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ST-1전주 '뜻밖의 귀환'
여황 축제를 앞두고, 슈투름란트 주의 선제후 베르너 폰 호흐베르크가 자신의 고탑에서 살해당한다. 비비아나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의 옛 친구인 코라를 만나게 되지만, 아버지 베르너와의 마지막 작별 기회를 놓치고 만다.
등장 오퍼레이터: 비비아나, 에벤홀츠,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슈투름란트 주의 밤은 자주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온 고탑은 너무 오래되어, 캐스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계단 틈새에 자란 이끼를 제거할 수 없다.
그는 츠빌링슈튀르메를 떠올렸다. 그때는 나선형 뿔 모양 검은 고탑이 새로 생긴 쌍둥이 탑으로 대체되기 전이었고, 그 웅장한 도시도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가을의 골목은 언제나 금빛으로 찬란했고, 그 속을 누볐던 젊은 그가 품었던 것은 아츠 스태프와 단검이 아닌, 시집 몇 권과 자유에 대한 바람뿐이었다.
지금과는 달리, 폭풍이 잠시 멎어도 탑의 꼭대기는 여전히 추웠고, 비처럼 쏟아지는 달빛은 장막을 뚫고 들어와 모든 기대를 그 자리에 못 박아 버렸다.
너무 아쉽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금잔화가 만개하는 모습을 그가 다시는 볼 수 없었으니.
1100년, 라이타니엔 북부 국경, 슈투름란트 주의 주도 펠스
훌륭하군요, 아주 훌륭합니다.
마치 달빛이 내 뺨을 어루만지는 것 같은 아주 매끄러운 연주였어요. 에리히 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르타 씨, 내게 왜 이러는 거야?
에리히 님, 당신의 전 약혼녀는 여기 없습니다.
당신의 그 차가운 표정은 내 심장을 깊이 찔렀고, 당신의 미모는 제 숨결을 앗아갔지. 도저히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
제 허리에서 손을 떼어 주셨으면 좋겠군요.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연주가 끝났나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방금 저는 작년 가을, 마르타 씨가 저를 떠난 그날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어요. 너무 슬퍼 숨쉬기마저 힘들어졌어요.
아무래도 자주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해야 할 것 같군요. 이런 음악회가 슈투름란트에선 그리 흔치 않지만, 츠빌링슈튀르메는 다르죠.
하아, 아무래도 올해의 여황 축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에리히 님의 먼 숙부가 선제후 궁정에서 직무를 맡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 무슨 풍문이라도 들었습니까? 설마 베르너 선제후께서……
아뇨, 아직 그렇다 할 소식은 없습니다.
다만, 요 몇 달 동안 선제후께서는 자신의 고탑을 거의 떠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의사의 출입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다른 가문을 대표하는 캐스터들의 방문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우리 모두 슈투름란트를 떠날 수 없을 것 같군요. 여황 축제가 해마다 열리긴 하지만, 새로운 영주님을 알현할 기회를 감히 걷어차 버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저는 마르타 생각이나 더 하렵니다.
그나마 아르투리아 씨가 있어서 참 다행이죠.
아르투리아 씨의 연주를 들으면 저는 낮에 있었던 고뇌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으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이 아르투리아 씨의 마지막 연주회라더군요.
그럼, 저는 잠시 푹 빠져서 더 잘 감상해야겠네요. 잠깐이면 됩니다. 어차피 폭풍은 또 휘몰아칠 거니까요.
……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담당자가 지시하지 않았나? 식사를 배달했으면 얼른 지하실로 돌아가. 선제후님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고.
……
시종은 호통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그저 계단을 따라 문밖으로 향했고, 그 모습은 마치 영혼을 잃은 빈 껍데기가 바깥의 천둥소리를 따라 막연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거기 서.
네 손에……
피?
선제후님은……
……
위병대, 위병대!
에휴, 뭔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럽냐. 방금 쌓아 둔 장작이 또 눅눅해지겠네.
행크, 불을 아직도 못 피웠어?! 그냥 뒤뜰에서 불을 피우는 건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설마 또 아츠 스태프를 깜빡했나……?
……선생님, 양초 하나만 더 줄 수 있을까요?
아, 물론이죠, 드로스테 씨. 어제처럼 여기서 사람을 기다리실 겁니까?
네.
오늘 저녁엔 바람이 유난히 찹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시죠. 그나마 방 안이 좀 더 따뜻하니까요.
괜찮아요.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제 몸은 여전히 이곳의 비바람에 익숙하니까요.
하하, 당신도 슈투름란트 출신이라는 걸 제가 깜빡할 뻔했네요.
몇 년 전, 신문에서 드로스테 씨에 관한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어요. 이 근처에서 자란 아이라면 제가 모두 알고 있을 텐데 말이죠.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죠.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요…… 항상 그랬죠.
정말 겸손하세요.
당신이 제 가게에 들어왔을 때, 저는 신문에서 말한 게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고귀하고 우아합니다. 마치 저 고탑에서 내려온 대귀족 같아요.
이틀 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뮐러 씨. 특히……
안심하세요.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절대 발설하지 않을게요. 아무리 은퇴했다고 해도, 언론들이 아직도 당신을 쫓아다니고 있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좋게 생각하면, 어쨌든 여긴 라이타니엔이잖아요. 귀족 나리들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이 아니면 헤드라인에 오르기 힘들거든요.
……그렇겠죠.
참, 내 정신 좀 봐. 얘기에만 정신이 팔려 양초 드리는 걸 깜빡했군요. 자, 여기요. 혹시 더 필요한 건 없나요?
저기…… 제게 빌려줄 만한 책이 더 있으신가요?
전에 그 소설은 이미 다 읽으신 건가요? 어디 보자, 이번엔 어떤 책을 읽고 싶은가요? 서랍에 그림책 두 권과 역사 소설 한 권, 시집 대여섯 권이 더 있긴 한데요.
아, 드로스테 씨는 시집을 더 좋아하시죠? 베르너 선제후가 자주 민간 시회를 여는데, 이 몇몇 시인들이 모두 선제후의 귀빈이라고 들었어요.
아니요, 이번엔 역사 소설로 주시겠어요?
이곳에 돌아온 후부터, 어떤 시도 잘 읽히질 않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 소설을 가져가세요. 언제까지 읽어도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행크, 행크…… 이 녀석, 또 어디서 자빠져 자고 있는 거야?!
……《잔불》.
재미있는 이야기지. 물론……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어머, 다른 손님도 계셨군요. 안녕하세요.
안녕.
당신은……
코라. 코라 뢰벤슈타인.
뢰벤슈타인 씨, 당신도 이 책을 읽어보셨나요?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 소설을 각색한 오페라밖에 듣지 못했어. 이 소설이 출간되던 해에 글씨를 감상할 능력을 상실했으니까.
당신의 눈…… 죄송합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군요.
20년도 지난 일이라 이미 익숙해졌어. 게다가 이런 날엔 양초와 장작을 좀 더 아낄 수도 있고. 곁에 앉아도 될까?
네, 그러시죠.
이 얼마나 따뜻한 촛불인지.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나요? 옷이 다 젖으셨군요.
길을 서두르느라 우산 쓰는 걸 깜빡했어.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혹시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요 몇 년간, 이 가게는 늘 이렇게 썰렁했지.
아니, 정확히는…… 슈투름란트 전체가 거의 변한 적이 없다고 해야겠네.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재앙도 빈번하고, 날씨마저 궂은 탓에 특별한 시기가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외지인들이 여길 찾아오진 않아.
이 자리에서 옆의 창문으로 내다보면 선제후의 기거탑이 있는 이동 섹터가 보이지? 그 사람이 너를 위해 더 은밀한 장소를 골랐어야 했는데.
……
그렇다면, 그분이 당신을 보낸 건가요……?
내 손을 잡아 봐.
네?
자세히 들어 봐.
사람이…… 많은 사람이 바람 소리에 숨어 있네요.
비비아나, 이 촛불을 조종할 수 있지?
네.
그럼 준비해……
일단 '촛불을 꺼'.
촛불이 꺼진 순간, 잡화점의 창문도 모두 깨졌다.
바깥의 비바람과 함께 다양한 효과의 아츠 에너지가 밀려 들어왔다.
코라의 손을 잡은 비비아나는 마치 거친 파도의 중심에 있는 작은 배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리지늄 아츠가 이 작은 가게를 산산조각 낼 기세로 그녀들을 향해 연거푸 쏟아졌지만, 이 두 사람에게만은 빗겨나갔다.
그리고 방안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우리가 보이지 않으니 가까이 다가와 탐색할 수밖에 없어. 저들의 위치가 느껴져?
……아주 잘 느껴집니다. 제가 처리할게요.
촛불은 비비아나의 손바닥에서 다시 타올랐다.
마치 생명이라도 불어넣은 듯, 그림자는 폐허 속에서 손발을 뻗어 사방의 부서진 벽을 뚫고 다가오는 캐스터들을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못 하게 제압했다.
……일곱, 여덟.
아홉.
드디어 안전해졌네.
저를 구해줬군요.
문제를 해결한 건 너야. 난 그저 저들이 시전한 오리지늄 아츠의 음을 살짝 '조율'했을 뿐이고.
더 많은 킬러가 찾아오기 전에, 나를 데리고 여기를 떠나줄래?
방금 그 사람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너를 찾아온 사람들이겠지.
뮐러 씨, 그리고 행크 씨, 두 사람도 위험한가요?
친절한 사장은 뒤뜰에 간 덕분에 이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어. 이따 내 동료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거야.
그리고 그 일꾼 씨가…… 저 사람들을 불러왔어. 험악한 사람들과 어울린 결과가, 단지 오리지늄각뿔 몇 개뿐은 아니라는 걸 아마 잘 알고 있을 거야.
제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목표인가요?
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게. 그 전에, 비비아나……
너를 자세히 '봐도' 될까?
저기……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은 비록 낯설었지만, 그 표정과 목소리는 너무나도 친절했다. 비비아나는 상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코라는 두 손으로 비비아나의 볼을 더듬었고, 또 몇 번 어루만졌다. 그녀의 동작은 마치 가장 귀중한 악기를 다루듯 매우 부드러웠다.
뒤이어, 그녀의 생기를 잃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어머니를 많이 닮았구나.
베르너도 너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아마 매우 기뻐했을 거야. 조금만 더 버티면 됐는데…… 병상에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너를 만나기 위해서였지.
베르너면…… 아버지?
아버지는……
미안하구나, 비비아나.
얼마 전 네 부친이…… 슈투름란트의 선제후 베르너가 고탑에서 세상을 떠났어.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저희 모두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고, 아무도 자객이 선제후의 방에 잠입할 줄 몰랐습니다.
……자객이라면, 그 선제후의 시종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 여자는 이 탑에서 반평생 일한 걸로 아는데.
선제후께선 그 여자를 매우 신임했고,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선제후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그 여자가 맞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 방에 들어간 다른 사람이 있나?
친위대와 의사뿐입니다.
탑에서 나간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 저녁엔 기거탑을 나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희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 일단 하인들을 모두 탑 지하의 검은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까요?
필요 없다. 이미 전부 만나봤으니.
그럼, 그 자객은 심문해 보셨습니까?
정신계 오리지늄 아츠의 영향 때문에, 자신이 뭘 했는지도 모르더군.
아무래도 그 여자를 고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렇다면, 네가 지금 거짓말하고 있다는 건가?
제가요? 설마, 그럴 리가요? 저는 10년 동안이나 호흐베르크 가문에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건 베르너 선제후께서 베풀어주셨다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
그렇다면…… 귈데네스게사츠에 대고 맹세할 수 있겠나?
귈데…… 네스……
제가 어찌 감히…… 게사츠슈베이터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사건 발생 후 넌 고탑을 떠났지.
네 몸에서 빗물 냄새가 나는군. 네 옷깃은 밖에 있는 계단의 이끼에 스쳤고.
10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넌 아직 호흐베르크 가문의 고탑에 대해 잘 모른다. 마치 네가 베르너 선제후를 잘 모르는 것처럼.
선제후께서…… 당신들을 부른 건……
선제후는 너희들의 이심을 이미 눈치챘다. 선제후가 병이 들자마자 너희들은 꿈틀대기 시작했고.
나와 뢰벤슈타인 씨가 한발 늦게 도착한 게 아쉬울 뿐이지.
……
'수석'에게 소식을 전해. 게사츠슈베이터가 이미 눈치챘다고……
으악……!
선율의 속박에서 벗어날 망상은 하지 마라. 네 오리지늄 아츠는 네 마음만큼이나 추악하고 취약하니까.
그 물건은 어디로 보냈나?
크…… 으!
대답해라, 잔당.
츠…… 츠빌링……
네가 말한 '수석'이란 자가 정신계 오리지늄 아츠로 시종을 조종한 사람인가? 그 녀석도 지금 츠빌링슈튀르메에 있나?
수석……은……
으악, 내 머리…… 아아아아!
황금 선율이 네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질 거다.
그 어떤 반항적인 의도도 네 마음과 머리를 견딜 수 없게 만들 테지.
게사츠슈베이터……
이렇게 거역할 수 없는 강한 힘이 있으면서, 왜 굳이 그 쌍둥이 꼭두각시의 노예를 자처하는 거냐?
너를 속박하는 건 내 선율도, 여황의 뜻도 아니다.
넌 라이타니엔의 의지에 맞설 수 없다.
라이타니엔…… 의지?
하…… 하하! 지금의 라이타니엔이…… 아직도 그 의지를 갖고 있다고?
'기원의 뿔'…… 헤르쿤프트쇼른의 힘이 결국 이 땅을 다시 뒤덮을 거다!
크아아아아아……!
죽음으로 인한 미약한 잡음인가. 원거리에서도 이런 울림을 포착할 수 있는 캐스터라면 절대 평범한 잔당이 아닐 텐데.
……'수석'이라.
……
저기 아가씨, 츠빌링슈튀르메로 가는 차가 도착했습니다. 지금 떠나실 건가요?
응, 출발하자.
나를 초대한 친구의 공연이 방금 막을 내렸어. 연주할 곡은 다 끝냈지.
더 이상 여기 머물 필요는 없어.
나도 모르게…… 여태까지 있었네……
마르타, 나의 마르타…… 하아, 마치 꿈을 꾼 것 같아. 언제 또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을지……
내가 말했을 텐데, 음악회 중에는 방해하지 말라고……
뭐? 잠깐, 다시 말해 봐!
……
지금 바로 돌아가지. 몇몇 친구를 만날 거니까, 차를 대기시켜.
맞다, 며칠 전에 루푸카른 주에서 산 목각 장식품, 그리고 서재에 있는 그 빅토리아 본차이나도 챙겨.
이렇게 갑자기? 아침까지도 선제후는 멀쩡하다고 하지 않았나?
앞으로 또 한동안 힘들어지겠구나. 아르투리아 씨…… 역시 아르투리아 씨의 연주와 미모만이 저를 악몽에서 구해줄 수 있습니다.
어렵사리 그녀가 머문 곳에 도착했는데, 이미 떠나버렸을 줄이야……
계속 말해 보십시오.
뭐, 뭘 계속 말해요? 당신은 누굽니까? 손에 든 건 아츠 스태프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아르투리아를 만나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니, 저는 당신이 그 여자와 관련이 있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지금 아르투리아를 찾고 있기에, 그녀와 관련된 모든 단서가 필요합니다.
당신도 아르투리아 씨를? 그럼 당신도 아르투리아 씨의 열렬한 팬인가요?
팬이요? 그런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율법의 규정과 교황청의 특수 임무 요구에 따라, 저는 최대한 빨리 이 지명 수배범을 라테라노로 압송해야 합니다.
지, 지명 수배범? 아르투리아 씨는 선제후님의 손님이에요. 설령 바깥에 그런 소문이 돈다고 해도…… 아니지, 저는 당신이 더 의심스러워 보이는데요!
에리히 님! 괜찮으세요?
바깥의 골목엔 이미 계엄령이 내려져 곳곳에 헌병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게사츠슈베이터가 선제후의 기거탑에 갔다 하는군요.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마침 백작 몇 분을 찾아가 정보를 알아보려던 참이었어요. 하아, 오늘 밤은 이상한 일투성이군요. 이게 다 게으른 제 운전기사 탓이에요. 어떻게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지!
아르투리아 씨는 이미 츠빌링슈튀르메로 출발해서 다행이에요. 적어도 그분은 안전해요……
어라, 방금 그 이상한 산크타는 어디 갔지?
……지명 수배범 아르투리아는 이미 이곳에 없습니다.
집행자 페데리코, 계속 목표를 추격하겠습니다.
목적지는…… 라이타니엔의 수도 츠빌링슈튀르메입니다.
비비아나, 우리도 이제 출발할 때가 됐어.
……
대외적으론 아마 선제후가 병사했다고 발표할 거야. 영지의 안정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이해가 돼.
제가 장례식에 참석할 순 없겠죠?
미안하게 됐어. 카시미어에서 급히 돌아왔는데도 마지막을 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떳떳하게……
……애도할 수도 없고요.
심지어, 저는 제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분의 얼굴이 거의 기억나질 않아요.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버지에 관한 기억은 카시미어로 보내온 편지 한 통뿐이었어요.
하지만, 그 편지의 글씨조차도 시종이 대신해서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네 아버지는 단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음…… 아버지 본인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제게 그렇게 말했어요.
저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하지만, 그 편지를 받았을 때 저는 역시 망설이게 됐어요. 과연 제가 돌아와야 할지…… 아니, 돌아오고 싶었는지요.
비비아나, 너는 마음이 약해서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거절할 수 없었을 거야.
……또 어쩌면, 제가 그 고탑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그 고탑이…… 제 기억 속에 있던 것처럼 여전히 우뚝 솟아 있는지 말이에요.
너는 고탑에 돌아갈 수 없어. 적어도 지금은 안 돼.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린 슈투름란트에 머무를 수 없어.
아버지를 해친 자와 어젯밤 우리를 찾아온 캐스터들이…… 모두 같은 사람의 사주를 받은 걸까요?
꼭 그렇진 않아. 베르너가 죽었으니, 너의 신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격해 올 수 있어.
네가 유일한 혈육이니까. 이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기에, 베르너의 적, 부하, 그리고 상속권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죄다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당신은요? 당신은 왜 저를 지켜주려 하나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13년 전, 네 어머니가 임종 후에 내가 너를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보냈어.
당신이 그…… 라이타니엔 황실악단의……
……조율사. 아주 편리한 신분이지.
황실악단의 방문은 라이타니엔과 카시미어의 우호 관계를 상징하기에, 아무도 악기를 든 아이의 신원을 의심하지 않았지.
당신이 저를 구해주신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군요.
진정으로 너를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네 아버지였어.
몇 달 전, 베르너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신이 떠난 뒤 네가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 될까 봐 걱정했어.
네 신분은 매우 특수하니까, 네가 라이타니엔으로 돌아오든 카시미어에 남아있든 모두 휘말릴 거라고 판단했지.
그래서, 베르너도 부득이하게 나와 브란트를 찾았던 거야. 그는 우리 이 친구들이 너를 안전하게 츠빌링슈튀르메로 데려가길 원했어.
거기서는 여황의 비호를 받게 될 거니까.
여황의…… 비호요?
맞아, 그게 베르너의 소원이야.
비비아나 폰 호흐베르크……
너는 너희 가문을 대표하여, 여황의 목소리가 될 거야.
라이타니엔 중부, 아인발트 주, 츠빌링슈튀르메 주변 도시, 출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
하암…… 후…… 졸려 죽겠네. 왜 하필 또 내가 당직이야?
젊은 놈들은 평소에 맨날 제때만 되면 퇴근하던데, 오늘은 또 무슨 핑계였더라? 새 영화 개봉? 지하 술집에서 콘서트 연다고 했나?
아무튼, 다음 달엔 꼭 남작님을 찾아가 빨리 츠빌링슈튀르메로 전근 보내 달라고 해야겠다……
이봐, 거기!
이 야심한 밤에 왜 여기서 어슬렁거려?
그냥 길을 가고 있었는데.
내가 알기로는, 여기 12시 이후에 나 같은 평민이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을 텐데?
……그렇긴 하지.
그냥 심심해서 돌아다니는 젊은이 같아 보이는데, 내가 괜히 긴장했나……
……그럼, 이제 가 봐도 될까? 아무튼 걱정해 줘서 고맙군.
그래, 가 봐. 아니, 자…… 잠깐만.
……
너 왠지…… 낯이 익은데?
아마 잘못 봤겠지. 아까 그대가 말한 것처럼, 나처럼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은 많으니까.
너 어디서 왔어? 억양은 우르티카 영지 쪽 사람 같은데.
난 우르티카…… 시골에서 태어났어.
시골? 시골 사람이 이런 억양을 쓴다고? 웃기지 마.
그러고 보니, 평민 아이가 이런 말투로 말하는 건 정말로 들어본 적이 없거든. 너, 혹시 어느 소귀족 집에서 몰래 도망 나온 도련님 아니야?
신분증 보여줘 봐.
만약 나를 데려가 어느 귀족의 환심을 사려는 거라면, 아마 실망할걸.
……너, 사람 약 올리는 재주가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없어?
잔말 말고, 얼른 신분증 꺼내.
……
자자, 여기 있어요. 우리 집 도련님의 여권입니다. 확인해 보시죠.
당신은 누구야?
어, 저 모르십니까? 시내에 살고 있잖아요. 헌책을 팔고 있죠.
그러고 보니, 요즘 책 장사가 잘 안돼서 커피나 팔아볼까 하는데. 아무튼, 늦은 밤에 순찰하시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자자, 제가 탄 커피 한 번 맛보세요.
……흥.
욱…… 윽, 맛이 왜 이래…… 커피 장사는 안 하는 게 낫겠다.
하하, 적어도 정신은 번쩍 들잖아요. 여권은 다 보셨습니까?
……에벤홀츠라, 이게 네 이름 맞아?
그래.
양친께서 악기를 매우 좋아하세요. 특히 피아노를요.
됐어, 가 봐. 어차피 여권은 진짜인 것 같은데, 내가 이름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잖아! 맞다, 책장수, 주머니에 있는 그 커피는 다 꺼내 놓고 가.
돌아올 줄 알았더라면, 그 여권을 태우지 않았으려나요?
그런 건 상관없어.
나를 돌아오게 하고 싶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두 번째…… 아니, 무수히 많은 새 여권을 준비해 뒀겠지.
……그럼, 왜 돌아온 거죠?
우르티카 영지의 수십만 명, 고탑에 있는 백여 명의 시종들…… 난 소위 자유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희생시킬 만큼 이기적이진 않아.
그러니까 이젠 연기는 그만 해, 밀정 씨. 설마, 여황 폐하께서 너를 보내 내가 진심으로 지시를 따르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나?
여황 축제가 코앞인데, 요즘 츠빌링슈튀르메에 바람 잘 날이 없잖아요.
흥…… 그건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 있어.
너희 중 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아. 이 귀에 거슬리는 선율은 끝나려면 아직 한참은 멀었어.
아무튼 제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젊은이.
츠빌링슈튀르메에 도착하면 다른 사람이 마중 나올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 돌아오라고 명령한 밀서와 전에 당신을 '죽음'에 빠트리려고 했던 밀서의 출처가 서로 다른 폐하라는 걸 눈치챘을지도 몰라요.
이전 그분의 인자함에 비하면, 지금의 이분은……
비글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벤홀츠는 이미 걸음을 옮겼다.
뒷모습이 길모퉁이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 젊은이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미 알고 있었나……
전 우르티카 백작, 당신은 지금…… 진정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하아…… 이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에 괜히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네.
당신을 위해 기도……
됐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아직 다 쓰지 못한 운이 남아 있다면……
……아무래도 다신 만나지 말기를 기도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