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비정상 스펙트럼

16-16진실의 계시

메인 스토리작전 전2026-03-19

렌킨은 사람들을 이끌고 초소 점령에 성공하지만, 승리의 횃불을 밝히자마자 우르수스 군단과 맞닥뜨리게 된다. 한편, 마을에서는 만트라의 도움으로 베토치키가 기억을 되찾아 유로지비의 진짜 모습을 밝혀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베토치키, 만트라, 아미야, 라이디언


조급한 병사

(하암……)

신중한 병사

정신 차려, 교대하려면 2시간이나 남았어.

조급한 병사

*우르수스 욕설*…… 추워 죽겠네. 맹글러비스트 한 마리도 안 보여.

신중한 병사

잠깐…… 무슨 소리 안 들려?

조급한 병사

무슨 소리……

병사가 고개를 돌려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화살이 날아와 동료의 머리를 관통했다.

조급한 병사

어?

조급한 병사

아, 으악……!

흥분한 광부

렌킨! 아래는 다 정리했어! 바로 진격할게!

렌킨

잠깐! 막무가내로 덤벼선 안 돼! 돌아와!

광부들은 초소 아래에 모여 머리 위에서 깜빡이는 경고등만을 숨죽여 쳐다봤다.

렌킨

머리 위를 조심해!

광부A & 광부B

억! 으악!

흥분한 광부

들켰다! 녀석들이 사다리를 치우려고 해!

렌킨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렌킨

3팀은 폭약을 몽땅 챙겨서 날 따라와.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초소의 대문을 뚫는 거다.

렌킨

혹시 내가 쓰러져도 멈추지 말고, 계속 돌격해.

렌킨

4팀, 5팀은 계속 석궁을 쏜다. 엄호 준비!

렌킨

나머지는 포위망을 유지해. 단 1명의 병사도 도망치게 둬선 안 돼.

광부C & 광부D

알겠어!

렌킨

내 신호에 맞춰서……

탐조등의 불빛이 광부들의 행적을 쫓았고, 곧이어 한차례의 공격이 이어졌다.

렌킨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 초소에 최대한 가까이 붙은 다음, 석궁을 들어 아군 머리 위의 그 치명적인 탐조등을 겨냥했다.

렌킨

윽……!

순간, 렌킨의 이마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고, 왼쪽 눈이 새빨간 색으로 뒤덮였다.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머릿속은 계속 윙윙거렸다.

걱정하는 광부

렌킨? 렌킨!

결연한 광부

물러서지 마! 나머지는 나랑 같이 돌격한다!

분노한 광부

빌어먹을,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면 몇 명 같이 데리고 가겠어!

옆 사람의 외침은 가까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 같았다. 렌킨은 화살이 살을 꿰뚫는 소리를 들었고, 사람들이 계속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쓰러질 수 없었다. 승리를 목전에 두고 절대 쓰러질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몸을 움직였다. 그는 다시 석궁을 들고 머리 위의 눈부신 불빛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차분한 광부

놈들의 화력이 약해졌다! 어서 따라와!

차분한 광부

지금이야, 준비!

결연한 광부

문을 폭파했다! 전부 돌격해!

광부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렌킨은 어떻게든 그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러나 생사를 다투는 전투 속에서 누구도 렌킨의 이상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폭발로 부서진 담벼락의 잔해를 짚으며 조금씩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고, 몸도 고통에 점점 익숙해진 것 같았다.

렌킨은 방금 전까지 살아 숨 쉬던 수많은 시신들을 넘어 앞으로 나아갔다. 나선형 계단은 꼭대기의 출구까지 이어져 있었고, 작은 구멍은 우르수스의 극야 속 가장 아름다운 오로라를 품고 있었다.

순간, 그는 갱도가 떠올랐다. 갱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갈 때도 지금처럼 머리 위의 유일한 빛을 바라보곤 했다.

마지막 계단을 넘어선 렌킨은 오로라 한가운데, 별 아래에 섰다. 그는 다시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차분한 광부

렌킨, 괜찮아?

렌킨

……괜찮아, 난 괜찮아.

렌킨이 이마에서 흘러나온 피를 닦으며 주변의 형제들을 둘러보았다.

렌킨

사람이 반이나 줄었네……

결연한 광부

……하지만 해냈어.

렌킨

우리가 해냈구나……

렌킨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쪽은 여전히 겹겹의 침엽수림에 가려져 있었고, 거대한 빙판은 마치 그들의 도전을 비웃고 있는 듯했다.

렌킨

우린 어두컴컴한 갱도에서 지상으로 올라왔고, 지금은 군단의 초소에 서 있어.

렌킨

이제 우리는 얼음 호수를 넘고, 숲을 지나 더 많은 곳에 깃발을 꽂을 거야.

렌킨의 눈빛은 횃불처럼 타올랐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다.

모두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날을 너무나도 오래 기다렸다.

렌킨

닉토, 드디어……

렌킨이 무심코 옆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늘 곁에 있던 익숙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렌킨

……닉토?


닉토

허억…… 허억……

첫 번째 화살이 발사될 때, 나는 도망쳤다.

두려움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가장 어리석은 자만이 두려움을 모른다.

렌킨은 미치광이다. 그를 따르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난 원래 그들을 말리려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죽는 것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게 두겠다.

하지만, 난 아직 죽을 수 없다.

구두장이에서 교사로, 다시 백작의 양자가 되기까지…… 내가 그동안 수많은 일을 했던 건, 여기서 허무하게 목숨을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닉토

저기, 바로 저 앞이 볼그라드군……

닉토

……닉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닉토

*우르수스 욕설*……

닉토

저…… 저건 뭐지……


결연한 광부

맞다, 횃불이 있었지!

결연한 광부

횃불을 켜서 모두에게 우리가 해냈다는 걸 알리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거야!

렌킨

그래…… 맞아.

렌킨

불을 밝혀.

순간, 멀리서부터 묵직한 저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빙원 전체를 가득 메웠고, 그 울림은 모두의 귀와 심장을 흔들어 놓았다.

차분한 광부

뭐지?!

결연한 광부

저, 저쪽을 좀 봐……!


[CG: 66_i14]

사람들은 광부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고속 전함이 지평선 너머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함선인지 거대 이동도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했다.


[CG: 66_i14]

아까의 침엽수림은 바람에 쓸려간 구름처럼 사라졌고, 별빛마저 붉은빛에 가려졌다.


[CG: 66_i14]

눈과 나무는 한꺼번에 공중으로 휘말려 올라갔고, 전부 갈기갈기 찢기고 흩날려 뭐가 무엇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CG: 66_i12]
[CG: 66_i12]
[CG: 66_i12]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이 마주한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우르수스.

그건 우르수스였다.


렌킨

그랬군……

렌킨

훗, 그런 거였군……


아미야

라이디언 씨……?

라이디언

아미야, 방금 공용 주파수로 날아온 통신을 받았는데……

라이디언

우르수스의 광맥이 고갈되고 있대……

라이디언

이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서, 지금 최소 1개 부대가 크라이니 세베르에 투입됐대!

아미야

……!

아미야

혹시 박사님이 보낸 통신인가요?

라이디언

확신할 순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박사가 우리에게 보낸 경고일 거야.

아미야

광맥이 고갈됐다니, 설마……

아미야

그런데, 이해가 안 가네요. 우르수스가 이 정보를 철저하게 차단하려 한다고요? 설마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건가요?!

알로이즈

……역시.

알로이즈

광맥 고갈에 관한 소문이 사실이었네……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연달아 발생한 그 모든 이상 현상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은폐하려던 건 바로 이거였어!

라이디언

너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네?

알로이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가정에 불과했어.

알로이즈

하지만 이제는 그게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충분해. 군단의 일부 사람들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도 없고……

알로이즈

지금 이 대지에서 크라이니 세베르보다 더 위험한 곳은 없어. 지금 당장 떠나야 해.

아미야

하지만, 아직 박사님과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요……

알로이즈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는 건, 적어도 정보에 있어서는 그쪽이 우리보다 더 앞서 있다는 뜻이야.

알로이즈

게다가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그들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그냥 시간 낭비야.

라이디언

아미야, 박사는 Mon3tr가 지킬 거야. 대규모 부대보다 오히려 훨씬 눈에 덜 띌 테고.

라이디언

그런데 알로이즈 '중사', 만약 군단이 우르수스를 대표해 이 정보를 차단하려는 거라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가 안전한 곳이라는 네 말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알로이즈

아직도 나를 못 믿네.

아미야

……저희는 확실한 보장이 필요해요.

알로이즈

……

알로이즈

'켈시'.

아미야

……!

알로이즈

얼마 전, 우르수스가 다시 그 이름을 주목하기 시작했어. 수수께끼에 싸인 그 여자가 우르수스, 아니 대륙 전체에 남긴 흔적은 너무 기이해.

알로이즈

우르수스에서 그 여자와 관련된 정보는 거의 최고 기밀이나 다름없어.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켈시가 지금 우르수스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해답해 주길 기대하고 있지.

아미야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뭐죠?

알로이즈

다시 한번 내 소개를 하지……

알로이즈

알로이즈 바실리예브나 고르치코바, 우르수스 근위군 황실 직속 대대의 중위다. 내 상관 중 하나가…… 바로 위트 의장님이지.

알로이즈

내가 크라이니 세베르에 온 건 2가지 임무 때문이야…… 하나는 중앙 광산지구의 변이 감염자 및 관련 사건 조사, 다른 하나는……

알로이즈

……로도스 아일랜드와의 접촉.

아미야

……

알로이즈

나도 알아, 너무 늦었다는 거. 사실 이 비밀은 끝까지 숨기려고 생각했어.

알로이즈

근데, 내게 적의가 있었다면 너희는 진작에 브레스크에서 잡혔을 거야. 믿거나 말거나.

아미야

로도스 아일랜드는 그런 협력 방식을 반기지 않아요. 다만, 당신의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

아미야

일단 논쟁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죠…… 알로이즈 씨, 당신이 준비한 철수 계획은 뭐죠?

알로이즈

네바 호수 남서안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내가 미리 준비해 둔 차량이 있어.

알로이즈

넉넉하진 않지만, 여기 있는 모두를 데려갈 수 있을 거야.

알로이즈

우선 모두를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외곽의 마을에 숨겨두고, 다시 기회를 봐서 모두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보호를 받으며 도시에 들어가게 할 생각이야.

아미야

만트라 씨 말로는, 여기 사람들이 아직 유로지비의 영향을 받고 있대요. 그 사람들을 유로지비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우선이에요.

알로이즈

……유로지비는 찾아냈는데, 해결할 방법은 없다?

알로이즈

아미야, 나는 절대 비극이 발생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사명도 저버릴 순 없어. 우리 중 누군가는 반드시 살아서 이 소식을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전해야 해.

알로이즈

만약 너희가 꼭 모든 사람을 데리고 떠나야겠다고 한다면……

알로이즈

앞으로 딱 1시간만 줄게.

만트라

좋아, 최대한 서둘러 볼게.

만트라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아.

만트라는 최대한 자신의 감각을 방 안의 모든 곳에 투사했다.

거의 모든 생각이 마비되고 아무런 파동도 없을 때, 그녀는 아주 미세한 차이를 포착했다.


베토치키

……할머니……

베토치키

떠나지…… 않을래요? 여기를, 떠나요, 네?

베토치키

하, 할머니가, 일어나면, 모, 모두가…… 함께 가요.

베토치키

우리, 남쪽으로 가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아니면…… 어디든, 좋아요. 여, 여기만, 아니면 돼요……

베토치키

아니라면.

베토치키

……제발요, 네?

베토치키는 할머니라고 믿는 환영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소녀는 만트라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두 손을 꼭 잡고, 뺨을 바짝 갖다 댔다.

소녀의 뺨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서야, 만트라는 그 믿음이 얼마나 소름 돋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음에도 소녀는 멈추지 않았다.

만트라

……

만트라는 조금 전 라이디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베토치키의 부모는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았어. 현재 그 아이의 유일한 가족은 할머니야.”

“광산에는 나댜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호위병들조차 예외 없이.”

“사람들은 유동 의료팀보다 나댜를 훨씬 더 의지해. 아플 때는 위로를 구하고, 마음이 다쳤을 때는 해답을 구하고. 그렇게 나댜의 말에서 묘한 편안함을 얻고.”

“……수상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채야 했어, 그냥 덕망 높은 노인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베토치키

할머니, 제발요……

만트라

……

만트라는 눈앞의 소녀를 주시하며, 자신의 목소리가 천천히 소녀의 머릿속에 울리게 했다.


네 할머니는, 너희가 이곳에서 평안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모든 희망이 사라진 뒤에.

베토치키

누구예요?

베토치키.

베토치키는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에 있는 건 피디아 1명뿐이었다.

베토치키

제, 제 이름을 아세요? 알려준, 적이…… 없는데……

만트라

적어도 이곳에서는 네가 말을 더듬지 말아야 하는데.

만트라

네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구나. 그렇다는 건 네가 받은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지……

만트라

어쩌면 너는 깨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만트라

나댜가 네 가족이니?

베토치키

맞아요, 제…… 할머니세요.

베토치키

저의, 유일한, 가족이기도, 해요.

만트라

확실해?

베토치키

우, 우리, 할머니, 맞아요. 화, 확실해요.

만트라

네 할머니는 모두에게 고통을 인내하라고 할 거야.

만트라

살아갈 의지도 잃게 하고, 스스로 고통을 끝내기 위한 죽음도 택하지 못하게 할 거고.

베토치키

아, 아니에요…… 할머니는, 안 그래요!

베토치키

할머니는, 지쳤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처럼…… 다들 그냥, 지친 것뿐이라고요.

베토치키

우린, 살고 싶어요. 당연히, 살고 싶죠! 하지만 항상, 누군가가 우리를……

베토치키

항상 누군가가……

만트라

누가?

베토치키

가, 감시팀이요.

만트라

너희는 감시팀을 물리쳤잖아.

베토치키

그래도, 호위병이랑…… 연구소, 사람들이 있잖아요.

만트라

그들은 이곳에 없어.

베토치키

저, 저는……

만트라

또 누가 너희를 죽이려 하나?

베토치키

새까만…… 괴물이요……

베토치키

그리고…… 또……

베토치키

이상하네? 생각이 안 나요…… 생각이……

만트라

다시 한번 물어보마.

만트라

네가 손을 잡은 그 사람, 네 가족이 확실하니?


만트라

베토치키, 뒤를 돌아봐.

베토치키는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지 않는 한, 자신이 잡고 있는 차갑고 메마른 손은 영원히 기억 속 모습 그대로일 테니까.

만트라

말해 봐, 뭘 봤어?

안 돼, 안 돼, 절대 돌아보면 안 돼.

베토치키는 자신을 타일렀다.

그러나 결국, 소녀는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는 할머니가 있었다. 자장가를 부르는 할머니가.

베토치키

나댜 할머니를…… 봤어요.

만트라

아니야, 자세히 봐.

눈앞에는 할머니가 있었다. 두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할머니가.

베토치키

저는…… 저는……

[CG: 66_i09]
만트라

이제 뭐가 보이니?

베토치키

동그라미…… 그리고……


[CG: 66_i01]
[CG: 66_i08_1]
베토치키

……붉은빛이요.

베토치키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베토치키

왜……

베토치키

항상 빨갛죠?

[CG: 66_i08_2]

앉아 있는 할머니, 서 있는 할머니, 몸에 기이한 색채가 뒤섞인 할머니.

스스로 죽기를 선택하고, 피바다에 쓰러진 할머니.


까탈스러운 여성

쓰읍, 이 빌어먹을 우르수스 날씨, 정말 추워 죽겠네! 이게 어딜 봐서 가을이야……

까탈스러운 여성

무슨 야외 연회에 잔디도 없고 테이블도 없대? 이봐요, 우릴 여기 불러 놓고 대체 뭘 즐기라는 거죠?

친절한 남성

카시미어에선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즐길 거리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까탈스러운 여성

흥, 목숨 갖고 벌이는 쇼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오면서 본 그 광부들 말인가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던데. 그 정도로는 기사 스포츠에 명함도 못 내밀어요.

친절한 남성

기사 스포츠야 해마다 있고, 해마다 볼 수 있잖습니까. 하지만 여대공 치하의 이 브레제노이에서는, 십수 년 동안 단 한 건의 사형 판결도 없었어요! 이번 기회에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거죠.

까탈스러운 여성

사형이요? 누구요?

친절한 남성

비밀리에 감염자들의 파업을 모의하던 한 쌍의 광부가, 거사를 일으키려다 현장에서 붙잡혔답니다.

까탈스러운 여성

어머, 그렇다면……

친절한 남성

맞습니다. 아주 악질적인 사건이죠. 여대공이 사형 집행서에 서명할 때 눈물까지 흘렸다고 들었습니다.

친절한 남성

그런데, 이곳에서는 감염자에게 인도적 사형을 집행한 전례가 없습니다. 그냥 늪에 묻어버려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러면 이처럼 드물게 내려진 사형 판결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는 거잖아요?

친절한 남성

그래서 저희가 여기 있는 겁니다.

친절한 남성

절차에 따라, 우선 태형을 집행할 겁니다. 듣기로는, 우리처럼 표를 산 귀빈들에게 채찍을 고를 수 있게 해준답니다. 날이 붙은 채찍, 소금물을 묻힌 채찍……

까탈스러운 여성

만약에 힘 조절을 잘못해서 죽어버리면요? 몸에 자란 돌이 우리 앞에서 터져버리면요? 여기 오려고 드레스도 새로 맞췄단 말이에요.

친절한 남성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감염은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아요.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었다면, 아마 자연사하기까지 몇 년은 더 살 수 있었을걸요.

친절한 남성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연회, 피크닉도 아마 준비되었을 겁니다. 아무튼, 곧 보게 되실 겁니다.

친절한 남성

우선 모닥불 쪽으로 가서 몸부터 좀 녹이시죠.

짜증 내는 호위병

숨은 아직 붙어 있어?

당직 호위병

여자, 여자는 계속 불경한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짜증 내는 호위병

남자는?

당직 호위병

어제 혀를 잘랐습니다.

짜증 내는 호위병

여자는 왜 안 잘랐지?

당직 호위병

어제 그 관객들이 자르라는 말을 아, 안 해서……

당직 호위병

여자의 비명을 듣고 싶다고……

짜증 내는 호위병

비명을 질렀어?

당직 호위병

아, 아니요! 비명은 지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계속 그 말만 반복했습니다. “광산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라는……

당직 호위병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조차 없습니다! 미쳐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짜증 내는 호위병

미쳤으니까 사람들의 파업을 선동했겠지.

짜증 내는 호위병

하아, 저 여자 혀도 잘라 버려.

당직 호위병

네!

짜증 내는 호위병

저 아이, 어제도 저기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당직 호위병

맞습니다. 보안관이 저 아이의 부모가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 지켜보게 하라고 했습니다.

짜증 내는 호위병

그럼, 부모가 죽으면 다시 광부 숙소로 돌려보내.

당직 호위병

광산에서 태어났으니, 저 아이도 광부입니다. 부모의 숨이 끊어지면, 부모의 램프와 번호를 이어받아 계속 갱도에 내려가야 합니다.

짜증 내는 호위병

……쟤 손에 램프가 있어? 쟤가 램프 든 거 봤어?

당직 호위병

아, 아니요!

짜증 내는 호위병

그럼 *우르수스 욕설* 다 끝나면 숙소로 돌려보내!


광부

베토치키…… 이거 받아. 버터, 다진 고기, 초콜릿이야…… 그렇지.

광부

어……

광부

오,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 남편이 네 부모를 팔아넘긴 건 절대 아니야! 이건 내가 광산에서 수레를 밀고 직접 번 거야!

광부

이제 할머니와 너, 둘뿐이야.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해, 알겠지?

광부

방금 네 할머니께서 가위를 빌려 갔는데, 안 돌려줘도 된다고 전해 드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날 찾아오고……

광부

힘이 닿는 거라면 뭐든지 도와줄게.

광부

하아, 우리 아이도 살아있었다면, 지금 딱 네 또래였을 텐데.

그 뒤로도 아줌마는 무언가 말을 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할 수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이미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 뒤로 나는 붉은빛을 보았다……

붉은빛이 창백하다 못해 잿빛이 되어버린 플라스틱 위에서 흐르고 있었다.

나는 바깥으로, 그 공터로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할머니였다.

베토치키

아…… 아!

베토치키

아……

어제, 그리고 오늘이 지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의 몸에 있는 그 붉은빛은 끝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그것에도 끝은 있었다. 그것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고, 사람을 죽게 했다.

그래서 나는 사방으로 흘러가는 그 붉은빛을 손으로 붙잡으려 했다. 마치 어릴 때 친구랑 함께 했던 그 놀이처럼.

“손으로 물을 가장 많이 뜬 사람이 가장 많은 행복을 갖는 거야.”

“자루에 바람을 가장 많이 담는 사람이 가장 많은 자유를 갖는 거야.”

베토치키

흑, 흑……

베토치키

안 돼…… 안 돼, 안돼!

나는 잡지 못했다.

나는 잡아야 했다.

나는……

베토치키

할머니……

베토치키

할머니.

차갑게 식어버린 몸이 내 눈앞에서 플라스틱 속으로, 진흙 속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고, '그것'을 보았다.

한 창백한 모습의 환영이 서 있었다.

나는 외쳤다……

“나댜 할머니?”

[CG: 66_i10_1]
나댜?

그래, 그래.

베토치키

……할머니가, 그러셨죠. 인내하고, 용서하라고.

나댜?

살기 위해서라면, 그래야지.

베토치키

그런데 우리는, 계속…… 인내해야, 하나요?

베토치키

지금…… 인내하고, 고통을, 함께 짊어지면, 우린 죽어요. 죽음뿐이에요.

베토치키

인내하는 게, 그저……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위한 건가요?

나댜?

무언가를 갖고자 하는 갈망은 결국 죄악을 잉태할 뿐이야. 지금, 고통에 잠긴 너의 영혼에게 필요한 건 오직 영원한 평안이란다.

나댜?

아가, 이리 오너라.

베토치키

……그럼, 할머니도, 용서했나요?

나댜?

나는 용서했단다.

나댜?

우리는 우르수스가 준 삶을 받아들여야 해. 마치 우르수스가 준 죽음을 받아들이듯이. 선택하지도, 몸부림치지도 말아야 해.

베토치키

엄마를, 아빠를, 죽였어요…… 할머니의, 친자식을, 죽였어요. 그런데도, 용서했다고요?

나댜?

그래, 용서했단다.

베토치키

“용서했다”?

베토치키

……아니요……

베토치키

그럼…… 아니에요.

베토치키

당신은, 나댜 할머니가, 아니에요.

베토치키

하, 할머니는, 요, 용서하지, 않아요. 평안을, 위해서, 요, 용서하지 않아요.

베토치키

할머니는, 용서하지도, 인내하지도 않아요. 할머니는 죽었어요. 진흙 속에…… 묻혔어요.

베토치키

당신은 할머니가 아니에요.

[CG: 66_i10_2]
[CG: 66_i10_1]
나댜?

맞단다.

???

나는……

[CG: 66_i10_2]
???

나는?

???

■■■■, 순종하지 않는 ■■……

???

파멸을…… 향해 ■■■■.

???

■■■.

만트라

베토치키, 물러서!

베토치키

저 사람, 할머니가 아니에요! 나댜 할머니가, 아니에요!

만트라

맞아, 아니야.

베토치키

하지만, 할머니가, 아니면……

베토치키

도대체 누구인가요?


만트라 주변으로 오리지늄 아츠 특유의 빛이 일렁였다. 그 빛 때문에 상대는 본모습을 드러냈다.

[CG: 66_i21]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만트라는 의식 공간을 기반으로 보호막을 구축해, 자신과 눈앞의 존재, 그리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철저히 분리해야 했다.

보호막이 완성될 때까지 만트라는 계속 진실을 전해야 했다.

[CG: 66_i21]
만트라

'유로지비'.

만트라

저게 바로 네가 물었던, 유로지비라는 이름을 가진 데몬의 창조물이야.

만트라

저것도 한때는 인간이었겠지만, 지금은 그 개념과 거리가 멀지.

베토치키

무슨 말인지……

만트라

이해할 필요 없어.

만트라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었지만, 저게 될 뻔한 나조차 저것의 본질은 이해할 수 없으니까.

만트라

너는 단지 잘못된 시점에 저것을 보았고, 저것을 불러냈을 뿐이야. 그게 다야.

베토치키

잘못된 시점이요?

베토치키

그럼……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어요?

???

■■■…… ■■■■, ■■.

만트라

네 잘못이 아니야, 베토치키.

만트라

지금부터는 내게 맡기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