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3취묵흔
위미각에서 쥔이 야를 제때 막아낸다. 글자 창괴의 흔적을 따라가다 꿈속에서 본 도서관에 들어간 첸은 그곳에서 처음 보는 친척을 만나게 된다. 천경각 안의 글자 창괴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모두가 한데 엉켜 싸운다.
망일 이틀 전, 진시
휴우…… 하아……!
웬 한숨이래…… 치통이라도 있어?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할 거 없으면 월동용 배추나 다시 한번 세 봐.
너……!
……안 갈 거야?
해가 아직 지붕 위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어딜 가?
시치미 그만 떼고! 여기 사람들도 거의 다 가버렸는데, 언제까지 남아 있으려고 그래?
거의 다 갔어도, 전부 간 건 아니잖아. 서둘러 가야 하는 사람도 그렇고, 일하는 병사들도 그렇고 다 밥은 먹어야지.
그리고, 지금 가게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잖아?
아니, 그거랑 이게 같아?
그 손님이 이 식당에 왔다는 소식이 사세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건 진짜 나도 못 도와줘.
파울비스트를 이제 막 화로에 올린 참이고, 뒤에 네댓 가지 요리가 더 남았으니까 서두를 것 없어.
너 진짜……!
아이 참, 괜찮다니까. 아침부터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 정 가만히 못 있겠으면 평소처럼 아침 장사하게 가서 문이나 열어!
하아…… 내가 못 살아……
그렇다고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졸리면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거잖아. 혹시 알아? 맛있는 게 먹고 싶은 생각에 손님이 금방 찾아올지도……
봐, 바로 왔잖아.
편하게 앉아, 지금 시간에는 아침 메뉴만 주문할……
어? 너였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뭘 당연한 걸 물어…… 가게 주인이 자기 가게에서 뭘 하겠어?
……너희 '인간'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전부 황당한 녀석들뿐이군.
잠깐, 말을 왜 그렇게 해? 식사 나오기도 전에 주방장 욕부터 하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계속 그러면 쫓아낸다?
……
차가워 보이는 여자가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위의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이 '위미각'이라는 곳에는…… 무슨 요리가 있지?
시고 짜고 쓰고 매운 요리 전부 있어.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군…… 넌 이런 것을 좋아하나?
당연하지.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어떻게 요리사가 될 수 있겠어.
다른 건 몰라도 요리 솜씨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말씀.
몇 가지 해줄 테니까, 먹어 볼래?
한 번 사는 인생 다양한 거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한 가지 맛에만 너무 전념하면…… 너무 아깝잖아?
……
음……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런 말로 너에게 충고하면 안 될 것 같네.
흔히들 “남에게 관용을 요구하면 천벌을 받는다”라고 하잖아. 게다가 너희 사이의 원한이 작은 것도 아니고…… 그렇지?
솔직히 난 네 마음 이해해. 진심이야!
네 입장에서 보면 염국, 인간, 그것까지 전부 증오하는 게 당연해…… 그런 원한은 천 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만약에…… 증오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증오 때문에 무너져버리고 말 거야…… 그건 너무 아깝지 않아?
그러고 보니, 너는 내 형이랑 꽤 닮았구나……
……
너는…… 나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군.
무서워할 게 뭐가 있다고?
높은 관직의 사람, 구걸하는 거지, 설령 하늘의 신선이나 이야기책 속의 베헤모스라고 해도, 내 가게에 오면 그냥 밥 먹으러 온 손님일 뿐이야.
너는 좀 다른 것 같군……
네 동족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녀석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하아…… 이렇게 '조마조마'하게 사는 게 익숙해진 거겠지, 100년 전부터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아쉬운 건, 네가 정말 안 좋은 시기에 왔다는 거야…… 다른 때 왔으면 주방에 준비된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대접할 수 있었을 텐데.
가끔은 있잖아, 따뜻한 밥만 한 숟갈 먹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거든. 그러다 보면, 많은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해.
주방장! 만두 다 됐어! 그런데 우리 아침 메뉴 간판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 설마 지난번에 블레이즈가……
어? 뭐야, 진짜 아침 댓바람부터 손님이 오셨네?
지촉인?
혼자라니…… 오만한 녀석이군.
나약하고, 무지하고, 유치하고…… 그 버러지들도, 너도 똑같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에 들린 칼이 위를 향했다.
멈춰!
주방장 조심……
마치 누군가 경당목을 내려친 것 같기도 했고, 겨울 번개가 땅을 친 것 같기도 했다.
분명 이곳은 식당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는 꼭 법정에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살벌했다.
식사 자리에서 무기를 빼 들다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식사를 할 거면 빨리 젓가락이나 들어요, 상대의 정성을 저버리지 말고.
그럴 생각이 없다면, 당장 일어나시고.
쉐이의 분신이…… 사세대의 인간을 지키고 있다니.
그야말로 모순된 상황이군.
우리의 처세에 대해, 그쪽이 상관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오히려 당신, 몹시 조급해 보이는 거 같은데, 얼른 시장기라도 좀 달래는 게 어떠신가요?
여자는 팔을 움직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한 접시를 야의 앞으로 밀었다.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어요.
……흥.
야는 앞에 놓인 만두를 냉랭하게 훑어보더니, 돌아서서 문밖으로 걸어갔다.
벌써 가시게요?
그 산해중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 여자가 내게 주기로 한 건 어떻게든 손에 넣고 말 거다.
그리고…… 난 쉐이의 화신을 많이 봐왔지만, 내 질문에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는 녀석은 없었다. 이곳에 더 있어 봐야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충고는 해두는 편이 좋겠네요.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대하는 것이 맞지만, 항상 발밑을 살펴야 하는 법입니다. 남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가소롭군.
그녀의 마지막 말은 맞은편의 대리인에게 한 말인지, 그 '산해중'에게 한 말인지, 자신에게 한 말인지, 앞에 있는 따뜻한 만두를 보고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후…… 쥔 누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뭘 바라고 여기에 온 건 아닌 것 같아. 그냥 누군가에게 속은 모양이야. 내가 있었든 없었든 큰 차이는 없었겠지.
야가 맞서려 한 건 언제나 '우리'가 아니었어.
……하아.
왜 그래?
그냥, 항상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험난한 길의 끝에서 야를 기다리는 건…… 더 큰 고통이겠지.
……
이 얘긴 그만하자. 누나, 백조에는 어쩐 일로 왔어?
약속이 있어서.
약속? 급한 거 아니면 일단 앉아서 편하게 밥부터……
편하게 먹기는 그른 거 같은데?
주방에서 타는 냄새가 나거든.
아…… 내 파울비스트 구이!
거기 멈추세요!
아침의 가을바람은 다소 약했다. 바람이 스쳐 가는 곳마다 오동나무 열매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또렷이 울렸다.
눈앞의 가냘픈 여자는 긴장한 기색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듯했다.
백조에는 이미 대피령이 내려졌는데,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니……
사실대로 말해요! 당신의 정체가 뭐예요? 이 시간에 천경각에는 왜 찾아왔나요?
미안,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 혹시, 여기 직원이야?
아마 그쪽도 봤겠지만, 도시를 가득 메운 괴물 부대가 여기서 생겨난 것 같아서.
여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천경각에서 일어난 일은 직원들이 알아서 하니까,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당신이야말로, 신분도 불분명한 사람이 검을 든 채로 들이닥치는 게 더 수상하지 않습니까?
천경각의 전수관으로서, 천경각에 있는 책을 위해,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들여보낼 순 없어요.
얼른 돌아가세요.
전수관…… 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데?
천경각은 염국 최초의 도서관입니다. 전수관은 천경각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사람이죠.
그것도 모르면서 대체 천경각에는 뭘 하러 온 겁니까?
요즘 도서관 화재 예방 작업은…… 사람이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네, 당신 말이 맞아요. 정말 똑똑한 분이군요, 그러니까 당장 나가세요.
미안…… 무례했다면 미안해.
그러고 보니까 되게 신기하네…… 내가 아는 사람도 예전에 백조 도서관에서 일했거든.
그 사람이 누군데요? 당신과는 무슨 사이죠?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건 오래전 일이라……
그렇군요……
여자는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등불을 들고 눈앞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다.
첸은 저도 모르게 뒤로 한발 물러섰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별일이 없으면 당장 떠나세요. 검문소가 닫히면 그때는 운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곳에 너 혼자 남을 텐데, 괜찮겠어?
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도대체 왜 자꾸 참견하는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냥 이 괴물들을 해치우는 걸 돕고 싶었던 게 전부야.
그런데 이 도서관을 보니까…… 꼭 꿈에서 본 곳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여기로 인도한 것 같아.
꿈이요? 이제는 그럴싸한 핑계를 댈 생각도 포기한 건가요?
……핑계가 아니야, 그리고 난 한때 경찰이었던 사람이야. 보안에 대한 건 익숙하지.
나를 믿고 조사에 협조해 주기를 바랄게.
당신…… 정말 경찰이었다고요?
첸은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했다.
용문 출신이구나……
첸…… 훼이지에……
염국식으로 읽으면 진휘결이네요? 당신이 왜 이곳으로?
나……?
신분증만 내밀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군요.
지금 진씨 가문에 남은 건 저 진소천 하나뿐인데, 이런 상황에 황족께서 친히 비웃으러 오다니, 참으로 애쓰는군요.
당신……
아직도 모르는 척을 하다니, 정도가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요? 설마 당신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몰라요?
염경공주가 재혼할 때, 그쪽 집안은 남편이 될 우리 가문의 의사 따윈 안중에도 없었죠. 그리고 공주께서 병환으로 세상을 떠날 때, 진씨 가문의 생계와 앞날을 전부 부장품으로 삼았고……
사촌 오빠가 도대체 뭘 잘못했죠? 애초에 오빠한테 거부할 권리가 있었나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 나도 믿고 싶지 않아. 근데, 누가 내 출신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 건 이번이 처음이야.
나는…… 나 혼자뿐인 줄 알았어.
몰랐다고요? 그러면 천경각에는 도대체 왜 찾아왔냐고요!
두 사람은 흐릿한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유감이야……
뭐, 됐어요…… 이만 돌아가 주세요. 입에 발린 소리라도 몇 마디 하고 싶다면 들어줄 테니, 그걸로 끝내죠.
저도 더 이상 캐물을 생각은 없어요. 벼락도 비도 모두 하늘의 은혜인지라, 이렇게 입에 풀칠할 일자리라도 있으니,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보다는 훨씬 운이 좋은 편이죠……
……!
……또 나타났어.
뭐, 뭐라고요?! 아까 전부 사라진 게 아니었나요……
젠장, 천경각의 책들이!
나랑 같이 들어가자, 이쪽이 조금 더 빠르거든, 실례할게.
소, 손 놓으세요! 자, 잠깐만!
이 무례한……
높은 천장 아래, 빽빽이 늘어선 책장이 매끄러운 바닥에 비쳐 보였다. 흡사 끝없이 확장하고 있는 바둑판 같았다.
그리고, 그사이를 떠도는 먹빛의 글자 창괴들이 바둑돌처럼 흩어져 있었다.
이상해,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성문에서 만난 것들보다 훨씬 강해.
꼭 책꽂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아…… 도대체 뭐지?
……책꽂이가 아니라, 책에서 나온 녀석들이에요. 보고도 모르겠나요?
책?
물러서!
잠깐, 그렇게 안지 말라니까요……
……흥, 일단 호의로 생각해 두겠어요.
어때? 지촉인. 내 정보랑 타이밍 괜찮았어?
너희 사세대조차도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창괴의 근원지로 곧장 쳐들어왔다고.
이제 믿겠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물건이나 돌려주십시오!
쇠붙이가 부딪치는 짧고 맑은소리가 났다.
예리한 칼날이 서로 부딪쳐, 서늘한 빛깔의 별이 생겨났다.
……쳇.
맞닿은 칼날에서 시큰거리는 통증이 빠르게 타고 올라와 순식간에 팔 전체로 퍼져나갔다. 막일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이 멍청한 녀석…… 며칠 못 본 사이에 무공이 한 단계 오른 모양이네.
산해중 도적 막일, 도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아직도 모르겠어? 사세대가 이상하다는 걸!
……
그러면 그 인형은요? 그 인형은 왜 빼앗아 간 겁니까?
그건 그 《무공전》과 똑같은 대리인의 물건이잖아. 나는…… 그게 사라진 대리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
그리고, 왜 빼앗아 갔냐면……
훗, 내가 그런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면 너 같은 녀석이 순순히 천경각에 같이 와줬을 것 같냐?
뭐라고요?!
비키세요!
엄청난 일격이었다. 막일의 품에 안긴 인형을 날려버릴 정도의 힘이었다.
(이런!)
꿈 깨시죠!
두 줄기 차가운 섬광이 순식간에 다시 교차했다.
두 사람은 그 충격에 곧바로 튕겨 나갔고, 서로 반 발짝 물러섰다.
칼날이 진동했다.
……조심해요!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이 갑자기 막일을 향해 무너졌고, 그로 인해 일어난 바람은 막일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두 사람…… 멈추세요!
(저 둘은……?)
괴물도 아직 다 정리하지 못한 마당에, 여기서 칼부림을 부리다니! 게다가 책까지 전부 쏟아지게 하고!
이곳에서 나가세요! 당장!
잠깐, 위험……
쳇……
누가 먼저 칼을 뽑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균형은 깨졌고, 상황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막일은 순간적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정면으로 돌진하는 전수관을 향해 손목을 살짝 꺾어, 검자루로 상대의 어깨를 노렸다.
좌락은 아주 민첩하게 움직였지만, 칼날이 막일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고, 공교롭게도 기관에 달린 나무 자물쇠의 붉은 끈을 끊어버렸다.
물러서!
미처 진소천을 끌어당길 여유가 없었던 첸은 무의식적으로 옆구리의 적소에 손을 댔고, 칼집에서 나온 적소는 정체 모를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귀를 찔렀고, 어두컴컴한 책장 사이로 불꽃이 일렁였다.
어?
막일은 기회를 틈타 진소천의 옷깃을 붙잡았고,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첸은 서슬 퍼런 검기와 함께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좌락 역시 피하지 않았다……
멈춰!
소녀는 왜소한 체구의 전수관을 자신의 앞에 세웠고, 칼을 고쳐 쥐었다.
?!
(젠장! 증표가!)
야! 내 나무 자물쇠! 돌려내!
다 멈춰!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마!
당신은…… 웨이 장관의 조카?
첸 씨, 그 증표를 왜 당신이 가지고 계신 겁니까? 사세대의 중요한 물건이니 당장 돌려주십시오!
그 칼부터 치워!
……젠장, 난리가 났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