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우정 무리
'국가'의 오염을 피하고자 일행은 우회하여 연구소로 향했고, 가는 도중에 감염자들과 감시팀의 이례적인 충돌을 해결한다. 연구소에 들어선 뒤, 알로이즈와 아미야는 다수의 비감염자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박사와 Mon3tr는 석관의 단서를 알 수도 있는 연구원을 찾아낸다.
우르수스 크라이니 세베르 중앙 광산지구
연구소에 거의 다 왔어요.
근데 오는 내내 계속 조용하던데…… 주변에 정말 사는 사람이 있나요?
여대공이 3일 전에 갑자기 중앙 광산지구 근처 30킬로미터 주민들에게 24시간 안에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크라이니 세베르가 원래 땅이 넓고 인구가 적은 곳이긴 하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주민들을 단시간에 대피시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야.
게다가 사람들에게 함구 명령까지 내렸고……
하지만 소문으로는 이 여대공이 크라이니 세베르에서 절대적인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해. 게다가 이곳에서의 위상은……
이런! 황제 폐하시여, 내가 말실수했군.
- 그래도 여대공이 허락해 줬잖아……
- 우리의 조사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꼭 그렇지도 않아.
아무리 여대공이라고 해도,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온 근위군을 대놓고 거절할 수는 없어.
객관적으로 보면, 지난 몇 년간 여대공은 북방 군단과 의회 사이에서 윤활제 역할을 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대립까지 발전하는 걸 막아왔어.
그건 인정해야 해, 여대공의 수완은 정말 뛰어나.
그런데 여대공이 양측 모두의 신뢰를 얻었다는 건, 반대로 절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다는 얘기야.
- 이런 주제를 얘기하는데도 거리낌이 없구나.
- 우르수스에서 선뜻 입에 담을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하하…… 놀랐어? {@nickname} 박사, 아무래도 우르수스에 오해가 있는 것 같네.
내가 말한 것들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의 귀족 연회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는 잡담에 불과해.
그래도, 그 잡담 속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면 토론에 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물론 잡담은 잡담일 뿐, 만약 누군가가 정말로 거기에서 어떤 출세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믿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다면 얘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 재미있는 관점이네.
아무튼, 여대공이 진짜로 숨기는 게 없는 건지, 아니면 모든 흔적을 완벽하게 숨겼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대공의 명을 받고 변이 감염자를 연구한 곳엔 반드시 무언가 남아있을 거야.
여러분…… 어디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저 앞에 있는 건…… 광부와 감시팀인가요?
-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 다들 준비해.
자, 잠깐!
난 시력이 좋으니까, 한 번 확인해 볼게!
맞고 있는 건…… 감시팀인데?
……뭐라고?
엘리시움이 가리키는 방향 저 멀리서, 두 무리가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들은 다소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감시팀이 자신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감염자 광부들에게 쫓기며 맞고 있었다.
감시팀의 허술한 장비는 전혀 쓸모가 없었고, 광부들은 그들을 쫓으며 몽둥이와 곡괭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으음……
박사, 이런 상황은…… 도와주러 가는 게 맞을까?
- 우선은 일이 더 커지지 않게 해야지.
- 상황을 좀 더 파악해 보자.
그만, 그만해! 멈춰!
왜 이래? 정말 우리를 죽이려고? *우르수스 욕설*, 우르수스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하아…… 하아……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우리를 인간으로 대했던 적은 있나?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고……
우린 어차피 죽은 목숨이야…… 너희도 같이 죽자……
죽어라!
내 손이……
뭐, 뭐야? 괴, 괴물이잖아!
괴물? 하하,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어.
미안한데, 잠깐 멈춰줄 수 없을까? 너희에게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뭐라고? 이 짐승만도 못한 녀석들을 감쌀 생각인가? 너도 우리를 잡으러 온 놈이냐?!
*우르수스 욕설*, 절대 안 되지! 다시는 얌전히 돌아가지 않아!
분노한 광부의 감정은 점점 격해졌고, 곡괭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멈춰.”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자, 분노한 광부는 곡괭이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고, 두 다리는 마치 꽁꽁 묶이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뭐야 이건…… 제길! 이건 무슨 아츠냐?
선생님…… 잠깐 저희랑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미야가 다가가 광부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자, 옷소매에 가려졌던 오리지늄 결정이 드러났다.
보시다시피 저도 감염자입니다. 뒤에 있는 제 동료들도 대부분 감염자고요.
믿어주세요. 저희는 선생님을 해칠 생각이 없어요.
감염자…… 당신들도 감염자인가.
게다가 이 엄청난 오리지늄 아츠까지……
당신들…… 당신들이 바로 '리유니온'이군!
……엥?
아니요…… 저희는 리유니온이 아니에요.
저희는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제약 회사에서 왔어요……
쳇…… 난 또 말로만 듣던 그 리유니온을 만난 줄 알았는데.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감염자들끼리 뭉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지.
- 저기……
- 너희, '리유니온' 얘기를 어디서 들었어?
- 너희가 '리유니온'에 대해 들은 얘기는 뭐야?
렌킨, 렌킨이 말해줬어.
남쪽에, 카시미어와 가까운 곳에 감염자 집단이 있다고 했어. 그 녀석들에겐 자신들만의 구역이 있고, 도움을 청한 감염자들도 받아주고, 감염자를 억압하는 놈들도 쫓아낸다 하더라고.
렌킨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나도 그게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카시미어라니…… 거기까지 얼마나 먼데, 도대체 어떻게 가려는 건지!
그 '렌킨'이라는 분은 리유니온 사람인가요?
그런가?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렌킨은 이곳의 영웅이야. 렌킨이 있을 때 감시팀은 우리를 건드리지도 못했어. 연구소에 끌려간 사람들도 다 렌킨이 구했다던데……
어이! 뭘 자꾸 얘기하는 거야? 저 녀석들이 뭐 하러 왔는지도 모르는데!
아…… 그것도 그러네.
당신들은 이곳에 왜 왔지?
저희의 동료가 이 근처에서 연락이 끊겼어요.
혹시 유동 의료팀을 보셨나요? 9명으로 구성된 소대인데, 저희와 같은 로고의 옷을 입고 있어요. 여기서 의약품을 나눠줬을 텐데……
우리한테 의약품을 나눠준다고……? 그 전설의 산타클로스처럼?
광부들은 마치 엉뚱한 농담이라도 들은 듯 서로 마주 보며 웃어댔다. 하지만 그건 전혀 웃긴 일이 아니었다.
- 이 광산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감시팀을 가리킨다)
*거친 우르수스 욕설*! 이놈들 이거, 다 살인자야. 우리를 죽이려고 했다고! 우리를 가둬놓고 밥도 안 주고 굶겨 죽이려고 했어!
오리지늄을 못 캐냈다고 밥도 안 주는 게 말이 돼? 빌어먹을! 광맥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오리지늄이 나오지 않는 걸 어떡하라고!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그래서 뛰쳐나온 거야. 안 그랬으면 전부 죽었다고!
……그게 사실인가요?
왜, 왜 나한테 물어봐? 뭘 어쩌려고?
광산에 물자가 부족한 건 하루이틀이 아니야! 이번 달에 우리도 고작 빵 몇 개를 배급받은 게 다야! 우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고!
왜, 믿어지지 않아? 맙소사, 황제 폐하시여! 우리가 뭐 할 일이 없어서 이놈들과 척을 지게? 이놈들이 죽으면, 우리가 대신 일해야 하는데?
으악……! 지금 뭐 하는 거야! 알았어! 이제 말 안 할게, 안 할게!
광산 한두 군데만 이런 게 아니야…… 크라이니 세베르의 모든 광산, 우리 모두가 버림받았어.
내가 알기로는 렌킨이 가장 먼저 나서서 여기 경비들을 물리쳤고, 수백 명을 데리고 도망쳤어.
그리고 우리도 도망쳐 나왔어. 우리도 렌킨을 찾아서 같이 떠나려고 했는데, 이미 멀리 도망쳤더라고.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하지? 당신들도 감염자니까 비켜. 저놈들을 죽여버리게!
미안한데…… 내가 솔직히 말해줄게.
너희들이 무슨 이유로 소속된 광산에서 도망쳤는지는 따지지 않을게. 그냥 대피하기 위해서라고 치자.
하지만 너희들이 정말로 이 감시팀을 죽이면, 일만 더 커질 뿐이야.
(알로이즈 씨!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요!)
어라, 여기 곱게 차려입은 관리 나리도 계셨구먼? 빌어먹을, 애초에 당신네가 하는 헛소리를 믿지 말아야 했어!
근위군의 등장은 순식간에 광부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그들은 일제히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하지만 눈앞의 오리지늄 아츠가 두려웠는지 선뜻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방금까지 도망치고 있던 감시팀은 알로이즈를 보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모두 그녀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상황은 삽시간에 곤란해졌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가기 어려울 것 같네?
- 현 상황은 우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좋아……
근위군은 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글 몇 줄을 휘갈겨 쓴 다음, 정교한 봉투에 담아 맨 앞에 선 광부에게 건넸다.
잘 들어, 우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있어.
이 편지를 잘 챙겨. 봉투에 있는 인장만 있으면, 감시팀이 더 이상 너희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너희가 먼저 감시팀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그리고 북쪽으로 가. 브레스크 초소에 가서 호위병에게 이 편지를 건네. 그러면 너희를 임시 수용소에 데려다 줄 거야…… 그 후의 일은 그 후에 가봐야 알겠지만.
날 믿어. 이게 이 일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교환 조건으로, 이 재수 없는 놈들은 보내줄 수 없을까?
……
아니요, 안 됩니다!
이 광부들을 데려가지 않으면, 저희도 징계를 받게 됩니다!
그만해…… 목숨이 날아갈 판에.
……우리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하지?
달리 믿을 사람이 있어?
알로이즈 씨……!
우린……
당신이 말한 그 수용소에 가면 빵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 빵은 차고 넘치니까.
……
선두에 선 광부가 봉투를 받아 들고는 몸을 돌려 다른 광부들과 조용히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내 의견을 모았고, 아무런 망설임이나 주저함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지어 북쪽으로 향했다. 마치 갱도에 들어가던 그 수많은 날처럼.
광부들의 행렬은 막사 사이의 좁은 틈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고, 아미야는 그들이 떠나간 방향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의 결과야.
저도 알아요, 박사님.
우리가……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저희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당신은 돌아서서 다소 경솔해 보이지만, 항상 예리하게 그리고 자주적으로 개입해 오는 근위군을 바라보았다.
- 광산의 물자 부족이라니, 금시초문이야.
- 이건 정상적인 통제가 아니야.
그래……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하지만 날 믿어, 나도 너처럼 아는 게 많지 않고, 나도 너처럼 의문이 많아.
연구소가 바로 코앞이야. 가서 답을 찾아보자.
박사님, 가시죠.
우르수스, 크라이니 세베르 중앙 광산지구 연구소
복도에서, 눈에 보이는 끝자락이 발걸음의 메아리를 모조리 삼켜버렸다.
기울어진 벽은 차갑고 위엄 어린 기세로 바닥의 모든 것을 압박하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고 또 낮추게 만들었다.
(작은 목소리로) 너무 조용하네요……
그것 보다, 이곳에는 감염자나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
- 무슨 뜻이지?
난 군단이 관리하는 연구소에 가본 적이 있어, 거긴 오가는 사람도 많고 정말 어수선했지. 자리가 없는 병상은 복도에 마구 놓여 있어서, 무슨 야전병원 같았어.
그곳의 감염자는 소리치고, 비명 지르고, 고통에 신음했지만, 적어도 살아는 있었어. 그런데 여기는……
쯧, 완전히 달라.
- 복도에 싸운 흔적이 있네.
- 연구소가 약탈당했나?
광산에 들어와서 파악한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광산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졌던 것 같아요.
만약 연구소에 있던 변이 감염자들이 다 도망친 거라면……
광산에 있는 병사들의 심각한 직무 유기겠지. 여기 관리자도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어쩌면 브레제노이 전체에 변화가 생길지도 몰라……
- 광부가 이곳에 왔었다면 단서가 남았을 거야.
- 연구소 구조를 파악해야 해.
이 연구소의 평면도는 없지만, 이런 건축물의 패턴은 대부분 비슷해.
아마 거의 다 회랑 구조에, 네 면에 같은 규격의 방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을 거야. 층마다 상황을 살피기 위한 폐쇄형 전망대가 있을 거고.
너희가 전에 말했던 '생체 신호'의 구체적인 위치가 어디지?
(침묵한다)
미안하지만, 신호가 이 건물의 어느 방에서 나왔는 것까지는 알 수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일정 범위 안의 신호 파동을 감지하는 게 전부야. 실제로 도착해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지금처럼.
뭐 괜찮아, 그냥 물어본 거니까.
연구소가 넓어. 나는 아래층부터 보고 올게…… 효율을 위해서라도 따로 움직이는 게 어때?
- 여기서 혼자 움직이는 건 안전하지 않아.
- (아미야에게 눈짓한다)
……!
아, 알로이즈 씨, 그럼 제가 같이 갈게요.
그래, 좋아.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나야 고맙지.
- 그럼 Mon3tr랑 나는 위층을 확인할게.
- 만트라, 너희 소대는 입구층을 확인해 줘.
- 연락은 계속하고.
- 안전이 최우선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여기는 너무 음침한 느낌인데. 게다가 우르수스의 연구소니까, 이상한 것들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사람과 버든비스트를 붙여놓은 생체실험이라든가……
Mon3tr, 무슨 일이 생기면 박사를 데리고 도망쳐. 무리하지 말고!
……나도 알아!
- 만트라.
- 상황을 보고해.
라져.
이쪽에는 특별한 발견이 없어.
아미야의 위치는 추적할 수 있어. 아미야는 안전해.
- 그 '생체 신호' 말이야.
- 사실은 구체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거지?
4층, 갱도 옆, 타깃은 움직임이 없어.
에엥?
팀장, 나까지 속인 거야?!
- 다른 사람을 경계해야 하니까.
- 너는 연기에 소질이 없잖아.
- Mon3tr가 말한 크세니야였으면 좋겠는데.
박사, 서둘러야 해. 타깃의 생체 신호가 불안정해.
알로이즈 씨, 이 밑에서 뭔가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네요……
우르수스에 있는 대부분의 정부 건물은 '비밀 작업'을 위해 동일한 제식 구조를 사용해.
이 연구소가 확실히 구역의 기능 구분 때문에 정말 내가 봤던 건물들과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면, 지하실에 뭐라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서 도망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 말은, 지하실이 시체안치소라는 건가요?
임시 안치소야. 중증 감염자의 시체를 처리하는 소각로도 있어.
흥.
역시.
시신 냉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은 중단됐지만, 지하실 온도는 여전히 눈 내리는 실외보다 더 낮았다.
젊은 근위군의 손이 관 위를 스치듯 지나가자, 응결된 서리도 함께 흩어졌다.
이 관은 모두 사용했던 것들이야. 아마도 대피 직전에 에너지 공급이 중단된 것 같아. 아미야, 오른쪽 끝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열어서 확인……
알로이즈 씨!
왜?
아, 내가 너무 무심했네. 너는 시체를 본 적이 없을 텐데…… 이렇게 하자, 너는 올라가 사람들을 불러와. 무리하지 않아도 돼.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요!
감염자의 시체가 매우 위험해요. 시체가 붕괴되면, 격리 작용을 하는 관뚜껑이 열리는 순간, 오리지늄 분진이 사방으로 흩어……
근위군은 아미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관을 열었다.
흩어져 나온 분진은 없었지만, 알로이즈의 표정은 굳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
알로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관뚜껑을 하나둘씩 열어갔다.
이 시체들에……
감염자는 없어.
……
기다려, 가까이 오지 마, 아미야.
이 연구소는 비감염자를 상대로 생체 실험을 자행한 게 틀림없어…… 내가 알 수 있는 건 이것뿐이고, 너도 이 정도만 알아 두면 돼.
직접 확인할 필요는…… 없어.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도 직접 봐야겠어요.
사실 아미야는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연구소에 발을 들인 그 순간부터, 서글픈 기운이 그녀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서늘하고 끈적했다. 고통은 모든 벽에 달라붙어 있었고, 인간의 연약한 손톱으로는 석재나 강철에 어떤 흔적도 남길 수 없었다. 피 역시 그러했다.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증오뿐이었다.
아미야는 자신을 향해 뻗어 오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을 애써 무시했다. 정적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가슴 깊숙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
십여 구의 시신, 모두 비슷한 참상이었다.
모든 시신은 해괴한 형태로 뒤틀려 있었다. 피부가 찢어지고 내장과 골격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 거의 사람의 형체를 잃고 있었다.
그들의 몸 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주입된 것 같았고, 그 에너지는 안에서부터 사람의 몸을 비틀어 파괴해 바깥으로 나온 것 같았다.
이런 과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그들이 생전에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괘, 괜찮아?
아미야가 느낀 건 두려움이 아니었다.
분노.
그녀가 느낀 건 분노뿐이었다.
……만트라 씨……
거의 기다릴 필요도 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곧장 화답했다.
듣고 있어.
아미야, 뭐라도 찾았어?
지금 알로이즈 씨와 함께 연구소 지하에 있는 시체안치실에 있어요. 확실한 건, 연구소에서 생체 실험이 자행됐다는 점입니다. 실험 수단은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발견한 피해자는 전부 비감염자예요. 아직 감염자 변이에 관한 단서는 찾지 못했어요……
……
알았어, 박사한테 전달하지.
조심해, 계속 연락하고.
우리의 우려가 이제 거의 확실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여기, 아니 어쩌면 크라이니 세베르 전체의 상황이 저희가 얻은 정보보다 더 심각할지도 몰라요.
저를 괴롭히는 연구소 안의 이 강렬한 감정, 오면서 보고 들은 것들…… 감시팀을 쫓던 감염자들, 근위병으로 인한 오염……
모든 일이 증명하듯, 여기서 일어난 사고는 감염자 변이 하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 아미야가 뭔가를 찾아냈어.
- 이 연구소에서 불법 생체 실험이 있었던 게 확실해.
- 하지만 감염자 변이의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아.
- 타깃이 누구든, 뭔가를 알고 있을 게 분명해.
응…… 그런데 그 사람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갱도 쪽 방을 죄다 열어봤지만 아무도 없잖아.
- 문이 잠겨있던 방은?
마찬가지였어. 자물쇠가 구식이라 비틀면 바로 열렸거든.
문이 잠겨 있든 아니든, 모든 방에는 그저 빈 침대, 수납장, 계산지 같은 물건들밖에 없었어.
설마 이미 떠난 건가?
- 우리가 잘못된 곳을 찾았던 것일 수도 있어.
무슨 뜻이야?
- 알로이즈가 연구소의 모든 층에 폐쇄된 전망대가 있다고 했잖아.
난 못 봤는데……
아니지, 이건 말도 안 돼. 회랑의 네 면은 다 방이었고, 우린 모든 방을 열어봤어. 이 수상한 건물에 전망대가 있을 만한 여유 공간은 전혀 없어!
- 그렇다면 갱도 쪽을 향한 방일 수도 있어……
- 우리가 모르는 비밀 문이 있을 수도 있어.
- 어느 방 안에 숨겨진 공간.
……?……
어디선가 쉰 듯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그 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듣는 이의 발목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타고 올라 뒤통수를 싸늘하게 했다.
인간이 내는 소리 같았지만, 제대로 식별할 수 없었다.
……
- Mon3tr, 들었어?
- 소리가 들려.
(작은 목소리로) 나도 들었어. 앞쪽이야. 저 방은 아직 기억해.
등이 고장 난 방이야. 박사, 내 뒤에서 따라와.
그 문 뒤에는 숨겨진 또 다른 문이 있었고, 그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한때는 손잡이에 사람의 체온이 닿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완전히 차가워져 있었다.
Mon3tr는 그 작은 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방문객을 맞이한 건 눈에 들어온 희미한 촛불이었다.
방은 촛불로 가득했고, 가장 먼저 포착된 것은 사람의 소리가 아닌, 끈적한 액체 소리였다.
불에 타 유체가 된 기름이 바닥에 흘러내렸고, 검붉으면서도 불규칙적인 자국에 녹아들며 흩어져 있는 종이를 물들어 갔다.
종이 위…… 몇몇 손자국 옆에는 휘갈겨 쓴 수식들이 있었는데, 마치 손을 떨면서 쓰인,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절규 같았다.
의미 없어. 다…… 의미 없어.
위대한 우르수스는 모든 걸 가졌지만, 이 광활한 땅에는 아무것도 없어……
오직 이 어쩔 수 없는 재난만이 있을 뿐.
아아…… 일리아 선생님……
당신이 옳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옳았어요, 정말 그 말이 맞았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에 계시냐고요?
저도 노력했어요…… 열심히 노력했어요!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사실 저는 선생님을 찾아가려 했어요. 정말 그러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저는 모든 것을 다 가져가야만 해요. 모든 걸 다…… 가져갈 거예요.
그리고 나서……
당신을 만나러 갈 겁니다.
……
여자가 손을 뻗어 종이 한 장을 주워 촛불을 이용해 불을 붙였다.
불꽃은 금세 종이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그녀는 탐욕스럽게 그 불빛을 응시하고 있었고, 자신의 곁에 다가온 '동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크세니야!
너, 크세니야 맞지?
Mon3tr는 활활 타오르는 종이를 맨손으로 움켜쥐며 불을 꺼버렸다.
가까이 달려간 후에야, 그녀는 여자가 힘없이 주저앉은 곳 주변에 케이블이 잔뜩 깔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케이블들은 어디로 연결된 걸까? 그들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것들은 불길로 인해 또 어떤 결과를 일으켰을까?
- 아까 '일리아'라고 하지 않았어?
나도 그렇게 들었어!
크세니야, 너 맞아? 다 컸네, 몰라보겠어……
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망치지 않았어?
……
외부 소리에 반응이 없어, 해리 상태에 빠진 것 같아.
- 옆으로 데려와서 계속 이름을 불러봐.
크세니야! 우리는……
나는……
저는……
찾아갈 거예요……
- 바닥의 이 종이들은……?
당신은 그녀의 발밑에 떨어진 종이를 모두 주워 촛불을 빌려 한 장씩 읽어보았다.
당신의 예상과 달리, 종이에 있던 건 실패한 수식이 아니었다. 게다가 단순한 백지도 아니었다. 위에는 뜻이 분명하고 문법이 정확한 우르수스어 문장들이 적혀있었다.
내가 이걸 남기는 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알리기 위함이 아니다.
나에게든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에게든, 글을 남기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단지 내 추억과 후회를 무덤까지 가져가기 위해서다.
나는 석관 연구가 위대한 프로젝트이며, 수십만의 사람들에게 청정에너지를 가져다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결국 인류 자신의 분열로 꺼지고 말았다.
나는 아는 게 적어서 운 좋게도 그 불공평한 학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행운 역시 공평한 게 아니었다. 그 대가로 나는 여생을 두려움과 평범함 속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갈 곳도, 돌아갈 집도 없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재능도 쓸모가 없어졌고, 나는 평생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 ……
……크세니야.
나 Mon3tr야. 켈시…… 켈시를 기억해? 나는……
크세니야!
혁신적인 일을 실현할 기회 앞에서도, 우리는 늘 여러 가지 이유로 주저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헛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오래전 책에서 읽었던, 그 당시 내가 비웃었던 말의 의미를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르수스의 모든 것에 오랫동안 비애와 불공평이 뒤따랐던 것은, 우리가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에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진리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었는지는 상관없다. 이 뒤처짐은 영감의 불길을 무자비하게 꺼버릴 것이다.”
- 이건 유서 같은데.
아직도 반응이 없어. 거기에 석관이 체르노보그에서 어디로 옮겨졌는지 적혀 있어?
- 아니, 하지만 어떤 물질에 관한 연구는 언급돼 있어.
- 우르수스의 감염자 변이에 관한 설명 같아.
'오카'는 원래 이러한 전환점이었으나, 그마저도 내 인생에서 흘러간 다른 기회들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내 연구 방향이 또 틀린 걸까? 아니면, 이 광산에서 이유 없이 나타난, 기적과도 같은 물질에 정말 아무런 특별함도 없었던 걸까?
이 물질은 분명 에너지를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미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더 가혹하게 괴롭혀 미치게 만들고,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 하며, 심지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도 이루게 했다.
나는 아직 이 물질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고통을 더하는 원흉이 되고 싶지는 않다! 다행히 계속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여기서 끝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시인과 같은 추상적인 추측일 뿐이다……
'오카'는 단지 우르수스의 본질 속에 깊이 파묻힌 지층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신이 경멸하는 자의 고통을 즐긴다. 당당하고도 무해한 듯한 모습으로.
그만하자. 인위적인 재난에 자신에 대한 거짓된 인식을 덧붙이는 일은 그만 하자, 크세니야.
너는 또다시 비열하게 살아남았을 뿐이다. 너는 20년 전, 그 군대의 손에 죽거나 분노한 감염자들의 손에 죽었어야 했다.
이제는 정말 끝이다.
……크세니야……
- 틀림없어, 이 여자는 크세니야가 맞아.
- '오카'는 무엇일까?
'오카'는……
크세니야?
……근위병을…… 죽일 수 있어요……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