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3가면 무도회장
약을 급하게 처분하려던 대위는 오히려 레인보우 팀을 불러오게 되고, 똑같이 약품의 행방을 쫓던 테킬라는 레인보우 팀을 만나 일촉즉발의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의약품은 지하 창고에 있습니다, 대위님.
지시하신 대로 그 용병들의 방식을 따라 했습니다. 폭탄을 설치해서 혼란을 일으키고, 물품을 탈취했습니다.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약을 처분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포장을 다시 해서 암시장에 팔아도 자취를 완전히 지울 수가 없으니 골치가 아프군.
추적당할지 걱정입니까?
로도스 아일랜드가 배송을 맡긴 자들을 조사했더니…… 배경이 꽤 독특한 사람이더군.
어쩐지 남자가 낯이 익었습니다……
하지만 판초는 옥살이 중이고 이제 부하도 없으니, 그 아들이라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아. 시청에서 소식이 흘러나왔는데 칸델라가 후계자를 찾고 있다고 해. 그런데 그 애송이도 후보 중 하나라고 하더군.
하지만 판초와 칸델라는……
칸델라는 원한보다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지.
그러면 어떻게 하죠?
레이넬의 비서가 찾아왔을 때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했지.
예…… 가게하고 창고 몇 군데를 제공하겠다고 했죠.
제약 회사 소유의 창고도 있지 않았나?
예, 있습니다.
의약품 한 상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의심을 하진 않겠지.
그럼, 레이넬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인가요?
뒤집어씌운다기보다는, 레이넬이 내게 도움을 요청했으니 나도 그 답례를 요구하는 거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에르네스토 씨.
괜찮아. 나도 방금 도착했으니까.
실례합니다, 주문을……
부커 씨 커피는 내가 살게. 더블 샷, 맞지?
오랜 시간 떠나 계셨는데도 아직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기억하시는군요.
떠난 시간보다 함께한 시간이 훨씬 길었으니까.
커피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완벽하군요.
에르네스토 씨가 떠나신 후에 에르네스토 씨만큼 유능한 인재를 못 찾았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차분하게 기다려 봐. 그런 환경이라면 사람이 순식간에 변하기도 하니까.
아, 그리고 칸델라 님께서 이 서류를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서류? 내게 부탁하실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요, 에르네스토 씨가 찾는 물품에 관한 내용입니다.
나는 아직 용건도 안 꺼냈는데.
칸델라 님은 이미 다 아십니다. 에르네스토 씨가 도솔레스에 언제 도착했는지, 어쩌다 물품을 빼앗겼는지, 지금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는지도 전부 말이죠.
수상한 차량 이동이나 화물 수송 명세를 정리한 자료입니다. 각 항목의 위치와 연관된 인물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쿨럭, 쿨럭……
화물보다 먼지가 많군.
Ela, 작전 내용이 뭐야?
이 창고에 있는 물품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옮기지 않았다고 해. 그동안 경비원 한 명이 여기 보안을 책임졌지.
아무나 가져 가라고 광고하는 꼴이군.
그래. 미워시 말로는 매일 같이 물품이 사라진다고 해.
그래서 그 물품을 찾으라고?
아니. 물품이 밖으로 나간다면 특이할 게 없는데, 어제 경비원이 창고에 의약품이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는군.
미워시가 수상하게 여겨서 조사를 부탁했어.
문제가 될 물품인가?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 이런 창고를 노리는 이유도 모르겠고.
미워시에게 너와 슈랏을 멀리 보낼 핑계가 필요했던 것 아닐까? 이제 좀 덜 바빠졌으니, 레이넬과 밀린 일을 처리하려는 걸지도 몰라.
말만 하면 바로 1킬로미터 밖으로 나가줄 수 있는데.
그렇게 레이넬이 싫어?
매일 같이 발코니에서 골프 치는 모습을 보는 게 질려서 그래.
그래도 점잖게 굴겠다는 약속은 지켰잖아.
……
서류 내용을 따라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그냥 낡고 오래된 창고 같은데.
조금 있으면 이 창고로 의약품이 배송된다고 하니까, 우리가 찾는 물품이 맞는지 확인해야지.
경비 혼자 창고를 지키는 것 같아. 어렵진 않겠어.
트럭이 진입하면 테크노가 보안 시스템을 해제할 거야. 그때 들어가서 물품을 확인하면 돼.
그럼 더 기다려야겠네……
(하암)
하암…… 졸려……
물품은 언제 도착하는 거지?
사람을 보내서 물품 검사를 하겠다니 어이가 없네.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 그냥 해변에 누워서 커피나 한잔 마시며 노래나 들었으면 좋겠다……
한밤중에 함께 조용한 탱고를 춰요♪
CD가 어디 갔지? 아.
한밤중에 함께 조용한 탱고를 춰요♪
당신이 보이지는 않지만, 손끝에 온기가 느껴지네요♪
이게 삶이지.
(경비 진짜 대충 하네……)
(그렇게 졸리면 내가 도와주지.)
윽……
쉽네. 자, 조작은 어떻게 하지……?
어? 경비는 하나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저 네 명은 왜 여기 있는 거지? 누굴까?
일단 보안 시스템은 해제했어. 하지만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은 이 의약품이 우리가 찾는 게 맞다는 거야.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은 레이넬의 경호원들이 창고 안에 있다는 거고. 네 명 다 여기 있어.
아무도 안 오는 창고인 줄 알았는데.
머릿수로 밀리겠네…… 테크노, 조명 전부 끌 수 있겠어? 조명을 끄면 우리가 몰래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한 번 해볼게……
불 껐어.
좋아, 가자.
이 경비원, 삶을 즐길 줄 아는데. 음악과 커피에…… 어, 올해 수확한 커피인가?
(냄새를 맡는다)
향 좋네……
풉! 너무 뜨겁잖아!
이런, 키보드에 다 쏟았네.
왜 휴지는 꼭 이럴 때 없는 거야?!
용수철이 튕기며 플라스틱 덮개가 열리는 소리에 테크노는 움직임을 멈췄다.
급하게 팔을 들어 보니 키보드 옆에 켜진 푸른 빛이 보였다. 그 아래 적힌 문구는……
“방송 중.”
언제 도착하는 거지?
조바심 내지 마. 시간은 많으니까.
……
이렇게 낡았으니 이런 일도 이상한 건 아니겠지.
한밤중에 함께 조용한 탱고를 춰요♪
당신이 보이지는 않지만, 손끝에 온기가 느껴지네요♪
……
Fuze, 경비실 상황 확인해 봐.
어두운 구석에서♪
내 발을 밟아도 당신이 좋은 걸요♪
제길, 커피는 괜히 마셔가지고!
(누가 온다……!)
(빨리 숨자.)
누구 없나?
누가 경비원을 기절시켰다. 보안과 조명 시스템을 건드린 것 같다.
창고에 침입자가 있다.
커피를 흘려 버튼을 잘못 누른 것 같은데…… 전문가 솜씨는 아니다.
(윽……)
조명을 다시 켜겠다.
(에르네스토가 아직 못 들어왔는데. 미안하지만 너도 꿈나라로 보내줄게.)
음?
(빨라!)
꼬맹이?
Fuze는 어둠 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주먹에 한 번 더 놀랐다. 주먹이 너무 빠른 탓에 그저 막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공격을 몇 번 막고 가까스로 손목을 잡아 제압을 시도했다. 그러나 손목을 잡자마자 제압이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는 안 되지!
뭐야?! 무슨 꼬마가 웬만한 남성보다 세지?!
꼬마가 아니라고!
테크노는 Fuze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발을 짓밟았다.
Fuze가 미처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테크노의 발이 Fuze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읍……!
거리를 걸으며 잡고 있던 손을 놓았죠♪
당신은 멀리 떠났고 다시는 보지 못했죠♪
나는 어둠 속에서 당신을 찾고 있어요♪
아아, 우리가 추던 조용한 탱고여♪
(작은 목소리로) 바짝 따라붙어.
(작은 목소리로) 응.
두 사람은 벽에 붙어 조용히 전진했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비슷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
(작은 목소리로) Fuze?! 응답이 없어.
(작은 목소리로) 가서 찾아볼까?
(작은 목소리로) 아니, 내가 간다. 너는 여기서 트럭을 기다려. 침입자가 한 명이 아닌 것 같군.
(작은 목소리로) 누가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 손전등도 못 쓰겠네. 위치를 들키면 쉽게 당할 거야.
(작은 목소리로) 내 야간투시경 가져갈래?
(작은 목소리로) 아니, 괜찮아. 조심히 다닐게.
Ela는 총을 쥐고 쭈그려 앉아 어둠 속을 나아갔다.
(젠장…… 알레타는 어디 갔지? 바짝 붙으라고 했는데.)
(어두우니 뭐 하나 쉽지 않군.)
(이쪽이었나? 길을 잘못 들었나. 여기 모퉁이가 하나 더 있으면 안 되는데.)
여러 번 스쳐 지나갔지만♪
(잘못 왔나! 이쪽에 모퉁이가 있을 리가 없는데!)
계속 찾고 있어요, 보이지도 않는 당신을♪
언젠가 다시 당신의 손을 마주 잡고 싶어요, 다음 모퉁이에서♪
(차라리 마주치지 않는 게 나을지도.)
(작은 목소리로) 에르네스토?
……
(이런, 어디 갔지?)
거기 누구야?!
(작은 목소리로) 같은 벽을 빙빙 돌고 있는데 아직 모르는 것 같네.
(작은 목소리로) 야간투시경이 없으니까. 근데, 어디서 본 사람 같아.
(작은 목소리로) 어제 예술 거리에서 본 것 같은데…… 그냥 두고 갈까?
(작은 목소리로) 동료가 찾으러 올 것 같으니 내가 기다리지.
(작은 목소리로) 그래. 그럼 난 이동할게.
(윽…… 무거워.)
(아까 그 경비원이랑 찬장에 같이 쑤셔 넣을걸.)
(왜 예술 거리의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지? 일이 복잡해지겠는데.)
(하아……)
(무슨 소리지?)
(음?)
Doc은 숨을 죽이고 손에 무기를 쥐었다. 어둠 속에서 예민해진 Doc의 귀에 무언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여러 번 스쳐 지나갔지만♪
계속 찾고 있어요, 보이지도 않는 당신을♪
언젠가 다시 당신의 손을 마주 잡고 싶어요, 다음 모퉁이에서♪
……!
꼼짝 마!
갑자기 큰 소리를 내자 창고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Doc?!
귀스타브?!
테크노?!
에잇,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라고!
저게 뭐지?
아츠의 빛이야! 숨어, Ela!
잠깐, 테크노, 여기서는……!
친구의 목숨이 소중하다면 당장 멈춰!
이런, 알레타가 잡혔어!
흥. 우리도 인질 있거든?
슈랏!
테크노의 아츠가 홀로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아직 창고 전체는 어두웠지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밝은 빛이었다.
서로 얼굴을 힐끔거리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같았다.
(작은 목소리로) 이거, 난처하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서로 인질을 교환하고 각자 갈 길 가면 되지 않을까?
잠깐!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우린 이 창고에 물품을 들여오는 자를 찾고 있다. 너는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빼앗긴 의약품을 찾고 있어.
약을 빼앗은 게 우리가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그러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말했듯이 이 창고로 물품을 들여오는 자를 찾고 있다. 네 목적은 뭐지?
나도 말했잖아. 약이 여기로 왔다고!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
어이! 아무도 없수? 배달 왔는데요!
나 참, 뭐 이런 외딴곳에 배달을 시키는 거야……
……
어…… 아무래도 다들 의약품이 어찌 된 건지 궁금한 모양인데, 저 배달원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