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4가보, 황금 슬리퍼
집회가 시작되기 전, 페페와 아스파시아를 돕는 나란투야는 각자의 방식으로 원하는 상품을 반드시 얻고자 한다. 한편, 박물관에서는 아나트와 메제티케티가 박물관 운영 방식을 두고 언쟁을 벌이게 된다.
오, 여기서 뵙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하트셉수트 님.
이번에 가져오신 신력기 초기의 슬리퍼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죠. 수백 년 전 고대인들의 신발 제작 기술이 이렇게 정교할 줄은 몰랐습니다.
발 모양에 이렇게 꼭 맞는 신발을 만들다니. 장식된 연꽃무늬도 정말 생동감이 느껴지는군요.
게다가 이 슬리퍼는 대폭발이 발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만들어졌죠. 당시의 급격한 기후 변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한 쌍이 아닌 한 짝뿐이라 대회에서 1등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괜찮아. 2등도 나쁘지 않아. 참가에 의미를 두는 거야.
그렇긴 합니다. 하트셉수트 님은 파디샤의 따님인 데다가 미래의 파디샤 자리를 이을 분이시니까요. 이런 작은 영예는 신경 쓰지 않으시겠죠.
그건…… 아직 멀었어. 불확실한 일은 차고 넘치잖아.
제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하트셉수트 님의 동생분께서 사관의 후계자가 되었고, 2달 후에 황금의 도시로 떠난다고 들었습니다.
아, 하트셉수트 님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분을 제치고 선택됐다니, 동생분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이 가네요.
아…… 재능은 비슷해. 나랑 동생이랑 둘 다 비슷해.
그런 말씀 마시죠. 파디샤가 되는 데 재능과 능력이 필요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트셉수트 님께서 파디샤가 된다면 가문의 영광을 이어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도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하트셉수트 님의 가문은 사르곤의 찬란한 사관 가문이니까요.
……
이제 곧 우리 차례야. 결정했어?
아직.
그렇게 자신 있게 참가 신청 줄에 섰으면서 보물이 하나도 없다고?
내 걸음걸이에 개선할 점이 있다고 생각해?
아니. 별로.
이럴 때는 역시 내 도움이 필요하네.
난 내 부하가 손해 보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아. 시간을 조금 줘. 방법을 생각해 볼게.
……
나는 단거리 달리기에서 은메달을 땄어.
그 금잔을 들고 도망치겠다고? 안 돼.
이 부자들이 데리고 온 경호원들은 다 대단한 실력자들이야. 저 사람을 봐, 걷는 모습만 봐도 아미르의 군대에서 오래 일한 게 티가 난다고.
무갑주 격투에서도 은메달 땄어.
훔치겠다고? 피해자가 현장에 있는데 어떻게 훔친 물건으로 대회에 나가?
그리고 제전 무용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땄지.
……그쪽으로 갈 생각이야?
아, 자신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는데……
사실 나는 서로 다른 10개 종목에서 10개의 은메달을 땄고, 항상 그것들을 가지고 다녀.
……은메달 10개?
이 메달들은 미노스 전통문화의 구현이자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명예야.
명예는 본래 우열을 가리는 진귀한 것으로 취급되어선 안 되지만, 상황이 특수하니까 이럴 수밖에 없어.
그리고 나란투야, 오해하지 말아줘. 난 절대 그런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에 참여하지 않아. 그건 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될 테니까.
……
아까는 내가 널 오해했어.
아, 내 믿음직한 부하, 내 사업……
미안,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냐. 금메달이 하나도 없어서 금잔을 그렇게 갖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하.
걱정 마. 나한테 계획이 있어.
……
크흠……
저기…… 사자께서 저를 여기로 부르신 건, 무슨 지시가 있어서인가요?
응? 아냐, 지시 같은 건 아니고, 그냥 부탁을 하나 하려고.
황금 슬리퍼 하나를 보게 되거든…… 너무 높은 점수를 주지 마.
아, 물론 너무 낮게 줘서도 안 돼! 역사학자의 전문성은 지켜야지! 예를 들자면, 한 2등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아.
부탁해, 이거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
……그 전시품은 그 자체로 귀중한 역사적 가치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뜻대로 점수를 낮춘다고 해도, 다른 참가자들에게 불공평한 일은 아닐 겁니다.
……
내 신분을 짐작했다면, 비밀로 해줘. 고마워.
네, 알겠습니다.
……미안해.
예전 선생님들, 고고학 동료들…… 나중에 꼭 사과할게.
딱 한 번…… 이번만큼은 절대 질 수 없어! 왜 다들 내가 그 녀석한테 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악!
(입을 막으며)…… 나 때문에 놀란 건가?
기억했지? 다시 말해봐.
미, 미노스의 은메달 세트…… 높은 점수… 꼭 3, 3등으로……
맞아.
걱정 마. 너랑 같은 방에 있던 심판들은 대부분 만나봤어. 다들 나랑 잘 통하더라고. 너도 그랬으면 좋겠네.
아…… 파디샤님…… 부패한 자의 교수대…… 용서해 주세요……!
(……말도 안 돼. 놀라서 일어나지도 못한다고? 아까 경비원이랑 다른 심판들을 협박할 땐 이런 반응까진 아니었는데, 무슨 환각이라도 본 건가?)
(하아, 문 앞까지 옮겨다 줘야겠다. 혹시 오리지늄 아츠를 너무 강하게 쓰기라도 했나?)
(잠깐, 발소리다.)
음…… 그 심판은 여기에도 없네. 그럼 경비원이 회의실로 데려갔겠지.
내 할 일이나 해야겠다. 태양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어머, 이게 누구야? 운이 정말 좋은걸.
저기,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기쁜 소식입니다. 당신의 전시품이 최종 평가 단계에 진출했습니다. 즉, 대회 3위 안에 들어갔다는 얘기입니다.
그 얘기 말고, 그다음.
잠시 후 저를 따라 강가로 이동해 주시죠. 시상식과 보물을 강에 넣는 의식에 함께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내 메달 10개를 강에 던지겠다는 거야?
그럴 리가요. 그건 너무하잖습니까. 저희는 결코 강의 신을 그렇게 모독하지 않습니다.
보물을 작은 파피루스 배에 실어서 금은보화로 무게를 맞출 겁니다. 그리고 모두가 경건하게 찬송하며 제물이 천천히 가라앉는 걸 지켜볼 예정입니다.
그런 내용은 홍보 책자에 없었는데.
죄송합니다. 출품자가 서명해야 하는 참가 안내서에 적혀있습니다. 집회의 본래 목적은 역사적 가치가 가장 높은 보물을 선정해 신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죠.
매년 범람 축제 때마다 신의 총애를 받은 행운아는 강가를 거니는 신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
미안, 내 실수가 맞네.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돼서 신청하는 바람에 수십 페이지나 되는 참가 안내서를 다 읽지 못했어.
이렇게 하죠. 관광객이 최종 평가에 올라온 경우가 극히 드문 만큼, 지금 다시 한번 확인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참가를 계속하시겠습니까?
……
나란투야……
……아직 돌아오지 않았네.
전문가와 상담하고 싶으신가요? 집회 수석 심판과 연결해 드릴……
괜찮아. 내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니까.
참가할게.
여보세요? 아나트, 들어봐! 오늘 저녁에는 축하파티를 준비해도 돼!
응응, 말할 것도 없지. 전시품을 빌려준 은혜는 절대 저버리지 않을게!
약속할게. 저녁에 돌아가면 네 앞에서 보석을 넣을 거고, 주바이르에게 변화가 생기면 너도 보게 될 거야.
……안심해, 주바이르는 내가 잘 보호하고 있어. 절대 더러워지거나 손상되지 않을 거야.
……자, 잠깐 바꿔 달라고? 안 돼, 주바이르는…… 내가 보호하고 있다고 했잖아.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통신기를 건넬 수 있겠어.
저기, 다른 얘기나 하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확실하게 2등을 하기 위해 아침 내내 그 늙은 학자 심판들이랑 실랑이를 했다니까.
들어봐, 행사장에서 곧 심사 결과가 발표될 거야. 그 보석만 받으면 바로 조용한 박물관으로 돌아갈……
아, 실례.
아, 괜찮아……
……이상하다, 이쪽 길은 좁지도 않은데.
휴, 이제 안심이에요. 보석에 대한 일은 페페가 해결했고 주바이르도 별일 없다네요.
조금 있다가 같이 음료나 한잔할까요?
……
……왜 우물쭈물하는 건가요?
네가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티티, 당신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특별전을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사고를 포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일종의 쇼라고 생각하면 돼. 더 생동감 있고…… 생생함이 느껴지는 전시랄까?
움직이는 미라와 유물을 전시하고 겸사겸사 입장료도 올리자는 건가요?
그런 거지……
이곳 현지인이 무엇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지는 알고 계시죠?
박물관 전시품이 좀 이상하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잖아!
내가 있던 컬럼비아 박물관에도 '성공하면 실패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과학기술 전시회'가 있었다고.
하지만 티티, 이곳에서는 돈벌이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그런 상업적인 운영 방식이 많은 사람을 화나게 만들 거예요. 정말 많은 사람이 화를 내겠죠.
이 도시의 존립 기반이 바로 역사니까요!
이 도시의 존립 기반은 거의 고갈된 그 보석 광맥 아냐?
……이따가 귀족들과 만날 때는 그런 말은 삼갔으면 좋겠어요.
그 가문은 박물관 로비에 있는 무덤의 벽돌만큼 오래된 가문인 데다가, 보수적이거든요.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아미르, 파디샤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페페네 가족처럼 매년 제때 돈이나 잔뜩 보내고 이곳에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는 건가?
티티, 관장 대행 자리는 어렵게 얻어낸 거예요. 귀찮은 일은 정말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귀찮은 일……? 이걸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럼 네 말대로 하자. 난 먼저 갈게.
티티, 저는……
(괜찮으세요? 땀을 많이 흘리시는데……)
(그, 그런가요? ……오늘 밖이 너무 더워서요, 하하. 그쪽도 땀을 흘리고 계시는군요……)
다음은 찬란한 사관 가문의 후계자, 왕과 영웅을 칭송하는 자, 사르곤 전역을 누빈 탐험가, 박학다식한 사람, 고귀한 파디샤의 딸……
하트셉수트 님께서 가져오신 진귀한 보물입니다!
(그럼…… 이 결과는 그쪽이 발표해 주시겠어요?)
(아니요, 중요한 기회인 만큼 그쪽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그럼 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크흠……
아, 아, 이 황금 슬리퍼는 금실로 짠 연꽃이 장식되어 있고, 당시 급격히 변화하던 사르곤의 기후에 맞춰 특별히 디자인되어 매우 뚜렷한 시대적 특징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것은 유명한 제국 사관 가문에서 사용하던 것입니다.
시장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된, 게다가 사관 가문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 생활용품을 보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전 집회에서 봤던 사관 가문에서 나온 것들은 대부분 편지나 문서 같은 소장품이었죠.
하지만 오늘, 이 슬리퍼는 그 시대의 귀족들이 살았던 다른 생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지요!
네, 평가 감사합니다. 이제 심사위원단의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고, 하트셉수트 님의 최종 점수는……
94.95점입니다.
이런……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하트셉수트 님. 0.05점 차이로 현재 2위입니다……
공정성의 원칙과 역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나온 결과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트셉수트 님.
괜찮아 괜찮아, 내 예상대로니까. 히히.
메나트 하마이트는 당신의 시험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죠.
네, 다음은 이번 대회의 마지막 전시품입니다……
……타국에서 온 보물, 미노스의 은메달 세트입니다. 전문가의 평가를 들어보겠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사르곤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도 찬란한 문명이 있었고, 미노스 지역의 일부 문화예술은 사르곤의 풍습과도 잘 어우러집니다.
이 은메달 세트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미노스인의 전통을 보여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전시품에 비해 제작 연도를 매우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리고……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의 삶에 금제품은 매우 많지만, 은제품은 매우 드뭅니다.
사실, 역사를 돌아보면 은이 금보다 더 귀했던 시기도 있었죠.
정말 흥미로운 평가네요! 그럼, 최종적으로 도시를 대표해 강에 제사를 지낼 기회를 얻게 될 세 분은 누구일까요? 이 보물의 최종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고, 미노스에서 오신 아스파시아 님의 최종 점수는……
94.60점입니다.
정말 전례 없는 치열한 경쟁이었습니다! 아스파시아 님, 최종 3위입니다. 아쉬운 결과긴 하지만 그래도 제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고마워, 내게 필요했던 거야.
하지만 허락만 해준다면 대회가 끝나고 상품 구성에 대해 항의하고 싶어. 미노스의 금잔이 3등 상품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알겠습니다. 일단 무대로 올라오셔서 출품하셨던 전시품을 가져가시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주세요.
3등, 아스파시아 님.
2등, 하트셉수트 님.
1등, 라샤드 님.
세 수상자께서는 출품했던 전시품을 조심히 받아주세요……
앗……!
정말 죄송해요. 너무 더워서 어지러운 바람에…… 제대로 잡지 못하고 놓쳐버렸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 안타깝게도 제가 가져온 이 도자기가 깨져버렸네요. 깨진 조각으로 강에 제사를 지내긴 어렵겠죠?
이건…… 전례 없는 일인데요……
정말 속상하네요…… 아무래도 1등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파디샤의 딸 하트셉수트 님, 이 행사장에 당신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1등은 당신이 받아야 마땅해요.
이렇게 하죠. 제가 순위를 포기하고 대회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뭐?
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동의하실 거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파디샤의 따님께서 대회 1등을 차지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2등부터 4등까지의 참가자들이 차례로 1, 2, 3등 상을 받게 됩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