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비정상 스펙트럼

16-11무덤 앞

메인 스토리작전 후2026-03-19

화재 후의 마을에 도착한 아미야 일행은 라이디언 소대와 합류한다. 일행은 광부들과 마을 주민들을 어떻게 할지 의논한다. 라이디언이 광부들의 의사를 물으러 간 순간,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수상한 낌새를 감지한 만트라가 조사에 나선다.

등장 오퍼레이터: 라이디언, 아미야, 베토치키, 만트라, 엘리시움

알로이즈

발자국은 여기까지야. 이 앞은……

알로이즈

훗, 더는 안 가도 될 것 같아.

아미야

……

아미야

여긴……

아미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르수스 크라이니 세베르

알로이즈

여긴 광부들이 차량을 버린 곳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야. 원래는 뭐라도 물어보려 했는데……

알로이즈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 울타리의 탄 흔적을 보니, 최근에 무슨 일이 발생했나 보네.

알로이즈

빌어먹을…… 또 한발 늦었어.

아미야

……

아미야는 앞으로 더 걸어갔고, 정적에 휩싸인 잔해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올랐던 불길은 사라진 뒤였고, 숲속의 나뭇가지는 쌍둥이 달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앙상했다. 달빛 아래, 폐허는 까맣게 타 있었으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상상했던 마을과 거리가 멀었다.

아미야는 과거에도 비슷한 장면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불안해졌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미야

만트라 씨, 저희……

만트라

(고개를 젓는다)

엘리시움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해 볼게.

아미야

……저도 갈게요.

엘리시움

괜찮아, 금방 다녀올 테니까!

아미야

아니에요, 엘리시움 씨. 다 같이 흩어져서 찾아보죠.

엘리시움

저쪽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엘리시움

저기, 우리는 근처에서 온 구조대야!

마을 주민

……!

엘리시움

이 마을 사람이야? 이 마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마을 주민

젠장! 빌어먹을!

마을 주민

또 왔어! 또 왔다고!

엘리시움

엥…… 분명 구조대라고 했을 텐데? 설마 내 우르수스어 발음이 이상했나?

아미야

아니에요, 아마…… 두려움을 느낀 것 같아요. 저 사람의 감정이 느껴져요.

엘리시움

여기 나타났다는 건 분명 근처에 산다는 거겠지.

엘리시움

어떡하지? 아미야, 쫓아가 볼까?

아미야

(고개를 젓는다)

아미야

성급하게 쫓아가서는 안 돼요. 또 놀랄 수 있으니까요.

아미야

누구예요?

어린 감염자

윽!

아미야

조심……

어린 감염자

죄, 죄송해요!

어린 감염자

저 이, 일부러, 따라온 게, 아니에요!

어린 감염자

당신들이, 입은 옷이…… 언니랑, 비슷하길래, 그래서……

아미야

옷이 비슷해요? 이 로고 말하는 거예요?

어린 감염자

(고개를 끄덕인다)

아미야

그 언니의 이름이 뭐예요?

어린 감염자

세, 세라피나요……

아미야

라이디언 씨의 본명이에요.

엘리시움

그 세라피나라는 사람, 혹시 키가 작고, 팔이 4개 달린 리베리야?

어린 감염자

언니를…… 알아요?

아미야

알아요! 우리는 세라피나 씨의 동료예요. 계속 찾고 있었어요.

아미야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혹시…… 세라피나 씨에게 우리를 안내해 줄 수 있나요?

어린 감염자

저는…… 베토치키예요.

베토치키

저를, 따라오세요.



베토치키

여기…… 불이, 났어요. 남은 사람들, 전부 다, 마을 밖에, 있어요.

베토치키

언니가, 계속 우릴, 도, 도와줬어요. 언니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엘리시움

설마 너희는 중앙 광산지대에서 온 광부들이야?

베토치키

네. 지금, 당신들이 왔고, 도움도 준다니까, 정말, 다행이에요……

베토치키

이제 우린, 사, 살 수, 이, 있을 거예요……

아미야

……

베토치키

다, 다 왔어요. 바로, 앞이에요!



초췌한 광부

누구야……

베토치키

비얀 아저씨? 아직도, 열이, 나잖아요. 문가에…… 앉아 있지, 마세요!

초췌한 광부

열은 나지 않아. 다리의 썩은 부위를 옷으로 꽁꽁 묶어두면 안 아프니까 괜찮아.

초췌한 광부

너는? 또 누굴 데리고 온 거야?

베토치키

이분들, 세라피나 언니, 알아요……

아미야

맞아요. 저희도 세라피나 씨와 같은 제약 회사에서 왔어요. 다른 의도는 없으니, 제발 믿어주세요……

놀란 목소리

아미야?

라이디언

아미야…… 정말 너희구나!

라이디언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어?

아미야

정말 라이디언 씨가……

아미야

드디어 만났네요!

아미야는 며칠째 소식이 끊겼던 동료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도 될지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마음 깊이 스며드는 이 기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오랜만의 재회만큼 반가운 일도, 걱정하던 이가 무사함을 확인하고 느끼는 안도만큼 소중한 감정도 없다.

아미야

저 아이가 라이디언 씨의 이름을 말했을 때 확신이 들진 않았지만, 지금 보니……

아미야

가장 기쁜 소식이었어요.

아미야

라이디언 씨……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아요?

라이디언

나는 괜찮아……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라이디언

라이디언 소대, 전원 9명, 현 시간부로 복귀한다.

아미야

정말 다행이에요……

라이디언

참,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내가 길에 남긴 단서를 발견했다는 거겠지?

만트라

영리한 방법이었다.

라이디언

만트라! 역시 당신도 있었구나.

아미야

라이디언 씨와 연락이 끊기고 나서, 저랑 박사님, 그리고 Mon3tr 씨도 함께 왔어요.

아미야

박사님은 저희가 찾던 그 연구원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어요. 나중에 통신이 복구되면 합류할 수 있을 거예요.

라이디언

박사? 박사도 우르수스에 와있어?

아미야

아무래도 우리 모두 서로에게 궁금한 게 많을 것 같네요……

라이디언

……화재 진압이 끝나고, 렌킨은 일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어.

라이디언

남은 사람들은 가고 싶지 않거나, 더는 갈 수 없는 광부들, 그리고 원래부터 이곳에 살던 마을 주민들이야.

라이디언

정말 유감이야. 막지 못해서……

아미야

그런 일까지 벌어졌을 줄이야……

아미야

그 렌킨이라는 분은 리유니온과 관련이 있나요?

라이디언

아니…… 내가 아는 게 맞다면, 렌킨이 리유니온과 직접 연락한 적은 없어. 우-카 접경지에 리유니온의 거점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게 다야.

라이디언

나도 최근에 크라이니 세베르에 망명한 몇몇 감염자들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었는데, 로도스 아일랜드에도 이런 얘기가 갔었어?

만트라

(고개를 젓는다)

젊은 목소리

잠깐,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리유니온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냥 명분만 앞세워서 맹목적으로 휘두르고 있다는 거야?

라이디언

이쪽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알로이즈

알로이즈 고르치코바, 근위군 선봉대대 중사야. 알로이즈라 부르면 돼.

라이디언

근위군이 여긴 어쩐 일로?

아미야

알로이즈 씨가 저희가 광산에 들어오는 걸 도와줬어요. 중앙 광산지구의 변이 감염자를 조사하러 왔다고 해요.

알로이즈

라이디언, 만나서 영광이야.

알로이즈

너희들의 재회를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알로이즈

혹시 도주한 광부들 중에서 변이 감염자를 본 적 있어?

라이디언

변이 감염자?

알로이즈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라면 알고 있을 텐데.

라이디언

아니…… 적어도 이곳에 남은 사람 중엔 없어. 우리 소대가 검사할 때 네가 말한 그 변이 감염자는 없었어.

알로이즈

이상하네…… 분명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을 텐데. 여기 사람들에게 문제가 없다면, 얼른 떠나간 무리를 쫓아야 해.

알로이즈

그 사람들, 떠나면서 어떤 루트를 통해 우-카 접경지까지 가겠다고 말한 적은 없어? 아니면, 다른 단서라든지?

라이디언

내가 너한테 보고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알로이즈

라이디언, 믿어줘.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야. 변이 감염자에 관한 진실을 밝혀서, 최대한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거지.

알로이즈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역시 감염자의 이익을 지키려는 입장이고.

라이디언

존경하는 근위군 씨, 미안하지만 그 말에는 전혀 설득력이 없어.

라이디언

'타슈겐 광산'에서도, '검은 강 감옥'에서도…… 귀족들이 '감염자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나선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알로이즈

어머, 제3군단이었어……? 너도 우르수스 사람이었구나.

라이디언

옛날얘기야. 지금은 아니지만.

알로이즈

그래…… 네가 이 나라를 싫어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을게.

알로이즈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조국에 충성을 다할 각오를 하고 있어. 네가 피하고자 하는 일, 다른 의미에서 나도 피하고 싶어.

알로이즈

이곳을 떠나 남쪽으로 가고 있는 광부들, 그들이 우-카 접경지에 가는 거라면, 반드시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를 지나게 될 거야.

알로이즈

그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발각되는 즉시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수도에 쳐들어온 반란군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어.

알로이즈

……그렇게 되면, 결말은 뻔하겠지.

아미야

알로이즈 씨, 저는 당신이 하려는 게 협박이 아니라 질문일 줄 알았는데요.

알로이즈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이 친구가 사실대로 말해줬다면, 나도 이렇게 심각하게 나오진 않았겠지. 나는 광부들이 어떻게 탈출했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알로이즈

아직도 숨기는 게 있다면, 너희에게도 그들에게도 좋을 게 없어.

라이디언

내가 본 건 그저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는 감염자들이야. 어느 누구도, 어떤 입장이든 그들을 지적할 권리는 없어.

알로이즈

하아, 역시 안 통하네……

알로이즈

아미야, 여기까지 동행한 정을 봐서라도, 이 고집불통 리베리를 설득해 줄 순 없을까?

아미야

잠깐만요, 알로이즈 씨. 그 전에 더 시급한 일이 있어요.

아미야

여기에 남은 광부와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에요. 물자도, 갈 곳도 없어요.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만 없어요.

아미야

우선 이들의 안전부터 확보한 다음 계획에 관해 얘기하죠.

알로이즈

마을 주민들은 걱정할 필요 없어. 원래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지원을 요청하고 마을을 재건할 계획이었어…… 여대공이 이런 일에는 언제나 관대하거든.

알로이즈

하지만 이 광부들이 처한 상황은 서류 1장으로 해결될 만한 게 아니야.

아미야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도울 거예요.

알로이즈

……좋아, 우리의 협력을 위해 내가 다시 한번 도와줄게.

알로이즈

광부들을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데려가자.

아미야

네……?

알로이즈

그렇게 하자, 광부들을 먼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데려가서 증인으로 세우고, 폐하께 중앙 광산지구의 감염자 변이에 관한 경위와 진실을 보고하는 거야……

알로이즈

그러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는 광부들을 보호할 명분을 갖게 되고, 떠난 광부들을 '섬멸'이 아닌 '저지'할 이유가 생기지. 적어도 여대공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그런 조치가 유지될 거야.

라이디언

그다음에는?

알로이즈

내가 의장을 설득해 폐하께 감염자들의 사면을 청하고, 의료 지원을 명분으로 로도스 아일랜드가 개입할 수 있도록 요청할게.

라이디언

……어쩌면, 네겐 이 광부들이 증인으로 필요할 뿐, 그 여대공을 무너뜨린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라이디언

그게 아니라면, 너희들이 감염자들을 놓아줄 이유가 전혀 없잖아. 난 우르수스를 잘 알아. 그 황제 폐하가 이 얼어붙은 땅에 어떤 온기를 가져오고 싶은 건진 모르겠지만…… 그건 절대 감염자의 것이 아닐 거야.

알로이즈

그 말 취소해.

라이디언

미안하지만, 나도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알로이즈

어떻게 감히……

아미야

……우르수스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알로이즈 씨를 믿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해 온 협력만으로도 그런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합니다.

라이디언

……아미야?

아미야

죄송해요, 알로이즈 씨. 라이디언 씨는 개인적인 우려를 표한 것뿐이에요. 감염자에 대한 우르수스의 태도는, 저희도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으니까요.

만트라

(고개를 끄덕인다)

알로이즈

뭐, 좋아. 방금 그건 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믿어줘서 고마워.

근위군은 두 사람을 향해 과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춘 뒤, 라이디언을 도발하듯 바라보았다.

라이디언

……그럼, 나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을게.

라이디언

너에게 이런 일을 할 권한이 있어, '중사'?

알로이즈

아무래도 네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를 떠난 지 너무 오래돼서, '고르치코바' 라는 성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네.

알로이즈

내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알로이즈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서, 너희는 의료 지원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이디언

……거짓말은 아니네.

알로이즈

물론.

아미야

하지만, 이게 진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해도 우선 광부들의 동의부터 받아야 해요.

라이디언

맞아. 내가 갈게.

라이디언

광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생각을 물어볼게.


라이디언

베토치키, 여기 있었네……

라이디언

모두에게 알려야 해. 우리에게 선택지가 생겼어. 이곳을 떠나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가든지……

베토치키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요?

베토치키

엄마가, 말한 적, 있어요…… 디에티, 그라이퍼, 부르크 거리에, 아카시아, 체리 나무가, 있다고.

베토치키

하늘은, 맑고, 파울비스트는, 둥지를 틀고, 날아가지도, 않는다고요.

베토치키

……그, 그곳엔, 봄이 온다던데. 그,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맞나요?

라이디언

맞아, 그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야. 가고 싶어?

베토치키

가고 싶어요! 저는……

너무 급하게 말한 탓에 차가운 공기가 목으로 들어와 소녀는 목이 건조하고 따끔거렸다.

라이디언

네가 가고 싶은 건 알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베토치키

저는, 광산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어요. 저는……

라이디언

다른 사람들에게도 너처럼 우릴 믿고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가길 원하는지 물어봐야 해.

베토치키

제, 제가, 물어볼게요. 분명, 분명, 원할 거예요!

베토치키

그런데, 언니가 오기…… 전에, 다리야가 그랬어요. 우리는, 도망갈 수 없다고.

베토치키

광산에, 도, 돌아가려 해도, 밖에 사람들이, 막을 거라고. 우릴, 전부…… 태워죽인다고.

베토치키

다리야에게, 알려줄 거예요. 그렇지, 않다고.

라이디언

맞아, 그렇지 않아.

베토치키

다리야! 다리야?

정신이 흐릿한 광부

……

베토치키

다리야, 우리, 같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가요! 언니한테, 방법이, 있대요!

베토치키

모두가, 다…… 다 같이, 가는, 거예요!

베토치키

……다리야?

소녀는 벽에 기대어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피로와 초췌가 그늘처럼 그녀의 앳된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그녀는 숨 쉬고 있었지만, 그저 최소한의 생존 본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베토치키

여…… 여기에…… 나, 남으면, 안 돼요……

베토치키

같이…… 가요…… 제가, 부축할게요! 저를, 잡아요!

정신이 흐릿한 광부

……

베토치키

다리야……!

라이디언

너무 지쳤나 봐. 그냥 쉬게 해. 다른 사람한테 먼저 물어보자……

베토치키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친구의 침묵이 그저 우연이길 바랐다.

베토치키

비얀 아저씨……

그녀는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차례로 흔들어 깨웠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두가 다리야처럼 경직된 채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사람도, 서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경건하게 방 안쪽의 고개를 떨군 노인을 향해 있었다. 마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베토치키는 고개를 들었다. 그 호칭이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베토치키

……할머니?

베토치키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따라 라이디언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시선 끝에서 쉬어버린 목소리가 공간 전체를 감쌌다.

나댜

환영하마……

나댜

한때 우르수스에 이름을 남긴 자여.

후드는 노인의 얼굴을, 그리고 시선마저 가렸다. 그러나 라이디언은 왠지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라이디언

……방금 뭐라고 했어?

알로이즈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이런 방식은 너무 느려.

알로이즈

다들! 내게 모두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제안이 있어.

라이디언

'중사'……

알로이즈

바로, 우리와 함께 크라이니 세베르를 떠나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가는 거야.

알로이즈

거기 가면 제국 의회가 여기 있는 모두를 보호할 거야. 하지만, 다들 증인으로 나서서 여대공의 죄를 증언하고, 여대공에 대한 조사에 협조해야 해.

알로이즈

황제 폐하는, 우르수스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해.

알로이즈

그리고 모든 게 끝나면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이 사람, 이 여자가 소속된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제약 회사가 모두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할 거야.

알로이즈

자, 나를 따라 떠날 사람……

라이디언

저 사람들에게 네 얘기는 들리지 않아.

라이디언

사람들 몸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는……

“묵상.”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섬뜩한 차가움이 라이디언의 대뇌 피질을 파고들어, 제자리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라이디언은 돌연 말하는 것을 망설였다. 방금 전까지 하고 있었던 그 경고를 포함해서.

알로이즈

이게 무슨……

아무리 불규칙한 전기 신호라도 라이디언에게는 항상 부드러웠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것을 자신을 각성시키기 위한 날카로운 칼날로 바꿔야만 했다.

라이디언은 오리지늄 아츠로 자신을 마비시켰다. 보이지도 않고, 이유도 없는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알로이즈

이봐, 이게 어떻게 된……

라이디언

윽……

라이디언

당장…… 도망가!

라이디언

모두를…… 데리고…… 당장 도망가!

“만트라…… 이게 그대가 가진 지금의 이름인가?”


만트라

……

아미야

만트라 씨, 갑자기 한기와 고통이…… 느껴지는데요?

아미야

소용돌이가, 저를 계속 유혹하고……

만트라

아미야, 보지 마, 듣지 마!

아미야

저…… 저는……

만트라

아미야, 오리지늄 아츠로 당장 네 감각을 차단해.

만트라

엘리시움, 너도 마찬가지다. 너희는 여기 있어. 내가 가서 상황을 확인해 볼게.

아미야

만트라 씨!


라이디언

들어오지 마! 뭔가 이상해. 저 사람들에겐 우리 말이 들리지 않아……

만트라

뭐가 됐든……

만트라

저건, 날 불렀어.

만트라

그렇다면, 난 마주할 수밖에 없어.

만트라는 눈을 감았다. 폐쇄된 공간이 의식의 청사진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실내로 들어섰다. 그녀는 이곳의 모든 살아있는 의식을 찾아내, 사람들을 깨워야 했고, 사람들이 '듣게' 만들어야 했다.

적어도, 그렇게 되어야 했다.


[CG: 66_i28]
만트라

아니야……

만트라

……여기 있는 건……

만트라

침묵?

만트라

……?

붉은빛.

눈을 찌르는 붉은빛.

눈 위에 퍼진 핏물 같은 붉은색이 망막 주위에서부터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떴다.


(나지막이 흥얼거린다)

무엇이, 우리를 동등하게 하나?

광부

인내.

광부

믿음.

광부

고통.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사랑이다.

그렇다면, 구원받아야 하는 건 무엇인가?

광부

영혼?

광부

영혼.

광부

영혼!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영혼이다.

구원받아야 하는 건 우리의 몸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다.

사랑과 영혼은 본디 하나다. 사랑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인내하게 하고, 믿게 하고, 짊어지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묵상하고, 타인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다.

사랑을 깨끗하게 하고,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그대를 위해, 그를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모든 생명을 위해……

자신의 삶을 갈망하지 않고, 자신의 죽음 또한 결정하지 않는다.

광부

인내하겠습니다.

광부

믿겠습니다!

광부

짊어지겠습니다……

광부

황제 폐하시여……

“유로지비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