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

ZT-8야상곡 '보이지 않는 고탑'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4-30

페데리코와 아르투리아는 각자 오래전에 실종된 율리아와 대화하게 되며, 황역의 신비로운 베일도 점차 벗겨져 간다.

등장 오퍼레이터: 비비아나,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비비안

외출할 건데, 같이 갈래?

비비아나

……그래요.


비비안

잠깐만 기다려.

비비아나

무슨 일이세요?

비비안

셋, 둘, 하나……

비비안

시만 부인, 안녕하세요!

거리 쪽의 한 창문이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여인이 붓을 들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즉시 까치발을 하고 여인을 향해 손을 흔들었으며, 그 미소는 마치 길가의 금잔화처럼 아름다웠다.

비비안

시만 부인은 매일 이 시간에 창문을 열고 휴식하지. 오전 내내 그림을 그렸으니, 먼 곳을 바라보며 노래도 듣고 머리를 식히면서 영감을 찾는 거야.

비비안

그런데 이상하네. 시만 부인이 오늘은 기분이 별로인지, 인사도 안 하고 바로 창문을 닫아버렸네. 그림이 순조롭지 않나 봐. 이따 저녁에 엄마랑 같이 보러 가야겠다.

비비아나

이 주변을 잘 아는군요, 비비안.

비비안

카를 슈미트 거리? 당연하지, 여기서 10번째 생일까지 보냈는걸!

비비아나

부모님은 계속 여기 살고 계신가요?

비비안

몇 번인가 짧게 이사한 적은 있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다시 돌아왔지.

비비안

츠빌링슈튀르메 전체를 놓고 보면 카를 슈미트 거리는 확실히 눈에 띄지 않아. 꽃 가게랑 바, 그리고 물감 가게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고탑이 없고 전부 오래된 낮은 건물이야.

비비안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거나 초라한 예술가나 귀족이지만…… 아빠랑 엄마는 여기를 아주 좋아해.

비비아나

두 분을 귀찮게 하는 사람은 없나요?

비비안

처음에는 있었다고 아빠가 그랬어. 하지만 이제 남기로 했으니까, 준비가 다 되어 있대.

비비아나

베르너 폰 호흐베르크가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건가요?

비비안

아빠는 그렇게까지 평범하진 않아! 비엔 구의 평민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칠 뿐이었지만, 오빠 언니들이 아빠를 매우 존경했거든.

비비아나

……그렇군요.

비비아나

아마도 슈투름란트와 츠빌링슈튀르메에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했고 저축도 다 썼으니, 어쩌면 외모도 바꾸려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비비아나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비비아나

그런데 비비안, 손에 든 건 케이크인가요?

비비안

응, 옆집 언니한테서 얼마나 오래 배웠어. 금잔화의 꽃술은 조금 쓰지만, 가루로 만들어서 케이크에 넣으면 향도 좋고 느끼함도 사라지거든.

비비안

엄마는 얼마 전에 바흐 구에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급여도 전에 비해 많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시 잡지의 편집이야! 밤에 늦게 돌아오긴 하지만……

비비안

그래서 내가 한 달 동안 엄마한테 점심을 갖다주겠다고 제안했지.

비비아나

힘들지 않나요?

비비안

음~ 향기 안 나?

비비아나

무슨 향이요?

비비안

바람 불면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향이 여기까지 날아와.

비비안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아빠랑 엄마는 그렇게 피곤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주말에 나를 데리고 시만 부인의 파티에 참가할 수 있어.

비비안

아빠랑 엄마랑 손잡고 긴 골목을 지나 시만 부인의 집에 가는 거야. 거기는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아. 다들 연주도 하고 이야기도 즐거워.

비비안

비비안도 여기가 좋으니까 힘들진 않아.

비비아나

……그것도 좋네요.

비비아나.

이런 생활도, 정말 멋지네요.


구경하던 행인 A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그거…… 루신다 아니야?

구경하던 행인 A

성실한 평민이 누구한테 원한을 샀길래. 설마 쓰지 말아야 하는 시라도 썼나? 그런데 치안관은 왜 이렇게 빨리 왔대? 뭐 들은 거 없어?

구경하던 행인 B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렸는데, 뭘 들었겠어! (작은 목소리로) 괜히 들쑤시고 다니지 마. 아마 남편 때문일 거야.

구경하던 행인 A

베르너?

구경하던 행인 B

나도 들은 건데, 베르너가 슈투름란트 선제후의 후계자래. 이름을 숨기고 아내와 딸을 지키며 카를 슈미트 거리에서 10년 동안 평범하게 살았잖아.

구경하던 행인 A

평소에 베르너 가족과도 자주 인사했는데 전혀 몰랐어. 꽤 잘 숨겼네……

구경하던 행인 B

하아,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겠나!

구경하던 행인 B

듣자 하니 베르너는 아침에 교실에 나타나지도 않았대. 심지어 베르너를 데려간 사람이 호흐베르크 가문의 부하인지 여황의 목소리인지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더라고.

구경하던 행인 B

십중팔구 프리다 히먼이 밀고했겠지. 그 여자는 사실 제정신이 아니니까……

구경하던 행인 A

쉿, 목소리 낮춰.

케이크가 들어 있는 봉지가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비비아나는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가냘픈 어깨가 마치 광풍 속에 흔들리는 꽃줄기처럼 떨리고 있었다.

비비아나는 소녀의 손을 꽉 잡았다.

비비아나

비비안…… 보면 안 돼요.


페데리코

율리아 쉴러 씨, 저는 빛과 그림자만 어렴풋이 포착할 수 있습니다. 잔당이 나타난 위치를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페데리코

제 수호총이 쓸모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안전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율리아

어……

율리아

집행자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율리아

그 사람들은 저를 찾아온 게 아니에요.

율리아

처음에 그 가면 쓴 사람들을 봤을 때, 저도 멀찌감치 숨어 있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제 존재를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율리아

그 사람들이 '츠빌링슈튀르메' 어딘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그쪽에서 적이 침입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그들은 오히려 일종의 '신호'와도 같습니다.

페데리코

'적'?

율리아

진짜 적은 아니고. 저, 저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율리아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는 자연재해나 비정상적인 악천후, 현실이 된 악몽 같은……

율리아

특히 최근 들어 '츠빌링슈튀르메'의 날씨가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구름은 너무 짙고 노을도 퇴색한 것 같아요.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소리가 큰 천둥도 자주 치고……

율리아

잠에서 깨어나 보니 '츠빌링슈튀르메'의 한 부분이 또 지워진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율리아

그 많은 눈에 띄는 건물들이 뭔가에 억지로 뜯겨 난 것처럼 그 자리에는 공백만 남았어요. 마치 역사의 일부가 이유 없이 사라진 것처럼요.

율리아

적들은 각 시대의 고탑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고 있어요. '츠빌링슈튀르메'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불완전하게 만드는 거죠.

페데리코

……

율리아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사는 이 작은 골목의 차례가 올 거예요.

페데리코

그래서 제가 수호총을 사용할 때 나타나서 막은 겁니까.

페데리코

당신은 계속 여기를 지키고 있었군요.

율리아

네, 지금까지 당신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율리아

최근 한동안 계속 그런 예감이 들더라고요. 아주 강렬하게.

페데리코

예감.

페데리코

예감은 보통 심리적인 암시일 뿐입니다.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면 행동을 실행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페데리코

하지만 위치킹의 잔당은 확실히 나타났습니다……

율리아

집행자님, 한 곳에서 5년 10년 살며 그곳의 일부가 된다면, 당신도 파울비스트처럼 폭풍우의 냄새를 미리 맡을 수 있게 될 거예요.

아르투리아

당신, 설마 '헤르쿤프트쇼른의 여음'을 도우려고?

율리아

아니요, 이건 제 일이에요. 오늘 그들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전 스스로 방법을 생각했을 거예요.

아르투리아

하지만 그 재해나 악천후, 악몽엔 어떻게 맞서려고?

아르투리아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아츠 장치로……?

율리아

사실 요즘 저는 매일 여러 곳을 다녔거든요. 특히 건물이 사라진 '공백'이나 '경계'에 말이죠.

아르투리아

그건 너무 위험한데……

율리아

하지만 그런 곳에서 장치를 많이 모았어요.

아르투리아

마법진을 연결하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아츠 반향 장치 같은데.

율리아

아르투리아 씨, 만약 그 가면 쓴 사람들이 정말 '헤르쿤프트쇼른의 여음'이라면, 이 반향 장치들은 아마도 위치킹이 적을 상대하는 데 사용했던 걸 거예요.

율리아

분명 쓸모가 있어요!

아르투리아

……당신이 이 거리를 직접 개조하려고?

율리아

금잔화 골목은 보덴 구의 외곽에 근접해 있어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아요. 외지 여행객이나 야외 스케치를 하러 온 화가, 방랑 시인을 제외하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죠.

율리아

보덴 구 자체도 츠빌링슈튀르메의 22개 구에서는 아무런 특별함도 없거든요.

율리아

게다가 '츠빌링슈튀르메'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하고 신비로운 고탑도 많아서…… 이 평범한 골목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예요.

율리아

하지만 여기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에요…… 저보다 여기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율리아

골목이 언제 가장 활기차고 언제 가장 조용한지 저는 알아요.

율리아

저는 이 골목의 모든 소리를 알고 있어요…… 길거리 음악가의 공연, 흥얼거리는 행인의 노랫가락, 돌담길의 요란한 발걸음 소리, 빗방울이 금잔화와 천막을 적시는 소리……

율리아

이 거리 어딘가에 묻혀 있는 공명 파이프가 잘 작동하는지, 어느 모퉁이의 아츠 조각상이 파손됐고 또 대체할 수 있는지……

율리아

그리고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고 이 반향 장치로 가동할 수 있는지도요!

아르투리아

하지만 개조한 공명 파이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잖아.

아르투리아

이 장치들이 건물이 사라진 공백 속에 남겨졌다는 것 자체가……

율리아

음, 아르투리아 씨, 저는 뭐라도 해야 하거든요.

율리아

게다가 저는 분명 뭐라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율리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타일렀어요.

율리아

얀을 잘 돌보고, 자신을 잘 돌보고, 부모님처럼 되면 안 된다고요……

아르투리아

당신 부모님은……

율리아

이미 돌아가셨어요. 아마 1077년일 거예요……

아르투리아

쌍둥이 여황 정변에 휘말렸어?

율리아

아니요. 두 분은 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율리아

당시 부모님은 워낙 몸이 아프셨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기원의 탑이 무너지는 굉음, 바깥 병사들의 요란한 부츠 소리…… 그 때문에 두 분의 병세가 더 악화했죠.

율리아

두 분은 늘 다음 순간에 헌병이 문을 차고 들어와 우리를 잡아가거나, 심지어 거리 전체가 평지로 변하지 않을까 긴장해 있었어요. 그 혼란의 시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요.

율리아

결국 바흐 씨가 '영광의 수도 계획'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공포 속에서 떨다가 돌아가셨어요.

아르투리아

거대한 소음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면, 우리에겐 자신의 마음속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그러면서 두려움이나 근심이 자신 때문에 더 증폭되고.

아르투리아

율리아 씨, 위로의 말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율리아

아니요, 아니요. 제 말은, 단지 내가 이대로 살아갈 의욕을 잃어버리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거예요.

율리아

아르투리아 씨, 여전히 주위 풍경이 안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까 거리 끝에 있는 화랑부터 걸어왔고, 저 앞에 제가 10년 가까이 지냈던 카페가 있어요.

율리아

처음에는 생활비 때문에 거기서 일했어요. 사장님이 좋은 분이셔서 저와 얀이 뒷마당에 있는 방치된 창고에서 살게 해주셨죠.

율리아

저는 창고를 방으로 개조했고, 얀이 아츠를 연습할 수 있는 작은 방도 따로 마련해줬어요.

율리아

걔는 아주 재능이 뛰어나요. 거리에서 캐스터가 아츠로 조각상을 수리하는 걸 몇 번 보더니, 돌아와서 밤새 궁리하고는 자기 방문을 '음성 제어'로 바꿔버리더라고요.

율리아

전에 로리스와도 상의했는데, 얀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루트비히스 대학에 보내 아츠를 배우게 하기로 했어요.

율리아

로리스는 츠빌링슈튀르메에서 반드시 출세하겠다고 가슴을 치며 말했고요. 그때가 되면 얀의 추천인이 될 수 있다면서요.

율리아

나중에 카페가 폐업하기 직전에, 제가 전 재산을 털어 가게를 인수했죠.

율리아

사장도 저고 종업원도 저였죠. 심지어 저는 새로운 커피도 만들어 봤어요. 재개업하는 날에 특별 메뉴로 내놓으려고요……

아르투리아

위험은 예측할 수 없지만, 생활은 피부에 와닿는 거니까.

아르투리아

당신은 가게를 지키고 싶었던 거야.

율리아

이 거리 입구의 피아노 학원에서부터 여기까지 총 8개의 공명 파이프가 있어요. 게다가 이 반향 장치는 파이프의 이음매와 딱 들어맞죠……

율리아

제가 어떻게든 쓸모 있을 거라 그랬죠?!

페데리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페데리코

츠빌링슈튀르메의 공명 파이프는 애초에 바흐 씨가 '영광의 수도 계획'을 주관할 때, 위치킹 시대에 도시 전역에 설치한 아츠 부호 라인을 다시 조율한 겁니다.

율리아

조금만 더 가면 제 카페가 있어요. 이것으로 개조 작업도 절반은 완성했다고 볼 수 있죠.

페데리코

또 나타났군요. 맞습니까?

율리아

네. 카페 맞은편 모퉁이에서요.

율리아

속도를 올려야겠네요.

율리아

……

페데리코

무슨 일입니까?

율리아

뭔가, 익숙한 거 같아서요.

율리아

그날의 상황과 거의 똑같아요……


율리아

그날은 카페가 재개업한 첫날이었어요. 저는 카페 입구에서 로리스와 얀을 기다렸죠…… 두 사람은 그날 늦었거든요.

율리아

사실 그 둘이 '개업 기념'을 빌미로 뭘 하려는지 저는 다 알고 있었어요. 너무 티가 났으니까요.

율리아

로리스는 일부러 다른 지역의 꽃가게에서 꽃을 주문했어요. 그리고 저한테 꼭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죠……

율리아

그런데 정작 전날에 도와주러 왔다가 실수로 주문서를 테이블에 흘린 건 모르고 있더라고요.

율리아

얀은 일주일 전부터 몰래 시만 부인의 댁에 자주 드나들었어요…… 금잔화 골목의 젊은이들 대부분이 기념으로 시만 부인에게 그림을 부탁하니까요.

율리아

그래서 두 사람 마음대로 하게 뒀거든요. 새로운 삶의 시작이고…… 로리스와도 약속했으니까요.

율리아

그런데 아침에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약간 정신이 없을 정도였어요. 거리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고.


율리아

그러다가 카페 맞은편 모퉁이에서 두 사람을 발견했어요……

율리아

검은색 가면…… 일그러진 무늬……

율리아

그 사람들도 저를 발견하고 저한테 다가왔어요.


페데리코

위치킹의 잔당…… 왜 이 '기원의 뿔' 안에서 위치킹의 술식이 당신의 눈에 구상화된 건지 설명이 됩니다.

페데리코

이건 당신이 생전에 겪은 위치킹과의 유일한 접점일 겁니다.

율리아

……

페데리코

진실은 로리스 씨의 추측과는 많이 다릅니다. 당신은 때마침 위치킹의 잔당이 작전을 하던 현장에 나타났을 뿐입니다……

페데리코

시 정부도 마냥 귀족을 감싸고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위치킹의 잔당 작전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핀 남작의 최종 결말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페데리코

다만, 쌍둥이 여황의 집정 초기라 츠빌링슈튀르메는 이 사건이 위치킹, 그리고 위치킹의 잔당과 무관해야 했으니까요.

페데리코

조사를 중단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최대한 빨리 사건을 종결하는 것, 그들에게는 최고의 방법일 겁니다.

율리아

음, 그게 무슨 말이죠?

페데리코

율리아 쉴러씨, 당신의 사망은 단순한 불의의 사고입니다.

율리아

……

페데리코

저는 이미 사건의 진실을 파악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을 떠올리는 게 당신에게 부담이 된다면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율리아

아니요, 집행자님. 저는 단지, 만약에 이 거리가 정말 이미 사라진 고탑처럼 어느 시점에 '츠빌링슈튀르메'에서 사라진다면……

율리아

제게는 더 이상 로리스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오진 않겠죠?

페데리코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은 이미……

율리아

집행자님, 당신도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나요?

페데리코

공증소에 들어온 이래, 유언 자체가 불명확해서 집행할 수 없었던 2건과 목표물이 폭발로 파손된 2건을 제외하면 약속을 어긴 적은 없습니다.

율리아

음, 저는 일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페데리코

……'약속' 말입니까.


아르투리아

……페디, 너 뭐 하고 있어?

페데리코

그림 그려요.

아르투리아

이 캄캄한 데서?

페데리코

어렵지는 않은데요.

페데리코

단순 심심풀이에요…… 누나가 조용히 있고 싶다고 해서요.

아르투리아

고마워.

아르투리아

뭘 그렸어?

페데리코

라테라노, 밤의 라테라노요.

아르투리아

왜 밤의 라테라노를 그렸어?

페데리코

방에 불이 안 켜져 있으니까요.

아르투리아

……

페데리코

누나, 말할 때 콧소리가 가벼워졌어요. 이제 울지 않는군요.

페데리코

누나는 연주 방법을 터득할 거라고 했고, 난 누나를 믿어요. 다들 누나는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재능은 고통을 가져오는 게 아니에요.

아르투리아

페디, 난 배워낼 거야…… 이건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야.

아르투리아

그 그림을 완성하게? 뭔가 곤란해하는 것 같은데.

페데리코

네……

페데리코

전체적인 윤곽은 다 그렸고, 이제 세부 부분만 그리면 돼요. 그런데…… 누나, 밤이 되면 라테라노에서 가장 먼저 불이 켜지는 곳은 어디에요?

아르투리아

……나도 몰라.

아르투리아

아니면, 내가 요령을 터득하고 곡 하나를 완전히 연주할 수 있게 될 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너를 라테라노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가 줄게.

아르투리아

거기 가서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페데리코

좋아요.


페데리코

저에게 '약속'이란 일종의 계약입니다.

페데리코

그 계약을 맺었을 때, 제 인지 능력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고, 그녀의 장애와 그 장애를 극복하는 고통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페데리코

그것은 정의되지 않은 혼란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음악에 의한 첫 번째 '피해자'였습니다.

페데리코

따라서 그녀가 변한 전모를 밝히고, 계속 혼란을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 게 제가 이행해야 할 책임입니다.

율리아

집행자님, 그게 당신이 '츠빌링슈튀르메'에 온 이유인가요?

율리아

그 사람도 산크타인가요?

페데리코

아르투리아, 여성, 키 168센티미터, 검은색 긴 생머리, 왼쪽 눈가에 점이 있고, 늘 특이하게 생긴 첼로를 갖고 다닙니다.

페데리코

그 여자는 저보다 먼저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그녀를 본 적이 있습니까?


율리아

아르투리아 씨,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아르투리아

어째서입니까?

아르투리아

끝에 있는 화랑부터 여기까지 왔잖아. 그리고 앞쪽에 당신의 카페가 있다면서. 곧 모든 공명 파이프의 개조가 끝난다고 하지 않았어?

아르투리아

아니면, 내가…… 뭘 피해주길 바라는 거야?

율리아

……

율리아

아마도 당신을 다치게 한 사람일 겁니다. 그 사람도 산크타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르투리아

페데리코? 역시 걔도 여기 왔구나.

아르투리아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그래도 내 동생이 나를 다치게 한 거라면, 아마 몸에 총구멍이 몇 개 나 있었을 거야.

율리아

둘이 남매였나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르투리아

페데리코는 분명 나를 쫓아올 거야.

아르투리아

자신이 오랫동안 걸어온 길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으면 아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다만 페데리코에게 의심이란 잔물결이 아니라, 빙판 위의 균열일 거야.

아르투리아

답을 찾기 전까지 우리는 모두 멈출 수 없어.

율리아

알겠어요.


율리아

후우, 여기가 마지막 구간이에요…… 입구 쪽의 피아노 학원, 거리 끝의 화랑, 모든 공명 파이프가 이곳에서 교차해요.

아르투리아

율리아……

율리아

아르투리아 씨,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요. 이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가 되면 제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낼게요.

율리아

예전처럼 방 안에 숨어서 불안에 떨며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 없어요.

율리아

반향 장치를 모두 설치했어요. 이제 공명 파이프를 가동하면 됩니다.

방향도 구분할 수 없고 햇빛도 없다. 모든 것은 희뿌옇고 희미했다. '기원의 뿔'은 마치 영원히 자욱한 안개 속에 빠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르투리아는 공명 파이프가 빛나는 걸 느꼈다. 그것은 마치 어두운 밤에 켜진 등불 같았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주변의 풍경이 점차 선명해져 갔다. 아르투리아는 율리아의 눈에 비친 모든 걸 똑똑히 보았다. 금잔화가 일렁거리는 골목, 아름답고도 기이한 수많은 고탑……

이곳은 혼돈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거대한 건축물 그 자체였다.

그와 동시에 음악 소리가 아르투리아의 귀에 전해졌다.

그건 금잔화 골목 전체의 음악 소리이자, 더욱 성대한 악장의 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 악장은 헤르쿤프트쇼른의 것이었다.

아르투리아

율리아 씨, 내 첼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어. 하지만 당신의 마음 소리는 내게 선명하게 들려…… 너무 감동적이야.

아르투리아

당신에게 경의를.

아르투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의 카프리니에게 인사했다.

[CG: 44_i17]
아르투리아

!!!

아르투리아

가장 평범한 마음과 가장 강한 마음은 원래 같은 악보에 적혀 있었구나.

기이한 날개 모양의 조각상들이 아르투리아의 양쪽에서 기어 나오더니, 역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각도로 하늘을 찌르는 돌기둥들을 가볍게 지탱하고 있었다…… 아니, 돌기둥들은 원래부터 허공에 떠 있었다.

군주가 있는 곳, 삼엄하고 웅장했다.

계단의 끝에서 한 남자가 꿈적도 하지 않고 옥좌와 일체가 되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은 장막이 일렁이며 생긴 겹겹의 빛과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귀가 기생한다고 소문난 그 나선형 뿔은 그의 이름과 성 그 자체였다.

???

……

아르투리아

저는 무수한 역사와 전설의 단편에서 당신을 만났고, 리치와 수많은 이의 기억 속에서 당신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르투리아

율리아 씨가 아직 '살아' 있는 걸 직접 보고 난 후, 제게는 이번에야말로 당신 본인을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르투리아

아르투리아 잘로, 삼가 알현을 청합니다.

아르투리아

오토 디터마이어 구스타프 폰 우르티카, 헤르쿤프트쇼른…… 위치킹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