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3가면 무도회장
테크노 일행과 오해를 푼 레인보우 팀은 예술 거리를 제대로 체험하기로 한다. 한편, Ela는 예술 거리에 숙소를 잡기를 원했고, 레이넬도 딱히 반대하지 않는다.
……아, 내 머리.
자, 얼음 팩이야. 머리에 혹 났잖아. 찜질해.
너, 날 공격한 꼬마잖아?
한 번 더 꼬마라고 부르면 뒤통수에 또 혹 난다.
어떻게 된 거지?
서로 오해를 했더라고. 도둑맞은 의약품을 찾아서 잘 풀었어……
오해? 의약품? 무슨 소리야?
그 불쌍한 배달원을 잘 설득해서 협조하게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고.
뭐……? 더 헷갈리는데…… 일단 여긴 어디야?
와서 직접 봐.
이게 당신 약이야. 조심해서 가져가.
가, 감사합니다……
이름이? 명단에서 이름을 체크해 줘.
마이크입니다…… 체크했어요.
두 묶음 남았군.
잊고 오지 않은 사람이 있나 명단 다시 확인할게…… 체크 안 된 이름이 있나 봐야겠어.
나머지 두 묶음은 내 거야.
자, 가져가.
크흠! 오, 오늘은 미안하게 됐어. 약 탈취범이 따로 있었다는 걸 몰랐거든……
괜찮아. 진짜 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왔으니까 됐어.
귀스타브한테 들었어. 이 동네에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산다면서. 그래서 저 억제제가 꼭 필요하다고 하던데.
그래…… 그런데 그 대위는 레이넬과 사이가 좋지도 않은데 왜 우리 약을 탈취해서 레이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지?
미워시 말로는, 대위가 레이넬이 가진 이 구역 개발권을 노리고 있다고 하더군.
대위가 개발권을 가지면 달라질 게 있나? 레이넬에게 개발권이 있어도 우리 때문에 여태 아무것도 못 했잖아.
잘된 일이야. 호텔과 카지노로 이 거리의 문화를 덮어버리면 안타까울 테니까.
여기 온 지 반나절밖에 안 됐으면서, 벌써 이 동네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그 반나절 동안 약을 나눠줬잖아. 받으러 온 사람들이 다들 자기 작품을 팔려고 하더군.
뭐,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지…… 근데, 팔에 그건 뭐야?
손목 보호대. 살 생각은 없었는데, 그 아이 손에 수를 놓다 생긴 바늘 자국이 가득해서……
(작은 목소리로) 바늘 자국이라고? 그렇게 서투른 애가 있었나?
음? 뭐라고?
아…… 아니…… 잠깐 쉴 겸 내 작업실 보러 갈래?
5천만 컬럼비아 수표 나왔습니다! 5천만…… 5천만……
낙찰! 5천만 컬럼비아 수표!
뭐? 계속 물품이 도난당한 창고라고? 어느 창고를 말하는 건가?
제약회사 창고야. 레이넬 씨가 인수하고 6개월 뒤에 부도가 났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어떤 사람들이 예술 거리로 배송되던 의약품을 약탈해 Ela 양의 팀에게 뒤집어씌우고 그 창고에 숨기려 했다고?
정확히는 레이넬 씨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 거지.
그러면 나는 뭘 해야 되겠나? 오해를 풀어주셨으니 감사 인사를 하면 되겠나?
그럴 필요는 없어, 레이넬 씨.
그나저나 숙소를 떠난다고 미워시에게 들었네. 동료들을 찾은 건가?
아니. 다른 숙소에 머무르기로 했어.
다른 숙소라고?
예술 거리에 숙소를 구했어.
그 동네에? 뭐, 반대하는 건 아니네만, 왜 굳이 그곳을?
동네가 아주 흥미롭더라고.
여기가 내 작업실이야. 꽤 넓지? 여기서 다른 예술가들이랑 같이 작업하면서 영감을 받기도 해. 가끔은 작품 전시도 하고.
저쪽의 젖은 도화지는 그리다 만 건가?
아니, 완성된 작품이야.
완성됐다고?
작가 중에 비가 올 때 그림을 밖에 내놓아서 빗물로 물감을 녹이는 사람이 있거든. 그래서 밖에 내놓은 거야. 비를 맞았으니 완성됐지.
흠……
저기서 근육을 불끈거리는 남성은…… 영감을 얻으려는 건가?
엄밀히 말하면, 저 남자 자체가 작품이야.
행위 예술인가?
남자 앞에 명판을 읽어 봐.
“제목: 페페 투리온. 작가: 페페 투리온의 부모.”
“작품 소개: 작품 제작 6개월 후, 작가들은 작품을 경제적 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도솔레스의 교외에 버렸다.”
“하지만 20년 후, 페페 투리온이 도솔레스의 가장 위대한 명작이 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엿이나 먹어라, 늙은이들아.”
오……
나는 도솔레스 최고의 오리지늄 아츠 사용자다. 내 아츠가 궁금한가?
테크노, 너보다 잘 써?
오리지늄 아츠라면,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은 없어.
흠.
손님들 다치지 않게 조심해.
물론.
남성은 주머니에서 짙은 색의 결정을 몇 개 꺼냈다. 결정들이 주황색으로 반짝였다. 관람객들은 조심스럽게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남성의 손바닥 위에서 순오리지늄 결정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을 하나씩 던져 올렸다.
남성은 순오리지늄 결정으로 저글링을 하고 있었다.
잠시 저글링을 하던 남성은 결정을 모두 공중으로 던져 올리고 고개를 들어 첫 번째 결정을 코끝으로 받아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곧 코끝에 결정 탑이 쌓여갔다.
남성이 고개를 살짝 까딱이자 순오리지늄 탑은 미끄러지듯 남성의 손바닥으로 돌아갔다.
아츠라면 빛이 나거나 불을 뿜거나 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런 것도 오리지늄 아츠 기술이야?
이 결정은 오리지늄이고 방금 보여준 게 내 기술이니, 그게 내 답이야.
아…… 그렇군……
다 왔어.
이 방에 내 최고의 야심작이 있지.
이 말을 한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다시 말해야겠네. 이제 뭘 봐도 놀랄 것 같지 않아.
목각 인형 머리 두 개? 엄청나게 큰데?
여긴 머리 밖에 없지만, 몸도 만들었어.
예술 축제가 시작될 때 춤을 추게 할 거야.
두 달이 기울기 시작하고 해가 고개를 내밀 때 춤을 추게 되는 거지.
관람객들의 눈을 완전히 사로잡을걸. 내 작품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거야.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음악에 맞춰 발레리나처럼 춤을 추면서.
그거 멋지겠군.
관람객들도 함께 춤을 추겠지.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예전에 무도회장에 불이 났거든. 그 후로 아무도 춤을 추지 않았어.
그곳 사람들의 예술은 독특한 구조에 깊은 정서와 섬세한 표현을 더하지.
흥미롭군…… 덕분에 예술 거리 사람들이 하는 일이 궁금해졌네.
예술 거리에 가면, 나 대신 그 사람들이 준비하는 축제에 대해 알아봐 줄 수 있겠나?
예술 거리 축제를 꺼려하는 거 아니었어? 갤러리 개장일과 축제일이 겹치던데.
그렇다고 흥미가 가시는 건 아니지.
알았어. 예술 거리 사람들이 뭘 하는지 살펴볼게. 하지만 레이넬 씨와 그 사람들의 갈등에 간섭할 생각은 없어.
그건 당연하네. 물론 축제 날짜를 바꾸도록 설득하신다면 더 좋겠지만.
그건 약속할 수 없겠네.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예술 거리 사람들의 작품 활동에 흥미가 있다니 놀랍네.
……
Ela 양이 나에 대해 더 알아보셨다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을 걸세.
나는……
경매품 제257호, 골동품 오르골입니다. 입찰가 1천5백만 컬럼비아 수표로 시작하겠습니다.
쉿…… 경매가 시작됐군.
(입찰판을 올린다)
2천만 나왔습니다. 입찰하실 분 계십니까?
(입찰판을 올린다)
어…… 같은 번호로 2천5백만 나왔습니다.
(입찰판을 올린다)
경쟁자도 없는데 왜 가격을 높이는 거지?
(입찰판을 올린다)
다른 사람은 상관없네. 그저 작품의 가치에 어울리는 가격을 제시하고 싶을 뿐이니.
죄, 죄송합니다. 제가 무모했습니다……
하지만 그놈들이 연립정부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리라고는……!
예, 예! 알겠습니다. 다시는…… 절대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달게 벌을 받겠습니다! 해고하셔도, 군사 재판에 회부하셔도 좋습니다!
대위님……
시끄러워. 상부가 그 배달원 일을 알아버렸어.
망할 놈들이 배달원을 발가벗겨서 부대 정문에 버리고 갔다고. 상부는 이걸 연립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생각해.
레이넬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토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데 내가 뭐라고 답해야 하겠나!
무능한 멍청이들 주제에.
대위님. 레이넬의 비서가 왔습니다만…… 돌려보낼까요?
……들여보내.
레이넬 대신에 불평하러 왔다면, 날을 잘못 잡았는데.
그럴 리가요, 마테오 대위님. 레이넬 님은 대위님의 방식이 효율적이라며 만족하셨습니다. 조금…… 무모했을 뿐이죠.
예술 거리에는 감염자들이 많습니다. 억제제 공급을 막아서 활동할 수 없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 대신 감염자들이 많이 죽는다면……
일이 너무 복잡해지면 좋을 게 없겠죠.
나도 알아. 또 전할 말이 있나?
레이넬 님은, 이제 무모한 방법은 버리고 신중하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평화롭게 해결될 거라고 하시더군요.
일이 벌써 이렇게 됐는데, 협상에 나서라는 말인가?
아닙니다. 협상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레이넬 님이 다른 사람을 보냈습니다.
다른 사람?
Ela 양과 동료분들이죠.
누군지 아실 텐데요? 대위님 부하들과 맞닥뜨렸던 분들이죠. 그리고 예술 거리 사람들을 속이려고 Ela 양과 동료분의 전술을 따라 하지 않았습니까.
미워시, 협정을 맺었다고 생각했는데. 잊었나.
흥분을 가라앉히시죠, 대위님. 레이넬 님은 대위님과 협력관계를 유지하실 생각입니다. 다만 대위님이 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길 바라실 뿐입니다.
일단 진정하신 다음에 토지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군요.
그럼, 레이넬 님에게 따로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
좋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레이넬 이 망할 자식이 감히 날 가지고 놀아!
토지를 넘기지 않으면 내 손으로 직접 죽여버리겠어!
1억 5천만? 혼자 오르골 가격을 1억 5천만까지 올렸다고?
괴짜긴 하지만, 예술에 존중을 표하는 자신의 방법이 확고하더군.
어쩐지 레이넬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거 같은데.
레이넬이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지은 적은 없어. 물론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것도 그 사람이 흥미로운 점 중 하나야?
구닥다리에 지루한 미술품 상인이 아니란 건 인정할게.
네가 그렇게 말하니 대단하긴 한 모양이네. 예전 고용주들은 빈말로라도 칭찬을 안 했잖아.
그러면 앞으로 어쩌지? 계속 여기서 일할 거야?
잘 모르겠어…… 생각 좀 해봐야지.
그러고 보니, 레이넬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 세계에 지금처럼 빨리 적응하지는 못했겠지.
우리도 레이넬의 목숨을 구했으니, 빚진 건 없겠지.
후우……
저, Ela……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당연하지. 무슨 일이야?
영감이 만나고 싶대.
디아즈 씨가? 왜?
물어볼 게 있다는데.
알겠어. 다녀오지.
그런데…… 좀…… 거칠게 굴 수도 있어.
나를 겁줄 생각인가 보군.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