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3불망
Mon3tr는 변이한 맹글러비스트의 고통을 끝내주었고, 세 사람은 연구소로 돌아간다. 한편, 만트라는 마을에서 유로지비의 존재, 그리고 유로지비와 근위병의 관계를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이 난국을 타개할 열쇠를 찾은 듯했다.
- ……
- ……
- 움직임을……
- 멈췄지?
그런 것…… 같아요.
포효, 그리고 그 거친 숨소리도 사라졌어요. 공격이 통한 걸까요?
하지만 아직도 서 있어요. 안 쓰러졌어요……
둘은 가만히 있어! 내가 가서 확인해 볼게.
Mon3tr는 두 사람의 안전을 확인한 뒤, 혼자 앞으로 걸어갔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광기에 사로잡혀 있던 맹글러비스트의 몸에 있던 오리지늄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있었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히 서 있었다. 기이한 앞다리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Mon3tr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Mon3tr는 맹글러비스트를 주의 깊게 살폈다. 원래도 위험한 짐승이긴 하지만, 몸에 생긴 기형적인 변이 때문에 더욱 기괴해 보였다.
오리지늄 때문에 몸이 급격하게 '인간'으로 변해 가고 있어……
엄청 고통스러울 텐데……
- Mon3tr, 조심해!
- 다시 움직인다!
윽……
그러나 예상했던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맹글러비스트는 움직이기는커녕 돌연 앞으로……
푹 꼬꾸라져 앞다리가 다시 바닥에 닿았다.
……
- ……Mon3tr, 이 틈에 빨리 나가자.
- 연구소로 돌아가자. 지금 바로.
아니야, 박사.
- Mon3tr?
녀석의 등이 들썩거려. 아직 숨을 쉬고 있어!
그런데 뭔가…… 되게 고통스러워 보이는데? 잘 모르겠어.
내겐 아미야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없어, 게다가 이 녀석은 그냥 변이된 동물이야.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죽게 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
오리지늄이 녀석의 목을 꿰뚫었어. 아마 안 아픈 곳이 없겠지. 변이된 장기를 도려내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을 테고.
그래서 아까 우릴 공격했을 거야. 아마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것 같아.
- 그럼, 우리가 그 고통을 끝내주자.
좋아.
……
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고통을 끝내줄 수 있어.
그녀는 쓰러진 짐승을 향해 다가가 곁에 멈춰 섰다. 그리고 결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찾아 발톱으로 꾹 눌렀다.
맹글러비스트를 바라보는 Mon3tr의 눈동자는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그리고 마치 최소침습수술을 하듯, 정밀하고 빠르게 이 변이된 짐승의 마지막 숨통을 끊었다.
……가자, 박사.
연구소로 돌아가자.
만트라는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자신의 시야에 비친 광경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의도적인 왜곡이든, 의도치 않게 비친 진실이든.
그래서 계속 듣고 있었다. 군중 속 마지막 기도문이 첫눈처럼 내려앉을 때까지.
유로지비……
'가브리일'.
듣고 있다.
그럼 멈춰라.
멈춰……
이 모든 걸!
멈출 수 없다. 애초에 시작도 안 했으니.
그대가 본 건, 그저 그대의 생각일 뿐.
만트라는 더 이상 소통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그 흔들리고 있는 붉은색, 하얀색, 검은색 선들을 안정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손을 뻗은 순간……
……!
……만트라……
만트라!
……어?
아까부터 미동도 없었어.
당신이 이러는 건 처음 봐…… 무슨 일이야?
너희들은 아무것도 못 들었어?
뭐가 들려?
만트라는 곧바로 대답하진 않았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광부들의 자세가 조금 전과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옆으로 돌아보았다.
알로이즈는 어디 있지?
내 말을 듣고 뛰쳐나갔어.
그러니까, 너는 조금 전에 확실히 우리에게 떠나라고 했네.
맞아. 하지만 왜 떠나라고 소리쳤는지 전혀 기억나질 않아…… 너무 이상해.
정신계 오리지늄 아츠 때문이야.
확실해? 우린 전문 훈련을 받았잖아. 그런 공격에 전혀 무방비 상태였을 리 없어.
라이디언, 단기 기억에 간섭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
어떤 간섭?
내가 할 수 있는 간섭.
한 번은 내가 메커니스트에게 너를 찾아 '덴디'와 '액시'를 빌리는 걸 잊게 한 적이 있어. 그건 본질적으로 기억을 지운 게 아니라, 기억의 형성을 차단한 거야.
기억나…… 당신이 그때 처음 오리지늄 아츠를 쓴 거였지? 대뇌에 정보가 저장되지 않으면 기억의 누락, 즉 망각이 일어나지.
맞아, 그건 네 제안이었어. 인체의 전기 신호에 대한 이해와 응용은 네가 나보다 훨씬 경험이 더 많았으니까.
그럼, 여기 당신과 같은 오리지늄 아츠를 쓰는 자가 있다는 거야?
확실치 않아. 내가 너희들보다 더 많이 보고 들어서 그럴 수도 있어.
그게 무슨 뜻이야?
라이디언, 우르수스의 유로지비가 여기 있을지도 몰라.
유로지비?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뭐? 유로지비가 여기 있다고? 우르수스의 마지막 유로지비는 2년 전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불에 타 죽었잖아. 이렇게 빨리 또 다른 유로지비가 나올 수 있어?
모르겠어. 이제 확인해 봐야지.
만약 정말로 유로지비가 존재하고, 이 무리에 숨어 있었는데 내가 여태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면…… 이건 정말 위험한 상황이야.
다른 사람들한테 경계하라고 전할게, 당신도 조심해.
이 위험은 물리적인 게 아니야. 적어도 아직까지는.
필요하면 즉시 도움을 요청할게.
잊지 마.
만트라는 돌아서서 몇 초 전 붉은빛이 있었던 그 위치로 향했다.
가는 동안, 서로 부대끼던 광부들이 그녀에게 길을 비켜 주거나,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저기, 누구…… 찾으세요?
우린,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떠날 수, 있는 거죠?
우린, 사, 살아남을 수, 있겠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다, 다른, 사람들, 안 떠나고, 싶나 봐요? 비얀 아저씨, 물어봤는데, 안 간대요.
아저씨, 상처가, 썩고, 있는데도…… 더는, 도망치기, 싫대요.
그래도, 사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거, 아닌가요?
……
대답이, 없으시네요……
외지인.
나댜를 만나러 가려는 거지? 그럼 무릎을 꿇고 올려다봐야 해.
나댜를 바라보며, 참회하고 용서를 받아. 그러면 지금까지 몸부림치면서 한 번도 평온을 얻지 못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될 거다.
만트라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리지늄 아츠로 그들과 대화하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알게 될 거야…… 나댜에게 가면 알게 될 거야.
방 안 가장 깊숙한 곳에, 구부정하고 왜소해 보이는 회백색 형체가 마치 조각상처럼 고요히 앉아 있었다.
……유로지비?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 없어! 그놈은 이미 죽었어!
당시 폐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죄를 선고하기 전에, 그놈에게 자기 죄를 변호하도록 허락하셨어.
그 결과, 꼬박 7일! 그놈은 꼬박 7일 동안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않은 채,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궤변만 늘어놓으면서 시간을 끌었어.
심지어 그놈은 제국 의회의 중앙에 서서, 방청하러 온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어……
“그대들을 용서한다”고!
결국 폐하께서 참다못해 직접 사형을 선고했지. 하지만 그놈에게 현혹된 신자들이 형장을 덮치는 바람에,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는 지난 10년 이래 가장 큰 폭동이 일어났어.
그건 우리도 알아.
……
문제는, 만트라가 유로지비라고 말한 이상, 상대가 그럴만한 흔적을 보였다는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지키면서, 만트라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뿐이야.
……
만트라는 광부가 말했던 것처럼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만트라는 역광이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정면을 똑바로 응시했다. 마치 눈앞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한 쌍의 눈동자가 있는 것처럼.
네가 '들린'다는 거, 다 알아.
들리고 말고, 그대의 의문이 들린다.
네가 내 오리지늄 아츠와 화법을 흉내 낸 것만은 아니길 바랄게, 유로지비.
'유로지비'…… 그렇게 불러도 상관없어.
무슨 의미야?
가브리일, 솔로미다, 베스메르트, 아브로라, 나댜…… 그리고 '유로지비'.
모두, 나야.
……대답해, 왜 이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지?
포교 때문에.
나는 이 드넓은 땅을 거닐며,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원할 것이다.
그 또한, 내가 그녀를 보았고, 그녀를 들었기 때문이지.
그녀의 고통이 나를 머물게 했고, 나도 그 때문에 멈춰 섰다.
누구지? 그 '그녀'라는 사람은?
고통받은 한 영혼.
그녀를 속여서 너를 '나댜'라고 부르게 한 건가?
속인 적은 없다.
헛소리.
그녀는 그대처럼 물었고, 나는 나처럼 대답했다.
그뿐이다.
의미 없는 대답이야. 말해, 네 정체는 뭐지?
그대도 나를 봤을 것이다.
내가 본 건 무질서한 환영이야.
맞아, 그게 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지 않아.
설명해.
세상 사람들이 본 내 모습은, 나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기대의 투영일 뿐이다.
모든 영혼 속에서, 오직 그대만이 내 존재의 이유를 이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그대는 미완의 조각상이니까. 그대는 과거에……
'내'가 될 터였던 존재였으니까.
만트라는 눈앞의 기괴한 환영을 노려봤지만, 그 환영에서 자신의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
아주 오래전, 그대는 까맣게 썩은 살점을 도려낸 적이 있었지.
나도 마찬가지다. 놈은 나를 쫓았고, 나는 놈을 쫓았다. 마치 호흡 중간중간에 몸에서 썩은 살점을 도려내듯이.
황당한 비유로군.
아니, 간단한 이치다.
만약 이미 썩어버려, 더 이상 신체의 다른 부분과 숨결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걸 붙잡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그게……
네 기억이야?
하지만, 내 기억이기도……
아니, 근위병…… 너는 근위병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광부들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 있겠지.
그대는 놈을 죽였고, 그대는 내가 되었다.
만약, 이게 우리 사이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신체', '썩은 살점'. 너와 근위병의 관계…… 유로지비는 근위병 실험의 근원인가.
떨리는 환영 속에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반박도, 긍정도 없었다.
만트라는 뒤로 물러나 그림자의 경계를 벗어났다.
……라이디언, 지원이 필요해.
난 여기 있어.
내 추측을 확인했어.
그리고, 추가 정보도……
유로지비가 광부들 사이에 숨어 있었고, 광부들을 도와 근위병을 죽였어.
……알았어.
우리가 뭘 하면 될까?
계속해서 우르수스 다른 지역에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 지원팀에 연락할 방법을 찾아. 그리고 아미야에게는 알로이즈를 잡아 두라 전하고.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날 순 없어. 적어도 광부들을 깨울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엘리시움에게는 내 오리지늄 아츠 범위에 있으라고 전해.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뭘 하려고?
유로지비가 광부들에게 가한 영향을 제거할 거야.
유로지비가 광부들을 조종해서 못 떠나게 한다는 거야?
맞아.
우리는 유로지비를 직접 죽일 수 없지만, 놈은 언제든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죽일 수 있어.
……그럼, 아미야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
그럴지도. 하지만 아미야는 유로지비를 몰라. 아무것도 모르는 아미야를 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
유로지비와 나의 능력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그렇기에 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야.
놈은 타인의 인지에 의해 자신을 형성하고 있어. 놈이 '나댜'라는 정체성을 형성한 핵심을 찾아야만, 유로지비가 가한 영향을 제거할 수 있어.
짐작 가는 대상이 있구나.
……그래.
만트라는 주위의 광부들을 둘러본 뒤, 자기 곁을 지나 유로지비에게로 향하는 어린 소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망연히 중얼거리며, 당황하고 슬퍼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인할 시간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