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7내 어깨에 기대 울려무나
어머니의 생전 소망이 오늘날 자신이 하는 일과 같다는 걸 알게 된 실론은 줄곧 아버지에게 맺혀 있던 가슴속 응어리를 마침내 푼다. 계획이 뒤틀리자, 바이슨과 스와이어는 두 사람의 변하지 않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에니스도 시에스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실론, 스와이어, 바이슨, 스노우상트, 스와이어 디 엘리건트 위트, 에이야퍄들라, 브라이오피타
……
여기는 공업 부지라서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될 거예요.
여긴 옛 시에스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야. 여기에서 잠깐 조용히 있게 해줘.
그래요? 하지만 여기는 옛 시에스타에서 무척 먼데, 뭐가 제대로 보이나요?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는 시청 빌딩에서 그리 멀지 않았을 텐데. 시에스타로 돌아온 지 두 달이 되었는데, 넌 날 보러 찾아오지도 않더구나.
그동안 시장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가족을 쳐다볼 겨를도 없었던 거 아닌가요?
한가할 때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시장님을 욕하는 얘기를 들으면,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대충 알 수 있더라고요.
……내가 아직 잘 해내지 못한 일이 많은 건 사실이지.
시에스타 사람으로서 저도 시장님께 묻고 싶어요.
왜 시에스타의 자랑거리였던 화산과 해안, 문화 그리고 음악이 모두 사라진 거죠?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왜 시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가요?
시청에서 왜 진작 이주 준비를 하지 않았는지도 따지고 싶어요.
허먼 도이코스의 딸로서 이 말은 해야겠어요…… 아빠, 수고하셨어요.
……
전 이번에 로도스 아일랜드를 도와 이곳에 사무소를 설립하려고 돌아온 거예요. 그런데 알아보니 지금 시에스타의 감염자들은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컬럼비아가 법조항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트집을 잡고 있거든. 이건 컬럼비아가 내미는 하나의 카드에 불과해.
놈들은 감염자들의 생사에 관심이 없어. 그저 훗날 주류 글로벌 무역으로 생길 시에스타의 거대한 수익에서 한몫 챙기고 싶은 생각뿐이거든.
8,573명. 자료를 찾아봤는데, 이건 지난달까지 시에스타에 거주한다고 등록된 감염자 수예요.
이제부터 감염자가 시에스타 이동 구역에서 거주하는 걸 금지하든지, 아니면 그 사람들을 대신해서 거액의 의료 보험을 내야 해요. 제삼자의 시선에서, 시청에게 두 번째 항목은 고려 사항이 아니에요.
내 또 다른 딸도 감염자라는 걸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
몇십 년이라는 시에스타의 짧은 역사 속에 수많은 괴롭힘이 있었지만, 시에스타가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시에스타 사람의 손에 달려 있었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거다…… 길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컬럼비아에서 말장난을 하고 있으니, 아빠도 똑같이 이동도시 바깥에 구역을 정해서 시에스타가 이곳을 개척할 거라고 선언하세요. 개척하는 일은 감염자들에게 맡길 거라고요.
감염자들이 할 일에 관해서는…… 최근에 시에스타로 온 두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이제 막 시작한 물류회사라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전 로도스 아일랜드의 자원을 빌려서 시에스타에 감염자 치료 센터를 세울 거예요. 제가 늘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슈바르츠와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위해서요. 전 아빠가 돌봐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에요. 저도 제 방식으로 시에스타를 지킬 거예요.
우리 딸의 대학교 전공이 정치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치 않았지만 예전부터 보고 들어왔으니까요.
정치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지만,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정말 기쁘구나.
네가 말한 감염자 치료 센터는 진지하게 고려해 보마.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와의 협력도 계속 이행할 거고.
아빠가 시장이 된 뒤로 감염자를 대하는 시에스타의 태도는 언제나 관대한 편이었어요.
아빠가 광부들의 지지를 받으려고 쇼를 하는 거라는 사람도 있고, 그저 관광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거라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빠가 이러시는 게 엄마 때문이라고 믿어요.
너…… 언제 알게 된 거니……?
조금 전에요.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아빠는 한 번도 제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으세요. 심지어 엄마 얘기를 먼저 꺼내신 적도 거의 없죠.
……
바바라는 빅토리아 사람이었어. 그 시절 시에스타 사람이 보기에 빅토리아는 시에스타를 삼키려 하는 가장 큰 적일 뿐이었지.
난 컬럼비아, 빅토리아와 관련된 막중한 외교 업무에 치이면서도 내 아내가 빅토리아 출신이라는 건 차마 공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바바라는 한 번도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어. 자신만의 사업이 있었거든.
바바라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도시와 널 지켜줄 거라고 했었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지킨다……”
넌 단 하루도 바바라와 함께 산 적이 없지만, 아까 바바라와 똑같은 말을 하더구나.
……엄마는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그리고 아주 멋진 딸도 있지.
……고맙다, 실론.
저기, 카메라 위치를 조금만 내려서 밑에서 위로 찍어줘. 그래야 내가 좀 더 카리스마 있어 보이거든…… 잠깐, 너무 낮잖아. 그래, 딱 좋아.
녹음도 확인해 봐. 이제부터 내가 하는 모든 말을 확실하게 녹음해 두라고.
존경하는 아담스 스와이어 님, 안녕하세요. 늘 그랬던 것처럼 우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이 CD가 할아버지 손에 도착할 때면 전 아마 시에스타 여행을 마치고, 제가 원하는 모든 상업적인 목적도 이뤄냈을 거예요.
어쩌면 할아버지는 여전히 이걸 어린애 장난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아니요, 할아버지의 안목이라면 이 도시의 가치를 이미 알아보셨을 거예요. 독립된 자유로운 무역 항구가 가질 수 있는 가치를 말이에요.
제가 시에스타에 도착한 첫날부터 가문 사람이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건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의 뜻이었을 수도, 아니면 할아버지의 다른 후계자가 절 방해하려던 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할아버지의 생각을 추측하는 건 힘만 들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진작 깨달았거든요.
다만 제 반대편에 선 사람이 할아버지라면, 이번에는 제가 이겼어요.
왜 날 여기로 부른 거니?
보고드릴 게 있어서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마운틴커머스 무역은 이미 시에스타와 계약했어요. 순조롭게 진행되면 가을쯤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무역 활동은 우선 사르곤과 빅토리아, 컬럼비아 세 나라 사이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산업 체인이 자리를 잡으면 범위를 계속 확대해 나갈 거예요.
뉴 시에스타 독립 도시가 가져올 천연 무역의 장점과 외국 상품을 반기는 이곳 사람들로 비추어 볼 때, 추후 마운틴커머스 무역의 발전에는 충분히 자신이 있어요.
아빠는 늘 저에게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가 이루려는 미래의 청사진에 대해 늘 말씀하셨잖아요. 이제야 정말로 한발 내디딘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의 보고서는 다 읽어 봤단다. 아주 잘했다,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아니, 네 성장이 자랑스럽다고 해야겠구나.
남은 여름은 푹 쉬면서 휴가를 보내도록 하렴.
인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또 하나, 아빠가 아직 읽지 못한 보고가 있어요.
'마운틴커머스 무역'이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로부터 독립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거예요.
……
이제부터 '마운틴커머스 무역'은 더 이상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의 자회사가 아니며, 뉴 시에스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련의 상업 활동은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와는 관계가 없어요.
……그 결정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의 대표 이사 및 회장으로서 아빠는 더 이상 마운틴커머스 무역의 업무에 간섭할 권한이 사라지죠. 마운틴커머스 무역의 모든 부채와 책임도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에서 책임질 필요가 없고요.
물론 아빠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을 했기에 절차상 애매한 부분도 있다는 건 알아요.
제 선택에 동의하지 않아 법적 절차에 따라 기소하신다면 전 아마 꽤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되겠죠.
난 네가 왜 이렇게 하는지 그게 더 궁금하구나.
이건 아빠가 줄곧 내딛고 싶어 한 걸음 아닌가요?
상업연합회의 견제를 신경 쓰지 않고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가 이 땅의 구도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거요.
정말 놀랐다…… 보아하니 이미 충분한 힘을 모았나 보구나.
물론이죠. 든든한 협력 파트너를 찾았거든요.
시에스타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이곳이 얼마나 젊고 생기 넘치는 도시인지 알게 됐어요. 젊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젊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도 있는 거예요.
사실 전 아주 예전부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어요. 할아버지처럼 살 날이 머지않은 늙은이가, 대체 어떻게 각자의 꿍꿍이가 있는 수많은 가문 사람을 확실하게 틀어쥘 수 있는지 말이에요.
오랜 생각 끝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죠. 그건 바로 할아버지 스스로가 하나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할아버지의 진짜 의도가 뭔지, 곁에 있는 심복이 누군지는 아무도 몰라요. 이러한 미지의 공포 속에 모든 사람은 할아버지에게 굽실거릴 수밖에 없을 테죠.
할아버지는 이런 방식으로 몇십 년 동안 상업연합회부터 용문의 경제적인 숨통까지 단단히 틀어쥐셨어요. 이건 제가 영원히 배우지 못할 방법이겠죠. 하지만…… 이러한 통제는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에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업연합회는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혼란한 틈을 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까요? 그건 결코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광경이 아닐 거예요.
어쩌면 할아버지는 주치의를 엄청 믿고 있겠죠. 하지만 용문근위국의 차기 국장이자 용문의 젊은 세대로서 전 반드시 할아버지가 없는 용문을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해요.
용문의 질서는 한 사람 손에 지배되어선 안 돼요.
전달자가 되지 않았다면 전 이 땅의 여러 지역과 나라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줄 몰랐을 거예요.
거대한 공간상의 거리가 교류를 어렵게 해서, 다양한 문명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라난 거죠.
그러니 누군가 이러한 국가와 지역 사이에 다리를 놓기 시작하면 격렬한 혁명이 일어날 거예요.
수많은 사람이 이러한 변화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겠죠. 누군가는 소극적으로 옛 모습을 지키고, 또 누군가는 혼란스러운 시국을 틈타 개인적인 이익을 꾀할 거예요. 하지만 이러한 구도를 바꾸는 행위 자체는 분명히 긍정적일 거예요.
이건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의 꿈이자 전달자로서 제 꿈이기도 해요.
전 근위국 총경이 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용문의 치안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전 용문을 건설할 힘도 갖고 있어요.
마운틴커머스 무역과 협력하는 게 바로 제 카드예요. 미래의 용문 경제 시장에서 글로벌 무역은 절대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될 거라고 믿어요.
다들 할아버지 뒤를 쫓아다니며 유산을 노릴 때, 전 제 방법으로 용문 상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거예요.
저녁노을이 아무리 찬란해도 새로운 태양은 결국 뜨기 마련이니까요.
스노우상트, 제대로 녹화했어?
네!
스와이어 씨, 방금 말씀하신 건……
이 녹화 영상은 나중에 용문으로 보낼 거야. 그 늙은이가 노발대발하는 표정을 직접 보고 싶지만, 대충 어떨지 상상은 돼.
그러고 나서 내 카드가 다 정지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저, 정말요? 그럼 우린 여기에 구속되는 건가요……?
그렇게 되면 네가 돈 좀 빌려줄래?
저…… 그게……
스와이어 씨한테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농담이야, 내가 가져온 현금으로도 이번 휴가를 끝까지 즐기기엔 충분해. 다른 골칫거리는 용문에 돌아가서 다시 생각하자.
자, 이제 정말 일을 다 끝냈으니까 정식으로 휴가를 즐겨 보자고!
파라솔은 필요 없겠지. 다 설치하고 나면 어두컴컴해질 텐데 가릴 햇볕이나 있겠어?
그래도 전에 개업할 때 쓴 그릴은 꼭 설치해야지. 거의 1년 동안 노점을 안 열었지만 오늘은 분명히 인기 만점일 거야!
갯지렁이 다리? 지금은 구할 수도 없잖아.
저번에 박람회에서 팔길래 내가 조금 쟁여놨지. 기타 뒤에 있는 냉장고 안에 있어!
정말? 너무 잘됐다!
후…… 톰 할아버지, 아이스크림을 다 옮겨왔어요! 더 도와드릴 게 있나요?
정신없이 바쁜데 이렇게 많이 도와주다니 정말 고마워, 꼬마 아가씨. 자,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
감사합니다~
바비큐 장사를 다시 시작하는 건가?
파티를 하려는 거래.
무슨 파티? 난 못 들었는데?
이사하기 전에 상가 사람끼리 모이는 거야! 다음에 언제 또 가게를 열고 만나게 될지 모르잖아.
다들 화재와 안전에 주의해 주세요! 저녁이 되면 바닷가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더 도울 일이 있으면 제가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당신은 스와이어 씨와 같이 휴가를 보내러 온 거 아닌가요?
음, 며칠 지내다 보니까 이게 더 재미있더라고요!
……안녕하세요, 혹시 이 하모니카는 얼마예요?
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가. 교재가 필요한 거면 돈을 조금 받아야겠는걸? 하하, 난 원래 악기를 사 가는 사람이 꼭 연주할 수 있게 하거든!
하모니카를 불 줄 아세요? 하모니카를 불면 어떤 느낌인가요?
물론이지! 하모니카를 부는 느낌은 말이지……
바람이 나뭇잎을 사락사락 흔드는 것 같기도 하고, 모래사장 위에서 바닷물이 모래와 자갈을 치는 것 같기도 해. 이게 바로 하모니카의 느낌이야.
이따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내 기타가 연주를 시작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자,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들고 와. 내가 구워줄 테니까!
잠깐, 저번에 이사하다가 남은 장식용 테이프가 있는데, 그거 가져올게!
잠깐만, 나도!
에니스, 이 물건들을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가져다 줘.
와, 이건 엄마가 아끼는 술들이잖아, 손이 엄청 큰데?
이 상가와 옛 시에스타에 주는 작별 선물이라 치자.
어렸을 때 어른들이 언젠가 화산이 분화할 거라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그 해변을 떠나서 이동도시에 새로운 집도 생겼네.
……집은 언젠가 철거되기 마련이야. 위엄 있고 견고한 이동도시라고 해도 누가 더 오래 '살' 수 있는지 화산이랑 경쟁할 수는 없는 거니까.
이제 화산이 깨어나려고 하니 시에스타도 더 이상 늦잠을 자고 있을 수 없지. 이동도시와 함께 몸을 움직여야 해.
완전히 받아들였나 보네? 그런데 왜 계속 이 가게를……?
받아들이고 말고가 뭐가 중요해? 이별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작별 인사는 잘 준비해야 하잖아.
난 늘 이해가 되지 않았어…… 내가 어디에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건지.
혹시 내가 떠나면……
난 네 나이 때 그런 번거로운 생각은 하지 않았어.
머리에는 온통 다양한 곳에 가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로큰롤 음악을 하며 현지 사람들의 언어를 배워서 그걸 노래로 엮으려는 생각뿐이었거든.
너도 알다시피 나와 척은 그런 나날 속에 시에스타에서 만났잖니.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순백의 화산'을 보고 싶었는데, 해변과 화산 사이를 몇 달 동안 어슬렁거려도 결국 보지 못했어.
계속 그 전설을 찾아 시에스타를 떠나려던 그 때, 옛 시에스타 패션가의 어느 모퉁이에서 곤히 잠든 아기를 발견한 거야.
그래서 일단 시에스타에 머물기로 하고 술집을 열었지. 척은 여행을 계속하고 난 남아서 네가 어떻게 크는지 보기로 했어. 그렇게 지금까지 온 거야.
……
널 발견하지 않았다면 '순백의 화산'은 계속 전설 속의 이름으로 남았을 거야.
그 뒤에 우리는 또 루트와 리브를 입양했어…… 너희는 조금씩 자라났고, 잘 웃던 넌 점점 그 미소를 잃어갔지.
하지만 상품 박람회 날 가게의 서프보드가 모두 사라지고, 너희가 온천물에 홀딱 다 젖었는데도 넌 정말 즐거워 보이더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참 기뻤어.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 적당한 변화로 가족이 예전처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난 순백의 화산보다 너희가 더 소중하거든.
……
그리고 순백의 화산 재건이 끝나면 난……
계속 주절거리니까 친구들도 더는 못 봐주겠나 보다. 에니스, 얼른 사람들한테 술을 갖다 줘.
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여기 남든 아니면 시에스타 바깥으로 나가든…… 계획이 생기면 실행하도록 해. 네 엄마가 젊었을 때처럼 말이야.
기타 줄이 느슨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네가 부르고 싶은 곡을 연주할 수가 없잖아!
……
에니스……
에이야퍄들라 씨, 왜 사람들이랑 같이 안 어울리시나요?
전 춤을 잘 못 추거든요…… 음악의 리듬을 타는 게 조금 어려워요……
음…… 그럼 제가 같이 있어 줄게요. 같이 얘기나 나눠요.
저번에 당신이 진찰받으러 와서 환각으로 어린 양이 보인다고 했을 때, 전 그냥 광석병으로 인한 환각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때…… 저도 봤어요.
작고 따뜻한 어린 양이 저 가슴에 얼굴을 대고 심장 소리를 들었거든요…… 전 확실히 보고 느꼈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거든요…… 전 한 번도 엄마를 본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에이야퍄들라 씨, 그날 본 어린 양은 대체 뭐죠……?
……
……전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전 엄마의 방호복을 입고 어린 양 두 마리와 밤새도록 놀았죠. 어린 양들은 제게 수많은 이야기도 해 주었어요.
아주 익숙한 꿈이었어요.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 같이 있을 때처럼요……
조금 먼 곳에서 갑자기 불꽃이 터졌다. 하늘은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고 연기는 긴 꼬리를 남겼다.
몰래 불꽃을 터뜨린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멀리 뛰어갔고, 그 뒤에는 웃으며 아이들을 혼내는 부모가 뒤따랐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이렇게 놀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부모님은 모든 시간을 화산에 쏟으셨고, 저도 화산을 좋아하게 됐죠. 그날 이후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두 분은 아직도 화산을 오르고 계실 거라고요.
어쩌면 저희 엄마도 아직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그런데 에이야퍄들라 씨,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요 며칠 계속 그 어린 양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방금 당신이 말한 것처럼 어린 양의 꿈을 꾸는 것도 좋고요.
당신은…… 그 어린 양을 다시 본 적 있나요?
아니요, 그 아이가 제가 본 마지막 어린 양이었어요……
이봐, 아가씨들! 거기 앉아만 있지 말고 와서 바비큐 좀 먹어!
사장 언니가 구운 바비큐는 정말 맛있어요! 에이야퍄들라 씨, 저번에 시에스타에 왔을 때도 먹었어요?
기억이 잘 안 나요…… 저번에 왔을 때는 실론 씨가 잔뜩 화난 상태였잖아요.
아이참,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얘기하지 마요!
에이야퍄들라 씨, 이번에 와 보니까 시에스타는 어떤 것 같나요?
지난번보다…… 더 여유롭고 로맨틱해졌어요.
아델 씨,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 자주 시에스타에 놀러 오세요.
그때가 되면 수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해서 점점 더 좋아지는 시에스타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은 황무지에 서서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화산의 모습이 보였다.
화산은 언제 분화할까요?
그때가 되면 또 할 일이 엄청 많아지겠죠.
네. 그때가 되어도 저희는 잘 해낼 거예요.
그렇게 하면 어린 양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보세요, 켈러 선생님……?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왜 그래요?
화산을 관측하는 데이터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화산이 더 일찍 분화하는 거예요?
화산 데이터는 원래 불안정해요. 평범한 데이터 오류일 수도 있지만……
정말 문제가 발견되면 방송으로 모두에게 알려질 거예요. 실론 선생님, 그렇게 되면 부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