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8모래의 끝자락
나란투야는 나이츠모라의 후예로서 천도를 걷는 전통을 거부했기 때문에 환영 속에 갇히게 되지만, 나란투야와 있던 우프를 아스파시아가 쫓아내 환영을 깨뜨린다. 페페도 황량한 사막에서 깨어난다.
너희는 날 축복해야 해. 막 떠오르는 태양 아래서 춤을 추고, 칼집을 두드리며 날 축복해 줘.
아, 너희 대부분이 칼을 팔았다는 걸 잊었네. 그럼 냄비나 그릇, 모루, 펜이나 잉크병이라도 두드려.
메나트 하마이트는 보석으로 길을 포장한 곳이야. 난 지금 그곳으로 가려고 해.
알아, 너희는 그런 헛된 망상은 하지 말라며 내게 충고하겠지. 근데 내가 왜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거야?
왜 모두의 최고의 날을 살 수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해봐야겠어.
난 지금……
……아, 내 출발 의식이구나! 너무 신나게 춤을 춘 탓에 조금 어지러웠던 것 같네.
나란투야, 축복이 있기를.
내가 아는 카라반이 정기적으로 그 찬란한 도시에 가. 만약 네가 정말 그곳에 도착하게 된다면, 그 사람들을 찾아가.
하하, 역시 넌 항상 쓸만한 인맥을 갖고 있다니까!
친구가 생긴 만큼 골칫거리는 줄어드는 법이니까, 고마워.
나란투야, 난 여전히 걱정돼.
뭘 걱정해?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내가 없어도 너한테 보복하러 오지 않을 거라고.
이 모든 건 너와 상관없어. 네가 내 밑에 들어 온 건 내가 매력적이어서야.
아심 그 늙다리가 날 원망하고 여기저기 내 험담을 하는 건 속이 좁기 때문이야.
결국 날 질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날 함정에 빠뜨리고 발목을 잡으려 했어…… 내 운이 너무 좋은 탓이야. 금,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나를 너무 좋아하니까.
하지만 나란투야, 내가 걱정하는 건 너야.
이렇게 빈손으로 사막으로 들어간 뒤에 물도 못 찾고 짐승도 못 만나면 어쩌려고?
어? 우리 돈주머니가 아무리 홀쭉해졌다 해도 육포나 과일포를 준비 못 할 정도는 아니잖아.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혹시 누가 몰래 고생해 놓고 나한테 말도 안 한 거야? 누구야?
지금 당장 금화를 좀 꺼내볼게……
나란투야가 허리에 찬 돈주머니를 만졌다.
이어서 나란투야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결국 가죽 주머니를 풀어 뒤집어 흔들었다.
모래 알갱이 몇 개가 끝없는 사막에 떨어졌다.
이상하네, 난 거지나 부랑자를 만난 기억이 없는데……
오히려 부자들과 더 많이 만난 것 같은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나란투야,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물 찾는 비결을 너한테 알려줘야겠어.
지금 같은 상황엔 폭도 두목에게 희생양으로 선택될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모두의 생사가 걸린 비법을 꼭꼭 숨길 이유도 없지.
좋아, 이 축복은 마음에 드네.
그 금화 몇 개는 유사에 흘려보내 주는 걸로 하자.
나란투야, 나도 정말 걱정돼.
이상하네, 넌 또 뭐가 걱정돼? 내가 다시 마차에서 노예 꼬마를 납치해 와서 가장 글자를 모르는 사람 타이틀을 뺏기라도 할까 봐?
난 네 검은 칼 두 자루가 걱정돼. 오랫동안 쓰지도 않았고, 관리도 안 했잖아.
관리하기 귀찮아서 이 골동품 칼을 쓰지 않는 거야. 난 차라리 현대의 재료와 기계로 만든 것을……
……내 칼은? 내 단도는? 내가 준비해 둔 마비 독과 포자병은?
하아, 나란투야, 내가 걱정하는 건 네가 항상 새 부하를 모으려 한다는 거야.
너 혼자 출발하더라도 즉시 도움이 될 만한 부하를 만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은 나랑 아야지처럼 네가 구해주는 경우가 더 많잖아……
나 '혼자' 떠난다고? 너희는 나랑 같이 그 '찬란한 도시'에 안 가?
그래서 나랑 아야지가 정글 벌목장에서 두 달 동안 일해 모은 금화를 전부 찬란한 도시로 흐른다는 강에 던졌어.
강물이 불어날 때 네가 그걸 주웠으면 좋겠어. 네 천도가 더 순조롭기를……
좋아, 그 축복도 마음에 들어. 정글은 강 하류에 있긴 하지만.
……잠깐.
천도?
응, 천도.
나란투야, 넌 준비됐잖아. 그렇지 않아?
아니, 아직이야. 그건 언제 적 일인데?
……지금의 나는 “혼자인 데다, 부모님이 주신 무기 외엔 아무것도 없어”……
……그렇다면 난 찬란한 도시에 안 갈래. 안 갈 거야!
젊은 나이츠모라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버든비스트 무리를 향해 큰 걸음으로 걸어갔다.
순간, 모래 속에서 높은 벽이 솟아올랐다. 눈부신 햇빛이 일부분 지워진 듯했다.
……내 버든비스트는? 내 텐트는?
나란투야가 눈을 비볐다.
마치 스스로 만든 악몽에라도 빠진 것처럼 나란투야의 시야는 점점 좁아졌고, 앞으로 똑바로 뻗은 길만 남았다.
“앞으로 가라, 네 용기를 증명하고 천도를 걸어라.”
“이 한 걸음만 나아가면……”
싫어! 천도는 너무 무서워! 죽게 될 거야!
살려줘!!
이상해. 이곳의 금속 인형들은 꼼짝도 안 하네.
저기 누가 쓰러져 있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지금……
……!
……비켜!
뭐라고?
내가 방금 땅바닥에 누워있었는데, 거대한 백비스트가 내 머리를 밟고 있었다고?
백비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잡을 새도 없이 먼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어쩐지 꿈에서 머리가 아프더라니. 그리고 뭔가 '우우'하는 말소리도 들렸어. 내 얼굴, 다친데 없지?
……없어.
다행이네.
그 백비스트를 어떻게 쫓아냈어? 내가 꿈에서 한참을 소리쳤는데도 안 되던데.
……
긴급사태라 바로 폭력적인 수단을 썼어.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어떨 땐 무력이 최고라니까!
역시 넌 믿음직한 부하야, 고마……
아니 아니, 부하가 아니라.
……빨리 가는 게 좋겠어, 이 금속 인형들은 언제든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여긴 안전하지 않아.
나한텐 꽤 안전한데.
하아, 강의 신은 내게 의로운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를 줬는데, 왜 길거리에서 잠들어버렸던 거지……?
그것도 좋은 꿈을 꾸면서.
……거리가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당신은 바닥에 누워서…… 그것도 좋은 꿈을 꿨다고?
응, 내 출발 의식 때의 꿈을 꿨어. 아주 떠들썩했지, 게다가 다들 박자도 아주 딱딱 맞았어.
당시 메나트 하마이트에 간다고 했을 때, 예전 부하들이 날 그렇게 지지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당신이 여관을 나간 후에 아야지, 아야니랑 잠깐 얘기를 나눴어.
걔네 둘도 그랬지? 대부분 사람들 생각엔 내가 헛된 꿈을 꾸고 있다고.
맞아.
하지만, 어차피 깨게 될 꿈인데 왜 가장 좋은 꿈을 꾸면 안 돼?
……푸훗.
우리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 것 같네.
그래도 당신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스파시아가 나란투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우리 화해한 거……
……잠깐만.
아야니, 무슨 일이야?
나란투야! 살려줘!
박물관이! 전혀! 안전하지 않아!
“호라헤트는 보았다.”
……누구예요?
티티, 방금 뭐라고 했나요……? 이명 때문에……
나 아닌데.
……게다가 나도 들었어.
네? 설마요.
이 유물이 말을 한다는 건가요?
으아아…… 왜 전에는 말을 하지 않았던 건가요?!
……
영원의 수호자여, 응답하라, 응답하라, 응답하라.
뭐에 응답하라는 거야?
……
그는 배를 몰았던 외지인에게 이곳을 걷는 법을 가르쳤고, 황금의 칼을 든 군대로 이곳에 오려는 자들의 호기심을 차단했다.
그의 잔에 담긴 달콤함과 쓴맛은 모두 행인에게서 착취한 것이며, 그의 발밑 모래에는 먼 북서쪽의 뼛조각과 석탄이 묻혀 있다.
그가 세상에 남긴 '명'을 말하라.
……
……
……아나트.
이것들이 '말을 한다'고는 보기 어려워. 일단 말이 통하지 않아.
그냥 수수께끼를 내는 것 같아…… 마치 네가 금고를 열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처럼.
하,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수수께끼가 어디 있나요?!
카운트다운, 3분.
으아아악!!
시한폭탄이 되어버렸어요!
……잠깐, 아나트, 진정해!
박물관 직원들이랑 연락할 수 있어?
왜, 왜죠……?
아무래도 이건 역사에 관한 수수께끼 같아.
분명…… 네가 제일 좋아하던 책은 《대지 여행》 아니었어? 그 책이 어디 있지?
티티, 251페이지를 펴주세요!
자.
……당신이 질문한 건, 베야드 파디샤에요. 그 사람은 이베리아-사르곤-볼리바르 무역로 개척에 동의했고, 그 후 볼리바르의 사탕수수와 커피 원두를 수입했죠.
“대지의 종기와 공생하며, 작은 머리들이 가죽 허리띠에 꿰어져 함께 울부짖는다”……
태그에 따르면, 62페이지에 있어야 해요.
샌드비스트에요. 6세기에 사르곤 북부에서 샌드비스트 사냥 열풍이 있었어요.
박물관에 있었던 샌드비스트 머리를 줄줄이 엮어 만든 퇴마 장식품, 저희는 그것이 근거 없는 자연 숭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역사를 목격한 여러분은 사실 계속 알고 있었던 거군요. 샌드비스트 사냥의 원인은 고농도 활성 오리지늄 환경으로 인한 소수 샌드비스트의 변이 때문이었던 거죠. 맞나요?
좋아요, 다음 구조체, 다음 문제를 부탁해요.
“호수 밑의 유적, 백 대의 자손을 늘린 조상, 그리고 그 조상의 목을 벤 자손”……
이건 태그를 찾을 필요 없어요. 100페이지에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건 고고학의 수수께끼야. 천 년 전 고대 촌락의 주민들이 집단 처형됐는데, 발굴됐던 처형 도구가 근대의 합금 재료로 만들어진 거였어.
하지만 답은 여기 적혀 있어. 거의 아무도 직접 본 적 없는 종족인 페트람은 고대부터 독특한 제련 기술을 전승해 왔대.
자, 다음 문제……
책장을 넘기면서 구조체들의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렸고, 소란도 점차 잠잠해졌다.
멈춰있는 구조체는 마치 아나트의 청중처럼 아나트의 곁에 모여 있었다.
아나트는 처음 연단에 섰을 때의 일이 기억났다. 티티는 청중을 박물관의 유물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했고, 그렇게 하면 긴장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계속 말하면 돼, 아나트.”
……음, 이건 금기시되는 말이지만, 살카즈가 확실히 사르곤에 발을 들인 적이 있어. 그 오래된 저주가 얼마나 많은 역사의 주석에 남아있는지는 아직도 몰라.
맞아요, 티티. 이것도 당신이 제게 알려준 거예요.
응? 저주를 말하는 거야?
아뇨, 전 계속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사르곤이 보유하고 있는 문자로 기록된 역사는 이미 다른 나라의 황량했던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사르곤을 떠나 유학을 떠난 당신이 무엇을 볼 수 있었을지 궁금했죠.
그래서 전 《대지 여행》을 펼쳤어요.
그리고 유한의 생명 속에서 우리가 이 대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많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저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는 짧은 생명을 바쳐 무한한 시간에 대해 탐구하는 거예요.
맞아, 우리는 영원한 수호자가 아니야. 그래서 모든 걸 직접 경험할 순 없어.
그런데, 만약 그런 기회가 있다면, 넌 주바이르처럼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그 이후에 있을 역사를 계속 지켜볼 거야?
……
사실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 구조체들은 역사 문답을 통해 저희가 과연 구조체를 통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구조체의 인증 모드를 발동시킨 문장은 무엇일까요?
그 사람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핵심 암호를 '호라헤트'로 정했던 걸까요?
너무 어두워…… 여긴 어디지?
내가…… 그 괴물의 뱃속에 있는 건가……
바람 소리……
음…… 이 앞은……
사막 속 호수……?
황금빛 사막 한가운데 에메랄드빛 호수가 있었고, 바람은 호숫가의 야자수를 살랑이며 페페가 들었던 나뭇잎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호수에서 잠수하고 있던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아름다운 금빛의 린수가 쥐여있었다.
소년은 린수를 소중히 들고 조심스럽게 페페에게 다가왔다.
저기…… 꼬마야, 뭐 하나 물어봐도……
누나, 내가 뭘 잡았는지 봐!
누나? 누가 네 누나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어머니를 여기 고향에 묻겠다고.
어머니를 위해 예쁜 무덤도 만들어 주신댔어. 예쁜 연못도, 연꽃도 가득할 거야.
난 이 작은 금빛 린수를 그 연못에서 키울 거야. 이 녀석이 나 대신 어머니 곁을 지켜주겠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누나……
누나라고 부르지 마! 내 동생은 너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아버지…… 아버지의 정복은 계속될 거야. 어머니가 떠났다고 멈추지 않아.
아버지는 우리에게 여쭤봤어. 여기 행궁에 남을지 아니면 아버지와 함께 계속 동쪽으로 갈지.
저기…… 꼬마야,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난 아버지와 함께 동쪽으로 가고 싶어. 더 먼 곳에 있는 땅을 보고, 정복하고 싶어.
나랑 같이 가자 누나. 누나의 파피루스 두루마리와 골풀 펜을 가지고 가자. 기록할 만한 것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난 아버지처럼 큰 업적을 이룰 거야.
난 누나가 쓴 글의 주인공이 될 거야!
나랑 같이 가자, 누나!
저기, 꼬마야, 정말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음……
나는 너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가겠어, 주바이르.
누구……?
페페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얀 연꽃을 든 소녀가 있었고, 이마의 연꽃 모양 금장식은 햇빛에 반짝였다.
그 이마 장식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진 페페는 자신의 이마를 살짝 만져보았다.
그 순간, 페페는 반짝이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