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8과거와 현재의 만남
틴맨은 길을 막은 오올헤약을 제압하고, 사리아와 퍼디낸드는 공중 실험실에 도착한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서 진실의 문이 조금씩 열리게 된다.
……
당신 표정, 엄청 재밌네.
- (꼬리로 휘감고 있어.)
- ……
- (Mon3tr가 나설 차례야! 켈시!)
……박사를 놔줘.
네가 원하는 걸 찾으러 가. 그게 정말 네 의문을 풀어준다면 말이야.
……흐음……
……뭐야? 이게 다야?
네가 뭘 하든 간섭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뭐야? 사리아와 틴맨이 널 대하는 걸 보고 아주 위험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약해빠진 거였어? 하지만 그 표정을 보면 아무 힘도 없어 보이진 않는데 말이야.
상상에 맡기지.
하지만 박사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난 모험은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그래 보이네.
메이랜더 재단과도 끝난 마당에 적은 적을수록 좋지…… 크리스틴의 계획도 시작됐으니, 자유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수다는 여기까지. 특별구에서 과격한 대응을 시작하기 전에……
……!
어떻게 된 거야?
……음, 확실히. 특별구를 정말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으니, 더 속도를 내서 사태를 통제해야겠네요.
메이랜더 재단의 배신자를 외부인이 처리하게 둘 수는 없습니다, 켈시 경.
너는 그렇게 어리석진 않아. 기회를 엿보기 위해 일부러 오올헤약을 내버려 뒀겠지.
……오, 제가 배신자를 따라올걸 알았습니까? 켈시 경에게 이용당하다니, 참으로 그립군요.
일부러 내버려 둔 건 아닙니다만, 크리스틴 곁으로 보낸 특수요원들이 연달아 배신하니 자꾸 회의감이 들더군요…… 반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래도, 두 분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너무 부주의하신 거 아닙니까? 켈시 경의 그 시커먼 하수인을 꺼내면 오올헤약을 붙잡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요.
……'여기'서는 그 어떤 무기도 사용할 수 없다.
우리는 '바로 위'에 있어.
……그 말은 메이랜더 재단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켈시 경. 일부러 수작을 부리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정말…… 예상 밖이네, 틴맨. 몸이 몇 개가 있는 거지?
당신의 가여운 금속 머리는 내가 로켄한테 던져줬을 텐데?
이번에는 날 보내줄 건가? 아니면 당신을 또 죽여야 메이랜더 재단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오래된 살카즈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죠, 배신자.
윽……!
(시야가 어두워졌……? 내 눈에…… 아니, 신경에…… 움직일 수가 없어……)
……아무래도 아츠라면 여기서 쓸 수 있는 것 같군요.
오리지늄 아츠는 '무기'의 측정 범위 내에 있지 않으니까.
게다가 레버넌트가 온 힘을 다해봤자, 그것의 중요 부분은 털끝만큼도 훼손할 수 없지.
그렇다면 제 품에 있는 오리지늄 폭탄과 아츠 유닛은 어떤가요?
너무 원시적이야.
이건 컬럼비아의 첨단 기술입니다. 우리를 이 깊은 곳에 묻어버리기에 식은 죽 먹기죠.
그래서, 아직 메이랜더 재단에 알리지 않은 일이 더 있습니까?
……
컬럼비아 사람으로서든 살카즈로서든 당신과 동행하기에는 제가 아직도 부족한 겁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난 박사 한 명만 그곳에 도착하길 바랐다.
그 라인 랩의 총괄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고.
- ……나?
그건 아마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군요. 메이랜더 재단에서의 제 직책을 제쳐두더라도, 저는 옛 고향이었던 이곳에 관심이 매우 많거든요.
어쩌면 그곳에 카즈델에 관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 제가 이대로……
……네, 접니다. 오올헤약은 아츠로 제압했습니다. 언제든지…… 네?
……대통령 각하께서?
하아…… 하…… 당신의 아츠는 그리 튼튼하지 않은 것 같네, 상사 씨.
음, 아무래도 제가 오올헤약을 너무 얕본 것 같군요.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당연히 명령에 따라야죠.
나중에 뵙겠습니다.
제 실력도 녹슬었나 보군요. 힘으로 주술에서 벗어나다니. 100년 전에는 웬만한 출정 기사도 꼼짝 못 했는데 말이죠.
아까 그 발음은 살카즈의…… 주술? 당신은…… 대체 무슨 종족이지?
분명 확인해 봤는데……
종족 따위에 그렇게 얽매이다니, 오올헤약. 참으로 가엽군요.
……
나야말로 이해가 안 가는군요. 지금 내 모습을 보고도, 머리가 잘리면 죽을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다니요.
음, 그것도 맞네. 그럼, 깔아뭉개버려도 다시 조립할 수 있으려나?
오올헤약은 제가 처리할 테니 얼른 가시죠.
각하께서 그곳에 갈 로도스 아일랜드 일행에게 무조건 협조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참으로 이상하군요…… 각하께서는 언제 이렇게 자세히 아셨는지……
그럼 살카즈로서의 너는 어떻지?
젊은 살카즈는 당신을 증오하기도 존경하기도 합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제가 볼 때는 당신이 살카즈를 위해 더 오랫동안 싸워왔으니까요.
물론, '오직' 살카즈를 위해 싸운 시간이 조금 더 길죠.
서두르세요. 나중에 말해도 되는 부분은 제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약속하지.
가자, 박사.
……당신은 참 쉽게도 욕망을 포기하네. 당신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거야?
저 사람들과 함께 내려가서 당신의 '옛 고향'을 보고 싶지 않아?
임무 중에 목표에 욕심을 낸 것도 모자라, 나라를 배신하면서까지 중요한 기술을 횡령하다니. 부하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건 큰 수치입니다.
내 몸을 파괴한 걸로는, 이 기나긴 평온 속에서 날 분노하게 만들기에 아직 부족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상사로서, 그리고 메이랜더 재단의 책임자로서 당신이 순순히 항복하여 관대한 처분을 받길 바라겠습니다.
쳇, 늙다리 괴물 주제에…… 당신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걸 잃었지? 직책에 대한 감각이 있기는 한 거야?
지루한 세월이 내 영혼을 다치게 하는 걸 피하고자 다양한 오리지늄 아츠를 써 봤죠. 하지만 전부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과로만 보자면 난 아주 책임감이 강합니다. 죽음이 날 대신해서 증명해 주겠죠.
아니. 난 당신을 이기고 원하는 걸 다 얻을 거야.
나는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해 보일 거야. 그걸 위해 당신을 죽이고 메이랜더 재단을 죽여야 한다 해도, 아니면…… 당신에게 죽는다 해도 꼭 시도해 보겠어.
훗, 자신을 위해 싸운다는 게 이리도 가슴 벅찬 거였다니…… 왜 난 고대 혈통의 부활만을 1순위로 생각했을까?
……당신은 대체 몇 세대 사람의 기억을 이어받은 겁니까, 오올헤약?
……
300년? 아니면 500년?
참으로 길군요. 그건 한 도시가 세워졌다가 멸망하거나, 한 왕조가 부흥했다가 몰락하기까지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나에겐…… 악몽에서 깨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일 뿐이죠.
……잘난 척 하기는……
농담이 아닙니다……
당신이 고뇌에 빠진 시간과 그 눈물겨운 가족사를 다 합쳐봤자, 이 합금 손가락에 생긴 생채기만도 못하다는 겁니다.
오올헤약은 순간 심장이 꽉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어두워졌다. 이미 한번 경험한 오올헤약은 빠르게 시각을 포기하고 아츠로 몸을 감싸 신체의 촉각을 최대한 확장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특수요원 중에서도 오올헤약은 그야말로 뛰어난 천재였다. 특히 쿠쿨칸의 기억은 부담을 안겨줬을 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경험이 풍부한 타고난 전사로도 만들었다.
그녀의 온몸은 흉기 그 자체였고, 두뇌는 더할 나위 없이 명석했으며, 아츠는 교활하고 민첩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번만큼은 오올헤약이 서서히 퍼져가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 고막을 통해 대뇌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귀를 틀어막았다. 비록 주변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동굴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더 짙은 어둠이 틴맨의 발밑으로부터 스멀스멀 퍼져 나왔다.
(오래된 살카즈어) 역사를 탐구하고 싶은 거라면, 조금 더 나눠주겠습니다.
오올헤약은 거친 모래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그녀의 어깨는 엄청난 무게를 짊어진 것처럼 파르르 떨려다.
(오래된 살카즈어) 당신은 역사의 무게를 너무 얕봤어요, 쿠쿨칸.
(오래된 살카즈어)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가 뭔지 아직도 모르고 있죠.
7:59 P.M. 초점 발생기가 5000미터 상공에 도착, 상승 중단
너 운전할 줄 안다면서!
꽉 잡아.
나, 윽……
난 최선을 다했어, 퍼디낸드. 아니면 진작 끝장났을 거다.
사리아, 창밖에!
엔진에 불이 났어!
출력 손실…… 큰 문제는 아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데 큰 문제가 아니라고?!
언제부터 말이 그렇게 많았지?
쳇, 드론들이 정말 끝도 없군.
퍼디낸드, 이쪽으로 와라.
이 레버를 잡고 위로 밀어, 놓치지 말고.
여기 있는 계기판 보이나? 바늘이 이 수치를 넘으면 날 불러라.
너 뭘 하려고……
안전벨트 꽉 매. 잠깐 나갔다 오겠다.
문을 연다고? 잠깐 나간다는 게 무슨 뜻이야?
여긴 하늘이라고?!
사리아, 사리아! 이거 흔들린다고!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올라오기 전에 변호사한테 전화나 할걸.
실직자가 변호사를 쓸 돈도 있나?
긴장하지 말고, 계기판만 잘 보면 된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무래도, 통제가 안 될 것 같아! 등이 몇 개 계속 깜빡인다고!
사리아! 아직 안 끝났어?
후우.
내가 할게, 레버를 놔.
……
레버를 놓으라고, 퍼디낸드.
쿠, 쿨럭……
교전 소리가 멈췄는데? 뭘 한 거야?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펄스 장치다. 레이시언 공업의 기술을 역으로 복원했지.
원래는 수송 드론을 납치할 때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쓰게 됐군.
하, 하하.
각도 확인, 도킹 준비.
사리아의 조종에 따라 문이 열리자 맹렬한 강풍과 차가운 공기가 비행체 내부로 들어왔다.
윽…… 이럴 줄 알았으면 옷 좀 더 껴입을걸.
그 마스크를 쓰면 조금 나을 거다.
솔직히 난 네가 바로 밑으로 뛰어내려 이 실험실 천장에 구멍을 낼 줄 알았어.
그런데 너는 이미 배운 것처럼 펄스로 드론을 처리하고, 또 능숙하게 공중 도킹마저 하네?
이 실험실은 내스티가 공들여 만든 것이다. 내스티가 나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게다가 네가 이 고도의 기압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장담도 없고.
방위과를 떠난 뒤로 마냥 놀기만 한 건 아니구나.
그동안 대체 뭘 한 거지?
일.
훗, 일이라.
계속 안전벨트 잡지 않아도 된다, 퍼디낸드.
네가 정말 라인 랩을 벼랑 끝에서 끌어오고 싶다면 행동으로 나한테 보여라.
……
난 네 방위과 직원이 아니야, 사리아. 너도 방위과 주임이 아니고.
그런 말투로 얘기하지 마.
똑바로 설 수는 있나?
물론!
……그래도 좀 잡아줘!
이런 느낌, 너무 불편하군…… 우리가 정말 공중에 있는 건가?
'별깍지'가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멀었다, 퍼디낸드. 아까 비행체의 고도계는 5037미터였다. 차단층까지는 아직 천 미터나 더 남았어.
……너는 별로 놀라지 않은 것 같네.
훗, 하긴. 대학교에서 비행체 조종을 배웠댔으니까.
군부는 이걸 슈퍼 무기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설비들과 모니터링 장치, 판독 테이블까지…… 내스티는 여기를 트리마운츠 최고의 실험실로 만들었군.
아니면, 이건 그저 어떤 위대한 실험의 첫걸음일 뿐인가?
그 마족이…… 대체 나한테 얼마나 많은 걸 숨긴 거지? 이렇게까지 깊이 참여한 줄 몰랐는데.
……잠깐, 사리아. 군부의 수송기가 보여. 우리 예상보다 빨리 왔어.
지금 접근하고 있으니 곧 상륙할 거야. 놈들이 완전히 이곳을 접수하기 전에……
사리아?
고개를 돌려보니 전 방위과 주임은 이미 복도 깊은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뭐, 그래.
돌아가면 꼭 야라한테 제대로 얘기해야겠다.
내 스톡옵션은 적어도 2배가 돼야 한다고.
……
- ......
당신은 조용히 켈시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켈시가 이렇게 심각한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켈시의 뒷모습을 살펴보면서, 당신은 이렇게 조용히 그녀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당신의 불안함이 긴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서 켈시가 안절부절못하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매번 결과는 확실했다.
당신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다.
- Mon3tr는?
- 틴맨은 대체 뭘 원하는 거지?
- 아까 오올헤약이 널 다치게 한 건 아니지?
박사.
내가 조금 추태를 보였을지 모르지만, 이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앞에는 별로 위험한 일이 없을 테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예전에 네가 했던 많은 질문에 난 직접 대답한 적이 없었지.
어쩌면 오늘 넌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 이건…… 석관?!
- ……!
- 이렇게 많다고? 말도 안 돼……
예전에 사리아가 나와 크리스틴을 언급했을 때, 나는 크리스틴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번 일을 해낼 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무모하게 우주 비행을 시도하는 위험성은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야. 사리아라고 해도 그 전체를 다 알지는 못해.
트리마운츠에서 프틸롭시스와 사일런스가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는 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말이지……
그때, 크리스틴이 다시 하늘에 도전한다고 추측했을 때만 해도…… 오늘처럼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사태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에너지 우물의 규모와, 초점 발생기가 하늘로 떠오르는 걸 목격했지. 그리고…… 로켄 윌리엄스가 시도하던 연구도.
그 후에야 난 라인 랩 총괄인 크리스틴 라이트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어. 어떠한 외력이 크리스틴을 도우며 엄청난 영향을 준 게 분명해.
군부의 자금과 인맥을 이용하고 부모님이 남긴 연구를 이어받아, 이 젊은 천재는 라인 랩이라는 껍데기로 모두를 속였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집스러운 소망을 위해서 말이야.
크리스틴은 하늘을 찢을 생각이다.
- 그건 나도 알겠어. 하지만 그다음은?
- 고집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일을 일으켰다니, 이해할 수 없어.
크리스틴은 그저 진실을 목격하고 싶고, 모든 인류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은 거야.
그다음은…… 새로운 비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겠지. 하늘이 가능으로 변하는 순간, 전쟁의 방식마저도 크게 변할 거다.
사람들이 다른 도시에 도착하는 시간이 수십 배는 단축될 것이고, 희소하고 귀중했던 공중 항공기는 하룻밤 사이에 평범한 교통수단이 되겠지.
하지만 크리스틴은 이런 모든 것들을 후세에 맡기기로 했다.
크리스틴은 단 한 번도 이익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의 이익이든 모두의 이익이든. 이로 인한 위기마저도 깔끔하게 무시할 정도였으니.
……이런 가능성도 있겠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의심과 비방 속에 자란 크리스틴이 단지 세상 사람들에게 이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그런 거라고.
……어쩌면 사리아도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라. 크리스틴의 옛 동창으로서, 크리스틴의 이상을 지지하는 첫 번째 사람으로서……
크리스틴 라이트가 아무리 비참한 과거와 순수한 꿈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그 많은 일에 그녀가 직접 관여한 게 아니라고 해도……
크리스틴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어.
이프리트와 사일런스가 겪은 일을 생각해 보면, 라인 랩의 총괄이 이기적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리아는 크리스틴이 이러한 책임을 지길 바랐어. 사리아는 크리스틴이 늘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라인 랩의 모두를 바라보도록 설득하려 했을 거야……
어쩌면 사리아가 크리스틴 대신 그 꿈을 짊어질 첫 번째 사람이 돼야 했지만, 그 라인 랩에서 도덕과 윤리의 어긋남 속에서 모든 게 통제를 벗어나게 된 거지.
어찌 됐든 사리아와 난 모두 한발 늦었다.
현재 테라의 오리지늄 기술로 볼 때, 하늘을 찢으려면 테라 전역에서 장기간 생산된 총 전력에 맞먹는 힘이 필요해.
이것도 단지 수치상의 비교일 뿐, 이렇게 방대한 에너지를 한곳에 모을 수도 없고, 그걸 순조롭게 하늘로 보낼 방법도 없어.
하지만…… 체르노보그 코어에서 석관 하나를 두고 수많은 일이 일어났지. 기억해?
- 잊지 않을 거야.
- ……
- 잊을 수 없어.
그때 우르수스의 간단한 연구만으로도 석관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얻었지. 그렇다면 눈앞의 이건…… 크리스틴의 광적인 꿈을 이루기에 충분해.
적어도 크리스틴은 군부나 메이랜더 재단에 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이런 이익은 한 국가가 이성을 잃게 만들기 충분하고, 단시간에 새로운 제왕으로 만들기에도 충분하니까.
- ……여기는 대체 어디지?
- 크리스틴은 어떻게 여기를 찾은 거야?
- 이 석관들은……
- 뭐지?
- 뭐가 일어나는 거지……?
……{@nickname} 박사.
내 말을 명심해. 이제부터는 최대한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보낸 시간만 떠올려.
그리고, 동요하지 마.
강렬한 빛이 몸을 훑고 지나가자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당신은 눈앞의 사물을 통해 그 화면을 떠올렸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 화면.
석관. 차가운 빛.
아미야가 당신의 손을 잡았고,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당신은 체르노보그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시간은 오래 흘렀지만…… 어떤 더 아득히 오랜 감정이 희뿌연 기억 속을 가득 채웠다.
슬픔, 그리움, 불안함…… 이 모든 것들이 함께 다가왔으며, 당신은 피할 수조차 없었다.
당신은 정신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이 고요한 소음과 눈부신 어둠 앞에서, 말로 이룰 수 없는 극도로 짧은 고통 끝에, 당신의 시야가 회복됐다.
하마터면 감탄을 내지를 뻔했다.
하지만 이 미지의 피조물은 당신보다 한발 앞섰다. 그것이 소생하는 소리가 온 공간에 울려 퍼졌다.
(미지의 언어)…… 불가사의하군.
(미지의 언어) 이렇게…… 이렇게 오랜 시간 뒤에 내 눈으로 직접…… 동포와…… 그 하인을 보게 되다니.
(미지의 언어)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야……
- 너의 말을…… 왜 알아들을 수 있지?
- 너는 누구야?!
(미지의 언어) 내가 누구냐 묻는 건가?
(정확한 컬럼비아어) 내가 누구냐고?
……자넨 왜 테라 언어를 쓰는 건가? 왜 내 존재를 모르는 건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자네가 대신 대답해 보게. 하인, AMa-10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