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비정상 스펙트럼

16-17처절한 절규

메인 스토리작전 전2026-03-19

만트라는 유로지비의 통제를 차단하고, 베토치키의 도움으로 광부들을 깨우는 데 성공한다. 라이디언은 군단이 진실을 은폐하고 크라이니 세베르의 각 광산에서 광부들을 끊임없이 학살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뒤이어, 만트라가 전역 방송을 송출해 진상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만트라, 베토치키, 라이디언, 아미야, 엘리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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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오리지늄 아츠의 사용이 아니었다.

붉고 검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하얀 형체가 그곳에 서 있었다. 말도, 움직임도 없었고, 옷자락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피하지도, 반격하지도 않고, 주위를 감싼 보호막이 무너져도 그저 침묵 속에 존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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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허무의 소용돌이.

만트라

……

만트라

너는 대체……


의식 공간의 광경은 여전히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이름도, 위치도 특정할 수 없는 황야. 혹은 단순하게 이렇게 부를 수도 있는 곳……

사르곤.



간청하는 목소리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간청하는 목소리

재앙이 우리의 터전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어째서 전쟁까지 우리의 목숨을 앗아간단 말인가?

간청하는 목소리

파디샤여, 과묵하고 지혜로운 파디샤여……

간청하는 목소리

부디 저의 곤혹을 들어주시고, 저의 고통을……

간청하는 목소리

위로해 주소서.

만트라

……쓸데없는 짓이야.

만트라

네가 아무리 내 의식을 뒤집어 봐도, 내가 허무 속에서 잠들만한 환영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유로지비

■■■■, ■■■…… ■■.

유로지비

그대가 ■■…… 파디샤였군.

만트라?

파디샤, 그게 바로 그대의 과거였군.

만트라?

그대의 백성들이 위로를 청했지만, 그대는 환상조차 주지 않으려 했군. 그대에겐 손쉬운 일이었는데도 말이야.

만트라

그건 위로가 아니라, 거짓이야.

만트라

낡고 썩어빠진 왕권은 한낱 달콤한 꿈에 흔들리지 않아.

만트라

나는 그곳을 떠났어, 스스로 도망쳤지.

만트라?

확실히 그대는 흔들리지 않는군.

만트라?

그대의 목소리는……

만트라

유로지비, 너는 목소리의 근원이 될 수 없다. 너는…… '내'가 될 수 없다.

만트라

왜냐하면, 나는 목소리가 없고, 너는 단지……

만트라

'메아리'에 불과하니까.

유로지비

……

만트라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그저 그들이 내게 갖고 있는 나에 대한 인식과 기대에 불과하다.”

만트라

그래서 네가 존재하는 거겠지.

만트라

하지만 나는 너에게도,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도……

만트라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아.

유로지비

그대는 강하구나……

유로지비

시련도, 세례도 받지 못했지만, 나와 거의 동등한 힘을 갖고 있구나.

유로지비

하지만 그대는 이 힘을, 이 하늘로부터 하사받은 은총을 너무 얕봤다…… 그대는 이 힘으로 진리를 전하고, 그대의 백성을 이끌었어야 했다.

유로지비

무엇이 그대를 궁전에서 멀리하고, 힘을 포기하게 하고, 그대를 연약하게 했는가?

만트라

단지 내가 깨달았기 때문이야……

만트라

지식은 왕권보다 오래가고, 진리는 거짓보다 강하다는 것을 말이야.

만트라

그런데 너는……

만트라

거짓으로 사람들을 부추겨, 사람들을 파멸로 내몰아 이 툰드라에서 죽게 했잖아.

만트라

도대체 왜?

나긋한 웃음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유로지비

계시, ■■, 포교, 헌상을 위해서.

유로지비

이 대지는 곧 격변을 맞이할 것이다. 강하지 않은 자는 모두 멸망하지.

유로지비

그렇기에 나는 한 점의 불씨를 길러내, 그것을 키우고 그것을 퍼뜨릴 것이다.

유로지비

그 불씨가 모든 불결한 덕행을 불사르게 할 것이고, 그 안에서 만물이 다시 소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만트라

……

만트라는 자신이라면 그것을 죽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곳에서, 이 의식 속에서 그것을 끄는 건 촛불을 끄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을 테니.

하지만 그것을 죽인다고 현 상황에 도움이 될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물며 상대가 싸움에 나서지조차 않았는데, 어찌 승리를 논할 수 있겠는가?

만트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유로지비.

만트라

여기 사람들에 대한 간섭을 당장 멈추고, 사람들을 풀어줘.

만트라

그렇지 않으면, 우르수스는 곧 다음 유로지비를 맞이하게 될 거야.

유로지비

아니…… 아니……

유로지비

그대의 과거는 무겁고도 길다, ■■■■.

유로지비

하지만 반드시, 어딘가에 존재하겠지……

유로지비

그대의 고통, 피할 ■ ■■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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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여라.”

만트라

……!

만트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아주 찰나의 흔들림에 그녀가 애써 유지하던 의식 공간에 균열이 생겼다.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그 순간, 수많은 반응이 의식 공간 밖에서 잇따라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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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광부

받아들이겠습니다.

쇠약한 광부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CG: 66_i09]
정신이 흐릿한 광부

저는 이미 받아들였습니다.

정신이 흐릿한 광부

저는 밀짚을, 이끼를 먹을 수 있고, 돌이 섞인 눈도 먹을 수 있습니다. 배가 터질 때까지 채워 넣으면, 더 이상 굶주림을 느끼지 않을 겁니다.

정신이 흐릿한 광부

보십시오, 죽음은 삶만큼 두렵지 않습니다.


시선 끝에 있는 유로지비는 여전히 창백하고 가느다란 모습 그대로였다. 떨리는 환영도, 구부정한 노파도 아니었다.

그것의 형태와 상관없이, 그것을 믿는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의 존재는 확립될 수 있었다.

문제의 근원은 그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유로지비

■■■, ■ ■■■…… ■■■■.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만트라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대로 철수할지 실수를 바로잡을지 고민했다. 이성과 감성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격렬히 충돌했다.

이내, 그녀는 마음을 정했다.

만트라

엘리시움.

엘리시움

나 여기 있어!

만트라

밖에서 열화상 장치로 위치를 표시해 줘. 이곳에 있는 모든 광부와 연결할 수 있도록.

만트라

할 수 있겠나?

엘리시움

물론……

엘리시움

문제없지!

곧이어 여자의 냉랭한 목소리가 광부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연결된 순간, 그녀는 이들이 더 이상 정신계 오리지늄 아츠의 충격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유로지비를 차단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기에, 깨우는 것은 속전속결 해야 했다.


만트라

……지금부터 내가 너희들에게 하려는 일이 가혹할지 몰라도, 나는 진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만트라

만약 이 도주가 무력감과 누군가의 꾐 때문에 시작된 거라면, 적어도 결말은 너희들의 손으로 직접 잡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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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약한 광부

누가…… 말하고 있지?

쇠약한 광부

내가 왜 여기로 돌아왔지……

성실한 광부

우리는 여기 있지 않아! 진작에 떠났어, 렌킨과 함께…… 우리는 칩을 떼어냈고, 도망쳐 나왔단 말이야!

성실한 광부

이건 진실이 아니야.

만트라

반만 맞아. 이건 현재의 진실이 아니라, 과거의 것이지.

만트라

너희는 땅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죽였어. 이건 진실인가?

성실한 광부

맞아, 맞아! 우리가 죽였어…… 렌킨이 죽였어!

성실한 광부

나는 렌킨이 영웅인 줄 알았어. 우리를 감염자가 차별받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를 버렸어……

만트라

그러니까, 네가 본 장면이 진실이란 말이지?

성실한 광부

맞아,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이건 그때 봤던 광경이야. 우리는 사람을 죽였고, 우리의 영혼을 더럽혔어……

만트라

다시 한번 잘 봐.

[CG: 66_i25]
만트라

자, 이 사람은 누구지?

성실한 광부

나댜, 베토치키의 할머니. 광산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나댜를 존경했지, 호위병도 예외는 아니었어.

만트라

너도 이 사람을 존경했군. 그건 연장자이기 때문에 존경한 건가, 아니면 신상으로 숭배한 건가?

성실한 광부

광산에서 저 나이까지 살아남은 사람이야. 그쯤 되면 연장자와 신상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

만트라

그 사람도 너희와 함께 있었고, 그 사람도 반격에 참여했어.

성실한 광부

아냐, 그렇지 않아. 그때 나댜는 없었어…… 아무도 노인에게 전장에 나서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성실한 광부

지금 누구를 보고 있는 거지? 죽은 이를 애도하는 건가? 그런데 왜 살인자를 애도하는 거지?

만트라

그 사람이 죽였으니까.

성실한 광부

뭐?

만트라

쓰러져 있던 사람을 죽인 건 렌킨도, 너희도 아니야.

만트라

그 사람을 죽인 건 자신의 오만, 그리고 거짓된 허상으로 너희들이 그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한 존재지.

만트라

바로, '유로지비'.


베토치키는 문가에 서 있었다. 떠나고 싶었지만 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고, 바라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쥔 '스톱워치'만을 바라보았다. 바늘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계속 다른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은 몇 시일까? 어떤 게 시침이고, 어떤 게 분침일까? 남은 이 바늘은 또 무엇일까?

엄마는 눈밭에서 자면 안 된다고 말했어. 체온이 떨어지면 의식을 잃고, 눈이 너무 무거우면 사람이 죽는다고 했어.

렌킨은 갱도에서 방심하면 안 된다고 말했어. 산소가 부족하면 기절하게 되고, 보이지 않는 가스가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고 했어.

하지만 여기는 눈밭도, 갱도도 아니야. 그렇다고 여기서 잠을 자도, 쉬어도 된다는 뜻일까?

베토치키

……누가……

베토치키

좀 도와줘……

할머니는 없어. 저기 있는 건 나댜 할머니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러니까 여기서도 안 돼. 쉬고 싶어도, 빼앗아 온 남의 보금자리에서는 안 돼. 잠을 자더라도, 그건 살아갈 기운을 잃어서가 아니야.

베토치키

잠들 면 안 돼, 쉬면 안 돼.

베토치키

우리의 힘으로……

베토치키

자기 자신을, 구해야 해.

그녀는 급히 단조한 '방패'를 단단히 세웠다. 갱도에서 동료들에게 대피를 알리던 구리종도 그 위에 걸려 있었다.

베토치키는 곡괭이를 휘둘러 종을 다시 울렸다.


성실한 광부

……그러니까, 나댜가 정말 유로지비란 말이야?

만트라

너희는 그 존재를 유로지비로 숭배하고 있었다.

성실한 광부

나댜가 유로지비고…… 우리를 구했어! 그럼 이 모든 게 설명이 돼.

성실한 광부

나댜는 우리를 위로하고, 우리의 고통을 함께 짊어졌어…… 늘 우리 곁에 있었어.

성실한 광부

너희는 그때 어디에 있었지?

만트라

그렇다면 지금도 그녀가 너희를 구해줘야 했겠지.

광부는 유로지비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말이 없는 조각상처럼 서 있었다.

성실한 광부

우리 죄가 너무 깊어서 그럴지도 몰라.

만트라

아니, 아니야.

만트라

거짓과 고통을 만들어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인내와 굴복을 강요하고 있는 거야. 오래전부터 그랬지. 순종 말고는, 너희들에게 다른 길은 없어.

만트라

너희의 잘못이 아니야.

성실한 광부

그 말은, 아직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거야?

정신이 흐릿한 광부

빌어먹을.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제발 좀 닥쳐, 바샤.

만트라

구원받을 수 있어.

만트라

여길 떠나,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면 말이지.

만트라

삶이 죽는 것보다 더 두려울지라도, 계속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거야.

정신이 흐릿한 광부

하, 꺼져.

정신이 흐릿한 광부

당신이라면 조금은 다른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만약 그게 전부라면, 차라리 온전한 시체로 죽는 게 더 낫지. 다들 분명 그렇게……

성실한 광부

종소리? 누가 종을 울리는 거지?

성실한 광부

베토치키야……

만트라

아무래도, 이미 선택을 내린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베토치키는 말없이 구리종을 울렸다. 그 울림이 예전과는 사뭇 다를지라도.

그녀는 몇 번이고 계속 종을 울렸다. 사람들이 일어설 때까지.

광부

퇴근 시간인가?

광부

퇴근 시간이야.

광부

돌아가고 싶어.

광부

집에 가고 싶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바닥에서, 벽에서 일어섰다. 겹겹이 쌓인 사람들의 그림자가 방 안쪽에 있던 그 창백한 형체를 서서히 잠식해 갔다.

유로지비

■■……

유로지비의 떨리는 형체가 만트라를 지나, 막 일어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나……

베토치키 앞에 다가왔다.

유로지비

■■■ ■■ ■■■……

유로지비

아가.

베토치키는 고개를 떨군 채 그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구리종을 계속 울릴 뿐이었다. 모두가 눈을 뜨고 얼굴에 미소가 번질 때까지.

광부

'잔가지', 고생했어.

광부

'잔가지', 빨리 돌아가, 이런 데 오래 있지 말고.

광부

'잔가지'……

베토치키

아니에요, 저는……

베토치키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광부

'잔가지'?

베토치키는 미소가 차츰 사라져가는 동료들의 얼굴과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유로지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니라고 말했다.

베토치키

우리는, 돌아가지 않아요.

베토치키

우리는, 떠날 거예요. 우리는, 살아남을 거예요.

베토치키

'살아남는' 게…… 더 이상, 우리의 전부가, 아닐 때까지.


아미야

모두……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아미야

만트라 씨! 괜찮으세요?

만트라

여기는 만트라.

만트라

연결을 종료한다. 사람들이 이제 유로지비의 통제에서 벗어났어.

아미야

유로지비를 물리친 건가요……?

만트라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 다들 애썼지만, 그 뒤로 유로지비가 자취를 감췄어. 나도 유로지비의 위치를 더는 파악할 수 없어.

만트라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지.

라이디언

군단이……

라이디언

벌써 도착했어.


아미야

엘리시움 씨, 상황 보고를 부탁드려요.

엘리시움

우리가 가는 방향 5km 이내에는 적의 흔적이 없으니, 계속 전진해도 돼.

엘리시움

이 툰드라 지역만 벗어나면, 앞길이 한결 수월해질 거야.

아미야

좋은 소식이네요. 고마워요, 엘리시움 씨.

엘리시움

아니,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야. 적이 앞에 없다는 건, 뒤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니까.

엘리시움

아미야, 후미를 담당하는 너희가 특히 더 조심해야 해.

아미야

네, 알겠어요.

알로이즈

포성이 점점 가까워지는군……

아미야

행군 속도는 이미 한계예요.

알로이즈

더 최악인 건 군단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거지.

라이디언

아미야,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최소한 군단의 행군 경로라도 파악돼야 해.

아미야

군용 통신을 도청하려는 거예요? 그럴 수 있나요?

라이디언

우르수스의 군용 통신 암호 방식은 알고 있지만, 시간이 꽤 지나서 주파수를 바로 찾아내긴 어려울 것 같아.

알로이즈

왜 날 봐?

알로이즈

알았어, 또 나한테 비밀을 팔아넘기라는 거네. 도움이 될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알로이즈

만약 우리 둘이 살아서 우르수스 군사 법정에 서게 된다면, 앞으로 할 행동이 전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라고 증언해 줄게.

라이디언

정말 재미없는 농담이네, '중사'.

알로이즈

뭐라고 해야 하나, 방금 그건 딱히 농담 같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요구사항을 좀 낮출 순 없을까, 세라피나?

라이디언

이미 충분히 낮아. 주파수만 알려주고…… “잠자코 있어.”

알로이즈

윽, 적어줄게.

라이디언

찾았다, 이 주파수였구나, 고마워.

라이디언

핵심 신호 추적…… 활성 신호로 전환…… 전함 통신 장비? 그래, 어디 한번 보자……

라이디언

“……감염자 광부들의 반란. 현재 크라이니 세베르 지역에서 확산 중……”

“감염자들이 대규모 학살을 일으켜 민간인 사상자가 대거 발생했다. 그중 다수의 목표가 무장한 상태로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방향으로 집결 중이다.”



“제4군단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를 지키고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여 진압에 지원한다.”



“진압 작전은 곧 완료될 예정이다. 일반 시민들은 당황하지 말고, 저항하지 마라.”

알로이즈

왜, 충격적일 정도로 뻔뻔해서 말문이 막혔어?

라이디언

예상했던 대로야.

라이디언

적어도 이동도시는 우회할 것 같아.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민간 방송도 들어보는 게 좋겠어…… 지도 있는 사람?

알로이즈

나한테 없어. 가서 가져올……

베토치키

저한테…… 있어요.

베토치키

여러분이, 듣는 그 방송, 저도…… 들어도, 될까요?

베토치키

다른 광산의, 상황을…… 저도, 알고 싶어요.

베토치키

우리만, 떠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라이디언

방송에서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야, 베토치키.

베토치키

아, 알아요!

베토치키

그냥,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어요. 괜찮죠, 언니?

라이디언

확실히, 광산 쪽 방송도 믿을 만한 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네. 고마워, 베토치키.

라이디언

고르치코바 중위, 군단이 전진하는 방향에 있는 모든 이동도시를 지도에 표시해 줘.

라이디언

잠깐…… 전기 신호가 제멋대로 바뀌었어……

라이디언

군용 주파수야. 아까는 민용 주파수에 순환 방송을 내보낸 거고, 지금은 다른 부대와 내부 통신을 공유하기 시작했어.

“중앙 광산지구 소탕 완료.”



“알겠다.”

아미야

뭐……

알로이즈

……

베토치키

“소탕”……?

베토치키

……소탕……

라이디언

베토치키, 듣지 마!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귀를 막으려는 라이디언을 제지했다.

짧은 침묵 후, 최신 통신이 자동으로 수신됐다.

“위성도시 광산지구 소탕 완료.”



“알겠다.”

“올로네츠 광산지구 소탕 완료.”



“알겠다.”

“볼그라드 광산지구 소탕 완료.”



“알겠다.”

……

익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이 하나둘 통신 잡음에 섞여 단말기에서 흘러나왔다. 아무도 그 너머의 광경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이름, 그저 이름뿐이었다.

아미야

……

알로이즈

됐어, 이제 그만 꺼.

알로이즈

더 이상 얻을 정보는 없어…… 그만 끄라고.

베토치키

아…… 안 돼요……

베토치키

저, 알아야, 돼요…… 알고, 싶어요.

베토치키

그 사람들…… 모두, 우리…… 동료예요.

“우랄 광산지구 소탕 완료.”



“알겠다.”

“크라스 광산지구 소탕 완료.”



“알겠다.”

“오네가 광산지구 소탕 완료.”



“알겠다.”

……

방송은 마치 같은 선율을 계속 반복하는 노래처럼 끊임없이 단말기에서 흘러나왔다.

밤하늘에 출렁이는 오로라, 이 아름다운 장막은 툰드라의 모든 울부짖음을 가로막은 듯했다.

유난히도 긴 밤이었다.


옐리자 여대공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알고 있었습니다, 경애하는 폐하.

옐리자 여대공

폐하의 자비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비 때문에 존경받는 이는 여태껏 없었습니다……

옐리자 여대공

에너지 원천을 잃은 나라의 결말이 무엇이겠습니까?

옐리자 여대공

타인의 눈치나 보는 가축으로 전락하든지, 아니면 그 전에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빼앗든지.

옐리자 여대공

폐하께서도 아실 겁니다. 이건 군단의 갈망이 아니라…… 우르수스의 갈망입니다.

옐리자 여대공

우르수스는 절대 연약해져선 안 됩니다. 만약 우르수스가 약해질 조짐이 보이면, 우리는 그 연약한 부분을 도려내야 합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 즉시 다른 포식자들에게 갈기갈기 찢겨 먹힐 테니까요.

옐리자 여대공

그것이 이치입니다……

옐리자 여대공

이 얼마나 괴로운 침묵입니까……

옐리자 여대공은 의회의 밀랍 인장이 찍힌 봉투를 따뜻한 벽난로에 던져 넣었다.

가느다란 불길이 잠시 치솟은 뒤, 모든 것이 다시 정적으로 돌아왔다.


라이디언

베토치키……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

라이디언

두려워하지 마…… 포기하지도 마. 아직 살 기회는 있어. 우리가 모두를 데리고 여기서 빠져나가면 돼.

베토치키

떠나고, 싶어요……

베토치키

하지만 '학살'…… 살인? 저, 저 사람들이…… 모두를, 입막음했나요?

베토치키

처음에는, 버터와 커피, 그다음엔 채찍과 죽음을, 줬어요.

베토치키

엄마 아빠…… 제 부모님은, 침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죽었어요.

라이디언

베토치키……

베토치키

하지만, 침묵해도, 죽는다면요?

베토치키

지금 들은, 그 광산들…… 사람들이, 다 죽은 거죠? 그런데, 이걸 아는 건, 우리뿐이잖아요.

베토치키

우리도, '입막음' 당하기, 전에,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하지 않나요?

베토치키

그들은,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없어요.

베토치키

그렇죠, 맞죠?

알로이즈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지금 우리가 외부로 신호를 보낸다면, 근처에 있는 군단에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거나 다름없어……

알로이즈

우리는……

알로이즈는 말을 삼켰다. 이성적인 판단에서 나온 생각들이지만, 지금은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만트라

베토치키 말이 맞아.

만트라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을 이대로 묻히게 둘 순 없어.

아미야

만트라 씨, 조금 전에도 사투를 벌이셨잖아요.

만트라

이건 내 임무야. 걱정하지 마, 아미야.

아미야

하지만 걱정을 안 할 수가……

아미야

만트라 씨는 원래 이 북쪽 땅에 다시 오길 원치 않으셨고, 오리지늄 아츠를 드러내는 것도 꺼리셨잖아요. 분명 이유가 있었겠죠.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라든가, 아니면……

아미야

로도스 아일랜드는 그 어떤 오퍼레이터에게도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만트라 씨가 전에 여기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만은 알고 있어요.

만트라

이해해 줘서 고마워, 아미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감추지 않아도 돼. 내 과거는 이미 다 떨쳐냈으니.

만트라

지금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을 공개하고, 모두에게 놈들의 음모를 폭로할 때다.

베토치키

조…… 좋아요!

만트라

그래, 당사자가 바로 여기 있군.

만트라

시작하자고.


[CG: 66_i13]
엘리시움

장비 조정 완료…… 팀장, 상태는 좀 어때?

만트라

문제없어.

엘리시움

그럼 계속 범위를 더 넓힐게, 라이디언?

라이디언

잠깐. 어쩌면 자기폭풍 현상을 이용해서 그 잡음에 섞여 있는 전기 신호를 역이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

라이디언

만트라, 지금은 어때?

만트라

……

만트라

더 많이 들리는군.

“더 많이”. 모호한 표현이었다. 사실 그녀는 더 많은 소리가 들릴 뿐만 아니라, 더 멀리 있는 소리, 더 세세한 소리까지 들렸다……

그녀는 고속 전함의 캐터필러가 툰드라를 짓밟는 소리, 오리지늄 엔진과 포성으로도 가릴 수 없는 울부짖음을 들었다.

그녀는 우르수스 남부 방언을 쓰는 부모가 아이들의 이마에 차례대로 굿나잇 키스를 하는 소리, 연인이 커튼을 치는 것을 잊어버린 채 창가에서부터 소파까지 속삭이는 소리, 입 맞추는 소리를 들었다.

또한, 심지어 자기폭풍의 영향으로 토막토막 전해오는 어느 도시 간 라디오 방송 소리도, 양로원에서 노인이 품에 안은 클라우드비스트를 쓰다듬다 서서히 잠드는 숨소리까지 들었다……

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이제, 그 모든 소리를 끊고 반드시 해야 할 말을 전해야 했다.

만트라

“광산……”

만트라는 문득 이 말을 자신이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최소한, 만트라가 하면 안 되는 말이었다.

만트라

베토치키.

베토치키

네, 네?

만트라

이건 네가 꺼낸 제안이고, 네가 전하고 싶은 말이잖아.

만트라

그러니까, 같이 전하자.

베토치키

하지만, 저, 저는, 말을, 똑바로……

만트라

넌 할 수 있어.

베토치키

저, 저는……

만트라

“광산과 도시에 있는 모두에게.”

베토치키

“광산과 도시에, 있는 모두에게.”

만트라

“우리는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왔다.”

베토치키

“우리는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왔습니다.”

만트라

“우리는 지금 학살당하고 있다.”

베토치키

“우리는 지금…….”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광산과 도시에 있는 모두에게. 우리는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지만, 지금도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르수스를 배신한 게 아니라, 우르수스가……

우리를 버린 겁니다.


베토치키

해…… 해냈어요!

만트라

잘했어.

만트라

이제……

만트라

누가 나를 좀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