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7비상구
레인보우 팀은 인질들을 구출하고, 미워시는 레인보우 팀에 폭탄 해제법을 알려주는 대신 레이넬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디아즈는 대위의 부하들에게 잡히고 만다.
Fuze, 상황 보고.
상황 종료.
수비 병력이 꽤 게으르군. 공격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어. 상부에 보고할 시간도 없었을 거다.
수고했어.
이제 진입해야겠군.
다들, 신속히 행동해야 해. 방심하지 마. 병사들이 대응할 시간을 주면 안 돼.
가자.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뭔가 터지는 것 같았는데.
그러게.
예술 거리 놈들이 진짜 들이닥쳤나……?
아닐걸? 설마 레이넬을 구하려고 왔겠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거나 받아. 염국 도자기 같은데. 잘 깨지는 거니까 조심해.
너나 잘해. 방금 전시홀까지 통째로 깨 먹을 뻔했으면서, 나한테 잔소리야……
그나저나, 아까 대장이 꽃병을 깨뜨려서 대위님에게 보고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안 오는 거지?
계단으로 내려오려나. 처음 왔을 때도 그랬잖아.
아니면 대위님이랑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나 보지. 둘이 얼마나 챙길지 이미 정했을지도……
수류탄 투척!
인질 없음! 수비 병력을 제압하라!
뭐야? 또 너희냐?
겁먹지 마! 사격은 빠르지만, 위력은 약해!
거, 겁먹은 게 아니라, 안전한 곳에서 지원을 요청하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
쳇. 제법이군.
하지만 너무 약해서 어쩌나. 달팽이가 물어도 그거보다는 아프겠……
그럼 이건 어때?
뭐야, 예술 거리 놈들이잖아? 정말 쳐들어오다니, 정신이 나간……
정신은 멀쩡하다만.
Ela, 이럴 때 뭐라고 했더라……? 클리어?
잘했어. 하지만 다음에는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네.
Doc, Iana. 테킬라 씨가 준 정보에 따라 인질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인질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섣불리 행동하지 말도록. 나는 나머지 인원과 1층 병사들을 처리하고 합류하겠다.
확인.
디아즈 씨, 테크노. 가자.
디아즈 씨?
……
이 작품들을 봐, 《창 던지는 팔라둘리스》. 미노스의 조각상이네. 이건 염국에서 제작된 순금으로 도금한 에나멜 화병이고……
세르게이 카타예프의 원고도 있어. 우르수스의 위대한 작가였지…… 어떤 작품이지……
……《누전된 이어폰, 마음속 수렁》.
젠장. 이게 여기 있다니. 레이넬이 소장하고 있었군.
한 놈은 모든 것을 날려버릴 생각이고, 다른 놈은 다 팔아치울 작정이니…… 레이넬이나 마테오나 하나같이 망할 놈들이라니까.
어쨌든 인질부터 구해야 하니 나쁜 놈들은 다른 녀석들에게 맡겨야겠군.
맥박이 들린다.
맥박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죽음이 내려앉은 듯이 조용한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로지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뿐이어야 했다. 그러나……
꺼, 꺼져! 안 열어줄 거야! 들어오면 다 같이 죽는 거야!
(문 긁는 소리)
조, 조용해졌어. 갔나……
쯧쯧쯧. 참 더럽게도 무섭네.
제목이 뭐더라……? 아, 《공포의 박물관: 산크타 학살자》였지. 이거 그 컬럼비아에 사는 살카즈 감독이 만든 거 아냐?
그래서 산크타가 악역으로 나오나.
레이넬의 경비원들은 한가한 모양이네. 하는 일이라고는 여기 죽치고 앉아서 영화나 보면서 갤러리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망상이나 했겠지.
우리야 나쁠 건 없잖아?
대위 눈에 띈 놈들은 아래층에서 작품 옮긴다고 고생하고 있으니까. 어차피 대위도 우리 같은 건 신경도 안 쓰니까 경비나 서라고 했겠지. 그러니 여기서 편하게 영화나 보면 그만……
아래층에 문제가 생겼다!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즉시 보고하도록!
문제?
아래층에서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렸다! 6층에서 보고가 올라왔는데, 네 놈들은 무얼 하는 거지? 귀가 먹었나?!
(작은 목소리로) 그러게 소리 좀 줄이라고 했잖아. 말 좀 듣지.
(작은 목소리로) 아, 좀 닥쳐!
바로 아래층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 이런. 아무도 안 받습니다.
연락이 됐으면 내가 직접 확인했을 거 아냐!
무슨 일인지 당장 알아내! 누군가 말썽을 일으켰다면 바로 제압해! 갤러리 내부로 진입하려 하는 자는 누구라도 처리해라! 작품을 트럭에 옮기는 게 최우선이다!
가지 마, 스카둘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돌아온 사람이 없잖아!
저 산크타 여자는 미쳤어! 화장실에 있던 사람들을 다 죽이고 이젠 우릴 쫓고 있다고!
TV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좁은 경비실에 가득 들어찬 병사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좋은 소식이야. 경비실의 병사들이 드론을 눈치채지 못했어.
대부분의 인질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병사들에게서 소지품을 다 압수당한 모양이야. 하지만 적어도 사상자는 없는 듯하고, 정신도 안정된 상태로 보이네.
병사들이 아래층에 문제가 생긴 걸 알았어. 방금 상관에게 보고한 것 같은데. 하지만 경비실 밖이 무서운지 나올 생각은 없는 것 같아.
좋은 소식이군. 계속 감시해 줘. 내가 Ela에게 연락할게. 대책을 생각해 봐야지.
가비, 어떻게 됐어? 아래층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나, 나도 모르겠어……
뭔 소리야! 이렇게 오래 걸렸으면서! 꾸물대지 말고 빨리 말해!
그, 그게…… 무슨 일인지 살피면서 오느라 이제 계단을 다 내려왔다고!
목소리가 떨리잖아, 멍청아! 아까 본 영화 때문에 겁먹었냐? 하하하!
닥쳐! 네, 네가 내려가던가! 왜 이런 일은 항상 나한테 시키고 너희는……
어? 가비?
가비??
안 돼! 아무도 아래층에 내려가면 안 돼!
너도 경비실에서 똑똑히 봤잖아! 그 미친 산크타가 손도 대지 않고 그 여자를 죽였어!
무전기에 아츠를 쓴 거야. 스카둘로가 무전기를 들자마자…… 스카둘로가 결국……!
(울음소리)
상황은 어떻지? 확인했나?
정찰을 하라고 사람을 보냈는데…… 갑자기 대답이 끊겼습니다……
이 쓸모없는 것들!!
지, 지금 이곳에 인원이 부족한데…… 1층에는 다른 사람을 보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계속 사람을 보내! 아니면 내가 직접 내려가서 확인하지. 가는 길에 2층에 들려서 네놈들 머리를 날려버리고!
꼼짝 마! 나와!
휴…… 아무도 없네……
정찰하러 보낸 놈들이 다 사라졌는데…… 서, 설마…… 1층에 귀신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상상력이 풍부하군. 일단 좀 자라고.
누구……!
야? 라몬? 라몬, 뭐, 뭐라도 말, 해봐……
또…… 사라졌어…… 네 명이나……
아래층에 내려간 놈들이 넷이나…… 순식간에……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병사들은 단말기를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이따금 대위가 분노 섞인 통신을 보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혼자 내려가서 그런 거 아닐까? 한 명씩…… 차례로 당한 건……
그럼 한 번에 두 명씩 당하게 할까?!
……
저 산크타 여자, 와, 완전히 미쳤어!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인다고! 지, 지금 문 앞에 있어! 감시 카메라를 보면서 웃고 있다고!
마요, 그냥 끊어. 어차피 못 들어오……
총을 겨누고 있어! 바, 방아쇠를 당기려고……
쏴봐야 카메라가 부서질 뿐이잖아! 진정해!
(총소리)
뭐, 뭐야…… 마요……? 죽었어? 머리에…… 구멍이?!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다른……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두 병사의 멍하니 풀린 눈이 잠시 마주쳤다. 곧 공포에 지친 병사가 비척비척 방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손에 잡히는 테이프를 재생기에 밀어 넣었다.
……카시미어에서 오신 '예술 투자자'죠, 오늘의 게스트, 도솔레스 예술계의 떠오르는 스타! 레이넬 코발스키 씨를 소개합니다!
왜 이런 걸 튼 거야? 미쳤냐?!
TV를 녹화한 건지는 몰랐지!
빨리 다른 거 틀어!
안뇽안뇽, 처음 온 친구들 반가워. 늘 오던 친구들도 반갑고~ 나는 여러분의 유레……
제발 부탁인데, 다른 거 틀어봐. 저 목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것 같다.
……테이프는 이 세 개가 전부야.
여기 경비원은 계속 이것들만 보는 거야?! 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된 놈이길래?!
오늘은 도솔레스에 처음 오신 관광객 여러분을 위해 특별 콘텐츠를 준비했……
병사는 생기 없는 눈으로 테이프를 꺼냈다.
차라리 아까 영화나 계속 보자.
이 불경한…… 악마들…… 심판의 날이…… 올 것이니……
어, 어, 오지 마! 우, 우리 할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카즈델의 위대한 분이시라고! 그, 그분에게 죽음의 저주를 받을 거야!
흐하하, 하하하하……
그렇게 기분 나쁘게 웃지 마……
하하하…… 저주라고……? 하하하하……
태양의 빛이 창공을 가득 채우고…… 땅을 뒤덮은 모든 어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날……
쌍둥이 달이 깨어나 네 안의 야수를 깨울 것이다…… 어둠이 네 눈을 집어삼키면…… 네가 마주할 것은 오로지……
너의 종말이니!
제미니 복제기 가동.
방 가운데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입술을 깨물고 온몸을 떨며 손을 꽉 쥔 채 화면을 보던 병사는 인기척에 눈을 돌려…… 어깨너머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곳에 기괴한 여성이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를 지닌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기로 병사를 겨눴다. 병사는 이제 감시 카메라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눈앞에 자신의 심장을 순식간에 꿰뚫을 수 있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병사는 눈앞에 서 있는 여성을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그 여성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에 있으면서도 이곳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성의 머리에는……
광륜이 있었다.
돌아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여기 있거든…… 네 바로 뒤에……!
광륜을 본 병사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도 뒤를 돌아보았다.
귀, 귀신같은 건 없어!!
병사의 직감은 목표를 맞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알은 아무런 저항 없이 여성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렇게 여성은 사라졌고, 오직 머리 위에 떠 있던 광륜의 잔상만이 남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대위님, 보고 드립니다! 산크타예요!!
적은 공간 이동 아츠 능력이 있는 살인귀 산크타입니다! 정말 미친 여자입니다! 감시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죽이는 능력도 있습니다!
으악!
상황 종료.
확인.
분신이 공격받았을 때 불을 껐을 뿐인데, 이렇게 겁을 집어먹을 줄이야……
한편, 방구석의 TV 화면 속에서는 산크타의 학살이 계속되고 있었다.
더, 더, 더! 네 뿔을 잘라 라테라노의 종에 걸어주지!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투자자가 필요하시면, 저에게 꼭 연락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리겠……
닥치고 뛰기나 해!
네, 넵……!
음? 등에 업은 건 누구야?
병사들에게 대들다 얻어맞았는데 아직 어지러운가 봐. 업고 가는 게 더 빠를 거야.
이야, 너희들이 힘쓰는 일을 하니까 감회가 새롭네.
그건 그렇고, 여기가 2번 전시홀인데, 네가 찾던 원고는 찾았어?
아, 맞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느라 완전히 까먹었어.
원고?
미노스 음유시인의 원고 말이야. 팸플릿에는 '2번 전시홀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라고 적혀 있었어.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
방금 봤어. 전시홀 반대편에 있었는데. 어디 있는지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그럼 빨리 데려다줘!
이, 이제 내려줘도 돼!
뇌진탕이잖아? 길만 알려줘. 그게 더 빠를 테니까!
전시홀에 있던 인질들은 거의 대피했어.
제미니 복제기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네.
(고개를 저으며) 운이 좋았지. 애초에 미끼 용도로 사용하는 거니까. 예전에 예술 거리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병사들도 무조건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분신이 등장한 위치가 좋았지. 그리고 병사들이 상황에 딱 맞는 영화를 보고 있었고.
갤러리 밖에 있는 병사들은 다 처리했어. 이제 어쩌지? 3층으로 가서 에르네스토를 구할까?
잠시만!
그, 성함이…… 기억은 안 나지만, 거기로 더 가면 안 돼!
무슨 일이지?
아, 미워시 씨. 레이넬 씨와 같이 있는 게 아니었구나.
예.
상황이 급해. 잡다한 이야기는 마무리되면 하자고. 일단 갤러리에서 빠져나가.
더 물어볼 말은 없으신가요? 제가 가진 정보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요.
그럴 생각도, 시간도 없어.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정보를 제공할 테니, 그 대신……
레이넬 씨를 구해 달라고?
예……
미워시 씨, 레이넬 씨가 폭탄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이 테러 공격이 실제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거야.
레이넬 님 혼자 갤러리 전체에 폭탄을 설치할 수는 없죠. 레이넬 님은 계획을 세우셨을 뿐입니다. 실제로 폭탄을 설치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폭탄이 터질 예정 시간과 해제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협력을 강요할 생각인가?
강요라고요? 강요한다고 들을 분이 아닐 텐데요.
다만 레이넬 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입니다.
알았어. 그럼 정보를 달라고.
폭탄은 오늘 아침 10시에 터지게 설정했습니다. 폭발을 막으려면 뇌관이 연결된 네 개의 노드를 처리해야 합니다.
지하실, 3층 암실, 6층 발코니, 레이넬 님의 침실 내부 환풍구에 있습니다.
……대충 맞는 것 같군.
지하실에 있는 노드가 제일 복잡합니다. 한 분이 저와 함께 가시는 게 좋을 것 같……
내가 가지.
좋아. 테크노, 다른 사람들과 인질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찾아줘.
디아즈 씨, 캐터펄트 씨. 두 분은 3층과 6층 노드를 하나씩 맡아줘. Doc, Iana. 맨 위층으로 가자. 펜트하우스에 있는 노드를 해제할 시간을 벌어야겠어.
3층 암실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이 전시홀 바로 위에 있지만, 찾아가는 길이 매우 복잡합니다. 종이와 펜을 주시면 제가 약도를 그려서……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맡을게.
에르네스토!
암실은 나랑 알레타에게 맡겨줘.
6층 노드는 계단에 있습니다.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벽이 있을 텐데, 쉽게 부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지.
휴, 드디어 도착했네. 이제 남은 건 너희 둘 뿐이야. 그래서, 원고를 보니 기분이 어……
어, 잠깐. 왜 네가 그 녀석을 업고 있는 거야?
윽…… 원고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더군.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울다가 결국 쓰러졌어. 어쩔 수 없이 내가 업고 왔지.
쓰러졌다고?
Doc, Doc! 여기 기절한 사람이 있어!
너무 울어서 지쳤을 뿐, 별 이상은 없어. 꿈에 그리던 원고를 직접 봐서 감정이 주체가 안 됐나 보네.
신선한 공기를 쐬게 해 주면 괜찮아질 거야.
그, 그렇구나……
……Ela 씨, 제가 아는 것은 이게 전부입니다.
알았어.
만약 실패하면, 우리가 레이넬 씨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된다면…… 저도 이곳에 남아 레이넬 님의 길동무가 되어드려야죠.
……
그전에 인질을 다 구할 수 있기를 바라죠.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
그래. 금속 뚜껑을 열었어. 여기 안에……
……미워시, 이 미친놈! 연결선이 열두 개나 있잖아!
뭐? 지하실에 있는 건 마흔 개가 넘는다고?!
쳇, 이 빚은 나중에 갚아 주지.
하나씩 해제하면 되는 거겠지?
아. 그래, 알았어. 반만 연결된 폭발물은 쉽게 터질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나사를 풀라는 건가? 알겠다.
Ela 쪽은 어떻지?
4층에서 아직 저항하는 놈들이 있다고? 흥.
디아즈는 말을 멈추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복잡한 전선덩어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재빠르게 연결선을 분리하고 나사를 풀었다. 그리고 합선되지 않게 피복이 벗겨진 전선을 절연체로 감쌌다.
연결선에 집중하던 차에, 싱가스 군에서 보낸 나날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디아즈의 임무는 항상 연결선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디아즈는 미간을 찌푸리고 혀를 차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과거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지금의 디아즈는 폭탄을 해제하려는 소방관일 뿐이었다.
연결선 분리가 거의 끝나갔다. 마지막 남은 두 가닥만 분리하면 노드에 연결된 폭탄은 폭발하지 않을 것이다.
디아즈는 연결선을 빠르게 분리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연결선의 앞부분을 누르고 천천히 돌린다. 그리고 선이 완전히 분리될 때까지 전력을 다해 돌리면 끝이었다.
디아즈는 몇 바퀴 돌렸는지 세어가며 두 번째 연결선을 돌렸다. 일곱, 여섯, 다섯……
저 늙은이를 잡아!
대위의 부하 두 명이 검을 뽑아 들고 디아즈를 향해 돌격했고, 위층에는 석궁을 든 병사 세 명이 디아즈를 조준하고 있었다.
늙은 소방관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 손은 손에 쥔 연결선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야 할지 조차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