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창백한 바다로부터의 탈출

EP-4재회의 우연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5-06-05

마을에서 실버와 아나스타시오는 선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편, 쏜즈가 결국 나침반을 수리하는 것에고 동의했고, 엘리시움도 성공적으로 거점에 들어와 쏜즈를 찾아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엘리시움, 위디, 쏜즈, 로즈솔트


굶주린 마을 주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심스러운 마을 주민

버든비스트를 우리에 넣을 때, 실수로 녀석을 자극하는 바람에 선교사 한 분이 다치셨어요. 속죄의 의미로 조금만 주시길……

실버

많이 먹어 두게. 다음엔 그럴 일 없을 테니.

실버

이 염린으로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다들 많이 먹도록.

조심스러운 마을 주민

하지만, 실버 님, 배불리 먹으면……

실버

버리는 것보단 낫지. 지금 같은 날씨에는 염린 고기를 오래 보관할 수도 없으니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해.

실버

셰프, 다친 선교사들에게도 몇 그릇 가져다주게나.

실버

최근 다친 곳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새로운 상처가 났으니, 몸보신을 잘해야지.


실버

집행관, 계획서를 확인했나?

아나스타시오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실버

그 강도들이 나침반과 소금배 설계도를 넘기기만 하면, 대부분을 사면하고 내가 정한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할 걸세.

실버

강도 중에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많지. 마을이 이동하게 되면, 그들은 가장 귀중한 노동력이 될 것이야.

실버

게다가,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검을 쥐고 있으니, 앞으로 누군가와 협상할 때 훨씬 수월해질 테고.

아나스타시오

그자들은 당신의 마을을 망칠 겁니다.

실버

에기르인 캡틴만 제거하면 나머지 강도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지. 지금 지하실에 잡아둔 세 사람도 각자 나름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네.

실버

그들을 분열시키고 서로의 이익이 상충하도록 상황을 조성하면…… 딴마음을 먹고 있더라도 결국은 자신의 동료였던 자들에게 칼을 겨눌 걸세.

아나스타시오

당신은 한때 마을 주민들 모두를 구했고, 그들에게 욕망을 억제하고 순수함을 지키는 법을 가르쳤죠…… 그런데 지금은 이익을 위해 주민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죽인 강도들을 사면하려는 건가요?

아나스타시오

당신이 받아들인다 해도, 마을 주민들이 수용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나스타시오

이건 배신이 아닙니까?

실버

……

실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나스타시오

저라면 빨리 사람들을 데리고 소금 사막으로 들어가 남아 있는 강도들을 완전히 소탕하고, 그들이 악행에 사용하는 모든 수단을 파괴할 것입니다.

실버

다친 선교사들을 보았잖나. 그들에겐 휴식이 필요하다네.

실버

우리가 가진 인력과 자원으로는, 또 한 번의 대규모 토벌 작전을 감당하기 어렵네.

아나스타시오

모두가 전투에 나서게 만들겠습니다.

실버

아니. 미안하지만 그건 자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네, 집행관.

실버

날이 어두워지면 지하실에 갇힌 강도 세 명이 마을을 '몰래' 빠져나갈 걸세.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금방 소식을 전해 오겠지.

실버

자네는 강도들이 협상을 위해 찾아왔을 때 질서를 유지해 주기만 하면 된다네.


이시드로

……

후아나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지?

이시드로

나침반을 수리하는 것뿐이야. 과하게 의미 부여할 필요 없어.

이시드로

……

후아나

흠……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으면 손이 그렇게 불안할 리가 없지. 꼬마야, 네가 내 배에 구멍을 내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할까?

이시드로

그 정도로 힘을 주진 않았다.

후아나

그러지 마, 너무 진지한 사람이 되려 웃기게 보이는 법이야.

후아나

옷 좀 갈아입지 그래? 온몸이 피투성이야.

이시드로

……고맙군.

후아나

따라와.


이시드로

콜록콜록……

후아나

아, 숨을 참으라고 말하는 걸 깜빡했네. 이 선실은 몇십 년 동안 비워둔 까닭에 먼지가 많거든.

이시드로

미안, 네 선실에서 아무거나 함부로 만지면 안 됐는데.

후아나

내가 속 좁고 뒤끝 있는 여자인 것처럼 말하네.

후아나

궁금한 게 있으면 만져봐도 돼. 전부 최고급 연금 장비들이라 그렇게 연약하진 않거든. 설마 네 그 작은 손이 폭풍이나 포화보다 더 파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후아나

어때? 이제 여기가 네 작업실이야.

이시드로

여긴 정식 함상 연금 공방인가?

후아나

맞아.

이시드로

……

후아나

아, 참……

후아나

이건 예전에 배에서 일했던 연금술사의 옷인데, 한번 입어봐. 너랑 체격이 비슷하니 아마 맞을 거야.

이시드로

아, 그……

후아나

왼쪽으로 가면 저장실이 있으니 거기서 갈아입어.


후아나

……

이시드로

이상한가?

후아나

아니, 잘 어울려.

후아나

어때, 마음에 들어? 옛날 스타일이긴 하지만 특별 주문으로 제작된 거라 좋은 원단을 썼어.

이시드로

완전 새것 같은데.

후아나

원래 그 아이가 성인이 된 기념으로 주려고 했어. 참, 복도 없지, 성인이 되기 하루 전 국방군의 포탄과 함께 바다에 빠져버렸어.

후아나

내가 직접 뛰어들었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지. 다행히 시본이 많지 않을 때라, 평범한 린수에게 희생됐길 바랄 뿐이야.

이시드로

국방군의 함대를 상대한 적이 있나?

후아나

고요함 이전, 모두가 바다로 나갈 수 있었던 시절의 일이야. 이 정복 선언호 역시 그때 빼앗았지.

후아나

왜, 역사에 관심이 있니, 꼬마야?

이시드로

아니, 그냥 바다의 전설에 관한 걸 들어본 적 있을 뿐이야.

후아나

그렇다면 나침반을 고쳐서 직접 바다로 나가 봐야겠네.

이시드로

전에는 나침반만 고쳐 달라고 하더니, 이번엔 바다로 같이 나가자고 하는 건가.

후아나

바다에서는 나침반도 연금술사가 조작해야 하거든.

이시드로

……

후아나

이리 와봐. 어디 보자, 깃을 좀 더 세우고 망토를 제대로 걸쳐주면…… 음, 멋지네.

이시드로

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지……

이시드로

당분간 격렬한 활동은 최대한 하지 마. 상처가 치명적이진 않지만, 배의 위생 상태가 안 좋아서 덧나면 큰일 날 수 있으니까.

후아나

그래, 알겠어…… 왜 뭔가 빠진 것 같지?

후아나

생각났다……

후아나

나침반 하나가 부족하네.

후아나에게 나침반을 건네받은 이시드로는 엄지손가락으로 나침반의 표면을 살살 문질렀다.

가볍고 차가웠다.

이시드로

후아나, 내가 성공할 거란 보장은 없어.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후아나

최선을 다한다고?

이시드로

약속한 이상 반드시 해낼 거야.

후아나

그렇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 지원할게.

이시드로

좋아, 일단 조수가 필요해. 조건은 간단해. 부지런하고, 눈치가 빠르고……

후아나

응, 알겠어.

후아나

아, 그래. 선물이 하나 더 있어.


하비에르

……

루스

……

하비에르

정말 캡틴이 말한 대로라면, 다른 방법이 없어.

하비에르

우린 대대로 마을 사람들과 원수로 지냈어. 녀석들은 소금 사막에서 내륙으로 향하는 길을 지키고 있지.

하비에르

이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어. 바다로 향할 수밖에.

루스

난……

루스

정말 다른 길은 없어?

초조한 선원

루스! 하비에르!

루스

숨 좀 고르고 제대로 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

초조한 선원

돌, 돌아왔어!

하비에르

누가?

초조한 선원

잡혔던 놈들이…… 도, 도망쳐 왔어!

초조한 선원

그리고…… 신입을 데리고 왔다나 봐!


경매 중인 선원

여기, 외지에서 데려온 건장한 청년을 보세요!

경매 중인 선원

잘 버티고 견디며, 많이 먹지도 않죠. 두 달 치 린수 액젓만 주시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습니다!

기뻐하는 선원

꽤 잘생겼네……

냉담한 선원

쳇, 너무 하얗고 말랐어. 염린 꼬리짓 한 방에 튕겨 나갈 것 같은데……

???

이봐, 그런 말은 상처받아……

엘리시움

내가 얼마나 근육질인데, 옷 때문에 말라 보이는 거야!

경매 중인 선원

어떻습니까! 딱 한 달 반 치의 린수 액젓을 주면, 이 젊은이는 당신 겁니다!

파스콸라

……

엘리시움

뭐? 나 정도 미남이면 린수 액젓 1년 치는 받아야지!

경매 중인 선원

시끄러워. 아무도 널 원하지 않는 거 안 보여? 그런데도 몸값을 올린다고?

엘리시움

1년 치 린수 액젓!

경매 중인 선원

한 달!

경매 중인 선원

2주!

경매 중인 선원

퉤! 3일!

파스콸라

내가 살게!

엘리시움 & 경매 중인 선원

응?

파스콸라

사흘 치 린수 액젓을 내 이름으로 달아놔. 낙찰이지?

엘리시움

……응?

파스콸라

마침 경호원이 필요했어. 앞으로 날 잘 따라다녀.

파스콸라

어디 보자…… 빨간 털이라고 부를게.


이시드로

소금 사막 아래에 이런 걸 숨겨 놓았다니……

후아나

쉿, 목소리 낮춰. 누군가 들을 수도 있어.

이시드로

재미없는 농담이군.

후아나

속을 줄 알았는데.

이시드로

그러니까…… 이 시본을 죽여달라고 날 데려 온 건가?

후아나

물론 아니지.

이시드로

그럼, 왜 날 데리고 이곳으로 왔지?

후아나

분명 넌, 어떤 해적이 만든 검술을 배우려고 소금 사막에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시드로

맞아……

후아나

그럼 네가 찾고 있는 건 바로 이 시본이야.

후아나

나침반 수리하다 지치면, 시본한테 검술을 배우면 돼.

이시드로

시본?

후아나

수많은 검사를 삼킨 시본이야. 지금 시본은 촉수를 움직일 때마다 잡아먹은 검사들의 검술을 선보이지.

후아나

어쩌면 그냥 무의미한 모방일 수도 있고, 혹은 이렇게 하면 탈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걸 수도 있어……

이시드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후아나

설명하긴 어려워. 온갖 방법으로 시본을 이곳에 가뒀고, 현상금을 내걸고 이놈을 죽일 수 있는 검사를 찾으려 했어.

후아나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결국 모두들 자신의 검과 함께 이 시본의 일부가 되어버렸지.

이시드로

이해가 안 돼. 왜 시본을 여기에 가둬둔 거야? 왜 죽게 만들려는 거지?

이시드로

그리고 또 왜 시본에게 검술을 배우라는 거야?

후아나

사실은…… 우리 선단의 선장은 내가 아니라 이거…… 아니, 이 사람이었어.

이시드로

이 사람?

후아나

이 사람의 이름은 '크루즈'야.

후아나

당시, 이 땅을 삼켜버린 바닷물이 물러가고, 살아남은 시본들이 광분하며 마을을 공격했어.

후아나

죽을힘을 다해서 싸워 대부분의 시본을 처치했지만…… 이놈은 유독 까다로웠지. 크루즈가 직접 동굴로 유인했고 함께 이곳에 갇혀버렸어.

후아나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내게 선장 자리를 넘겨주며 반드시 모두를 데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라고 당부했지.

이시드로

왜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지? 선단에서 계속 시본에 대한 공포스러운 소문이 떠돌고 있잖아.

후아나

무서운 소문 따위는 그냥 떠돌게 둬…… 선단을 이끌려면 선원들이 날 존경하기도, 두려워하기도 해야 하거든.

이시드로

그때부터 이런 걸 이미 다 생각해 둔 건가?

후아나

아니, 크루즈가 알려줬어. 늘 나보다 자신이 먼저 죽을 것 같다며 모든 걸 나한테 얘기했거든. 자기가 죽으면 내가 자신의 유지를 이어받길 바랐지.

이시드로

진작에 해방시켜줬어야 하는데……

후아나

정말 그렇게 하고 싶지만, 너무 어려웠지.

후아나

직접 죽일 수가 없었어…… 시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난 그를 사랑해. 과거의 항해했던 시절을 사랑하는 것처럼.

후아나

약속해 줘. 죽을 각오로 검술을 익히겠다고. 네 그 작은 머리에 최대한 많이 채워 넣겠다고.

후아나

그럼 적어도…… 그가 만든 검술을 볼 수 있게 되겠지.


위디

리프? 엘리시움한테 온 메시지……

위디

재생해 줘.

녹음

위디 씨…… 도망친 강도들을 따라 그 소굴로 들어왔어.

녹음

걱정하지 마, 내 정체는 아무도 몰라. 이곳에서 내 정체를 숨겨 줄 사람도 찾았어.

녹음

이 사람은 여기서 꽤 발이 넓어. 따라다니다 보면 금방 쏜즈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녹음

걱정하지 마, 좋은 소식 기다려.

위디

하아……


파스콸라

야, 빨간 털, 상자 좀 옮겨줘!

'빨간 털'

알겠어, 보스!

파스콸라

좋아, 힘이 꽤 좋네. 오늘 열심히 소리쳐야 할 거야.

'빨간 털'

알겠어, 보스! 봐봐, 물품 목록도 완벽하게 외웠어!

'빨간 털'

(여기에 적응해서 쏜즈를 찾고 나면, 너 같은 어린애 말을 들을 것 같아?)

파스콸라

사람이 온다, 소리쳐!

'빨간 털'

고급 의안입니다! 염린 뼈로 만들었어요. 착용감이 아주 편안합니다. 색상이 다양하니, 골라보세요!

'빨간 털'

그리고 사장님의 애장품 숙성 린수 액젓! 맛이 깊고 풍부합니다, 감탄을 자아낸답니다!

'빨간 털'

신사 숙녀 여러분, 절대 놓치지 마세요!

파스콸라

(흐음…… 이 녀석 꽤 하네. 목소리도 크고 전혀 노예 같지 않아……)

'빨간 털'

신사 숙녀 여러분, 한번! 보세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 아닙니다……!

'빨간 털'

켁켁…… 보스, 목이 다 쉬겠어……

'빨간 털'

다들 이쪽을 보기는 하는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걸까?

파스콸라

그러게…… 장사가 영 신통치 않네. 게다가 오늘은 따지러 오는 사람도 없고.

파스콸라

하나 살래?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이상한 표정의 선원

안 사, 파스콸라……

파스콸라

이봐, 안 사면 안 사는 거지, 그 눈빛은 뭐야. 소름 돋잖아.

이상한 표정의 선원

얌전히 장사나 해. 설치지 말고.

파스콸라

뭐……?

'빨간 털'

보스, 여길 꽉 잡고 있다며?

파스콸라

당연하지…… 내가 네 보스가 아니라면 너 같은 외지인은 진작 의심받고도 남았어.

파스콸라

(저 둘은 여태까지 내게 관심도 안 줬는데? 왜 오늘은 멈춰서 날 여러 번 쳐다보는 거지?)

파스콸라

빨간 털, 먼저 정리하고 돌아가. 난 좀 알아볼 게 있어.


루스

그 녀석들이 하는 말 진짜야?

하비에르

벌써 사람을 보내서 확인하고 있어.

루스

정말 믿는 거야? 나침반과 나침반을 훔친 도둑만 넘기면 모두가 사면받고 마을에 정착할 수 있다는 말을?

하비에르

믿기 어렵지.

루스

그런데도 그 도시에서 온 빨간 털을 선단에 끼워준 거야?

하비에르

난 이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루스.

하비에르

변덕스러운 바다 아니면 알 수 없는 선의? 뭐가 됐든 그 아이를 붙잡아 두면, 어쨌든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긴 하지.

루스

정말 그런 상황으로 가게 된다면 그 계집애는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지, 같이 묶어서 넘기면 되니까. 하지만 나침반은 캡틴한테 있는데 그건 어떻게 넘기려고?

하비에르

내…… 내가 캡틴이랑 얘기해 볼 게, 선단에 관련된 일이니 들어줄 거야.

루스

얘기해 본다고?

루스

처음엔 네가 설득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이제는 네가 또 캡틴에게 휘둘릴 것 같아.

하비에르

그럼 어쩌라는 건데?

루스

글쎄, 선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책임감을 좀 보여야 하지 않겠어?

하비에르

……

파스콸라

……

파스콸라

(린수 똥 덩어리 같은 재판소 놈들, 이런 생각을 하다니 참 악랄하네……)


파스콸라

하아……

'빨간 털'

보스…… 왜 돌아오자마자 한숨이야?

파스콸라

그게…… 으으…… 그러니까……

'빨간 털'

보스, 울지 말고 말해 봐. 내가 같이 방법을 찾아 줄게.

파스콸라

빨간 털, 넌 정말 착하구나. 흑흑흑.

'빨간 털'

(당연한 소리를, 여기 있으려면 네가 필요하다고.)

파스콸라

빨간 털, 난 네가 걱정돼.

'빨간 털'

켁켁. 보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파스콸라

나야 뭐, 혼자 밖을 떠돌면서 조금 힘들어도 그런대로 버틸 수 있지만, 이제는 네가 있잖아……

'빨간 털'

보스, 난 불평 한마디 없이 몇 날 며칠을 열심히 일했는데, 설마 나를 버리려는 건 아니지?

파스콸라

아니…… 그냥 걱정돼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너 혼자 이 해적 소굴에 남게 되면 어떡하지?

'빨간 털'

난……

'빨간 털'

(이 계집애가, 또 이걸로 날 협박하네.)

'빨간 털'

……이렇게 날 생각해 주다니. 걱정하지 마, 이 빨간 털은 보스에게 절대 어떤 일도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맹세할게!

파스콸라

빨간 털!

'빨간 털'

보스!

파스콸라

아까 선원들이 하는 얘기 들었는데…… 날 재판소에 넘길 거래!

파스콸라

내가 나침반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대. 그건 예전부터 우리 집 물건이었다고. 재판소 놈들 아주 끈질겨, 소금 사막에 숨었지만 날 놓아주지 않아.

'빨간 털'

보스 집?

파스콸라

지금은 이렇게 궁상맞아도, 예전 우리 집은 유명한 거상 집안이었다고!

파스콸라

하지만 집에 있는 재산이 전부 매각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된 건지 나침반이 재판소로 넘어갔어.

'빨간 털'

정말 대단해, 보스.

'빨간 털'

(흥, 하나도 안 믿어.)

'빨간 털'

그, 그럼 내게 시킬 일이 있어?

파스콸라

크흠, 선단에 상주하는 연금술사가 조수를 구한대. 캡틴이 가장 신임하고 있는 사람이지. 너를 조수로 보낼까 해.

파스콸라

넌 영리하고 부지런하니, 분명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땐 내 이야기 좋게 해주는 거 잊지 말고.

'빨간 털'

그렇게 좋은 자리라면서, 왜 직접 안 가?

파스콸라

나는…… 그 녀석이랑 조금…… 아주 약간의…… 사정이 있거든.


파스콸라

이따가 만나면 말 잘해야 해! 눈치껏, 알겠지?

'빨간 털'

응, 보스. 연금술사가 부르면 무조건 달려갈게.

파스콸라

야야, 너무 과하게는 말고. 타이밍…… 타이밍도 중요하니까.

파스콸라

너무 편하게 해주지는 마. 상황을 좀 보다가 조금 급해 보이면 도와줘. 그렇게 하면, 널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빨간 털'

듣고 있으니, 뭔가 좀 이상한데……

파스콸라

우리 둘의 운명은 전부 네게 달렸어, 빨간 털.

'빨간 털'

(연금술사랑 친해지고 나면, 너 같이 말만 번지르르한 계집애는 신경 쓸 일 없어.)

울고 있는 선원

으엉……!

울고 있는 선원

너무 하잖아!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파스콸라

저건, '강철의 펠레' 아니야?

'빨간 털'

강철의 펠레?

파스콸라

맞아. 저 녀석, 작년에 돛대에서 떨어졌을 때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안 했다던데?

파스콸라

근데 왜 저 방에서 나와서 엉엉 울고 있는 거지?

공포에 질린 선원

너희들도 연금술사 조수에 지원하러 왔나?

'빨간 털'

응…… 맞아……

공포에 질린 선원

내 말 잘 들어. 어서 돌아가, 형씨.

'빨간 털'

그 연금술사는…… 화를 자주 내?

공포에 질린 선원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무서워.

파스콸라

걱정하지 마, 빨간 털, 쟤네 험담은 듣지 마. 연금술사는 좋은 사람이야. 예전에 내 목숨도 구해줬다고.

공포에 질린 선원

사람들은 일할 때 추악한 이면의 모습을 드러내지.

파스콸라

하하, 그건 그렇지……

공포에 질린 선원

난 들어간 지 3초도 안 돼서 쫓겨났어. 숨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일에 방해된다면서!

'빨간 털'

(작은 목소리로) 보스, 보스랑 연금술사랑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

파스콸라

(작은 목소리로) 왜?

'빨간 털'

(작은 목소리로) 안 갈래. 이건 나를 불구덩이로 떠미는 거잖아?

파스콸라

(작은 목소리로) 흥, 문 앞까지 와놓고 이제 와서 도망치려고?

'빨간 털'

안 가! 너 분명 나쁜 의도가 있어!

파스콸라

들어가!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어!

'빨간 털'

내 어깨에서 내려와!

파스콸라

싫어!

'빨간 털'

으아악! 내 눈썹, 잡아당기지 마! 앞이 안 보여!

파스콸라

어디로 가게? 문에 부딪히겠어!


'빨간 털'

윽…… 아파라.

이시드로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공방 밖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내 작업에 방해된다.

이시드로

창문 밖으로 던져줄까, 아니면 제 발로 나갈 건가?

파스콸라

미안해, 조수를 소개해 주려고 그랬을 뿐이야.

이시드로

비커와 플라스크도 구분 못하는 그놈을 말하는 건가? 그냥 데려가.

'빨간 털'

이 녀석, 말투가 되게 공격적이네.

파스콸라

이시드로, 이 녀석은 새로 와서 규칙을 잘 몰라, 그러니……

이시드로

너……

'빨간 털'

그래, 바로 나야.

파스콸라

어, 너희들……

아무도 파스콸라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시드로는 '빨간 털'을 끌어안았다.

'빨간 털' 역시 팔을 들어 이시드로의 어깨를 감쌌다. 서로를 얼싸안은 그들의 팔은 마치 다리를 잇는 견고한 밧줄 같았다.

둘은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고, 어찌나 세게 토닥였던지 마치 때리는 것 같았다.

'빨간 털'의 얼굴은 자신의 그 한 가닥 머리색처럼 붉어졌고, 표정 또한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졌다.

이시드로는……

이시드로

며칠 굶었어? 왜 이렇게 힘이 약해?

엘리시움

당연하지, 널 찾느라 살이 많이 빠졌거든. 밥을 제대로 사야 할 거야.

파스콸라

너희 둘……

이시드로

어떻게 찾아왔어?

엘리시움

내 얘기는 나중에 하고, 너부터 말해봐? 팔다리가 멀쩡하네? 운도 좋은 녀석이라니까.

이시드로

……아쉽다는 듯한 그 말투는 뭐지?

파스콸라

저기…… 그……

파스콸라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눈앞의 두 사람은 끝도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파스콸라

……

파스콸라

관두자.

떠나기로 결심한 파스콸라는 나가면서 문을 조용히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