?
난 미스터 리를 믿어. 그런데 뭔가 요구나 오해가 있다면, 왜 꼭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거야?
여긴 염국이잖아, 시라쿠사나 볼리바르 같은 곳이 아니고…… 폭력은 반대야~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건 당연히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 그런데 너 정말 아무것도 몰라?
어라…… 이번에는 내 말을 낚을 차례인가?
……
모른다면…… 너무 깊이 간섭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이미 그 용문인을 만났어. 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모두의 일을 망치는 거라고.
참 떳떳하네~
떳떳하게 행동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
얘기가 나온 이상, 네가 믿든 말든 이건 알려줄게……
……양대인의 저택을 턴 사람은 내가 아니야.
하지만 누구인지는 아는구나~
아마도.
네가 정말로 미스터 리를 만났다면…… 그럼 일단 휴전할까? 우리한테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설명?
용문인은 양대인의 의뢰를 받고 용문에서 그 술잔을 가져왔다고 했지만……
……표국에 의뢰한 사람은 아마 양대인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일 거야.
……뭐?
이 일의 경황은 매우 복잡하니까, 나한테 들을 생각은 마.
아가씨!
은인님! 괜찮으세요?
너 이 녀석, 우리 일을 망치려고 온 거냐!?
전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얘들아, 덤벼!
……잠깐.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으니, 이 두 소저께서는 오늘 이만 돌아간다.
야, 너희들, 얼른 돌아가. 괜히 쟤들이랑 엮이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저기요, 싸우자 해놓고 또 안 싸우네요. 왜 맨날 나만 바보로 만드는 건데요!
……기다려!
너는 실력도 좋고 사리 분별도 잘하니, 이 두 소저께서 충고 한마디 선물하지……
……산골짜기의 급류는 물살이 매우 세고 또 깊어! 그러니까 괜히 끼어들지 마!
은인님.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가씨, 괜찮으세요?
저 두 사람은 용문인과 한패 아닌가요? 왜 사실을 안 알려주세요?
내게 다 계획이 있어.
그렇습니까……
정 영감이 이렇게 쉽게 나한테 일을 떠넘기려는 것 같은데, 어림도 없어.
이미 용문인이랑 얘기 끝냈어. 그동안 표국 깃발이 비바람을 오래 맞았으니 이제 슬슬 바꿀 때도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