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4희생과 대가
어비설 헌터스들을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 블란두스 고문은 수년 만에 헌터들의 수술을 집도하지만, 심해 교회의 습격이 뒤따른다. 한편, 세쿤다와 울피아누스는 데이터 분석가의 은신처에서 마주치게 되고, 데이터 분석가는 마지막 단서를 남겼지만 이미 시본으로 변해 있었다.
검사 결과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수술실의 생물 안전 조건은 허용 수준입니다.
언제든 수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헌터들이여,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동화 수술은 깊은 수면 상태에서 진행될 걸세.
그 후 수동으로 자네들 체내의 노화된 자가 적응 접점을 보수할 거야.
이 방 가득한 샘플들 그리고 이 실험대들. 정말 익숙한 배치네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런 곳에서 수술을 받은 지 얼마나 지났죠?
5년이네, 로렌티나.
본래는 골수 대체 수술의 전체 과정이 끝나고, 자네 체세포와 오리지늄의 융합률이 안정되면 어비설 헌터스로서 자네가 지닌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네만.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최대한 자네가 기존의 안정된 상태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할 수밖에 없었지.
미안하네, 로렌티나.
여전히 감성적이시네요.
아, 맞아요. 이전처럼……
자네 옆에 양초를 켜려는 것이지? 우리의 작은 인어가 잠든 모습이 너무 창백해 보이지 않게 말이야. 미리 준비해 뒀네.
역시 기억하고 계시네요.
휴면 용액을 채우고 있습니다. 자세를 편안히 하시고, 움직이지 마십시오.
지금 이 상황, 예전이랑 비슷하네.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만 빼면.
해구에 있는 그 잔챙이들을 처리하고 눈을 감고 고문의 잔소리를 들으며 휴면 용액에 몸을 담그고 한숨 자는 게 말이야.
잠에서 깨면 몸에 남아있던 그 역겨운 냄새들이 모두 사라졌었지.
열악하고 변화무쌍한 육지에서 오랫동안 관리를 받지 않은 까닭에 자네들의 신체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네.
자가 적응 접점은 자네들 체내의 시본 유전자를 자체적으로 감시할 수 있지만, 5년 간의 마모는 가장 정밀한 기기도 무뎌지게 하기에 충분하지.
게다가 오랜 시간 시본 유전자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면역 체계도 어쩔 수 없이 균형이 깨졌을 테지.
최상의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5년의 세월이 빼앗아간 것들을 되찾아줄 순 없을 걸세.
응.
글래디아, 평의회에서 우리의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 난 지금 이 순간을 자네들이 고향에 돌아온 후 우리의 첫 만남이라 여기고 싶네.
하지만 아까부터 자네는 계속 말이 없군.
블란두스, 이 수술에 대해 설명할 내용이 또 있나요?
없다면,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같은 많은 얘기들은 나중으로 미루죠.
……
움직이지 마십시오. 휴면 프로그램이 10초 후에 시작됩니다.
그럼, 잘 자게나. 헌터들이여.
블란두스 고문님, 다시 확인해 주셔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이미 말했잖나. 수술실은 봉쇄됐고 난 헌터들의 자가 적응 접점을 수리해야 한다고. 누구도 방해해선 안 되네.
중앙 통제층에서 이상을 발견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직접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다리게, 문을 열겠네.
돔 위의 감시 유닛이 도시를 긴급 스캔했고, 여기서 밀집된 해조류 생물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알려줘서 고마워.
별말씀을요.
툴리아 씨의 조사에 이미 참여하셨으니 도중에 빠지실 이유도 없으니까요.
지상과 돔의 경계…… 여긴 원래 트랙용 산호의 실험 농지였습니다.
생태 예술 창작소의 전문적인 재배 환경에는 못 미치지만 개인 공간의 소형 수경 재배 상자보다는 이곳이 조류 재배에 더 적합하죠.
성격 탓인지 불순한 동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툴리아 씨는 공식 절차로 용지를 신청하지 않고, 무단으로 여길 찾아냈습니다.
툴리아 씨는……
구체적인 상황은 모릅니다. 안에 심해 교회의 은신처가 있을지, 툴리아 씨가 그 안에 있을지…… 어쨌든 조심해야 합니다.
제1대가 이미 주변 거리에 배치돼 도로를 감시 중입니다. 아이린, 당신은 제2대를 따라 지상 도로에서 진입하세요.
돔 중간층과 연결된 이 길은 제가 맡겠습니다.
알겠어.
행동 개시.
누구지?
세쿤다 지휘관님. 그쪽에 무슨 일 있습니까? 지원이 필요하십니까?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방이 떠나려는 길에 그녀가 나타났다.
상대방은 건물 모서리가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 있었고, 온몸은 그림자와 같은 색이었다. 오직 보이는 그 눈은, 세쿤다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눈이었다……
……계획대로 진행해.
세쿤다가 통신을 끊었다.
……
……오랜만입니다, '선생님'.
항로 계획의 무기 기술 고문이자 제4급 무기 연구 전문가인 블란두스, 맞지?
……자네들은 연구소 사람들이 아니군.
움직이지 마. 이 긴수염 이빨풀의 촉수에 찔리면 곧 혼돈의 꿈속으로 빠져들 거고, 자신의 의식이 어떻게 찢겨나가는지 천천히 느끼게 될 테니까.
지금 안락사에 사용되는 건 길들여진 품종이지만, 야생 원종의 효과는 훨씬 더 잔혹하지.
당신은 이미 반쯤 죽은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죽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잘 알아.
심해 교회인가?
휴면 중인 헌터들을 방해하지 마!
정말 드문 일이군.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헌터들을 걱정하다니.
헌터들을 아끼지만 어비설 헌터스 계획 자체는 전혀 신뢰하진 않았어. 그 타당성, 인간성에 대한 해악에 의문을 가졌고, 그로 인한 희생을 의심했지.
당신이 참여한 이유도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위험을 직접 통제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야.
당신은 그 계획의 파탄을 직접 경험했고, 이렇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가 의문점을 남기고 실패한 후 급하게 종결되는 걸 목격했지.
그런데 궁금하네. 살아남은 헌터들이 에기르로 이제 막 돌아왔는데, 당신은 자기 손으로 직접 그들을 다시 전장으로 돌려보내려는 건가?
아니, 자네들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나. 내가 하려는 건 그저 그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뿐일세……
그렇다면 왜 이 수술을 멈추지 않고, 그들이 항로 계획의 전투에 투입되는 걸 막지 않지?
수술의 모든 장비는 자동으로 움직이네. 나는 멈출 수 없어……
수술대 아래의 산소 공급 선을 끊으면 강제로 수술을 중단할 수 있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어.
당신이 하기 싫다면 우리가 대신해줄 수도 있지.
고문, 헌터들을 처리한 후에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어. 제4급 무기의 구현 원리와 중지 방법에 관해 설명해줘야 하니까.
멈추게! 수술 과정을 강제로 중단하면 헌터들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돼……
쓰레기 같은 놈들.
연구원은 그 자리에 멈춘 채,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했다. 창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
가슴에 구멍 나고 싶지 않다면 손을 놔.
왜 여기 계신 겁니까?
무의미한 질문은 하지 마라, 세쿤다.
……
당신도 툴리아 씨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군요. 뭘 발견했습니까?
그 데이터 분석가는 연루되어 버린 평범한 사람일 뿐이야. 툴리아는 알아서는 안 될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관련자들에게 경고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지.
넌 한발 늦었다. 툴리아의 상태는 과거의 일과 아무 관련이 없어.
도시 밖의 전투, 도시 안의 이상 움직임. 해양 순찰대가 항로 계획에 제외되어있다는 점…… 넌 이상한 점을 충분히 눈치챘지만, 동시에 너무나 쉽게 시야가 가려졌지.
그 말은…… 카시아입니까?
그래.
넌 원래 집중력 있고 날카로웠지.
그래서 당시 네가 어비설 헌터스 연구소를 떠나 해양 순찰대에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난 네가 정말 신중히 고민한 끝에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선택했다고 믿었다.
적어도 단순한 충동적인 행동은 아니겠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차림새 말고는 말투조차 변하지 않았군요.
연구원이든 헌터이든, 당신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으신 적이 없었지만, 당신이 보기에 잘못된 질문에는 절대 답하지 않으셨죠.
무의미한 답변은 없다. 답변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질문이지.
질문은 사고력을 훈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너의 질문은 항상 정확했지, 세쿤다.
그래서 제 첫 번째 질문이 틀리지 않았던 거군요. 울피아누스, 이곳에 왜 나타나신 겁니까?
여긴 해양 순찰대가 사건을 조사하는 현장입니다. 잠적했던 헌터가 지금 이 순간 할 일은, 닻을 내려놓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입니다.
글래디아 일행은 이미 항로 계획의 전투에 전력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살아남았으면서도 이런 식으로 밀리아리움에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죠.
……제겐 이미 당신을 공격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 세 명의 귀환은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툴리아의 일을 봐도 알겠지만, 항로 계획이란 건 이미 많은 결함을 갖고 있지.
에기르는 어비설 헌터스 계획의 실패를 통해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다.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
이 국가가 심연 속으로 침몰되려는 걸 막으려고 하지.
하지만 지금 당신은 오히려 우리의 적처럼 보입니다.
마음대로 의심해도 좋다, 세쿤다.
(날카로운 울음소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죠?
평범한 에기르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을 뿐이야.
하지만 에기르는 이제 그녀에게 어떤 경의도 표하지 않겠지.
당신은……?
아이린 님……
울피아누스?
아무도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헌터는 이미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 넌 왜 휴면 상태로 들어가지 않은 거야?!
나뿐만이 아니다.
……
……
안녕, 그 뭔가 풀 같은 것을 든 손을 고문님 목에서 천천히 떼도록 해.
너……
으악……
하얀 손이 '연구원'의 손에 있는 식물을 꽉 잡았다. 식물의 빛나는 촉수가 격렬하게 몸부림치다가 하나씩 끊어졌다.
천천히 떼라고 했잖아.
연구원들은 모두 장비 회수실에 있어. 마비 약물을 주사한 것 같아. 깨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바깥 복도에 있던 놈들은 내가 이미 처리했어.
살려뒀겠죠?
적어도 해양 순찰대가 인솔하기 전까진 죽지 않을 거야.
글래디아, 로렌티나, 스카디……
블란두스는 수술실 중앙에 서 있었다. 어비설 헌터스는 바닥에 쓰러진 불청객들을 넘어 그에게 다가갔다.
어비설 헌터스는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있었다.
고문, 용액에 무슨 짓을 했는지 해명하고 싶지 않아?
……
휴, 친애하는 고문님, 우리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소드피쉬는 처음부터 의심스러워했어요.
우리는 최소한 수백 번의 수술을 받았어요. 이 용액 속에 누워 있던 시간이 침대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길 지도 모르죠.
수술이 우리 몸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지 못했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전장으로 돌아가길 선택했을 겁니다.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
처음 울피아누스가 날 찾아왔을 때, 난 이 계획의 참가자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었지.
난 각계각층에서 온 동포들이 결국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네.
스카디는 계속해서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복잡한 조명 배열 부품을 만지작거리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해저 영상을 찍을 수도 있었지.
……
로렌티나의 재능이라면 형체 예술 연구소의 차세대 스타가 됐을지도 모르네.
우리가 아름다운 별하늘을 돔에 비추면, 투지장에서 유성과 함께 춤을 췄겠지……
아니면 모든 도시의 거리 구석구석에 자신의 조각 작품을 세웠을 수도 있네.
……
부유 조류 배양 기술자 플라비우스, 작곡가 노나, 특수 생물 연구원 루니아, 그리고 최연소 과학 탐사 함대의 함장 켈수스……
글래디아, 우리는 여전히 그 헌터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희생을 겪었어.
그 진부한 말은 당신에게서 한 두 번 들은 게 아니에요.
블란두스, 그 어리석음과 나약함 때문에 당신은 내 창에 찔려 죽을 뻔했어요.
하지만 이 심해 교회 쓰레기들이 때마침 나타났군요.
그 자들이 우연히 내 결백을 증명했다는 말인가?
그럴 필요 없네, 글래디아.
내가 하려는 일은 변하지 않을 거야.
당신의 결백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 말은, 이 쓰레기들이 이 시점에 자신을 드러내 위험을 무릅쓰고 헌터들의 전투 참여를 막으려 했으며, 심지어 무기 기술 고문인 당신을 납치하려 했다는 것……
이건 항로 계획이 유효하다는 증거죠.
블란두스, 항로 계획의 무기 기술 고문. 당신의 얕은수는 그만두고 우리를 위해 수술을 마치세요. 그리고 당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세요.
클레멘티아의 계획대로, 제37호 소굴의 위치를 파악하는 즉시 제4급 무기가 항로 주변의 모든 소굴을 공격할 겁니다.
심해 교회는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어요. 방금 그 쓰레기들의 말로 보아, 놈들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
블란두스, 어비설 헌터스 계획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옛정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약해진 거라면, 그걸 잊으세요.
글래디아.
자네는 여전히 예전 그대로군.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자신에게 더 엄격해졌어.
제 자신에 대한 잣대와는 아무 상관없어요.
어제, 우리는 시본의 공격에서 두 함대를 통틀어 겨우 26명밖에 구해내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 옛 연구소에 도착하기 전, 저는 그 26명의 군단 병사가 이미 새로운 전투 부대에 지원했다는 걸 알게 됐죠.
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어떤 전사도 전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요. 그뿐입니다.
……시본.
돔과 지면이 맞닿은 곳에는 개조된 수경 재배 상자가 벽 전체에 가득 차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일부 몸집이 큰 덩어리들은 이미 상자 벽을 넘어 뻗어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어두운 바다를 마주 하고 있었다.
(모호한 울음소리)
시본 한 마리가 홀로 떠돌고 있었다. 마치 길을 잃은 유령처럼.
상체의 촉수로 투명한 용기를 단단히 감고 있으며, 나머지 부분으로 몸을 흔들며 수경 재배 상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어색한 움직임……)
(아직 이 몸체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당신은……
툴리아 씨?
툴…… 리…… 아……
말을 할 수 있나…… 아직 인간의 의식이 남아있어. 말해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데이터. 누군가 이용…… 항로, 신호……
내가 말했어, 그녀에게. 하지만 그녀는……
누구지?
바다…… 떨어졌어…… 바다로.
도시가 떠났어. 너희들, 이 아이들은 아직…… 여기에……
으으, 너무 멀어……
……
아이린, 툴리아 씨에게서 멀리 떨어지세요. 시본 세포가 몸을 완전히 동화시켰습니다. 이제 이성은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이런 유형의 변이체를 많이 다뤄봤습니다. 이 단계의 시본 상태는 극도로 불안정해서 우리가 호스피스 케어를 해줄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네.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못짚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데이터 분석가의 과거와 항로 계획 참여 동기를 의심하도록 유도해서 우리의 조사 방향을 방해했습니다.
시설관리소의 그 여성 말이지.
맞습니다, 카시아요. 여기를 처리하고 나면, 해양 순찰대가 시설관리소에 알려 그녀를 체포할 겁니다.
툴리아 씨가 우연히 신호 시스템의 이상을 발견했고, 주변 친구에게 말했죠. 아마도 카시아였을 겁니다…… 툴리아는 자신을 직접 심해 교회 앞에 드러내버린 겁니다.
툴리아는 심해 교회의 유도와 포위를 당하며 도시 가장자리까지 왔고, 가장자리 순환 시스템의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전에 도시 밖에서 발견한 생물 조직 파편 기억나십니까? 어떤 장치도 없이 두 정박지 사이를 이동하는 건, 이미 인간 한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도시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툴리아는 이종족의 살점을 먹었구나.
……
(모호한 낮은 울음소리)
툴리아가 품고 있는 건 뭐야?
식물 영양액입니다.
툴리아의 의식은 이미 산산조각 났을 텐데, 도시로 돌아온 이유는 단지…… 이 해조류들 때문인가?
“이 원시 조류들은 바다 전체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어요.”
“해가 비치는 얕은 바다든, 빛없는 심해든, 평평한 해저든 절벽의 틈새든, 항상 열심히 온몸을 뻗치죠.”
“조류들은 바다만큼이나 오래되었어요. 이 행성의 살아있는 화석이죠.”
(격렬하게 떨림)
(고통스러운 비명)
시본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무언가를 발견한 듯 촉수를 마구 휘두르더니, 투명한 용기가 촉수 사이로 미끄러지며 영양액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생체 레이더 수치가 급증하는군요…… 시본화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멈췄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아이린은 시본 뒤로 걸어갔다.
수경 재배 상자의 유리를 통해 아이린은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
네, 아마도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아니면, 데이터 분석가는 해조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죠.
여기 남기로 선택한 건, 아마도 생태 예술 창작소와 함께 다른 도시로 이주한다 해도, 바다에서 점점 살 곳을 잃어가는 이 생명들을 진정으로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자신이 오염원이 되어버렸군요.
아이린은 눈을 감았다.
아이린은 이 해조류를 좋아하는 에기르인을 알지 못했고, 그저 조력자의 영상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봤을 뿐이다. 실제로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시본이 되어 있었다.
검이든 핸드캐논이든, 그녀는 이 생명을 끝내야 했다.
이제 우리의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을 거야.
당신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 보이는군요.
……전에 어떤 배에서, 시본이 엉망진창인 곡을 연주하는 걸 들은 적이 있거든.
아이린, 전에 당신을 얕봤던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바다와 육지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시본과의 전면전을 경험하지 않았다 해도, 당신이 목격한 모든 것들 역시 똑같이 잔인하고 무거운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제가 처리하도록 하죠.
그녀는 에기르인이니까요.
아이린은 세쿤다가 자신의 옆을 지나 시본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표정한 해양 순찰대 지휘관은 시본과 벽에 가득한 수경 재배 상자 사이에 방패를 세우고, 상대를 향해 무기를 들어 올렸다.
(애처로운 울음소리)
그녀의 여정이 끝났네♪
그녀의 고향이 바로 눈앞에♪
그 노래는……
그녀는 여기서 잠들기를 선택했습니다.
시본이 바닥에 쓰러졌다. 지휘관의 방패에 가로막혀, 시본의 체액은 수경 재배 상자에 튀지 않았다.
해조류들은 그저 흔들리며,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