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2찾을 곳이 없다
리는 깊은 잠에 빠져 꿈속에서 산에 올랐지만, 곧 시끄러운 소리에 깨고 만다. 알고 보니 누군가 양현의 저택에 침입해 술잔을 훔쳤고, 다들 흩어져서 쫓기 시작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리, 크루스, 우요우, 크루스 더 킨 글린트
“상촉의 산은 잔도가 많고, 굽이굽이 연기처럼 이어진다.”
이곳에 팻말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팻말은 새것이고 새겨진 글자도 새것인데, 문구는 오래된 것이다.
그리고 산과 돌계단은 오래된 것인데, 잔도와 사람 또한 새것이다.
나는 머리를 만졌다. 생각만큼 머리가 많이 젖지는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머리에서부터 몸과 마음을 물들인다.
낮에 있었던 모든 뚜렷한 기억들이 빠르게 멀어져간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때가 되면 잊혀진 기억이 다정스럽게도 다시 머릿속에 돌아온다.
난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설령 지금, 이 순간 단숨에 하늘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해도, 난 한 계단 한 계단씩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내 진심에 보답하기라도 한 듯, 또 다른 팻말이 잔도의 모퉁이에 나타났다.
새로운 팻말과 새로운 글씨, 그것은 마치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처럼 거기에 있었다.
'촬강봉'.
촬강봉이라…… 여긴 어디지?
저기요, 누구 없나요?
……
저기요…… 누구 없나요……
……뭐, 됐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치자.
(……엇, 멀리에 정자가 있네.)
(이상하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지금 이 시간엔 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저기 있는 정자에 가시려고요?
아, 아니요…… 그냥 보고 있을 뿐입니다.
여는……
촬강봉이에요.
상촉 삼산십칠봉 중 하나인 그 촬강봉인가요?
……십팔봉입니다.
저 정자로 가는 길은 아주 험합니다. 대체 어떤 한가한 사람이 저런 곳에다 정자를 지었는지.
……누가 있는 것 같은데요?
있죠, 아무도 없으면 정자는 뭐 하러 만들었겠어요?
여기서 눈을 쓰는 거예요?
네.
산에는 아무도 없을 텐데요?
눈을 쓸어야 사람이 오죠.
누가 옵니까?
그걸 제가 어찌 압니까. 당신도 와 있잖아요?
정자에 있는 사람이 당신한테 손짓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발밑을 조심하세요.
눈 오는 날엔 길이 미끄러우니까요.
……다 왔어?
네.
사부께선 우리한테 참견하지 말라고 하셨고, 사장님은 매일 객잔 일로 바쁘십니다. 대충 배나 채우고 죽길 기다리고 싶지 않은 놈들은 다 여기 모였습니다.
정말 저…… 정 사장님 말에 따라 한발 물러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뭐? 사장님 말에 따른다고? 그럼 다들 요리사나 하면 되지, 무공은 뭐 하러 배워?
다른 물류 회사들 좀 봐, 하나 같이 다 잘 나가잖아? 사장님은 식당으로 업종을 바꿀지언정, 규칙을 깨고 물류 회사와 경쟁하기 싫거든. 노망이 나신 거지.
정 사장님이 보기에는 식당도 정당한 장사니까요. 간판을 행유물류로 바꾸는 건 절대 동의 안 하실 거예요……
왜 그러신대?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정 영감이 요 몇 년간 얼마나 겁이 많아졌는지 우리 모두 잘 알잖아. 오랫동안 표국을 운영했는데, 다 늙어서야 평생 사람들한테 미움만 사며 살았다는 걸 깨달은 거지.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굳이 간판을 부수는 사람이 없어도 결국 자멸하게 될 운명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조정과 연관된 큰 거래 아닙니까? 일부러 망쳐도 문제없을까요?
큰 거래니까 내가 이러는 거야, 이 두 소저께서도 선은 지키는 거라고.
도둑이다! 도둑 잡아라!!
저놈을 놓치지 마라!!
음…… 이것도 두 소저께서 계획하신 겁니까?
……당연히 아니지! 빨리 가 보자!
친구분들이 다 잠드신 것 같네요.
……시간이 많이 늦었군요.
가볍게 몇 마디 나눴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요?
……그럼 연극 보는 건……
다음에 얘기하시죠. 우선 최대한 외출부터 자제하시고.
그리고, 몸조리 잘하십시오.
몸조리보다 더 급한 일이 있어서 일부러 온 게 아닙니까.
……연극 말입니까?
그렇죠.
하지만 전 공무가 있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습니다.
양대인께서는 지금 제가 놀기만 한다고 나무라시는 거예요?
제가 어찌 감히.
도둑이다! 도둑 잡아라!!
음? 도둑?
정말 신기하네요. 양대인의 저택에도 도둑이 들어요?
우선 안에 들어가 계십시오. 어떻게 된 일인지 보고 오겠습니다.
……
무슨 일인가?
아, 양대인, 저도 막 와서……
……여러분은 리의 손님이자 나의 손님이야. 놀라게 해서 정말 죄송하군.
야, 양대인, 아까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담벼락에 사람 그림자가……
사람 그림자?
네, 네, 뭔가 상자를 안고 있는 것 같았는데……
……!
리의 방에 가보자, 빨리!
눈 쓸던 아가씨 말이 맞았네. 길이 너무 험해. 게다가 힘들게 올라왔는데 사람이 안 보이잖아.
이봐요, 아직 계세요?
있다.
……여긴 대체 어디지?
산의 끝, 다시 말하면 산 정상이라는 소리지.
왜 저를 여기까지 불렀나요?
네가 날 부른 거야.
제가요?
……저는……
……맞다.
나는…… 너와 옛일을 얘기하러 왔지.
한 판 둘까?
……아니, 결과가 뻔한데 재미없어.
이런, 너무 무시하는데.
그럼 술 마시러 왔나?
작은 선물을 가져왔을 뿐이야.
몇십 년이나 못 봤는데 선물보다 마음이 더 고맙구나.
몇십 년뿐이잖아, 눈 깜짝할 사이지.
……이건?
흑과 백은 한 쌍이야. 빛과 그림자처럼, 음과 양의 조화처럼.
하나 선택해. 다른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을 테니.
음.
왜? 마음에 안 들어?
다른 사람을 속이고 심지어 다른 형제자매까지 속일 수 있다고 해도 유일하게 난 못 속이지.
너는……
완패하는 게 두렵지 않나?
두렵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리고, 대세에 떠밀린 것뿐이야.
——
……리!
리……!
……!
뭐지…… 방금…… 꿈이었나?
괜찮은가?
내가 아직은 잠들었다고 무슨 일이 일어날 나이는 아닌데…… 왜 그래?
……리 형님, 아까 누가 도둑을 봤답니다. 형님 거랑 같은 상자를 들고 담벼락을 넘어 도망쳤대요.
상자가 사라졌나?
그 술잔이라면…… 괜찮아, 여기 있어.
자네가 그걸 어떻게……
상자 안에 든 건 내가 아까 주방에서 가져온 평범한 찻주전자야. 먹물로 검게 물들였지.
이걸 노리는 사람이 있는 걸 알면서도 소홀히 할 정도로 난 멍청하지 않다고.
정말 크루스 은인님 말씀대로 똑 부러지고 빈틈이 없는 분이군요.
……
양현.
낡아빠진 골동품 때문에 한 도시의 지부를 건드리다니. 만천하의 도둑들이 모두 이렇게 나오면, 근위국은 그냥 전병 가게 앞에서 줄이나 서 있으면 돼.
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그래?
때가 되면 알려줄게.
이게 바로 네게 부탁하는 두 번째 일이다.
물건의 주인을 찾아줘.
……그렇군. 역시 탐정이 필요한 일인 건 틀림없네.
그런데 그 전에…… 우요우 씨, 크루스 아가씨는 어디에 갔나요?
엣…… 서, 설마 쫓아가셨나!?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
(여기까지 쫓아오긴 했지만…… 여기 야시장은 사람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놓친 건가.)
(일단 한쪽으로 가봐야겠다……)
앗, 미안~
……너는, 낮에……
……
……“내가 아니야”라고 말해도 안 믿을 거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 상촉에 오자마자 친구 물건을 빼앗으려는 사람을 만났어. 게다가 두 번이나. 그게 우연이라면 넌 믿겠어?
그래도 변명 정도는 들어줄게~
흥.
더 말해 봤자 소용없겠네!
전 이쪽으로 가 볼 테니, 당신은 저쪽으로 가 봐요.
네! 알겠습니다.
잠깐만요, 우요우 씨.
왜 그러십니까?
당신…… 발 옆에 있는 건 뭐죠?
네? 아무것도 없는데요?
……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 애완동물 같이 보였는데.
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