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나의 나침반
아나스타시오는 뒤를 바짝 추격했고, 후아나는 어쩔 수 없이 증기가 분출되는 협곡으로 배를 몬다. 사람들 간의 대결이 시작되려 한다.
이시드로!
……윽…… 크윽!
……쿨럭 쿨럭 쿨럭!!
모두 갑판 위로! 키는 내가 잡겠다. 파스콸라, 넌 위디와 함께 티치를 챙겨!
재판소의 배가 쫓아오고 있어. 이시드로, 어서 일어나. 빨리……
잠깐, 팔이 왜 그렇게 된 거야?
……난……
……쳇, 또 쫓아왔군. 엘리시움, 이시드로. 칼은 쓸 수 있겠어?
내 검은 부러졌지만, 깃발로라도 싸울 순 있지!
……하, 누가 전장에서 깃발을 무기로 쓰냐고……
이시드로는 오른팔을 붙잡았다. 극심한 고통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왼손으로도 충분해.
좋아……
또 포탄을 장전하고 있어! 조심해!
바람이 불어오는 후방의 소금배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포격하라!!”
아직 속도가 부족해.
놈들이 따라잡기 전에 해골 암초 협곡까지 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해도 절대 배를 멈추지 않을 거야.
하지만 선체가 심각하게 손상됐어…… 아침에 겨우 일부만 수리했는데. 방금 순식간에 선실의 절반이 뚫려버렸다고!
이시드로의 연금 장치도 폭발했고, 나침반도 없어. 우리가 해골 암초 협곡에 들어간다 해도 나올 때는 어떡해?
이시드로는 장갑 속에서 아직 코라소닉스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는 자신의 한쪽 팔은 망가뜨렸을지 몰라도, 모두의 생명과 희망은 무너뜨리지 않았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이시드로는 해골 암초 협곡을 바라봤고, 곳곳에 널브러진 해골이 그의 시선에서 빠르게 커져가고 있었다.
1000미터.
정복 선언호는 방향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후아나는 나무로 된 핸들에 거의 금이 갈 정도로 타륜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녀는 몸을 숙여 앞을 바라봤다. 마치 그 끔찍한 해골 암초 협곡이 그녀의 사냥감이라는 듯이.
500미터.
날카로운 소금 알갱이가 후아나의 뺨을 스치며 상처를 남겼다.
파스콸라는 강풍과 소금 먼지 속에서 힘겹게 눈을 뜨려고 애썼지만, 틈 사이로 뒤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돛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이었다.
100미터!
원래 창백해야 했던 해골들은 미생물이 번성하며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바닷물에 잠기기 전에도, 이 땅이 이렇게 선명한 색을 띤 적은 없었다.
50미터.
뼈들의 틈새로 증기가 빽빽하고 격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 끝자락에선 짙은 붉은색이, 마치 공기 중에 뿌려진 피안개처럼 번지고 있었다.
10미터.
모두 숨을 죽였다.
정복 선언호는 굉음을 내며 협곡 사이로 진입했다. 그 뒤로, 협곡 양쪽에 겹겹이 쌓인 해골 더미 사이에서 수십 개의 증기 기둥이 솟아올랐다.
돛은 얇은 종잇장처럼 여기저기 찢겨나갔다.
증기의 충격으로 인해, 그 뒤를 바짝 쫓던 크기가 수십 미터에 이르던 소금배는 마치 장난감처럼 산산조각 났다.
커다란 돛대가 너덜너덜해진 돛과 함께 협곡에 쓰러지다가, 순식간에 증기의 충격에 두 동강 나 소금 바닥에 내리 꽂혔다.
나무 조각과 뼛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며, 날카롭고 치명적인 눈보라를 일으켰다.
놈들의 배가 증기 충격으로 파괴됐어!
살았다, 살았어!
잠깐.
증기가 소금 먼지를 밀어내자, 일행은 또 다른 소금배가 잔해를 뚫고 자신들을 쫓아오는 걸 보았다.
돛대 위로 재판소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고, 아나스타시오가 깃발 아래에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은 깃발보다도 더 선명했다.
따라잡았네? 제법이야.
그럼, 여기서 전부 묻어주지.
갈고리 준비!
수십 개의 갈고리가 잇달아 던져졌다. 대부분은 맥없이 소금땅으로 떨어졌지만, 몇 개는 정복 선언호 선체의 틈새에 단단히 걸렸다.
정복 선언호는 우리 배보다 더 무거우니 괜히 힘쓰지 말고, 저쪽이 우리를 당기게 해!
가까워지면 넘어가서 배를 탈취한다!
팽팽히 당겨진 밧줄이 삐걱거리며 소리를 냈고, 두 배는 함께 진동했다. 무기를 꺼낸 선원들은 두 배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이때, 정복 선언호의 선미에서 타륜이 회전하며 날아와, 두 배 사이를 잇던 밧줄을 단숨에 끊어냈다.
눈치 빠른 선원들은 즉시 알아챘다……
후아나다!
그 당황스러운 외침을 짓밟으며, 검은색의 형체가 몸을 날려 소금배 위로 뛰어내렸다!
고작 이 정도 갈고리 솜씨로는 염린도 못 잡을 텐데!
얼마나 됐다고 내가 가르쳐준 것들을 다 잊어버린 거야!
우리의 타륜을 뺏으려고 한다! 후아나를 막아!
굶주린 염린도 너희보다는 더 잘 싸울걸!
칼 제대로 잡아!
후아나는 죽이지 마! 우린 나침반만 찾으면 돼!
하비에르,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와?!
저 여자는 우리를 죽이러 온 거야.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저 여자를 죽이면 우리는 현상금도 받을 수 있다고!
하비에르, 난 처음부터 알아봤어. 너는 그냥 후아나의 애완동물일 뿐이야!
모르겠고, 나는 살아남아서 행복하게 살 거야…… 현상금이 필요 없다면, 내가 가져가지!
후아나는 손에 든 타륜을 휘둘러 돌진하는 해적의 몸을 내리쳤고, 그는 찍소리도 못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녀 뒤의 해적은 더 미친 듯이 그녀에게 돌진했다.
하비에르는 인파의 맨 뒤에 남겨졌다. 그는 손에 든 무기를 더욱 꽉 쥐었지만, 여전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그는 크게 소리쳤다……
말했잖아! 나침반만 찾으면 된다고! 후아나를 죽이지 마!
하지만 난 널 죽일 거야, 하비에르.
명령질 하지 마, 하비에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후아나를 죽이고, 목을 현상금과 바꿀 거라고!
사람이 영원히 자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이시드로는 돌아서서 다시 한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아나스타시오를 보았다.
……
여기 있었군요.
선교사들이여, 대열을 갖추고 공격하십시오!
예!
엘리시움, 너랑 위디는 타륜을 지켜. 놈들이 배를 장악하지 못하게 해!
리프, 공격 모드 가동!
하! 내가 쏜즈에게 준 방수화를 차버리다니! 통신원이라고 해서 싸움을 못 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라고!
쳇, 그 냄새나는 대걸레 치워!
내 깃발을 모욕하다니, 매주 한 번씩 세탁하거든!
이시드로, 당신은 절 두 번이나 죽일 뻔했습니다.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이죠.
왜 그렇게 제가 죽기를 바랍니까? 제 방해로 이루지 못한 당신의 욕망…… 그 누구보다 더 강렬한 욕망…… 그게 대체 뭔가요?
내게 욕망 따윈 없다.
……그럴 리가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망에 사로잡히는 법입니다.
그러는 넌?
저는 그 선두에 서있죠.
너 역시 욕망으로 움직인다면, 네겐 욕망을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죽일 자격 따윈 더더욱 없다…… 아무리 네가 재판소 사람이라 해도 말이지.
재판소? 아니. 재판소의 선교사가 날 죽여주기를, 죄악으로 가득한 제 삶을 끝장내 주기를, 제가 얼마나 바랐는지 모를 겁니다.
하지만 그는 절 심판하고, 죽일 자격을 스스로 부인했습니다…… 제가 죽을 자격마저도요.
하지만 당신은 아직 편히 죽을 자격이 있습니다, 이시드로.
나는 전혀 죽고 싶지 않아.
당신은 죽고 싶지 않다지만, 이미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어요, 아닌가요? 당신은 사람으로서의 자유 의지를 잃어버린 겁니다.
살아있지만 악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죠.
왜 장갑으로 망가진 오른팔을 가리는 겁니까?
욕망에 조종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열성적으로 쫓는 것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어요. 욕망에 사로잡힌 자는 그 누구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전 당신을 죽여 더 많은 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당신은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고, 직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정신인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저항하며 죽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나스타시오의 검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며 이시드로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이시드로는 허리를 꺾으며 간신히 피했지만, 장갑이 그의 칼끝에 찢어졌다.
그러자 코라소닉스가 얇은 띠로 변해 이시드로의 장갑 틈새로 새어 나와, 협곡 곳곳에 흩날렸다.
……어떻게 된 거지?
아, 나침반이 여기 있었군요.
이 사악한 물건을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누군가의 욕망에 이토록 열렬히 응답하는 건 처음 봅니다.
이토록 강렬한 욕망이라니, 심지어 당신은 아직 자각하지도 못했군요.
아나스타시오, 네가 연금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이건 누군가의 욕망에 응답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거다.
코라소닉스는 연금술사의 조종을 통해 나침반에서 빠져나와 주변 환경의 물질 순환으로 합류한 후, 다시 나침반으로 돌아오지. 연금술사는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분석하고.
이건 나침반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일 뿐, 욕망과는 무관하다.
이시드로는 수많은 연금술 서적을 읽었고, 아울루스의 가르침도 질리도록 들었다. 이런 원리들은 물구나무를 선 상태에서도 막힘없이 말할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나침반의 전부이고, 코라소닉스 전부일까?
그는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았다. 팔에 있던 코라소닉스는 왜 저절로 흘러나와 퍼지기 시작한 걸까?
그것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알고 싶지 않은 걸까?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싶지 않은 걸까?
정신을 차리자, 아나스타시오의 검은 이미 그의 왼쪽 어깨에 박혀 있었다.
……윽!!
당신의 욕망은 뭔가요, 이시드로? 절 죽이고자 했던 강렬한 욕망은 어디로 갔습니까?
당신은 욕망의 꼭두각시로 죽으려는 겁니까? 그 실체가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로?!
찾았다! 누굴 업은 채 도망친다! 어서 저 여자를 잡아!
가자!
……!
윽…… 무거워…… 빨리 못 가겠어……
……파스콸라, 날 내버려 두고 먼저 가…… 어서!
……
……윽!
……파스콸라?
……
……파스콸라!
빨리 달릴 수가 없잖아. 이대로는 둘 다 잡혀! 날 내버려 두고 혼자 도망가라니까!
싫어……!
뭐……?
두고 가기 싫다고!
……넌 네 담요를 내게 덮어줬고, 물도 나눠 줬어. 게다가 잠도 재워줬잖아……
난…… 절대 두고 가지 않을 거야!!
너……
무언가에 부딪혔어. 배가 기운다! 제어가 안 돼!
비켜 봐, 내가 똑바로 세워볼게!
네가 어떻게……
액체 질소 대포를 믿어봐! 추진력을 잘 조절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너는 타륜 꼭 붙잡고 있어!
알겠어!
뼈로 만든 검이 쨍그랑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염린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 충돌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한 선원이 고함을 지르며 후아나 앞에 섰다.
그 뒤를 따르던 선원들이 모두 갑옷을 벗어던지고 둥글게 인간 벽을 형성했다. 그 가운데에는 후아나와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선원이 있었다.
후아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뭔가를 깨달은 듯 웃었다.
……호오, 이 전통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물론이다, 후아나. 당연하지! 이건 어릴 때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캡틴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법이니까!
하지만 당신에게 걸린 현상금은 어마어마해. 그 현상금이 있으면 난 편안하게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덤벼!
타륜은 바람 소리와 함께 회전하며 그의 가슴팍을 강타했고, 모두가 그 둔탁한 소리를 들었다.
가슴이 푹 꺼진 그는, 끊어질 듯한 숨소리만 몇 차례 내뱉고선 갑판 위로 쓰러졌다.
그의 피를 밟고 더 많은 사람들이 무기를 든 채 고함을 지르며 후아나에게 달려들었다.
죽여라!
……하앗!
……아아악!!
또 한 명의 선원이 돌진했다. 그러나 후아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도끼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 타륜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하반신은 갑판 위에 남았고, 그의 시선은 창백한 소금 바다에 처박혔다.
전쟁터에서 주저하다니, 배짱이 부족하군!
이럴 때 망설이는 건 죽는 거나 마찬가지야!
……다음은 누구지?
가녀린 선원 한 명이 긴 칼을 들고 앞선 이들이 흘린 피를 밟으며 다가왔다.
오호…… 로미, 너도 있었구나.
맞아, 캡틴. 내가 왔어.
현상금으로 뭘 할 생각이지?
내겐 딸이 있거든. 전부 딸에게 줄 거야!
좋아! 덤벼. 날 죽이고 그렇게 해봐!
가녀린 선원은 침을 꿀꺽 삼킨 뒤 후아나를 향해 칼을 휘둘렀지만 후아나의 반격에 당하고 말았다.
선원의 한쪽 팔이 떨어졌고, 피가 뿜어져 바닥에 튀었다.
그녀의 다른 손은 여전히 장검을 단단히 잡고 놓지 않았다.
자, 무기를 들어. 계속해!
으…… 으윽……
……으아아아!!!
그녀는 다시 용기를 내 칼을 들고 후아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무거운 타륜이 먼저 그녀의 이마에 닿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가녀린 선원을 밀쳐냈다.
잠깐.
……?
내가 하지.
……후아나를 죽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아니, 나는 너희의 캡틴이야. 이 지경까지 왔으면, 너희가 하려는 일이 곧 내가 해야 할 일이지.
나는 캡틴이야. 뒤에 숨어서 너희가 죽어 가는 걸 지켜보는 게 아니라, 너희를 보호해야 하지.
하비에르는 자신의 무기를 꺼내, 피웅덩이에 발을 들여놓았다.
덤벼, 후아나.
하아…… 하아…… 윽……!
너, 이미 힘이 다 빠졌어. 이제 그만해. 좀 괜찮아졌으니, 나도 싸울 수 있어.
하아…… 하아…… 망할 재판소 놈들, 꼭 피 냄새 맡은 염린 같아…… 떨쳐낼 수가 없잖아……
드디어 멈췄나? 네놈은 남의 물건을 수도 없이 훔쳐 놓고, 아직도 지껄이고 있는 거냐?
저 도둑, 그리고 저 강도도 잡아서 재판소로 끌고 가!
……콜록……
……도둑?
남의 물건?
배에 떨어져 있는 긴 칼을 주워 들고, 파스콸라는 눈앞의 무도 선교사에게 돌진하며 미친 듯이 그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헛소리, 다 네놈들 때문이야! 난 잘 살 수 있었는데, 네놈들이 날 찾아와 쫓아냈잖아! ……우리 가문이 망했을 뿐인데, 너희는 내가 비열하다고 생각하잖아!
뭐라는 거야? ……죽여라, 미쳤나 보군!
그날에 난 그저 집에서 내 어린 시절 물건을 가져오고 싶었을 뿐이야. 훔친 게 아니야! 그건 우리 할머니가 내게 만들어 주신 팔찌라고!
내 물건을 찾는 게 뭐가 잘못됐는데? 무슨 근거로 나를 도둑으로 모는 건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너희한테 빌기까지 했는데……
마을에서 일거리를 찾아서 잘 살고 싶다고 빌었는데, 너희는 항상 나를 도둑이라 단정 짓고! 나를 쫓아냈잖아!
좋아, 이제 진짜 도둑이 됐어. 만족해? 이제 만족하냐고?!
린수 똥 덩어리 같은 재판소! 너희에게 내 물건인지 아닌지 판단할 자격 따윈 없다고!
으아아아아……!!
배가 날고 있는 것 같아!!
객관적으로 보면, 확실히 몇 초간 날긴 했어. 액체 질소 대포의 힘이 너무 강력했나 봐…… 하지만 괜찮아. 작은 물대포가 감속을 보조하고 있으니까……
너무 빨라…… 앞쪽의 뼈는 피할 수 없겠어. 물대포 한 방 더 부탁해!
저렇게 굵은 뼈는 한 번의 포격으로 뚫리지 않을지도 몰라. 충격에 대비해!
방금 고친 배가……!
이쪽에도 사람이 있다!
또 왜 온 거야!
다시 수리 부탁해, 위디 씨. 이 녀석들은 나한테 맡겨.
하비에르의 무기가 타륜과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협곡에서 울렸다. 그의 양팔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그는 망설이면서도 공격 사이사이에 더듬거리며 한 마디씩 뱉었다.
후아나…… 당신…… 지금 뭘 하는 거지……?
반역자를 처리하고 있지.
아니잖아…… 후아나!
반역자 처단이라면 전통 같은 건 따를 필요 없겠지! 모두를 바로 죽일 수도 있었어. 안 그래?
……
용기와 결단력을 갖고 당신과 직접 맞서는 것만이,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는 방법이라고 우리 모두에게 알려 주고 싶은 건가?
그래? 그런 거냐고!!
……
후우…… 하아…… 후아나……
이런, 하비에르……
그걸 눈치챘으면서도, 왜 전력을 다하지 않는 거야?
이시드로의 왼쪽 팔이 통증으로 떨리기 시작했고, 장검은 이미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때, 아나스타시오의 끊임없는 추궁 속에서 더 극심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그는 흩어진 코라소닉스가 소금 먼지, 증기와 함께 둥둥 떠돌다 다시 자신에게 모여드는 것을 보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물었지.
나는 후아나가 몇십 년 동안 꿈꿔왔던 바다로 항해할 수 있길 바란다.
나는 파스콸라가 한밤중에 굶주림에 깨어나는 일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길 바란다.
위디가 무사히 돌아가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고, 엘리시움이 예전부터 계속 얘기하던 그 콘서트 시간에 맞출 수 있기를 바란다.
제 눈에는 당신들이 줄지어 서로를 방해하며 파멸로 향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 비극은 애초에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고요함이 가져온 고통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과거에 경험한 자극만을 좇아 파멸로 달려가는 건 후아나 씨입니다.
그녀의 욕망은 파스콸라를 다시 나락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저 배불리 먹고 싶었던 그 여자아이는 이제, 부귀영화를 위해 재판소의 금지된 물건을 훔치게 되었죠.
그리고 당신의 동료들. 그들의 삶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다 말했을 때, 그들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당신 때문입니다, 이시드로.
후아나의 욕망이 당신을 감화시켰고, 당신은 또 그 욕망으로 무고한 동료들을 감화시켰죠.
……알고 있어.
사람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감화시키는 법이다. 문제 될 건 없지.
내가 아론 마을에 머물던 며칠 동안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창문을 닫고, 그 누구와도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재판소의 가르침 때문에 그렇게 살게 된 건지, 아니면 재난의 그늘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가시지 않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다. 그 누구도,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는 걸.
아나스타시오는 이시드로의 어깨에서 검을 뽑았다.
이시드로는 흩어졌던 코라소닉스가 증기의 붉은빛에 물들어, 그의 장갑을 뚫고 다시 들어와 그의 오른팔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그는 온 해골 암초 협곡의 열기가 자신의 오른팔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계속하시죠, 이시드로. 만약 당신이 마침내 자신의 위선을 밝히기로 결심했다면, 전 당신의 고해성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난 오랫동안 스승의 가르침 때문에, 인간관계의 끝이 시본처럼 흡수하고 동화되는 것이라 생각했지.
……누군가가 그렇게 남을 집어삼키고, 나도 그렇게 남을 집어삼키게 될 거라 생각했지. 타인의 욕망에 억눌려, 타인의 판단에 휩쓸려, 자신을 잃는 자가 생기는 법이라고 말이야.
로도스 아일랜드에 합류하기 전 몇 년 동안, 나는 항상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 마치 아론의 주민들처럼.
하지만 오늘에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 시절에 내가 애써 보호했던 '자신'은, 항상 텅 비어있었다는 걸.
돈을 조금 모았어도, 나는 떠돌이 시절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곳에 지내며,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전혀 몰랐던 거다. 어쩌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을 지도.
텅 빈 채로 살 수 있단 건, 불행한 일입니까?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자유롭지 않은가요?
동료에게 해를 끼치고, 점점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암흑으로 끌어들이는 선택지뿐인, 지금의 당신과는 다르게 말이죠.
후아나는 내게 떠날 기회를 줬어. 남기로 선택한 건 나다. 우리 전부 후회하지 않아.
그러니 내가 엘리시움과 위디를 끌어들인 이상, 나도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만 한다.
만약 네가 그들을 죽이려 한다면, 내가 먼저 너를 죽이겠다.
이시드로는 코라소닉스의 혼란스러운 움직임이 점차 규칙적으로 변하는 것을 명확하게 느꼈다. 그것이 그의 팔에서 맥동할 때마다 주위의 뼈들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문득 조형대에서 살려낸 코라소닉스가, 지금 자신의 오른팔에서 본래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 목숨을 위협하는 해골 암초 협곡에서 동료들을 데리고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코라소닉스는 뼈에서 격렬하게 흘러나오는 열의 방향을 가리켜 주었다.
이시드로는 장갑을 벗었다.
흐르는 코라소닉스가 아츠 에너지로 인해 파인 피부의 모든 틈을 메웠다.
이 차가운 물질은 이제 이시드로의 뜨거운 피와 살이 되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장검을 주워 곧바로 아나스타시오의 얼굴을 겨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