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ST-3재회
신앙이 붕괴하고 신이 떠나자, 라테라노는 큰 타격을 입는다. 사람들은 삶의 이유와 방식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친다. PCS의 잔해 앞에서 엑시아는 새로운 라테라노를 위해 첫 번째 소원을 빈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엑시아, 피아메타,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산크타 믹사파라토
……왔구나, 페데리코.
교황님.
찻상에 놓인 새로운 메뉴를 보았는가?
그건 '이반젤리스타 11세 아이스크림 케이크 타워'라네. 11가지 맛 선인장 퓨전 아이스크림 볼이 11개 올라간, 교황의 칭호로 이름 지은 11번째 케이크지……
새로운 디저트에 대한 평가를 집행자 업무만큼 전문적으로 해드릴 순 없습니다.
허허, 자네가 철수할 때 이 죽어가던 늙은이를 잊지 않았던 것이 고마워서 그러는 거라네.
물론 이걸 도시 전체에 보급할 생각이라네. 모두가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군.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맛입니다.
하지만 라테라노 시민들이 조속히 일상의 질서를 되찾아야 하는 건 맞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자살률은 매우 높았고, 각종 강력 사건도 빈발했습니다.
작은 규모의 폭동부터 대규모 이탈까지…… 공증소에 기록된 사건만 해도 약 1천 건이 넘었고, 도시 재건 작업을 지금까지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이가 너무나 많은 걸 드러냈고, 너무나 많은 걸 바꿔버렸지.
우리의 율법은 차가운 기계였고, 성도는 추악한 괴물이었어. 게다가 우리 모두가 마족과 같은 혈통이었다니……
그중 단 하나의 진실만으로도 한 사람의 신앙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네.
이번 라테라노 재건은 보통 일이 아니지.
제3, 4청의 복구 작업이 막 시작됐습니다. 경제 회복 작업도 함께 추진 중입니다.
……라테라노가 이렇게 바쁜 건 참 오랜만이군. 모두 분주함 속에서 마음속 균열을 회복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페데리코, 자네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산크타, 라테라노, 신앙, 교감, 소통, 우리의 사회…… 신성한 도시는 수천 년 동안 중요한 결정을 수없이 내렸지. 심지어 자네는 성도로 임명되지 않았는가……
그건 전부 그…… 기계가 연산했던 결괏값이었지. 영적인 빛은 차가웠던 것이었어.
병적인 교감의 결핍은 자네에게 극단적인 이성을 부여했지. 그것이 자네를 택한 건, 자네가 그 연산 로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네……
자네가 했던 대화를 어느 정도 희미하게 들었다네.
난 그것과 수십 년을 교류했지만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네…… 그것과 대화하기에는 자네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말일세.
둘의 화법을 잘 아는 게 아니었다면, 어떤 말을 누가 했는지도 몰랐을 거야.
율법이 기계면서 시스템이었다면,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법은 그것의 논리대로 생각하고, 그것의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네는 결국 그것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지 않았는가.
……
전 법을 이루는 모든 글자를 기억하고, 의뢰 중에 만났던 모든 이름을 기억합니다.
라테라노에서는 기계가 만든 질서와 생명에 필요한 질서가 비슷했을 뿐입니다.
생명의 존재는 곧 기적이고, 강대함과 나약함은 생명의 양면입니다. 우리는 생존과 삶을 위해 끊임없이 질서를 만들고 개선했죠. 율법도 그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질서라는 건, 인간 특유의……
페데리코가 갑자기 멈칫했다. 늘 '기계처럼 냉정'하기로 소문난 집행자가 적당한 어휘를 고르는 건 평소에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소중한 나약함을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하하, '소중한 나약함'이라…… 재밌는 조합이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거절한 건 우리 모두의 결정이었습니다, 교황님. 그게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는 시간이 알려줄 겁니다.
말해보게.
아. 그런 일도 있었는가?
……!
르무엘,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죠?
헤헤, 스프레이야.
여긴 깊고 추운 데다, 이 돌덩어리는 민둥민둥하고 칙칙해. 어쩐지 다들 여기 오기만 하면 지독한 감기라도 걸린 것처럼 기운이 없더라……
많이 참았어. 더는 못 참아!
얘한테 새 옷을 입혀줄 거야. 그래야 다들 보고 기분이 좋아지지…… 같이 할래?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난 재작년 용문 그라피티 콘테스트에서 3등을 했으니까!
저게 뭔지 잊으신 건 아니겠죠?
이렇게 하자. 이걸 특별한 소원 빌기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해가 안 되는 일이나, 아직 못 해낸 일을 다 돌덩어리에 칠하는 거야. 이뤄질지도 모르잖아!
소원…… 이요?
예전에도 성도가 소원을 빌어서 산크타랑 라테라노가 생긴 거잖아?
하지만 이미 고장 났잖아요……
에이, 돌덩어리는 그냥 돌덩어리지, 고장은 무슨!
네가 있잖아. 그리고 나랑 저 뒤의 아이스크림 파는 아이, 마지막으로 제총사까지, 여기 있는 모든 산크타가 네 소원의 증인이 되어줄 거야……
게다가, 누가 소원을 들어주는 게 꼭 이 돌덩어리여야만 한대?
……
지난 3달 동안 벌어진 불가사의한 일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전부 특종 아니었을까? 신성한 도시의 밑바닥까지 전부 드러난 거니까!
하지만 결국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폐허 속에 남아버렸어…… 그래도 우리의 광륜이 아직 빛나고 있으니까 끝난 건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소원을 빌어 봐!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내가 먼저 해볼게!
교황청이 후원하는 첫 민간 물류 회사인 내 '애플파이 로지스틱스'가 다음 주에 개업해!
회사가 대박이 나고, 의뢰도 많이 받고, 엄마, 아빠, 언니랑 함께할 시간도 많아졌으면 좋겠어……
르무엘 언니. 그럼 저는 무설탕 아이스크림을 위한 소원을 빌어도 될까요?
어……
물론이지!
라테라노 사람들의 유전자가 바뀌어서, 모두가 제 식습관 연구를 진심으로 지지하게 해 주시고, 이와 광륜이 영원히 썩지 않게 해주세요!
……
……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아침 햇살이 라테라노의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들어 녹색 그라피티와 칙칙한 돌덩어리를 비추었다.
산크타들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빛이 먼지 속에서 춤추고 있었다.
……
……제7청이 해당 지역의 봉쇄 및 통신 제어 방안을 제시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섹터가 그렇게 엉망이 됐는데, 당연히 봉쇄하는 거에 어려움이 있겠지. 하하.
대성당은 지금 절벽 끝에 있는 꼴이라네. 지나가는 자가 밑을 내려다보는 걸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최초의 성도가 모든 라테라노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했다네…… 동포들은 그저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을 뿐이지.
공증소의 기록에 따르면, 금일 오전 파베르 구역 센트럴 병원 광륜 외과의 마지막 중증 환자도 경증 병동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그 말은 지난 3달 동안, 이번 재이에서 광륜을 부여받은 산크타가 아닌 종족이 더 이상 머리 위에 생긴 귀찮은 형광등 때문에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군.
그리고 산크타들의 망가진 광륜도 천천히 복구되고 있고……
교감은 아직도 존재한다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산크타만의 연결 고리이지.
그건, 정말로 죽은 건가?
저와 안도아인에게 자신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가장 취약한 곳을 저희에게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파괴했습니다. 작동이 완전히 멈추었는지도 재차 확인했죠.
하지만, 광륜이 반응하는 프로그램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네……
율법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겁니까?
말을 바꿔서 해보자고, 페데리코.
자네는 율법 자체의 모순을 지적했지만, 모순은 애초에 서로 충돌하는 두 사물이 결합된 거라네.
만약 그것이 마지막으로 자네들에게 내린 명령이 모순을 바로잡는 거라면……
그렇다면 저희가 파괴한 건 어쩌면 율법 그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결합…… 즉, '모순'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계는 작동을 멈췄으니까요.
물론, 이것도 그냥 어제 선인장을 씹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을 뿐이네.
다만, 난 그것이 우리에게 분명 뭔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네.
어쩌면 라테라노의 율법은 완성된 적이 없었던 것일지도 몰라. 어쩌면 그것이 남긴 건 단순한 프로그램이고, 우리와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그래서 대성당 지하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네.
……
라테라노의 미래, 그리고 율법의 새로운 의미는 어쩌면 모든 산크타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지도 몰라.
페데리코, 자네 말처럼 '시간'에 맡겨보도록 합세.
이상하다, 어디로 간 거지……
유탄 발사기 정비용 가방은 아래쪽 서랍에 있고, 영화 디스크는 소파 틈 사이에 숨겨놨다.
일단 짐은 놔두고 선인장 주스부터 좀 줬으면 좋겠구나…… 방금 병원에서 돌아왔단다. 아주 목이 타는구나!
무슨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는지 맞혀보겠니?
……
산크타 수도사 하나가 연속으로 5번이나 장례식을 주재했다. 지나친 슬픔에 갑자기 실어증이 왔더구나. 그의 아내도 함께 고통을 느꼈고……
핵심은, 사건 당시 수도사는 교외의 위령성당에 있었고, 아내는 도심의 총기 공방에 있었다는 거지!
비슷한 일이 많더구나. 저번 주엔 여러 주요 병원과 성당들이 연합해서 교황청에 산크타 수천 명의 이상 진단 보고서를 제출했단다……
우리 머리 위에 달린 형광등이 다시 밝아졌지만, 교감의 구체적인 감지 정도와 범위가 사람마다 달라진 것 같다.
같은 시공간에 있더라도, 잘 모르는 산크타끼리는 서로의 감정을 희미하게 느낄 뿐이지만, 유대가 깊은 가족이나 친구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
라테라노의 모든 게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 알고 있다. 커다란 재이를 겪은 후 본질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피아, 지금 같은 때 떠나면 안 된다.
로도스 아일랜드…… 전에도 여기에 대해 말했던 적이 있었죠.
{@nickname} 박사도 라테라노에 왔고, 뒤에서 많은 것들을 해결해 줬어요.
박사의 말로는, 본함에 큰 사고가 일어났고, 신성한 도시에서 발생한 재이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대요…… 배후에는 더 많은 것들이 연관되어 있고, 박사는 그걸 밝혀내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어요.
저와 모스티마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니까, 합류할 의무가 있어요…… 이건 라테라노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제 외근 신청서는 당신의 승인을 받아야 해요. 이유는 이미 다 읽어보셨겠죠.
피아, 내가 저질렀던 일은 너도 모두 알고 있지 않니?
교황님조차 당신의 죄를 묻지 않았는데, 제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다른 사람들이 그 행렬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힘썼잖아요…… 총기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거예요.
하아, 모든 사람이 이 늙은이에게 자비를 베푸는구나.
게다가 그건 당신만의 문제도 아니었어요……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산크타가 그 괴물 편이었잖아요.
물론, 교감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모두 '더 나은 라테라노를 만든다'라는 이유가 있던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지금 들어도 그건 멍청한 짓이었고, 나이를 먹을수록 유난을 떤다고 말하고 싶지만요……
하지만, '이별' 같은 건…… 저도 이해할 수 있어요.
흐음……
전에도 말했잖아요. 어떤 일은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한다고. 설령 보는 입장에서는 그게 불안해 보였더라도 말이죠.
금방 돌아올게요.
피아, 나는 네가 이번에 가지고 온 《여덟팔 전기톱맨》을 아직 못 봤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파가니니 녀석 말이 맞는구먼. 역시 사람은 후회하기 전에 먼저 행동해야 해.
……
이제 곧 은퇴하는 거 맞죠?
그렇지.
같이 휴가라도 갈래요?
후우. 드디어……
반니니는 멍하니 총기 공방의 문 앞에 서 있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영업 임시 중단' 팻말을 떼어내고 문을 열었다.
서, 선생님……
뭐냐, 뭘 그렇게 또 소리를 지르는 거냐.
겨우 광륜을 다시 검사한 것뿐인데, 뭐가 그리 오래 걸린 게냐? 내 부상만큼 심했던 게냐, 쿨럭……
챈들러 선생님께서, 제 언어 능력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대요.
그리고 연구에 협조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셨어요…… 언어 장애와 광륜에 대해서…… 자, 잘은 못 알아들었지만……
너희 산크타들은 참 복잡하구나. 알아듣고 싶지도 않다.
참, 수호총을 돌려주마.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 그때 안 계셔서, 제 나름대로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문제야 당연히 있지.
네?
손잡이가 너무 얇아서 출력을 더 올릴 수가 없다! 부품 조합과 발사 구조는 나쁘지 않더구나.
……
그리고 방금 누가 이 문서를 문 앞에 두고 가더구나. 한번 읽어봐라.
이건 교황청 표식인데…… 설마……
참나, 지금은 꿈속도 아니다. 총기 공방을 닫으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
교황청의 주문이다. 새로 부임한 총기사에게 중량급 총기를 만들어달라고 하더구나.
파……
그만. 저들이 어째서 이 작은 공방을 찾아왔는지 나도 안다.
반니, 그때 그 자식한테 방아쇠를 당긴 거 맞지?
네.
잘했다. 네가 나 대신 한 건 해줬구나. 이제 옛날 일은 돌아보지 않을 거다.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고.
이 주문을 받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면 된다.
제, 제가요?
아니면 나더러 하라는 거냐? 솔직히 말하자면 난 내가 살아남을 거란 생각도 안 했다. 아직도 가슴이 쑤시는구나. 크윽, 쿨럭…… 지금은 부품도 잘 안 보이고 총도 잘 안 쥐어진다고.
근데 넌 이미 인생 첫 총도 만들어냈고, 너희 주님이 네 입에 해둔 봉인도 없애버렸잖니…… 가장 어려운 일이 모두 끝났으니, 앞으로의 길은 당연히 스스로 걸어야지.
참, 내 간판에 먹칠만은 하지 말아다오……
어때, 할 수 있겠니?
……
맞아. 엘은 떠났어…… 근데 잠깐, 내가 말했잖아. 이번 일은 교황청의 결정이었다니까.
라테라노든 다른 국가든, 이번 재이는 시작일 뿐이야. 기운을 차려야 해. 앞으로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도 다져나가야 하고.
……엘이 용문에서 일한 경험과 로도스 아일랜드와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하면, 이 임무는 엘한테 맡기는 게 최선이야.
아, 엘이 “엄마, 아빠. 르무엘의 새로운 모험에 뜨거운 박수를 부탁해.”라고 전해달라고 하더라.
엘이 배탈 나지 않게 기도나 해줘…… 그나저나, 내가 화낼 거라 생각했나? 엘이 떠나기 전에, 내가 먹으라고 냉장고에 남겨둔 치스티밀크를 다 마셔버렸어!
자, 그럼 이제 슬슬 일을 해볼까.
이 단말기는…… 또 아모스의 유품을 보고 있었구나.
듣자 하니 아모스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함께 행동했다면서?
응. 아모스의 유언을 들었어. 그래서 이메일 기록을 복원한 거고.
바보 같지?
……
본론으로 돌아가자고, 르무엔 추기경. 내 새로운 죄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거지?
그 얘기는, 그저께 신성한 도시 서쪽 교외에서 상인들을 습격해 빅토리아로 돌아가게 한 게…… 네가 한 짓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야?
혹시 몰라 말하는데, 그 사람들이 훈련된 정찰병이라는 것을 몰랐다고는 하지 마.
맞아, 고도딘의 사람이야.
우리는 뭔가를 '판결'하진 않을 거야. 객관적으로 제7청을 도와준 거니까.
기분 더럽던 차에 마주쳤던 것뿐이야.
그 누에다라는 수녀, 그리고 너를 따라 라테라노로 온 볼리바르 사람들. 교황청은 그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거야.
그리고 목적이 무엇이었든, 네가 파트리치온을 저지해 준 건 우리 쪽에 도움이 됐어. 신성한 도시에 무단으로 복귀한 일은 교황청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했고.
흥, 어째서지? 꿈에서 깨고 나서 지옥까지 떨어진 죄인까지 용서할 정도로 라테라노는 순결하고 자비로운 척을 하고 싶은 건가?
정말 그 정도로 멍청한 건가?
그 괴물이 라테라노에서 버젓이 자신의 설교를 늘어놓은 이후, 천사와 악마가 같은 뿌리라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됐어.
이 도시가 쓰고 있던 성스러움이라는 역겨운 가면도 완전히 벗겨졌다고.
신성이라는 근간을 잃어버린 '신성한 도시'는 약소한 도시국가에 불과해. 계속 그딴 허세 부린다고 라이타니엔이나 우르수스가 동정이라도 해주겠어?
오해야. 라테라노가 자비로움을 보여주려 했던 적은 없어.
네게 내려졌던 추방령은 여전히 유효해. 네가 신성한 도시로 복귀하는 건 허락되지 않았어. 다만, 교황청이 네게 고용 계약을 제안하는 걸 고려 중이야.
고용?
그저께처럼, 네가 했던 일을 계속하면 돼.
참나, 마치 라테라노인은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말로 들리는군.
물론 아니지. 총기사, 추기경, 호위대, 만국 전달자…… 누구도 죄악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어. 하지만……
시국에 변화가 생긴 건 확실해. 네 판단이 옳았어. 다음에 다시 신성한 도시 교외에 나타나는 건 정찰병뿐만이 아닐 수도 있겠지.
한 시대에서 가장 잔혹한 악행으로 여겨지던 행위가 다른 시대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최소한, 너에겐 결단력이 있잖아.
무슨 근거로 내가 동의할 거라 생각하는 거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예전에 아모스랑 심하게 다투고 라테라노를 떠났다고 했지? 아모스는 그 일을 계속 후회했어…… 무슨 일로 다퉜던 거야?
……
저기, 왜 또 그 일을 꺼내는 거야?
파트리치온 님이 결혼식에 오신 것도 아니고, 우리를 축복해 주신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의 스승이잖아.
그래?
게, 게다가.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문제는 별로 없긴 해. 네가 저주한다고 그 사람이 죽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아냐, 어쩌면 네 그 조사관 자리까지 빼앗아 버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이것조차 할 용기가 없다면…… 넌 정말로 겁쟁이야, 아모스.
갈게.
역시 이번에도 영양가 없는 다툼이었네.
……
아우렐라, 단말기에 있는 문서를 봤을 거야. 어쩌면 아모스가 그때 다 하지 못했던 말은……
네가 어떤 사람이든, 두 사람의 결합을 향한 축복이 있든 없든, 너를 향한 아모스의 확신과……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라는 확신은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얘기였을 거야.
……
난 네가 교황청의 제안을 수락할 거라고 확신하진 않아.
우린 교감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어. 정리되지 않은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 나 역시 많은 것들을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해.
만약 증오가 너 자신을 유지하는 매개체라면, 그게 너에게 가장 적합한 길일지도 모르잖아?
내 생각엔…… 어쩌면 그것도 아모스가 보고 싶었던 모습이었을지도 몰라.
들러리, 괜찮아?
으으윽……
알고 있어…… 네 심장 박동과 온기를……
그리고 네 두려움도, 기쁨도 알아……
내, 내가 율법의 은총을 받았다면, 네 생명에도 자비를 내려주시겠지……
기도? 지금 상황에 무슨…… 잠깐, 당신은 살카즈잖아. 언제부터 기도를 시작한 거야?
잠시만……
……!
잘 돼가고 있어?
응.
표정이 왜 그래?
……과, 광륜이야.
뭐라고?
들러리의 아이, 살카즈 신생아 머리에 광륜이 생겼다고……
……!
분명 들러리의 남편도 살카즈였을 텐데? 이 아이는 체첼리아 같은 혼혈아도 아닌데……
게다가 여긴 그 빌어먹을 꿈속도 아니야. 그리고 이 이동 수도원은 이미 라테라노에서 한참을 벗어났는데……
안도아인은?
수도원이 멈추자마자 나갔어. 먹을 걸 구해오는 김에 새로운 기적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꽃도 꺾어 온다고 했지.
무슨 일이 있을 걸…… 예감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
기억나?
그 재이가 끝나고 구덩이 옆에서 안도아인을 찾았잖아. 근데 안도아인은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에다 대성당 지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얘기하길 거부했지.
교황청 제1, 5, 6, 7청이 안도아인의 죄를 공동 심리했어. 재판 과정은 모두 비공개였고, 재판 결과가 유배라는 것만…… 알 수 있었지.
영원히 라테라노에 돌아갈 수 없게 됐지만, 이 이동 수도원을 타고 떠나는 건 허락됐고……
됐어, 그만해.
패스파인더를 해산한 건 안도아인의 결정이었어. 안도아인의 말대로 우리는 이제 라테라노에 무언가를 요구할 필요가 없어……
동료들은 라테라노에 남거나 고향으로 돌아갔어. 안도아인을 따라 이곳에 온 건, 남은 열 몇 명의 결정이었지.
안도아인이 이 수도원에 품은 진짜 목적이 뭐든, 적어도 하나는 확실해. 더 많은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는 거야……
그나저나, 곧 돌아올 때가 됐는데?
……
그 살카즈는 그 성당에서 기도하는 법을 배웠어. 스스로 율법과의 유대를 쌓았지.
반면에 우리는 신앙이 파멸한 후에야 처음으로 그것과 대화를 나눴어.
만약 신앙이 생명에 대한 응답이라면, 새로운 율법은 지금 이 순간에 비로소 탄생했다고 할 수 있지.
……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오히려 우리가 하나의 가능성을 거절했기에, 더 불확실해졌고, 더 가까워졌어……
다행인 건, 새로운 가능성도 눈앞에 있다는 거야.
안도아인, 넌 그걸 가지고 어디로 갈 생각이지?
바람을 타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산비탈에서 들꽃을 안고 있던 산크타가 멈춰 섰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미세한 빛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 고개를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한참 후, 안도아인은 산비탈 너머에 있는 이동 수도원으로 향했다. 그는 예전처럼 그렇게 라테라노를 떠났다.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그의 죄를 들추는 이도, 그 원한들에 탄식하는 이도, 그를 배웅하는 이도, 그의 떠남을 아는 이도 없었다.
그에게는 정리해야 할 감정조차 없었다. 그저 낡은 책을 매만지며, 끝없는 황야 속의 좌표가 되기까지 걷고 또 걸었다.
순교자는 언젠가 머나먼 여행길에서 잠들 것이다.
그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