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상견환

OR-6승육화방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5-07-17

블레이즈는 영 씨 저택의 방문 초대에 응한다. 싱주는 자신이 영 씨 저택의 아가씨이며, 예전에 블레이즈의 부친을 만난 적이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한편, 해진은 레이즈를 찾아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뜻을 암시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싱주, 블레이즈 디 이그나이팅 스파크

싱주

오셨네요.


블레이즈

영 씨 저택의 초대인데, 오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싱주

……죄송해요,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 그냥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블레이즈

미안해할 거 없어. 귀족 아가씨에게는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나도 귀족이라면 무턱대고 멀리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

블레이즈

그러면 이제 널 뭐라고 불러야 하지? 영 씨 가문 아가씨?

영인

제 이름은…… '영인'이에요.

영인

사실 전 영 씨 가문 사람이라고 할 순 없어요. 할아버지께서 어린 절 입양하셔서 길러 주셨거든요.

영인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절 영 씨 가문의 먼 친척이라 소개하셨지만, 사실 전 피가 섞인 '가족'은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영인

당신에게 말한 적 있는데, 기억하시나요?

블레이즈

난 위로에 서투른 편이라, 뭐라 해야 할지……

영인

괜찮아요, 할아버지는 저를 잘 대해주셨으니까요. 제 신분을 트집 삼아 누가 절 괴롭힌 적도 없었고요……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블레이즈

그러니까 너희 할아버지가…… 전임 예부 상서 영술이란 거야?

영인

맞아요……

블레이즈

마침 내가……

영인

저도…… 알아요.

영인

날씨가 조금 추우니까 밖에서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 괜찮죠?

블레이즈

……그래.

[CG: cg_watersurface]

구불구불하고 긴 회랑이 인공 산과 대나무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연못을 가운데 두고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자 가을 호수가 잔잔하게 일렁였고, 연못 위로 다리를 건너는 영인과 블레이즈의 모습이 번갈아 가며 비쳤다. 두 사람은 비어 있는 방들을 지나쳤다. 싸놓은 짐과 낙엽이 바닥에 가득했다.

영인

좀 지저분해서 손님을 맞이할 만한 상태가 아니네요, 죄송해요.

영인

저희 가족은 곧 이사 갈 예정이에요. 할아버지가 이젠 연로하시기에 백조의 건조한 기후를 견디기 힘들어하세요. 강남에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영인은 천천히 걸었다. 그러나 친구가 경치를 감상할 기분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발걸음을 조금 더 재촉했다.

영인

바로 앞이에요, 곧 도착해요.


영인

일단 앉아서 좀 쉬세요. 전 주방에 가서 다과를 내어오죠. 집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이 전부 휴가를 가서 간단한 음식밖에 없긴 한데……

블레이즈

아냐, 괜찮아. 어차피 오래 못 있거든.

영인

……그렇게 급한가요?

영인

알겠어요……

영인은 문을 살며시 닫았다. 밖에서 들려오는 파울비스트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고, 집안은 더 조용해졌다.

블레이즈

대체 왜 나를 여기에 초대했는지 이제 말해봐.

영인

죄송해요…… 사실 어제 정풍루에서 화재가 일어난 뒤 당신을 찾아가려고 했어요.

영인

그러다 우연히 당신과 거기에 있던 대리사 소경, 그리고 막불복 주방장의 대화를 듣게 되었죠.

블레이즈

그래서?

영인

블레이즈 씨, 어쩌면 제가…… 당신의 아버지를 봤을지도 몰라요.


15살 때, 집에서 머물던 손님이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일이 바쁘셨고 저택에는 많은 제자와 동료들이 오갔었죠. 대부분 저와는 무관한 일이었어요.

그러다 저택에 파란색 하급 관복을 입은 사람이 하나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그분은 늘 혼자 계셨고, 다른 사람과도 전혀 교류하지 않는 듯했어요.

처음에는 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해, 제 생일……


늘 그렇듯 할아버지께서는 저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주셨어요.

파티는 아주 화려했고, 많은 귀빈이 와주었지만 제가 아는 사람은 몇 없었죠.

손님들은 무언가 이것저것 말했지만 전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어요. 게다가 전 파티장에서 몰래 빠져나왔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죠.

정원에서 한참 동안 서성였고, 심심해하던 찰나, 순간적으로 할아버지의 서재로 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전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때 그분은 편지 한 묶음과 붓 몇 자루를 주머니에 넣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분께선 절 보고 엄청나게 당황했고, 급하게 주머니에서 펜과 종이를 꺼냈어요.

영인

당신……

당황해하는 남자

아가씨, 오해입니다!

당황해하는 남자

그게…… 아직 편지를 모두 베끼지 못해서 집에 가져가서 마무리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상서 대인께서 중요한 관리에게 보낼 편지라 질 나쁜 종이를 쓰면 안 돼서……

당황해하는 남자

저는 단지……

영인

괜찮아요, 그냥 종이와 붓이잖아요. 필요하시면 마음껏 가져다 쓰세요.

당황해하는 남자

……감사합니다. 아가씨.

영인

선생님, 혹시 성함이……?

고전

저는…… 고전이라 합니다. 저택의 속기사죠. 문서와 편지를 필사하고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영인

저는 영인이에요……

고전

아가씨 이름…… 저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영인

그럼 저희는 이제 서로 아는 사이네요.

영인

저기, 이곳에서 책을 읽고 싶어서 그런데, 방해하지 않을 테니 있어도 괜찮을까요?

고전

무, 물론입니다……! 아가씨께서 편한 대로 하시면 됩니다.

영인

네.

고전

아가씨께서는…… 이런 역사서를 좋아하십니까?

영인

네, 할아버지께서 사람은 역사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 속에서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을 배우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하셨죠.

영인

하지만 저에게는 독서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에요. 글로 기록된 위대한 인물들을 보면 마치 제 눈앞에 살아있는 것 같고, 모두가 제 친구처럼 느껴지거든요.

영인

나중에 태사각의 사관이 돼도 괜찮을 것 같아요.

고전

아가씨께서 그런 남다른 생각을 하실 줄 몰랐습니다……

고전

상서 대인 가문의 학문은 뿌리가 깊으니, 아가씨께서도 그 길에 뜻이 있다면 반드시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영인

당신도 할아버지가 대단한 분이라 생각하세요?

고전

……물론입니다. 상서 대인께서는 수십 년 동안 예부 상서직을 지내며 많은 일을 해내셨고, 모두에게 훌륭한 관리라며 칭송받고 있습니다.

영인

그렇군요…… 이 집안 사람들은 다 대단하네요.

영인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서는 백조에 오래 머물지 않고 각지를 떠돌아다니세요. 염국이 지금의 완벽한 기상지동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건 두 분께서 크게 기여하신 덕분이라고 들었어요.

영인

그리고 제 동생 영사추는 더 대단해요.

영인

저보다 두 살이나 어린데도 지난번에 백조학궁의 유학 이벤트에 참가했을 때, 외교 학원 선생님들께 칭찬을 받았거든요! 모두가 우스갯소리로 사추를 '작은 상서'라고 불렀죠.

영인

제 가족들은 모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사람들이에요.

영인

저는 우리 가족을 좋아하고 또 존경해요. 우리 가족의 모습과 업적을 기록하고 싶어요…… 전 그들처럼 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영인

우리 가족들과 비교하면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고전

제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고전

“자고로 이 세상은 흐르는 물과 같다. 홍수나 파도는 기록되겠지만, 시냇물은 조용히 흘러갈 뿐…… 하지만 흐르는 시냇물이 없다면 어찌 파도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인가?”

고전

그러니 파도와 시냇물 중 어느 쪽이 더 위대한지, 더 평범한지는 따질 수 없는 법입니다……

고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서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들이 역사서의 공백인 것이 아니라, 역사서의 페이지 그 자체라 할 수 있죠.

영인

……아.

고전

이런, 말이 너무 많았군요……

영인

선생님, 정말 명필이군요.

고전

부끄럽습니다…… 제가 잘하는 건 이것뿐입니다. 헌데 감사하게도 상서 대인께서 제게 속기사 자리를 맡겨 주셨죠.

영인

저는 글씨를 잘 못 써요. 그 때문에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저를 꾸짖으셨는데요.

고전

글씨 연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꾸준히만 하시면 분명 변화가 있을 겁니다.

영인

그럼, 저의 서예 스승이 되어 주시면 안 될까요?

고전

……

고전

어떻게 감히 이 정도 솜씨로 아가씨의 스승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고전

여기 있군요…… 이 두 권의 습자본은 평소에 제가 모사하던 책입니다. 서체가 곧은 편이라 초급자에게 가장 적합하지요.

고전

아가씨께서 괜찮으시다면, 이걸…… 생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영인

오늘이 제 생일이란 걸 어떻게 아셨나요?

고전

그게……

고전

매년 오늘이 되면 저택은 초롱과 오색천으로 화려하게 변합니다. 몇 년이나 됐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어요.

고전

아가씨…… 생일 축하드립니다.

영인

감…… 감사합니다.

그때 나눈 대화는 정말 인상 깊었어요. 그분의 말투, 태도 그리고 통찰력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왠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는 저택에서 그분을 마주치기 어려웠어요. 다시 대화를 나눈 건 몇 년이 지난 후였죠.


영인

할아버지의 감기가 거의 한 달째 낫지 않고 있어요. 곧 겨울인데 낫지 않고 더 심해질까 걱정이에요. 한동안 의원님께서 수고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저택 의관

상서 대인의 병은 대부분 과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가씨께서 상서 대인께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해 주시죠……

영인

네, 그럴게요……

영인

앗.

고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고전

제 부주의로 아가씨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고전

콜록…… 콜록콜록…… 정말…… 죄송합니다……

영인

괜, 괜찮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영인

잠깐 앉아서 쉬는 게 좋겠어요. 어디가 많이…… 편찮으신 것 같아요.

고전

괜찮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영인

선생님, 물건을 떨어뜨렸어요…… 선생님?

영인

이건…… 진통제?

저택 의관

흠…… 이 정도로 강력한 진통제라면…… 방금 그분은 상태가 심각한 것 같군요.

영인

……

영인

의원님, 여유가 있다면 그분을 좀 돌봐주실 수 있을까요? 치료비는 제게 청구해 주시고요.

그때는 할아버지의 병을 걱정하느라, 그 만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문병을 갈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 겨울 후로, 그분을 다시 만나지 못했어요.

영인

의원님, 할아버지께서 건강을 회복하셨어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영인

참, 제가 전에 부탁드렸던 그분은 어떻게……

저택 의관

아, 고전이라는 분 말인가요?

저택 의관

그분은 돌아가셨습니다.

영인

……?!

영인

혹시 병 때문에……

저택 의관

아니요…… 빅토리아로 가던 도중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택 의관

근데 그 상태로는 사고가 아니었어도 오래 버티진 못했을 겁니다……

저택 의관

사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분의 숨소리만으로도 병이 온몸 깊숙이 퍼졌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었을지 가늠도 안 되더군요……

저택 의관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왜 굳이 그 먼 곳까지 가려 했는지 모르겠네요……

영인

……


영인

사실…… 여기는 당시 고전 선생님께서 사용하시던 서재예요.

영인

그분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이 방의 모습도 여러 번 바뀌었고요.

영인

다만……

블레이즈

이건……

영인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이 약병을 지금까지 계속 간직해 왔어요.

영인

블레이즈 씨…… 정말 미안해요……

블레이즈

아니야…… 그렇지 않아……

블레이즈

우리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블레이즈

아빠의 강인한 모습을 본 적은 없어도, 나약한 분은 절대 아니었어. 나와 함께 있어 주던 아빠의 눈빛은 늘 반짝였다고……

블레이즈

그런데 왜……

영인

어쩌면 전 아직도 고전 선생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분은 착하고 따뜻하다는 것을요.

영인

저도 수없이 후회했어요. 더 많은 걸 하지 못했다는 것을……

블레이즈

나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가 뭐야……?

영인

저도 알아요. 당신이 제 할아버지가 당신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한다는 것을. 그래서 저도 제가 아는 모든 사실을 알려줄 수밖에 없어요……

블레이즈

내게 영술의 결백을 믿게 만들기 위해 이렇게 긴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영인

아니…… 그게 아니에요.

영인

간곡히 부탁하려고요…… 반드시 진실을 밝혔으면 해요.

영인

그게 고전 선생님을 위한 것이든…… 진실을 위한 것이든.

영인

그리고 그 진실이 무엇이든 말이에요……

블레이즈

너……

블레이즈

말하지 않아도…… 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거야.


린 칭옌

……

엄숙하고 고요한 곳. 이는 대리사에 대한 린 칭옌의 첫인상이었다.

처음으로 판결원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주변의 모든 소음이 단번에 차단되었다. 그리고 우징이 이렇게 설계를 한 의도를 말해줬던 기억이 났다.

고요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야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을 해야 얻는 것이 생긴다.

해진

대리사 전체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 않습니까? 왜 린 소경만 혼자 이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는 거죠?

린 칭옌

해진……? 여긴 왜 온 거죠?

해진

숙정원 어사대의 조사 때문입니다. 우징의 사건과 관련하여 린 소경에게 몇 가지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린 칭옌

조언인가요, 아니면 조사인가요?

해진

린 소경과는 오랫동안 많은 일을 처리해 왔으니,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당신을 신뢰하고 싶습니다.

해진

다만, 지금 숙정원이 해당 사건을 주목하고 있기에 필수적인 절차는 밟아야 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리죠, 린 소경.

린 칭옌

뭐든 물어보세요.

해진

이름.

린 칭옌

린 칭옌.

해진

성별.

린 칭옌

……!

해진

……여자.

해진

음…… 기본 정보는 우선 건너뛰겠습니다. 다음 질문부터는 린 소경이 설명할 필요 없이, '네' 혹은 '아니요'로만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린 칭옌

절 심문하는 건가요?

해진

향후 모든 발언은 기록될 것입니다. 린 소경께서 말이 길어진다면 실언을 할 수도 있겠죠.

린 칭옌

……

해진

이견 없으면 시작하겠습니다.

해진

린 소경께선 어릴 때 천사부 시험에 통과했고 우수한 성적을 받아 예외적으로 선발되었습니다. 천사부의 덕망 높은 창정백을 따라 뇌법을 수련했습니다.

해진

천사부를 졸업한 뒤 당신은 자진해서 대리사에 들어가 당시 소경이었던 우징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러 곳곳을 다녔습니다.

해진

그 후 1년 만에 대리사 주부에서 승진을 거듭해 염국 역사상 최연소 소경이 되었습니다.

해진

방금 말한 이력이 사실이 맞습니까?

린 칭옌

네.

해진

대리사에 들어간 지 3개월 후, 당신은 대리사 주부로서 숙정원에 고발 보고서를 제출했고, 호부 우시랑의 횡령 및 뇌물 수수를 고발, 수천만의 부정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해진

5개월 차에는 상직에서 현지 학궁 시험의 부정행위 사건을 거의 혼자 밝혀냈습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관리가 100명에 달했으며, 그중 최고위직은 2품이었고, 결국 모두 체포됐습니다.

해진

소경이 된 후에는 전 대리사 소경 우징의 증거 위조 사건을 맡았고, 결국 우징을 대리사 호연각에서 제명한 후 퇴임 후의 모든 특권 또한 박탈했습니다.

해진

방금 얘기한 사건 조사 이력이 모두 사실이 맞습니까?

린 칭옌

……네.

해진

이런 이력을 보면 그 누구라도 모두 '젊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타고난 천재'라며 당신을 칭송할 겁니다.

해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이런 궁금증도 생길 겁니다. 나이도 어린 대리사 관리가 이런 큰 사건들을 처리할 배짱과 능력이 어디서 났을까?

린 칭옌

하고 싶은 말이 뭐죠?

해진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의 부모님은 모두 천기각의 천사셨죠. 오랜 세월 북쪽에서 많은 공을 세우셨고, 진룡께서 친히 책봉을 내린 분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해진

린씨 가문 또한 명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가문 내에 재능이 출중한 천사를 많이 배출했다고 들었습니다. 린씨 가문이 평수후 일가와 돈독한 관계라는 소문까지 있으니까요.

해진

그리고 당신의 스승인…… 창정백은 단순히 품계로는 논할 수 없을 만큼 염국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분이시고요.

해진

……이상의 모든 관계가 전부 사실이 맞습니까?

린 칭옌

해진, 지금 뭐 하자는 거죠?

해진

린 소경은 '네' 혹은 '아니요'로만 답해 주시면 됩니다.

린 칭옌

당신의 속뜻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죠…… 그동안 제가 대리사에서 그런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던 건, 권력 있는 뒷배경 덕분이라 말하고 싶은 거잖아요?!

해진

……저는 그런 말을 한 적 없습니다.

해진

린 소경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만큼, 저는 린 소경의 인품을 절대 의심하지 않습니다. 제가 본 린 칭옌은 항상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해진

그런데 린 칭옌, 당신은 지금 왜 정의를 추구하지 않습니까?

린 칭옌

해진…… 오늘 저를 보러 온 목적이 대체 뭡니까?

린 칭옌

당신은 우징의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죠?

해진

방금 말씀드렸듯이 저는 오늘 단지 형식적인 공무 때문에 린 소경을 만나러 왔을 뿐입니다.

해진

우징의 사건에 대해 제가 아는 건, 그날 판결원에서 들은 내용이 전부입니다.

린 칭옌

해진 어사는 어째서 유독 우징 사건에만 관심을 두는 겁니까?

해진

제 기억에 의하면 린 소경이 우징을 조사하겠다고 마음먹기 전, 저희는 언쟁을 한차례 했었죠.

해진

제 발언이 조금 부적절할 수 있겠지만…… 직책과 신분을 떠나, 전 우징 같은 분을 존경합니다.

린 칭옌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를 변호하겠다는 겁니까?

린 칭옌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권력 남용입니다. 만약 삼법사 모두가 그러하다면, 어찌 법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해진

아뇨, 아닙니다…… 우징이 저지른 잘못은 대리사에서 이미 결론을 냈으니, 제가 또 언급할 이유는 없죠.

해진

근데 참 궁금합니다…… 대체 진실이 무엇이길래, 우징이 그런 수단까지 써서 알아내야 했던 걸까요?

린 칭옌

……

해진

우징에 관해선 저보다 린 소경이 더 잘 아시겠죠.

해진

린 소경은 우징을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하시나요?

린 칭옌

……물론이죠. 사람을 꿰뚫어 보는 판단력, 사건을 파헤치는 능력은 제가 한참 모자랍니다.

해진

그렇다면 린 소경은 이런 생각 안 해보셨습니까? 만약 우징이 정말로 자신의 증거 조작을 숨기고자 했다면, 린 소경이 쉽게 사건을 밝힐 수 있었을까요?

린 칭옌

설마 우징이 일부러 제가 본인을 조사하도록 했다는 겁니까? 왜요?

해진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린 소경을 지목해 문서고 화재 사건의 기록을 맡겼죠…… 제삼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우징이 린 소경에게 기대를 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진

요 며칠간 린 소경이 문서고 사건을 위해 백조에서 분주히 뛰어다녔다는 이야기를 저도 어느 정도는 들었습니다.

해진

그런데 어제부터는 외출 금지령이라도 내려진 듯 대리사에서만 머물렀더군요.

해진

도대체 무슨 이유로 린 소경이 스스로 사건 추적을 포기한 건지 굉장히 궁금해졌습니다.

해진

권력자의 미움을 사는 것이 두려워서? 아니, 제가 아는 린 칭옌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해진

아니면 심 대인의 압박? 그것도 아닌 듯했습니다. 지금 린 소경이 대리사 감옥이 아닌 이 사무실에 계신 걸 보면 말이죠.

해진

전부 아니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뿐이었습니다……

해진

린 소경은 조사를 고집하다가 다른 사람이 연루될까 봐 두려웠던 겁니다.

린 칭옌

……

해진

……역시 제 추측이 맞았군요.

해진

린 소경께서는 사건에만 몰두하느라 마음이 흐트러진 모양이군요. 가장 기본적인 이치를 잊은 모양입니다.

해진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해진

……숨기지 못할 일이라면, 차라리 바깥으로 끄집어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게 낫습니다.

린 칭옌

해진 어사께서 큰 깨달음을 주셨군요.

해진

천만에요. 이 판결원은 아늑하고 고요합니다. 아마 린 소경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달은 거겠죠.

린 칭옌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어요.

걱정하는 관리

대인, 린 소경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안 나오길래 뭘 좀 먹겠냐고 물어보려 했습니다. 그, 그런데……

심철

언제 사라졌지?

걱정하는 관리

모,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린 소경을 보지 못했습니다……


찬 바람이 얼굴에 불어왔고, 서류들은 바람 때문에 공중에 휘날렸다.

활짝 열린 창문이 연신 벽을 쳤다. 창가 책상에 관복 한 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위로 벼루로 눌러놓은 서류가 있었다.

심철

……

그것은 린 칭옌의 사직서였다.


영인은 문고리를 꼭 쥔 채 멀어져가는 블레이즈를 바라보았다.

비탈길의 끝에서 희미한 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았음에도 그녀는 그곳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영술

왜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거냐?

영인

……!

영인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