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태양을 뿌리쳐라

AS-9과거와의 작별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5-01-16

승리를 거둔 페페는 구조체가 도시를 파괴하는 것을 막지만, 주바이르 몸속의 보석도 깨지고 만다. 나란투야가 꿈꿔왔던 부 역시 도시 아래의 틈새로 쏟아져 버리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나란투야, 페페, 파피루스


눈을 뜬 페페의 앞에 있는 건 주바이르의 시스트럼이었다. 만약 시스트럼이 조금만 더 앞에 있었다면, 페페의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반면, 망치는 주바이르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주바이르의 가슴속 보석에 가늘고 긴 균열이 퍼져 있었다.

주바이르

축하한다. 페페……

주바이르

결국 해냈구나……

주바이르

어렸을 적에 숨바꼭질을 하면 항상 누님에게 졌는데, 그대에게도 질 줄은 몰랐다.

페페

가슴의 보석이……

주바이르

……아마, 이번엔 복구할 수 없을 것이다.

페페

보석이 완전히 깨져버리면, 넌 어떻게 돼?

주바이르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되겠지.

페페

죽게 되는구나.

주바이르

그렇다…… 죽는다.

주바이르

페페, 그대의 조상으로서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페페

말해.

주바이르

나를 저 보석의 중앙으로 보내줬으면 한다.

페페

저기에 들어갈 수 있는 거였어? 그냥 거대한 장식품인 줄 알았는데.

주바이르

아니, 그곳엔 내게만 속한 물건들이 있다.

주바이르

이곳에서 지낸 수많은 세월 속, 난 오직 타인만을 위해 이곳을 수호한 게 아니다. 어쨌든 저 물건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주바이르

그래도 한동안…… 저것들은 나의 것이었다.

페페

일으켜 줄게……

주바이르

조심해라 페페, 이 몸은 매우 무겁다. 그래도 이제 곧…… 난 이 몸을 벗어나게 되겠지.

주바이르

그래, 그 밑이다.

주바이르를 부축하며 페페는 홀 중앙, 거대한 피라미드형 보석 아래까지 왔다.

순간 빛이 변하고 허상이 움직였다. 거대한 보석은 마치 인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실내의 모든 빛을 바닥의 뾰족한 모서리로 모았다.

페페는 눈이 부셨지만, 빛이 다가오는 순간 따뜻한 물에 휩싸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CG: avg_5_7_shining]

나는 보았다, 젊은 나이츠모라여. 이것은 그대의 꿈이다.

앞으로 나아가라.


나란투야

……음?

나란투야

뭔가 익숙한 느낌인데…… 또 백비스트에게 머리를 밟힌 것 같아……

나란투야

……어?!

나란투야

여보세요? 아나트, 지금 여긴 어디야? 아스파시아, 들려?

나란투야

……통신기가 고장났네. 어쩔 수 없지.

나란투야는 새까만 백비스트 조각상 아래에서 일어났다. 텅 빈 홀에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결정체가 건물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그것이 반짝일 때마다 홀에는 마치 물에 비친 듯한 사람의 형상이 수없이 나타났다.

나란투야

……이건 내가 그날 밤에 강가에서 놓쳐버렸던 그 그림자 아니야?

나란투야

설마 이 도시 사람들이 해마다 봤다는 그림자가 이거였나?

한 그림자가 나란투야의 앞에 멈췄다.

나란투야는 상대가 붉은 머리칼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고, 바닥에 앉아 있는 자신을 상대가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그 환영은 몸을 돌려 홀 끝에 있는 닫힌 문으로 걸어갔다.

나란투야

……머리카락이 꽤 붉네. 하지만 뒷모습을 보고 내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란투야

내가 여태까지 본 나이츠모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달려갔으니까.

나란투야

뭐였더라? “물이 불었을 때 진정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지기를”……? 너희도 물이 불어날 때만 나타나는 그림자인 거야?

나란투야

좋아, 이제 균열을 찾아야 해. 한 번 믿어볼게.

바닥이 약간 흔들렸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다.

나란투야는 홀에 고인 물을 밟고 갑주를 입은 그 형체를 향해 달려갔다.

나란투야

이건……

문 안쪽은 또 다른 미로도, 흐르는 모래도 아니었다.

문틈으로 잠깐 보인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였다. 천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란투야는 놀란 소리를 낼 겨를도 없었다.


바닥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고, 도시 전체의 지하 구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모래가 빠르게 미끄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나란투야의 발밑, 이 도시의 바닥에서 모래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나란투야

……설마, 이게 내가 막아야 할 '균열'이야?


페페

……

페페

이렇게 거대한 보석 안에 이런 게 있을 줄은 몰랐어.

주바이르

중앙에 있는 탁자가 보이나? 구별하기 조금 어렵겠지만, 중앙에 있다.

페페

눈이 부시긴 하지만, 더듬어보면 손에 닿을 것 같아……

페페

아!


페페

계단이네, 전혀 보이지 않았어……

주바이르

조심해…… 이런 계단이 앞으로 3개 있다.

페페

탁자에 닿았어. 위에 보석이 하나 있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주바이르

그 위에 있는 보석을 들어 내 몸에 넣어주겠나?

페페

물이 들어오고 있어……

주바이르

보물창고가 모래 때문에 파괴돼서 강물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다.

페페

곧 완전히 잠겨버릴 거야.

주바이르

……강물이 이곳을 휩쓸게 그냥 두면 된다…… 이제 보석을 내 가슴에 넣어라.

페페

마지막 보석이 의미하는 건 뭐야?

주바이르

감정, 나의 감정이다.

주바이르

혼자서 이 긴 세월을 견디기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감정을 떼어내야만 했다. 그래야 버틸 수 있었으니까.

페페

하지만 네 보석은 이미 깨졌잖아. 넣어도 소용없을 거야.

주바이르

알고 있다. 난 그저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떠나고 싶을 뿐이다.

페페

넌 줄곧 인간이었어.

주바이르

감사를…… 표하지……

주바이르

그러고 보니…… 황금의 도시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페페

응, 말해……

주바이르

아니……

페페

응?

페페

주바이르……

주바이르

페페, 손을 놓아라.

주바이르

나를 보내줬으면 한다……


[CG: 53_i14]

쏟아져 들어오는 물이 천천히 주바이르의 입과 코를 덮었다. 가슴에 있던 보석은 물살의 충격에 부서져 흩어졌다.

그의 가슴은 점점 더 비어갔지만, 만족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주바이르는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물속에 잠겼다.

페페는 주바이르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고, 그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페페는 이게 부력 때문이 아님을 깨달았다.

페페는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흐르는 금빛 액체를 보았다. 그것은 물에 녹아내리는 주바이르의 몸이었다.

페페는 무심코 주바이르를 꽉 붙잡으려 했지만, 힘을 주자 주바이르의 어깨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곧 물속에는 페페 혼자만 남게 되었다. 페페는 금빛 물결이 하얀 연꽃을 띄운 채 멀리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페페

호라헤트여, 부디 그의 영혼에 안식을.


물이 세차게 흘러내렸다.

나란투야는 어렸을 적 짐에서 크고 작은 물통을 꺼내 내리는 비를 받아보려 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후, 나란투야는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있듯 사람에게도 화와 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부족은 버든비스트를 몰고 좋은 날씨를 쫓아다니는 부족, 그들의 가방엔 많은 물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물을 담을 필요는 없었다.

나란투야의 발밑에 있는 건물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견고한 보물창고 문 너머에서는 금화들이 건물의 진동에 맞춰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마치 꿈속에서 들었던 맑은소리와 같았다.

나란투야

하아, 그 박물관의 두 고양이가 알았으면 좋겠네. 도시 하나를 가라앉게 만들 수 있는 구멍이 급구한 재료로는 절대 메울 수 없다는걸 말이지.

나란투야는 자신이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만약 나란투야에게 아미르가 멋대로 주조한 도금 철괴, 또는 멋대로 발행한 공수표로 된 게 아닌 진짜 재보로 된 산이 있다면 나란투야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재보 위에서 춤추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모든 재보가 나란투야에게 반하게 될 것이고, 영원히 곁을 떠나지 않게 될 것이다.

나란투야

좋아, 춤이나 한번 춰볼까.

나란투야는 조금 물러서서 검은 백비스트 조각상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견고해 보이는 큰 문을 향해 달려갔다.

나란투야

문 열어!!

문은 외침과 함께 천천히 열렸고, 문 틈새로 재보로 된 거대한 산의 일부가 보였다.

건물이 기울어졌고, 재보로 된 산도 함께 무너졌다.

수많은 금은보화가 보물창고에서 쏟아져 나와 바닥에 부딪히며 균열을 넓혔다.


[CG: 53_i17]

위에서 쏟아지는 물이 재보와 모래를 뒤섞었고, 건물 벽은 압력 때문에 점점 기울어졌다. 그리고 방대했던 재물은 빛나는 폭포가 되었다.

나이츠모라는 재빨리 부채칼을 던져 위에 묶여있던 밧줄에 몸을 실었다.

나란투야는 마치 무용수처럼 공중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재보로 된 산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봤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었다.

나란투야

좀 뜻밖이긴 하지만…… 역시 난 헛된 꿈을 꾼 게 아니었어!

나란투야

난 찬란한 도시에 왔고, 엄청난 돈을 벌었어!

나란투야

……아니지, 사르곤의 역사 속에서 금은보화를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게 만든 사람이 몇이나 있었겠어?

나란투야

난 이 황금의 모래 바다를 기억할 거야.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손에 넣는다.

나란투야

난 더 많은 것을 뿌리겠어,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을 거야.

나란투야

그날이 되면 사르곤의 모래 바다는 날 기억하겠지.

나란투야

이 모든 건……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금빛 광채가 점점 어두워졌고, 소용돌이치던 금은보화는 점점 메말라갔다.

요동치던 모래알도 서서히 잠잠해졌다. 모래 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은 지하 도시의 균열을 막았고, 흘러내리던 모래를 지탱했다.

나란투야

……*사르곤 욕설*, 아니 잠깐.

나란투야

골동품 한두 개쯤 덜 들어갔어도 소용돌이는 잠잠해지지 않았을까?

나란투야

하나쯤 가져올 생각은 왜 하지 못했던 거지?


잘 가, 주바이르.

……그래, 수호자가 죽으면 보물창고도 무너지는 법이지.

난 어디에 빠진 걸까?

넌 떠났는데, 난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 걸까?

페페

……

페페

(안…… 돼……)

물이 가슴을 압박했고, 눈을 덮었다. 천천히 회전하는 물살은 페페를 계속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페페의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페페의 손을 잡았다.

[CG: 53_i18]
페페

(고마……)

???

하하, 역시 행운은 내 편이야.

???

그래도 하나 건져냈어!


아나트

멈, 멈췄나요?

아야지

네, 아나트 관장 대행님. 이제 수도꼭지에서 모래가 나오지 않아요.

아야니

물론, 물도 안 나오지만요.

아나트

그건 그냥 막힌 걸 수도 있어요!

메제티케티

걱정 마, 보석 구조체들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메제티케티

오리지늄 회로에서 에너지가 방출될 것 같은 징후는 없어…… 아마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아.

아나트

……당신의 작은 애완동물을 몰래 데려왔던 건가요?

메제티케티

페페를 믿었으니까.

아나트

뭐, 괜찮아요.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요……

아스파시아

지금 도시에 일어난 혼란스러운 상황은 확실히 해결됐지만, 이상 현상이 여기서 끝났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나트

맞아요, 아직 모두 불안해하고 있어요.

아스파시아

……

아나트

……당신의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할게요.

아나트

약속할게요. 나란투야와 페페의 업적을 함께 보고서에 적어 두 사람의 이름이 찬란한 도시에 알려지고 이곳의 역사에 기록되도록 할게요……

???

찬란한 도시에 이름을 알리는 건 좋지만 역사책에 남는 건…… 내가 죽고 나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스파시아

나란투야?!

나란투야

좀 도와줘. 이 꼬마를 부축해 줘.

아나트

……페페?

나란투야

내가 밖으로 헤엄치다 만난 게 아니었다면 아마 저 안에서 죽었을 거야.

나란투야

생각지도 못했는데, 계속 위로 헤엄치다 보니 결국 여기로 통하더라고.

페페

……

아나트

안색이……

페페

주바이르가……

페페의 시선이 옆에 있는 연못으로 향했다.

호라헤트여, 부디 그의 영혼에 안식을.

시간이 다시 흘러 우리 모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페페

아이참! 난 거의 익사할 뻔했다고. 얼굴이 파래지고 입술이 보라색이 되는 건 당연하잖아!

페페

그것보다 빨리 내 성과를 보여줘! 거리의 모래는 사라졌어? 수로는 깨끗해졌고?

아나트

지, 지금요?


[CG: 53_i11]
페페

아나트, 너는 계속 박물관에 있었으면서 어쩌다 이렇게 먼지투성이가 된 거야? 자, 이걸로 조금 씻어!

아나트

제, 제가 야외 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폭우에 젖기 싫기 때문이에요!

[CG: 53_i11]
나란투야

훗, 아무래도 꽤 많은 사람을 구한 것 같은데.

나란투야

그래도 저 고양이들은 못 미더워. 내 부하로는 받지 말아야지.

[CG: 53_i11]
라즈바르

……저 쿠란타가 말하는 믿음직한 부하라는 건 어떤 사람이지?

아스파시아

음……

아야니

봐, 내가 나란투야는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우리를 여기에 버려둘 리가 없다고!

아야지

아야니, 앉아.

아야지

분수대가 불안정해. 우리 둘이 같이 서 있으면 쓰러질 거야. 그러니까 이젠 내가 일어날 차례야.

아스파시아

……아마 나란투야 본인처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 거야.

페페

티티, 너도 와!

페페

오늘의 햇빛이 딱 좋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