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ST-4《관리법 수정안》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를 지키기 위해 베네치아는 막대한 대가를 치른다. 류드밀라는 에이레네에게 작별을 고하게 되며, 에이레네가 더 깊이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아챈다. 늑대 군주의 게임은 끝났지만, 인간들의 권력 게임은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늑대 군주들은 라플란드가 우두머리 늑대가 되는 걸 인정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라플란드, 레드, 텍사스, 텍사스 디 오메르토사, 라플란드 더 데카덴차, 크라운슬레이어, 불피스폴리아, 페넌스
할머니……
레드, 이해할 수 없어……
빌어먹을 늑대 새끼,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어.
어젯밤 광장에서 일어난 일은 일단락되었고, 카르네발레의 막바지에 류드밀라는 낯익은 붉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류드밀라는 레드의 뒤를 밟았고, 레드가 이 골목 저 골목을 지나가는 것, 막다른 길에서 되돌아오는 것, 한참을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것을 지켜봤다…… 마치 목적지도 없이 방황하는 것 같았다.
류드밀라는 최적의 매복 위치를 찾아 기회를 기다렸고, 단번에 성공했다.
류드밀라는 레드를 제압하고 칼을 심장에 갖다 댔다. 살짝만 밀어 넣으면 스승님의 원수를 갚고,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이 유령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빨간 루포는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무릎을 꿇은 채 뭔가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류드밀라는 마침내 레드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레드의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생기가 없었다.
……진랑.
뭔데?
할머니가 진랑이었어……
레드, 그들과 같아, 진랑에게 선택받은 인간일 뿐이야……
우리는 진랑을 대신해 사냥하고, 진랑을 대신해 죽고, 진랑을 대신해 승리를 쟁취해……
이야기는 거짓말, 할머니도 거짓말이야……
모두 거짓말……
……
그 게임을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스승님이 한쪽 다리를 절고 평생을 도망 다닌 건, 이런 터무니없는 게임에 참가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너는 '승리'를 위해 스승님을 죽인 거라고?!
……레드, 이해할 수 없어……
류드밀라는 갑자기 상대방으로부터 힘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칼날이 옷을 찌르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류드밀라는 한 발짝 물러섰다.
켈시가 이렇게 가르친 거야?
폭력, 증오, 이상, 운명…… 켈시는 뭐든지 이유가 있었잖아?
켈시…… 켈시……
빗속에서 무릎을 꿇은 빨간 옷의 루포는 몸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한참 뒤, 루포는 류드밀라의 칼이 꽂혔던 자리에서 이빨 하나를 꺼냈다.
뾰족하고 짧은 이빨, 칼이 스친 자국이 선명했다.
유치?
할머니, 레드한테 말했어. 이런 이빨은 사냥감을 물어뜯을 수 없어서 빠진다고.
하지만 레드, 계속 갖고 있었어…… 레드, 왜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어.
켈시, 레드가 답을 알게 될 때까지 레드한테 이걸 직접 보관하라고 했어……
레드, 켈시의 말을 듣지 않았어……
……
활을 든 소녀를 찾았어……
상처를 보니까 넌 마지막에 급소를 피해서 찔렀더라고, 그래서 죽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살려냈지.
이 쓰레기 자식, 너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의문이 생기긴 했던 건가?
……
켈시를 보고 싶어?
(아무 말 않고 귀를 흔든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직접 물어보고 싶네!
그전까지는 죽을 생각 마.
내 칼을 더럽히지 마.
……
이게 뉴 볼시니 집행관이 보일 태도인가?
알베르토 씨, 몇 번을 말해야 믿겠습니까?
변호사 면회 신청은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었고, 살루초 와이너리에도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저희가 방해한 게 아닙니다.
책임자를 데려오게. 아니, 라비니아 대법관이나 레온투초 시장과 만나야겠어.
어……
어?
……
안녕,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아 보이네.
라플란드?
배신자, 넌 영구적으로 살루초 패밀리에서 추방됐어. 날 구할 자격은 없다.
쳇,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노인네.
내가 너를 구하러 왔다고 했던가?
받아.
감옥의 쇠창살 너머로 라플란드가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던졌다.
알베르토는 상자를 받지 않았고, 선물 상자는 바닥에 떨어지며 열렸다. 그 안에는 새 정장이 들어 있었다. 깔끔한 재단에 화려한 자수, 라플란드가 입은 것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어때? 원래는 카르네발레 의상으로 주려던 거였어. 시라쿠사 명장의 작품이야.
……
우린 작년에 이미 작별 인사를 했지. 사랑하는 아빠, 아빠와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어. 난 더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거든.
하지만 난 은혜를 아는 사람이거든. 오랫동안 네 가르침을 받았고, 최소한 작별 선물은 해야 하니까……
그런데 심부름꾼인 꼬마 재단사가 우연히 문제에 휘말렸더라고. 그래서 결국 내가 직접 와야 했어.
아쉽지만, 카르네발레는 성황리에 끝났어……
아, 아쉽지는 않아. 지금 모습을 보니, 죄수복이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하하하핫.
이런 식으로 날 자극하려는 건가?
소용없어, 라플란드.
넌 분명 똑똑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유치해진 거지? 살루초 패밀리의 모든 멤버가 알아, 알베르토 살루초는 절대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쯧쯧.
됐고, 이왕 왔으니 다른 얘기도 해줄게.
너는 아마 이곳에서…… 아주 오래 있어야 할 거야.
……뭐라고?
표결이 끝났습니다, 라플란드 씨.
잘못을 많이 저지르긴 했지만, 어쨌든 당신은 보스의 유일한 딸이자 살루초 패밀리의 유일한 상속인입니다.
패밀리의 일을 잠시 맡아주시죠. 가장 급한 사안은 카르네발레가 끝난 후 시청이 살루초 와이너리에 대해 실시할 정밀 조사에 대응하는 것, 그리고 보스를 꺼내는 것입니다.
내가? 난 그냥 술 한잔하러 왔을 뿐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뉴 볼시니에는 패밀리란 게 존재하지 않을 텐데. 너희는 아직도 패밀리를 계승시키려는 건가?
……
게다가 노인네가 들어가기 전에 이미 후임자를 정한 거 아니었어?
지금 말하는 건……
……
너희를 이 위기에서 구할 사람이 바로 살루초 와이너리의 첫 번째 협력 파트너인가?
이건 제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라플란드…… 그리고 살루초 패밀리 여러분.
어떻게 하려고?
《신도시 관리법》에 따라 즉시 저희는 회사의 모든 사업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습니다.
만약 알베르토 씨가 불법 등록 외에도 살루초 와이너리가 관여해서는 안 될 일에 관여하셨다면, 자료를 정리해서 시청에 자진 신고하겠습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살루초 와이너리의 경영진에 대한 인사 개편도 진행하겠습니다.
……이건 살루초 와이너리를 살리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조치입니다.
수고가 아주 많을 것 같네. 건배하자고.
당신들……
……
벨로네 패밀리가 어떻게 이런 순간에 감히…… 아니, 처음부터 이런 속셈이었나……
라플란드, 살루초의 뉴 볼시니 사업이 벨로네에 넘어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셈이냐……
하아, 난 네 의지를 따르고 있을 뿐이야. '살루초 패밀리에서 영원히 추방됐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면, 언제든지 옮겨 다니는 파울비스트처럼 날아와서 둥지를 지킬 거라고 확신했어?
……
사실 궁금했던 게 하나 있긴 해, 아빠.
예전에 브루넬로에서 내가 보카 알 루포 멤버를 죽이려 했을 때, 그리고 컬럼비아에서 텍사스를 놓아주었을 때, 아빠는 불같이 화를 냈지……
그건 패밀리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야? 아니면 시라쿠사의 규칙을 어겼다는 것 때문이야? 아니면 단지……
내가 모든 사람에게 알베르토 살루초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야?
……
됐어, 그만하자. 앞으로 있을 재판이나 잘 대비해. 살루초 와이너리의 새 사장은 자신의 변호인단을 아빠를 위해 쓰지 않을 테니까.
넌 정말 시시한 바보야, 친애하는 아빠.
이번엔 정말 안녕이야. 참, 기뻐해야 하는 점 잊지 말라고.
어쨌든, 누구보다 화려한 죄수복을 갖고 있으니까.하하하하……
어이, 아직도 안 끝났어?
시청 공무원 놈들이 어떻게 평가한 건지 모르겠네. 점수도 똑같고 사회봉사도 똑같은데, 왜 나는 너보다 거리를 두 개나 더 청소해야 하는 거야?
말조심해, 감비노. 그날 밤 네가 골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을 때 널 구한 게 나라는 걸 잊지 마.
그만두자.
그거 들었어?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 고위 간부 절반이 경찰서로 끌려갔대.
……
그날 밤, 베네치아의 방으로 들어간 건 시가와 음반뿐만이 아니었어.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의 1년 치 사업 거래 내역과 인사 자료도 있었지.
베네치아 주니어와 관련이 깊은 모든 멤버들이 색출되었어. 다음 날 아침, 두꺼운 자체 조사 자료가 시청 책상 위에 놓여 있었지.
베네치아가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잘라냈기 때문에, 시청도 트집 잡을 게 없었어.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는 완전히 개편되었지만, 폐쇄되진 않을 거야. 베네치아 주니어의 영향력은 최소화됐고.
뉴 볼시니에서는 패밀리가 배신자를 처리하는 방식도 엄청…… 독특하네.
나이가 그렇게 들었는데도 아직도 저렇게 독하다니, 처음엔 정말 단순히 카르네발레를 즐기러 온 줄 알았는데.
네 말대로 거기 계속 있었으면 우린 지금쯤 감방 신세였을 거야.
지금이랑 다를 게 있나?
시민 점수가 전부 초기화됐어. 다시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고…… 우린 다시 아무것도 없는 신세가 됐어, 카포네.
그 정도까진 아니지……
카포네가 길모퉁이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낯익은 노란 택시가 서 있었다.
라플란드가 우리한테 이 차를 주겠다고 했어…… 사례인 셈이지.
……
카포네, 이 도시에서 택시 회사를 차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이름은 '시칠리아', 어떻게 생각해?
……일단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아. 저기 판사가 오고 있어.
아, 우리한테 오는 건 아닌 것 같네……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떠날 생각인가요?
라비니아.
난 더 이상 도시에 머물 생각 없어. 당신이 밤잠 설칠 일은 만들지 말아야지.
……
앞으로 어디로 가실 건가요?
로도스 아일랜드려나? 리사를 보러 간 지도 꽤 됐거든.
묵혀뒀던 일을 마무리 지으니까, 시간도 생겼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어.
전 옛날얘기를 나누러 온 게 아니에요. 잉그리드 씨, 저희는 친하지 않았잖아요.
오늘 오전에 베네치아가 저와 레온투초를 찾아왔어요……
베네치아 패밀리의 일은 이제 나랑 상관없어……
베네치아 자동차 회사의 공장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대가도 치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부탁이 하나 더 있었죠…… 당신이 뉴 볼시니를 안전하게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
……
베네치아 주니어가 카르네발레에서 벌인 일을 감안했을 때, 당신이 했던 행동은 시청이 사태를 진압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 점은 정상 참작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의 고의적 상해죄는 여전히 성립해요. 게다가 이건 패밀리 내부의 복수였죠.
그래서 우리는 동시에 당신의 수배령도 내릴 겁니다, 잉그리드 씨.
수배령?
난 이미 여러 패밀리에 현상금이 걸려있고, 심지어 시칠리아 부인의 금지령도 있는데…… 이젠 수배령까지 더해지는 건가. 이번 방문이 헛된 건 아니었네.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기지 말아 주세요, 잉그리드 씨.
이 수배령은 《신도시 관리법》에 근거한 거예요. 시칠리아 부인의 금지령과는 달리 어떤 패밀리가 득세하거나 힘을 잃는다고 해서 유연하게 적용되지 않아요.
법은 법입니다. 잉그리드 씨, 전에 이런 주제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죠.
뉴 볼시니…… 그리고 앞으로 시라쿠사 전체가 당신의 동향을 주시할 겁니다. 당신이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받을 때까지요. 그때가 돼야 이 수배령은 효력을 잃게 될 겁니다.
……
충고 고마워, 라비니아.
사실 난 당신의 태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건 아냐. 그날 와이너리에서부터 알아차렸어, 당신은 정말 올곧은 사람이네.
내 기억 속의 시라쿠사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데 이유가 필요 없었어. 근데 그렇게 하면 안 됐던 거야. 사람이 하는 일에는 이유가 필요한 법이거든, 그것도 올바른 이유가.
판사도, 어머니도 똑같아…… 설령 킬러라고 해도 똑같지.
난 당신의 이유를 인정해. 그래서 당신이 하는 일도 인정해. 게다가 말했잖아, 난 당신의 직업에 대해 특별한 선입견이 있는 게 아니라고.
다만, 내 수배령을 내렸다는 건……
당신과의 재회를 기대해도 된다는 걸까? 훗.
……
됐어, 이제 가볼게.
……왔군, 에이레네.
레온투초 씨, 몸은 좀 괜찮나요?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이것을 봐주세요.
……사직서?
그게, 저는 트럭 조합 위원장을 사임하려고 합니다.
1년 전, 제가 당신과 라비니아 판사님께 약속했었죠. 어떤 패밀리도 트럭 조합에 개입할 수 없게 하겠다고…… 하지만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패밀리가 자기 사람을 조합에 심으려는 걸 막긴 했지만, 패밀리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막진 못했어요.
소머, 그리고 이용당한 다른 멤버들……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사건이 드러난 후에는 라비니아 판사님을 협박하려고 했죠……
잘못은 네가 한 게 아니야. 적어도 전부 네 잘못은 아니지.
친구가 죽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패밀리 때문에 궁지로 몰린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냉정함을 잃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보면 넌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어.
하지만 저는, 저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요……
네가 오기 전에 공동 서명서를 한 통 받았어.
편지에는 카르네발레에서 있었던 네 실수를 문제 삼지 말아 달라는 청원이 담겨 있었지. 트럭 조합의 정규 운전기사 200여 명과 수백 명의 임시직, 계약직 직원들의 서명이 있었어.
그 사람들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사직서는 넣어둬, 에이레네.
다음 주에 시청은 내부 청문회를 열어 트럭 조합을 시 행정 시스템으로 편입시켜 도시건설국, 경찰국과 자매 부서가 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야.
에이레네, 우리는 함께 뉴 볼시니의 물류 시스템을 만들고, 함께 이 신도시를 건설해 나가게 될 거야…… 어쩌면 우린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나와 라비니아의 판단은 여전히 확고해. 네가 트럭 조합 위원장 자리의 적임자가 아닐진 몰라도, 넌 착한 사람이야.
……
깨어나 있는 동안 내가 놓쳤던 모든 일을 알게 됐고, 생각도 많이 했어.
올바른 방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 어려운 건 그 길을 끝까지 가는 것이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아주, 아주 멀어. 에이레네
……
나왔네, 어떻게 됐어?
상조회는 앞으로 조사에 협조해야 하고, 기본적인 처벌도 피할 순 없어…… 하지만 카르네발레 때 발생한 일이나 패밀리의 밀수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청이 더 조사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
잘됐네.
근데, 류드밀라, 내가 캠프에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 캠프에 가서 말하면 그 녀석들이 또 한바탕 난리를 피울 테니까 조금 번거롭거든.
뭐, 뭐야? 너 떠나는 거야?
그 빨간 녀석을 찾았어. 근데 상태가 좋지 않아……
그 녀석은 당신의 원수 아니었어?
맞아. 근데 그 녀석은 어떤 사람의 곁으로 돌아가야 해. 그리고 그 어떤 사람은 나의 또 다른 원수야. 아마 조만간 맞붙게 되지 않을까……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 어쨌든 트럭 상조회는 당분간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까, 난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에 가보려고 해.
……
떠나기 전에 물어볼 게 있어.
카르네발레가 있던 밤,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무기를 겨누라고 명령했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혹시 반대편에 있던 놈들만 죽이면 트럭 상조회가 휘말린 모든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밀수에 가담했든, 무엇을 밀수했든 영원한 비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어쨌든 내 뒤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많은 무기가 있으니까 자신 있다고 생각했어?
설령 그렇게 돼도 내 책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순간, 넌 정말 네 뒤에 있던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마치 반대편에 있던 녀석들처럼…… 많은 사람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거야?
그리고 너를 멈추게 한 건, 그 갑작스러운 총소리였어? 아니면 조금 더 깊게 생각한 후의 판단이었어?
……
서둘러 부정할 필요는 없어, 에이레네. 모든 답은 너만 알고 있겠지.
너희에게 탈룰라의 이야기를 한 적 있지. 난 존경스러웠던 리더가 사악하게 변하는 걸 봤어. 하지만 난 알아채지도 못했고, 탈룰라를 죽이지도 못했어.
너를 지켜볼 거야, 에이레네. 난 네 머리를 노리는 칼이야.
네가 그렇게 변해버린다면, 내가 어디에 있든 반드시 나타나…… 너를 죽이겠어.
그런 날이 영원히 오지 않기를, 우리가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 수 있기를 기도할게…… 친구.
……
에이레네의 옆자리는 비어 버렸다. 늘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리프로바도 어느새 떠났다.
깊어가는 가을밤, 바람은 차가웠지만 에이레네는 멍하니 서 있었다.
산드로, 나야.
공동 서명서…… 고마워.
……
라플란드, 텍사스한테 우리를 데리고 시라쿠사를 떠날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나?
하하하, 거짓말이었어.
……
그리고 그 내기, 정말로 텍사스가 이긴 걸까?
말해봐, 자로. 카르네발레는 끝난 걸까, 아니면 이미 다시 시작된 걸까?
베네치아 패밀리의 늙은 늑대는 발톱을 간 뒤 늑대 무리로 돌아갔고, 에이레네라는 어린 늑대는 스승도 없이 사냥 기술을 많이 터득한 것 같군……
그래서 난 너희가 어리석다고 하는 거야.
이상한 규칙들을 만들어놓고는 결국 본인들도 지키지도 못하잖아.
게임은 반복될수록 점점 더 지루해지고, 전지전능한 늑대 군주는 오히려 인간처럼 얻고 잃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되지.
자로, 네 동포에게 알려줘. 우리 발밑의 이 카르네발레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권력. 뻔하잖아.
맞아. 항구, 집단, 도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존재하는 거야.
그걸 쫓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미워하는 사람이든, 균형을 유지하려는 사람이든, 물에 빠진 사람이 나뭇가지를 잡듯 진흙탕 속에서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다가 우연히 잡은 사람이든 간에……
결국엔 모두 그것을 움켜쥐고 휘두르게 돼 있어.
권력이야말로 진정한 늑대 무리야. 이건 시라쿠사인이…… 아니,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사냥 게임이야.
누가 주도하지 않아도 되고, 규칙을 정하지 않아도 돼…… 온갖 수단이 나오고, 끝나지도 않지.
황야의 바람처럼 방향도 없고 어디서 시작된 건지도 모르지만…… 결코 멈추지 않지……
재밌군, 재밌네.
자로, 네가 우리보다 빠르게 이곳에서 재미를 발견했다는 걸 인정해. 그래서 '송곳니'를 없애고, 라플란드더러 우리를 데리고 새로운 게임에 참여하자는 건가?
바르고, 아녜제, 그리고 저쪽에서 아무 말도 안 하는 녀석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지.
인간을 우두머리 늑대로 인정한다고? 늑대 군주가 존재한 이래, 아니, 비스트 아리스토크랫이 존재한 이래 없었던 일이야.
너희들도 신분을 따져?
바보 같은 늑대들, 인간은 늘 그런 개념으로 동족을 옭아매려 하지만, 너희는 늑대 군주잖아.
만약 라플란드가 정말로 우리에게 재미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
……너희들이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어.
이 녀석 다리의 결정을 봐. 이미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만큼 악화됐어…… 인간에게 광석병은 불치병이야. 불멸의 늑대 군주들이 곧 죽을 인간을 우두머리 늑대로 삼는다고?
음…… 맞아, 난 확실히 얼마 살지 못할 거야.
하지만 이게 새로운 게임의 가장 재미있는 변수 아닐까? 하하하하……
……
……
예감이 들어.
앞으로 내 생애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엠퍼러가 날 찾았어.
아무래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 건 늑대 무리만이 아닌 것 같군…… 그건 모든 비스트 아리스토크랫이 경계하게 하는 위기야.
엠퍼러와 다른 종족의 동포들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
이제 라플란드가 우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니……
……
하아, 정말 한시도 쉴 틈이 없네.
전해……
황야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기다리라고.
텍사스 씨, 확인해 보세요. 자료에 문제가 없다면 제가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냥 외부 고문인데도, 이렇게 많은 절차가 필요해?
죄송해요.
카르네발레로 많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홍보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뉴 볼시니 항구는 이미 수많은 무역 주문을 받았고……
앞으로 저희의 물류 시스템은 뉴 볼시니뿐 아니라 시라쿠사의 다른 도시들, 심지어 다른 나라의 이동도시들과도 무역 연결망을 구축할 예정이라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펭귄 로지스틱스의 자격 요건은 매우 좋지만, 어쨌든 용문에 있는 물류 회사다 보니 특별 고문으로서의 절차가 조금 복잡합니다.
여기에 서명해 주시면 돼요!
뉴 볼시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텍사스 씨, 앞으로 매우 바빠질 거예요.
……
수고스럽겠지만, 내 신청 자료도 첼리니아의 것과 함께 제출해 줘.
또 만났네, 첼리니아.
조반나?
컬럼비아에 간 뒤로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 답사 여행은 끝난 거야?
소라가 2달 전부터 이미 2회차 시라쿠사 전역 순회공연을 시작했잖아?
이번 후원사에 '카테리나 컬처 주식회사'가 추가된 걸 못 봤어?
언제부터 소라랑 네가 그렇게 친했던 거야……
걔도 내 친구야, 네가 소개해 준 새 친구.
……상처도 다 나았고, 새로운 영감도 많이 얻었으니 당연히 돌아와야지.
과거의 아름다운 시간은 이제 없지만, 새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거든…… 준비할 시간이 조금 필요했을 뿐이야.
이제 준비가 됐어.
게다가 이 타이밍이 딱 좋지 않아? 너도 새로운 결정을 한 것 같은데.
응. 우리는 앞으로 다른 방식으로 지내게 될 거야.
기대돼, 첼리니아.
쿠울~
신부? 아제니르 신부?
아, 자네군.
시민들의 카르네발레 사진을 뒤져 보다가 우연히 당신의 사진을 발견했어. 그전까진 당신이 뉴 볼시니에 온 줄도 모르고 있었네.
허허, 난 원래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네.
이대로 떠날 생각인가?
몬텔루페로 데려다주지. 몇 가지 사안은 직접 시칠리아 부인에게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
왜지?
음?
이 도시는 이제 막 2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시장으로서 할 일이 아직 많을 텐데.
긴장을 풀게, 젊은이.
우리가 마치 자식의 첫 여행이 걱정돼 몰래 쫓아온 그런 노인네처럼 보인다는 걸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이 도시에 온 이유가 시칠리아의 지시 때문인 것은 맞다네. 둘러보고, 살펴본 뒤…… 필요하다면 몇몇을 처리하거나 시칠리아의 명령을 선포했겠지.
하지만 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네. 카르네발레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긴 했지만, 잘 마무리됐지 않았던가?
……
어떻게 보면 자네는 시칠리아에게 했던 약속을 완벽하게 이행하지는 못했지. 뉴 볼시니를 완전히 신도시로 만든다는 약속 말일세……
부정하진 않겠어.
시칠리아가 시라쿠사로 돌아왔을 때 겪은 어려움은 지금 자네가 겪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네. 총과 질서를 이 나라에 가져오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
물론, 자네가 받을 저항이 당시의 시칠리아보다 훨씬 크겠지. 그렇기에 시칠리아도 젊은이의 열정을 꺾지는 않을 걸세…… 아직 그런 노인네로 변하진 않았으니까.
……
당신과 함께 몬텔루페로 가려고 하는 건, 사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새로운 계획이 있어. 뉴 볼시니의 미래에 관해서, 그리고 《신도시 관리법》의 범위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
하하하, 잘됐군.
이해되지 않는 게 하나 있어. 당신은 분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했지…… 근데 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거야?
……
옛 친구를 만났기 때문일세.
오랜만이군, 움베르토.
……신부님, 여긴 어떻게?
문득 자네가 뉴 볼시니로 이사 왔다는 게 생각나서 들렀다네.
보아하니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겐가?
……패밀리의 킬러인가, 아니면 송곳니?
모르겠습니다. 죽음은 언제나 저절로 찾아오는 법이지요. 하하.
저도 이제 나이를 먹었습니다, 신부님.
나도 성당에 가지 않은 지 오래됐고, 죽어가는 이를 위해 기도한 지도 오래됐다네. 미안하구먼.
당신은 자격 미달의 신부님이시죠, 하하…… 처음 만난 날이 아직 기억나는군요.
제가 암살하려던 대상이 산크타일 줄은 몰랐고, 게다가 신부님일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순간 망설였던 찰나에 당신은 이미 로브에서 총을 꺼내고 계셨죠……
신부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재단사로 돌아올 수도 없었을 겁니다.
다 지난 일일세.
신부님, 오늘 밤 뉴 볼시니에 계시다는 건 혹시 카르네발레……
움베르토, 소원이 있나? 어쩌면 내가 자네를 도와줄지도 모르니까.
……
없습니다. 신부님.
없다고?
손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루치노라고 했던가?
그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해줄 순 없습니다, 신부님.
그 아이는 제게 남은 유일한 혈육이지만, 그 아이에게 저는 유일한 혈육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에겐 젊은이들만의 미래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