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4고공 저지 작전
테레시아가 조종하는 비행선이 '암나남'에 충돌하려는 그때, W와 박사 일행이 비행선에 올라 테레시아와 '암나남'의 계획을 막으려 한다.
더 샤드 빌딩 내부에는 또다시 혼자가 된 연분홍 단발의 살카즈가 서 있었다.
이곳은 최전선이라 부를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전쟁의 소리는 계곡과 성벽, 그리고 결정의 폭풍과 피의 그물을 뚫고 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오리지늄 화포는 죽음의 비를 퍼부었고, 군단 캐스터들은 주문을 영창했으며, 전차의 캐터필러는 결정의 파도를 짓뭉갰고, 이가 빠진 검과 칼들이 진흙으로 떨어졌다.
수백 년 동안 들어왔던 전쟁의 소리는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가 과거 가해자들의 고향으로 총성을 이끌고 왔다는 것이다.
우르수스의 황제가 우리 사절단과의 접견을 거부하였으며, 여전히 카즈델을 독립된 적대 정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사르곤으로 보낸 사절단은 아직 답장이 없으며, 라이타니엔의 그 선제후는 적극적인 교류 의향을 밝혀왔습니다……
전장에 황금 빛줄기가 나타나고 나서, 대공작들의 진격 의도가 명확해졌습니다. 현재, 저희의 외곽 전선은 축소되고 있습니다……
단말기에서는 이 전쟁을 일으킨 자에게 계속해서 각 전선의 최신 동향에 대해 충실하게 보고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전쟁의 저울은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으며, 굴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저울추가 되어 기우는 방향을 바꾸려 애쓰고 있었다.
……
등을 늘 꼿꼿하게 피고 다니는 테레시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이 쉽게 피곤해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원받았든 죽임을 당했든, 축적된 과거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테레시스는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망각한 적이 없다. 특히,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들이지는 요즘 같은 상황에는 더더욱.
전하, 전선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빅토리아 국검이 작동했고, '암나남'의 공세를 막아냈다고 합니다.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맨프레드 장군 역시 '라이프 스파인'의 탈환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
베헤모스의 해골은 지금 누가 제어하고 있지? 마지막으로 그것을 목격한 위치는 어디인가?
용병 소대라고 합니다. 고해신부의 보고에 따르면,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조직의 핵심 멤버가 그들을 지휘하고 있다고 합니다.
로도스 아일랜드…… 그렇다면, 그자도 있겠군.
……
장군님, '라이프 스파인'이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비행선과 더 샤드 빌딩에 위협이 될 것입니다.
상관없다. 테레시아를 믿어라.
놈들이 감히 더 샤드 빌딩에 접근한다면……
내 검이 약속된 심판을 내릴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붉은색으로 물든 런디니움 하늘의 영원히 흩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구름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으며, 수많은 가지와 덩굴에 덕분에 결정은 마치 나무에 맺힌 열매처럼 보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이 순간, 그는 오직 이 순간만큼은 미래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비행선의 기나긴 선회와 탐색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고, 거대한 주술 구조물이 또 한 번 더 샤드 빌딩의 상공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항행 중인 비행선 내, 연분홍 장발의 살카즈가 홀로 복도에 서 있었다.
마침내 그녀의 시선이 더 샤드 빌딩에서 옮겨졌고, 다시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테레시아의 시선은 비행선의 그림자 속, 이미 수없이 보아왔던 대지를 향해 있었다.
가슴이 찢기는 듯한 고통과 절망이 대지에 여전히 퍼져 있었다. 지금 이곳의 모습이 그녀가 카즈델을 떠날 때의 모습과…… 다른 점이 있을까?
비행선 주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곁을 맴돌았다.
테레시아, 느껴진다…… 그 '마왕'이 여전히 우리를 쫓고 있다.
……쉽게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야.
……훗.
레버넌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비행선은 마지막 가속을 시작했다.
원점이 가까워져 왔다.
환상의 너울거림이 갑자기 닥쳐왔고, 시간과 공간의 난류가 비행선을 휩쓸었다.
놈들이 왔다……
그리고 이 작은 불꽃은 우리를 위해 이 부패한 것들을 태워 없애주겠지.
그렇다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이 뼈다귀, 진짜 이렇게 운전하는 거 맞아?!
이 뼈다귀가 우리말을 고분고분하게 듣고 있는 게 외드레르의 설득 덕분이라고?
외드레르에게 물어보던가.
말 한마디 온전히 못 하는 녀석한테 묻기는 뭘 묻는다는 거야?
그럼 그냥 믿으면 되잖아.
……쳇. 놓친 절차나 없길 바라야겠네.
그러고 보니 뼈다귀도 다시 손에 넣었는데, 이제 최초에 세웠던 계획을 실행해야 되는 거 아니야?
폭탄으로 가득 찬 이 커다란 녀석으로 더 샤드 빌딩과 테레시스를 하늘로 날려버리는 그 계획 말이야.
-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
- 현재 '암나남'의 상태는 어때?
창밖을 보니, 폭풍은 어느새 멈춰 있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새빨간 색이었다.
마치 하늘에 난 상처인 듯, '암나남'은 더 샤드 빌딩 위로 높이 떠 있었다.
비행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고대 유적을 향해 곧장 날아가, 이 대지의 가장 심오한 비밀에 다가가고 있었다.
- 비행선이 '암나남'을 향해 날아가고 있네.
- 테레시스가 비행선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겠군.
무기로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명이 있다는 거야.
- 설마 저 '오리지늄'을 들이받으려고?
- '암나남'의 내부에는 뭐가 있지?
……
쯧쯧, 이 녀석의 말은 테레시스를 죽이기 전에 먼저 비행선부터 해결해야 된다는 의미야.
안 그래, 할망구?
그래.
그럼 먼저 비행선부터 떨어뜨리자고.
- 비행선을 조종하고 있는 건 누구야?
- 테레시스가 믿는 사람이 있긴 해?
……뭐?
전 느낄 수 있어요……
……테레시아 씨가 저곳에 있는 거죠?
……맞아.
만약 우리가 비행선을 추격한다면, 다음 전투에서 분명 마주하게 되겠지.
우리는 그녀를……
하하핫.
그러니까, 전하를 죽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지?
……
그게…… 필수라면.
정말 대단하네.
난 네가 전하랑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켈시, 너 지금까지 이딴 식으로 저울질을 해왔던 거지? 문명이라든지, 대지라든지…… 이런 것들을 위해서라면 넌 그 누구라도 죽일 수 있어.
설령…… 그 사람이 테레시아라고 해도.
……
흥.
하지만 난 너와는 달라, 켈시.
난 영혼들로부터 전하를 구하고 이 모든 것을 끝내겠어. 너희들이 안 한다면, 나 혼자 할 거야.
두고 봐…… 두고 보라고.
더 이상의 배신은 없어.
박사,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그러니 앞으로 작전 지휘는 전부 너한테 맡길게.
- 알았어.
- 맡겨만 둬.
듣기 좋은 말만 하지 말고, 저 비행선을 대체 어떻게 처치할 거냐고? 이 뼈다귀에 있는 무기로는 아무리 봐도 부족한데 말이야.
- '처치'가 아니라 '운반'이야.
- '라이프 스파인'의 힘으로 전송하는 거지.
그게 가능해? 이 뼈다귀만큼이나 큰 비행선 같은데?
어째 너의 전술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는데.
- 안정성을 추구할 여유가 없으니까.
- 이게 마지막 기회야.
유일한 방법인 데다가, 시도해 볼 만한 가치도 있다.
비행선의 포화로부터 해골은 최대한 보호해 보도록 하지.
비행선에 닿을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으니까 말이야.
전 박사님을 믿어요. 저도 로고스 씨를 도울게요.
모두가 이 계획에 동의했으니, W……
- '라이프 스파인'을 비행선 위로 몰아.
하…… 그러니까 꼭 내가 겁이라도 먹은 것 같잖아.
어이, 뼈다귀! 일어나! 지금 출발할 거야!
다들 꽉 잡아!
환상이 걷히고 잔물결도 서서히 사라졌다.
한순간이었지만, 그들의 발밑에는……
조심하……
들끓는 주술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파멸의 에너지는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씻어냈다.
비행선의 대응이 빨라요! 저희가 뒤따라올 것을 대비한 것 같아요!
빛이 경로 상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려고 하기 전에 은빛 주문들이 떠올랐다. 이 글자들은 마치 인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술의 홍수를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모든 아츠는 오직 내가 정한 길로 나아가리라.”
각도가 어긋난 파멸의 에너지는 아슬아슬하게 베헤모스의 뼈 사이로 지나갔고, 새하얀 뼈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에너지가 점점 사라지면서 주포의 사격도 겨우 멈췄다.
비행선 안의 주술 배열이 레버넌트의 아츠를 증폭시키고 있군. 다음의 주포 공격은 막을 수 없을 거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 비행선에 접근시키도록.
수많은 주술 드론이 떠올랐고, 피에 물든 로브를 입은 위츨링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것들은 전부 해골을 향해 덤벼들었다.
놈들의 반응이 엄청 빨라! 그나저나 정말 무자비하네…… 이 뼈다귀는 놈들의 보물 아니었어?
테레시스는 우리를 뼈다귀랑 같이 증발시켜 버리려는 건가?
W 씨, 아직 좀 부족해요. 이 거리에서는 비행선에 '라이프 스파인'을 연결할 수 없어요!
안 돼! 비행선의 화력이 너무 강해서 이 이상 접근한다면 위험할지도 몰라!
훗, 너희들 설마 짜릿한 걸 원하는 거야?
그렇다면…… 가자!
거대한 폭발음, 거대한 비명.
커다란 해골이 그대로 비행선 장갑에 부딪혔다.
힘껏 뻗어 나간 남보라빛 신경 다발이 모든 것에 달라붙으며 비행선을 감싸 안았다. 이 과정에서 부서진 뼈들은 아래로 떨어져 덩굴 속으로 사라졌다.
레버넌트가 포효했다. 육체의 속박은 레버넌트를 분노케 했으며, 이러한 대담함과 불경함이 그것을 더욱 발광하게 만들었다.
아직 비행선의 갑판을 밟지 않았음에도, 레버넌트의 비명은 모든 살카즈의 가슴에 꽂혀왔다.
너희들이 막은 게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레버넌트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비행선을 잡는 데 성공했어!
- W, 빨리 날아가.
- 비행선을 끌고 간다.
일일이 지시하지 마!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
뼈다귀! 이제 네 차례야! 빨리 움직여!
잠깐만…… 이거 왜 안 움직이는 거야?!
뼈다귀! 반응 좀 해 봐!
베헤모스의 해골에 손상이 심해서, 영혼이 다시 떠나버린 것 같네요……
하필 이럴 때?!!
이러다가는 오히려 해골이 비행선에게 끌려갈 수도 있어요!
박사님, 이제 어쩌면 좋죠?
- 백병전이야.
- 우리가 비행선을 막아야지.
이야, 역시 전술이 점점 대담해지는데? 정말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야.
- 아미야, 켈시, 레베넌트를 가장 잘 아는 건 너희야.
네, 저는 준비가 되었어요.
- W, 네 폭탄은 적의 홈에서 더 효과적이고.
말 안 해도 알아.
- 로고스, '라이프 스파인'을 지켜줘.
30분 동안, 그 어떤 적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지.
박사, 넌 우리와 함께 비행선으로 가줬으면 해.
- 알았어.
……망설이지도,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군.
- 아직은 때가 아니잖아?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결정했으면 빨리 움직이자고!
꼬마 토끼, 우린 이 신경 다발을 타고 간다. 위츨링들의 사정거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
네, 저 유탄들은 제가 요격하도록 할게요.
박사님, 켈시 선생님, 상륙 장소는 저희가 정리하도록 할게요.
조심해 주세요.
Mon3tr.
(즐거운 듯) 그르르르……
꽉 잡아, 박사.
……오직 너만이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있어. 어쩌면 우리가 어려울 때 마지막 희망이 되어줄지도 몰라.
예전의 너처럼 말이야.
Mon3tr가 당신을 껴안고 뛰어내리자, 느껴지는 무중력감과 거센 바람에 눈을 뜰 수 없었다.
로고스의 주문과 W의 웃음소리, 그리고 살카즈의 드론이 폭발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무중력감이 사라지자,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박사님.
도착했어요.
……
아무래도 어떤 늙다리가 우리한테 인사하러 온 것 같네.
이 비행선이 레버넌트라고 했지? 이 녀석, 자기 머리 위에 누가 서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네.
금속벽에서 튀어나온 이상한 그림자가 순식간에 비행선의 갑판을 가득 메웠다.
미약한 진동과 수축하는 리듬은 레버넌트의 호흡 그 자체였다.
……
이건 레버넌트의 피조물이에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군요. 아무래도 저희가 비행선을 멈추는 것을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으려는 것 같네요.
간단해. 멈출 때까지 패는 거야.
이번엔 가지고 온 폭탄의 양도 충분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