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재회의 우연
거점의 물자 부족으로 인해 선원들은 불안에 빠지고, 하비에르는 선원들을 데리고 마을에 항복하려고 한다. 한편, 아나스타시오는 아론 마을에 대해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을 품기 시작한다.
팔다리도 멀쩡하고 얼굴도 괜찮네, 약간 까매진 것 같지만……
너무 다행이다! 강도들이 무자비하고 살인을 밥 먹듯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엄청 걱정했다고!
……대체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은 거야……
내가 널 구하려고 얼마나 큰 용기를 내서 달려온 줄 알아?! 위디 씨는 아직 마을에 있어. 빨리 위디 씨에게……
……
(작은 목소리로) 준비되면 위디 씨에게 통신을 보낼 거야. 그리고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 보자!
시도해 봤지만 탈출할 수 없었어. 게다가, 당분간 여길 떠날 생각도 없고.
왜? 설마 너 정말 소문대로 해적들과 함께하려는 거야?
(작은 목소리로) 솔직히 말해서, 이런 황무지에서 해적으로 사는 데 정말 밝은 미래가 있을 거라 생각해?
……난 해적질에는 관심 없어, 엘리시움.
이곳에 남으려는 이유는…… 예전에 내가 외면했던 연금술 연구를 다시 하고 싶어서야. 이건 코라소닉스를 탑재한 나침반이야…… 세상에 단 하나뿐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난 나침반을 고치겠다고 약속했어. 이게 없으면 해적들은 살 수 없을 거야.
그럼……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생각이야?
아니, 나침반을 고치고 나면 이 해적들은 소금 사막을 떠나 바다로 갈 거야.
난 이베리아에 남아 내 검술과 연금술을 연마할 생각이고.
엘리시움이 이시드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는 친구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느낀 게 많았나 보네…… 뭐, 됐어.
그나저나 밖에 있는 저 여자애는 날 왜 여기로 데려온 거야?
나침반을 수리할 때 보조를 해줄 사람이 필요해.
그거야 쉽지.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을 때처럼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해.
그래.
그렇게 할게.
이시드로가 조형대 앞에 섰다. 그가 손에 든 주술용 탐침이 공중을 가르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탐침의 궤적을 따라 정교한 아츠 에너지장이 서서히 형성되었다.
그는 신중하게 나침반의 외부 케이스를 분리해 조형대 위에 올려놓았다. 나침반 내부에 응고되어 있던 유체 물질이 아츠 에너지의 흐름에 맞추어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츠 에너지와 코라소닉스가 뒤섞이며 빛났다. 공방의 틈새로 옅은 황금빛이 흘러나와 배 밖의 소금 사막을 환히 밝혔다.
이러한 광경을 처음 본 선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쟤들 지금 뭐 하는 거지?
저 외지에서 온 애송이가 연금술인가 뭔가를 하나 봐…… 황금빛이 나는 게 꽤 신기한걸.
뭐야, 나도 볼래……
……
진짜, 꽤 대단한걸. 손에 든 건 뭐야?
봐 봐, 저 꼬마가 손에 뭘 들고 있는 거지?
뭐긴 뭐야, 먹을 걸 좀 얻어먹으려고 쇼하는 거겠지.
그럼 그냥 가자. 어차피 우리는 나눠 줄 음식도 없잖아.
성가신 놈이군……
마술 공연입니다! 빵 한 조각만 주시면 볼 수 있어요! 놓치지 마시고……
윽……
길 막지 말고 저리 비켜.
(작은 목소리로) 퉤, 개자식……
……
으앗, 밖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어. 방해가 되진 않겠어?
사람들을 쫓아낼까?
괜찮아. 네가 옆에서 조잘거리고 있으니 꼭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일하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야. 저 녀석들 정도로는 방해되지 않아.
이시드로는 계속 손을 움직였다. 그가 들고 있는 탐침이 에너지장에서 찰랑이는 코라소닉스와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에서 빛이 피어올랐고 창밖의 선원들 눈에는 그 빛이 갈증과 굶주림 속에서 나타난 환상 같았다.
이런 거 본 적 있어? 대단한 놈이었네.
예전에 캡틴이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어. 큰 마을에는 마술을 부리는 자들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건가 봐.
예쁘다……
보고 싶어 하면 그냥 보게 둬. 갑자기 나를 잡아다가 먹을 것과 바꾸려고 하지만 않으면 되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야. 하,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 굶다 보면 다 그렇게 되지.
오빠……
먹을 거 있어?
없…… 없어, 내 리본은 어때?
아니. 먹을 게 아니면 안 돼.
먹을 건 나도 없어…… 난……
내게 비스킷 몇 조각이 있는데. 이 꼬마 아가씨한테 공연을 보여주지 않겠니?
비스킷? 알았어. 그렇다면 기꺼이 보여주지.
어린 이시드로의 손바닥에 금속이 흐르기 시작했고 어둠 속에서 색깔을 변화시켰다.
길거리의 행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싫은 듯 욕을 하면서도 소년의 손에 흐르는 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황폐한 거리에 이렇게 반짝이는 뭔가가 나타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무 예쁘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봐도 될까?
마음대로.
소년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손바닥에서 흐르던 금속이 파울비스트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더니 순식간에 린수 한 마리로 변해 다시 손바닥 위로 돌아왔다. 그 뒤로 무스비스트로, 또 버든비스트로 변했다……
빛을 내뿜는 금속 버든비스트가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별빛 같은 파편을 남기며 공중에서 흩어졌다.
우와!
이건 그냥……
입 다물고 잘 보기나 해.
마지막으로 불꽃놀이를 본 게 언제였더라……
아마 아주…… 오래전이었지……
불꽃? 불꽃이 뭐예요?
구경 중이던 아이가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었고, 흩어지는 별빛 하나를 잡았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에 아이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정말 대단하구나. 네 덕에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처럼 웃었어.
먹을 걸 얻으려 했을 뿐이야.
흐음…… 그러니?
꼬마야, 그러면 왜 웃고 있는 거니?
탐침의 인도로 코라소닉스는 마치 은하수처럼 공중에 퍼졌다.
선원들이 점점 더 모여들었고 창문 밖으로 모두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들은 굶주림과 피로로 지쳐 있었으나, 이시드로의 손에서 나오는 빛으로 활기를 띠었다.
브라더, 지금 좀 오버하는 거 아냐?
내가 모를 줄 아냐!
……
방금은 연금 설비와 나침반 상태를 점검한 거야. 이제 본격적으로 코라소닉스 속에서 녹슬고 변질된 성분들을 분리해야 해.
이건 모두와의 약속이야…… 난 할 수 있어.
뭐야, 얘기를 얼마나 오래 한 거야?
오랜만에 만났으니 당연히 할 말이 많지. 보스, 여기서 계속 기다린 건 아니겠지?
보스는 무슨. 차라리 '꼬맹이'라고 불러. 내 친구들은 다 날 그렇게 부르거든.
이제는 또 나랑 친구 먹기로 한 거야?
그래, 내가 친구로서 진심으로 돕지 않았다면, 네가 옛 친구를 찾을 수나 있었겠어?
(이 꼬맹이, 또 과장하기 시작하네.)
네가 내 친구라면…… 너는 날 뭐라 부르면 좋을까?
어떻게 부르든 그저 호칭일 뿐이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불러줄게! 그보다도, 우리 이시드로 님은 뭐래?
내 뒤를 봐줄 생각은 있대?
이런, 늦게까지 얘기하느라 깜빡했네. 네가 좀 더 공손하게 부탁하면 내일에는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나의 빨간 털 님! 킹왕짱 리베리! 우주 최강 미남!
나쁘지 않네. 듣기 좋네, 좀 더 해봐!
(쳇, 이 망할 자식이!)
(감히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하다니, 언젠가 저 빨간 털을 확 뽑아버리겠어!)
……
뭐, 됐다. 내 친구를 같이 찾아줬으니 봐줄게……
엘리시움은 앞에 있는 꼬마 소녀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말과 행동이 노련하고 때로는 영악했다.
어린 나이에 해적 소굴에서 아등바등 고생이네. 힘든 일이 생기면 날 찾아와.
나는 마음이 아주 넓거든!
……응?
……뭐??
흥, 널 뭘 믿고! 허세부리기는!
무슨 일이든 내가 직접 해결할 거야!
한 조각 더 주면 고맙겠군.
……
그 빵…… 으음…… 한, 한 접시 더!
(작은 목소리로) 평생을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어본 사람 같군.
(작은 목소리로) 낯익지 않습니까? 막무가내로 구는 저 모습.
(작은 목소리로) 저들이 당신의 식량 창고를 약탈했을 때와 뭐가 다르다는 거죠?
(작은 목소리로) 나는 저들이 바뀌길 바라는 게 아닐세.
크흠…… 자네들이 아론 마을에 여러 차례 왔었던 걸로 알고 있네. 물론 정중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난 자네들을 환영하며, 앞으로 논의할 일에 대해 기대하고 있네.
꺼억……
(팔을 든다)
손수건이 필요한가?
필요 없어, 소매에 닦으면 돼.
아…… 그래.
(작은 목소리로) 으…… 마늘빵 같은 건 대체 누가 만든 건지……
(작은 목소리로) 정말 당신이 이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작은 목소리로) 마을에 도움이 된다면.
다들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슬슬 이야기를 좀……
갈 때 싸가려는데, 빵 좀 더 줘.
식사 시간은 끝났으니 이제……
거 뒤에 있는 양반, 숨지 말고 이리 와서 얘기 좀 합시다.
……?
난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보아하니 당신이 이곳의 두목 같은데, 다 알고 있어.
……협상은 심사관의 소관입니다. 실버 님과 이야기 나누시지요.
……
하비,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지?
아침부터 기다렸어요.
티치가 말 안 했어?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까지 당신 옆에 있으면서 개인적인 일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에요. 선단의 일이…… 당신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요.
누가 아니래?
왜 찾아온 거야?
만약…… 우리가 바다로 나가지 않고 살아갈 방법이 있다면, 나침반을 포기할 생각이 있나요?
계획이 뭐지? 우선 들어볼게.
아론 마을에서 도망친 녀석들이 그러더군요. 나침반과 도둑을 넘기면 사면을 받고 마을에 정착할 수 있다고요. 다른 곳으로 간다 해도 막지 않을 거라더군요.
그걸 믿어?
확인해 봤죠.
언제? 왜 나는 몰랐지?
그땐 아직 회복 중이니,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까지 배려할 필요는 없어.
절 거둬줬잖아요. 당연히 그래야죠.
그새 나보다 키가 훨씬 더 커졌네.
어릴 때, 전 매일 기도했어요. 빨리 커서 강해지게 해 달라고요. 그래야 당신이 짊어진 부담을 나눠질 수 있으니까요.
이제 보니, 기도가 정말 이루어졌군요.
네가 아무리 컸다 한들, 내 마음속에서 넌 여전히 어린애야.
그럼 제 생각은요? 당신 눈에는 제 생각도 여전히 미성숙한가요?
……
아니, 하비. 그건 미성숙하다기보단, 어른의 나약한 타협에 가까워.
놈들에게 항복하느니 차라리 죽는 걸 택하겠어……
하비, 놈들 손에 너와 함께 자란 동료들이 얼마나 많이 죽은 줄 알아?
그건 잊지 않고 있어요, 후아나 씨……
가장 힘든 시절에 나와 내 선원들이 놈들을 어떻게 도왔는지, 나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크루즈와 내가 우리 선원들을 이끌고 놈들을 위해 시본들을 쫓아냈어!
얼마 남지 않은 식량까지 내어주며, 시체를 먹어야 할 지경에 이른 녀석들을 구해줬다고!
하지만 놈들은 어땠지? 재판소 녀석들이 오자마자, 우리를 소금 사막 구석으로 무자비하게 내쫓았지!
놈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면, 크루즈도 그 지경이 되진 않았어!
그 배은망덕한 놈들에게는 절대 굴복하지 않아……
나는 너희 모두를 아껴, 하비. 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바다에서 나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동료들만큼, 너희는 내게 소중해.
다들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너희를 보면 어렴풋이 그 모습이 보여. 혈통의 대물림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놀라울 따름이야.
그러니 나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부디 이해해 줘, 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