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8흘러간 강물
카지마치의 강가, 하늘을 수놓은 불꽃 아래에서 미후네는 그동안 텟사이 일행에게 쌓아왔던 왜곡된 증오를 통렬히 쏟아낸 뒤, 최후의 대결을 앞두고 약간의 피로와 그리운 감정을 보인다. 더 이상 고향이 아닌 미츠쿠에의 사정을 듣고 호시구마는 분노의 불길을 일으킨다. 그 분노는 미후네를 향한 것도, 텟사이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등장 오퍼레이터: 호시구마, 키치세이, 호시구마 더 브리처, 마츠키리, 하루카
오니 누님,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는데, 더 가시면 안 돼요!
그 사람을 꼭 구해야 해.
오니 누님!!
……시간 없어. 더 말 안 해. 비켜.
정말 오니 누님 맞아요? 인정이란 게 남아있긴 하나요?
내가…… 왜 오니 누님이 아니라는 거지?
슈지가 죽었어요. 누님 칼에요!
슈지가…… 죽어……?
당신은 이제 그 오니 누님이 아니에요…… 당신은 악귀입니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다고 함께 웃고 떠들던 가족까지 낯선 사람을 베듯 거침없이 베어버리다니……
이 악귀! 이젠 당신 앞을 가로막는 저까지 죽일 생각입니까?
코타로…… 비켜.
이렇게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 킨베에를 막아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킨베에를 막아야 한다고!
악귀!!
그냥 무의식적으로 칼을 들었고, 무의식적으로 칼을 앞으로 향하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칼을 들고 자신을 향해 돌진하던 사람은, 자발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들고 있던 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이건, 상대가 칼을 향해 자발적으로 몸을 던졌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상대의 칼을 튕겨낸 뒤에……
악…… 귀……
지옥…… 에나…… 떨어져라……
악귀?
내가…… 악귀?
오니?
선혈, 눈앞에는 피가 가득했다. 피가 그녀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면, 베었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면, 반격했다.
더 많은 울음소리, 고함 소리, 밤공기를 가르는 무기의 소리, 어지러운 소리는 그녀의 가슴속에서 한 덩어리로 뒤섞여 심장과 함께 쿵, 쿵, 쿵 박동했다……
그 소리가 그녀의 심장 박동과 완벽히 공명해 귓가에서 울리는 모든 소리를 덮을 때까지……
이성을 잃은 악귀는 그렇게 걷고, 베고, 피와 시신을 남기며 낡은 집에 도착해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그곳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악귀는 문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어서,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죽었어.
누가 죽었는데?
의원 후보가…… 죽었어.
의원 후보가 죽었어?
울음소리도, 고함 소리도, 무기가 하늘을 가르는 소리도, 심장 박동도 멀어졌다. 모든 소리가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지옥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만이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오니.
악귀.
지옥에나 떨어져라.
……
여기야.
폐허 말고 일부러 이 강변 공터를 골랐어. 네가 그 풍경 때문에 감상에 젖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아,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제때 잘 왔네. 불꽃 축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
……
왜, 막상 싸우자니 망설여지나?
아니.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게 있어.
아직도 불분명한 게 있나?
하나 있어.
네 증오는 어디서 시작된 거지?
방송국에서 테츠야를 만났어. 텟사이 아저씨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들었지. 그렇게 잔인하게 굴지 않아도 됐잖아.
난 텟사이 아저씨가 그동안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는 몰라. 하지만 네가 아저씨를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든 걸 보면, 적어도 아저씨가 널 가상의 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너를 꽤 잘 대해줬다고 생각해. 갓 미츠쿠에로 돌아왔을 때의 내가 생각했던 건, 내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기만을 바란 게 다였으니까……
희생?
그래, 그게 바로 네 모습이야. 그리고 텟사이도 똑같아. 그게 바로 내가 가장 구역질을 느끼는 부분이다.
너는 머저리고, 텟사이는 너보다 더한 머저리야. 설령 네가 진짜 의원 후보를 실수로 죽였다 한들, 그때 같이 있었던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면 된다는 것을 몰랐을까?
텟사이는 널 편애했어. 그래서 나는 텟사이가 나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쓰라고' 할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최소한 그때의 텟사이에겐, 그게 최선의 결과였겠지. 그렇게 하면 편애하는 널 지킬 수도 있고, 자신을 등에 업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나를 제거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깟 '형제를 죽인 자' 같은 게 중요하긴 할까? 반야는 네 손에 있었어, 게다가 텟사이는 네 뒤를 봐주고 있었지. 근데 그런 네 앞에서 미쳤다고 함부로 입을 놀릴 녀석이 있었을까?!
……
결국, 텟사이는 대의를 위해 가족을 버린다는 선택을 내렸고, '임협'을 택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겹더군.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그냥 몰랐던 척을 한 걸까? 킨세키가이의 회장 자리가 세상에서 '협'과 가장 먼 자리라는 것을!
호시구마, 임협은 그냥 개인의 신념이야. 한데 모인 임협은, 결국 해산하게 되거나, 아니면 그냥 자신을 속이는 사회의 쓰레기들이 될 뿐이지.
텟사이는 자신을 부풀려서 말하길 좋아했어. 암흑가의 구성원들은 사회의 배척 때문에 조직의 그늘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했지.
퇴역 군인, 건달, 도박꾼, 노점상, 고아, 텟사이는 킨세키가이라는 이름아래 모두를 한데 모으고 그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길 바랐어……
그 전까지의 일은 논하지 않겠지만, 의원 후보가 죽은 후, 시마스는 나를 협박했고, 고다는 암암리에 내 세력을 제거했어. 사노구치는 마치 그때 너를 배척했듯 나를 배척했지……
가족이라고? 망할 노인네, 그건 텟사이 혼자서 꾸던 꿈에 불과하다!
텟사이는 사회 부적응자인 본인을 변호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호시구마 경관? 텟사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너는 뭐고, 나는 뭐지?
지금의 네 모습이 사회에 적응한 모습이라고 한다면, 훗, 그때 내가 책임을 짊어진 게 천만다행이네.
하하, 이제야 맞는 말을 하는군. 호강에 겨운 호시구마 경관!
너는 책임을 지고 떠났고, 나는 침묵을 택하고 남았어. 난 너와 텟사이가 만든 난장판을 수습했지.
조직원이 의원 후보를 죽여서 군중의 분노를 샀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돈, 산업, 존엄을 대가로 진짜 의원과 관계를 형성하면 돼.
신흥 TV 매체가 여론을 조작했다면? 결정 산업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면 돼.
산업을 어느 정도 규모로 키웠는데 누군가 눈독을 들인다면? 그러면 자세를 낮추고 자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잡으면 돼.
어떻게 해도 처리할 수 없는 인간을 만난다면? 없애버리면 그만이야.
푸념하는 거야? 다 네 선택이었잖아?
맞아. 다 내 선택이었어. 그날 밤 귀신에게 홀려서 입을 다물었던 거야!
넌 치욕, 왜곡, 양심의 가책을 선택한 거야……
양심의 가책이라고?!
틀렸어, 호시구마 경관!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통해 텟사이의 무능함, 텟사이가 말하는 임협이 위선이라는 것, 텟사이가 이끄는 킨세키가이가 파멸의 길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어.
텟사이는 가장 무능하고 멍청한 쇼기 기사였어. 시대에 묻혀버릴 처지가 되니, 킨세키가이를 위해 자신의 말을 버리기 시작하더군.
네 사건은 모든 일의 전조였어. 너는 의원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자마자 버려졌지.
남북 관계가 가장 예민했던 시기에 눈에 거슬리는 패거리를 제거하겠답시고 멍청하게 호쿠인 세력을 찾아가 무기를 구매했어. 그 패거리의 무장력이 킨세키가이보다 뛰어났거든.
아, 텟사이의 가족을 멸망시킨 '떠돌이 악귀'들은 그냥 숨어 지내던 패거리였어. 사실상 텟사이와 깊은 원한은 없었지.
겉으로 보기엔 텟사이는 죽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복수하려는 것처럼 보였어. 하핫, 근데 결국 텟사이는 테츠야의 어머니마저 버렸고, 테츠야에게서도 원망을 사게 됐지.
나는 두말할 것도 없었어. 텟사이가 주장하는 멍청한 입협을 믿었다면, 아마 나도 몇 번이나 버려질 운명이었겠지!
내가 맞았다는 것을 모든 것이 증명하고 있어. 텟사이는 그냥 자신을 왕장으로 착각한 보병에 불과했어, 그냥 앞에 적진이 있다면 멍청하게 돌진할 뿐이었지……
본인이 끝까지 가서 승격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 아니, 적도, 아군도 다 텟사이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지. 텟사이의 앞에는 오직 죽음뿐이었어!
그런 멍청한 인간을 보좌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그런 멍청한 인간이 내 머리 꼭대기 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마냥 지켜봐야만 했다는 건가?
차라리, 그날 밤에 네가 나까지 베어버렸다면 더 깔끔했을 거다!
……
이제 만족했나? 이제 칼과 방패를 들 이유가 충분해졌나?
물어볼게, 지금 연기하는 거야?
……연기?
그때 텟사이 아저씨가 너를 쫓아냈다면, 세력이 더 공고하게 되었다는 건 나도 동의해.
킨세키가이의 회장 자리가 '임협'과 거리가 먼 자리라는 것도 이해해.
네가 위태로운 킨세키가이를 일으키려 했는데, 텟사이 아저씨는 되려 네 걸림돌이 되어버렸고, 그것 때문에 화가 났다는 것도 난 믿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냥 구분이 안 돼서.
나를 카지마치로 친절하게 안내한 건 너였고, 내가 이성을 잃고 내 사람들을 전부 없애버리길 바랐던 것도 너였어.
테츠야를 낙심하게 한 것도, 아버지의 죽음을 보게 한 것도 너였어.
텟사이 아저씨의 앞에서 손가락을 자른 것도, 텟사이 아저씨가 죽은 후에도 아저씨가 무능하다고 욕을 했던 건 너였어.
방금 네가 한 말은 아주 명확하고 합리적이었어.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어. 그리고 어떻게 오늘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이해했어.
그런데 네 설명이 명확하고 합리적일수록 믿을 수가 없어……
정말 그게 네 본모습이야? 네가 그런 사람이라고 믿게 만들려고 계획한 무대가 아니라?
그날 카지마치에서 네가 네 손가락을 잘랐을 때, 텟사이 아저씨는 네 행동이 분명 연기일 거라고 했어. 그때 나는 믿지 않았지.
근데 지금은 정말 알고 싶어. 네 왼손에 낀 장갑 속…… 그 안에 있는 손가락은 정말 4개일까?
……
피디아가 멈칫했다.
그는 호시구마의 눈을 똑바로 노려봤다. 그녀가 먼저 시선을 피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했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피식 웃으며 자랑하듯 왼손을 펼치고는 천천히 장갑을 벗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 새끼손가락 자리에 살이 아닌, 기계로 된 손가락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원래 내가 자른 손가락이 수십 년 동안 나를 따라다녔다고 말하려고 했었어. 하지만 믿지 않겠지?
……
하하…… 좋아.
방금 네가 했던 말 중에, 딱 하나만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말 같네.
임협은…… 개인의 신념이라는 말.
할 말은 끝났나?
어, 끝났어.
마지막으로 너와 함께할 부하들은 어딨어? 이제 불러도 돼.
여기엔 나뿐이야. 나를 도울 사람도, 함정도, 특수한 장치 같은 것도 없어.
미디어의 거물, 정치인의 브로커, 킨세키가이의 회장이 자기 목숨을 그렇게 가볍게 여기면 안 되지 않아?
거물? 이제 아닐걸.
정치인? 그 길은 네가 막았잖아.
킨세키가이의 회장? 취임식도 네가 망치지 않았던가?
내가 계속 연기한다고 생각했다면, 축하해, 드디어 지쳤거든.
나는 지금 그냥 조직원일 뿐이야. 궁지에 몰려 짐승처럼 싸우는 조직원.
이런 신분으로 죽음을 맞이할 거라면 깔끔하게…… 아름답게 죽고 싶어.
네가 지금까지 한 행동은 전부 임협과 반대되는 행동이었는데?
내가 말하는 건 '의협'도 '임협'도 아니야. 너와 텟사이 머릿속의 녹슨 골동품이 아니라고, 호시구마.
내가 말하는 건, 아름다움이야.
곧 벌어질 일이 한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죽은 모습을, 그 아들에게 보여주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건 인정해야 할 거다……
황야, 강변, 폭죽, 사방으로 튀는 피, 그리고 높이 날아오르는 머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걱정하지 마, 호시구마. 죽는 건 꼭 내가 아닐 수도 있어. 네가 죽는다면, 나도 조직의 일원으로서 너를 위해 아름다운 결말을 써 주지.
미안한데, 나는 그딴 거 필요 없어.
내가 너랑 싸우려는 이유는 오직 하나야. 너, 킨세키가이, 미츠쿠에, 극동과의 인연을 끊기 위해서지.
하하하, 이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불행하게도 내 칼에 죽게 된다면, 그 죽음을 어떻게 전하는 게 좋을까? 무엇을 베었다고 말할까? 오니?
오니라고 해.
영원히 고향을 잃은 오니.
미후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어서 평범한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길지만, 본인에게는 딱 맞는 태도를 뽑았다.
마치 눈처럼 예리한 칼날이었다. 하지만 밤의 어둠 속에서 언제든 녹아버릴 것 같은, 여름밤에 어울리지 않는 서리 같았다.
호시구마, 갑자기 든 생각인데.
그의 목소리에서 여태까지 느껴졌던 자만심이 돌연 갑자기 사라졌다.
……
그때도 이 강변이었지 아마, 우리가 아직 어렸던 시절, 우린 텟사이를 따라 이곳에 눈을 구경하러 왔었지.
기억나.
텟사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지,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 때문에 자신을 낮춰볼 필요 없다고.
텟사이는 우리가 무가의 후손이라고 했어. 오니쇼부 시게카즈가 시작된 이후, 무사들이 대대로 충의를 지키며 헌신했고, 그게 우리에게까지 이어졌다고 했지.
테츠야는 이렇게 말했어. 고귀한 지위도, 혁혁한 권세도, 충성의 대상도, 무가의 핏줄도 없지만……
충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무가의 영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했지.
인의, 의협, 임협.
설령 무가의 혼이 쇠퇴하고 왜곡되었다고 해도, 이름이 수없이 바뀌었다고 해도, 우리가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그 혼만큼은 계속 존재한다고 했지.
호시구마, 테츠야가 말한 건 전부 헛소리였어, 테츠야가 했던 건 전부 연기였던 거야, 내 말이 맞지 않아?
미후네가 호시구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
모르겠어?
내가 믿는 건 오직 하나야.
넌 아저씨를 아주 증오했지, 아저씨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연기하진 않았을 거야.
그래.
네가 텟사이를 믿는다면, 나는 너를 믿어. 나는 텟사이가 나를 속이지 않았다는 걸 믿어. 나는 우리가 지금 이 난인 안자이 미츠쿠에오오야시로에 있는 무가 최후의 후예임을 믿어.
근데 그 명문 집안의 진짜 후손들은 지금……
하하, 아마 부동산 투자나 하고 있지 않을까.
킨베에가 나지막이 웃었다.
그의 맞은편에 있는 호시구마의 몸에서는 푸른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꽃은 더 이상 킨베에 때문에 타오르는 게 아니었지만, 점점 커졌다. 숨이 막힐 정도로 환한 미츠쿠에의 밤하늘을 가를 기세였다……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등을 지고 선 두 사람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호시구마가 칼을 천천히 칼집에 넣었다.
한편 킨베에의 몸은 점점 굽어졌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넌…… 안 다쳤어?
얼굴을 좀 긁혔네.
나는?
피가 흐르는 게 느껴지는군, 호시구마. 하지만 보고 싶지는 않아.
말해줘. 나는 얼마 후면 죽지?
모르겠어.
내가 가고 나면 곧 누군가가 올 거야. 그러면 너는 아마 오래 살 수 있겠지.
왜 날 죽이지 않았지?
이제 너랑 나 사이에 얽혀있는 건 없어.
텟사이 아저씨의 복수, 모모카의 증오, 전부 나 대신 심판할 사람이 있을 거야.
하, 하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넌 여전하구나…… 네가 이겼어.
아니, 난 졌어.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완벽하게.
이 도시의 모습이 그렇게 싫나?
내 기억 속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을 뿐이야.
이제 이곳은 내 집이 아니야, 그게 다야.
잘 지내.
호시구마는 돌아서서 카지마치의 폐허 속으로 걸어갔다.
한편, 쓰러진 킨베에는 한기를 느끼며 반대편 기슭을 바라봤다.
강 건너의 소란과 번잡함이 그가 있는 이 강변을, 곧 화려해질 황무지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외뿔의 오니는 폐허가 된 옛 건물들, 각박하고 번잡한 환락가, 자신과 합을 겨룬 끝에 쓰러진 적들을 지나쳐 어둡고도 눈부신 밤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원한 밤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와 마치 해방된 것 같은 가벼움, 그리고 현재에 속하지 않는 소리를 자신의 귓가로 가져왔다.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는 음흉한 미소로 물에 닿으면 바로 찢어지는 종이 그물을 건네주며, 린수를 건져보라던 짓궂은 노점상 주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여름의 밤, 텟사이 아저씨가 자신의 손에 쥐여주었던 사탕, 어렸던 자신에겐 너무 컸기에 천천히 핥아먹어야 했던 사과 사탕.
유치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던져도 걸리지 않았지만, 마치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마구 던졌던 고리 던지기 놀이.
킨세키가이의 사람들과 거하게 마시고 우르르 몰려갔던 사격 게임장. 경품은 전부 싸구려였지만, '라테라노 신성한 도시'라고 쓰여 있던 간판……
그렇게 호시구마는 극동의 여름밤 속으로 한 발씩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시간과 함께 흘러가 버린 그 환영들은 그저 호시구마의 옆을 스쳐 지나갔고, 호시구마가 쓰러트렸던 사람들과 함께 등 뒤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리고 불꽃.
잊고 있었다. 오늘은 불꽃놀이가 있는 날이다. 오늘 밤의 불꽃 축제를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극동 여름밤의 불꽃놀이가 있는 날이었다.
그러니까, 불꽃 축제에서 터트린 폭죽을 못 봤다고?
못 본 거랑 다름없어.
엥? 불꽃 축제를 통째로 놓쳤다고?
응.
정말 아쉽네. 그렇다면……
그러면…… 이거라도 봐야겠지.
예쁜 불꽃을 보여주는 것까진 안 될 것 같아. 니타 거리를 전부 뒤졌지만, 겨우 이것밖에 구하지 못했거든……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진 마.
……
상심할 게 뭐 있어.
그러면 다행이고.
뜻밖의 인물이 뜻밖의 미소를 지으며 뜻밖의 선물을 들고 자신의 앞에 섰다.
호시구마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작은 불꽃이 도시 전체보다 더 환하게 보였다.
정말 예쁘다.
응, 곧 꺼지겠지만…… 정말 예뻐.
키치세이, 사라사, 모리우치는? 아, 그리고 테츠야는?
키치세이랑 모리우치는 아직 그 피곤해 보이는 경찰한테 조사받고 있어. 조금 있으면 나올 거야.
사라사는 경찰을 만나기 전 길목에서 갑자기 잠들었는데, 자기는 신경 쓰지 말랬어. 경찰을 만나러 갔다가 돌아가 보니 이미 사라졌더라고.
테츠야는…… 나도 모르겠어.
참, 경찰한테 전해야 해. 킨베에가 아직 강가에 쓰러져 있을 테니 구하러 가는 게 좋을……
벌써 갔어.
오, 둘이 여기에 있었네. 뭐해? 소규모 불꽃 축제야?
그런 것 같네.
여기에 불꽃 축제를 통째로 놓친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이렇게라도 봐야 하지 않겠어? 하하하.
(이것도……)
(……신명?)
호시구마? 표정이 왜 그래? 또 무슨 일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잘못 본 거겠지.
호시구마는 그 신명이 자신을 보고 웃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원래부터 쭉 웃고 있었거나.
다음 순간, 신명은 천천히 사라졌다. 모모카의 손에 있던 불꽃도 조금씩 끝을 향해 갔다.
마지막 불꽃이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