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상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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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스토리브릿지2025-07-17

멀리 떨어진 용문에 있던 웨이 옌우는 경성에서 보내온 초청장 한 통을 받게 되고, 당시 경성을 떠날 때의 복잡한 감정을 떠올린다. 레이즈는 대리사로 끌려가고, 대리사경 심철은 레이즈에게 블레이즈의 출생을 파헤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블레이즈 디 이그나이팅 스파크,


양보한다니? 하하, 부친께서 그 말을 들으시면 또 형님을 호되게 꾸짖을 거야.

헛소리는 그만 해. 문무에 있어 우리 형제 중에 형님을 따라갈 사람이 누가 있겠어?

형님께서 즉위하고 금성으로 옮기면, 나도 안심하고 천경각에서 필경사가 될 거야. 염국의 서적을 돌보면서 형님의 근심도 덜어주고.

……

형님,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돼! 이렇게 된 이상,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형님뿐이야.

태사…… 아니, 삼공 모두 이 거사를 지지하고 있어! 문무백관, 설령 염국의 만백성을 맞서게 되더라도 이건 공론화시켜야 해.

형님, 대의를 위한 일이야. 더는 물러서서는 안 돼!

……내가 형님과 함께할게.

……

왜 나야? 왜 하필 나야?!

막내도 형님 때문에 죽었어! 그 사람들 모두 형님 때문에 죽었다고!

이 모든 걸 나에게 떠넘기고, 나 혼자 그 비난과 음모를 감당하게 해놓고, 자신은 홀연히 떠나버린다고?!

……

염무, 평생 돌아올 생각은 마라.


후미즈키

왜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계시나요? 올해 용문에서 열리는 수많은 추석 행사에 하나도 참석하지 않을 생각인가요?

웨이 옌우

뭐 볼 게 있다고. 그리고, 이 얼굴을 방송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겠어?

웨이 옌우

스와이어의 꼬마에게 계획이 있어. 그 꼬마에게 맡겼으니 떠들썩하게 잘 해내겠지.

후미즈키

……옥문에서 돌아온 후부터 당신은 점점 게을러지고 있네요. 집에 있으면서 하루 종일 서재에서 간식이나 먹고, 밖에 나가서 걷지도 않잖아요. 그러다 노년에 살만 찌겠어요.

웨이 옌우

하하…… 지난 반년 동안 린 거뤠이도 외출을 거의 하지 않게 됐지, 덕분에 난 조깅 파트너도 찾을 수 없었고.

웨이 옌우

하아…… 난 너무 늙어버렸어. 젊은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할 거야, 괜히 내가 참견했다간 재미만 없어지겠지.

후미즈키

이제서야 그 이치를 깨달았군요. 만약 진작 깨달았더라면, 첸이 과연 떠났을까요?

웨이 옌우

……

후미즈키

얼마나 됐죠?

웨이 옌우

뭐가?

후미즈키

첸이요. 떠난 지 얼마나 됐냐고요.

웨이 옌우

5년.

후미즈키

5년이군요.

후미즈키

첸이 밖에서 무슨 일을 겪고 있을지, 병은 또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웨이 옌우

옥문에 있을 때, 난 첸이 그곳에 있는 걸 알았어.

웨이 옌우

첸은 잘 지내고 있어, 검술도 많이 늘었고……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

후미즈키

그럼 또 떠나는 걸 보고만 있었단 거예요?

웨이 옌우

첸이 나를 만나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원하질 않는데 억지로 강요할 순 없잖아.

웨이 옌우

걱정 마, 첸에겐 우리보다 할 일이 더 많아.

그림자 부대

웨이 님,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웨이 옌우

……너희가 특별히 가져온 서신이라면……

그림자 부대

경성에서 보내온 겁니다.

웨이 옌우

……

후미즈키

서신을 보낸 사람은……?

그림자 부대

현 금위군입니다.

후미즈키

서신 말고 별다른 말은 또 없었나요?

그림자 부대

진룡께선 웨이 님이 경성의 백진연에 참여하는 것, 그리고 함께 달구경을 하는 것을 청하셨습니다.

후미즈키

……

웨이 옌우

서신은 책상 위에 두고 물러가라.

그림자 부대

송구스럽습니다만, 웨이 님의 계획을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웨이 옌우

다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림자 부대

웨이 님을 경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웨이 옌우

……물러나라!

후미즈키

……

후미즈키

볼래요? 초청장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웨이 옌우

그럴 필요 없어, 거기에 그냥 둬.

웨이 옌우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어. 내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더 늦었기도 하고.

후미즈키

……몇 년 만이죠?

웨이 옌우

40년…… 백조를 떠난 지 꼬박 40년이 됐네.

웨이 옌우

지금쯤이면 옥문도 경성에 도착했겠지. 아무래도 동생이 묵혀뒀던 옛일을 한 번에 마무리할 생각인가 본데.

웨이 옌우

가을이 끝남과 함께 청산한다라…… 그래, 가을인가.

후미즈키

가지 않아도 돼요.

후미즈키

40년이나 지난 일이잖아요. 그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다시 금위군과 군대를 보내서……

웨이 옌우

……함부로 말하지 마!

웨이 옌우

동생의 뜻은 그게 아니야……

후미즈키

그럼 도대체 원하는 게 뭔가요?

웨이 옌우

사실 당신에게 그때 일에 대해 숨긴 것이 있어……

후미즈키

그만해요, 듣고 싶지 않아요.

웨이 옌우

후미즈키, 나는 평생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을 저질렀어……

웨이 옌우

에드워드, 내 여동생, 그리고 돌아가신 스승님까지……

웨이 옌우

엄밀히 말하자면…… 동생도 그중 한 명이야.

후미즈키

당신이 아니라 그 자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거예요.

웨이 옌우

……그 선택은 누가 했지?

후미즈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후미즈키

만약 그때 당신이 남았더라도 과연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요? 정말 피를 흘리지 않았을까요?

후미즈키

아무도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대신을 기억하지 않아요. 오직 왕과 친족을 시해한 황자만 기억할 뿐이라고요!

웨이 옌우

……


심철

……

린 칭옌

할 말 있으면 빨리하시죠,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심철

지금 네가 어떤 처지인지 잊지 마. 객관적으론 너 역시 사건 현장에서 잡힌 용의자일 뿐이니까. 다만 동료라는 점을 고려해서, 심문실에서 질문하지 않는 것뿐이지.

린 칭옌

말했잖습니까! 현장에서 살인범을 봤지만, 놓쳐버린 거라고……

심철

진정해. 살인범을 못 잡았다고 여기서 나한테 분풀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린 칭옌

……당신을 이겨야 가능하겠죠.

심철

흠, 이성을 잃은 정도는 아닌 것 같네.

심철

그럼, 대리사에서 몇 년을 함께 일한 정을 봐서라도, 알려줄 수 있을까?

심철

오늘 오후, 왜 정풍루 사건 현장에 있었지?

린 칭옌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린 칭옌

백진연이 곧 개최됩니다. 문서고에 불이 났고, 이어서 정풍루에서까지 두 차례나 화재가 발생했죠. 이 일련의 사건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심철

설마 오늘 누군가 정풍루에 불을 지를 거란 걸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었단 뜻이야?

린 칭옌

전 단서를 찾으러 갔을 뿐입니다……

심철

단서를 찾으러 갔을 '뿐이다'…… 지난 며칠 동안 네가 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읊어줄까?

린 칭옌

설마 저를 미행한 겁니까?

심철

그럴 만큼 한가하진 않아…… 하지만 다 방법이 있어.

심철

다시 묻지. 린 칭옌, 오늘 정풍루에 대체 누굴 찾으러 간 거지?

린 칭옌

……은밀히 움직인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텐데요.

심철

무슨 뜻이지?

린 칭옌

당신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잖습니까. 예부에 보관된 고전의 자료가 조작된 것이고, 그가 백조를 떠나기 전, 사형수 감옥에 투옥되었다는 사실도요…… 이런 일들을 대리사경인 당신이 모를 리 없죠.

린 칭옌

그 내용들은 중요한 증거임이 명백한데, 왜 대리사의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며, 당신은 또 어째서 그걸 은폐하려 하는 겁니까?

심철

……이게 며칠간 문서고 화재 사건을 조사하며 알아낸 단서인가……? 어떻게 알아냈지?

린 칭옌

어떻게 알아낸 건지는 신경 쓸 필요 없을 텐데요……

심철

내가 우징에게 충고했던 말이 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지금 똑같이 해야겠어.

심철

과거의 일, 알려진 것도, 알려지지 않은 것도 모두 그만큼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

심철

……어떤 일에 있어, 영원히 잊히는 게 최고의 결말인 것도 있어.

린 칭옌

……대리사경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심철

나를 거짓말이나 하는 사람이라 생각해도 좋고, 형부에서 임명된 대리사경에 불과하다고 여겨도 상관없어.

심철

하지만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는 거야.

린 칭옌

제 입장도 명확합니다. 수만 가지 이유가 있어도 진실은 진실입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진실이 우롱당하거나, 파벌 싸움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린 칭옌

결국 누군가는 기억할 겁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있어 진실은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심철

예를 들면, 사람들 눈을 피해 고생스럽게 빅토리아에서 백조로 데려온, 옆방에 갇힌 여자?

린 칭옌

……

린 칭옌

네…… 전 고전이 빅토리아에서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녀 역시 고전의 사건과 관련된 중요한 증인이죠……

심철

린 칭옌, 아직도 시치미를 떼는 건가?

심철

고전의 자료가 조작된 걸 알았고, 또 우징이 고전 사건을 추적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심철

너도 40년 전 금위군이 데려온 아이, 문서상으로 사망 처리된 그 아이의 기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

심철

네가 백조로 데려온 그 여자의 출생지는 빅토리아야, 아니면 백조야?

린 칭옌

……!

심철

잘 알고 있겠지.

심철

너는 그 여자의 정체를 진작에 의심했겠지. 그럼에도 그녀를 백조로 데려온 건, 일이 완벽하게 잘 풀릴 거라 자신했기 때문이고……

심철

아니면 혹시, '진실'을 위해서라면 그녀의 생사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건가?

린 칭옌

저를 협박하는 겁니까……

심철

내가 농담하는 걸로 보여?

린 칭옌은 대리사경이 쥐고 있는 기록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옷이 땀에 흠뻑 젖은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빛과 그림자가 기이한 형상을 띄었고, 대리사경이 쥐고 있던 얇은 서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심철

하지만, 이것들은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일이 아니야. 적어도 지금은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지.

심철

말했잖아. 지나간 일은 현재의 일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린 칭옌

당신이 말하는 현재의 일이란 게 대체 뭔가요?

심철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현재 옥문은 백조에서 불과 100리 정도 떨어져 있고, 백조는 3달 전부터 분리를 준비해 왔어.

린 칭옌

……그것이 고전의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죠?

심철

네가 그 사건을 계속 파헤친다면, 염국을 통틀어 네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어.

린 칭옌

……

심철

린 칭옌, 그럼에도 네가 굳이 이 문을 나서겠다 한다면, 난 더 이상 너를 지켜줄 수 없어.

심철

……그리고 그 사람을 지킬 수 없게 되겠지.


웨이 옌우

첸의 고택 서재에 서랍장 하나가 숨겨져 있어. 내가 떠나면 당신이 가서 그 안에 있는 물건을 가져와.

웨이 옌우

내 말대로 하면 용문도 안전하고 당신도 무사할 거야.

후미즈키

정말 떠날 거예요?

웨이 옌우

지금이야말로 적절한 시기야. 린 거뤠이의 딸은 도시의 일을 잘 처리하고 있고, 스와이어 가문의 부담도 이젠 늙은 호랑이가 홀로 짊어질 필요가 없으니까.

웨이 옌우

용문이 지금 필요한 건, 웨이 옌우도 총독도 아니야……

후미즈키

벌써부터 유언을 남기는 건가요? 너무 성급하잖아요.

웨이 옌우

이건 용문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야…… 후미즈키, 내 말을 잘 들어줘.

웨이 옌우

난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후회도 많이 했어…… 하지만 오직 용문, 우리가 직접 세운 이곳…… 이곳엔 많은 사람들의 터전이 있어……

웨이 옌우

용문은 절대 혼란에 빠져서 안 돼.

후미즈키

그럼 남아서 용문을 지키면 되잖아요.

후미즈키

젊은이들이 각자의 몫을 잘하고 있다 해도, 아직은 늙은이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일도 있는 법이에요.

웨이 옌우

당신도 그 서신을 봤잖아. 내가 어떻게 그냥 무시할 수 있겠어?

후미즈키

그래서 죽는다는 말을 또 그렇게 쉽게 하는 건가요? 지난번처럼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생각인가요? 그렇게 하면 빚을 갚을 수 있나요?

웨이 옌우

……이번엔 달라!

웨이 옌우

내가 마주한 건 또 다른 적이 아니라 과거에 진 빚이야.

웨이 옌우

당시의 난 잘못된 선택을 했고…… 40년 동안 매 순간마다 나 스스로 합리화했어. 많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했지만,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웨이 옌우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어.

후미즈키

당신도 알고 있겠죠, 당신의 목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에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

후미즈키

더는 당신의 목숨을 희생해서 무언가를 만회하려 하지 말아요. 잘못으로 또 다른 잘못을 덮으려 해봐야 끝도 없어요. 살아왔던 반평생이란 시간 동안, 그 정도 이치는 가슴속에 새겼겠죠.

후미즈키

여기 남아 우리 함께 맞서요.

웨이 옌우

후미즈키…… 막지 마!

웨이 옌우

설령 당신이라 해도…… 과거의 빚을 갚으러 가는 나를 막을 수는 없어.

후미즈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후미즈키

제가 여기 서 있는 한, 당신은 나갈 수 없어요.

후미즈키

이번엔 제가 당신을 지킬 거예요. 반드시.


블레이즈

레이즈!

린 칭옌

괜…… 괜찮아요?

블레이즈

당연히 괜찮지!

블레이즈

그 대리사 사람이 나한테 화재 현장에서 뭘 봤냐고 물었는데,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 봤거든!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날 풀어줬어.

블레이즈

너는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리 오래 걸렸어?

린 칭옌

……별일 없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죠.

블레이즈

잠깐, 잠깐만! 이렇게 돌아가자고?

블레이즈

막불복은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이제 자세히 물어봐야지!

린 칭옌

……물어볼 건 없습니다.

블레이즈

그게 무슨 소리야?

린 칭옌

당신 아버지의 사건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린 칭옌

빠른 시일 내에 당신을 백조에서 내보내 드리죠.

블레이즈

린 칭옌! 지금 같은 상황에 그런 농담이 나와?!

블레이즈

아니지…… 너 방금 뭔가 새로운 단서를 찾은 거구나? 그래서 일부러 그러는 거지?

블레이즈

그만하고 빨리 말해봐. 도대체 뭘 알아낸 거야……

린 칭옌

……블레이즈!

블레이즈

너……

린 칭옌

이건 대리사의 공식 사건 종결 문서입니다.

린 칭옌

고전…… 빅토리아 교포. 1077년 예부로 발령, 봉례랑으로 임명.

린 칭옌

1092년, 예부 선례사로 전근. 사절단과 빅토리아로 이동. 이동 중 발생한 눈보라로 인해 강으로 추락해 사망.

블레이즈

뭐……?

블레이즈

레이즈…… 지금 거짓말하는 거지? 그렇지……? 또 나만 따로 빼려고 그러는 거지?

린 칭옌

……계속 여쭈어보지 않았나요? 당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린 칭옌

모든 단서에 대한 조사를 끝냈습니다. 의심스러운 점은 없었죠. 예기치 못한 사고였을 뿐입니다……

린 칭옌

과거에 부족했던 자료는 이제 모두 보강했습니다.

린 칭옌

……이 사건은 이제 종결입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하늘에 달은 없었다.

거리의 에너지 기둥이 최대 출력으로 가동 중이었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기온이 조금 떨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하고 깊은 밤, 사람들은 사라지고 찬바람이 엄습했다.

강 씨

에취……!

꼬마 주방장

추우면 난방을 켜라니까.

강 씨

말이야 쉽지, 이 작은 식당을 운영하려면 이런 것부터 하나하나 아껴야 한다니까……

강 씨

초조해 죽겠네. 시간이 이렇게 됐는데 왜 아직도 블레이즈에게 소식이 없지?

꼬마 주방장

상금 때문에 초조한가 보네……

강 씨

무…… 무슨 소리야! 에취……!

강 씨

창문에서 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지? 나중에 고쳐야겠어……

강 씨

어, 왔나……?

강 씨

……!

강 씨

당…… 당신은……

막불복

왜? 가게에 들어가면 안 되는 건가?

강 씨

들어오세요. 먼저 차를 드리죠…… 주문하실 건가요?

막불복

장수면을 부탁하지.

강 씨

알,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막불복

사장이 직접 만든 게 먹고 싶군.

강 씨

그건……

강 씨는 고개를 돌렸다. 계단에 서 있던 꼬마 주방장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강 씨

아…… 저희 사장님은 일이 있어서 나가셨습니다.

막불복

그렇다면 여기서 기다리지.

강 씨

멀리 가서…… 보름은 지나야 돌아올 겁니다.

막불복

그래도 기다리겠네.

막불복

30년을 기다렸다네. 내가 이렇게 늙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못 기다릴 것도 없지 않나?

강 씨

막불복 주방장님, 어째서 그런 농담을……

강 씨

당신은 천하제일의 요리사잖습니까, 굳이 오랜 시간을 허비할 가치가 있나요?

막불복

*염국 욕설*…… 천하제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막불복은 찻잔을 들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따뜻한 차가 그의 입가에서 흘러 하얀 수염을 타고 떨어졌다.

막불복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네…… 30년 전의 겨울이었지. 재앙 때문에 고향 마을이 파괴되었지만, 난 뛰어났던 요리 실력을 가지고 운 좋게 살아남았던 생존자들과 함께 백조로 와서 생계를 꾸려 나가려 했다네.

막불복

정말 험난한 길이었다네. 백조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다른 난민 무리, 아니 어쩌면 도적이었을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다른 한 무리와 마주치게 됐다네.

막불복

기억나는 건 그들이 무기를 들고 눈으로 뒤덮인 황야에서 몇 리를 뒤쫓아왔다는 것뿐이네. 나중이 되어서야 우리는 그들이 얼마 남지도 않은 우리의 물자와 식량을 노렸다는 사실을 알았지.

막불복

약 한 달 동안 이어진 고통스러운 여정이었기에, 일행의 대부분은 부상자와 환자였다네. 남은 식량으로는 양쪽 모두 그 황야를 벗어나기엔 턱없이 부족했지.

막불복

도망칠 수도 없게 된 마당에, 차라리 한판 붙어보자는 생각을 했다네. 어쩌면 살길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싸움이 일어나려던 찰나, 갑자기 어떤 냄새가 났고 사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네……

[CG: 58_i16]
막불복

당시, 우리가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원이 있었지. 그리고 누군가 그 사원 입구에 아궁이를 만들고 면을 한 솥 가득 삶고 있었다네. 하지만 자욱한 연기 때문에 그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어.

막불복

왜 거기에 면을 삶는 사람이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묻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잊어버렸고, 죽기 살기로 싸우려 했던 것조차 잊어버렸지.

막불복

우린 냄새를 맡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 한 그릇을 봤다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조용히 그 사람 옆에서 면을 얻어먹기 위해 기다렸지.

막불복

그렇게 맛있었던 음식은 난생처음이었다네……

막불복

면을 한 입 먹자마자, 마치 수십 년 동안 마비되었던 내 혀가 갑자기 감각을 찾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네.

막불복

그전에는 면 한 그릇으로 넋을 잃을 만큼 황홀한 맛을 낼 수 있단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

막불복

그건 인간이 낼 수 있는 맛이 아니었어……

막불복

면을 다 먹고 고개를 들었지만, 그 사람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네.


막불복

내 한평생 가장 인상 깊은 요리 수업을 백조 밖 작고 허름한 사원에서 받게 될 줄은 몰랐다네.

막불복

그 후로 나는 곳곳에서 스승을 모시며 기술을 배웠고, 언젠가 나도 그런 면을 만들 수 있길 바랐지.

막불복

하지만 난 해내지 못했다네…… 끝내 해내지 못했지.

강 씨

혹시 기억이 잘못된 건 아닐까요…… 그때 워낙 배가 고파서 그 면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잖아요……

막불복

내 혀가 틀릴 거라 생각하나?

막불복

난 30년 동안 국수 한 그릇을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맸다네.

막불복

그 사람이 아직 백조에 있다면 지금쯤 쉰이 넘었을 터……

막불복

그래서 북쪽의 다도 장인을 찾았지만 그 사람은 아니었지. 남쪽에 있다는 밀가루 음식 대가도 아니었고.

막불복

찾다 보니 결국 동년배 요리사들은 전부 요리를 그만두게 되었고, 나만 남게 되었다네. 그래서 원래는 찾는 것을 포기하려 했지만……

막불복

그런데 오늘 다시 한번 그 맛을 느꼈다네……

막불복

왜인지는 모르겠다네…… 솜씨는 서투르긴 했지만, 그 아가씨가 만든 면은 그때의 그 맛이었지.

막불복

그리고 그 면은 자네가 있는 이 식당의 요리사가 가르쳐 준 것이고.

강 씨

그걸 어떻게……

막불복

정풍루에서 보낸 초청장은 전부 내가 직접 하나씩 확인했다네. 이 '위미각'의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지.

막불복

난 이 가게의 그 요리사가 그 사람과 무슨 관계인지, 또 왜 자기의 재능을 썩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네.

막불복

하지만……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이 손맛이 끊기게 둘 수는 없다네.

막불복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품속에서 편지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막불복

……그의 반쪽 제자가 통과했다고 전해주게.

막불복

모레 정오 전까지 정풍루로 와서 등록하게.

강 씨

예……? 이렇게, 합격이라구요?

막불복

장사가 꽤 잘 되는 가게인 모양이군. 근데 입구의 문턱이 더 낮아진 것 같은데?

강 씨

십여 년째 바꾸지 않아서요.

막불복

문턱이 낮으면 바람을 막지 못해. 앞으로 날씨가 더 추워질 거야.

강 씨

사장이 바꾸지 말라더군요. 낮은 게 좋다고, 문턱이 높으면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면서요.

막불복

……

막불복은 낮은 문턱을 넘어 광활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식당 안에는 또다시 거센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점차 거세지는 바람 소리는 마치 누군가 흐느끼는 것 같았다.

꼬마 주방장

……갔어?

강 씨

하아…… 너 정말!

꼬마 주방장

블레이즈가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그럼 상금은……

강 씨

지금 상금을 신경 쓸 때야?!

강 씨

노인을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겠어……? 족히 여든은 돼 보이는 노인이잖아. 그런 사람이 저렇게 조급해하는 모습을 꼭 봐야겠어?

꼬마 주방장

그냥 마음에 드는 제자를 못 찾은 것뿐이잖아? 그렇게 조급할 것까진…… 나도 아직 여유로운데.

강 씨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봐. 평생을 갈고닦은 솜씨가 전해지지 못하고 곧 끊어지게 생겼잖아……

꼬마 주방장

끊어지면 어쩔 수 없지.

강 씨

너 정말……!

꼬마 주방장

지금 그 사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훗날의 명성이야. 등에 짊어진 것은 천하제일이라는 명예지. 그리고 마음속에 두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요리 솜씨고…… 자신의 실력에 대해 생각해 볼 여력이 있을까?

꼬마 주방장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아무도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없어.

강 씨

……

강 씨

아이쿠, 블레이즈가 돌아왔네.

강 씨

너무 늦었잖아, 밥은 아직이지? 먹을 거라도 조금 준비할게.

블레이즈

응……

꼬마 주방장

축하해. 좋은 소식이 있어. 네가 정풍루 심사에 통과했대.

꼬마 주방장

약속대로 상금은 3대7로 나누는……

블레이즈

……그래.

꼬마 주방장

뭐가 이렇게 시큰둥해?

꼬마 주방장

네가 돈이 부족하지 않다면, 나머지 3도……

강 씨

어라? 싱주 아가씨는 같이 안 왔어?

블레이즈

맞다, 싱주는……

꼬마 주방장

아, 오후에 강 씨가 장 보러 나갔을 때 싱주가 왔었어. 그리고 너한테 편지를 남기고 갔어.

블레이즈

편지를 남겼다고……?

블레이즈

축하합니다. 당신은 정풍루 요리사 경연에 통과했……

꼬마 주방장

아, 그게 아니라 이거야.

꼬마 주방장

얼마나 비밀스러운 얘기길래, 편지로 전하려는 거야?

블레이즈

싱주가…… 날 집으로 초대했어.

블레이즈

……영 씨 저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