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4희생과 대가
세쿤다가 우연히 데이터 분석가의 속사정을 알게 되며 실종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전장 상황은 급변했고, 여전히 우려를 품은 채 클레멘티아 집정관의 주도 속에 세 명의 어비설 헌터스가 항로 계획에 합류하며 정식으로 작전에 투입된다.
음성 기록 #21
(알 수 없는 언어, 알 수 없는 시간)
……
발레리아가 돌아온 지 보름이 지났지만, 탈로스에서 보낸 소포는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 그 귀중한 기술 원형과 생물 샘플, 그리고 내가 주문한 민간용 환경 시뮬레이션 유닛도 함께 소식이 끊겼다.
방송도, 사고 보고도 없는 채, 우주는 아무 징조도 없이 우리에게 문을 닫아버렸다.
가엾은 어머니, 생명유지장치로 좀 더 버텨야 할 것 같다. 시뮬레이션으로 어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어 내가 고집을 부렸다. 휴면 상태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어머니는 손주를 만나고 싶어 하셨다. 어머니 상상 속의 손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
어머니는 분명 별들로 가득한 그 찬란한 시대에 여전히 살고 계신다. 그러니, 생명연장이 고통을 더하는 게 아니라고 믿으시는 거지.
안전을 위해 탈로스 연합 공업의 제품을 선택했다. 어머니는 너무 예민해서 전 세대의 시뮬레이션 기술은 금방 알아채실 테니까. 하지만 요즘 우주 운송이 얼마나 위험한지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
……
발레리아의 휴가가 끝났다. 그녀는 돌아갈 때도 여전히 그 거창한 사명에 대해 떠들어댔고 아쉬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다. 방금 내려놓은 건지,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신경 쓰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나도 그 동의서에 서명하고 어머니의 생명유지장치를 중단하게 되겠지.
어떻게 오셨어요?
널 보러 왔어, 카시아.
넌 배아 분리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시설관리소에서는 네가 잠시 일을 멈추고 쉴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해.
아시다시피 배아 분리 수술은 신체에 거의 위험이 없어서, 그렇게 오래 쉴 필요가 없어요.
절 걱정하시는 건지 부화실의 그 작은 아이를 걱정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비투스 선생님.
물론 널 걱정하는 거지. 하지만 새로 태어난 아이도 지금의 에기르에서는 역시 주목을 받을 만해.
그 아이가 태어나면 네가 직접 키우겠니, 아니면 공공 양육소에 맡길 거니?
그 문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너무 먼 일이니까요.
널 만나러 오기 전에 병원에 들렀어.
병원이요?
어제 그 전투에 대해 알고 있겠지. 넌 놓치는 소식이 없잖니?
두 개 함대, 천여 명의 군단 전사들 중에, 결국 26명만이 살아남았어.
항로 계획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는데, 밀리아리움이 원정 항해에 나선 이래 가장 큰 희생이야. 최근 도시에서도 많은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아비투스 선생님,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요?
해양 순찰대가 널 찾아왔었지, 카시아?
그 실종된 데이터 분석가와 관련해서 말이야…
아비투스 선생님.
……
그거 아세요? 선생님께서 정리하신 모든 문헌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삶의 죽음》이에요. 학술적 가치는 없다고 할지라도요.
그 책은 우연히 출간된 거야.
300여 년 전, 네 명의 위대한 고대 문명 연구자가 맨틀 유적군에서 중대한 발견을 했고, 수많은 귀중한 기술 자료들을 에기르로 가져왔죠.
그 모든 기술 도면과 이론 저서들에 비하면 일기 같은 음성 파일 같은 건 언급할 만한 게 못 되죠.
그래서 그건 과학원 자료실에 조용히 묻혀 있었지만, 선생님께서 호기심을 갖고 그 자료들을 해독하고 대중 서적으로 만드셨어요.
그건 그저 평범한 선인류가 긴 역사의 여정 중에 중얼거린 기록에 불과해.
하지만 전 이 선인류의 이야기가 정말 좋아요, 선생님.
전 그의 눈을 통해 본 진실이 좋아요.
수많은 행성을 하나로 통합했던 체제가 무너지고, 여러 종족을 하나로 묶었던 신뢰가 붕괴되고 있어요. 물자의 부족, 기술의 실패, 철학과 예술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죠……
얼마나 많은 동경과 상상을 품었든 간에, 그 모든 위대한 업적은 결국 조용히 잿더미로 변해버렸어요…… 마치 비콘탑 안에서 이미 죽어버린 부유 기계들처럼요.
카시아, 넌 그의 절망에 공감하는 거니?
지금까지 네게서 절망의 그림자를 본 적은 없었어. 게다가 넌 언제든 파멸될 수 있는 미래에 네 아이가 태어나게 하기로 선택했잖아.
그건 절망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야.
전 전혀 절망스럽지 않아요.
그 고지식하고 우울한 중년 남자…… 어떤 방식이든 그와 공감하긴 어려워요.
전 단지 선생님께서 그 과거의 견문으로 지금 모든 에기르인의 눈을 가리고 있는 이 화려한 캠퍼스를 교묘하게 찢어내신 것이 감탄스러울 따름이에요.
“우리는 한때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들이, 지금은 아무런 쓸모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요. 그것들은 원래부터 결함이나 오류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이번 대재앙으로 여실히 드러난 것일 수도 있죠.”
사람은 생존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해요. 우리는 우리의 생각, 행동, 심지어 존재 자체에 가치가 있기를 바라죠.
에기르의 모든 체제는 인간의 가치 발굴을 위해 설계되었어요.
하지만 가치는 취약해요.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 위대한 것이 하찮아 보이고, 추한 것이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죠.
안타깝게도 일종의 관성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익숙한 관점에서 벗어나길 원치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변하지 않는 가치에 의지해 살아가고, 그 가치들이 무너질 때 자신들도 함께 무너지지.
네, 지금 선생님처럼요.
선생님의 절망은 언제부터 자라기 시작했나요? 밀리아리움이 본토에서 떠났을 때부터인가요?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 선생님의 반려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부터였나요?
……카시아?
그래도 오늘 절 보러 와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께서 절 상기시켜 주셨어요. 제게 아직 완수해야 할 일이 있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요.
클레멘티아, 당신은 어떻게 이런 비관적인 정서가 도시에 만연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나요?
《삶의 죽음》. 아비투스가 정리해서 출판한 선사 시대의 일기예요. 그해 출간되자마자 시민들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낯선 삶을 엿보는 것은, 지루하고 어리석은 호기심에 불과해요.
글래디아, 이 책의 한 구절만으로도, 모든 육지의 나라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아주 작은 단면이지만 글 속에 묻어 있는 피로와 절망이, 그 생기 넘치고 찬란한 문명이 어떻게 종말을 맞이했는지 어느 데이터보다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죠.
지금의 에기르에게, 이건 정말 '완전히 낯선'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에기르는 고대 문명의 계승자일 뿐, 결코 종속되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피로와 절망에 공감할 필요가 없어요.
에기르가 굳건히 설 수 있는 건, 그 부서지지 않는 이성 때문이죠.
바로 그 이성이 사람들에게 에기르와 전 인류의 멸망이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심지어 그 혐오스러운 타락자들의 선택조차도, 때로는 숙고와 신중함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이 군단에서 복무할 때 직접 처치한 심해 신도가 적지 않았을 테죠.
당신이 통제를 잃은 헌터를 직접 처치해야 했던 것처럼요. 우리 모두 책임이 너무 무거웠기에 감성에 의지할 자격이 없었죠.
그렇게 이성에 따라 내린 결정이, 에기르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어비설 헌터스를 무모하게 항로 계획 전투에 투입하는 것인가?
켈시……
두 분, 우리 뒤에 있는 비콘탑을 보세요. 한때 이것은 선조들이 구상한 별과 별 사이의 여정에 중요한 한 부분이었어요.
탑 안에서 수억 개의 부유 기계가 잉태되었죠. 전자구름층을 최초로 돌파한 에기르 도시가 이들을 별들 사이로 뿌릴 예정이었어요.
그것들은 자가 증식하고 자가 수리되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도로망을 형성하죠. 이 도로망으로 우리 함대는 별과 별 사이를 자유롭게 도약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시본 위기가 터진 후, 에기르의 우주 탐사는 정체되었고 십여 개 도시가 공동으로 유지해야 했던 생물 에너지 공급 시스템도 끊겨버렸어요.
부유 기계는 일반적인 에너지 형태와 호환되지 않아요. 그것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잃게 되면서, 모든 부유 기계가 탑 안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원 동료들의 협력 개조 덕분에, 이제 이 탑은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길을 밝혀줄 수 있어요.
밀리아리움이 본토를 떠난 이후 계속해서 시본 소굴에 비콘을 투하하고 있습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이 탑의 중앙 통제실로 모일 테죠……
소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제4급 무기로 목표 해역의 주요 소굴을 파괴하고, 그곳에 자리 잡은 시본 무리를 몰아낼 겁니다……
본토로 직통하는 맑은 수역을…… 본토의 주력 부대가 통행할 수 있는 항로를 개척하는 것입니다.
시본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일정기간 동안은 놈들이 운반해 온 양분이 계속 부패할 것이고 소굴을 재건하려는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겁니다.
집정관님, '항로 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를 우리에게 공유하는 건가?
맞아요, 켈시 선생님.
어제의 전투에서 어비설 헌터스는 겨우 26명만을 구조했어요…… 시본은 분명히 준비되어 있었죠.
대양 중심부에서 대륙붕까지. 이 도시는 시본과 너무 오랫동안 싸워왔고, 시본의 제3급 무기에 대한 적응도 빨라졌어요.
제37호 소굴의 위치는 너무 특수합니다. 항로의 목을 쥐고 있어요…… 여길 포기 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됩니다.
이건 항로를 개방하기 전 최후의 전투입니다. 모든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이 이 계획에 투입되어야 하고, 어비설 헌터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비록 방금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말이죠.
에기르가 어비설 헌터스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할 수 있나?
새로운 전투 편대가 대기 중입니다. 그들이 시본과 정면으로 싸워 기회를 만들면 어비설 헌터스가 소굴로 잠입해 비콘을 투하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것이 그저 통상적인 전술 배치라는 건 아실 겁니다. 확실히…… 만전의 상태라곤 할 수 없죠.
그렇다면……
당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아요…… 안심하세요.
어비설 헌터스의 안전은 어비설 헌터스 스스로가 지키고, 어비설 헌터스의 위험 역시 어비설 헌터스 스스로가 통제합니다.
이것이 두 총전쟁설계사의 결정이라면, 반대하진 않겠어. 다만 내 의견은 보류하지.
글래디아……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감정적인 말들이 클레멘티아의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클레멘티아는 자신의 죄책감, 후회, 사과를 표현하고 싶었다.
클레멘티아는 글래디아를 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주고 싶었다. 글래디아가 돌아왔을 때 환영하여 안아주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글래디아.
블란두스 고문께서 여러분의 기체 재생 수술 준비를 마쳤어요. 출발 준비를 하세요.
아이린 님!
조르디.
하루 종일 어디로 사라지셨나요……
조사할 것이 있어서 해양 순찰대를 따라갔어…… 바다에 한 번 들어가 봤는데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 더는 묻지 마.
알겠어요.
넌? 그동안 뭘 하고 있었어?
전……
적응이 안 되는 것도 당연하지. 조르디, 기운 내. 여긴 네 고향이잖아.
(쓴웃음)
표정을 보니 브레오간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구나?
젊은 에기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저었다.
단정 짓긴 어렵지만, 전 그 위대한 선박 설계자와는 별 관련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티아고 삼촌은 제가 그란파로와 이베리아를 떠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는 말씀해 주지 않으셨죠……
저는 에기르인이에요. 에기르에는 제 자리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은 뭔가 확실한 연결고리가 필요해요. 설령 그것이 이름 하나, 노트 한 권이라도 해도요. 그래야 그 사람의 출신을 추적할 수 있죠.
아비투스 씨 말에 따르면, 200년 넘게 시본에게 시달렸음에도 에기르에는 여전히 밀리아리움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가 100곳이 이상 있다고 해요.
제가 브레오간의 후손이 아니라면, 제 조부모님은 섬에서 살기 전에 어느 도시에 살고 계셨을까요? 아니면 이미 사라진……
그분들은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삶을 사셨을까요…… 그분들은 도대체 누구셨을까요?
……
죄송해요, 이런 말은 하는 게 아니었어요. 아이린 님도 에기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해양 순찰대의 수사를 돕고 계시는데, 전……
당신은 흔들리지 않는 분이시네요.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베리아인일 뿐이야.
켈시 선생님은 이 도시의 지도자들과 접촉하고, 어비설 헌터스는 자신들에게 익숙한 전장으로 돌아갔어. 하지만 내 등불과 핸드캐논은 지금 아무런 쓸모가 없지.
에기르는 리베리인 내가 자신들의 함선과 항구를 구경하는 건 허락했지만, 군단에 합류해 시본과 정면으로 싸우게 하진 않을 거야. 확실히 난 그런 형태의 전쟁을 이해할 수 없어.
이 깊은 바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조사하고, 이베리아와 에기르의 협력을 방해하는 숨은 요인을 가능한 한 제거하는 것뿐이야.
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조르디, 내 고향은 재앙으로 파괴돼서, 그곳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
내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경전은 내 고향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야. 그게 내 목숨을 구했고, 내 지침이 되고, 내 신앙이 됐지.
하지만 재판소의 지하 감옥에 가보고, '스툴티페라 나비스'에 승선하고, 선생님의 희생을 겪고 나서야…… 난 신앙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 그것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의미를 찾았지.
그 말씀은……
조르디, 난 네가 상상하는 것만큼 굳건하지 않아. 나도 혼란스럽고 길을 잃을 때가 많지.
다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것들은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구체적인 문제로서 차례대로 나타날 거야.
문제를 일으키는 심해 신도를 체포하고, 바닷물에 잠식된 등대를 되찾고, 바다에서 실종된 함선을 되찾고, 그리고 갑자기 실종된 동맹국의 데이터 분석가를 조사하는 걸 돕는 것 같은 문제들 말이야.
고향이든 신앙이든 모두 다 '연결고리' 야. 계속 찾아봐. 넌 그걸 찾을 수 있을 거야. 다만 빠르게 찾아지진 않을 거고, 어쩌면 좀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없을까?
넌 이베리아가 마지막 등대를 밝히는 걸 도왔고, 세 명의 어비설 헌터스도 구했잖아. 로렌티나 씨가 말했듯이, 그것만으로도 집정관의 표창을 받을 만해.
에기르인으로서든, 재판소의 서기로서든 넌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어.
……
지휘관!
도시로 돌아왔군요…… 표정을 보니 조사가 순조롭지는 않았나 보네요?
루실라 씨?
죄송합니다만, 지금 클레멘티아 집정관께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하러 가던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사실…… 사실 지휘관한테 할 말이 있어요.
지난번, 카시아와 저한테 상황을 물어보러 왔을 때 생각났어야 했는데…… 너무 사소한 일이라 사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신경이 쓰여서요!
……말씀하세요.
……
툴리아, 여기 있는 연구원은 이제 너뿐이네.
죄, 죄송해요.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실 수 있나요?
옥덩굴, 갈파래, 석회조류, 김파래, 천등꽃…… 얼마 안 남았어요. 곧 다 점검할 수 있을 거예요!
툴리아, 천천히 해. 난 단지 정기 점검을 하러 온 것뿐이야.
절 아세요?
응, 전에 발전계획소에서 부서 이동 평가를 할 때 우린 같은 그룹이었어. 너는 몰랐을 수도 있지만.
이 해조류들을 가져가려고?
이…… 이게 절차를 위반하는 건 아니죠?
긴장하기는. 이 건물의 인수인계 작업은 이미 끝났어…… 남아있는 이 해조류와 배양 장비들은, 네가 가져가지 않으면 결국 일괄 처리될 수밖에 없어.
감사해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해조류를 전부 가져갈 순 없잖아.
게다가 육지 작업에 가까워지기 위해 밀리아리움은 앞으로 맞춤형 개조를 진행할 거야. 도시에는 해조류를 재배할 공간과 자원이 없을지도 몰라.
네, 알아요.
가져갈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갈게요…… 방법을 찾아볼게요. 성가신 일은 생기지 않게 할게요.
하지만 전에 화산 근처에 있던 그 기지는 이미……
그곳은 에기르 최대 멸종 위기 식물 번식 기지였어요. 시본에게 짓밟히는 걸 지켜봤죠.
이 원시 조류들은 바다 전체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어요.
해가 비치는 얕은 바다든, 빛없는 심해든, 평평한 해저든 절벽의 틈새든, 항상 열심히 온몸을 뻗치죠.
조류들은 바다만큼이나 오래되었어요. 이 행성의 살아있는 화석이죠.
전 군단 소속이 아니라서 직접 가서 시본을 처단할 순 없어요. 이 남은 해조류도 시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겠죠.
하지만 전 이 아이들이 여기서 그냥 시들어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요.
……툴리아, 이 일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음, 당신은 아닌가요?
……
아, 제 조력자가 적재 모듈을 가져왔네요. 이만 가볼게요.
도와줄까?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언제 있었던 일인가요?
생태 예술 창작소가 이전하기 전날이었어요.
툴리아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또, 툴리아의 눈에 밀리아리움이 정말로 그 화산 에너지 스테이션과 번식 기지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는지는도 알 수 없고요……
하지만 툴리아가 그런 이유로 무슨 나쁜 짓을 했을 거라는 상상은 더 하기 힘들어요…… 툴리아는 어떤 것도 스스로 포기한 적이 없으니까요.
툴리아 씨의 거주지에 실제로 수경 재배 상자들이 있었지만, 이미 오랫동안 비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루실라 씨, 방금 하신 말씀은 어쩌면 사소한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실례가 되겠지만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왜 툴리아 씨의 일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시는 겁니까?
전에 당신의 한 말에 따르면, 친구 사이도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툴리아에게는……
제게 없는 뭔가가 있어요.
아무튼, 제가 할 말은 다 했어요. 지휘관, 저는 이제 일하러 가봐야겠어요.
최근에 일이 점점 많아져서 도시 유닛 프레임 점검량이 몇 배로 늘었거든요. 잉크가 부족할 정도예요.
조력자.
세쿤다 지휘관님.
즉시 시설관리소에서 밀리아리움의 도시 자료를 가져와 밀폐된 수경 재배 조건을 갖춘 장소를 찾아봐.
그리고 아이린 님께 연락해……
툴리아 씨가 도시 안에 다른 단서를 남겼을 수도 있으니 빨리 합류해 달라고 전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