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중생의 여정

MT-8순례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5-10-14

깨달음을 얻은 안도아인은 결연한 마음으로 양육 신전에 있는 최초의 방을 폭파하고, 엑시아는 박사의 안내와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주교를 제압하여 그를 '꿈'에서 끌어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엑시아, 모스티마, Mon3tr, 피아메타, CONFESS-47, 산크타 믹사파라토


Mon3tr

박사, 이쪽이야.

Mon3tr

안으로 좀 들어가. 디저트 차량이 앞으로 가게.

Mon3tr

드디어 숨을 좀 돌릴 수 있겠네.

선택지
  1. 고생했어.
  2. 이 디저트 차량은 누구 거지?
— 분기 합류 —
이가 빠진 소녀

언니도 의식에 참여하러 오신 거죠!

이가 빠진 소녀

제, 제가 만든 아이스크림 드셔 보실래요?

Mon3tr가 거절할 새도 없이, 소녀는 기쁜 얼굴로 아이스크림콘을 손에 쥐여주었다.

이가 빠진 소녀

라, 라테라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신메뉴예요……

Mon3tr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제압할 수 있어.)

Mon3tr는 경계를 풀지 않은 채로 제안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아이스크림을 한입 물었다.

Mon3tr

맛있잖아……

선택지
  1. 크흠, 얘야. 이름이 뭐야?
— 분기 합류 —
이가 빠진 소녀

얘가 저 대신 대답했어요, 고해사님.

이디다

띠다띠띠다, 제 이름은 이디다입니다.

Mon3tr

이름을 이 디저트 차량 효과음으로 한 거야?

이디다

설마요. 당연히 제 이름으로 안내 음성을 설정한 거죠!

선택지
  1. 이디다, 아까 지나간 호위대를 알아?
  2. 이디다, 이 언니가 무섭지 않아?
— 분기 합류 —
이디다

우와. 고해 차량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거 처음 들어 봐요!

Mon3tr

최신 모델이야.

선택지
  1. (한숨)
  2.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 분기 합류 —
Mon3tr

이디다, 아까는 엄호해 준 거야?

이디다

네…… 라테라노에는 변화가 필요하니까요!

이디다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Mon3tr

……

선택지
  1. ……
— 분기 합류 —
이디다

서, 설마 제 착각이었나요? 제 무설탕 소다 맛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해준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란 말이에요!

Mon3tr

(……그래서 갈증이 해소된 거였구나.)

이디다

엄마, 아빠의 말처럼 어려운 길이었지만…… 드디어 조그마한 성과를 이뤘어요!

Mon3tr

무슨…… 말이야?

이디다

“디저트는 모든 라테라노인을 연결하는 매개체다.”라는 말이 있지만…… 단 걸 너무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길 뿐만 아니라, 머리 위에 있는 광륜도 조금씩 썩게 돼요!

이디다

치과의사인 저희 아빠가 늘 하는 말이지만, 다들 병원 광고인 줄 알고 있죠.

이디다

그런데 요즘 머리 위에 있는 광륜이 얼마 전에 뺀 충치처럼 뭔가 아픈 것 같아요……

이디다

분명 이건 주님께서 주신 계시예요!

이디다

그래서 제가 직접 라테라노 사람들의 식습관을 조금씩 바꿔주려고 해요. 무설탕 아이스크림을 널리 보급해서 서로를 다시 이어줄 거예요.

선택지
  1. 위대한 일을 하는구나, 이디다.
  2. 손님, 이 시민의 꿈을 지지하시나요?
— 분기 합류 —
Mon3tr

……

Mon3tr

조금만 더 같이 걸어도 될까? 광륜과 충치에 대해서…… 더 듣고 싶어.

이디다

네! 좋아요!

Mon3tr

(이 아이와 함께 있으면, 당분간은 우리를 쫓는 사람들을 피할 수 있을 거야. 박사, 엑시아와 최대한 빨리 연락해야 해.)

선택지
  1. 지금 하는 중이야.
— 분기 합류 —
엑시아

안녕, 리더!

엑시아

원격 통신이 되는 걸 보니까, 정보 통제 어쩌고가 드디어 좀 풀렸나 보네!

선택지
  1.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야, 엑시아.
— 분기 합류 —
선택지
  1. 이건 '꿈'의 차원에 있는 모든 게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야.
  2. 이건 현실 속 재이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뜻이야.
— 선택 1 —
엑시아

쳇. 어쩐지.

엑시아

그 녀석들이 산크타가 아닌 사람들 대부분을 양육 신전으로 불러들였어. 더 성대한 탄생 의식을 치르려는 거야.

엑시아

아버비스트한테 광륜이 생기더니, 이제는 모두에게 광륜을 준대……

엑시아

어떻게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비상식적인 변화야.

엑시아

리더 말처럼 꿈에서 발생한 일이 결국 현실이 되는 걸까?

— 선택 2 —
엑시아

쳇. 어쩐지.

엑시아

리더 말대로라면, 정말로 라테라노 한복판에 저 높고 못생긴 건물이 우뚝 서 있다는 거야? 광륜이 달린 괴물들이 사람들을 막 쫓아다니고?

엑시아

꿈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 분기 합류 —
선택지
  1. 네가 말한 대로고, 내가 본 대로야, 엑시아.
— 분기 합류 —
선택지
  1.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어.
  2. 현실의 변수 때문에 '꿈'이 원래 필요했던 순서를 건너뛰고 있어.
— 분기 합류 —
엑시아

……

엑시아

으아앗. 너무 복잡해, 리더. 그것만 말해줘. 최악의 결말은 뭐야?

선택지
  1. 라테라노가 사라질지도 몰라.
— 분기 합류 —
— 분기 합류 —
엑시아

이야…… 그건 정말 큰 일인데!

엑시아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제일 나쁜 녀석을 찾아내서 모두를 가짜 '라테라노'에서 벗어나게 하는 거잖아, 그렇지?

선택지
  1. 네가 제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한계야.
  2. 나랑 Mon3tr는 여전히 제한을 받고 있어.
  3. 나랑 Mon3tr는 다른 단서를 찾고 있어.
— 분기 합류 —
엑시아

알겠어! 라테라노의 문제는 라테라노인이 해결할게!

엑시아

아…… 목소리를 좀 줄여야겠어. 조금 있으면 탄생 의식이야. 규모가 어마어마하더라. 겨우 숨어들어 왔어. 헤헤.

선택지
  1. 나랑 Mon3tr가 계속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워줄게.
  2. 나랑 Mon3tr가 계속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줄게.
— 분기 합류 —
엑시아

참.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됐더라?

엑시아

소라의 발표회? 텍사스의 생일파티? 펭귄 로지스틱스가 블러드 해머의 일을 망치고 쫓기다가 잘못해서 용문 사무소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

엑시아

아, 그때였구나. 병든 경주 버든비스트 몇 마리를 훔치러 갔는데, 마침 리더가 나타나서 대신 돈을 내줬었잖아?

선택지
  1. 어쨌든 용문에서 알게 됐어.
  2. 다 아닌 것 같은데.
— 분기 합류 —
엑시아

적어도…… 5년은 됐지?

엑시아

이번에도 멋지게 해보자, 리더.

선택지
  1. 약속이야, 엑시아.
  2. 조심해, 엑시아.
— 분기 합류 —

총기사

파트리치온 님, 모두 도착했습니다.

총기사

이제부터 저희는 성당 순찰대와 함께 주변 거리를 정리하고, 계획 밖의 인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모든 길을 통제하겠습니다.

파트리치온

수고하게나.

총기사

총기사 전원을 소집하고, 탄약 배급 및 발포 제한 해제도 전부 끝났습니다…… 총기사가 생긴 이래로 이런 대규모 작전은 처음 아닙니까?

파트리치온

이번 탄생 의식은 라테라노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다네.

파트리치온

사미의 빙하 위에 쌓인 검은 눈, 라이타니엔 상공의 균열, 그리고 해안을 덮친 거대한 파도까지 모두 계시 속의 진정한 재이를 뜻한다네.

파트리치온

얼마나 끔찍한 재난이겠는가?

파트리치온

그날이 오면, 200명이 넘는 총기사가 전부 투입된다고 해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에 지나지 않겠지.

파트리치온

천 년을 버틴 신성한 도시의 색도, 그때가 되면 바래버릴지도 모른다네.

총기사

……

총기사

호위대와 공증소는 아직도 르무엘과 그 일행을 뒤쫓고 있습니다.

총기사

그리고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스티마와 피아메타를 안내하던 보육사가 방금 습격을 받았습니다.

파트리치온

……!

총기사

직접 보러 가시겠습니까?

파트리치온

……

파트리치온

……아닐세.

파트리치온

내 자리는…… 여기라네.


보육사

시간이 다 됐어요.

보육사

리베리 여러분은 계성의 전당으로 이동하시죠.

긴장한 수녀

……

힐데가르트

……

파가니니

……


보육사

시간이 다 됐어요.

보육사

이쪽으로 오세요. 다른 종족들에게 광륜이 생기면, 대주교님께서 타천사들이 다시 동포와 교감할 수 있도록 광륜과 날개를 고쳐 주실 겁니다.


보육사

대주교님, 시작됐습니다.

대주교

수고했어요. 성당이 세워진 이후로 다들 거의 쉬질 못했군요.

대주교

저번 탄생 의식 이후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 탓에,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어요. 이 성당의 사명이 하루빨리 완수되어야 합니다.

보육사

대주교님. 이미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건 각오하고 있던 바입니다.

보육사

참. 오늘의 의식은 분명 산크타가 아닌 이들에게 광륜을 부여하는 건데, 어째서 여전히 '탄생'이라 하는 거죠?

대주교

그것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요?

보육사

……

보육사들이 각 종족을 인솔하고 계성의 전당으로 들어왔다. 짐승들이 떼 지어 이동하듯, 엄청난 인파가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조용했다……

오직 무수히 많은 위로의 종이 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대주교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대주교

이제부터 신성한 도시의 가호를 받는 모든 이가 운명을 함께할 것이며,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게 바로 라테라노의 '새로운 탄생'이지요……

보육사

……!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안정을 주던 위로의 종소리를 깨뜨렸다.

그건 라이플 탄환이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탄환은 대주교의 실명한 눈을 향하고 있었다……

눈부신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르무엔

문 앞에 있는 저 이상한 부부는……

공증소 직원

룰렛으로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 같아. 재밌지?

르무엔

응. 저 사람들이 바로……

공증소 직원

널 입양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란다.

르무엔

왜 직접 들어와서 나랑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

르무엔

아, 알았다. 나한테 너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구나.

공증소 직원

왜 그렇게 생각하니?

르무엔

총을 돌리면서 이쪽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거든.

공증소 직원

하하하. 역시 널 속일 수 없구나…… 내가 연락했던 거란다.

공증소 직원

너희 부모님에게 생긴 그 카라반 습격 사건은…… 지난 반년 동안, 공증소는 여러 가정에 연락했지만, 계속 성사되지 않았어.

공증소 직원

르무엔, 넌 내가 본 아이 중에 가장 씩씩한 아이지만, 네겐 아직 시간이 너무 많아. 아직 이렇게 어린데, 벌써부터 혼자 살 수는 없어……

르무엔

언니, 나도 다 알고 있어.

르무엔

난 싫은 게 아니야…… 단지, 단지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나도 잘해야 하잖아. 그건 정말로 중요한 일이거든!

공증소 직원

어쨌든, 저분들이 네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전해달라더구나.

르무엔

나도 저 사람들이…… 혹시, 일주일, 아니, 사흘만 더 시간을 달라고 부탁해도 될까? 잘 생각해 볼게.

르무엔

결정하면 절대 바꾸지 않을 테니까!


파가니니

……느낌이 온 게냐? 이 총이라는 느낌이?

르무엘

아~ 라이플이네, 나라면 절대 그걸 선택하지 않을 건데……

르무엘

아니지. 몇 년 후에 내 차례가 오면 엄청 많이 고를 거야!

르무엔

하하, 그래.

파가니니

음, 이 녀석은 만들어진 지 오래됐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단다. 잘 생각해 보렴.

르무엔

음, 확실히 조용하네.

파가니니

아니, 내 말은 이 총이 다른 총이랑 다르다는 말이란다. 사실 이런 총은 너희처럼 활달한 산크타에게 별로 적합하지 않지.

파가니니

막상 전장에선 쏠 기회가 별로 없어, 한 발 한 발이 소중하거든.

파가니니

이걸로 무언가를 지키든, 파괴하든, 더 많이 봐야 하고, 생각해야 하지. 더 많은 위험과 대가도 감수해야 해……

파가니니

방아쇠를 당기든, 방아쇠에서 손을 떼든, 그 순간부터는 망설일 자격은 사라진다.

르무엔

……

오늘은 르무엔의 생일이었다. 생일에 수호총을 고르는 건, 본래 산크타에게 중요했던 순간에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지는 일이었다.

제총사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고, 뒤에 서 있던 부모님과 함께 온 친구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늘 시끄럽던 르무엘조차 얌전히 있었다.

하지만 르무엔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르무엔

마스터 파가니, 이걸로 할게. 다른 부품도 보여줘.

르무엘

앗싸!

르무엘

마스터 파가니, 이 총을 쏠 기회가 별로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렇게 커다란 개머리판으로 사람을 때릴 수도 있잖아. 우리 언니 힘이 얼마나 센데!


안도아인

……!

안도아인

새카만 오염도 성스러운 순백으로 정화할 수 있고, 가장 흉악한 괴물도 간절한 믿음으로 진흙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르무엔

……후우……

르무엔

그거 내려놔, 대장. 널 조준하고 있으니까.

르무엔

네가 지금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게 느껴져…… 진정해. 그 물건이 네 감정을 건드려서 라테라노에 대한 실망을 떠올리게 한 거야.

르무엔

떠나기 전에 사직서 낸 거 알고 있어…… 네가 정말로 황무지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아직 동료잖아.

르무엔

출발하기 전에 함께 먹었던 치즈 튀김을 생각해 봐. 피아메타가 네게 선물한 복슬복슬한 파울비스트 모자도……

안도아인

라테라노에 대한 실망…… 아니, 아니야…… 오히려 반대야! 그 사람은 라테라노가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

르무엔

네가 본 게 현실인지, 진리인지, 환영인지, 거짓인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모스티마가 곧 올 거야, 그리고 그걸 회수할 수도 있겠지.

르무엔

그다음에 물건의 비밀을 다 같이 연구해 보자, 어때?

안도아인

다음은 없어. 그 장면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붙잡아야 해…… 르무엔, 이건 환영이 아니야, 거짓은 더더욱 아니지. 알고 있잖아!

안도아인

지하 궁전에 있는 사람들, 시간 밖에 갇혀버린 사람을 봤잖아. 그 사람들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야.

안도아인

너도 그 미쳐버린 살카즈가 자기 그림자에 대고 하는 말을 들었잖아……“미래엔 비밀이 없다”라고.

안도아인

그렇다면 우리가 찾은 게 시간의 열쇠란 걸 너도 알 수 있겠지. 내가 본 건 계시야. 가장 흉측한 괴물조차 구원받을 수 있는…… 미래지.

르무엔

네 오리지늄 아츠가 흘러넘치고 있어, 안도아인. 저게 널 잠식하고 있다고……

안도아인

그런 미래가 존재한다면, 난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을 봐야겠어.

안도아인

난 놓지 않을 거야. 더 많은 걸 알아야겠어!

안도아인은 독특하게 생긴 아츠 스태프를 꽉 움켜쥐었다. 빛이 응축되어 실체를 가진 에너지로 변했고, 동굴 전체를 휘감았다.

르무엔은 생각했다, 방아쇠를 당길 기회는 많다고.

하지만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르무엔은 상대에게서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성을 겨우 포착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알게 되고, 서로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목숨을 맡긴 그 순간부터, 그들의 교감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했다.

마지막 순간, 르무엔은 자신의 전우가 정체불명의 혼돈에 잠식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결국, 르무엔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뗐다.


모스티마

젠장. 르무엔, 조심해!

[CG: 61_i14]
르무엔

흐읍……!

르무엔

양육 신전의 대주교 케프…… 명중.

옥상에 부는 바람이 저격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녀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고, 손을 떨지도 않았다.

르무엔은 듣고, 보고, 생각하고, 판단했다.

쏠 기회는 많지 않다. 한 발 한 발이 소중하다.

방아쇠를 당기든, 방아쇠에서 손을 떼든, 그 순간부터는 망설일 자격은 사라진다.

그때까진 르무엔과 총 모두 침묵했다……

[CG: 61_i14]

'침묵의 르무엔'.

르무엔은 조준경 너머를 다시 확인했다. 그건 그녀가 방아쇠를 당겼다는 증거였다.

[CG: 61_i06]
대주교

바깥의 드넓은 땅과 비교하자면, 라테라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성상이 훨씬 난해합니다, 추기경.

대주교

낙원은 특별하다 못해 어딘가 왜곡된 우리의 경건함을 빚어냈습니다.

대주교

재앙과 고난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생명들이 생존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게 신앙의 본래 모습이죠.

아니다. 라테라노에는 반듯하고 따분한 조각상 같은 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신앙이란 삶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총을 든 성도가 거리에 서 있다고 해서 재난과 고통을 얕보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른 자세로 받아들이기로 했을 뿐이었다.

르무엔은 조준경 너머로 볼 수 있었다. 성당 안의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성상들은 오직 그 경건한 대주교만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CG: 61_i14]
르무엔

만약…… 케프가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면, 이 총알로는 제대로 공격할 수 없을지도 몰라.

르무엔

그래도 최소한 성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다면, 너에게도 조금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 엘.

르무엔

남은 건 네게 맡길게!


르무엔

……

르무엔

아모스?

아모스

……르무엔 씨, 위치가 노출됐습니다.

르무엔

곧 지원하러 갈게.

아모스

아니, 아닙니다.

아모스

성당 순찰대가 이미 도착했습니다. 그, 그리고 총기사랑…… 다른 사람들도 많아요!

아모스

이쪽 길은 제가 맡겠습니다. 건물이 완전히 포위되기 전에 얼른 빠져나가세요……

르무엔

너는?

아모스

이미 늦었습니다.

아모스

저들은 저에게 바로 발포했습니다. 우리의 추측이 맞았던 모양이에요. 여기가 어떻게 아이를 낳는 곳입니까……

아모스

참, 목표는 해치웠나요?

르무엔

응, 한 방에 맞췄지.

아모스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하하. 적어도 누군가를 구했고, 어떤 일을 막았으니, 그렇게 무능했던 건 아니네요.

아모스

그럼, 또 뵙죠. 가서 해야 하는 일을 하세요, 르무엔 씨.

르무엔

……

아모스

사실,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듣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겨우 말할 용기가 생기네요.

통신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통신은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혼자서 말을 이어갔다.

르무엔은 잠시 망설였지만, 침묵했다.

아모스

저는 정말로 쓸모없는 놈일까요?

르무엔

……

아모스

예전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제7청의 평범한 조사관이 되었고,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죠……

아모스

근데 라테라노 사람은 절대로 이런 걸로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즐겁게 생활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방법을 태어나면서부터 수도 없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모스

제가 아는 종이 막대 사탕 장인은 각양각색의 종이로 다양한 색깔의 종이 막대기를 만들었습니다…… 돈벌이가 되진 않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아모스

하지만 아우렐라가 라테라노에서 추방당한 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부터, 전 그 어떤 방법으로도 나 자신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단 한 순간도요.

아모스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모스, 넌 정말 쓸모없구나.”…… 이런 감정이 순식간에 저를 집어삼켰습니다…… 마치 형편없는 디저트를 처음 먹었던 순간처럼 잊을 수 없었습니다. 하하.

르무엔

……

아모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몇 년만 더 버티면서 경력을 쌓으면, 만국 전달자가 되어 볼리바르에 가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아모스

제가 라테라노를 대표해서 아우렐라를 구원할 자격은 없습니다. 저조차도 아우렐라가 한 짓을 용서할 수 없으니까요. 그냥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서 다퉜던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을 뿐입니다……

아모스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를 얻었는데…… 그냥 꿈에 불과한 거였다니……

르무엔

……

아모스

꿈이라도 좋습니다.

아모스

꿈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죠. 총에 맞는다 한들, 현실로 돌아오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게 되니까요!

아모스

젊었을 때, 저는 제7청 신입사원 사격 대회에서 5등까지 했습니다!

아모스

아우렐라와 처음 만났던 곳도 그 사격장이었죠……

아모스

정말 아쉽습니다.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없었다는 게.

르무엔

아모스, 그래도 넌 괜찮은 조사관이야.

아모스

르무엔 씨, 듣고 계셨군요……

르무엔

……

르무엔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지.


안도아인

……

보육사

안도아인 선배님, 장례식은 끝났나요?

안도아인

응.

보육사

계성의 전당은 이쪽이에요…… 반대로 가고 계신 것 같네요.

안도아인

그런가?

보육사

탄생 의식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대주교님께서 선배님을 기다리고 계신데, 어딜 가시는 거죠?

보육사

선배님의 감정이…… 많이 불안정하네요.

안도아인

아니야. 나는 어느 때보다 또렷해. 길도 똑바로 가고 있고.

보육사

……

보육사

안도아인 선배님, 저와 함께 대주교님께 가시죠.

안도아인

……

모스티마

아무래도 딱 맞춰서 온 것 같네.

안도아인

모스티마, 피아메타, 너희……

피아메타

지금쯤 나도 다른 리베리처럼 거세게 항의하다가 성당 순찰대에 끌려가고 있어야 했나?

피아메타

아니면, 머리 위에 자라날 광륜이 네모일지 동그라미일지 잔뜩 기대하고 있어야 할까?

모스티마

근데 있잖아, 타천사의 광륜을 어떻게 고치려고 했던 건지 궁금하긴 해……

피아메타

모스티마!

모스티마

본론으로 돌아가지. 안도아인, 우리에게 설명해 줘.

모스티마

산크타가 아닌 종족들의 신체를 강제로 개조하려 하다니…… 솔직히 이런 짓은 컬럼비아의 정신 나간 녀석들이 모여있는 첨단 과학기술 회사에서나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피아메타

이게 네가 말한 '미래와 라테라노의 가능성'이야?

피아메타

이게 너희 대주교가 한 약속이었어?

안도아인

……

안도아인

잘못된 길을 걸었던 건 부정하지 않겠어.

안도아인

우린 라테라노가 만든 달콤한 꿈에 너무 깊이 빠졌고, 너무 늦게 깨어났어.

피아메타

안도아인,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런 헛소리가 나와?

안도아인

다른 순찰대가 곧 올 거야.

피아메타

젠장. 모스티마, 우리가 이 자식을 인질로 잡으면 대주교한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모스티마

어쩌면? 대주교는 안도아인을 꽤 신뢰하고 있으니까. 안 그러면 전부 엘에게 맡겨야 하는데, 솔직히 조금 불안해.

안도아인

……

안도아인

느껴져…… 점점 더 채워지는 감정들이. 성당 안에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거야……

안도아인

탄생 의식은 이미 시작됐어. 지금 대주교를 제압해 봤자 소용없어.

안도아인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

안도아인

있어서는 안 됐던 이 의식에 대한 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안도아인

하지만 어쩌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어…… 어쩌면 그땐 너희가 동포들을 대피시킬 시간이 생길지도 모르겠네.

모스티마

뭘 하려는 거야?

피아메타

안도아인, 왜 우리가 널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전우를 공격하고, 헛소리나 해대던 미치광이가 모두를 구할 수 있다고?

안도아인

날 믿지 않아도 돼.

안도아인

연민으로는 세상을 구할 수 없어. 내겐 그런 능력도 없고.

안도아인

집념에 사로잡혀 길을 잘못 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을 구하는 것뿐이야.

모스티마

안도아인, 잠시만. 이걸 받아.

안도아인

……폭탄?

모스티마

엘이 줬어, 호위병의 시선을 끄는 용도야.

모스티마

정말 네 말처럼, 있어서는 안 됐던 의식을 막으러 가는 거라면……

모스티마

우리보다 네게 더 필요하겠지.

안도아인은 두 사람을 지나 양육 신전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걸음이 빠른 건 아니었지만, 피아메타는 붙잡지 않았다.

모스티마

그냥 이렇게 보내게?

피아메타

쟤가 쓸데없는 말 없이 몇 마디만 할 땐, 제법 믿을 만했잖아.

모스티마

그건 그래.

피아메타

지금 상황은 너무 말도 안 되잖아, 당장은 우리도 별다른 방법이 없기도 하고.

모스티마

누가 오고 있어. 꽤 많은 것 같은데…… 안도아인을 쫓는 것 같아.

피아메타

막아주자…… 빚은 이번 일이 끝나고 다시 받아야겠어.


성당의 첫 번째 육아실.

한때 안도아인은 이곳에서 희망을 가득 품은 채로 불행한 어미를 돌봤다.

지금, 그 어미가 남긴 아이는 위로의 종에 매달려 방금 씻은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영롱한 물방울이 조명을 따라 회전하는 모습이 몽환적이었다.

아버비스트는 양육자의 지난번 실수를 신경 쓰지 않는 듯, 평소처럼 즐겁게 지저귀며 안도아인에게 놀자고 했다.


대주교

사소한 일과 세상을 뒤흔들만한 일은 겨우 종이 한 장, 일순간의 생각 차이에 불과합니다. 오랜 세월을 들여 어렵게 여기까지 오신 것이잖습니까, 그런 무의미한 차이 때문에 멈추면 안 됩니다.

대주교

이제부터는 기운을 차리고 이 어미와 새끼를 잘 돌보는 일 말고도 더 많은 일을 해주세요……


보잘것없는 보육사, 그리고 하늘을 가리는 성당.

보육사는 이를 악물고 이 작은 짐승을 뿌리칠 수 있겠지만, 그런 사소한 반항만으로는 성당을 뒤흔들 수 없었다.

안도아인

더 많은 걸 해야 해…… 더 많을 걸 해야 한다고!

안도아인

어떻게 하면 이 성당을 뒤흔들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이미 발생한 기적을 없앨 수 있을까?


대주교

양육 신전…… 이 구름에 닿을 듯한 거대한 구조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양육 신전도 지극히 평범한 육아실에서 시작됐습니다.

안도아인

우리의 육아실……

대주교

우리가 처음부터 그 거대한 성당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었나요?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그 어미를 위한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필요했을 뿐이었습니다……

대주교

하지만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지요.

대주교

그렇다면, 모든 이가 구원받는 미래도 우리의 신앙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안도아인

여기가 바로 양육 신전의 첫 번째 육아실이자, 이 거대한 구조물의 시작점이야.

안도아인

우리의 신앙을 맡긴 곳이기도 하고.

안도아인

그렇다면, 케프, 내 손으로 이 신앙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어.

안도아인은 모스티마가 준 폭탄을 유심히 봤다. 다양한 생필품들이 상상도 못할 방식으로 조합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눈에 띄는 낙서가 있었다.

이 폭탄을 만든 소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만난 적 있을지도, 만난 적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르무엔이 이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말했던 것만 기억났다.

안도아인

……길을 찾는 고된 여정은 나만 감당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

안도아인은 망설임 없이 도화선을 연결했다.

아버비스트

(신나게 지저귄다)

안도아인

넌 더 이상 슬퍼하지도,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구나. 하지만 여긴 곧 폭발할 거야, 위험을 전혀 느낄 수 없니?

안도아인

……아니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니?

안도아인

라테라노는 우리의 두려움조차 필요 없어진 걸까?

아버비스트

(의아한 듯 지저귄다)

아버비스트가 바닥으로 내려앉더니, 궁금한 듯 안도아인의 바짓가랑이에 몸을 비볐다.

안도아인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그리움, 두려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떻게 인생을 경외할 수 있을까?

안도아인

나는 네게 이걸 물어야 했어.

안도아인

하지만 널 이곳으로 데려온 건 나야. 네가 태어난 건 내 소망에 응답하기 위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

안도아인

……이건 우리 둘의 수련이자 과제야.

안도아인은 허리를 숙여 아버비스트를 품에 안았다.

안도아인

이 총소리는……

안도아인

르무엔, 네 총소리를 듣게 돼서 정말 기뻐.

[CG: 61_i13]

불꽃이 육아실에서 마구 터져 나왔다. 거대한 위로의 종이 떨어져 커다란 소리가 났고, 폭발은 방 안에 있던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안도아인

이건 꿈일까, 아니면 우리의 집념일까?

안도아인

한때, 네 뒤를 따르던 형제자매들이 있었지. 그들은 외면당했고, 상처 입었고, 모욕과 무시를 당했어…… 널 선도자라 부르며, 먼 길을 함께했지.

안도아인

하지만 넌 네가 평등하고 공정하다고 믿었던 라테라노에서 그들을 잊었어. 그렇다면……

안도아인

넌 종족이 어떤 모습으로 빚어지길 바란 거지?

안도아인

넌 신성한 도시가 어떻게 재건되길 바란 걸까?

안도아인

안도아인, 네가 걷는 길은 대체 어떤 길이고, 그 끝이 가리키는 답은 뭐지?

안도아인

……

안도아인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 집념이라면 깨부숴야 해.

안도아인

그리고 다시 구원을 논하는 거야.

불길이 육아실을 뒤덮자, 아버비스트는 힘껏 날갯짓했다. 춤을 추려는 것처럼 보이는 그것의 눈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안도아인은 무의식적으로 아버비스트의 눈을 가렸다.


마지막 순간, 안도아인의 귀에 또렷한 종소리가 들렸다.


대주교

……!

보육사

대주교님, 괜찮으십니까?

대주교

으윽……

보육사

의식이 중단됐습니다. 양육 신전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요. 방금 그 폭발 때문에……

대주교

동포들이 빠져나가고 있나요?

보육사

네…… 호위대 제복을 입은 리베리와 타천사가 안내하고 있습니다.

보육사

아직 광륜을 절반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즉시 순찰대를 동원해 붙잡……

마치 대나무가 쪼개지는 소리 같은 폭발음은 양육 신전의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졌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는 위로의 종소리를 삼켜버렸고, 아수라장이 된 양육 신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몰려 나가고 있었다.

우뚝 솟은 건물이 흔들렸다. 폭발의 충격이 마침내 계성의 전당을 덮친 것이다……

대주교

떠나게 두세요.

대주교

억지로 붙잡아두면,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거예요.

보육사

대주교님, 성당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주교

아뇨. 지금 무너지고 있는 건 성당뿐만이 아니에요. 우리가 이곳을 통해 찾으려 했던 해답도 함께 무너지고 있어요.

대주교

다른 보육사들을 모으세요. 다들 서둘러 빠져나가죠.

보육사

대주교님께 순찰대를 붙이겠습니다.

대주교

……

대주교가 계성 단상에서 내려왔다.

바람 소리가 났다. 소란 속, 머리 위로 부는 바람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곳엔 기도하는 성상과 깨끗한 스테인드글라스만이 있어야 할 곳이었다.

???

헤헤. 여기야, 여기!

???

넌 아직 못 가!


[CG: 61_i15]

대주교는 고개를 들었다. 다가오는 이가 누구인지 볼 수 없었지만, 상대의 목소리에 이끌려 저절로 손을 내밀었다.

엑시아

스테인드글라스 위에 두 시간이나 엎드려 있었거든. 네가 단상에서 조금만 더 늦게 내려온 게 아니었다면 내 팔이 어떻게 됐을지도 몰라!

엑시아가 대주교를 꽉 붙잡았다. 하늘과 땅이 빙빙 돌더니, 둘이 동시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그곳은 딱딱한 바닥이 아니었다. 짙은 안개 같기도, 수면 같기도 한 이곳은 묘하게 푹신했다.

엑시아는 거대한 힘이 자신을 밖으로 밀어내는 걸 느꼈다. 단순한 폭발의 충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연약해 보이는 여성이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었던가?

엑시아는 힘껏 눈을 떴다. 어느새 자신이 붙잡고 있던 팔은 짐승의 투박한 팔로 변해 있었고, 온화했던 대주교의 얼굴은 수면 저 너머로 가라앉은 듯했다……

둘은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마주 보고 있었다. 계시의 석탑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자신이 있는 쪽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엑시아

……

엑시아

네가 좋은 녀석이 아닌 건 진작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에인션트 포지》도 이렇게는 안 찍거든!

엑시아

그래도 팔을 부러뜨렸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

엑시아

친구들이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 준 기회야……

엑시아

나와! 네가 뭔데 꿈에 숨어 있는 거야. 네가 뭔데 우리 라테라노에…… 숨어있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