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

ZT-1찬송가 '맑은 하늘의 노래'

사이드 스토리작전 전2024-04-30

에비게그나데 여황을 알현한 비비아나는 아버지가 살해된 게 위치킹의 잔당의 계획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잔당은 귈데네스게사츠 사본을 훔쳐 갔고, 비비아나는 여황의 목소리 신분으로 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비비아나, 비르투오사


귀족 시종

부인, 이제 쉬셔야 합니다.

귀족 시종

벌써…… 몇 번째입니까? 이미 여러 번 그리셨는데, 아직도……

귀족 시종

제가 미술관에 연락해서 작품전 시간을 미뤄달라고 할까요?

귀족 시종

그 음악가 아가씨가 온 이후로, 부인은 평소보다 기운이 더 좋아 보이시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완쾌하신 건 아닙니다. 게다가 계속 이 그림만…… 이 그림……

귀족 시종

부인께서 그리신 건…… 어두운 밤입니까? 너무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밤인지. 당신의 그림이 곧 완성되겠네.

???

지금은 강렬한 감정이 당신을 지탱해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지만, 당신의 신체는 이미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을 거야.

???

정말…… 계속 연주해도 괜찮겠어?

???

그래. 당신의 답은 들었어.

???

나도 들었어. 당신의 고통을, 유감을, 후회를, 그리고 도취를…… 당신의 마음속에서 라이타니엔은 이 그림 속의 밤과 함께 이미 죽은 거지.

???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위해 20여 년이나 늦은 이 위령곡을 연주하도록 허락해 줘.


라이타니엔 수도 츠빌링슈튀르메, 도심

금빛의 여인

들어보거라.

금빛의 여인

매일 이 시간이면, 도시는 항상 각양각색의 음악 소리로 가득 차 있어.

금빛의 여인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학생들은 악기점 밖에서 걸음을 멈추고, 어느 신상 악기가 더 안정적인지 토론하고 있고……

금빛의 여인

퇴근 중이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길거리 음악가의 연주를 들으며 악기 케이스에는 동전을 던지는 소리가 들려.

금빛의 여인

식당 안은 젊은 연인들의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집에서는 부엌에서 밥하는 김이 피어올라……

금빛의 여인

하나하나가 모두 감동적이지.

코라

츠빌링슈튀르메의 저녁은 원래 많은 대음악가들의 아이디어 원천이죠.

금빛의 여인

음…… 축제 때 몇 곡 더 추가할까?

금빛의 여인

매년 귈데네스게사츠 연주를 시작으로 고전 작품만 순서대로 연주하고 있으니, 사람들도 점점 질리지 않을까 싶군.

코라

축제의 곡은 모두 폐하들께서 결정하시면 됩니다.

금빛의 여인

그렇다면, 나중에 지휘자와 수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금빛의 여인

참, 네가 젊은 친구를 한 명 소개해 준다고 하지 않았나?

코라

그렇습니다, 폐하.

코라

이분이 바로 베르너의 딸, 비비아나입니다.

비비아나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에비게그나데 여황 폐하.

에비게그나데

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아이로구나. 카시미어에서 왔다면서? 여기 생활은 적응했고?

비비아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타니엔은…… 제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에비게그나데

그렇게까지 조심스러워할 필요 없다. 나와 코라도 종종 이렇게 여황 탑 밖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곤 하니까.

에비게그나데

베르너가 떠나서 너도 상심이 크겠구나. 시간이 넉넉하다면 너를 시내에서 한동안 푹 쉬게 하고 싶었는데.

비비아나

그 말씀은……

에비게그나데

……여황의 목소리.

에비게그나데

코라가 네게 말했듯이, 이건 베르너의 부탁이었다.

비비아나

이건 저에게…… 더없는 영광입니다.

에비게그나데

귀족들은 10살 남짓한 막내아들을 보내오는 걸 더 좋아하지만, 나는 네게 충분히 그런 자질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에비게그나데

너를 만나 보니 더 확신이 들었고.

비비아나

과찬이십니다.

에비게그나데

겸손은 미덕이지만, 속마음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미덕이지.

에비게그나데

나도 베르너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고 싶지만, 네 생각도 한번 들어보고 싶구나.

에비게그나데

너는 자신에 대해, 라이타니엔에 대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게사츠슈베이터

……죄송합니다, 폐하. 손님이 와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에비게그나데

괜찮다, 브란트. 이 시간에 너를 불러온 건 나니까. 그래서, 슈투름란트에서 발견한 거라도 있나?

게사츠슈베이터

슈투름란트의 귈데네스게사츠 사본을 누군가 선제후의 고탑에서 훔쳐 갔습니다.

게사츠슈베이터

아무래도 악장을 훔쳐 간 자와 선제후를 해친 자가 같은 패거리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헤르쿤프트쇼른의 여음'이라고 자칭하고 있습니다.

에비게그나데

헤르쿤프트쇼른…… '기원의 뿔'이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군.

게사츠슈베이터

……위치킹의 잔당들입니다.

게사츠슈베이터

놈들 중 한 명을 심문해 봤습니다만, 악장 사본을 츠빌링슈튀르메로 보냈다고 합니다.

에비게그나데

여긴가……

에비게그나데

코라, 여황 축제가…… 몇 년이나 열렸지?

코라

올해로 23년째입니다, 폐하.

에비게그나데

위치킹이 죽은 지 벌써 23년이나 되었단 말이지.

에비게그나데

아직도 끊임없이 그 이름으로 참극을 빚어온 사람 중, 그자를 직접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에비게그나데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오늘날의 라이타니엔에……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 것인가?

코라

원한이란 건 애초에 이성적인 게 아니죠, 폐하.

에비게그나데

어쩌면 올해 행사를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에비게그나데

만약 그들이 정말로 악장을 이용해 츠빌링슈튀르메에서 혼란을 일으킨다면…… 난 축제에 참가하러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길 바란다.

게사츠슈베이터

아직 3일 남았습니다.

게사츠슈베이터

그 전에 반드시 그놈들을 찾아 악장을 되찾아 오겠습니다.

에비게그나데

원래라면 여황의 목소리 몇 명을 보내 함께 이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비비아나

……제가 가게 해주십시오, 폐하.

비비아나

여황의 목소리는 폐하와 또 다른 폐하의 영광과 위용을 상징하기에, 빈번하게 나타나면 분명 주민과 적들의 주의를 끌 겁니다.

비비아나

하지만 저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저는 이 모든 것과 관련이 없습니다.

에비게그나데

흥미로운 제안이구나.

게사츠슈베이터

폐하,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에비게그나데

브란트, 너와 비비아나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는다.

게사츠슈베이터

……네, 알겠습니다.

에비게그나데

그리고, 여황의 목소리가 방금 바세르 주에서 재미있는 신곡을 몇 개 가져왔는데, 힐데가르트에게 일이 끝나면 내 탑에 와서 들어보지 않겠냐고 물어봐 다오.

에비게그나데

어차피…… 힐데가르트를 찾아갈 테지?

게사츠슈베이터

……네, 그렇습니다, 폐하.

에비게그나데

그리고 비비아나, 이올레타 그랜드 마스터가 너를 아주 잘 가르친 것 같아. 너는 내가 가장 신임하는 여황의 목소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비비아나

감사합니다.

에비게그나데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지금부터 당장 여황의 목소리 신분으로 행동하는 건 허용하겠지만, 관례대로 새로운 여황의 목소리는 축제가 끝난 후에 고탑에 들어갈 수 있다.

에비게그나데

그때까진 방금 그 질문의 답을 기다리고 있도록 하지.

비비아나

제 솔직한 생각……

에비게그나데

만남의 시간은 저녁노을처럼 짧구나.

에비게그나데

아, 잠깐.

에비게그나데

시간이 됐군. 보이느냐?

비비아나

광장에 있는…… 분수 말입니까?

에비게그나데

매우 아름답지 않느냐?

에비게그나데

물보라가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 자체가 곡을 연주하고 있지.

비비아나

츠빌링슈튀르메에는 많은 건물과 거리 자체가 악기라고 들었습니다.

에비게그나데

내가 몇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술식을 연구하느라 공을 좀 들이긴 했지. 지금 보니 효과는 괜찮은 것 같구나.

비비아나

이 모든 게 폐하께서 친히 설계하신 거였군요.

에비게그나데

비비아나,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에비게그나데

나는 네가 나처럼 이곳을 사랑하기를 바란다.

에비게그나데

그 전에, 츠빌링슈튀르메의 노을이 너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비비아나

……노을.

[CG: 44_i01]

비비아나는 츠빌링슈튀르메가 과연 어떤 도시일까 수도 없이 상상했다.

어린 시절 읽은 소설과 시를 통해 상상했고……

타향의 TV 프로그램과 뉴스를 통해 많이 들어봤다.

그리고 지금, 비비아나는 처음으로 라이타니엔의 수도 중심에 서서 이 도시의 빛과 그림자, 냄새와 소리를 느꼈다.

비비아나

고전명화의 색채.

비비아나

아코디언의 음색.

비비아나

금잔화의 향기.

비비아나

마치 살아 숨 쉬는 시 같네요…… 츠빌링슈튀르메의 저녁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 이토록 흡사할 줄 몰랐어요.

코라

굳이 이번 사건에 개입할 필요까진 없는데.

비비아나

방금 폐하께서 제게 회피할 기회를 주지 않은 이상, 저는 이미 이 사건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요.

비비아나

게다가, 저도 궁금한 게 있긴 합니다.

코라

아버지가 죽은 이유를 알고 싶은 거구나.

비비아나

그뿐만은 아니에요.

비비아나

저도 곧 다가올 밤의 어둠 속에서…… 저 자신을 찾고 싶어요.

코라

그렇다면, 이 밤으로 들어갈 준비는 된 거니?

비비아나

여기 오기 전에, 저는 제 모든 책을 한 친구에게 선물했어요.

비비아나

그 친구도 어떤 신념을 갖고, 자신을 추방한 고향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죠.

비비아나

말하기 부끄럽지만, 저는 그 친구가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을까 수도 없이 상상했었어요.

비비아나

지금이라면, 아마 조금이나마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마흐트

리젤로테의 결정에 의문이 드는 모양이구나.

게사츠슈베이터

에비게그나데 폐하께서 선택한 여황의 목소리는 늘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그분의 판단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게사츠슈베이터

비비아나 드로스테가 훌륭한 캐스터임은 확실합니다. 영상 기록에서 그가 촛불과 그림자를 조종하는 능력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게사츠슈베이터

다만…… 지금까지 인위적인 무대에서만 전투를 벌였기에, 진정한 위기에 대처하는 경험은 부족할 거라 생각됩니다.

그리마흐트

브란트 라이너.

그리마흐트

네 충성 대상은 이제 호흐베르크 가문이 아니다.

게사츠슈베이터

……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폐하.

게사츠슈베이터

그렇지 않았다면 23년 전 그날 밤, 제가 어떻게 그저 가만히……

게사츠슈베이터

제겐 이미 선택의 권한이 없습니다. 게사츠슈베이터의 검과 아츠는 모두 귈데네스게사츠와 라이타니엔의 것이니까요.

그리마흐트

귈데네스게사츠와 라이타니엔.

그리마흐트

만약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게사츠슈베이터

귈데네스게사츠는 라이타니엔을 정의합니다. 천여 년 동안, 둘은 분리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마흐트

악장의 선율은 라이타니엔 사람들이 만든 것이니, 결코 불변한 것은 아니야.

그리마흐트

헤르쿤프트쇼른이 예전에 해냈지.

게사츠슈베이터

……

그리마흐트

어떤 한 부분을 책임을 진다는 건, 다른 한 부분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리마흐트

잘 생각해라, 브란트. 아무도 영원히 선택하지 않을 수 없으니.

게사츠슈베이터

폐하의 말씀……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게사츠슈베이터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에비게그나데 폐하께서 여황의 목소리 연주를 감상하러 오실 건지 물어보셨습니다.

그리마흐트

가도록 하지.

그리마흐트

……

그리마흐트

하지만 내가 갔을 때면, 리젤로테는 이미 잠들어 있겠지?

그리마흐트

미하엘.

???

폐하,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더 이상 폐하를 대신해 이웃집 고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분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폐하께서도 잘 아시잖습니까?

그리마흐트

농담은 그만두거라.

그리마흐트

도시 내 일은 계속 주시하도록.

???

제가 게사츠슈베이터, 그리고 그…… 비공식 여황의 목소리와 '협력'하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아니면……

그리마흐트

내가 말했을 텐데.

???

'계속', 이라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미술관 관람객

아까 너도 봤지?

미술관 관람객

시만 부인이…… 그리고 그 검은색 화면……

미술관 관람객

너무 무서워!

미술관 관람객

그게 그 폐하의 저주라고 다들 말하던데……

헌병

다들 이만 돌아가. 여기 모여있지 말고.

헌병

앞에 있는 길은 이미 봉쇄했고, 오늘 미술관은 문을 열지 않는다.

???

요제프 백작께 미술관 손실은 헌병대에서 부담한다고 전해드려.

헌병

네, 대장님.

로리스

그리고, 지난번에 목걸이를 잃어버린 그 부인의 전화번호는 남겼나? 딸이 《쌍둥이 탑 예술》의 편집장이라던 그분 말이야.

로리스

그 편집장에게 신간에 칼럼을 써달라고 부탁해…… 음, 내용은 시만 부인의 '유작'에 대한 소개로 하고.

헌병

어떻게…… 소개해 달라고 할까요?

로리스

평론가들에게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고 해.

로리스

시만 부인은 신작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과로 때문에 예술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 부인의 마지막 작품은 그 어떤 찬사를 받아도 마땅해.

로리스

“안타깝게도, 작품은 미완성이기에 부인의 유언에 따라 이 위대한 작품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로리스

내 유일한 바람은 그 폐하의 이름을 단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는 거야.

???

그럼, 당신이 볼 때…… 시만 부인의 사인이 무엇인 것 같으세요?

헌병

누가 멋대로 들어 오……

헌병

아니, 이 사람은 야, 양초……!

비비아나

카시미어 기사 협회에서 수여한 칭호이긴 하지만, 이제 은퇴했으니 더 이상 제 것이 아닙니다.

헌병

카시미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윈 상관없습니다!

헌병

몇 해 전만 해도, 그자들이 당신을 꼭꼭 숨겨놓고 출전시키지도 않는다고 제가 노바 기사단에 항의 편지를 얼마나 보냈는데요! 후에 당신이 은퇴했다는 걸 알고 나서, 저는 대장님 몰래 며칠이나 술에 빠져 살았거든요……

로리스

그때 꼴사납게 굴던 게 그것 때문이었나?

로리스

일단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옛일은 따지지 않도록 하지.

비비아나

안녕하세요. 로리스 보르딘 자작님.

로리스

만나서 영광이군.

로리스

핌, 명령을 전해. 이 아름다운 여성은 오늘 미술관의 유일한 손님이시다. 다들 밖에서 대기하고, 아무도 이 사람을 방해하지 마.

헌병

네…… 알겠습니다!

로리스

뢰벤슈타인 씨가 내게 말할 때만 해도, 여황 폐하 곁에 이렇게 특별한 분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비비아나

부디 소문내지 말아 주세요.

로리스

비비아나 님도 두 폐하도 안심하시길.

로리스

다만…… 사소한 사고일 뿐인데, 어째서 여황의 밀사까지 행차하셨나?

비비아나

사고? ……그게 헌병대의 조사 결과인가요?

로리스

부검한 결과, 시만 부인은 과로로 죽은 게 확실해.

로리스

시녀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시만 부인은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하더군.

로리스

이토록 집요한 예술가 정신은 라이타니엔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지. 실로 존경할 만한 일이야.

비비아나

이 작품은 시만 부인께 매우 중요했나 봅니다.

로리스

시만 부인은 20여 년 동안 신작이 없었으니까.

로리스

그러다가 갑자기 이 그림을 그리기로 했고, 미술관에는 전시하는 첫날, 즉 오늘에 본인이 직접 공개하겠다고 했지.

로리스

결과는 알다시피, 관람객들이 몰려왔을 때 시만 부인은 이미 그림 앞에 쓰러져 있었고.

비비아나

그림은요?

비비아나

완성…… 하셨나요?

로리스

답하기 매우 힘든 질문이군.

로리스

그림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군. 나로서는 그림의 내용이…… 아주 예상 밖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

비비아나

이건…… 팸플릿인가요?

비비아나

'위치킹의 죽음'……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이름을 지은 건가요?

로리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관람객들이 이 이름 때문에 찾아왔지.

비비아나

라이타니엔에서 '위치킹'이라는 이름은 별로 인기가 없는 줄 알았는데요.

로리스

비비아나 씨, 라이타니엔에 온 지 아직 얼마 안 되지 않았나?

비비아나

네, 얼마 전에 왔으니까요.

로리스

그럼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군. 라이타니엔에는 그 폐하와 관련된 작품이 무수히 많아. 여황들이 위치킹을 무찌르는 기적적인 승리를 다룬 오페라만 해도 수백 편이나 되지.

비비아나

제가 간과했군요. 진정한 주인공은 역시 여황 폐하들이죠.

로리스

하하하, 라이타니엔에서 창작은 자유야. 그건 아마…… 사람들의 진심이 드러난 결과겠지.

로리스

시만 부인도 여황 축제를 위해, 이 고전적인 주제를 다시 꺼내 온 나라가 주목하는 축제를 더 빛내려고 했겠지.

비비아나

하지만 이 그림의 내용은 '예상 밖'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로리스

그림은 저기 있네. 코너를 돌면 바로 보이지.

로리스

보고 나면 아마 내 말에 동의하게 될 거야.

로리스

……

비비아나

……습격인가요?

로리스

비비아나 씨, 여기 머물러 있게.

비비아나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로리스

술 취한 몇몇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새 아츠 스태프를 실험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 굳이 당신까지 나설 필요는 없지 않겠나?


헌병

대장님! 방향으로 봤을 때 습격자는 저 골목에 있습니다……

로리스

다른 쪽에는 사람을 보냈나?

헌병

2팀이 갔습니다만, 그쪽으로 빠져나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로리스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고?

헌병

이렇게 이상한 녀석은 저희도 처음입니다. 분명 우리 발소리를 들었을 텐데,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미술관으로 돌진하려 하다니.

헌병

무슨 큰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요? 대장님, 몇 명 더 데리고 가보시겠습니까?

로리스

필요 없다.

로리스

내가 말했지, 별문제 없어. 단지 몇몇 미치광이와 젊은이들이 우리에게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 뿐이야.

로리스

그래, 네가 좋아하는…… 그 스포츠 기사 아가씨, 성이 뭐지?

헌병

야…… 양초…… 아니, 드로스테입니다!

로리스

……처음 들어보는 성씨군.

로리스

다른 사람들은 계속 뒤쫓으라 하고, 우린 일단 미술관으로 돌아가서 드로스테 씨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한다.

로리스

그 귀족 아가씨는 여황의 측근이기도 하니, 미술관의 그 어느 작품이나 비밀보다도 더 귀중하다.


비비아나

발소리……?

비비아나

누가 안에 있나? 미술관은 봉쇄한 게 아니었나?

[CG: 44_i02_1]
비비아나

이 그림이겠네.

비비아나

이게…… 위치킹인가?

비비아나

아니, 이건 《위치킹의 죽음》이 아니야……

비비아나

이건…… 음……

[CG: 44_i02_1]
[CG: 44_i02_1]

그림에는 검은색의, 혼란스러운, 비뚤비뚤한 선이 무수히 많이 그려져 있었다.

맨 가운데 있는 《위치킹의 죽음》이란 작품뿐만 아니라, 벽에 걸린 모든 그림은 똑같은 방식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그 검은색 나선은 마치 하나하나의 소용돌이처럼 화폭에서 벗어나 온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선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눈으로 파고들더니, 이내 머릿속 깊은 곳에서 처량한 울음소리로 변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의식은 당겨지고 일그러지고 끊어지며 혼돈에 빠졌다.

그림자가 비비아나 뒤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오리지늄 아츠를 거의 통제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고 자신을 지키고 싶었다.

이 무시무시한 힘은 심지어 그 어떤 구체적인 글자나 화면, 또는 소리로 알려 줄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그 이름 자체였고, 강제로 관람객의 인지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위치킹'.


아르투리아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군요.

[CG: 44_i02_1]
[CG: 44_i02_2]
[CG: 44_i02_2]
[CG: 44_i02_2]

평온한 목소리가 갑자기 미술관 중앙에서 울려 퍼졌다.

소음이 그치자 기승을 부리던 검은색 나선들은 다시 화폭 안으로 돌아왔다.

비비아나

이 그림……

비비아나

분명 오리지늄 아츠는 감지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아르투리아

마음에 영향을 주는 건 오리지늄 아츠뿐만이 아니지.

아르투리아

충분히 진실하다면, 화면과 선율도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잖아.

아르투리아

두려워하지 말고…… 느껴 봐.

비비아나

……매우 강렬하네요.

비비아나

풍부하고 깊은 감정이…… 어지러워 보이는 이 혼돈 속에서 흐르고 있군요.

비비아나

계속 집중하기는…… 힘들어요.

아르투리아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건 한 사람의 영혼이니까.

아르투리아

그녀는 마음속의 위치킹, 그리고 자신의 생명마저 모두 이 그림에 그려냈어.

비비아나

시만 부인은…… 그 폐하와 무슨 관계인가요?

아르투리아

위치킹의 죽음이 그녀의 일생을 바꾸었어.

아르투리아

아직 소녀였을 때 시만 부인은 왕좌에 있는 그 남자를 깊이 흠모했지. 마치 하나의 기호를, 한 명의 신을 사랑하듯이.

아르투리아

그런데 어느 날, 그 신이 자기 앞에서 쓰러졌어.

아르투리아

그녀는 혼란스러워했어. 그녀는 위치킹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매우 혼란스러워했지. 사랑을 잃은 그녀는 자신의 가장 순수했던 감정마저 잃었으며, 그 뒤로 창작 능력도 상실하게 됐어.

아르투리아

그렇게 그녀는…… 갇혀버렸지.

아르투리아

그리고 생명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나서야 그 점을 깨달았어.

비비아나

당신은 마치 자신이 시만 부인인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아르투리아

시만 부인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이 내 선율과 공명했으니까. 나는 그녀의 영혼 깊은 곳에 들어갔고, 그녀의 도움 요청을 들었어.

비비아나

도움 요청이요……?

아르투리아

곳곳에서 들려.

아르투리아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어. 운명의 어느 한 전환점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나선계단에 영원히 갇혀 있지.

아르투리아

마치……

아르투리아

……당신의 아버지, 그리고 당신 자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