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2고질병의 굴레
의회의 노력으로 런디니움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조직, '밀스카'를 해결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리고 비나는 이미 다른 길을 걷는 알레데일과 마지막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넓은 대지여 우리의 왕을 지켜 주소서♪
그의 백성과 그의 행복을 지켜 주소서♪
우리에게 무한한 은혜를 내려 주소서♪
우리를 즐겁게 노래하게 하소서♪
빅토리아, 나의 고향이여!♪
성왕궁 서쪽 회당 알현실1098년 10월 8일 9:45 P.M.
- 알현실에 들어온 뒤로 계속 그 노래를 부르고 있네.
- 좋아하는 노래야?
인상이 깊을 뿐,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어.
어릴 적에, 잠들지 못하는 밤마다 양부모님이 침대 곁에서 자주 이 노래를 불러주셨지.
한때는 자장가 같은 거라 생각했지만, 두 분이 돌아가시고 시간이 흐른 뒤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두 분에게 '나는 뭐였을까' 라고.
그날에야 비로소 깨달았어. 내가 이 노래를 모르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지. 이 노래의 멜로디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
- 그럼 혹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
그 국왕 말인가? 국왕에 대해서는 잘 몰라. 혈연 상 가장 가까운 가족인데도…….
박사, 네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기억 속에 흩어져있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짜 맞춰 보려고 한 적이 있어.
하지만 실제로 마주했을 때, 아주 조금의 친밀감도 느낄 수 없었지.
그는 국왕이고, 나는 거리의 문제아야. '빅토리아'라는 성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으니까.
그런 것보다, 지금은 머리를 써야 하는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박사, 방금 전 공작들의 이야기를 다 들었겠지. 놈들에게 런디니움은…… 내 고향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체스 말에 불과해.
닥터 켈시가 너를 체르노보그에서 구해 내게 데려오고, 빅토리아로 돌아올 계획을 세울 때는 이런 상황이 될 거라 상상도 못 했어.
하지만 이제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 '책임'이란 기묘한 것이지.
- 나 역시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두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어.
- 우리 둘 다 같은 처지다.
- 그 공작들도,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네가 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나 역시 그 공작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잘 안다고?
놈들이 여전히 '빅토리아'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꾸밀 필요가 있는 한, 나는 이 도시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어.
이건 서로 아주 잘 알고 있는, 필연적인 결과를 지닌 거래일 뿐이야.
내게 정말로 용기를 주는 건, 항상 뒤에서 나를 받쳐주는 이들이지.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전쟁도 끝났어. 이제는 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차례야.
- 비나……
왜 그러지, 박사?
- 어쩌면, 미래의 네 결정에 로도스 아일랜드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몰라.
- 로도스 아일랜드는 미래에, 네가 동의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지도 몰라.
……알고 있어.
위셔델이 남은 살카즈를 이끌고 철수하도록 너희가 도와줬지만,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처럼.
하지만 이 전쟁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 나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어.
그리고 살카즈의 경고는 우리 모두가 받았지.
살카즈가 철수할 때 모든 공작 함대가 일제히 병력을 움직이지 않은 건, 긴급한 소식을 받았기 때문이야……
거의 동일한 시각에, 대다수 핵심권 국가의 수도 상공에 일시적으로 무시무시한 재앙 구름이 모였어.
훗, 노골적으로 위협한 다음에 당당히 카즈델로 돌아갔지.
박사, 너와 닥터 켈시라면 잘 알 텐데. 그 오리지늄으로 놈들이 또 뭘 할 수 있는지를.
-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까지 몰리지 않는 한, 저들이 그 기술을 활용할 일은 없을 거야.
방어를 위해서만 쓰겠다는 건가? 확실히 놈들은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어.
귀족 놈들의 힘에 기대서 빠르게 세력을 키웠다가 얼마 못 가서 내부에서부터 무너진 신흥 갱단은 많이 봐 왔지.
- 그래서 아미야도 함께 카즈델로 돌아갈 예정이야.
- 아미야가 그 오리지늄을 우리 감시하에 두도록 확보할 거야.
하지만 당신들이라고 해도 살카즈가 향할 필연적인 미래를 좌우할 수는 없다. 이 전쟁 끝에는 양쪽 다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그 젊은 섭정왕이 바라는 대로 살카즈는 구체적인 증오를 통해 단결했고, 자신들의 오리지늄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증오가 도착할 곳은 결국 하나뿐이다. 그때가 되면, 당신은 어디 서 있을까?
옥좌의 뒤에서, 황금 사자가 천천히 걸어 나와 어두운 옥좌 옆에 엎드렸다.
가웨인. 원래 그곳에 있어야 할 것처럼 자리해서는, 영원처럼 존재하는 주위 벽면의 조각과 함께 제국의 긴 시간에 걸친 흥망성쇠의 세월을 일순간 그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 검은 눈동자는 당신의 모습을 비췄다.
……선생님?!
- ……
-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낸 건 처음이네.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괴물도, 환영도 아니니까.
내가 모습을 드러낸 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지.
비나는 생각지도 못한 위험한 길에 스스로 발을 들였다. 더 성장해야만 하지. 그리고 그런 비나를 이끄는 건 그대다.
- 로도스 아일랜드는 애초부터 비나의 런디니움 관련 업무에 협력하고 있었어.
내가 신경 쓰는 점은 그런 게 아니다. 빅토리아에는 본래 흥망성쇠의 숙명이 있다. 거기에 내가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하지만 그대들은, 이 대지의 숙명을 마주하는 길…… 옅은 희망만이 존재하는 길로 비나를 이끌었다.
원래라면 나는 옛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나가 생명의 종착점으로 향하는 길을 같이 걸으려 했지. 하지만 지금, 나도 나 자신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 ……우리는 이 이상 더 많은 사람을 휘말리지 않게 할 거야.
나는 비나를 이해한다. 그날이 오면 비나는 반드시 로도스 아일랜드 곁에 서겠지. 그대들 역시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 그대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답할 필요는 없다. 비나가 나 대신 봐주겠지.
그대는 그녀의 부하도, 선생도 아닌 데다 적대할 이유도 없다.
이미 알 거다. 그대와 그녀의 관계는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아직 우리에게는 재시도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비나는 그렇지 않다.
……
……비나, 나는 네게 생존에 관한 건 모두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다른 이의 희망이 될 수 있는지는 가르쳐줄 수 없지……
눈앞에 있는 인물이라면 가능할 터.
- 내가 해야 할 일은 잘 알고 있어.
자 그러면 비나가 신뢰하는 이여, 비나의 손을 이끌어다오. 그대는 비나의 불씨이자 동력원일지니.
비나, 망설여질 때는 이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해라.
의장실1098년 12월 10일 7:32 P.M.
저기 비나 씨, 이 기계는 뭐야?
락락이 만든 실험작이야. 노동자들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다고 꼭 써 보라더군. 졸릴 때는 그냥 그대로 자는 편이 낫지 않아?
그래서, 효과는 있어?
비나는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고는, 앞에 놓인 문서를 쳐다보았다.
없어.
하지만 국가 반역자 '밀스카'의 소탕을 바라는 100명의 청원서에 40부 이상이나 답장하고 있으려니 아무래도 졸리는군.
이 건으로 충돌을 일으켰던 외부 시민들은 좀 진정됐나?
응. 혼 씨가 주둔지에서 아직 연습 중이던 도시 방위군을 급하게 데리고 갔어.
……소란으로 번지지 않았다면 다행이군.
양측 데모 참가자 중에는 병사의 가족이나 전우도 있다 보니까, 설득 효과가 놀랄 정도로 바로 나타났어. 하아. 아직도 '밀스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머리 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
너무 탓하지 마. 먼저 약속을 어긴 건 의회니까. 우리 약품 공급에도 문제가 있었고, 그쪽 약이 확실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살아갈 희망이 되기도 했어.
그러나 그건 결국 잠깐의 위안일 뿐이야.
비나 씨, 나는 비나 씨가 도시 방위군을 보낸 목적이……
폭력으로 상대를 내쫓기 위해서? 폭력으로 죄 없는 동포를 억압하는 건 가장 나약하고 효율이 낮은 방법……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그냥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놀리지 마. 이 역할을 제대로 연기하기에는 아직 멀었어. 하지만 다행히 힘을 빌려줄,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있지.
선생님, 박사, 그리고 너…… 아주 많은 사람이.
비나는 기지개를 켜고, 락락이 만든 실험작을 떼어낸 다음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네 첩자나 로도스 아일랜드의 동료가 공유하는 정보가 없었더라면, 나는 당황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밀스카' 건은……
출처 불명의 위험 약물 판매, 고리대금, 살해 협박…… 그리고 살카즈와의 결탁……
모든 증거가 내 손안에 있고, 전부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했어. 일부 사람들이 수혜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그냥 놔둘 수는 없지.
비나 씨, 알레데일 씨는……
이건 알레데일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야, 델핀.
그 재앙 이후에 힘들게 얻어낸 평온을 누군가가 파괴한다는 건, 다들 원하지 않아.
……의회는 시민의 안전을 약속했지. 그리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
알겠어. 우리의 오랜 친구 하나가 알레데일의 단서를 가지고 있는데, 당신이라면 흥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참, 박사에게 들은 조언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 봤어.
이 근래 발생한 귀찮은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일단 윈더미어령에 돌아가서 원래 내 것이었던 것들을 가지러 돌아가려고 해.
얼마나 걸리지?
몰라. 하지만 박사가 말한 대로, 당신을 도우려면 어머니가 남기신 것들이 필요해……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는 거절했었지만.
고맙다.
이건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해. 빅토리아, 윈더미어 영지, 린카딘. 어머니가 눈에 담아두셨던 것들을 내 눈으로 봐둘 필요가 있으니까……
그래야만, 어머니에게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
상관님…… 지금도 상관이라 부르는 걸 용서해 주십시오. 서, 설마 만나러 오실 줄은!
제 신청서가 승인됐습니까?!
워커, 피트가 너를 데모 현장에서 데리고 온 뒤의 일은 들었다. 보아하니……
……그러면 그 일로 오신 게 아니군요. 실은 저 매일 라디오를 듣고 있습니다, 상관님.
당신이 재편을 담당한 도시 방위군이 수성포 인계식에 참가한 것도, 도시 바깥의 부속 훈련 구역이 막 준공됐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굳이 도시 밖에까지 나가서 직접 보고 왔는데, 훈련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어요. 제가 거기서 훈련하는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요……
미안하다, 워커. 네 도시 방위군 가입 신청은 승인할 수 없어.
……
알겠습니다. 아직 제가 도시 방위군이 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하신다면, 계속해서……
자기 몸 상태는 잘 알고 있잖아. 이대로 다른 병사들과 훈련하면 스스로를 다치게 할 뿐이다.
하지만 제 병은 이미 안정된 상태고 약도 먹고 있습니다. 몸에 자라난 돌도 오랜 시간 아프지도 않았단 말입니다! 저는 이미 회복……
그거 '밀스카'의 약이지? 성분을 분석해 봤는데, 그건……
통증을 잠깐 억제할 뿐이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에게는 이게 필요합니다. 의회가 배분하는 약으로는 부족해요. 아닙니까, 상관님?
최소한 그 약으로 통증을 줄이면 한 손으로 석궁을 드는 연습은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도시 방위군 시험을 통과해 보이겠습니다, 상관님.
“사는 게 *빅토리아 비속어* 어렵더라도, 살아서 돌아갈 곳만 있다면 희망은 반드시 보인다.” 이건 저희가 체틀리 카운티를 지키던 때 당신이 해 주신 말씀입니다.
'파라곤 부대'
'우리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기적이 막을 내린 후에는? 파라곤 부대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예전 파라곤 부대의 기적은 가울에 남아, 사관학교의 교과서에 실렸다고 혼이 얘기했었다. 그러면 우리는? 런디니움에 돌아가기까지는 실제로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빅토리아인이 다시 자신들의 도시를 탈환했다고 도시 전체에 선언한 순간, 우리 부대에서 가장 어린아이가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
나는 흥분해서 말했다. 집으로 돌아갈 거야. '어퍼컷' 복싱장으로 돌아가는 거다. 한나, 비나, 다그다도 같이. 너도 집에 돌아갈 수 있어, 라고.
하지만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은 없어졌어. 나한테는 누나들밖에 없어.”
다들 왔네. 내려갈까.
비나…… 의장입니까? 의장도 데모 건으로 저를 만나러 온 건지?
그러니까, 상관님이 저를 만나러 왔다는 건 그냥 감시하기 위해서라는 겁니까?
혼은 비나가 올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너를 구하러 온 거래. 우리도 다들 그렇기도 하고.
런디니움의 석양에 온도는 없다.
다행히도, 살아남은 자는 과거에도 그랬는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자는 여기에 적응해서, 원래부터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샤드, 한때는 이 오랜 이동도시에 명예를 가져다준 건축물이지만, 지금은 그 그림자에 발을 들이려는 자는 거의 없다.
그날. 그 진홍빛 하늘 아래, 진정한 공포가 더 샤드 끝에 강림한 것을 잊은 자는 없다.
그리고 지금,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사이로 어깨를 나란히 한 두 사람이 지나가며 길고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주변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가볍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우리를 즐겁게 노래하게 하소서♪
빅토리아, 나의 고향이여!♪
아무래도 더 샤드의 개조는 우리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군.
로도스 아일랜드가 상당 부분 도와줬어. 약 공급이나 감염자 치료뿐만 아니라, 도시 재건이 진행되는 것도 엔지니어링부 동료들의 지원 덕분이지.
역시 그 이변이 모두에게 남긴 트라우마는 매우 깊었던 모양이야. 그렇기 때문에 더 샤드 개조 안건이 빠르게 가결될 수 있었지.
마침 도시에서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던 오리지늄 결정들도 함께 정리할 수 있게 됐어.
하지만 자경단 복구 담당 팀의 얘기로는, 에너지 동력층까지 영향을 끼친 탓에 예전 상태로 복구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해.
그러면 더 샤드의 핵심 기술 회수 작업을 위한 인선은 결론이 났나?
일단 목록은 나왔어. 일부 기술자와 학자의 배경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 자들 배후에…… 전부 그들의 그림자가 있어.
그들이 누군지는 알고 있어. 대공작 몇 명이 이미 연락을 줬거든. 목록에 큰 문제가 없다면 신경 쓰지 말고 못 본 척하면 돼.
……나는 오히려 그들이 탑 내부 잔해 더미에서 가치 있는 걸 찾아줬으면 좋겠어. 그게 빅토리아에게는 좋은 일이기도 하고.
흥, 눈에 불을 켜고 경쟁해 준다면 확실히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겠지.
비나 씨, 델핀 씨.
혼 씨? 당신은 분명……
마침 옛 동료를 만나러 와서요.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파이프가 담당하는 도시 방위군 견습들의 훈련 성과를 체크하러 가려는 참이니까요.
혼은 기지개를 켰지만, 떠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나! 비나! 워커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 상상도 못 할걸? 체틀리 카운티에서 우리랑 함께 왔던 데이비스 부부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모건, 왜 너희가 여기에 있는지 알고 있어.
워커와 데모 건에 대해서는 의회가 결론을 내겠지. 나는…… 이 건에 손을 대서는 안 돼.
나는 단지 '밀스카'의 행방에 대해 얘기하러 온 것뿐이야.
……
두 분 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의장을 곤란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의회를 믿습니다. 의회에 아는 사람이 많은데, 다들 매우 좋은 사람들이죠.
의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을 키우려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밀스카' 건의 해결이 빠르면 빠를수록 당신들에게는 좋은 일이 될 겁니다.
……
한때 우리와 함께 도시에 돌입했던 병사는 노을 속에 서서 우리의 '심문'에 답했다.
비나가 의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비나가 바라기만 한다면.
비나는 이미 글래스고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고, 확실히 깨달은 것은 그날부터였다.
어쩌면 그날 오후, 내가 알던 비나는 이미 작별을 고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도시 전체의 공장이 동시에 가동하면서 굉음과 함께 하늘까지 증기를 내뿜었다.
비나의 금빛 머리카락은 열풍에 흩날리며 일순간 눈에 고였던 눈물을 감추었다. 그녀는 미소와 함께 돌아보며 말했다――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상한 대로 될 리는 없다.
나는 무섭다. 귀향은 이별이라는 것이……
나는 무섭다…… 비나를 잃는 것이.
“공장이 우리를 환영하고 있어?”
“지, 진짜로 도시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잔뜩 있었어!!”
“너희는 왜 우리를 방해하지?”
“죄송합니다…… 공작의 명령입니다. 결론이 날 때까지 파라곤 부대는 더 이상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왜 나한테 석궁을 겨누는 거지?!”
“조금 전까지는 옆에서 함께 싸우지 않았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도시 사람들이…… 화내고 있어?”
런디니움1098년 9월 28일 5:27 P.M.
도시가 화내고 있다.
비나,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연합군 부대가…… 철수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공장이 전부 가동하기 시작했지? 정보대로라면 살카즈가 도시 전체에 일시 계엄령을 내린 거 아니었어?!
……이 공장은 알아. 여기 방향은 죽어도 못 잊지.
저기는 요크 거리의 '마일스 공업'이야! 저쪽은 스코트 거리의 '코폴라 식품 공장!' 그리고 저기는!
'콘솔리데이트', '핸킨스', '사우스 위커 운송'……
(흐느끼며) 비나, 나, 나는 이 공장들이……
멈춘 곳, 폐기된 곳, 살카즈에 징용된 곳, 그리고 전전긍긍하면서도 어떻게든 가동하고 있는 곳.
도시 전체의 공장이 거의 동시에 전력으로 가동됐기 때문에, 성 밖 전장에서 도시로 정신없이 후퇴하던 살카즈는 이를 볼 여유도 없었다.
강철 기계의 숨결을 증기로 내뿜으며, 공장이 분노로 울부짖고 있다.
이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그들이 우리를 도와준 거야. 런디니움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어.
꾸물거리지 말고 전진하십시오, 파라곤 부대. 모든 것을 끝장낼 때입니다.
연합군 제6종대 제10보병단 다이앤 웨버 중위가 명령한다. 전원 무기를 내리고 파라곤 부대를 호위하라!
공작들의 명령을 거역할 셈인가?
저는 군인이기 전에, 여기서 태어난 런디니움인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집이기도 하죠.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필요 없습니다. 갑시다. 시즈, 조금만 더 버텨주시죠. 아직 함께 넘어서야 할 싸움이 남았어요.
우리의 것을 되찾기 위해!
공작 연합군 부대 중 한 명이 손에 든 석궁을 내렸다. 그러자 뒤이어 나머지 부대가 길을 열었다.
……파라곤 부대, 계속해서 전진하라!!
집에 돌아왔다.
공장을 최고 출력으로 계속 가동하라고 해. 살카즈 놈들을 조금이라도 더 막아. 앞으로 조금이면 돼!
공작 놈들은 도시 안에 살아남은 빅토리아인이 거의 없다고 믿게 하려는 수작이다. 그놈들, 포위만 하고 공격하지 않는 걸 정당화하려고 하는 거지. 그렇다면 우리가 소리를 내줘야 하지 않겠나.
성벽 밖에 있는 놈들에게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라!
호흡이 잘 맞는군요, 캐서린 씨. 우리 쪽 사람들 한 번 믿어 보시죠. 다들 수완가니까요.
나인 일행도 다른 공장을 가동시키던 참입니다. 곧 도시 전체가 달아오를 겁니다.
……피스트, 너희도 돌아왔나?
가동했나요?
그래! 박사의 계획대로 다른 공장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시민 말고도 우리를 도와주는 녀석들이 있어…… 그 녀석들……
리유니온이라고 하더군……
……이 도시에 이렇게 활력이 가득한 건, 요 근래 몇 년은 못 봤는데요.
아까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합군 부대가 먼저 파라곤 부대에게 길을 열어줬다고 말이죠.
이건 우리가 내린 명령이 아닙니다. 이번 결과, 만족스러우신지요?
그래. 아무래도 우리는 '기적'의 영향력을 우습게 본 거 같아.
이렇게 된 이상, 그 건의 준비를 먼저 시작하도록 할까.
보스, 아무래도 굳이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들, 알아서 파라곤 부대를 통과시켰습니다.
주변 복병을 후퇴시키고, 우리가 빼앗은 공장 쪽 지원으로 돌려.
그리고 책임자들에게 전해. 내가 끝났다고 말할 때까지 화로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라고.
넵.
……
어서 와, 비나.
의장실1098년 12월 10일 9:28 P.M.
그래, 의장실이다.
안심해라. 워커는 무사하다. 의회가 이 건으로 그를 괴롭힐 일은 없어. 다만 워커에게는 당분간 조심하라고 전해 둬.
우리를 감시하는 자들이 거기에도 뭔가 불이익을 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쪽 진척은 어떻지?
……알겠다.
이제야 겨우 찾아낼 수 있겠군……
알레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