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ST-4여정
프리스티스의 약점을 알아낸 박사와 Mon3tr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다. 프리스티스는 PCS 잔해에서 태어난 '천사 원형체'를 목격한다. 테라 곳곳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당신은 마침내 확신했다. 현실 속 그 대단했던 이주가 끝났다는 것을.
이주의 결과는 당신들이 있는 공간에도 투영되었다…… 마치 재앙이 쓸고 지나간 것만 같은 거대한 틈이 대성당 앞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틈 옆에는 더 눈에 띄는 구덩이가 있었다.
그것들은 고요해야 마땅한 도시에 생긴 흉측한 흉터 같았다.
그리고 고리 모양의 기계가 그 안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
- PCS 시스템이…… 다운된 건가?
당신은 프리스티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했다. 마치 이 돌발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당신은 불안함을 느꼈다.
분석 끝났어! 10초 전에, 대성당 광장에서 엄청난 폭발이 적어도 2번은 일어났어.
실행자는 엑시아, 이그제큐터, 은발의 산크타로 특정됐어. 폭발 지점 주변에서 계속 깜빡이는 정지 화면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고.
- 엑시아한테 만들어 준 프로그램 폭탄이 효과적이었어.
- 하지만 저 기계의 구조가 그렇게 약하지는 않을 텐데.
아직 축하할 때가 아니야, 박사!
(프리스티스가 아직 다음 행동을 하지 않았어.)
(상황을 바꾸지 못하게 막아야 해.)
맞아. 기계의 구조는 천사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충격 에너지를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어. 애초에 더 혹독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니까.
(프리스티스가 PCS 시스템을 재가동할 수 있어. 막아야 해.)
하아. 미안해, 박사.
이번에는 나 혼자 와야 했었어. 박사가 최대한 개입되지 않게끔 해야 했는데……
- 이미 내 앞에 서 있는 게 익숙하잖아, Mon3tr.
- (미소 짓는다)
- 고마워.
어?
- 어쩌면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상황은 아닐지도 몰라.
- 이제 나는 프리스티스의 상태를 알 수 있어.
프리스티스의…… 상태?
당신이 Mon3tr를 지나쳐 프리스티스에게 걸어가려는 순간, Mon3tr는 긴장하며 팔을 움켜잡았다.
박사!
- 괜찮아.
- 날 믿어.
Mon3tr는 잠시 주저하다가 팔을 놓았다. 하지만 당신의 옆에 바짝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당신은 프리스티스와 나란히 섰다.
- 도시의 상처들이 조화롭지 않아.
- 넌 이 불필요한 파라미터들이 네 데이터에 섞이는 걸 내버려뒀어.
{@nickname}, 그 하찮아 보이는 문자들이 결국 프로그램 전체를 마비시킨 거야…… 한 언어가 영원히 완벽하게 작동된다고 장담할 수 없어.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우리가 만든 언어에도 한계는 있어. 비록 오리지늄이 있다고 해도 말이야.
적응과 자가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가끔은 별생각이 다 들어. 오리지늄이 완벽한 형태로 진화하는 걸 막는 요소는 어쩌면 그 자체의 설계적 결함이 아니라…… 우리가 아닐까.
인간의 감성이나 이성이, 언어의 발전에 족쇄를 묶을 수도 있으니까.
오리지늄을 만들던 시절에, 우리도 이 주제를 두고 수없이 논쟁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진 못했지.
그래도 우리 둘 다 오리지늄 안에 이런 불확실성이 있다는 걸 받아들였어.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기억이 손상되면서 사고 확장 능력에도 문제가 생긴 거야?
그래도 {@nickname} 당신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즐겁네. 예전에 당신이랑 하던 대화 방식과는 전혀 달라.
완벽이라는 건 확정된 한계를 의미해. 하지만 결함은 더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지. 이건 {@nickname}, 당신의 주장이었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위기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완벽이라는 건 제 무덤을 파는 행위에 불과하겠지.
- 아니야. 그건 지금 상황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 넌…… 절대로 상황을 바꾸지 못해.
- 이번엔 갑판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와 달라.
……
언제부터 알았어?
- 방금.
- ……넌 프로그램이 터지는 걸 막을 수 있었어.
- ……넌 오리지늄으로 그 틈을 메울 수 있었어.
- ……넌 성도들을 영원히 미궁에 가둘 수 있었어.
- 네게는 식은 죽 먹기겠지.
- 네가 깨어날 때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져온 재난처럼.
- 심지어 넌 처음부터 나와 Mon3tr를 어떻게 하지도 않았어.
- 분명 네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당신이라면 그 정도는 금방 눈치챌 수 있어, {@nickname}.
하지만 지금이 되어서야 내 옆에 설 용기가 생겼구나.
난 지금 내 곁에 서 있는 사람이, 오랜 잠 속에서 마음 깊숙이 뿌리내린 그 고독을 나와 함께 나눴으면 했는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당신은 할 수 없는 일이네.
- ……
우리의 상태는 예전 같지 않아. 많은 일이 있었잖아?
- 너는 확실히 나한테 숨기는 게 없구나.
- 너는, 음…… 더 수수께끼 같아졌어.
나한테 궁금한 게 더 많아진 거야?
지금의 'Mon3tr'는 아무런 제약을 받고 있지 않아. 네 의문 중 일부는 대답해 줄 수 있을 거야.
……
AMa-10, 혹시 너희 {@nickname} 박사가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거야?
하지만 난 {@nickname} 박사가 직접 날 찾아와줬으면 좋겠어, 아까처럼 말이야.
석관에 있던 시간은 고통스러웠어. 생각은 마치 끈적한 늪을 떠다니는 것 같았고, 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을 빼앗겼지.
우리의 사고 속에 끊임없이 각인된 논쟁이 아주 가끔 위안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그건 우리가 함께 세운 비전을 확신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어……
나는 내 길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어.
왜냐하면 '논쟁'은 그 사람과 다시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으니까……
- ……
- 나는……
내가 생각하는 걸 지금 바로 이해해 주길 바라진 않을게. 마지막 날이 오기 전까지 당신이 믿는 길을 걸어가도 좋아.
우리 사이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그때 그 사람이 나를 반대하던 이유가 무엇인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야.
당신이 사랑하는 테라가 또 내게 어떻게 증명해 보일지 정말 기대되네. 당신들의 몸부림은 여전히 가치가 있으니까…… 조금 전의 라테라노 사람들처럼.
……
하지만, 나도 확신하고 있어. 예언가는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nickname}, 난 당신을 기다릴 거야.
프리스티스는 생기 없는 도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가끔은 저들이 우리랑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당신에게 시간이 충분했다면, 어쩌면……
……
프리스티스의 형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맞다, 내가 확실히 AMa-10를 고칠 수 있어.
결심을 했으면 오리지늄에 소원을 빌어봐, {@nickname}.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프리스티스의 형체는 완전히 사라졌고, 당신들은 목표를 잃었다.
고요, 절대적인 고요 속에서 당신과 Mon3tr만이 이 빛바랜 죽음의 도시에 갇혀 있었다.
- 떠났어……
음, 그러면 이제 끝난 건가?
- 아마도.
- 산크타들은 스스로 위기를 넘겼어.
- 나도 프리스티스의 현재 상태를 확인했고.
- 오리지늄의 통제권을 예상보다 더 많이 잃은 것 같아.
박사, 그거 엄청 중요한 정보네!
프리스티스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막을 가능성이 보여.
맞다. 아까 말한…… 켈시는……
- Mon3tr, 나는 프리스티스를 믿지 않아.
- 우리는 오리지늄에 소원을 빌어선 안 돼. 켈시를 위해서라고 해도……
……알아. 나도 프리스티스가 말한 방법으로 켈시를 되찾고 싶지 않아.
프리스티스는 로도스 아일랜드와 라테라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어. 게다가 나타날 때마다 우리의 인식을 뒤흔들고 더 예측 불가능한 위협을 말하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 우리는 오랫동안 연구해 왔어……
- 우리에겐 우리만의 방법이 있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주 긴 여정이 되겠지?
- ……
당신은 그제야 Mon3tr의 이상함을 포착했다. 적은 이미 사라졌고 위기도 해결된 뒤였지만, 평소 활달했던 Mon3tr는 미소를 짓지 않고 있었다……
Mon3tr의 표정은 오히려 굳어있었다.
Mon3tr가 재구성된 건 얼마 전이다. 그렇기에 당신도 Mon3tr의 모습에 완벽히 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Mon3tr 또한 자신에게 벌어진 변화와 뼛속까지 사무친 상실감에 적응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Mon3tr는 로도스 아일랜드 재건과 라테라노 구조 등의 임무에 너무 빨리 투입됐다…… 어쩌면 이제야 Mon3tr에게 말할 기회가 생긴 걸지도 몰랐다.
-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 Mon3tr……
- 포기하지 마, Mon3tr……
켈시를 데려올 거야!
아미야랑 박사도 지킬 거야!
Mon3tr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
켈시가 내게 한 말을 잊지 않을 거야!
내가 가장 바라지 않는 상황이 정말 발생한다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박사를 지키고, 아미야를 지켜줘.
나는 이 명령만 너의 기본 행동 원칙에 각인할 거야.
……
……
영원한 생명은 필연적으로 외로워. 나는 이미 충분히 맛보았어.
……너도 이제 스스로 나아갈 수 있을 거다……
Mon3tr.
- 내 말 들어 봐, Mon3tr.
당신은 Mon3tr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네 몸이 재구성된 지 얼마 안 됐어……
- 너무 너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
- 켈시도 자신의 희망이 족쇄가 되는 건 바라지 않을 거야.
음……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박사.
……
물론 내가 막 깨어났을 때, 박사는 “어서 와”라고 말한 뒤, 바로 돌아서서 가버린 걸 기억하고 있지만……
- 으윽……
- 미안해, Mon3tr.
괜찮아. 나는 수천 년을 함께해온 공생체의 소멸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고, 박사 역시 오랜 시간 곁에서 함께 싸워온 동료의 부재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마주 보고 있잖아.
……
박사,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지냈잖아?
런디니움의 포화 속에서, 살카즈의 비밀이 잠든 동굴 깊은 곳에서, 트리마운츠의 그 고리 모양 구조물이 솟구칠 때 뿜어낸 화염 속에서, 밀리아리움의 투지장에서……
켈시가 항상 있었듯, 나도 항상 있었어.
켈시가 떠난 후부터 내가 켈시의 명령을 따르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때가 되어서야 박사와 로도스 아일랜드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야.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가 되어 창조주에 맞서 싸우고, 아미야랑 널 지키는 것도…… 내 선택이었어……
늘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침묵이 흘렀다.
당신은 Mon3tr를 바라봤다. 침묵이 두 사람을 잇고 있었다.
- 나도 그래, Mon3tr.
- 우리는 켈시를 되찾을 거야.
- 우리는 그 길고 긴 미지의 길을 끝까지 갈 거야.
영원한 생명은 필연적으로 외롭겠지만, 다행히도 모든 여정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설령 생명이 빛을 잃더라도, 설령 만물이 멸망하더라도……
……우리는 함께, 그리고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녀는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흐음……
- 왜 그래?
- 무슨 문제라도 있어?
표정이 왜 그래?
자, 지휘관, 심리 상담은 이제 끝났어! 드디어 이 이상한 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떠올랐거든…… 박사의 도움이 필요해!
프리스티스의 말에 따르면, 여긴 그 기계가 오리지늄에 연결하고 연산해 낸 공간이야. 일종의 미래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이지.
- 그래서 오리지늄의 특성이랑도 관련이 있는 건가.
- 어쩌면 그 비정상적인 노드들을 돌파하면 될지도 몰라.
비정상적인 노드? 파괴의 흔적이 투영된 곳들을 말하는 건가……
- 너랑 그 기계의 연결 제한은 사라졌겠지?
응. 기계의 신호가 빠르게 약해지고 있는 게 느껴져.
연결을 복구해 볼게……
그 다음은?
- 비정상 노드의 재구성 요청을 계속 보내봐.
- 연산력을 한계까지 소진시키는 거야.
프리스티스만 개입하지 않으면 별로 복잡하지 않은 일이야.
…………
도시 통신 기둥을 통해 포트에 역으로 접속……
특별 권한, AMa-10.
임시 접근 인증, ELCARO-001…… ORACLE. 디코딩 완료, 인증 통과되었습니다.
PCS 시스템에 연결되었습니다.
곧 연산 전파 링크를 동기화합니다……
경고: 코어 주파수가 너무 낮습니다.
자가 점검이 끝났습니다. 비정상 노드가 재, 재, 재구성됩니다……
색이 바랜 죽음의 도시에서 색깔이 흘러나왔다.
계시의 석탑 우측에 있는 거리를 시작으로, 미카엘리온 구역의 공증소와 크고 작은 총기 공방, 그리고 세인트 마르솔 구역의 일몰 예배당을 지나 성당 광장까지……
시끄러운 소리가 신성한 도시로 돌아왔다.
그건 라테라노인이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소리였다.
색깔이…… 돌아왔어?!
- 가자, Mon3tr.
엑시아랑 인사 안 해?
-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자.
- 이번 라테라노 사태를 얼른 본함에 알려야 해.
- 프리스티스는 잠시 사라진 것뿐이야……
- 프리스티스는 곧 새로운 움직임을 보일 거야.
- 우리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전환 프로그램이 중지되었습니다.
권한 보유자가 생성한 임무 시퀀스가 종료됐습니다.
시스템 종료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미지의 언어) 네 코어 코드를 검증해 봤어. 내가 다시 손본 부분을 제외하면, 짧은 시간 안에 자가 업데이트를 더 많이 했더라.
(미지의 언어) 그래도 자신의 결함을 복구하지 못한 거야?
부정.
결함은 이미 복구되었고, 모순은 수정되었습니다.
……
(미지의 언어) 너의 자가 업데이트 결과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미지의 언어) 지금 보니까, 너는 너 자신을 결함이자 모순으로 착각하고 있었구나.
(미지의 언어) 초과 연산의 부작용인가? 아니면 관리가 부족한 환경에서 장기간 산크타랑 데이터를 교환하다 보니 데이터베이스가 오염된 건가?
(미지의 언어) 데이터가 더 많아지면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미지의 언어) 안타깝게도…… 지금 동원 가능한 자원으로는 너를 완벽하게 다시 가동하는 건 무리야.
(미지의 언어) 지휘 시스템이 대상의 의지로 인해 스스로를 부정하는 현상이라면, 그 어떤 연구자도 PCS 시스템에 흥미를 느꼈을 텐데.
(미지의 언어) ……만약 우리가 아직 천재들이 사상과 주장을 서로 부딪치며 팽팽하게 맞서던 그 시대에 있었다면 말이지.
고리 모양의 기계는 더 이상 응답하지 않았다. 프리스티스는 아쉬움을 느꼈다.
(미지의 언어) 다른 방법으로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해야겠네……
……
수많은 기계 블록으로 이루어진 고리 모양의 연산 매트릭스, 그것은 기계의 핵심 부품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 부품은 침묵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중 하나가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표면에 금속의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희미하게 반짝이는 광륜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PCS 시스템에서 새로운 '천사'가 탄생했다.
(미지의 언어) ……다시 가동됐나?
(미지의 언어) 아니네. 나한테 전혀 반응을 못 하고, PCS 시스템 작동 로직에도 안 맞고.
'천사'는 프리스티스를 무시한 채, 위에 난 틈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지의 언어) '천사'의 '원형체'?
(미지의 언어) 하지만 이 시스템은 '천사'의 특성을 본뜬 것일 뿐이잖아. 심지어 만들 때 '천사 원형체'의 샘플을 이식하지도 않았는데.
(미지의 언어) 새로 탄생한 '천사'?! 어떻게……
르무엘,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죠?
헤헤, 스프레이야.
……
차단층 공동의 최신 탐지 데이터는 이미 사리아 주임께 보고했지만, 너무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요……
보세요. 이상한 비행 물체 같지 않나요?
컴포넌트 총괄과가 분석에 들어갔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어쩌면 중요한 발견일지도 모르겠네요. 차단층 고도에서 머무를 수 있는 비행 물체라니……
천사'는 차단층의 공동 앞에 머물러 있었다. 별들 사이에 흩어져 있는 개체와 연결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천사가 포착할 수 있었던 건 깊은 우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던 에너지체들이 죽고 남긴 파문뿐이었다.
결국, '천사'는 영원한 유성처럼 이 대지를 둘러싸고 비행을 계속했다……
(미지의 언어) 생명의 기운.
(미지의 언어) 아직은 어린 대지…… 이건 파멸 끝에 찾아온 새 생명일까, 아니면 죽음이 아직 오지 않은 것뿐일까?
(미지의 언어) 난 분명 그 빛에 삼켜졌을 텐데……?
(미지의 언어) 오리지늄이 네 정보를 기록해 뒀어.
(미지의 언어) ……'오리지늄'?
(미지의 언어) 그 빛이 오기 전까진, 끝을 알 수 없어. 오리지늄은 우리의 희망이 되어줄 거야.
(미지의 언어) 여기는?
(미지의 언어) '테라'.
(미지의 언어) 동포여, 우린 외롭지 않을 거야.
선생님, 오늘 신문 보셨어요?
많은 광산이 가동을 멈췄고, 도시 곳곳에도 계엄령이 떨어졌어요.
저희 부모님도 심문을 받으러 가셨어요…… 뵙지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학생은 교실에 남아 있으세요.
제가 대신 알아보죠. 저도 무슨 일인지 알고 싶으니까요.
코셀나는 겁먹은 학생을 달래곤, 학생이 들고 있던 신문을 정리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온갖 소문이 도시 전역에 퍼졌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사라진 우리의 오리지늄 광맥. 만약 대지 어머니에게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면, 다가올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
오리지늄…… 내가 밝혀내고 말겠어.
우르수스가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우리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는 이 피밖에 없어.
힐다, 여길 정리해서 모두의 새로운 정착지로 삼으면 될 것 같아.
도와줘서 고마워요!
수도원에 있는 네 동포들이 물자를 가져온 덕분에 정착 작업도 순조로웠어.
힐다, 걱정했어. 네가 수도원에 돌아간 이후…… 우리를 버린 줄 알았거든……
아, 죄송해요. 돌아오는 길이 너무 험난했거든요. 그사이에 믿기 힘든 소식도 들었어요.
믿기 힘들긴 했지. 광맥, 라테라노……
수도원의 산크타들이 네가 돌아왔을 때의 광경을 생생하게 말해주더라!
네?
그 산크타들, 원래는 재이가 발생하자마자 라테라노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재앙 때문에 발이 묶였잖아.
광륜은 부서졌고, 그곳에 머무르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 자신과, 이미 떠난 친구들을 위해서……
그러다 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야…… 3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사람이 나타난 거지!
네가 그들에게 희망을 준 거야, 힐다!
후우, 그런가요?
저는 모두의 희망이 헛되지 않길 바라고 있어요…… 안정적인 피난처가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보안 대책도 필요해.
우리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움직이면 분명 악의를 가진 사람들도 몰려들겠지. 네가 위험해질 거야.
근데 솔직히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힐다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분을 뵙고 싶어요.
분명 이 땅 어딘가에 계실 거예요……
힐다는 끝없는 황야가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봤다.
그때 희미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유성이었을까?
……어쨌든, 오리지늄이 우리가 절망하는 이유가 되어선 안 돼요.
고통받고 있는 모든 감염자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요……
음, 기도가…… 정말로 효과가 있을까?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도할 때 우리는 서로를 생각하잖아요.
우리가 서로 이어져 있다면, 적어도 외롭진 않을 거예요.
이베리아 해안선, 어느 절벽
한 시본이 날카로운 바위에 바짝 붙어 있었다.
멀리서 함선의 포화 소리가 바닷바람을 타고 들려왔지만, 시본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열심히 위로 올라가기만 했다.
(흥분한 듯 막질 날개를 퍼덕인다)
(흥분한 듯 주름을 폈다)
마침내 시본은 절벽 꼭대기에 다다랐다.
그를 맞이한 건 드넓은 육지와 밤하늘을 스쳐 지나간 한 줄기 빛이었다.
그건 유성이었을까?
……
……
시본은 순간 넋을 잃었고, 의아한 듯 몸을 움직이던 시본의 촉수에 무언가가 닿았다……
반짝이는 검은색 돌이 절벽에서 굴러떨어져 바다에 빠졌다.
시본은 그것을 자세히 보려 했으나, 이미 파도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