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7협주곡 '부활'
비비아나와 페데리코, 에벤홀츠는 함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 '황역'에 들어가게 된다. 아르투리아는 자신이 황역에서 연주할 수 없다는 걸 발견하게 되고, 연로한 리치에 의해 중상을 입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비비아나, 이그제큐터 디 엑스 포에데레, 비르투오사
헌…… 의사가 곧 도착할 거예요.
쿠, 쿨럭……
비비아나, 울고 있니?
……네 눈물을 닦아 줄 힘도 없는 것 같구나.
……
하아, 넌 정말 감수성이 풍부하고 착한 아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가 자주 떠오르는구나……
나는 츠빌링슈튀르메에서 슈투름란트로 왔고, 베르너의 고탑에서 나온 너를 데리러 왔지. 넌 차 뒷좌석에 웅크린 채로 작은 캐리어를 꽉 안고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댔지.
아버지랑 떨어지는 게 무서운 걸까? 쿨럭, 앞으로 카시미어에서 지낼 타국 생활이 두렵게 느껴지는 걸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단다.
하지만 비비아나…… 넌 그저 네 뿔이 사람들의 눈에 띌까 봐, 네 행방이 들통나면 베르너가 곤란해질까 봐 최대한 몸을 감추고 있었던 거였어.
사실 그때는 이미 한밤중이고, 그 많은 선제후 고탑에서 차량 한 대가 떠나는 걸 눈치챈 사람은 없었지.
쿨럭, 그때 넌 참 어렸는데……
전 기억 안 나요.
아니, 넌 기억할 거야.
비비아나, 원망해도 좋아. 실망하고, 책망하고, 후회하고, 분노하고, 쿨럭, 어떻게 해도 좋아…… 그래야만……
저는 당신을…… 정말로 잃기 싫어요……
……저한테는 당신밖에 없어요.
다시 한번…… 너를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주렴.
여기, 저 여기 있어요.
다행이다. 네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너는 더 좋은 삶을 살 자격이 있어, 비비아나…… 정말 그런 삶이 있다면……
……
여황 탑이 아무리 높아도 끝이 없을 정도는 아니다.
나선계단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그 방향은 마치 알 수 없는 그리고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찢기고 있는 것 같았고, 비비아나는 분명 계속 앞으로 나아갔지만,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비비아나는 조금 지쳤다. 그리고 사람은 지쳤을 때 자신이 잃어버린 걸 더 쉽게 깨닫게 된다.
……그녀의 22년 인생처럼.
무슨 일이세요? 길을 잃었나요?
비비아나는 고개를 들었다.
젊은 카프리니 여자가 호기심과 관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당신과 부딪혔네요.
괜찮아요.
저기,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괜찮은가요?
네. 그냥, 뭐 좀 생각하느라.
여기를 잘 아세요?
그럼요, 이 근처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길은 어디로 향하나요?
음, 당신이 직접 온 게 아닌가요?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되잖아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전 이만 가봐야겠네요.
어디로 가고 싶은지……
비비아나는 손끝으로 옆에 있는 난간을 만졌다. 두꺼운 먼지 아래, 검붉은 페인트가 우르티카 가문의 문양을 뒤덮고 있었고, 마치 어제 막 칠한 것처럼 선명했다.
위치킹.
비비아나는 전에 읽었던 《잔불》이라는 역사 소설이 떠올랐다.
위치킹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인들에게 설계도 한 장을 주었다. 설계도에는 라이타니엔의 유례없는 거대한 건축물…… '기원의 탑'이 그려져 있었다.
도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 건물의 밑에 서 있는 것처럼 숨이 탁 막혔다.
기원의 탑에 대한 위치킹의 요구는 극히 엄격하여, 난간 하나하나의 재료, 심지어는 도료까지도 영원히 퇴색하지 않도록 요구하였다.
이후, 이것은 라이타니엔의 유일한 상징이 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기원의 뿔'이 완전히 강림한 건가?
하지만 방금 그 여자분이……
비비아나는 문득 깨달았다.
방금 지나간 카프리니는 츠빌링슈튀르메 외곽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젊은이였다. 활력이 넘치는 나이에 바쁘지만 지칠 줄 몰랐고, 목소리에서는 늘 신차 같은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여황 탑이든 '기원의 뿔'이든, 그녀가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
비비아나가 다급히 돌아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비비아나, 그럼 너는?
너는 왜 여기 있어?
왜 라이타니엔으로 돌아왔어? 그때는 왜 떠났고?
너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어. 심지어 그 일 년 내내 비와 이끼로 축축한 고탑에 돌아가지도 못했지.
너는 코라가 품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도, 그녀를 석양에 그을린 이 도시에서 데려가지 못했어.
네가 뭘 막을 수 있는데? 뭘 바꿀 수 있는데? 네가 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는데?
만약 위치킹이 정말로 죽지 않고 이 끝도 보이지 않는 나선계단의 끝에 있다면, 설마 너도 그 정신 나간 신도들처럼 그자가 너를 이끌어 주길 바란 거야?
우스꽝스럽지 않을 수가 없네
계단은 계속 뻗어나갔고…… 눈에 띄지 않는 모퉁이에서 비비아나는 문 하나를 발견했다.
그녀에게는 이 이상 익숙해질 수 없을 만큼 익숙한 작은 문.
……
모든 연결 지점에서 좌회전하여 진행 방향을 벗어나며 전진.
실패.
내려가는 방법도 시도해 봐야겠군요.
45분 경과. 나선계단의 바닥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실패.
페데리코는 여황 탑의 나선계단에서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고, 또 한 번의 돌파 실패 후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
원리적으로 보자면 아츠는 보다 엄밀한 질서입니다.
쌍둥이 여황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설계사에게 고탑 설계를 맡겼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혼돈 같은 구조물을 구현할 수 있는 장인도 없습니다.
루트비히스 대학의 주명 탑에서 겪은 경험이 저에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고 있습니다…… 여황 탑 내부에서 일어나는 왜곡은 술식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원의 뿔'이 여황 탑을 뒤덮어 공간에 변화를 일으킨 걸까요?
아르투리아의 첼로 소리도 사라졌습니다……
페데리코는 잠시 생각하더니 수호총을 꺼내 전방으로 발포했다.
총의 날카로운 소리가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지만, 총알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지워진 것처럼…… 눈앞에서 사라졌다.
……!
거기 산크타 씨!
목소리를 들은 순간, 페데리코는 다시 총알을 보게 되었다. 총알의 궤적은 마치 수면 위에 떠 있는 돌처럼 느리면서도 또렷했다. 그리고 물결이 일자 물밑의 모든 것이 차츰 떠올랐다.
후우……
총을 거둬주세요!
여기는……
일단 총을 거두시라고요!
반복할 필요 없습니다. 알아들었습니다.
이번 임무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얘기를 강조하는군요.
그건 상식이니까요…… 츠빌링슈튀르메는 라테라노와 달라요……
로리스는 예전에 늘 라테라노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요. 산크타는 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안 드는 건물을 만나면 바로 '폭파'하고, 좋아하는 건물을 만나면 더욱 참지 못하고 '폭파'한다고요.
저와 얀은 로리스가 고향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이 있어서, 자꾸 거짓말을 꾸며낸다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주위를 둘러보세요.
츠빌링슈튀르메는 오래된 도시예요. 어딘가의 벽이나 벽돌에 백 년 전 예술가가 술에 취해 아츠로 새긴 악보나 시가 있을지도 몰라요.
주위……
페데리코는 곧 눈앞의 이상한 광경에 적응했다.
만약 이곳이 정말 '기원의 뿔'이고 '위치킹의 유산'이 보관된 곳이라면, 다시 말해 이곳이 아르투리아의 최종 목적지라면……
총알이 어떤 벽을 부수고 자신을 이 괴상한 나선계단으로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페데리코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약간 화가 나 있었고, 정말로 몰상식한 여행객의 행동을 저지하는 정의로운 시민 같았다.
산크타 씨, 당신이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총을 거두세요.
죄송하지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우리는 분명 츠빌링슈튀르메의 거리에 있지 않지만, 당신은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금 언급한 '로리스'와 '얀'의 풀네임이 '로리스 보르딘'과 '얀 쉴러'라면……
당신의 이름과 신분을 알려주십시오.
……
율리아…… 율리아 쉴러예요.
……!
……
여기는…… '기원의 뿔' 내부, 위치킹의 사후의 땅인가?
하지만 위치킹은……
두리번거릴 필요 없다, 산크타.
여기까지 쫓아왔네…… 놀랍지는 않지만.
허허, 오히려 네가, 설마 리치의 실에 매달려 스스로 '추방'당하다니…… 적잖게 놀랐어.
……위치킹은 어디 있어?
죽었지.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 나라면 느낄 수 있을 거야. 위치킹의 아츠, 감정, 의지…… 오직 나만……
아르투리아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공간은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듯했고, 형언하기 어려운 빛과 그림자만 일렁이고 있어 마치 혼돈이 입을 뻐끔거리며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아르투리아는 첼로를 세우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현을 누르고는 활을 걸어서 당겼다.
정적.
활과 현이 교차했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매우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이 이 순간만큼은 갑자기 의미를 잃어버렸다.
……!
훗, 드디어 알아챈 것 같군.
연주할 수 없네.
내 첼로가…… 소리를 잃었어.
'기원의 뿔' 때문인가? 아니면, 위치킹이 만든 '규칙' 때문에?
시건방지고 어리석은 멍청이 같으니라고. 네 머리 위의 그 광륜은 피부를 더 하얘 보이게 할 뿐, 머리를 번뜩이게 해주진 않는 게야?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나?
헤르쿤프트쇼른의 관? 사르곤에 있는 길을 걸으면 모래가 새는 파디샤의 보물 동굴? 아니면, 빅토리아 동화 속 마녀 할망구의 마법 주머니?
프레몬트 씨……
(살카즈어) “무수한 실의 시작이자 끝.”
마치 혼잣말하듯 프레몬트는 살카즈어로 이상하고 생소한 단어를 내뱉었다.
어쩌면 그 녀석이 지은 이름이 너희들의 인지 능력에 더 와닿을 수도 있겠어.
(라이타니엔어) '황역'.
황역……?
네가 본 건 '실재'의 또 다른 측면, 즉 공간의 다른 차원이다. 영원히 변하며 모든 규칙과 현실이 닿는 순간 파멸하는 그곳.
리치 일족은 긴 시간 동안 이곳을 엿보기만 했을 뿐이야. 그리고 헤르쿤프트쇼른은 평생의 힘을 다했지만, 이 끝없는 혼돈 속에서 저런 불안정한 거품만 만들어내는 게 고작이었고.
아르투리아는 프레몬트의 분노에 반응하지 않았다. 다시 활을 걸어 보았지만 악기는 여전히 침묵했다.
실망도 공포도 없다. 있는 건 오직 의문뿐.
그 강렬한 의문은 아르투리아의 얼굴에 잠깐 나타났다가 곧 사라졌다. 뒤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고 프레몬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위치킹은 어떤 비법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연장한 게 아니라, 황역에 자신의 '궁전'을 지은 거였어.
만약 이 공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면, 위치킹도 분명 여기 있을 거야…… 그의 옥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걸어가야 할 뿐.
……황역에서 다시 '추방'당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나?
……
그림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투리아는 갑자기 경계했다.
자신이 말하는 동안에 상대는 이미 주술을 시전하고 있었다. 프레몬트를 중심으로 실과 같던 그 그림자가 굵직한 넝쿨로 부풀어 올라, 가뜩이나 미심쩍었던 색깔이 바닥에 녹아들며 퍼져나갔다.
부패의 냄새. 넝쿨의 가장 옹골진 형태는 곧 죽음과 소멸이었다.
……나 아직 답을 얻지 못했어.
반드시 소리를 되찾아 위치킹을 연주해야 해.
난 아직……
……죽을 수 없어.
그녀는 기꺼이 연주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려 했지만, 자신이 진실 앞에서, 적막 속에서 사라지는 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림자는 순식간에 갈라졌고 회색의 비가 위로 역류하며 모든 걸 감쌌다.
비엔 시계탑이 울렸다!
어서 기원의 탑으로 가자. 연주가 곧 시작된다……
새로운 악곡, 새로운 술식…… 베두니엔을 재앙과 가울의 화포로부터 지켜라……
헤르…… 헤르쿤프트쇼른……
……이곳의 시공간은 불안정하군.
'추방' 때문인가?
아니, 우리가 황역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이랬지. 헤르쿤프트쇼른의 힘이 약해지고 있네.
'기원의 뿔'…… 붕괴가 가속하고 있어.
윽……!
난…… 아직 살아 있는 건가?
아까의 선율이…… 또 사라졌네……
아르투리아는 주위 환경과 다른 그 소리를 붙잡고 '추방'의 실타래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지금 그 선율은 실체가 되어 혼돈으로부터 나와 그녀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한 사람으로 변했다.
(혼란 속 희미한 목소리)
……
당신…… 은……
당신이 방금 그 선율을 연주해…… 나를 구한 거야?
(혼란 속 희미한 목소리)
당신은 위치킹 곁에서 시중을 드는…… 고탑 캐스터인가?
위, 위치킹!
제가 어찌 그분과 연관이 있겠어요?
……미안.
앗, 조심해요. 말을 아끼세요.
누구한테 쫓기고 있나요?
……
다친 것 같은데…… 움직이지 말고 우선 여기에 숨으세요.
안심하세요. 이 근처는 제가 잘 알아요.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