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외곽 방어선 돌파
백병전 계획은 레버넌트에 의해 무산되고, 일행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W는 비행선에서 떨어질 뻔한 박사를 구했지만, 켈시는 홀로 갇히게 된다.
또 있어? 다음으로 산산조각이 날 그림자는 누구야?
……
쳇, 정말 있네.
W 씨, 그림자는 그저 레버넌트의 힘이 투영된 것일 뿐이니, 수를 줄여봤자 의미가 없어요.
레버넌트가 이 비행선에 깃들어 있는 한, 피조물은 계속해서 나올 거예요.
이건 그저 레버넌트가 시간을 끄는 수단일 뿐이에요.
그럼 레버넌트가 더는 참지 못하고 영혼이 빠져나올 때까지 비행선에 구멍이나 더 내는 건 어때?
그걸로는 안 될 거야.
이 비행선의 모든 건 레버넌트의 껍데기에 불과해. 비행선을 파괴해 봤자, 아니, 두 동강을 낸다 하더라도 레버넌트는 주술을 이용해 비행선을 움직이겠지.
그 움직임이 일시적이라 해도, '암나남'에 닿기에는 충분해.
비행선을 완전히 멈추려면 레버넌트의 코어를 찾아서 파괴하는 수밖에 없어.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 살카즈한테는 이상한 게 정말로 많아서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니까.
폭탄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거지?
고속 전함 편대 전체의 주포로 집중 사격하면 껍데기 정도는 파괴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레버넌트의 주술로도 비행선의 운행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
알았어, 그럼 빨리 코어나 찾으러 가자고.
언젠가는 나도 대포를 하나 장만하고 말겠어.
- 레버넌트의 코어는 어떻게 찾아?
100% 확신은 아니지만, 이 비행선의 중추는 분명 겹겹이 보호되어 어느 선실에 숨겨져 있을 거야.
단서를 찾으려면 비행선 깊숙이 들어가야만 하겠지.
이는 적이 우리를 저지하는 것 또한 수월해진다는 것을 의미해.
시간이 없어.
- 비행선에 대한 레버넌트의 장악은 절대적인 거야?
이론상으로는 그래. 하지만 비행선은 부피가 큰 데다가, 레버넌트의 집중력 또한 제한적이야.
이네스는 이 비행선에서 무사히 도망쳐 나왔었잖아?
하, 물론 그건 이네스가 진짜 살카즈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네스는 레버넌트가 보내는 정신적인 압박을 느끼지 못하니까.
- 따로 움직이는 게 좋겠어.
- 레버넌트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해.
박사님, 그 말씀은……
- 아플 때면 벌레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거든.
- W, 네 도움이 필요해.
……뭐?
솔직히 이미 계획을 다 짜놓고, 내게 통보할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냐?
- 이 작전은 네가 적임자야.
- 소란 피우기라면 네가 최고지.
훗.
부정하지는 않아.
좋아. 또 시간 벌면 되는 거지?
미리 말해두는데, 이번에 난 너희의 미끼가 아니야.
- 만약 레버넌트가 우리 상상보다 더 예민하다면……
당신이 아미야에게 눈짓을 하자 깜짝 놀란 아미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W, 점화해.
이 정도 소란이면 충분하겠지?
자, 벌레들이여, 바로 들키지 않기를 바란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야.
박사, 아미야, W가 뚫어준 구멍으로 비행선 내부에 들어간다.
바짝 따라와.
우리에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
아무도 없네요.
승무원을 전부 철수시킨 걸 보니, 군사위원회도 이번 작전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 켈시, 만약 비행선이 정말 '암나남'과 충돌한다면……
-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암나남'은 접촉하는 모든 정보를 동화시키지.
그 정보에는 유기물, 무기물, 나아가 인격과 감정까지도 포함되어 있어…… 모든 것이 오리지늄 결정으로 뒤덮이게 되고 말 거야.
그럼 테레시아 씨와 레버넌트는……!
맞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기로 향한다는 건, 그들 역시 어떠한 결과를 맞이할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 도대체 오리지늄에서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가능성.
나지막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선실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복도에는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 이 목소리는……
……매우 익숙하네요.
이 목소리를…… 우리 모두가 들을 수 있어요.
미노스의 신화에 따르면, 한 영웅이 인간을 위해 불씨를 훔쳤는데, 그 때문에 그는 하늘의 벌을 받아 영원히 불에 타는 고통을 받았다고 하지.
그런데 이 신화의 기원이…… 살카즈에서 유래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자도 결코 영웅은 아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언급할 가치도 없고.
……레버넌트.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어.
텅 빈 복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이상한 그림자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들의 진동으로부터 레버넌트의 말이 들려왔다.
그 폭발이…… 확실히 나를 초조하고 성가시게 만들었다.
마왕의 주의가 없었다면, 아마 너희들의 존재를 잊었을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심한 건망증인가……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래도 잊지 말았어야 했다.
거짓된 마왕이여, 내가 어찌 너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Mon3tr, 전투 준비! 아미야, 박사를 보호해!
칠흑 같은 창이 순식간에 아미야의 손끝에서 생성되어 곧바로 날아갔다.
그러나 창은 벽과 계단에 의해 모조리 갉아 먹혀 버리고 말았다.
너희들이 어찌 내 몸속에서 나를 죽일 수 있겠느냐!
적이 너무 많아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해요!
그러나 모든 복도는 죄다 비슷해 보였고, 어느 계단이나 같은 공간으로 연결된 것만 같았다.
이것은 레버넌트의 혈관에 불과하지만, 그의 의지는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었다.
……안 돼요, 떨쳐낼 수 없어요!
- 지금이야, W!
거대한 폭발에 눈조차 뜰 수 없었지만, 계획은 당신의 예상대로 실행되고 있었다.
꼬마 토끼, 자리 바꿔!
켈시, 네가 키우는 괴물한테 이 애물단지 좀 붙잡으라고 해. 우린 빨리……
잠깐, 여기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당신의 뇌리를 스쳤다.
- 이게 아니야……
- W의 폭탄의 위력이 이렇게 크지 않아!
폭발을 역으로 이용해 복도는 그 주인의 명령에 따라 산산이 조각났다.
당신은 아래층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봐, 할망구……
당신은 애써 균형을 유지하며 켈시가 있는 곳을 바라봤지만, 켈시는 이미 칠흑 같은 그림자에 삼켜져 버렸다.
레버넌트가 스스로 이곳의 구조를 찢고 있어요! 아무래도……
거대한 붕괴음이 들려오더니 아미야도 무너져가는 복도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쳇……
꼬마 토끼, 기다려.
검은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당신과 W를 덮쳐왔다. 당신들의 몸이 옆으로 밀쳐지던 그 찰나, 주술의 칼날이 두 사람이 있던 자리를 갈라버렸다.
(초조한 듯) 크르르르르……
그러나 Mon3tr는 당신의 옷깃을 잡아채지 못했고, 당신은 아래층 복도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다급한 듯) 크르르르르……
당신이 아래층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 직전, 손 하나가 당신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잡았다……
아니지, 드디어 내 손아귀에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끼익”…… “끼익”…… “끼익”……
강철이 뒤틀리는 소리가 좁은 공간에 메아리쳤고, 비행선은 내부의 어둠을 씹어 삼키고 있었다.
……
나를 이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제법 공을 들였군……
레버넌트.
지금의 넌,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린 것인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끼익”…… 금속이 찢겨나가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날카로운 조각이 끊임없이 선체에서 떨어져 나가 끌려가고 있었다……
지금 이 미지의 공간을 자기장으로 가득 찬 방이라고 한다면……
모든 치명적인 것들을 끌어당기는 중심이 바로 그녀 자신이라는 것을 켈시는 잘 알고 있었다.
위협인가?
자신을 불태운 지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이성은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하지만 너의 그 혼란스러운 의식 속에 카즈델에 대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죽음의 위협이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켈시는 자신을 이곳으로 끌고 온 그림자들이 여전히 어둠 속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회를 엿보면서.
……
아니, 당연히 알고 있겠지…… 테레시아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너도 듣고 있지……?
테레시아.
이 비행선에서 너의 의지를 느낄 수 있어.
네가 여기서 나를 기다릴 줄 알았는데.
켈시는 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이 비행선의 생명을 느끼고 있었다.
차갑고 거친 금속…… 그리고 오리지늄.
어둠 속이었지만 켈시는 자라나는 오리지늄이 주변의 모든 것을 동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유독 켈시의 손끝이 닿는 곳만은 피하고 있었다.
……
오리지늄의 자연 증식이 네게 이 정도까지 영향을 받다니……
만약 이 오리지늄이 계속해서 증식하고, 비행선이 거기 부딪히기 전에 결정화가 끝난다면……
이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나도 포함인가?
이게 네가 내게 전하고 싶은 말이야?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최초의 오리지늄, 너, 테레시스, 살카즈…… 너의 계획을 충분히 예상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 같군.
……
나를 여기에 가둬 두어도, 네가 진정으로 경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겠지.
넌 항상 나를 골치 아프게 만들어, 테레시아.
……예전처럼.
테레시아, 지금의 너는……
아직도 테라에 또 다른 '미래'가 있다고 믿고 있어?
그림자가 켈시의 발밑에서 퍼져갔다.
칠흑 같은 어둠의 바다가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
역시……
어둠이 다시 가라앉았다.
네 뜻대로 되었다.
훈작을 그자로부터 떼어놓았다. 네게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었기를 바란다.
더는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더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마라!
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 고난의 끝을 보아야 한다.
테레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