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

ZT-6왈츠 '가면'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4-04-30

아르투리아는 탈옥에 성공하고, 귈데네스게사츠는 연주 도중에 변주된다. 위치킹의 힘이 포타워 극장을 뒤덮자, 비비아나는 가장 고통스러운 진실…… 위치킹의 잔당 리더가 바로 줄곧 자신과 함께한 코라였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비비아나, 에벤홀츠, 레싱, 비르투오사


위치킹의 탑에 들어갔을 때, 난 겨우 열다섯 살이었다.

아인발트 주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원래는 대귀족을 섬길 자격조차 없었다. 하지만 들은 바에 따르면 헤르쿤프트쇼른에겐 평민과 귀족의 구분이 없었다고 한다.

딱히 헤르쿤프트쇼른이 평민을 우대했다기보다는, 너무 거만했기에 옥좌 밑에 엎드린 모두를 동등하게 내려다봤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맡은 일은 그의 악기를 닦는 것이었다. 그러나 헤르쿤프트쇼른은 이미 평범한 악곡을 연주하지 않았기에, 그 악기들도 기능을 잃은 셈이었다.

나중에 나는 탑 꼭대기의 공명 파이프 청소를 맡게 되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나 헤르쿤프트쇼른은 파이프 안에 먼지 한 톨이라도 쌓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내 동료는 자주 바뀌었고 대부분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결국 탑 꼭대기에 남아 묵묵히 청소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천여 번의 낮과 밤을 보낸 후, 위치킹의 탑이 드디어 무너졌다.



여황의 캐스터

아래층으로 향하는 길을 봉쇄해라.

여황의 캐스터

각 소대는 전력을 다해 산크타를 수색한다. 그 여자가 포타워 극장에 들어가서 귈데네스게사츠의 연주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

여황의 캐스터

명심해, 목표의 오리지늄 아츠는 매우 특별하다. 여황의 명령에 따라, 여자를 발견한 즉시 중상을 입히거나, 또는 사살해도 상관없다……

아르투리아

안녕, 나를 찾고 있었어?

여황의 캐스터

……배리어!

여황의 캐스터

전열을 갖춰라, 저 여자를 잡아!

아르투리아

윽……

여황의 캐스터

아르투리아 잘로.

여황의 캐스터

너는 라테라노 사람이지만, 라테라노에 지명수배당하고 있지. 그런 너를 라이타니엔이 받아주었다. 네 비범한 음악적 재능 덕분에 무수한 귀족들이 너를 빈객으로 초대했지.

여황의 캐스터

라이타니엔에서 너는 거의 고탑 귀족과도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건 여황들이 너에게 베푼 은혜다.

여황의 캐스터

그러니 돌아가서, 여황들을 거스르는 일을 그만둔다면 네 목숨은 살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르투리아

그건 애초부터…… 선택지가 아니었어.

아르투리아

살아 있어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다면, 그게 죽은 거랑 뭐가 다를까?

여황의 캐스터

그렇다면 죽음을 받아들여라.

아르투리아

아츠가…… 강해졌네.

여황의 캐스터

너는 탈옥 시기를 잘못 잡았다, 산크타.

여황의 캐스터

귈데네스게사츠가 울려 퍼졌다. 바깥의 성대한 광경이 보이나? 라이타니엔의 찬란한 황금빛 아래, 혼란이나 일으키는 네 그 얄팍한 재주는 아무 소용 없다.

아르투리아

그래, 나도 느꼈어. 너희들의 의지가 이렇게 확고한 적은 없었지.

아르투리아

그런데…… 과연 네가 자발적인 의지로 이 곡을 연주하는 걸까? 아니면 네가 본 것이 네 생각과 일치한다고 믿도록 선율이 너를 설득한 걸까?

여황의 캐스터

그건 중요하지 않아. 황금 선율이 나를 인도하고 내 의지는 선율과 공명하니까!

여황의 캐스터

하지만 넌, 우리의 적, 너는 필시 라이타니엔의 빛 속에서 녹아 버……

여황의 캐스터

……사라졌어?

여황의 캐스터

환각인가? 첼로 소리는 나지 않았는데!

아르투리아

하아, 너희들은 왜 항상 내가 환각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르투리아

분명 말했을 텐데. 네 감정이 자발적인 것이 아닌 선율에 지배된 것이라면, 눈앞의 진실을 쉽게 무시해 버리게 된다고…… 이를테면, 내가 '빛' 속에서 어디까지 걸어갔는지.

여황의 캐스터

뒤다……!

여황의 캐스터

배리어! 늦었나……!

아르투리아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내 첼로에 붙은 그 아츠를 풀어줬으면 했는데.

아르투리아

드디어 깔끔해졌네, 고마워.

여황의 캐스터

우리가…… 너 따위에게 질 리가……

아르투리아

사실 나 혼자 너희들을 상대하긴 무리였을 거야. 하지만, 너희들의 마음은 귈데네스게사츠의 속박으로 경직되어 있고, 오리지늄 아츠에도 빈틈이 가득해.

여황의 캐스터

어…… 째서? 이런 오리지늄 아츠를 갖고 있으면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끝없는 명예와 최고의 은총도 받을 수 있었는데…… 여황을 적으로 돌리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아르투리아

의미…… 말이야? 네가 이해하는 의미는 아마 내가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를걸.

아르투리아

부, 명예, 지위? 이런 것들은 모두 마음을 둘러싼 가죽에 불과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썩어버리고 말지.

아르투리아

하지만 내가 보기에 선제후든 거지든, 아니면 나 자신이든…… 우리의 차이는 오직 마음의 소리라는 것뿐이야.

아르투리아

내가 탑 꼭대기에 가고 싶어 하는 건 어떤 선율, 어떤 마음, 어떤 미래를 위해서야.

아르투리아

그리고…… 어떤 친구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하고.


위치킹이 죽고 나서 또 십여 년이 지난 뒤, 나는 옛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는 쌍둥이 탑 밑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그건 첼로를 든 산크타였다. 포타워 극장에는 사람들이 오갔고, 그녀는 인파 속에서 점심부터 해가 질 때까지 서 있었다.

아르투리아

소문에 따르면 위치킹이 탑 꼭대기에서 연주할 때, 하늘의 구름조차도 그 아츠에 걸음을 멈추었다고 해.

아르투리아

하지만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어…… 과연 구름은 그 탑의 모습을 기억할까?

분명 어렵겠지. 구름은 시시각각 변하니까.

아르투리아

선생님이 예전에 자주 얘기해 주었어. 위치킹의 탑이 아직 있었을 때, 선생님은 황실악단의 첼로 연주자로서 탑 밑에 서서 라이타니엔의 유일한 군주를 위해 악곡을 연주했다고.

아르투리아

그때 황금빛 노을이 칠흑 같은 탑을 둘러싸 마치 가장 화려한 로브를 걸쳐준 것 같다고 했지.

아르투리아

선생님은 이곳에 돌아와 그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여황 축제에 참석할 자격은 고사하고 거처에서 쉽게 나올 수도 없었어.

잠깐이었지만, 엠마누엘 씨는 확실히 과거 위치킹의 악사였어. 위치킹이 죽고 난 후에 그 사람은 아주 힘든 시기를 보냈지.

아르투리아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하러 온 사람은 거의 없었고, 진심으로 선생님을 위해 눈물을 흘린 건…… 당신뿐이었어.

장례식에서 네 연주를 들었어. 정말 감동적이었지.

아르투리아

고마워.

아르투리아

하지만 그런 악기 소리는 여전히 선생님께 그 어떤 위로도 되지 못했어.

아르투리아

선생님 생전에 내가 연주를 해드리겠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선생님은 거절했어. 가장 고통스럽고 우울한 세월 속에서 선생님은 지난 즐거움을 추억하길 거부했고, 그 어떤 변화도 요구하지 않았지.

아르투리아

그저 자신을 방안에 가두고 계속해서 귈데네스게사츠만 연주했어.

아르투리아

그 변치 않는 선율 속에서 선생님은 라이타니엔의 웅장함과 숭고함을 느꼈고, 마침내 사랑과 원한, 그리고 자신마저도 잊어버렸어.

아르투리아

하지만 죽음 앞에서 선생님의 마음에도…… 역시 아쉬움이 가득했던 거야.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너무나 많은 아쉬움을 들어왔어.

내 기억 속 엠마누엘은 늙어서도 여전히 정정했고, 악기를 받을 때 호탕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어르신이었는데.

그가 죽었을 땐 이미 활도 들지 못할 정도로 초췌해졌다고 들었어.

위치킹의 탑이 사라지면 라이타니엔의 하늘이 많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베두니엔에서 츠빌링슈튀르메가 되고, 위치킹의 탑이 쌍둥이 여황 탑이 되면 노을 속에서 메아리치는 선율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하지만 우리는 모두 구름처럼, 그때의 구름이든 지금의 구름이든, 떠돌아다닐 방향마저 결정할 수 없더구나.


여황의 캐스터

너……

여황의 캐스터

왜…… 밑으로 내려가지 않지?

아르투리아

나는 이런 '연주회'에 관심이 없으니까.

아르투리아

의도적으로 청중의 의지를 구속하는 이런 선율은, 그저 다른 형태의 율법일 뿐이야.

여황의 캐스터

그걸 어떻게……

아르투리아

너희들의 술식은 복잡하긴 하지만, 오리지늄 아츠와 음악에 정통한 사람들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어. 이 점은 라테라노의 율법과 다르지만.

아르투리아

음악이란 본디 사람들의 마음이 자유롭게 숨 쉴 때 내는 울림이어야 해. 하지만 너희들은 반대로 음악을 질서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의지를 지배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약화하는 데 사용했어.

아르투리아

덕분에 마음과 마음 사이의 진정한 연결이…… 점점 약해지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점점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더더욱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으며, 나아가 서로에게 상처마저 주게 되지.

아르투리아

이런 딱딱한 선율은 악곡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어.

여황의 캐스터

윽……!

아르투리아

탑 꼭대기에 거의 다 도착했네. 이 곡이 끝나기 전에 다음 곡을 맞이할 준비나 해볼까.

아르투리아

우리의 약속도 곧 실현되겠지?

아르투리아

당신이 알려준 것처럼, 이 자리가 확실히 좋네. 연주하기에도…… 경청하기에도.


이게…… 내 마음속 가장 깊이 새겨진 기억인가?

아르투리아

맞아.

미안해.

아르투리아

왜 사과하는 거야?

아르투리아

본인의 마음속 소리를 연주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다들 피하기 바쁘지. 하지만 당신은 내게 마음을 열어줬어…… 정말 기쁘고, 너무 고마워.

다만…… 원래대로라면 내 기억 속에서 위치킹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르투리아

봐, 내 첼로 소리는 이미 당신의 마음속 소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당신이 어떤 기억을 떠올릴지 결정할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당신의 감정을 느끼고 그걸 우리 앞에 드러내는 것뿐이야.

왠지 동상을 조각하는 거랑 비슷하네.

아르투리아

맞아…… 조각이랑 큰 차이가 없어. 나는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이지, 바꾸지는 못해.

아르투리아

우리가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위치킹의 탑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야.

아르투리아

당신이 위치킹의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당신의 감정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손이 있기 때문이야.

아르투리아

당신을 잡고 아츠의 파도를 뚫고 나오는 손.

아르투리아

그건 누구의 손일까?

누구의 손일까?

그건……


비비아나

……조심하세요!

비비아나

적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요. 저랑 페데리코 씨가 최대한 막아볼게요.

비비아나

코라 씨는 눈이 안 보여서 자칫 전투에 휘말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 곁을 떠나지 말고,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아셨죠?

코라

……넌 그 사람과 너무나 닮았구나.

비비아나

아버지…… 말인가요?

코라

그때 위치킹의 탑 밑에서, 그 사람도 이렇게 날 잡아줬어…… 생전 처음 보는 어린 시종의 손을 잡고 한차례 또 한차례 아츠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었지.

비비아나

……위치킹이 죽던 그날 밤, 당신도 탑에 있었군요.

비비아나

아버지랑 어떻게 만난 건지는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코라

맞아.

코라

그때 나는…… 막 시력을 잃은 상태였어. 반쯤 무너진 계단 밑에 깔려 있었고, 위치킹의 금위군은 쌍둥이의 군대를 쫓아가느라…… 일개 시종인 내 생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

코라

그리고 슈투름란트에서 온 부대가 마침 나를 발견했어.

코라

그 부대를 이끌던 사람이 베르너였어. 위치킹의 탑에서 실종된 아버지와 형을 찾으러 온 거였지.

코라

그렇게 다급한 상황에서도 베르너는 벌벌 떨고 있는 나를 지나치지 않고, 직접 폐허 속에서 나를 꺼내줬어.

비비아나

……아버지라면 분명 그렇게 하셨을 거예요.

비비아나

저도 그렇게 할 겁니다.

코라

두 사람은 다 좋은 사람이야. 너무나도 좋은 사람.

코라

다만 안타깝게도……

비비아나

왜 손으로…… 제 귀를 막으시나요?

코라

비비아나, 겁내지 마.

코라

두려워하지 마…… 지나갈 거야. 모든 게 다.


에벤홀츠

무슨 일이…… 일어났지?

에벤홀츠

악장이 변했어…… 변했나?

에벤홀츠

왜 이렇게…… 귀에 거슬리는 거야?!

젊은 귀족

머리…… 내 머리, 누가 공격하고 있나?! 시끄러운 파울비스트를 내 머릿속에 잔뜩 집어넣은 놈이 누구야!

젊은 귀족

그리고 이 불꽃, 제기랄, 알록달록한 게 너무 상스러워!

젊은 귀족

이게 아니야, 이러면 안 돼. 내가 잘못 연주했나? 아니면 모두가 다 틀렸나?

에벤홀츠

슈투름란트 씨, 괜찮아?

젊은 귀족

거, 건드리지 마! 난 네가 누군지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너지, 잘못 연주한 게? 네가 파괴…… 파괴하려는 게 뭐야?

젊은 귀족

우웩…… 우웩!

에벤홀츠

선율이 잘못됐나?

에벤홀츠

말이 안 되잖아. 이 많은 사람이 다 같이 틀린다고?

에벤홀츠

그냥 단순한 실수라면…… 왜 다들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거지?

레싱

쌍둥이 여황 탑 쪽을 봐.


에벤홀츠

그자야, 헤르쿤프트쇼른.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어. 그자의 힘이 귈데네스게사츠를 잠식하고 있어!

에벤홀츠

위치킹의 잔당…… 위치킹의 잔당은 어디 있지?! 놈들이 살아있을 줄 알았어. 하하하, 레싱, 싸우러 가자!

레싱

……너는 아무 영향도 없어?

에벤홀츠

이 정도 먹구름에? 내가 그동안 매일 뭘 견뎌왔는지 알고는 있어?

에벤홀츠

……그것보다 난 귈데네스게사츠가 더 의심스러워.

에벤홀츠

저것 때문에 갑자기 우르티카가 그리워졌어. 너무 이상한데……

레싱

그게 바로 악장의 힘이야.

레싱

악장은 라이타니엔을 정의했고…… 라이타니엔 사람들의 미적 기준을 결정했으니까.

에벤홀츠

내가 뭘 그리워하든, 뭘 좋아하든, 뭘 칭송하든, 그건 남이 정해줄 게 아니야.

에벤홀츠

다만 악장의 연주를 망치려는 놈들이 그저 소란을 피워서, 탑 위의 여황들이나 츠빌링슈튀르메 밖에 있는 대귀족들의 웃음이나 자아내려는 건 아닐 거 아냐?

레싱

조심해, 왼쪽에 적이야.

에벤홀츠

알려줄 필요 없어. 네 쪽이나 조심해.

레싱

함께 처리하자.

'위치킹의 여음'

……설마 아직도 의식을 유지한 녀석이 있다니.

에벤홀츠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너희가 나한테 억지로 집어넣은 쓰레기 덕분에 혼란과 고통은 이미 내 머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거든.

레싱

……잘했어.

에벤홀츠

너도 제법인데.

에벤홀츠

그것보다, 다른 사람은 고통스러워하는데 넌 왜 평소처럼 멀쩡하지? 레싱 마이어 씨, 설마 너도 리치가 만들어 낸 벽창호가 아닌지 의심되는걸.

레싱

내가 어릴 때부터 받아온 훈련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니까.

에벤홀츠

무슨 상황?

레싱

귈데네스게사츠의 붕괴.

에벤홀츠

……설마 그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하는 건 아니지?

레싱

저기 극장 가장자리에…… 피어오르는 금빛이 보여?

에벤홀츠

이렇게 많은 게사츠슈베이터가 한자리에 있는 건 처음 보네.

게사츠슈베이터

여황의 명령이다……

게사츠슈베이터

은총대로와 권위대로를 포위하라.

게사츠슈베이터

오염된 귈데네스게사츠가 확산되지 못하게 막아라.

비비아나

저렇게 많은 게사츠슈베이터가…… 게다가 헌병까지.

비비아나

쌍둥이 탑 구역 전체가 곧 봉쇄될 거예요.

'위치킹의 여음'

하하하하, 소용없어. 늦었어, 이미 늦었다!

'위치킹의 여음'

헤르쿤프트쇼른이 돌아왔다. 우리의 유일한 폐하께서 다시 그의 라이타니엔에 강림하셨다!

비비아나

조용히 좀 해 줄래요?

비비아나

여기서 떠나죠.

코라

비비아나……

비비아나

코라 씨, 약속해 주세요…… 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비비아나

수가 너무 많아요. 게사츠슈베이터는 챔피언 기사 못지않게 강해요. 브란트 씨 혼자라면 제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코라

……

'위치킹의 여음'

왜 말이 없으십니까? 곧 장막이 열릴 텐데 이젠 숨을 필요가 없잖습니까?

'위치킹의 여음'

우리의 염원, 우리의 갈망, 우리가 피와 마음을 바쳐 바랐던 이 순간이…… 오고 있습니다!

'위치킹의 여음'

얼굴에 왜…… 조금의 기쁨도 보이지 않습니까?

'위치킹의 여음'

수……

비비아나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코라

……

코라

너…… 알고 있었구나.

코라

언제부터?

비비아나

아르투리아 씨를 찾아가기 전에 금잔화 골목에 갔었어요.

비비아나

원래는 다시 그 그림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림에 그려져 있던…… 과거의 광경이 저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줬으니까요.

비비아나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비비아나

모든 그림이, 금잔화의 그림, 위치킹의 정보가 남은 그림이 전부 사라졌더군요.

비비아나

당신이 가져간 거죠?

코라

정보가 있는 것만 가져갈 걸 그랬네.

코라

하지만…… 나도 금잔화와 관련된 과거를 놓을 수가 없더구나.

비비아나

……위치킹이 죽던 그날 밤, 당신도 현장에 있었다고 했을 때 제 추측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비비아나

그때, 당신은 그림 전체를 덮고 있던 오리지늄 물감을 깨끗이 제거하지 않았어요.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그림에는 사실 당신의 모습도 남아 있었을 테죠.

비비아나

위치킹의 잔당들이 위치킹의 죽음을 목격한 자들을 쫓고 있었어요.

비비아나

그리고 당신도…… 그중 한 명이었고요.

비비아나

하지만 당신은 그 죽은 무고한 사람과는 달라요.

비비아나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심지어 묻고 싶지도 않았어요.

비비아나

이번만큼은, 왜 제가…… 멋대로 하게 두지 않았나요?

코라

……미안해.

코라

정말 미안하다, 비비아나.

비비아나

왜…… 얻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잃어버리게 하는 거죠?

'위치킹의 여음'

싸울 때가 왔습니다, 수석님.

'위치킹의 여음'

게사츠슈베이터가 모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놈들 손에 죽기에는 너무 분합니다.

코라

……

극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조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지만, 루트비히스 대학 사건에서 증명되었듯, 여황을 제외하면 아무도 헤르쿤프트쇼른의 아츠에 대항할 수 없다.

두 사람…… 그 쌍둥이가 내 작은 사심과 배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사실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다.


에비게그나데

……귈데네스게사츠가 완전히 변조될 거라고 믿어?

그리마흐트

난 결과에만 관심 있어.

에비게그나데

마지막으로 귈데네스게사츠를 각색한 건…… 헤르쿤프트쇼른이야.

에비게그나데

하지만 그자도 악장을 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리마흐트

귈데네스게사츠는 라이타니엔 질서의 기반이다.

그리마흐트

개개인의 미적 기준에 대한 느낌, 오리지늄 아츠를 사용하는 습관이나 방법부터 선제후 제도, 황제의 권력에 이르기까지…… 악장이 망하면 이 모든 전제가 뒤집힐 우려가 있어.

그리마흐트

그때가 되면 라이타니엔은 유례없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겠지.

에비게그나데

하지만 변화가…… 변화라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 아니면 우리는 태어나지도 못했으니까.

그리마흐트

술식에서 태어난 한 쌍의 아이가 어긴 건 자연의 규칙뿐이다.

에비게그나데

“이건 시작에 불과해.”

에비게그나데

당시 프레몬트가 레오폴트한테 이렇게 말했어. 그때 우리는 아직 포대기 속에 있었지만,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들었다는 걸 알고 있어.

에비게그나데

우리는 사명을 갖고 태어났어.

에비게그나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라이타니엔을 바꿀 운명이었어.

에비게그나데

레오폴트는 우리가 두려워서 군대를 준비했고, 우리를 이용해 헤르쿤프트쇼른을 처치하고 나면, 뒤에서 우리를 산산조각 내려고 했지.

에비게그나데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살아남았어.

그리마흐트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길 선택한 건 아니지만, 생명을 가진 이상 우리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에비게그나데

23년 전, 우린 여기에 서서…… 똑같은 노을, 그리고 다른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했지.

에비게그나데

모두가 기대하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너는…… 내게 손을 내밀고……

에비게그나데

이런 말을 했어……

그리마흐트

이 노을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리마흐트

헤르쿤프트쇼른 것도, 레오폴트 것도, 그 어느 선제후 것도 아니고, 야망에 불타는 대귀족 것도 아니다.

에비게그나데

맞아.

에비게그나데

너는 내 손을 잡고 여기까지 걸어왔어.

에비게그나데

선제후들에게 복명할 필요도 없고…… 어떤 이의 지시도 들을 필요가 없었어.

에비게그나데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했으니까.

에비게그나데

아무래도…… 똑같은 소망을 품은 자가 있는 게 분명해.

에비게그나데

사람의 마음이란 건 참 재미있네.

에비게그나데

인공적으로 태어난 아이지만, 마음을 갖게 되면서 사람의 욕망이 싹트고.

에비게그나데

연약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소원에 얽매여, 헤르쿤프트쇼른조차도 할 수 없었던…… 라이타니엔을 다시 정의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그리마흐트

너……

그리마흐트

……

에비게그나데

왜 코라를 방임했냐고 묻고 싶은 거지?

에비게그나데

그 일에 있어서는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우리의 마음은 서로 통해. 비록 오랫동안 이렇게 둘이서…… 함께 노을을 보지 않았어도.

에비게그나데

그럼 함께 조금만 더 보자. 오래 걸리지는 않아.

그리마흐트

……알았어.

에비게그나데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에비게그나데

힐데가르트, 너…… 계속 나와 함께 봐줄래?


게사츠슈베이터

코라는?

게사츠슈베이터

비비아나……?

브란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나머지 잔당과 싸우고 있다. 그의 능력이라면 내 주변 사람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

하지만 브란트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다.

비비아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그녀의 아츠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커다란 그림자가 발등을 뒤덮는 걸 느꼈고, 그 그림자는 야밤의 폭풍처럼 차가웠다.

'위치킹의 여음'

수석님, 비키세요!

'위치킹의 여음'

수석님……

'위치킹의 여음'

내 아츠가 왜 거꾸로…… 나를 관통……

'위치킹의 여음'

이건…… 조율? 수석님, 당신……

코라

미안해, 아멜리에. 말했다시피, 내 선택은 변한 적이 없어.

'위치킹의 여음'

아…… 하하…… 솔직히, 놀랍지도 않아요. 우리는 평생 사람들을 배신했으니까. 아마도 너무 많이 배신했나 보군요.

'위치킹의 여음'

헤르쿤프트쇼른의 영원한 탑이…… 곧…… 저는 계단 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위치킹의 여음'

……수석님.

아멜리에는 내 앞에서 아마 시커먼 연기가 됐을 것이다. 이건 위치킹 잔당의 관례이고, 그들은 자신의 육체가 헤르쿤프트쇼른의 시선이 닿지 않는 땅에 남는 걸 원치 않는다.

비비아나

그녀는 죽었어요.

비비아나

대부분 사람이 죽었어요. 아직 저항하는 사람들도 얼마 버티지 못할 거예요.

코라

……나도 그렇겠지.

비비아나

당신, 헤르쿤프트쇼른의 신도를 속였군요.

코라

맞아. 위치킹의 잔당 '수석'이 되어 그들에게 미끼와 희망을 던져주고, 스스로 심연에 발을 들여놓도록 유인한 게 여황이 내게 준 임무야.

코라

23년 전에, 위치킹에 관한 모든 것, 그 오랜 악몽, 뿌리 박힌 공포, 의미 없는 야망은 원래 이 국가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했어.

비비아나

그런데 왜 '조율'은 계속되고 있나요?

코라

그건……

코라

베르너가 말려들었으니까.

비비아나

여황이 제 아버지를 죽게 했나요?

코라

……난 베르너를 설득했었어. 계속.

코라

내가 다른 곳으로 옮기게 귈데네스게사츠 사본을 달라고 했어. 하지만 베르너는 위치킹의 잔당이 놀라 미끼를 물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

코라

그리고 브란트에게 빨리 와달라 하고, 습격 현장에서 구해달라고 하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그것도 거절했어.

코라

베르너는 병이 이미 심각해져서, 죽음이 자기를 루신다 곁으로 데려다주길 기다렸던 거야. 고작 며칠 더 살기 위해 슈투름란트와…… 너를 끌어들일 가치는 없다고 말이야.

코라

하지만 몇 시간만 더 버텼으면…… 아니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버텼으면 널 볼 수 있었을 텐데.

코라

베르너는 너무 단호했고 너무 쉽게 포기해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코라

베르너가 죽은 그날, 나는 귈데네스게사츠 사본을 손에 넣었어. 그리고 네가 슈투름란트에 돌아와 이미 정해진, 베르너와 비슷한 길을 걷기 시작한 걸 보았지……

코라

그래서 난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결정을 내렸어.

비비아나

……귈데네스게사츠.

비비아나

당신은 헤르쿤프트쇼른의 술식으로 악장을 조율했죠. 당신은 지금 악장을 파괴하고 있어요. 다르게 말하면, 악장이 모든 라이타니엔 사람의 마음속에 가한 아츠의 힘을 파괴하고 있어요.

코라

다들 운명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선계단이라고 하지 않았어?

코라

귈데네스게사츠는 라이타니엔을 가둬버린 나선계단 그 자체야.

코라

천 년 전의 의지가 만들어낸 계단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그 내부는 이미 다 썩어 문드러졌어.

코라

오랫동안 나는 거기에 갇힌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어. 엠마누엘, 게르하르트, 프리다, 로리스…… 그리고 브란트까지, 모두가 운명에 시달렸지만, 정작 그걸 바꿀 힘은 없었지.

코라

위치킹의 탑이 무너지고 더 많은 고탑이 세워졌어. 탑 아래의 사람은 죽을힘을 다해 위로 올라가려 하고, 탑 위의 사람은 여전히 더 높은 탑으로 올라가고 싶어 해.

코라

사람들이 왔다가 떠나기를 반복했고, 올라갔다가 다시 또 내려와. 원한은 되풀이되고, 싸움은 영원히 멈추질 않아. 고통, 후회, 유감이…… 세대를 거치면서 계속 라이타니엔 사람의 마음을 차지하게 돼.

코라

너도 마찬가지야, 비비아나. 여황 탑에 들어가면 넌 여황이 원하는 목소리밖에 낼 수 없어.

코라

나에게는 '보여'…… 난 이미 봤어. 너는 네 아버지처럼 될 거야. 원치 않는 삶에서 평생을 헛되이 보내게 될 거라고.

코라

귈데네스게사츠의 곡조가 변하지 않으면 라이타니엔은 영원히 바뀌지 않아. 그리고 미래에는 더 많은 참극이 일어나겠지.

코라

이 시대에 뒤떨어진 악장에서부터 모두가 해방되지 않는 한.

비비아나

당신은 우리의 운명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지만, 누가 행운아가 되고 누가 희생자가 될지 당신이 어떻게 결정하죠?

코라

난 결정할 수 없어. 자격도 없고. 그럴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어.

비비아나

당신은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지만, 그렇다면 새로운 질서는 어디 있죠? 그게 반드시 어제나 오늘보다 더 좋다는 보장은 있나요?

코라

나도 모르겠어. 미래는 나 같은 사람의 손에 달린 게 아니니까.

비비아나

그럼 그 계획 속에 죽어간 사람들…… 우리 앞에 있는 이 사람들, 그들이 받는 고통은 당신에겐 보이지 않나요?

코라

……다 들려. 주위의 외침, 죽은 자의 탄식…… 다 내 마음속에 있어. 내가 죽기 전까지 한순간도 멈추진 않겠지.

비비아나

그런데 왜 당신이 그 모든 걸 바꾸는 사람이 되려고 하나요?

코라

나라면…… 할 수 있으니까.

비비아나

그저, 할 수 있기 때문인가요?

코라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 내 목숨은 애초에 보잘 것도 없어. 아주 작은 빛이 남아있지만…… 그것마저도 완전히 내 것이 아니야. 그 작은 빛이 꺼지지 않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비비아나

당신의 잔혹함, 오만함과 무책임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비비아나

그렇기에 저는, 반드시 당신을 막을 거예요.

코라

그래.

코라

재난은 이미 일어났어. 내 손에서. 내가 수많은 사람을 죽게 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죽음으로 향하고 있지.

비비아나

제발 멈춰주세요.

코라

그럴 수 없어. 이날을 위해 난 이미……

비비아나

제가 가장 동의할 수 없는 점이…… 뭔지 아세요?

비비아나

당신은 정말……

비비아나

……너무 잔혹해요.

게사츠슈베이터

안 돼……!

게사츠슈베이터

비비아나……

게사츠슈베이터

코라, 코라!

[CG: 44_i10]
코라

알아, 나도 알아.

코라

너는 여리지만, 의지만은 강한 아이야. 너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앞에 두고 등을 돌리지 못해.

코라

너도 브란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겠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너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있잖아.

코라

그리고…… 난 무척 기쁘단다. 마지막에 나를 죽인 사람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비비아나

……죄송해요.

코라

오늘 구름은 어때, 아름답니?

코라

비비아나, 두려워하지 마.

코라

지나갈 거야, 뭐든지 다……

그 아이는 날 안고 있다.

내 등에 닿은 아이의 손이 계속 떨리는 게 느껴진다.

나는 예전처럼 아이를 껴안고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었다. 실제로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출혈이 너무 심해 몸의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나는 많은 말을 했다.

나는 그 호수 같은 눈망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고, 그 상냥한 얼굴이 고통을 견디며 주름이 잔뜩 잡혀 있을 거란 것도 알고 있다.

아마 그녀도 방금 알았을 거다. 사실 나는 그녀의 부모를 두 눈으로 본 적이 없다.

그 둘의 모습, 그리고 금잔화 골목에서 어떻게 만나 사랑을 나눴는지는 모두 베르너의 설명을 듣고 상상한 것이다.

왜냐하면 베두니엔에 온 첫날부터 나는 그 어두컴컴한 탑에 들어갔고, 탑을 나올 때는 이미 앞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까.

내가 느낄 수 있었던 삶의 아름다움은 모두 브란트나, 베르너, 루신다가 준 것이다.

유일하게…… 단 한 가지만은 달랐다.

그날 한 아이가 베르너의 손에 이끌려 고탑에서 나와 내 앞에 다가왔다. 그 겁에 질린 부드러운 손을 만졌을 때,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을 때……

나는 확신했다.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한다. 단지 그 두 사람의 아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나는 아이로부터 우리 중 아무도 가지지 않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코라

너는 더 좋은 삶을 살 자격이 있어, 비비아나…… 정말 그런 삶이 있다면……



23년 전의 그날, 아래서부터 전해오는 죽고 죽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탑 꼭대기의 공명 파이프를 건드렸다.

그냥 가볍게 밀었을 뿐이다……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헤르쿤프트쇼른의 방어 술식에는 작은 빈틈이 생겼다. 그처럼 오만한 사람조차도 일개 하녀에게 감히 자신을 배신할 배짱이 있으리라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쌍둥이 여황 탑 아래에 있는 공명 파이프를 건드렸다.

다만, 위치킹이 남긴 조율기구로 그가 귈데네스게사츠 사본에 남긴 술식에 따라 살짝 돌려만 놓고, 나의 하찮은 오리지늄 아츠로 작동시켰을 뿐이다.

사람의 인생은 너무 짧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저 고탑을 지나가는 구름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길 수 없다.

하지만 평생 바람에 휩쓸려 자신의 행선지조차 정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없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갈망하지만, 나는 단지 먼저 손을 뻗었을 뿐이다.

앞으로 모든 착한 이들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진정한 내일을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