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목격, 정복, 정의
하비에르는 자신 역시 선원들을 또 다른 미래로 이끌 능력이 있음을 후아나에게 증명한다. 쏜즈는 아나스타시오와의 결투에서 궁지에 몰려, 결국 분출하는 증기 속으로 뛰어든다.
처리 완료! 녀석들은 전부 처리했어! ……위디 씨, 그쪽은 어때, 도와줄까?
아니, 나도 해결했어…… 방금 수리한 배가 바로 또 부딪혀서 망가지지만 않으면 말이지!
좋아! 후우……
쳇, 이제 평생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는 안 타고 싶어지겠는걸.
잠깐, 엘리시움…… 아까까지는 피가 이렇게 많이 안 났었는데! ……방금 뼛조각 때문이야?
피……?
괜찮아. 친구를 위한 일인데 이 정도 부상쯤이야. 쏜즈에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난 전력으로 서포트해 줘야 해.
붕대 감아 줄게…… 쏜즈는 뭘 하고 싶은 거야? 말한 적 있어?
음…… 나중에 직접 말하라고 할게!
아, 이시드로. 당신은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무고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끼친 영향을 지우고, 그들을 다시 원래의 삶으로 되돌려 놓고 싶다는 거군요.
그것은 과연 당신의 확고한 의지입니까? 아니면 양심의 소생입니까?
자신이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 연루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통곡하며 애걸하는 죄인은 흔히 존재하죠……
그렇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그 욕망을 억제하고 속죄할 능력이 있다고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욕망을 억제해야 하는 건 너다.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것 역시 너고.
……물론입니다. 욕망은 죽일 수 없다 말씀드렸죠. '식인'의 욕망은 항상 제 안에 살아있기에, 저는 그것을 억눌러야만 합니다.
저는 제 피와 살을 직접 도려낼 것이고, 그것을 버릴 것입니다.
피와 살에 대한 갈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것입니다. 단 한순간일지라도 말이죠.
이시드로는 아나스타시오의 옷 사이로 드러난 피부가, 흉한 흉터로 덮여 있는 것을 보았다. 도려낸 후 다시 자라난 피와 살은,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너는 욕망이 끝없이 자라나,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어둠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것이라 했지.
그걸 구실로 삼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심판하고 죽였지? 왜 유독 자신의 욕망만은 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거지?
죽음은 일종의 해탈이니까요.
이시드로, 욕망에 사로잡히기 전의 당신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선량한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욕망으로 타락한 후에는, 죽음으로 해탈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 삶은 시작부터 잘못이었고 죄악이었습니다.
이대로 죽는다면, 이 비참한 존재는 모독 외에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저는 반드시 속죄해야 합니다. 제 욕망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속죄할 것입니다.
아나스타시오는 왼손 손톱을 자신의 가슴에 박아 넣었다. 오직 통증만이 그를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었다.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까지도 신경 쓰는 건가.
아나스타시오, 넌 정말 죽을 자격이 없는 거냐, 아니면 너무나도 살고 싶은 거냐?
넌 늘 네 '식인의 욕망'에 대해 떠들지만, 네 가장 근본적인 욕망은 살고 싶다는 것 아닌가?
자신을 해치는 것도, 타인을 심판하는 것도, 결국 '죄악으로 물든' 자신이 안심하며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냔 말이다.
이시드로의 참회를 듣기 위해 잠시 누그러졌던 아나스타시오의 공세가 순식간에 다시 격렬해졌다.
이시드로가 검을 막을 때마다, 팔 위의 코라소닉스가 격렬한 진동으로 인해 조금씩 부상했다.
참회하지 않겠다면, 죽으십시오.
조심해!!
젠장, 망할, 린수 똥 덩어리 같은 놈들!
넌 이 이베리아에서 쫓을 사람이 우리 말고 없냐?
그냥 나침반일 뿐이잖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낡은 나침반!
하지만 난 돈을 손에 넣었고, 너희가 싫어하고 나도 좋아하지 않는 그딴 일을 다시는 안 해도 된다고!!
왜 계속 쫓아오는 건데?
너희에게 날 심판할 자격 따윈 없어…… 없다고……!
그만…… 그만해! 파스콸라, 파스콸라!
그만 멈춰, 녀석들은 이제 반격 못 할 거야!
하…… 하…… 난……
그만! …… 우리…… 우리 일단……
……일단 장소를…… 옮기자……
아…… 티치……
티치, 정신 차려! 기절하면 안 돼! 나…… 나는……
기절해 버리면, 나중에 린수 액젓 쏠 때도, 너한텐 안 줄 거야!
너 말하는 게 꼭…… 엘리시움, 그 꼬맹이 같네…… 말만 번지르르한 게……
엘리시움 같다고? 그럼 방금 웃겼단 거지? 정신이 좀 들어? 기절하면 안 돼!
좋아, 우선 숨을 곳을…… 찾아야……
티치……
티치!!
파스콸라는 당황하며 주머니를 뒤졌다.
주머니 안에 물건이 그렇게나 많았지만, 대부분은 그녀가 훔친 것이었고, 원래 자신의 것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주머니 속에서 마침내 약초를 찾아냈다. 그녀는 떨면서 약초를 씹은 후 티치에게 먹여 주었다.
티치는 정신을 잃기 전까지 파스콸라의 머리를 팔로 감싸고 있었다.
파스콸라는 자신의 얼굴을 티치의 팔에 얼굴을 갖다 댔고, 점차 따뜻해지는 체온을 느끼고자 했다.
그녀는 많은 걸 잃었다. 하지만 이 순간의 온기만큼은 자신의 것인 듯했다.
후아나, 이게 우리의 마지막 결투가 되겠군.
이번 결투가 끝나면 우리 둘 중 한 명은 이곳에서 죽게 되겠지……
난 녀석들의 캡틴이다. 녀석들의 배신을 탓할 거라면, 전부 내게 떠넘겨라!
그다음엔?
내가 죽으면, 선원들에게 더 이상 손대지 마라!
목숨을 걸고 보장하지. 녀석들에겐 더 이상 새로운 캡틴이 생기지 않을 거고, 원하는 삶을 조용히 살아갈 거다!
하비에르…… 너……
후아나는 맹렬한 공격으로 답을 대신했다. 하비에르의 등이 타륜에 긁혔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고, 기회를 틈타 칼을 내질렀다.
후아나의 팔뚝은 거의 뼈가 보일 정도로 살갗이 벗겨졌다.
널 죽이면, 네 목을 현상금과 바꾸겠다!
돈은 녀석들과 전부 나눠, 제대로 살 수 있게 할 거다……
하앗……!
격렬한 흔들림에 하비에르는 비틀거렸지만, 후아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뛰어올라 타륜으로 하비에르를 짓눌렀다. 피와 소금이 튀었다.
그의 무기는 이미 망가졌기에, 그저 주먹을 쥐고 미친 듯이 후아나를 칠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하비에르는 타륜의 무게 아래에서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 쳤으나, 후아나는 일격에 그를 다시 피웅덩이 위로 쓰러뜨렸다.
하……
그는 거친 숨을 내쉬고 피를 토하면서 또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다. 후아나는 또 한 번 주먹을 휘둘렀고, 하비에르의 시야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으……
하비에르는 더 이상 짜낼 힘이 없었다. 그는 피바다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여전히 일어서려는 헛된 시도를 반복했다.
그 시도는 타륜이 그의 두 팔과 두 다리를 완전히 탈골시킬 때까지 계속됐다.
그는 이제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하……
……내가 졌어…… 후아나…… 날 죽여.
내가…… 죽고 나면 남은 선원들은 내버려 둬…… 내가 놈들을 이끌고 당신을 배신한 거야.
……날 죽이면, 모든 게 끝난다고.
하비에르는 후아나의 두 눈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눈을 이렇게 가까이서 똑바로 쳐다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까지도 보였다.
그는 문득,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날…… 당신이 내 창문 앞을 지나갈 때…… 난 빵을 굽고 있었지…… 처음 구운 거라 까맣게 태워버렸고…… 난 실패했어.
내가 소중한 식재료를 망쳤을 때, 선원들은 짜증을 내며 아무도 먹지 않았지만…… 당신만은……
창문 밖을 지나가며 빵 하나를 집은 다음 천천히 베어 물었고…… 빵을 먹으며 만족스러워했어……
그날 오후에, 당신은 접시를 싹 비웠지……
그때 난 생각했어…… 다시 한번 당신의 만족스러운 웃음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무슨 일이든……
하비에르는 눈을 감고, 타륜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을 치는 순간을 기다렸다.
축하해, 하비.
콜록…… 콜록……
이 새 캡틴과 옛 캡틴 사이의 대결은, 네 승리야.
이제 온 힘을 다해 일어나. 그리고 돌아가서 네 선원들을 찾아.
……
하비에르는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 했다.
땅은 피로 얼룩져 끈적끈적했다. 그는 더 이상 발버둥 칠 힘도 없어, 천천히 기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명, 두 명, 그리고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원들이 하나둘씩 뛰어와 피로 얼룩진 결투장에서 끝까지 싸운 새로운 캡틴을 부축했다.
생사를 함께하며 목숨을 걸고 싸워 흘린 피가 한 곳에 모였다. 그들은 서로를 단단히 부축했다.
이시드로의 오른팔에 달린 코라소닉스가 요동쳤다. 그는 등 뒤로 검을 휘둘러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재빨리 피했다.
아나스타시오가 즉시 추격했고, 날카로운 칼끝이 이시드로의 목을 겨눴다.
이시드로가 예상한 방향대로, 뜨거운 증기가 배의 파손된 틈에서 분출되면서 아나스타시오의 추격을 막아섰다.
이시드로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아나스타시오가 증기에 손을 심하게 데였지만, 검을 잡는 손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것을 보았다.
……
아나스타시오는 증기 때문에 물러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고통을 갈구했다.
이시드로는 허리를 굽혀 증기 속으로 칼을 찔렀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아나스타시오의 장검이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나스타시오의 핸드캐논이 이시드로의 미간을 겨눴다.
……
아나스타시오 이미 침묵하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 그는 다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이시드로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몸이 배 밖으로 반쯤 밀려 나갔다.
과거의 너는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불쌍한 아이였다면.
지금의 너는 이른바 '속죄'의 길에서 두 손을 피로 물들인 죄인이다.
너야말로, 네가 가장 죽여야 하는 인간이다.
이시드로는 몸을 날렸다.
핸드캐논이 발사되는 소리가 협곡에 울려 퍼졌고, 속이 빈 뼈들 사이에서 메아리쳤다.
이시드로는 아나스타시오가 핸드캐논을 허리춤에 다시 차고,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두 눈을 감는 것을 보았다.
이시드로는 고개를 돌려 발밑의 칠흑같이 어두운 빈 공간을 바라봤다. 뼛 속의 뜨거운 기류가 그의 팔에 있는 코라소닉스와 동시에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곧 증기에 휩싸일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높이 솟은 뼈들을 넘어, 증기가 일으키는 열기를 지나, 그는 구름과 하늘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하얀 물보라가 이는 짙푸른 바다와 같았다.
그것은 그가 직접 보고 싶었던 바다였다.
이시드로는 증기가 분출되는 공간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