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3의회의 표결
전쟁 중 파라곤 부대가 도시에 입성할 무렵, 비나는 의문의 선물을 받게 된다. 그때 비나는 처음으로 어떤 전우의 생존을 확신하게 된다.
알레데일에 대해 장 하나를 할애하려고 결심한 순간, 만족할만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렇게도 잘 아는 이름인데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컴버랜드 가문의 마지막 인간. 우리를 배신하고, 그다음 우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인간. 자신이 만든 크림 스튜가 맛있다고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
'밀스카'…… 캐스터의 부하…… '영원히 고결한 컴버랜드'…… 대체 뭐가 진짜지?
런디니움 지하 터널1098년 9월 28일 4:53 P.M.
파라곤 부대의 도시 봉쇄선 돌파 34분 전
보스, 좌표 확인했습니다. 익명 메시지가 경고한 장소는 이 앞입니다. 정보의 출처도 아까 판명됐습니다. 정보 출처는……
로도스 아일랜드.
놀랄 거 없잖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가자.
용병은 머뭇거리며 일어났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형제들은 계속 당신을 믿었습니다. 당신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길거리에서 썩어가고 있거나, 아니면 마족에게……
뭐든 간에 다들 한 번 죽은 몸입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낌없이 던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이치에 어긋납니다. 우리는 로도스 아일랜드를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믿으라는 겁니까?
지금은 저 파라곤 부대가 도시로 돌입하려고 하는 중이고, 밖은 지금이라도 혼란해질 겁니다. 이 틈에 이득을 좀 보려고 하는 건데……
적어도…… 보스가 직접 리스크를 져야 할 일은 아닙니다.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거지?
용병은 침묵했다. 그는 '밀스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로, '밀스카'가 화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전쟁이 끝나면 런디니움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어…… 예전과 같아…… 질까요?
아니, 전과 같은 건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어. 이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누구도 돌아갈 수 없지.
잠깐만요, 보스. 저희를 버릴 생각이십니까?!
아니, 나는 너희가 필요해. 곧 런디니움은 서둘러 수복해야 하는 도시가 될 테니까.
과거의 질서는 폭력과 죽음으로 부서진 지 오래고, 남아있는 균열은 우리 배를 채우기에 충분해.
하지만……
지금은 네 의견을 물어보는 게 아니야.
잘 들어. 나는 과거의 생활을 계속할 생각은 없어. 그러면 어서 장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겠지. 물론, 너희들은 절대로 잊지 않아.
하지만 여기서 재미를 좀 보고 싶다면, 우리가 뭘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지.
너희에게 선택지가 없다고는 하지 마. 골라. 계속 갈래, 돌아갈래?
……
젠장. 저는 계속 갈 겁니다, 보스.
이거 잘못 본 거 아니죠…… 뭐냐 이건……
철골 틈새와 화로 안에 새빨간 돌이…… 이거 전부 마족이 여기에 숨긴 건가요?! 그놈들 뭘 하려고……
……뱀파이어들의 물건이네.
공기 중에는 희미하게 피 냄새가 떠돌았고, 그녀는 악몽처럼 다가오며 꿈틀대던 그 괴물을 떠올렸다.
보스! 여기 뭔가 발견했습니다!
이건…… 공작 연합군 병사인가?
이상한데…… 죽은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여기 인식표도 있고…… 연합군 제8종대 제5보병단의…… 장교?!
마치 백작의 부대군. 노르망디 공작 측 인간인가? 몸에 상처도 없어. 살해당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자연사도 아니야.
내가 아는 한 이 부대는 지금 성벽 밖에서 도시를 포위하고 있을 텐데, 왜 여기에 장교가……
어디서 온 놈이지? 처리해라. 명령에 늦지 않게 신속하게 정리해.
아직 가동해야 하는 제단이 더 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저 빌어먹을 마족 놈들에게 포위당했습니다. 어떻게 후퇴해야……
왜 후퇴해야 하지?
……
'광인'.
그 증기 기사의 칼날을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밀스카' 출신들은 더더욱.
용병은 다리를 떨며 후회했다. 몇 분 전이라면 살아서 돌아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보라색 칼날이 그를 등 뒤에서 찌르지만 않았다면.
젠장.
응? 그 무기, 알고 있는 물건인데.
장군이 알려준 정보에 너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 이렇게나 무서운 줄 모른다는 건, 설마 그 큰 깡통도 가까이에 있나?
이번에는 또 하나 귀찮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칫.
훗, 너희는 하던 임무를 계속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딸랑.”
산들바람이 능묘 대들보의 풍경을 쓰다듬듯, 편히 잠든 자의 베일에 늘어뜨린 금장식과 보석이 공중에서 흔들리며 부딪혔다.
미안. 혹시 내 잃어버린 귀걸이 본 사람 없어?
찾았다, 꼬마 석류……가 깨, 깨졌네……
그럼 네 장난감을 빌려야겠네, 두카렐. 어차피 너도 거절 못 할 거고.
강철 사이에서 잠시 빛을 발하던 핏빛 제단은 이내 어둡게 변한 뒤 부서졌다.
그리고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던 진홍빛 귀걸이는 희미한 빛을 발하며 새것처럼 복원되었다.
검붉은 그 색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무의식 중에 마음이 흔들렸다.
“딸랑.”
그 소리가 '밀스카'의 귓가에 울린다.
일단 내 꼬마 석류를 맡아줘.
너희를 가야 할 곳으로 안내해 줄 거야. 자, 떠날 시간이야.
하지만 신기하네. 설마 켈시 훈작 정도나 되는 사람이 너를 믿는다니.
……!
그녀는 그 붉은색과 검은색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뱀파이어. 뱀파이어가 나를 돕는 이유는? 켈시 훈작? 로도스 아일랜드의 닥터 켈시? 그 사람들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당혹스러운 점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새, 손에는 차가운 뿔 모양 귀걸이가 쥐어져 있었다.
아직 그 사람을 구하고 싶으면 서두르는 게 좋아. 주변에 제단은 여기 말고도 있으니까.
……난 뭘 하면 되지?
그녀가 가르쳐 줄 거야.
'그녀'? '밀스카'는 갑자기 손안의 귀걸이가 고동하듯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저 녀석을 막아……
쉿.
*살카즈 비속어*!
나딘은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심장으로 역류함과 동시에, 현기증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이미 육체를 포기한 동족들이 부러웠다.
길은 남겨뒀어.
'그녀'를 지켜. '그녀'가 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 줄 거야.
1098년 9월 28일 5:21 P.M.
파라곤 부대의 도시 봉쇄선 돌파 6분 전
자, 다음 장소로 가자.
보스, 뱀파이어가 준 그거 너무 수상합니다. 제단을 부술수록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어요.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냐. 통신에서 들은 얘기로는 파라곤 부대가 도시로 돌입했는데 공작 연합군에게 포위당했다고 하네. 사태가 변하고 있는지도 몰라.
공장 사람들에게 명령은 잘 전달되고 있어?
네, 다들 준비 중입니다.
감춰져 있는 기묘한 살카즈 제단, 그리고 공작들이 런디니움 전체를 봉쇄한 다음 포기해 버린다는 급작스러운 소문……
흥, 이제는 이 도시에 진짜 손을 대려고 하는 게 누구인지 모르겠네.
그게 누군지 정말로 신경 쓰여?
오랜만이군, 알레데일.
……
죽은 줄 알았어.
나도.
단시간에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해결하는 건 네게는 불가능해. 로도스 아일랜드의 협력이 있어도 말이지.
최근 몇 년 간 살카즈가 얼마나 도시 내부에서 돌아다녔고, 얼마나 제단을 숨겼는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내 눈을 속이는 건 살카즈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지.
여기 제단들이 가동되면 런디니움의 중추 영역 몇 군데를 파괴하기에는 충분하겠지. 하지만 내가 이미 중요한 몇 군데를 찾아서 처리했어.
혼자서……?
비나는 도움이 필요한 상태고, 파라곤 부대는 바로 코앞까지 와 있어. 공작들은 진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
공작들이 런디니움을 포기하려고 한다는 정보는 내가 퍼뜨렸어. 완전히 거짓 정보는 아니야.
……내가 뭘 하기를 바라지?
이미 하고 있잖아? 너희 측 사람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어.
그저 너희는 등을 밀어주는 게 필요했을 뿐이야. 남은 제단 처리는 나도 돕도록 하지.
너…… 꽤 변했네.
너도 그렇잖아, '밀스카'. 정말 지금 이름이 마음에 들어?
너는 살아남는 것을 선택했어. 그럼 계속 나아가서 이 길의 종점이 어딘지 보라고.
……
보스, 저 사람은……
가자. 가능한 한 빠르게 바깥 구역에 도착한 다음에,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서 파라곤 부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전해.
런디니움1098년 9월 28일 5:27 P.M.
파라곤 부대가 도시의 봉쇄선을 돌파했다. 도시 내부의 공장들이 울부짖으며 재가동되었고, 귀향한 자들을 맞이했다.
나는 그날 오후를 몇 번이고 떠올린다.
공장, 비나, 증기, 환호, 복싱 시합, 우렁찬 외침, 베어드……
항상 온갖 기억의 단편들이 일제히 샘솟아 뒤섞이는 바람에, 그날 오후의 일을 제대로 기억해 낼 수 없게 되어버린다.
다만 유일하게 잊지 못하는 것은, 비나가 “집에 돌아왔다”라고 말한 것.
나는 울고 싶었다. 이 여정은 너무나도 길고 멀었다…… 도시 안에서 밖으로, 전장에서 고향으로……
우리는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또 계속 우리를 지지해주던 사람을 얼마나 잃은 걸까?
알레데일 외에는, 떠난 뒤에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
베어드가 보고 싶다.
파라곤 부대 임시 진지1098년 9월 30일 5:22 A.M.
파라곤 부대의 도시 봉쇄선 돌파 2일 후
물자 점검이 이렇게 괴로운 일이었어?
예전에 우리 구역 공장 물자를 셀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게 괴로운 일에 포함되는 거라면, 나는 오히려 더 괴로웠으면 좋겠군.
헤헤, 하지만 우리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있다는 게 확실히 흥분되네……
후아암~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벌써 아침이네.
……속도를 높여야겠어. 너무 늦으면 안 돼. 다른 사람이 벌어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위셔델 쪽 정보로는, 군사위원회의 전체적인 지휘 계통은 혼란 상태지만 나흐체러르의 군대가 아직 서쪽 회당에 주둔 중이라고 해.
우리가 도시로 들어온 지 2일 지났지. 하지만 지금까지 놈들에게 큰 움직임은 없어.
정보에서는 테레시스가 이미 그 군을 버리고 숨었다고 했지? 나흐체러르가 안 움직이는 건 그게 원인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추측일 뿐이야. 박사도 그 정보를 입증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어.
모건, 조금 쉬어 둬. 연합군의 총공격 신호는 지금이라도 올 수 있으니까……
비나, 나는 숫자 세는 게 싫은 것뿐이라니까!
……그것보다 다그다를 도우러 가고 싶어. 구역 탈환에 참가하도록 시민을 설득하는 건 내 쪽이 더 경험이 많으니까.
델핀은 망설이는 귀족들을 설득하고 있고, 한나와 캐서린 씨는 남아 있는 공장 사람들과 자경단을 단결시키고 있어. 그 둘이라면 괜찮겠지.
하지만 다그다는…… 이런 일에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야. 그 아이는……
어서 가.
후.
계속해 볼까. 이쪽은 하이디 씨의 지원 물자…… 그리고 이건 자경단이 비밀리에 제조한 무기……
응?
가장 아래에 있는 건…… 누가 보낸 거지? 목록에 없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물자를 운반하는 파라곤 부대원 이외에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발송자 불명인 이 물자에 위험 요소는 없는지 경계하며 확인한 다음, 비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
그리고는 멍해졌다.
……옷?
이제 막 떠오른 태양 빛이 추위를 약간 머금은 채 옷의 문장을 비추었다……
'빅토리아 가문'. 비나의 일족이다.
비나는 분노를 느꼈다. 누구의 비열한 장난인가?
아니…… 아니다.
그 옷을 만지면서, 비나는 자신이 이런 양식을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옛 빅토리아 왕실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왜 지금 여기에 나타났는가? 누군가 이것을 발견해서 내게 보낸 건가?
비나의 머릿속에 있는 건 오직 한 이름뿐이었다.
가자, 슬슬 시간 됐어.
보스, 상황은 어떻습니까?
파라곤 부대의 장비나 물자는 연합군에 비해 한참 떨어져. 하지만 공작들은 파라곤 부대에게 선봉을 맡길 거야. 아마 많은 희생이 나오겠지……
……하지만 이건 그들에게 기회이기도 해.
공작들이 바라는 건 영웅이고, 민중들에게 필요한 것도 영웅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이 이야기에 색깔을 살짝 더 입혀주면 되지 않을까?
파라곤 부대가 이기는 쪽에 건다 이거군요.
건다고? 아니지. 성벽 아래의 대전이 끝났을 때 이미 판세는 정해졌어. 지금은 다들 마지막 찬스인 것 마냥 판돈을 늘리고 있을 뿐이야.
흠, 저는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보스를 믿으면 되겠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
죽이는 거야.
결전의 때가 오면, 도시는 혼란에 빠지겠지. 그 틈을 타서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적지 않을 테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우리 눈앞에서 자꾸 손을 뻗어대는 건 귀찮아.
……그런데 보스는 대체 뭘 두고 온 건가요?
훗, 전설보다 설득력 있는 도구……
“왕실의 옷, 컴버랜드 공작 저택 폐허에서 구해왔지. 그 파라곤 부대의 리더라면 쓸 수 있을 거야.”
“선왕의 유품이 고향으로 돌아와 왕의 모습이 되어 마족을 멸한다……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보스…… 그 사람은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아직도 흔들리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설득하고 싶다면, 그 이름이 필요하겠지……”
“적어도 지금은.”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지 않을까……
증기 기사가 다시 나타난 그날부터, 비나의 마음속에서는 늘 어떠한 희망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비나는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비나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메모?
“네 사이즈에 맞게 고쳤어. 몸에 맞았으면 좋겠는데.”
사인은 없다.
하지만 비나는 드디어, 처음으로 확인했다. 알레데일은 아직 살아 있다.
……
그 외에 뭐가 더 있나? 이건……
여러 장의 사진. 뒤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덤으로 네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증거를 발견했어. 어떤 공작에 관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