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3흩날리는 해설처럼
세쿤다와 아이린이 바다로 들어가 도시의 이전 정박지에서 데이터 분석가의 흔적을 찾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비콘 설치 함대는 대부분 전멸했고, 어비설 헌터스는 한 개 소대만을 구출하게 된다.
음성 기록 #13
(알 수 없는 언어, 알 수 없는 시간)
연합 운송 우주선의 반응로는 여전히 눈부시게 빛난다.
대기 제어 중추가 추락한 이후, 이곳엔 지루한 먹구름만 남았다. 이렇게 가슴 설레는 빛을 보기는 거의 힘들어졌다.
우주선과 함께 예기치 않게 온 사람은 나의 발레리아였다. 그녀가 착륙하고 나서야 어머니의 영결식을 위해 왔다는 걸 알았다. 스타게이트 개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그녀는 자신의 사명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런 세속적인 일에 관심을 가졌을 줄이야.
발레리아가 아직 이런 세속적인 일에 관심이 있다면, 10년째 미뤄온 우리 결혼식 얘기를 꺼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난 곧 이 어리석은 생각을 포기했다. 발레리아가 돌아온 건 분명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두려울 정도로 낯설었다.
어머니의 생명유지장치 앞에서 발레리아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슬픔도 아니고 아쉬움 아닌…… 그건, 부러움의 표정이었다.
죽음을 앞둔 노인에게 무엇이 부러웠을까? 어머니가 시뮬레이션 된 환상 속에서 평온하게 해방될 수 있다는 걸 부러워한 걸까?
조르디, 아직 여기 있었군요. 다른 사람은 다 갔는데……
미안합니다. 오늘 평의회가 있을 줄 몰랐어요.
괜찮습니다.
아, 이 검색 기록들…… 당신, 많은 질문을 했군요. “바다는 도대체 얼마나 넓나요? 육지보다 크다면 얼마나 더 큰가요?”
“에기르의 도시는 계속 해저에만 있나요, 바다 위로 올라갈 수는 없나요?”
“해저에는 밤낮이 없는데, 에기르인은 어떻게 밤낮을 구분하나요?”
조르디, 이런 식으로 에기르를 이해하려고 하는 건가요? 이러다 더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 걱정되는군요.
전……
아비투스 씨, 사실 지금 왠지 모르게 너무 흥분돼요.
재판소가 제작한 해도를 본 적 있어요. 해안선에서 몇 해리만 벗어나도 푸르스름한 잿빛의 미지의 영역이었죠.
심지어 일부 환경이 매우 열악한 지역은 해안선에조차 접근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곳 해도에는 구석구석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있어요. 지질, 에너지, 생태계. 끝없이 펼쳐지는 페이지를 다 클릭할 수 없을 정도죠.
대양 중심부의 숲, 영원히 녹지 않는 빙산, 해구 깊은 곳의 온천……
조금 전, 한순간 대지와 하늘, 바다가 모두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저를 위해 준비된 것 같았죠.
죄송해요. 정말 오만한 생각이었네요.
아니에요, 젊은이. 그건 그저 세상을 향한 가장 소박한 동경일 뿐이에요.
하지만 저는……
젊은 에기르인이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산호 모양 단말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문자가 흐르는 홀로그램 영상이 그의 얼굴 위로 겹치며 춤을 추는 듯 움직였고, 그의 부드러운 눈동자를 환하게 비췄다.
아비투스 씨, 제가 이 도시에 온 지 하루가 넘었어요.
저는 여러분의 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여러분이 토론하는 주제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심지어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죠.
조금 전 평의회도…… 전 당신들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방금 선박 설계자 브레오간을 검색했어요…… 전에는 그분이 저의 선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분의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그분의 설계를 봤어요……
영상 속 그 사람에게 정말 저와 닮은 점이 있을까요? 그의 후손이…… 정말 저 같은 모습일까요?
저, 저는 제가 여기에 속한다는 흔적을 찾지 못했어요.
이곳 '에기르'는 마치 크고 눈에 띄는 등대와 같아요. 그 존재에 대해선 늘 알고 있었어요. 마침내 그 빛을 보고 등대 아래로 걸어갔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죠.
브레오간. 그 이름을 얼마 만에 듣는지 모르겠군요.
브레오간은 에기르에서도 특이한 인물이었지요. 그는 기술원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설계자였지만, 에기르가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육지로 떠났죠.
그러고 보니 이 도시는 브레오간과 인연이 좀 있군요. 비록 조금 미묘하긴 하지만요.
미묘하다고요?
당시 브레오간이 바로 이 도시에서 육지로 떠났거든요. 몇몇 집정관이 그를 붙잡지 못한 이유로 발전계획소의 문책을 받을 뻔했다고 들었어요.
그럼……
좋아요, 조르디. 당신이 그와 혈연관계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당신이 에기르인이라는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제가 에기르인이란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선조의 혈통도 추적할 수 없다면, 제가 여기에 속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하죠?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귀속되어 있는지 증명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당신의 마음은 이해해요. 우리 모두 과거에서 답을 찾고 싶어 하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자랑스럽게 말하건대, 저는 에기르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선사 연구자 중 한 명이에요. 저는 역사의 무게를 믿습니다. 역사는 진실과 법칙을 담고 있고,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만약 역사가 우리의 고향과 문명이 필연적으로 멸망하게 된다면?
……방금 뭐라고 하셨죠?
- 스카디, 괜찮아?
박사, 방금 뭐라고 했어?
미안해. 그냥 상어와 소드피쉬를 생각하고 있었어.
- 아마 바다의 약소한 생물들을 처리하고 있겠지.
- 아마 스카디가 지금 뭘 하고 있을지 걱정하고 있을 거야.
- 기운 내, 스카디.
난 걱정하지 않아. 그 둘은 매우 강해.
……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기 전에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늘 화를 불러왔기에, 줄곧 혼자였어.
이런 상황을 또 겪게 될 줄은 몰랐네.
- 내가 있잖아.
응.
고마워.
- 글래디아나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입힐까 봐 두려워?
그런 것 같아.
예전에는, 헌터들은 서로 연루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
우리 모두 같은 역경을 맞닥뜨리고 있었기에 함께 싸웠지.
하지만 이번에는, 아마 헌터들을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에기르 전체를 재앙에 빠뜨릴지도 모르겠어.
- 그럴 리 없어, 스카디. 난 널 믿어.
응.
대장도 항상 그렇게 말했지.
작전 계획을 설명할 때면, 다른 사람에겐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내게는 그저 믿는다고만 했어.
……대장은 내가 복잡한 전술 원리와 전략을 기억하지 못해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믿었어.
- 그럼 넌 대장을 믿었어?
응.
대장은 항상 믿음직스러웠고 노련했어.
난 아직도 대장이 매번 출전 전에 작곡한 곡들을 기억해. 시본은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곡들을 신호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난 그 곡들이 모두 정말 좋다고 생각해.
대장의 방향 감각은 놀라울 정도였어. 우리가 미로 같은 소굴에서 방향을 잃을 때마다, 한 명씩 데리고 돌아왔지.
우린 늘 대장의 방향 지시를 믿고 의지했어. 그때까지는……
- 마지막 그 전투 때까지?
응. 그 전투에서 제1대와 제4대의 헌터들이 목숨을 바쳐 길을 열었고, 두 부대가 밀려오는 시본을 막았지.
대장이 가장 앞에서 돌진했고, 곧 지정된 위치에 있던 '퍼스트본'의 핵심 기관에 도달했어.
그 직후, 대장의 신호가 사라졌지.
대장이 죽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결정적인 일격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 하지만 죽지 않았지.
그래.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대장이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지도 모르고.
모를수록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 자신을 믿어, 스카디. 넌 헌터의 직감이 있잖아.
- 기억나? 타다닥, 퍽, 파바밧?
훗…… 타다닥, 퍽, 파바밧.
응, 기억하고 있어.
좌표 위치에 도착했어요.
꽤 빨랐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늦은 것 같아요.
여긴 이미 거대한 매립지가 되어버렸어요.
거대한 함선 잔해와 시본의 시체가 뒤엉켜 있고, 그 바닷물 속에서 떠다니는 잔해물들은 마치 흩날리는 눈송이 같았다.
사람들은 때때로 이를 바다의 눈꽃, 즉 '해설'이라 부르지만, 이런 아름다운 이름도 그 본질을 가릴 수 없다. 그것은 생체 조직의 파편들로, 시본의 것도 있고 인간의 것도 있었다.
비릿한 단내가 함포의 잔열로 증발되며 눈송이와 함께 바닷속으로 흩어졌다.
어비설 헌터스의 예민한 후각은 모든 냄새를 증폭시켰고, 스펙터는 코를 감싸 쥐었다.
상어, 당신은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겠죠.
군단 함대가 수적으로 밀어붙여서 시본 무리를 제압하고, 어비설 헌터스가 그 틈을 타 정면을 우회해 시본 무리의 핵심을 제거하는 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전술이에요.
헌터들이 시본의 소굴을 떠날 때마다 본 장면이 바로 이런 거였어요.
우리가 육지에서 너무 오래 있었나 봐요.
기억을 떠올리니 유쾌하진 않네요.
엔지니어 모함 한 척, 전함 십여 척, 그리고 수많은 소형 함선…… 해저에 잔해가 침몰한 위치로 보아, 함대는 계속 대형을 유지했어요. 전혀 준비가 안 된 건 아니었던 거죠.
근처의 바위에는 중력 발생 장치에 의해 파괴된 흔적이 있어요. 부대는 공격을 받자마자 인공 중력장을 설치해 진공 단층을 만들어 시본을 막으려 시도했어요.
하지만 시본이 더 빨랐고, 함대는 미처 교차 화력망을 형성할 시간도 없었네요.
시본과 백병전을 벌였군요……
……
이상해요.
왜 그러시죠?
함대의 목적지는 제37호 소굴이었는데, 현장 상황을 보면 모든 함선의 진행 방향이 밀리아리움을 향하고 있어요.
게다가 함대가 이미 전멸했는데 시본은 왜 다음 작전을 진행하지 않았을까요?
소드피쉬.
가죠.
윽……
으윽……
이런, 제 손을 잡으십시오.
얌전히 초계함에 있으라 했잖습니까.
심해 잠수 장비는 우리가 해수의 압력에 으스러지지 않게 해 줄 뿐입니다. 에기르인이라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않으면 당신처럼 해류에 이리저리 휩쓸리게 되죠……
비웃고 싶다면 빨리 웃고, 다 웃었다면 어서 도와줘.
이렇게 해보시죠. 본인이 아주 까다로운 댄스 파트너를 상대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상대에게 저항하고, 균형을 잡는 거죠.
당신은 가벼우니,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쳐다보지 마세요.
……
전 먼저 앞으로 가겠습니다.
조명 배열의 잔해라……
부러진 금속 기둥에는 아직 해류에 휩쓸리지 않은 소량의 조직 파편이 남아있군…… 인간의 것도 있고, 시본의 것도.
어때?
검사 결과가 발전계획소에서 제공한 샘플과 일치합니다…… 툴리아 씨예요.
40시간 전, 이곳은 밀리아리움의 정박지였어요. 조명 배열의 위치로 볼 때, 툴리아는 당시에 도시 가장자리 순환 시스템의 배출구를 통해 바다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툴리아 씨는 왜 도시를 떠났을까?
현장 상황으로는 당시 상황을 추론하기는 어려워요. 해류가 대부분의 쓸만한 정보를 쓸어갔거든요.
툴리아 씨가 항로 계획에 원한을 품은 심해 신도였는지, 또 무엇을 겪었는지…… 여기서 답을 얻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밀리아리움의 현재 정박지까지는 항해로 2시간 거리입니다. 툴리아에게 심해 잠수 장비가 있었다고 해도……
도시로 돌아갈 수는 없었겠지.
그리고 현장에 남아있는 조직 파편으로 보아, 툴리아 씨는 시본과 마주친 것 같습니다.
툴리아 씨는 살아남을 수 없었겠지.
네.
단서가 끊겼어요.
저건…… 어비설 헌터스가 출발한 방향이야.
전쟁이 생각보다 더 치열한 것 같군요.
항로 계획은 마지막 단계까지 순조롭게 진행됐어요. 제37호 소굴의 위치 파악이 완료되면 우리는 이 해역의 시본을 완전히 몰아내고 항로를 열 수 있습니다.
하필 이런 중요한 시점에……
툴리아의 일이 함대 습격과 관련이 있을까?
어쩌면, 툴리아를 둘러싸고 발생한 모든 일은 그저, 해양 순찰대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미끼였을 수도 있죠.
갑자기 너무 많은 변수가 생겼습니다. 눈앞의 모든 것이 마치 난류에 휩쓸린 것처럼 복잡해졌군요.
……일단 도시로 돌아가시죠.
기울이고, 가속! 저 앞 산등성이를 우회한 뒤, 다시 비스듬히 되돌아오면 추격자의 3분의 1은 따돌릴 수 있을 거다.
윽……
지휘관님, 시본이 선실에 침입했습니다!
시본이 밀폐층을 파괴했습니다!
파일럿, 선실 안의 시본은 우리에게 맡겨라. 너는 이 숨바꼭질을 계속해내야만 해!
……하지만 시본 모방 코팅의 효력이 10% 남았습니다. 함선이 곧 놈들의 시야에 완전히 노출될 겁니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네!
크우우……
상어, 나머지를 맡아요.
어비설 헌터스?
글래디아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집정관님, 다른 함선들은 안전하게 밀리아리움으로 복귀했습니까?
……
휴…… 다행이군요, 다행입니다……
지금 최대한 많은 전력을 보존해야 이후를 더 크게 도모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이 이 배의 지휘관인가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매복 공격을 당했습니다. 대규모 시본이 소굴을 떠나 함대의 이동 경로에 나타났죠…… 이전의 비콘 설치 임무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작전 배치를 노출할 수 없었기에, 함대는 철수해야 했습니다.
저희가 함대의 기동성이 가장 높은 함선을 타고 있었으니, 남아서 시본을 붙잡고 주력 함대의 철수를 엄호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전술이었습니다.
……
남은 인원은 몇 명인가요?
26명…… 10분의 1도 안 됩니다.
……
집정관님, 왜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
……
알겠습니다.
유감입니다, 지휘관님. 이 배는 함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함선이고, 여러분 26명이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선실에 침입한 시본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하…… 여러분이 엄호하던 천여 명의 인원들은 철수 도중 더 큰 규모의 매복에 당했어요.
제가 글래디아와 함께 근처 산등성이에 도착했을 때, 마침 이 배가 온갖 수단을 통해 복잡한 지형을 누비는 것을 보았죠……
시본은 여러분을 완전히 포위했고, 이 배는 그저 포위망 안에서 우스꽝스럽게 빙빙 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
……
……저희는 작전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군요.
오히려 살아남은 것은 우리였고, 생각했던 것보다 희생이 훨, 훨씬 컸군요…… 저는……
여러분은 살아남았어요.
정신 차리세요, 에기르인.
여러분 역시 에기르 최고의 정예 전력이고, 마찬가지로 이후의 전투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와 로렌티나가 여러분을 도시로 호송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