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2고질병의 굴레
런디니움이 새로 조직한 도시 방위군은 도시의 안정을 유지하는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한편, '밀스카'는 떠나기를 원하는 살카즈를 몰래 도시 밖으로 이송한다. 그리고 비나는 무고한 자들을 위해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 이대로 가도 돼?
그래. 가서 가격 물어보면 돼.
아, 알았어.
어린아이는 이동식 매대 앞으로 가서는,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숙인 채 나열된 상품을 보고 있었다.
폭죽을 사고 싶니?
으, 응……
생일 축하? 아니면 선물? 그러면 이건 어때? 축하 선물로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하, 하지만……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데……
최근에 창고에서 막 꺼낸 거라 그래. 먼지 좀 쌓여 있어도 멀쩡하다고. 자 그러면 이렇게 하자. 하나 사면 하나 더……
무슨 냄새지……
상품! 내 상품에 불을 붙였어?!
훗!
……
도망쳐! 멍하게 있지 말고!
상인은 매대에 붙은 불을 필사적으로 끄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고, 매대는 결국 통째로 불꽃에 삼켜졌다.
폭죽이 터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장난'을 친 장본인은 이미 멍하니 있던 아이를 데리고 현장을 떠났다.
“장난만 하려던 거 아니었어? 어, 어째서……”
“마족과 결혼한 놈은 이렇게 돼도 싸지. 꼴좋다!”
불길이 거세지고 있아. 서둘러 사람들 피난시키라니! 나는 구출하러 갈 거니!
알겠습니다, 대장!
캐슬브레이커가 연속으로 발사되며 불꽃을 갈랐다. 파열음과 폭죽 소리가 교차하며 악장을 연주했다.
와이번은 한 손에 창, 한 손에 상인을 들고 불꽃에서 튀어나왔다. 그녀는 상인을 안전한 곳에 두고는 옆에 대충 앉아 검게 되어버린 얼굴을 닦았다.
으윽, 미안하다니. 내가 가게까지 마카……
아니, 별거 아니니까.
이게…… 별 거 아니라는 거나?
백파이프는 아직도 폭죽과 함께 붉게 타오르는 현장을 가리켰다.
구경꾼은 점점 늘어만 갔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변 사람을 억지로 끌어내서 춤을 추는 주정뱅이까지 나타났다.
주정뱅이를 꾸짖는 소리, 소란스럽게 춤추는 소리, 그리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까지 노을 아래 모든 소리가 얽혔다.
살카즈가 도시를 점령한 뒤로, 이 거리가 이렇게까지 시끌벅적해지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현장은 혼란스러웠지만, 상인은 침착함을 되찾고는 웃었다.
……?
다들 이렇게 태평한 모습은 오랜만이군. 정말이지 그리워……
……하지만 당신네 가게 다 탔는데?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다들 폭죽으로 축하한 걸로 치자고!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말하는 건데, 우리 아내는 오늘 밤 드디어 도시에서 나갈 수 있게 됐어.
……?
대장님, 부상자는 없습니다. 소동 피운 놈을 붙잡아 올까요?
……어차피 부상자도 없는데.
죄를 저질렀다믄 우리가 처벌해야만 한다니. 그게 우리의 일이라니.
뭐, 아무튼 고마워. 아 맞다, 너 혹시 춤이나 연주 가능해?
응?
뭐, 이미 이렇게 됐으니까. 폭죽을 낭비할 수는 없잖아?
그래! 이렇게 큰 소동이라면 우리 아내에게 들릴지도 몰라. 전별로 치자고.
도시 치안 관리는 전쟁이나 농사보다 더 어렵다니.
뭐 다들 기뻐하는 거 보믄, 괜찮것지.
더는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백파이프는 그대로 길가에 놓인 짐 더미 위에 누워 몸을 뻗고 햇볕을 쬐었다.
으~음, 역시 짚더미보다는 못 하다니. 전혀 편하지가 않다니.
첸 햇아, 지금 어디 있나……?
어, 어째서 저 사람 가게를 태운 거야! 물건을 갖고 오기만 할 거라고 했잖아!
보고 있자니까 짜증 나잖아. 마족 아내가 있으면서 부끄러운 줄을 몰라.
뭐, 저놈 아내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커헉!
너 이 자식,*빅토리아 비속어* 누구냐?!
……!
도망 안 가?
어, 어어!
……왜, 왜 그러십니까?
우리 고객에게 은혜를 베푸는 거지. 앞으로 또 협력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물건, 도시 밖으로 보낼 준비는 어떻게 됐어?
바깥쪽 준비는 다 됐습니다. 사람 수도 다 세 놨고 문제없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의회가 당신을 지명수…… 찾고 있습니다.
의회가 날 어떻게 하지는 못해. 지금까지처럼 쓸데없는 문제는 일으키지 말도록.
어, 그게…… 이번에는 확실히 문제가 좀 있어서요.
물건 중에 꼬맹이가 있었는데, 이게 진짜 두 손 다 들었단 말입니다.
나는 그냥 출발 전에 아빠와 만나고 싶은 것뿐인데 왜 안 돼?
밖에서 폭죽이 터졌다고 이 아저씨가 말했다고. 그건 아빠 폭죽이야!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엄마, 엄마도 안 가고 싶지?
살카즈는 아이의 입을 막고 끌어안은 뒤, 눈앞에서 입을 닫고 있는 사람을 조금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얘가 아직 적응을 못 해서요. 전쟁 중에도 아버지의 곁을 떠난 적이 없어서.
당신 남편과의 거래 내용은 너희를 도시에서 내보내는 것뿐. 그 외의 일은 아무래도 좋아.
남고 싶으면 좋을 대로 해. 나는 신경 안 쓰니까.
……
잠깐 괜찮을까? 이 사람들은 이런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패닉 상태가 된 것뿐이야.
우리 모두 경험이 없어…… 안심해, 이 아이는 내가 볼 테니까. 당신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 게야.
근데 우리 어디 가? 아빠는? 아빠는 어떻게 해?
아빠는 집에 볼일이 끝나면 만나러 올 거야.
하아…… 카즈델 사람들이 도시에 들어올 때부터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당신은 군사위원회가 싫어? 테레시스는 당신들 이야기 속의 영웅 아니야?
나는 눈을 뜬 날부터 런디니움에 있었지. 테레시스란 녀석은 몰라. 나는 너와 같은 런디니움인이야.
그런데 말투를 보아하니 당신도 옛날에는 높은 신분이었겠구먼. 자네도 그 카즈델 놈들 때문에 이런 꼴이 된 거 아닌가?
나는……
훗.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얽히려는 사람은 그다지 없으니까.
당신이 없었으면 아마 그 새 의회는 진작에…… 하긴 뭐 그게 보통이지. 뭐가 일어나든 높으신 분은 결국 아무것도 안 바뀌니까.
그런 거, 인생에서 썩어 넘칠 정도로 봤어.
그 새 의회는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야.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들에겐 다를 게 아무것도 없지.
늙은 살카즈는 슬퍼하는 아이를 달래며 작게 한숨을 쉬는 수밖에 없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너희 아버지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성실한 사람이야. 분명 널 찾으러 올 게야.
응…… 근데 도시를 떠나면 할머니는 어디로 가?
옛 친구 둘을 찾으러 갈 거란다. 쌍둥이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들이 어떤 제약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구나. 군이 후퇴할 때 그 자매가 맞이하러 왔었지.
……
응? 당신 그 자매를 아는 겐가?
아니. 슬슬 시간이 됐어. 짐 챙겨서 출발할 준비 해.
잠깐. 당신, 이름을 알려줄 수 있을까?
앞으로 얽힐 일은 없을 텐데.
그냥 노인네의 부탁일 뿐이야. 감사하고 싶어서 그래. 나도 그렇고, 당신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라도……
이 감사는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코드네임에다가 할 게 아니야.
……
……알레데일.
알레데일이라, 멋진 이름이네. 고마워.
'알레데일'. 원래라면 왕의 안식처에 묻혔어야 할 이름.
시간의 눈금조차 애매해진 어둠 속. 알레데일은 역사의 폐허에서 죽어가기를, 자신이 배신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잊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알레데일은 죽어가는 것도, 잊히는 것도 아직은 두려웠다.
증기 기사가 떠난 동굴에서 더러운 흙탕물이 손바닥에 떨어진 그때, 알레데일은 눈을 뜨고 한 줄기 빛을 보았다.
그 빛의 끝은 삶이고, 또 다른 굴복이기도 했다.
망설임은 3일이었을지도, 3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알레데일은 과거와 같은 결단을 내렸다.
“언젠가 너는 다시 비나와 만나게 될 것이다.”
알레데일은 마음속에서 이를 되뇌며 조용히 빛 속으로 향했다.
임시 물자 조달 사무실1098년 12월 12일 5:32 P.M.
메이저 씨 예약이 무효가 돼서 줄을 다시 서야 한다고?
지금이야말로 약을 보급받지 못하는 감염자를 위해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저희 예약 시스템은 지금 점검 중입니다. 메이저 씨의 사망으로 인해 서류를 모두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동료들이 모두 메이저 씨 장례 준비에 쫓기고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빠르면 얼마나 걸릴까요?
7 영업일 이내에는 복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구되면 신속히 연락드리겠습니다.
……!
생물 감염 총합 처리 센터에는 가보신 적 있나요? 감염 증상의 급격한 악화 때문에 실려온 시민들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요.
전쟁이 있기 전까지는 런디니움의 일반인 대다수가 광석병 급성 발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가장 도움을 못 받았단 말입니다.
더 이상은 못 기다려요…… 밖에 지금 효과도 거의 없는 조악한 약이 대량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의견은 기록해서 생물 감염 총합 처리 센터로 신속히 공유하겠습니다. 다른 질문은 없으신지?
……
의장의 집무실이 어디인지 알려 주세요.
의장을 찾아오신 건가요? 그러면 예약을 확인하겠습니다……
굳이 안 물어봐도 됩니다. 의장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요.
엘리시오 님, 따라오세요.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 밖에도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에는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커피 감사합니다.
매우 귀중한 선물이군요.
……
다이앤 씨, 당신은 화도 안 나요? 이건 저들이 해서는 안 되는 태도입니다. 제가 런디니움에 온 건……
저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서, 인가요?
……아뇨,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은 마음속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닌가요?
저, 저는 기분을 나쁘게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집을 잠시 빌려주신 건 감사하고 있습니다만, 감염자를 돕는 건에 대해서 제가 본 건 혼돈뿐입니다.
모든 제도와 과정에는 서서히 확립되면서 개선하는 과정이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컬럼비아에 있을 때, 이런 일에 의견을 내는 게 제 일이었죠. 부디 양해해 주시길.
저는 그저…… 대다수의 감염자를 돕는 것도 좋지만, 더 모범적이고 효율적인 절차를 가져갔으면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런 부분에서 몇 단계 앞서 있기도 합니다.
엘리시오 님, 저는 컬럼비아에 간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고향에서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가 보고 싶군요.
하지만 그 불쌍한 직원은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런 귀찮은 일처리에 충분히 책임을 다하고 있기도 하고, 그 어떤 전임자보다 잘하고 있으니까요.
런디니움은 확실히 여러 문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 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죠.
……다이앤 씨, 당신은 새 의회를 믿으시나요?
아뇨, 하지만 저는 그 의장을 믿습니다. 자 가시죠, 의장이 있는 곳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의장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아시죠?
훗, 당신들 컬럼비아인은 라디오를 듣는 습관이 없는 것 같군요.
어…… 실제로 우리는 TV를 많이 보는……
뭐, 됐습니다. 의장은 어디 계시죠?
메이저 님의 추모식입니다.
이쪽인가요? 여긴 사람이 너무 많은데 들어갈 방법이…… 어떻게 하면 의장과 만날 수 있을까요?
따라오십시오. 직접 연결된 길을 알고 있습니다.
엘리시오는 창문 너머 멀리, 세상에 널리 알려진 '비나 빅토리아'라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엘리시오는 출발 전에 다방면의 조사를 해 두었고, 빅토리아의 이 젊은 의장이 전쟁에서 세운 전설적인 공적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다.
이 의장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화사한 옷을 입고 연설하는 그 아슬란을 보았을 때, 남은 건 실망뿐이었다.
비나 빅토리아는, 겉보기에 엘리시오가 기대하던 만큼 빛나는 인물은 아니었다.
혹시 길을 잃으셨나요?
조문하러 오신 거라면, 정문은 저쪽입니다.
……!
엘리시오 씨, 도와드릴까요?
고, 고마워요.
……
어라, 당신이 어떻게……
엘리시오 씨, 당신이 런디니움에 오시기 전에 적심 의료와 당신에 관한 자료는 이미 의장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여기에 온 이유를 아신다는 거죠?
네.
의장도 요 며칠 제가 여기저기서 뭘 위해 교섭했는지 아시나요?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건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의장은…… 제가 지금까지 접해온 귀족들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엘리시오 님!
괜찮습니다. 다만 엘리시오 씨가 오해하고 계신 건, 여기는 컬럼비아가 아니라는 겁니다. 당신들의 견해로 우리를 판단하는 건 오만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군요.
먼저 어느 정도 규칙에 따른 후, 조금씩 상황을 바꾸는 실험을 해야 할 때도 있는 겁니다.
……의장이라도 불가능할까요?
홀 안에서 비나가 슬픈 표정으로 무언가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내용이 들리지 않았다.
델핀은 다이앤의 시선을 알아차렸지만, 무의식적으로 그 시선을 피했다.
……
즉, 메이저 씨도 당신들이 말하는 그 규칙에 따른 제물이다 이겁니까?
……아닙니다. 메이저 씨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죠. 당신이 말하는 '귀족들' 중에서요.
메이저 씨는 원래라면 위험을 피해 노르망디령으로 가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혼란한 시기의 런디니움으로 와서 시민들을 구하려고 했죠.
가능한 한 신속하게,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메이저 씨는 급성 감염 후에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어요. 당신처럼 말이죠, 엘리시오 씨.
우리가 메이저 씨와 언쟁을 벌인 것도, 그 과격함과 완고함이 자신을 다치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메이저 씨가 세상을 떠난 일에 감춰진 사정이나 음모 같은 건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제물' 같은 것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정도 모르고……
하지만 점점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왜 우리 적심 의료와의 협력을 거부하시죠? 우리는 단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뿐인데요.
엘리시오 씨, 적심 의료 뒤에는 컬럼비아 국방부와 메이랜더 재단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건 알고 계신지?
물론입니다. 군과 기금이 우리 대주주니까요.
……당신은 책임을 다하는 좋은 사람입니다. 자신의 직무를 완수하시려는 거라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셔도 좋습니다.
으음…… 당신은?
델핀 윈더미어. 델핀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귀사의 고객 조사는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
델핀 씨, 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라면 반드시 런디니움의 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의회나 비나 씨를 대신해 약속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믿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보다 절실하게 이 도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건 우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메이저 씨를……
그리고 몇 년에 걸쳐 계속된 혼란 속에서 떠나간 모든 분을 배웅하시죠.
애도의 종이 울리고, 파울비스트가 낮게 지면을 스친다. 비가 내릴 것 같다.
그러나 이 순간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눈물은 나지 않는다. 전쟁이 이 도시의 마지막 한줄기 눈물까지 짜냈기 때문이다.
너무 꾸물댔다고, 다그다. 모든 단서가 '밀스카'가 여기 숨어 있다고 말해주잖아. 또 뭘 더 조사하고 자빠졌어?
너무 간단하다는 생각 안 들어?
그리고 여기서 정체불명의 살카즈가 활동한다는 정보를 의회가 계속 받고 있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칫, 혹시 진짜로 뭔가 있다고 해도 몸도 풀 겸 딱 좋겠지.
그러니까 모건이랑 같이 따분하게 서류 정리하러 가는 걸 단호하게 거절한 거라고.
훗, 그렇다고는 해도 어지간히 친구들을 생각해 주는군. 돌아오면 탑에 틀어박혀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지?
……한나, 원래는 너도 본함에 돌아가서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했어. 의료부 동료가 네 상황에 대해 몇 번이고 주의……
때마침, 둘은 도시 상공에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그 반향이 모든 것을 한순간 정적으로 만든 것 같았다.
……
……추모식 시작됐다.
……
후우……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야, 다그다. 가자고. 눈물 닦을 때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한나, 넌 정말 못 말리는 녀석이야.
만약 이 다음에 알레데일과 대치하게 되면 우리는 어쩌지?
칫, 일단 패. 그 외에 성가신 일은 비나에게 맡기면 되니까.
누가 있어!
그 사람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당신들이 아니야.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못 만날 거야.
누구냐?!
'로즈 리버사이드의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