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7장례
안도아인이 돌보던 아버비스트 어미가 숨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금세 사라져 버린 슬픔에 그는 대주교가 약속한 미래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이탈한 산크타들과 대치하던 페데리코는 그들이 조력자로서 입성할 수 있게 허락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르무엔,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그레이스베어러
들어와.
르무엔 추기경님……
호칭을 바꿔야지.
난 근신 처분을 받았잖아. 원칙상 교황청은 누구의 방문도 허용하지 않을 텐데.
승인받았습니다.
막 자리를 넘겨받기도 했고, 인수인계도 촉박했으니까요. 전임 추기경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하. 적응이 꽤 빠르네, 아모스 추기경.
전에는 야망 같은 거 없다더니.
르무엔 추…… 씨, 전 자랑하러 온 게 아닙니다. 애초에 우린 경쟁하는 상하관계도 아니었잖습니까.
미안해.
하지만 르무엘의 행방을 물으러 온 거라면, 앞선 심문에서 이미 여러 번 말했어…… 말할 수 없다고.
아니요, 제가 궁금한 건 따로 있습니다.
르무엔 씨는 오직 동생을 지키기 위해 직업까지 포기한 겁니까? 아니면 동생의 말을 정말로 믿고……
탄생 의식부터 만국 정상회담까지…… 최근에 라테라노에 있었던 일들은 하나같이 수상합니다. 마치 꼭 우리가 어떤 병에 걸린 것 같아요.
……
나한테는 같은 일이야.
보,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아모스가 단말기를 켜고 르무엔에게 건넸다.
이건?
만국 전달자 지원서입니다. 전 만국 전달자가 되어 볼리바르 일대의 정부 간 소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라테라노를 떠날 생각이야? 어째서?
저랑 제 아내는……
그날은 둘이 크게 싸운 날이었어요. 제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이미 임무 때문에 나간 뒤였습니다. 카즈델 근처의 황무지에 살카즈의 카라반 습격 사건을 처리하러 갔죠.
아내는 늘 그랬습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았죠. 그땐 겨울이었는데, 봄이나 되어야 돌아올 거라 생각했고, 아직 뭐라도 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후에는 말씀드렸던 것처럼, 타락, 추방 뭐 그런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제7청이 정보, 안보, 외교를 전담하는 곳이니, 업무상 편의를 이용해 아내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요. 그래서 저는……
이해해.
그런데, 방금 말했던 그 이상한 일이라는 건 뭐야?
만국 전달자의 선발 기준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래서 이 지원서는 늘 제 메일함에만 있었어요. 그러다……
제7청 추기경이 된 후에 그 지원서를 직접 승인했다는 거야?
그, 그렇습니다.
파트리치온 님은 절 추기경직에 임명하시면서 제게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다른 뜻으로 말씀하신 거겠죠. 하지만 제 못난 머리로는 지원서를 승인해야 하는 일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승인하자마자 지원서는…… 사라졌습니다. 반려되었다는 메시지도 오지 않았고, 어떠한 기록도 조회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제 지원서는 단말기 안에서 사라졌습니다. 마치,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
그 지원서는 제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절대로 통과되지 않았을 거고, 당장 추기경 일을 그만두고 만국 전달자가 되는 일도 제게 허락되지 않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모든 만국 전달자가 이미 라테라노로 호출됐습니다. 설령 진짜 만국 전달자가 되었더라도 아우렐라를 만날 기회는 없겠죠.
그 지원서를 승인한 건 제게 주는 작은 보상 같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작은 위로였을 뿐이죠.
근데 이 작은 위로까지 지워버릴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래서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지금의 라테라노가 진짜인지 의심할 만한…… 충분한 단서라고요.
어쩌면…… 당신의 동생이 하려는 일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아모스 추기경, 방금 그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도 했어?
아, 아뇨. 없습니다.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었습니다.
아모스 추기경, 혹시 이건 새로운 심문 수단?
절 믿어도 됩니다. 르무엔 씨.
저나 당신 모두 진짜 신경 쓰는 게 있지 않습니까…… 많지는 않아도요.
재밌는 말이네, 아모스.
참. 오늘 양육 신전에서 더 성대한 탄생 의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모든 인간은 평생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기근과 역병으로 인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로카마레아 같은 곳에서조차 임종을 앞두고 마른 입술을 적시면서 비슷한 말을 중얼거리는 노인이 있을 것이다.
이건 진부한 이야기이다. 다만, 누군가에게 이것은 한이 서린 결말일 것이고, 누군가에게 이것은 후련한 외침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제는 똑같다. 바로……
죽음이 곧 생명의 끝이라는 사실이다.
……
(궁금한 듯 고개를 들이민다)
(긴장한 듯 날개를 펄럭인다)
네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네게 답해줄 수 없어.
……죽었거든.
(낮게 지저귄다)
어미는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다. 안도아인은 어미의 눈을 천천히 감겨주었다.
새끼가 기대어 왔다. 녀석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깃털 색마저 어두워진 듯했다. 안도아인은 새끼 아버비스트를 무릎에 올려놓고 눈을 마주쳤다.
새끼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안도아인은 짐승의 언어를 알지 못했지만, 슬픔은 또렷하게 느껴졌다. 이 아버비스트와 자신의 슬픔은…… 마치 고요한 강물 아래 거세게 흐르는 물살 같았다.
죽음은 늘 새로운 탄생을 동반해. 네 엄마는 목숨을 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너에게 탄생의 희망을 남겨준 거야.
모든 힘을 짜내 그걸 해낸 거지.
이게 너의 첫 번째 수업이야.
(낮게 지저귄다)
로카마레아, 종탑이 있던 작은 마을, 황무지의 수도원, 그리고 지금…… 비슷한 순간들을 여러 번 겪었지만, 이번엔 더 깊게 와닿는 것 같아.
모든 건 정해진 길에서 결말을 맞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를 이어가는 일은 귀하고 대단한 것이었다.
죽음이란, 이별이다.
그리고 죽음이란,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남기는 선물이자, 산 자가 자신을 구원하는 시작점이다.
얘야, 두려워하지 말렴.
슬퍼해야 하고, 기억해야 해…… 내가 너와 함께할게.
……
안도아인 선배님, 어미의 장례식을 부탁드립니다. 전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대주교는?
대주교님께선 지금 오실 수 없습니다. 앞으로 있을 탄생 의식에서 성당 내의 산크타가 아닌 종족들에게 광륜을 부여할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대신 사과의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괜찮아.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생명을 성대하게 맞이하고, 장례식은 간소하게 하지. 대주교에게 업무 복귀가 늦어진다고 전해줘.
괜찮으세요?
어미가 너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어. 그리고 이 아이는 이렇게 큰 슬픔을 감당하기엔 아직 너무 어려. 내가 곁에 있어 줘야 해.
아뇨, 안도아인 선배님. 대주교님께선 선배님을 걱정하고 계십니다.
뭐?
대주교님께서 선배님과 어미가 오랫동안 함께했기에, 선배님 마음속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선배님은 사려 깊은 분이세요. 모든 여정에서 깨달음을 얻었겠지만, 고달픔도 느꼈겠죠.
이 아이는…… 기적이에요. 어둠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죠.
대주교님께서 앞으로 라테라노에서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외부의 재이와 내면의 슬픔에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전해달라 하셨어요.
모두가 평등하게 태어나고, 용감하고 강인할 거예요…… 라테라노는 해낼 수 있을 거예요.
……
안도아인은 새끼 아버비스트가 조심스레 자신의 팔에 머리를 비비는 게 느껴졌다.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새끼는 날개를 힘껏 펴고는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새끼 아버비스트는 빙글빙글 돌며 날아오르더니, 방 한가운데에 있는 위로의 종에 앉아 종과 함께 맑고 고운 소리를 냈다.
안도아인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새끼 짐승을 바라봤다. 광륜과 수십 년을 함께한 그였지만, 새끼 아버비스트의 머리 위에 있는 밝은 광륜 때문에 눈이 부셨다.
(힘껏 날개를 펄럭인다)
(크게 지저귄다)
안도아인은 새끼 짐승과 쭉 함께했기에 그 동작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함께 놀자는 뜻이었다.
아이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던 보육사는 이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는 난해한 초대를 가장 완곡한 방식으로 거절하기 위해, 교감을 통해 자신의 슬픔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안도아인은 다가가 아버비스트의 발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새끼 아버비스트, 그리고 위로의 종과 함께 텅 빈 방 안에서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버비스트는 흥분한 듯 울부짖었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방안을 맴돌았다. 아버비스트의 깃털은 조명 아래서 반짝였고, 회전하면서 광택을 완전히 드러냈다.
춤이 점점 빨라지던 중, 안도아인은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자 힘겹게 고개를 돌려 어미 짐승의 시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더 이상 슬프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그는 새끼 아버비스트와 똑같이 즐거웠고, 똑같이 아름다웠으며, 새끼 아버비스트와 똑같이 희망에 찬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노래하고 춤췄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발걸음이 땅과 공기 속에 아름다운 원들을 하나씩 그려냈다.
이…… 이게 바로……
산크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본능만 있을 뿐……
슬퍼하고 애도할 자격은 없다는 건가?
설마 이게 바로 산크타고, 생명의 기적이라는 건가?!
안도아인의 신경질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대주교는 계성의 전당에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광륜을 하나씩 부여하고 있었다.
안도아인은 홀로 급하게 멈춰 섰다. 기억 속에 있어서는 안 될 장례식 하나가 난데없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이리스 꽃밭과 작은 아이, 잔인하지만 진실된 고백과 기도, 그리고 종소리.
아, 아직도 대답이 없나요?
저기, 아우렐라?
못 믿겠으면 직접 들어 봐.
윽, 귀가 이상해질 것 같아요…… 온갖 잡음이 섞여서 제대로 들리지 않아요!
아우렐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총기사셨잖아요, 적어도 과거에는. 그러니까 저희보단 당연히 잘 아시겠죠.
네 말대로, '과거'였어.
잡음만 해도 시끄러워 죽겠는데, 더 떠들기만 해 봐. 입 다물게 할 방법은 많으니까.
……
수녀님……
무서워하지 마, 휴고.
(아우렐라, 아이들이 보고 있어요. 그러지 마요.)
(이 산크타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고 먼 타국에서 급히 돌아온 사람들이에요. 광륜까지 부서져서 두려움에 떨고 있죠……)
……
라테라노의 도시 간 네트워크는 늘 안정적으로 작동했어. 도시 외곽 각 촌락에 있는 통신 장치는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지.
그리고 이 비상 통신 기둥은 라테라노에서 고작 3km 떨어져 있어. 엄밀히 따지면 이곳은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는 곳이야. 근데 특수 채널로 10번을 넘게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어.
하하, 설마 라테라노가 정말로 어떻게 된 건가?
아우렐라, 조금 더 부탁할게요.
누에다, 네가 더 긴장한 것처럼 보여.
그런가요?
누에다는 대답이 없었다. 몇몇 아이들이 달려와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고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봤다.
이 작은 마을에서도 라테라노의 외곽을 볼 수 있었다. 구름처럼 새하얀 라테라노의 성벽은 마치 인간세계에 잘못 들어온 성령의 집처럼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기적처럼 보였다.
그리고 먼 길을 온 이들이 가까이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산크타들의 부서진 광륜과 날개는 황무지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순례자는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이 고된 여정을 정말로 여기서 끝낼 수 있을까?
저기가 바로 라테라노……
됐어. 안에 있는 사람들도 상황이 안 좋아서 정신이 없나 봐. 짐 챙겨, 바로 들어가게.
맞아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요. 갑시다!
하지만 교황청의 허락 없이 멋대로 들어가면……
교황청에서 우리 타락한 죄인들이 라테라노로 돌아오는 것을 허락했던가?
라테라노에 은혜를 갚으려고 돌아온 거라고 하기만 해 봐. 그럼 너부터 없애버릴 테니까.
멈추시죠, 더 다가오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라테라노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참나, 공증소의 집행자잖아?
아우렐라?
날 알아?
당신의 통신을 받고, 공증소에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아우렐라, 전 시민 번호 LC0073458, 전 총기사 제3소대 대장으로, 1090년 겨울 라테라노 카라반을 북부 황무지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살카즈 용병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런데 복귀 도중 이동 수도원이 소규모 재앙을 만났고, 그 틈을 타 압송 중이던 살카즈 용병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당신은 그 자리에서 그들을 사살했죠.
그 후 동료 총기사가 사실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려 하자, 당신은 과잉 진압으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동료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료를 살해했고, 결국 시민 자격을 박탈당한 뒤, 라테라노에서 영구 추방되었습니다.
……
그래서? 집행자, 그렇게 담담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읊는 건, 라테라노가 내 죄를 잊은 적이 없다는 걸 상기시켜 주고 싶어서야?
네 앞에 있는 이 수백 명의 사람을 봐. 나처럼 추방당한 타천사도 있고, 다양한 이유로 신성한 도시를 떠난 이탈자도 있어……
심지어 신성한 도시를 처음 보는 이들도 있지. 볼리바르 같은 어수선한 데서 라테라노의 교리를 신봉해 온 사람들이야……
이 광륜, 보여? 이게 타락 때문인 거야 아니면 아파서 이런 거야? 이 사람들은 해답과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그 먼 길을 달려왔어.
근데 라테라노가 겨우 한다는 건, 집행자 1명을 보내서 우리를 막는 건가?!
이탈한 산크타들이 점점 모여들어 페데리코를 에워쌌고, 그를 향해 무기를 들이밀었다.
우리는 단지 라테라노를 떠난 지 오래돼서 다른 산크타들처럼 사는 법을 잊었을 뿐이야…… 근데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문전박대를 당할 이유는 없잖아?
율법이 죄악을 벌하는 건 맞아. 하지만 라이타니엔에서 20년간 얌전하게 지내온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는 거야?
율법이 그렇게 잔인한 거라면,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율법의 터스크비스트같은 너와 네 동료겠지!
집행자, 내가 타락한 건 너희가 벌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이제 보니, 애초에 너희의 능력은 올바른 곳에 사용된 적이 없었던 것 같네!
……
페데리코는 묵묵히 눈앞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약간 생뚱맞게 켜져 있는 가로등이 사람들의 얼굴에 이상한 색채를 더했다. 당황, 불안, 분노, 혼란, 공포…… 여러 표정이 그들의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무기를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페데리코에게는 지금의 상황을 통제할 능력이 있었다. 자신의 반응 속도라면, 상대의 리더를 빠르게 제압하고 남은 사람들도 진압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쭉 그래왔고, 효과도 뚜렷했다.
페데리코는 공증소의 뛰어난 집행자였다. 집행자가 된 지 올해로 8년째였고, 일은 이미 매우 능숙했다.
게다가, 올해는 성도라는 직함을 받은 3번째 해이기도 했다. 불타버린 꽃 한 송이와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을 제외하곤, 그에게 조언이나 가르침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그는 눈앞의 긴장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허리에서 손을 뗐고, 손이 수호총과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음을 보여줬다.
저는 라테라노가 여러분에게 내린 판결을 상기시키기 위해 온 게 아닙니다.
또한, 저는 공증소, 교황청 그리고 라테라노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께서 라테라노에 들어오실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상식을 벗어난 이변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방문으로 사태가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제게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
……
아르투리아? 당신은 신성한 도시를 떠나면 안 됩니다.
안심해. 이미 박사와 만났어…… 내가 널 찾아온 것도 박사의 뜻이고.
박사가 우리의 추측을 입증했어. 라테라노 전역이 집단 환각에 빠진 상태야. 그런데 지금 꿈속의 이변이 현실과 뒤섞이고 있어……
재이가 도시를 삼키고 있어.
……위치킹의 파빌리온 붕괴 이후, 황역이 츠빌링슈튀르메를 덮쳤던 것처럼 말입니까?
아마도. 나도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어. 하지만 확실한 건, 수백만의 라테라노인이 지금 현실과 환각 사이에서 헤매고 있어. 우리에겐 새로운 조력자가 필요해.
……이 범법자들과 이탈자들인가요.
뜻밖의 불협화음은 오히려 흥미로운 변주가 되기도 하는 법이야.
박사님의 판단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재이가 라테라노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이 사람들도 들어가자마자 환각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내가 첼로를 들고 널 찾아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