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회서리

HS-8씨앗 파종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07-31

혼돈의 한가운데서, 니엔, 시, 슈 세 사람은 다시 그 질문을 마주한다. “나는 누구인가?”

등장 오퍼레이터: 니엔, , , 라바


어둠이 가득하다.

얼마나 깊은지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고, 공기는 마치 천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거웠다.

이곳은 능묘다.

니엔

이건 무슨 상황이지…… 이곳에 돌아온 건가?

니엔

어이 노인네, 아직 살아있어? 널 보러 왔어.

중후한 목소리

(목이 쉰 비명)

눈앞에는 두터운 대문이 있었고, 목소리는 대문 뒤에서 들려왔다.

니엔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는데도 성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니엔

겁줄 생각은 집어넣어, 이곳에 그렇게 오래 누워있었는데도 아직 힘이 남아있는 거야?

니엔

후우……

니엔

무서울 건 없겠…… 지?


니엔

상촉?

니엔

이 산은 또 뭐야? 표지판도 없고…… 잠깐, 지금이 몇 년이지?

니엔

길가의 집들을 보니, 이동 섹터는 아닌 것 같은데…… 상촉에 처음 온 그때인가?

깡…… 깡……

어떤 사람이 줄로 가파른 절벽에 몸을 매달고 망치와 끌로 절벽에 한 줄 한 줄 글을 새기고 있었다.

니엔

어이, 산꼭대기에 있는 친구, 지금 뭐 해?

토목천사

나를 모른다고?!

니엔

내가 왜 널 알고 있어야 하는데?

토목천사

이 상촉은 모두 내가 설계하고 만든 거야!

니엔

오, 대단한데.

토목천사

재앙이 곧 닥칠 거야.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지, 내가 지은 이 집도 재앙에 파괴되고 말 거야.

토목천사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니엔

정염 5년부터 상촉까지면 30년…… 《상촉전기》?

토목천사

이 산에 도시를 지은 모든 과정을 새겨서, 내 공적을 반드시 후세에 알릴 거야!

니엔

그런데 곧 재앙이 닥친다면서? 목숨과 맞바꾼 노력이라고 치자, 번개 하나만 떨어져도 이 산 자체가 사라질 텐데. 그렇게 되면 쓸데없는 노력이 되어버리잖아?

토목천사

거기까진 모르겠고, 내겐 이 선택뿐이야. 내가 이룬 일을 알아줄 사람이 없다니, 그건 죽느니만도 못해!

니엔

무슨 이런 사람이 다 있냐…… 알았어, 열심히 해봐. 난 간다.

니엔

저기, 이 산길은 대체 어디로 이어지는 거야?

토목천사

나도 몰라.


니엔

너였군……

맹인 소년 검객

선생님께 검을 하사받고 싶습니다.

니엔

검을 받아서 뭘 하려는 거지?

맹인 소년 검객

사람을 구하고 원수를 갚을 겁니다.

니엔

말했잖아, 내 검은 비싸. 대가는 뭐로 치를 건데?

맹인 소년 검객

제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니엔

또인가……

니엔

……난 이미 거절했어.

맹인 소년 검객

……

니엔

옛날에 쇳조각 하나로 널 쫓아냈던 거, 원망하는 거야?

니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이건 그냥 환상인데.

맹인 소년 검객

하지만 여전히 저를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니엔

영화 대본을 짤 때 모티브로 한 스토리긴 하지만…… 그런데도 생각하게 돼. 만약 네게 검을 주었다면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맹인 소년 검객

당신과 같이 강하고 아는 것도 많은 분이 왜 저같이 이름 없는 사람에게 동정심을 품는 건가요?

맹인 소년 검객

당신에게 있어 한 사람의 생명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니엔

말이 심하잖아. 난 인간 세상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맹인 소년 검객

당신은 마치 연극을 보듯 저희를 보는군요.

맹인 소년 검객

당신은 내키는 대로 연극에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수많은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흥미가 생기면 무대에 직접 올라와 참여하려고도 하죠.

맹인 소년 검객

하지만 극 중의 수많은 장면 속에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맹인 소년 검객

당신은 결국 혼자입니다.

니엔

아 정말, 내가 주마등을 보게 될 줄이야……

니엔

됐다. 이 검은 정성 들여 만든 거야, 가져가.

니엔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이 이야기의 결말을 지켜보자고.

노인

선생님, 한 젊은이가, 올해 동지가 되기 전에 이 소포를 꼭 전해달라 하였습니다.

니엔

왜 직접 오지 않은 거야?

노인

아마 이미 세상을 떠났을지도……

소포는 비어 있었다.

니엔

……

나라는 부패했고, 그릇은 녹슬었다. 모든 것이 꿈처럼 사라졌다.


이건……?

완선생

선생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기다렸다고?

완선생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선생님의 혜안을 구하고자 합니다.

말해봐.

완선생

선생님, 오늘 외곽을 돌아다니다 강가에서 신비로운 파울비스트를 목격했습니다.

완선생

그렇게 아름다운 파울비스트는 처음 봤습니다…… 종이와 붓을 꺼내 그리려 하던 찰나, 파울비스트는 날아가 사라졌습니다.

완선생

기억을 더듬어 그려보려 했지만, 어떻게 해도 그릴 수 없더군요.

능력이 닿지 않는 일은, 그냥 흘러가게 둬.

완선생

다른 사람이라면 흘러가게 둬도 됐겠지만, 전 스스로를 화가라 하는 사람입니다…… 화가로서 무언가 남기고 싶습니다.

완선생

오랜 세월, 수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충분히 그리고, 충분히 많은 풍경을 봐야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거라 생각합니다.

완선생

그러나 이제 깨달았습니다…… 그림은 결국 죽어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무슨 소리야?

완선생

지금 그려낸 풍경은 곧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제 그림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당연한 거잖아?

사람의 생명은 백 년을 넘기지 못해, 이 넓은 세상을 다 보려는 것은 과욕이야.

완선생

아뇨…… 아직도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군요.

완선생

이건 제가 그린 것입니다.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이게 그림이야?

완선생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완선생

이건 평범한 저 자신,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보는 풍경입니다.

완선생

설령 선생님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풍경을 보았다 할지라도, 이 거대한 땅에서 수천 년간 생긴 변화 앞에서는 바다의 먼지와도 같은 것이겠지요.

완선생

선생님, 다시 잘 봐주십시오.

완선생

저희에겐 하룻밤의 시간밖에 없습니다.


붓을 내려놓고 책을 덮었다. 어리석은 사람이 취한 것처럼 하룻밤 만에 모든 것이 불타버렸다.

희미한 모습의 여성

잘 자랐구나……

희미한 모습의 여성

모두 네가 직접 키운 거야?

이곳 사람들이 키운 거야.

네 말대로 내 능력을 사용해 농작물의 성장에 간섭하는 건 옳지 않아…… 난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여기서 살아가야 하니까.

희미한 모습의 여성

정말 고생했구나……

희미한 모습의 여성

오랜만이야, 슈……

희한하네. 내 동생도 그랬어, 최근에 꿈에서 널 자주 봤다고.

희미한 모습의 여성

왜 나를 계속 기억하는 거야…… 나이를 먹더니 옛날이 그리워지기라도 한 거야?

너도 이젠 농담을 할 줄 아는구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신농'이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어. 24절기를 만들었고, 농사지을 지식을 가르친 데다가 위험을 무릅쓰고 끝없이 펼쳐진 얼어붙은 땅을 개간한 사람이라고.

희미한 모습의 여성

신농이라니, 어깨가 너무 무겁잖아. 그건 우리 둘이 함께 이룬 건데, 왜 모두 내가 한 것처럼 됐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 굳이 그런 걸 나눌 필요가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건, 내가 아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떠돌아다니던 때, 누군가가 나를 곁에 두었고, 처음으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줬던 일이야.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어, 인간과 짐승의 구분을 짓지 말라고.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고……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고.

희미한 모습의 여성

그래도 네가 여기 남을 줄은 몰랐어.

그건 네게 한 약속이야. 이 땅을 지키고 더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이겠다고 했지.

희미한 모습의 여성

슈…… 날 원망하지는 않아?

……

희미한 모습의 여성

천 년이야. 이게 과연 헌신일까? 이건 구속이야……

희미한 모습의 여성

설령 네 의식이 사라졌다고 해도 이 땅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 갇혀버렸지, 자유도 없이.

희미한 모습의 여성

내 실수 때문에……

널 원망하지 않아…… 내가 원망하는 건, 너 대신 내가 북쪽으로 가지 못한 나 자신이야.

희미한 모습의 여성

슈…… 너도 알다시피 난 너랑 오래 알고 지냈지만 한 번도 너를 '신'이라 생각한 적 없어. 그런 일은 거의 잊어버릴 정도였지.

희미한 모습의 여성

하지만 너와 마지막 인사를 했을 때 깨달았어. 난 이기심이 있다는 것을, '인간'의 이기심이 있다는 것을.

희미한 모습의 여성

네가 여기 남아서 사람들을 좀 더 도와주길 진심으로 원했어. 수많은 내 동족도 네가 필요했어.

희미한 모습의 여성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어. 과연 네가 날 사랑하는 것처럼 저 사람들도 사랑할지……

어쩌면 실망을 안겨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네.

희미한 모습의 여성

우린 결국 실패한 거네, 그렇지?

……

결국 넌 씨앗을 찾지 못했고, 나도 오리지늄으로 오염된 땅에 씨앗을 심을 방법을 개발해 내지 못했어.

이 땅조차 우린 지키지 못했어.

희미한 모습의 여성

인간이 하늘에게 승리한다…… 인간이 언제 하늘을 이겼던 적이 있지?

희미한 모습의 여성

슈…… 후회해?

……

희미한 모습의 여성

내가 했던 말, 넌 이미 알고 있었던 거잖아. 그치?

맞아. 알고 있었어.

희미한 모습의 여성

넌 이곳에서 나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희미한 모습의 여성

넌 이 장치 안에 남아 있는 의식이고, 나는 그 의식이 가진 기억의 단편일 뿐이야.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참 슬프네.

희미한 모습의 여성

나는 너야.


신기한 생물

크어어……?


아직도 여기 있었구나.

“즈자이”

난 항상 네 마음속에 있었어.

목숨을 탐하고, 삶을 탐하여 죽는 게 두려운가 보구나.

왜 너를 그림에 담았는지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

산 높고 물이 멀어 갈 곳이 없어도, 난 세상에서 자유롭게 지내.

많은 시간을 헤맸더니, 이 작은 깨달음조차 잊어버렸구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그려야 화가라니,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한 걸까. 산 하나, 물 한 줄기를 그려도 그게 바로 경치인 건데.

화가가 검을 휘두르자, 산이 솟아올랐다.

나는 나야.

내가 보는 것이 곧 만물이고.


라바

어이, 일어나야지?

라바

현장에서 잠드는 건 감독으로서 무책임하지 않아?

니엔

졸리면 자야지…… 우리가 방금 무슨 영화를 찍고 있었더라?

라바

《메카 베헤모스 VS 베헤모스》야.

니엔

아, 그건 내가 아껴뒀던 대본이잖아.

라바

아껴뒀다는 게, 어이없는 수준 때문에 숨겨뒀단 거야……?

라바

말해두겠지만, 이번 해가 마지막이야.

니엔

웃음도 분노도 모두 문장이 되고, 전설도 기담도 모두 이야기인 거야……

니엔

근데 말이야, 라바.

니엔

……왜 오랫동안 나랑 어울려 준 거야?

라바

네가 약속했던 전설의 무기, 그건 언제 줄 건데?

니엔

역시 그걸 생각하고 있었나……

니엔

만약 언젠가 내가 사라진다면,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다면…… 넌 나를 그리워할까?

라바

아니.

라바

설령 그런 날이 오더라도, 아무도 널 기억하지 못할 거야.

라바

네가 만든 무기, 도구, 도시, 그리고 영화…… 모두 사라질 거야……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니엔

맞아…… 나도 여기서 널 만나선 안 됐어.

라바

……

니엔

맞는 말이야. 내가 만든 것들, 결국은 헛된 노력일 뿐이지. 하지만 난 재미를 찾고 싶었어. 기억을 남기고 싶었거든……

니엔

뭔가 남겼고, 그것으로 난 기뻤지. 그거면 충분해.

니엔

고마워, 라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보낸 그 시간들…… 정말 즐거웠어.

니엔

부끄럽네…… 전부 내가 만든 것들인데, 되려 내가 교훈을 얻다니.

니엔

쓸데없는 기억만 떠오르게 하다니, 정말 성가시네……


니엔

뭐 됐어. 이미 그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우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어.

니엔

그냥 심장일 뿐인 주제에, 우리를 되찾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니엔

노친네, 우리가 그 어두컴컴한 능묘에서 힘들게 나온 건, 네 그늘 밑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야.

니엔

그러니까……


사라져!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