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람들, 우리들

PA-5고상한 배반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6-09-16

모두의 노력으로 안나 일행은 파블로비치 배후의 지원군이 올가의 부친 트레플레프 공작이라는 정보를 빠르게 확보한다. 그로 인해 올가는 학생들이 있는 극장에서 도망치게 되고, 안나 일행에게 쫓기고 만다. 결국 올가는 자신의 책임을 깨닫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이스티나, 로사, 압생트


중재자

올가 씨, 그날 밤 안나 모로조바가 당신에게 있던 권력을 탈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중재자

그런데 당신은 왜 다른 학생들처럼 대회를 떠나지 않았죠?

올가

……

올가

그건……

트레플레프 공작

중재자님, 청문회 중에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질의에만 집중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오.

올가

……당시 저는 분위기에 휩쓸려 판단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중재자

그렇다면 올가 씨, 이제는 어떻게 안나 일행과 갈라섰는지 설명하셔야 합니다. 안나 일행이 어떻게 당신을 납치하고 협박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올가

……네, 중재자님.

올가

첫날 밤엔 거의 모두가 극장에 남아 다친 친구들을 돌봤고, 잡혀간 친구들의 소식을 알아낼 방법을 모색했어요.

올가

하지만 다음 날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세르고

……됐어요, 올가. 약 다 발랐어요.

세르고

모양새는 좀 그렇지만, 빨리 나으려면 좀 참아요.

올가

……

올가

오늘은 왜 당신이 왔죠? 라다는요?

세르고

어젯밤에 일찍 잠들어서 못 보셨겠지만, 나탈리야가 처음 보는 어떤 불포랑 함께 극장에 왔었어요. 그 불포가 안나 일행과 몇 마디를 나누더니 라다를 데려갔어요.

올가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극장이 왜 이렇게 텅 비었죠?

세르고

그건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안나가 모두에게 임무를 맡긴 것 같아요.

이스티나

……지금 급선무는 학생들이 어디 갇혀 있는지 알아내는 거예요.

이스티나

여기 정리된 명단을 보고 부모부터 조사하면 어떻게든 실마리가 잡히겠죠.

로사

알았어. 나도 가문의 인맥을 동원해서 알아볼게. 새로 확보되는 단서 있으면 바로 넘겨줘, 내가 확인해 볼 테니까.

로사

몸조심하고, 안나.

이스티나

어라? 왜 여기에 계시나요?

세르고

올가가 어젯밤에 무대 옆에서 잤거든요. 아침에 와보니 막 일어났길래 여기서 약을 발라줬어요.

이스티나

……그렇군요.

이스티나

세르고, 올가를 3층 연습실로 옮겨줘요. 제대로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올가

……안나, 아무래도 집에 한번 다녀오는 게 좋겠어요.

올가

이제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아버지께 친구들을 사면해달라고 설득할 자신은 없지만, 친구들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는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이스티나

걱정하지 마요. 사람들이 갇혀 있는 곳의 단서라면 이미 잡았으니까요.

이스티나

당신은 여기 남아서 치료나 잘 받아요. 지금 상태로 집에 가면, 또 무슨 유언비어가 퍼질지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이스티나

다친 친구들도 여기 남아서 보살핌을 받기로 했어요. 가족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고, 제가 사람을 찾아 전달할 거예요.

올가

……

세르고

그럼 올가, 제가 들것 좀 가져올게요.


올가

……그들은 저를 어떤 방으로 옮기고는 보호해 주는 거라고 말했어요.

올가

하지만 그게 어떤 '보호'인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죠…… 도끼를 든 학생들이 밤낮으로 돌아가며 제 방 앞을 지켰으니까요.

올가

전 학생들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저랑 대화할 수 없다고 했어요…… 결국 아버지께 편지를 쓰려는 생각도 접었어요. 어차피 보내줄 리가 없었으니까요.

중재자

그렇게 안나 일행에게 연금당한 사실을 눈치챈 겁니까?

올가

네.

중재자

안나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올가

제 생각엔, 전날 밤에 귀족을 이용하겠다는 안나의 말에 제가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재자

자치단이 귀족을 증오한다는 의미로 봐도 되겠습니까? 소냐가 언바운드와 결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올가

……그렇습니다.

올가

안나는 저만 가둔 게 아니었습니다. 기밀을 누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불확실한 사람들…… 이용 가치가 있는 귀족들 모두 저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어요.

중재자

그 뒤로 외부와 소통하거나 방에서 나가는 일은 있었나요?

올가

거의 없었어요. 세르고라는 친구만 빼고요. 그 친구는 자기 당번이 되면 몰래 학생들의 동향을 알려주곤 했어요. 이런 얘기도 했었죠……


이스티나

……확실한 정보인가요?

다급한 학생

그렇대도! 우리 엄마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서 10년 넘게 의류 공장을 운영하셨어. 엄마가 하는 말은 무조건 맞아.

이스티나

그런데, 900벌 이상의 동계 군복이 공장에서 봉쇄 구역으로 운송됐다고 했는데, 나탈리야가 어제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쪽 병사는 아무리 많아도 500명을 넘지 않을 거랬어요.

이스티나

두 사람이 파악한 정보가 모두 맞다면 결론은 하나뿐이에요…… 누군가 봉쇄 구역에 지원군을 보낼 계획이라는 거죠.

다급한 학생

소냐가 대형 무기는 상대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제 지원군까지 생겼다고? 안나, 어떻게 해야 하지?

이스티나

어머니께서 요 며칠 동안 공장에 계실 예정인가요?

다급한 학생

계실 거야. 왜?

이스티나

경찰 쪽에 있는 아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경찰 유니폼 좀 가져다 달라고 할게요. 그리고 키 큰 사람 몇 명을 경찰로 위장해 어머니 공장에 장부 조사 명목으로 보낼 거예요.

이스티나

당신은 어머니께 가서, 한동안 수업이 없어서 공장 일을 도우러 왔다고 해요. 만약 어머니께서 의심하시면, 경찰에게 좀 보여줘도 문제 되지 않을 거라는 식으로 옆에서 거들어줘요.

다급한 학생

그건 좀……

이스티나

꾸물댈 시간 없어요. 친구들은 지금 매 순간 위기 속에서 싸우고 있다고요. 저와 똑같이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면, 제 판단을 믿어요.

이스티나

이 주문서의 출처가 우리가 그토록 찾던 실마리가 될 거예요.

다급한 학생

하지만 경찰로 위장한다니……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 같은데.

이스티나

무도회 이후 통신 담당인 보타니와 연락이 끊기긴 했지만, 보타니가 남긴 휴대용 통신 장비는 아직 사용할 수 있어요.

이스티나

그 장비들을 모두 챙겨가고, 제 지시대로만 해요. 제 경찰 쪽 친구도 현장에서 도울 거예요……

이스티나

세르고, 있나요?

이스티나

당신이 키가 제일 크니까 경찰 유니폼 한번 입어봐요.

세르고

네? 하지만 저는 연극 동아리에서 연습할 때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얼굴이 새빨개졌는데요. 저는 절대……


세르고

……경찰 연기는 못 해요.

세르고

얼굴을 이렇게 다 가리는 거였군요……

이스티나

중얼대지 마요, 세르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사무실 문만 잘 지켜요.

세르고

알았어요, 안나!

이스티나

……대답하지 말고요.

세르고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고, 마스크에 숨겨진 그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고작 1분 사이에 마른침을 벌써 3번이나 삼켰다.

안나의 친구는 아직도 사무실 서류 더미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답을 찾기 위한 이 마지막 단계를 제외하고, 모든 단계가 세르고의 예상보다 더 순조로웠다.

세르고

하아……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

뭐가 오래 걸린다는 거야……

???

잠깐, 넌 누구지? 오늘 장부 조사 담당은 우리 2팀 아니었나?

세르고가 고개를 돌리자, 진짜 우르수스 경찰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 의심은 세르고가 고글 너머로 상상해 낸 것일지도 모른다.

세르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설령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상대는 그가 긴장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우르수스 경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어느 구역 어느 팀이야? 설마 신임 서장이 또 명령을 잘못 내린 건가?

세르고

어, 저기, 그게……

우르수스 경찰

어디 아파? 땔감도 안 지펴서 추운데, 무슨 땀을 그렇게 많이 흘려……?

이스티나

세르고, 저 사람 뺨 한 대 갈겨요.

세르고

……응?

이스티나

머뭇거리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요. 제 친구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요.

이스티나

때리고 나서 호통쳐요. “야로슬라프 나리의 따님께서 근무 중이시니 방해하지 마라.”라고요.

세르고

……야로슬라프 나리의 따님께서 근무 중이시니 방해하지 마라!

세르고는 온 힘을 실어 뺨을 후려쳤다. 때린 손바닥이 화끈거릴 정도로 아팠지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았다.

정작 뺨을 맞은 경찰은 멍하니 서서 얼얼한 뺨을 만져댈 뿐이었다.

안나의 친구

미안하게 됐어. 서장님이 급하게 임무를 바꾸는 바람에 미처 알리지 못했네.

안나의 친구

이 친구는 가문에서 같이 들여보낸 내 수행원이야. 아버지께서 나를 혼자 두는 걸 영 불안해하셔서 말이야.

우르수스 경찰

……그러니까, 또 그런 거야?

안나의 친구

맞아, 그런 거지.

세르고

……?

우르수스 경찰

윗선에서 이 공장 장부에 구린 구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구먼. 그래서 실적 챙겨줄 생각으로 일부러 귀족 자제를 보냈던 거네……

우르수스 경찰

경찰 짬밥도 벌써 3년 째인데, 해마다 이런 일이 생기네. 서장이 바뀔 때마다 건드려선 안 될 사람만 늘어난다니까.

안나의 친구

아무래도, 여기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니까.

우르수스 경찰

잠깐만!

우르수스 경찰

……아버님께 내 안부를 전해줘. 내 경찰 번호와 이름도 같이 전해준다면 더 좋고.


세르고

그렇게 그 경찰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도망쳤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더 세게 때릴 걸 그랬어요!

올가

……정말 대단해요, 세르고.

올가

근데 당신이 방금 말한 내용대로라면, 장부에서 트레플레프 가문이 암암리에 추밀관을 지원했다는 것을 발견했고, 지원군까지 보낼 계획이었다는 거죠?

세르고

네. 어젯밤에 안나랑 나탈리야가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 특히 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한참 동안 얘기했어요.

올가

저와 연관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죠?

세르고

안나가 학생 몇 명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꾸며 각자 집이나 학교로 돌려보냈거든요.

세르고

연합대회에 학교별로 애들이 다 있잖아요. 잡혀간 학생들의 친구랑 교사들을 찔러봤더니, 다들 걱정하고 있는지 정보를 술술 불었대요.

세르고

이미 트레플레프 저택의 위치도 파악했고, 사람을 보내 공작을 기습할 계획이라고도 들었어요. 뭐, 애들 사이에 도는 소문이겠지만요……

올가

……

세르고

올가…… 저도 이게 당신에게 불공평한 일이라는 걸 알아요.

올가

근데,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네요.

올가

그 친구들이 무슨 짓을 꾸미든, 여기 갇힌 제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저 좋게 끝나기만을 빌어야죠.

세르고

휴……

세르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다행이고요, 우선 쉬세요.

세르고

참, 연합대회의 깃발을 만들어 주겠다며 천을 좀 모아달라고 하더니, 다 만들었나요?

세르고

당신이 만든 깃발을 보면, 안나도 분명 기뻐서 대화하러 올 거예요.

올가

다 만들면 얘기할게요.

세르고

네! 잘 자요, 올가.

문이 소리 없이 닫히자, 올가는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올가는 침대 밑에서 형형색색의 천을 엮어 만든 긴 밧줄을 꺼냈고, 한쪽 끝을 묵직한 원목 침대 프레임에 묶은 후, 세게 몇 번 잡아당겨 밧줄이 자신의 체중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했다.

우르수스 소녀는 창가로 다가가 밧줄 끝을 밖으로 던졌다. 밧줄은 마치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올가

미안해요, 세르고. 부디 안나가 당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않기를 바라요.

올가

……깃발은 만들어 줄 수 없겠네요.

극장에서 도망친 후, 집에 돌아가지 못했어요. 모든 것을 용서해 주실 아버지를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안나가 길목에 매복을 뒀다는 말도 두려웠거든요.

결국 학교로 돌아가 도움을 청해야 했어요. 발레리야 선생님께서 절 숨겨주셨죠…… 트레플레프 가문에 대한 경외심 때문이었겠지만요.

선생님의 숙소에서 제 생애 가장 긴 겨울밤을 보냈어요.


우르수스 교사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이구나.

???

발레리야 선생님, 제자를 아끼는 선생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

하지만 이 학교에 학생이 올가 1명뿐인 건 아니잖아요. 올가가 갇힌 친구들을 꺼내줘야 해요.

???

그러니 부디.…

올가

……

창밖에 있는 흐릿한 사람 형체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 불투명한 재질의 두꺼운 유리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마치 유리를 뚫고 들어온 듯한 그 날카로운 시선에 올가는 잠이 확 달아났다.

올가는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려 신발도 신지 못한 채 황급히 뒷문을 열고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등 뒤의 발소리와 외침 소리가 점점 더 커졌지만, 두려움 때문에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올가

하아…… 하아……

올가

오…… 오지 마세요!

이스티나

세르고는 워낙 착해서 남을 잘 믿죠. 감시자로 두면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뒀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이스티나

하지만 아직 바로잡을 시간이 있어요.

올가

여긴 어떻게 알고 왔죠? 설마 우리 학교에도 첩자를 심어뒀나요?

이스티나

지난 며칠 동안, 실종된 학생들의 명단을 가지고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를 돌아다니며 잠재적 조력자를 물색했거든요.

이스티나

극장에서 도망쳐 학교로 숨어들다니…… 제 예상대로였네요.

올가

제가 달리 갈 수 있는 장소가 있나요? 세르고에게서 당신이 우리 집 근처로 자객을 보냈다는 말을 들었어요.

올가

우리 아버지를 암살하려 한다는 게 사실이에요?

이스티나

제겐 그럴 생각도 없고, 우르수스의 귀족을 상대할 능력도 없어요. 우리는 항상 협상이라는 수단을 선택해 왔는걸요.

올가

당신이 친구들을 구하겠다고 약속한 그날 밤엔 저도 당신을 믿었어요. 저도 친구들이 당한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올가

그런데 당신은 내게 어떻게 했죠? 나를 방에 가두고 감시했잖아요. 당신은 아직도 내가 당신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이스티나

어디서 무슨 헛소문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올가

오지 마요!

올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복도 끝 창턱에 걸터앉듯 몸을 기댄 뒤, 양손으로 창틀을 붙들었다.

올가

안나, 이제 그만하세요!

올가

저 때문에 아버지께서 곤경에 처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친구들이 죽어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어요.

올가

그냥 이 모든 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꼭 이렇게까지 저를 몰아붙여야겠다면……

이스티나

진정해요! 잘 생각해 주세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 아버지는 물론이고 갇혀 있는 애들까지 다 끝장이에요!

이스티나

후계자를 잃은 공작은 복수를 위해 모든 힘을 다 동원할 거예요. 우리뿐만 아니라 봉쇄 구역에 있는 친구들까지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릴 거라고요!

올가

아니, 아니에요, 저는 그저……

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올가

앗……

찬바람이 마치 올가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숄을 거세게 잡아당겼다. 그 순간, 손목에 힘이 풀린 올가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다급한 학생

올가!!


올가

……정말 다행히 아직 깔기 전인 잔디 더미 위로 떨어졌어요. 크게 다치지 않은 덕에 안나 일행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죠.

올가

전 하루 종일 도시를 전전하며 숨어 지내다가, 아버지 부하의 눈에 띄어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올가

이게 제가 겪었던 모든 이야기입니다.

마치 파도가 몰아치듯 사람들은 시끄럽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소란 속에서 또렷하게 들린 건, 마치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듯한 소리였다.

중재자

올가 씨, 당신이 보기엔 학생들이 트레플레프 저택에 어떻게 들어간 것 같나요?

올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나가 저택 주소를 알고 있었으니 방법은 많았을 거예요.

중재자

흠…… 아마 자리에 계신 분들께서는 다들 나름대로 답을 내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재자

하지만, 정식 절차에 맞춰 제대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중재자

올가 씨, 당신은 학생연합대회의 지도자 안나 모로조바에게 소냐와 결탁하고 반역죄를 포함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음을 고발하겠습니까?

올가

……

올가

저는, 저는 학생연합대회의 지도자……

올가

올가 다닐로브나 트레플레바가 '카토르가 사건'과 관련된 모든 학생 행동의 책임자라고 생각합니다.

트레플레프 공작

너……!

올가

귀족을 협박한 안나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모든 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던 일로……

중재자

올가 씨,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올가

저는 사실을 말하는 중입니다.

올가

이 자리에 선 조야부터 시작해 모두가 이 폭풍의 근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 이름을 말하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올가

학생연합대회를 이끄는 게 누구인지, 조직한 게 누구인지, 학생연합대회가 그 길을 가게 한 게 누구인지, 이 망가진 질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올가

저는, 그 가장 무거운 족쇄를 제가 짊어……

중재자

휴정합니다!

중재자

서기관, 기록 멈추고, 올가 씨를 내보내세요. 어서요!

이 새로운 증언은 청문회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공작의 울부짖음과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힘없는 나무망치 소리를 뒤덮었다.

올가는 눈을 내리깔고 서기관의 지시를 따라 증인석에 앉은 압생트를 지나쳐 문밖으로 나갔다.

압생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하아…… 하아……

???

올라와요!

올가

……네?

이스티나

손 안 놓을 거예요! 가만히 있어요!

창밖으로 몸을 거의 다 내민 이스티나가 두 손으로 올가의 팔을 꽉 잡아, 떨어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생명을 힘껏 붙들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어서 거친 숨소리와 응원 소리 속에서 사람들은 이스티나와 올가를 복도로 끌어올렸다.



이스티나

하아……

이스티나

당신은 절대 여기서 죽으면 안 돼요, 올가. 제가 한 말 못 들었어요……?

올가

하지만 저는 영원히 당신들처럼 그렇게 냉정하지는 못할 거예요……

이스티나

냉정이요?

이스티나

말해요. 정말 뛰어내릴 생각으로 창턱에 앉은 거였어요?

올가

……

이스티나

당신은 냉정하지 못한 게 아니라, 그냥 도망치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이스티나

시위를 결심했을 때도, 지금도…… 당신이 모든 걸 거리낌없이 반대할 수 있었던 건……

이스티나

무슨 사고를 치든 돌아서기만 하면 아버지의 품으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스티나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하는 날들을 경험해 본 적도, 심지어 상상해 본 적도 없어요. 당신은 가문이 만들어준 요람에 누워 꿈이나 꾸고 있었을 뿐이죠……

이스티나

근데, 이 땅의 다른 우르수스인에게도 그런 꿈을 꿀 자격이 있는 줄 알았나요?

이스티나

잘 들어요, 올가.

이스티나

당신은 지금껏 진정한 당신의 나라, 진정한 우르수스를 본 적이 없어요. 여기서 순진함은 죄악이고, 망설임은 최고의 공범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계속 본인이 갈 길을 선택하는 걸 피하고 있어요.

올가

저는……

이스티나

만약 꿈을 꾸고 싶었던 거라면, 당신은 진작에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 따뜻한 벽난로 근처에 앉아서 우리에게 칼날이 휘몰아치는 걸 구경이나 해야 했어요.

이스티나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면,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요. 설령 그게 당신의 가족이라고 해도.

이스티나

저는 진작 선택을 끝냈어요…… 일어나요, 올가.

이스티나

당신이 동의하든 말든, 저는 당신을 데리고 돌아갈 거예요. 그리고 갇혔던 모두가 어떻게 봉쇄 구역에서 나오는지 보여드리겠어요!

올가

……

다급한 학생

안나, 시간 없어. 이미 교직원들이 눈치챘어. 친구들이 막아줄 수 있는 것도 잠시뿐이야.

이스티나

……극장으로 돌아가요.

이스티나

올가, 영원히 학생인 사람은 없어요. 누구에게나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이에요…… 지금 제가 해야 하는 건, 당신을 이 시간에서 '사라지게'하는 거예요.

이스티나

일이 해결되면 당신은 자유를 얻게 될 거예요.

올가

……안나, 잠깐만요.

올가

트레플레프 저택의 위치를 알고 있나요……?

이스티나

물론이죠. 하지만 저는 당신의 아버지를 죽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설득할 방법만 생각했죠.

올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요?

이스티나

맞아요.

올가

……제게 방법이 있어요.

올가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서쪽 교외의 포도 농장 창고에 저택 지하 술 저장고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어요.

올가

아버지께서 정적의 암살 시도를 대비하려고 준비해 두신 곳이라…… 경호원도 몰라요. 그 길을 이용해 저택으로 가요. 아마 제가 길을 알려줬다는 걸 금방 아실 거예요.

이스티나

올가……

이스티나

그건 가문과 등지겠다는 뜻이에요. 생각 똑바로 한 거 맞아요?

올가

아니요, 안나.

올가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저와 가문의 존엄을 지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