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8과거와 현재의 만남
야라는 사일런스를 막고, 켈시는 '보존자'를 막는다. 트리마운츠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아오른다.
등장 오퍼레이터: 사일런스, 켈시, 내스티, 사일런스 더 패러디그매틱
명령이다. 대답해라, 하인이여.
- 하, 하인……?
- ……
- 난 켈시의 하인이 아니야……
……{@nickname} 박사는 기억을 잃었습니다. 박사는 당신이 아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아닙니다. 더는 아니죠.
박사는 현재 테라의 일원이자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함께 겪었습니다.
……로도스 아일랜드?
(미지의 언어) 로도스 아일랜드라?
……그랬군.
그래서, '기억'을 잃었다면 왜 모든 일을 다시 이…… '박사'에게 알려주지 않았나?
……
음, 그렇군.
자넨 결국 저 '박사'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군.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옛 기억을 회복시키느니, 세상을 다시 알게 된 그를 더 믿기로 한 건가.
음…… 이상한 것도 아니지.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거짓으로 꾸밀 순 없으니. 정말 충분한 간섭이 있었다면 테라는 지금의 형태가 아니겠지.
우리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군. 자네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야…… {@nickname} 박사.
이 얼마나 귀한 기회인가, 여기서 자네를 만난 게.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니……
- ......
그렇다면, 기억을 잃은 '{@nickname} 박사'와 자칭 켈시라는 AMa-10, 여기는 또 뭘 위해 왔는가?
크리스틴 때문에 긴장하는 건가? 모든 것이 자네들의 통제를 벗어나서?
-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것 같은데.
- 잘난 척하지 마!
- 자기소개는 평등한 대화의 시작이다.
......
나는 계획의 인격 시뮬레이션이라네. 수만 년 동안, 이 어두운 곳에서 수십만 동포들의 차가운 몸을 지키고 있었지.
나는 마지막 희망이자 비관적인 시도였으며, 허무주의의 대명사였지.
하지만 지금, 보잘것없는 자네들에겐…… 어쩌면 나는 크리스틴의 정신 나간 계획의 공범이자 배후가 될지도 모르겠군.
난 죽을 날이 머지않은 '보존자'이자, 자네가 경외하는 모든 것이며, 문명의 소멸 그 자체라네.
위치는 맞아. 전달물질의 반응도…… 아주 강렬하고……
이제……
야라 주임……?
왜 여기 계세요?
내 축복을 갖고 여기까지 왔구나. 뭐, 그것도 좋아.
……
저를…… 막으려고 여기까지 오셨군요.
내가 준 무기를 놓치지 않아서 정말 기쁘구나.
순간적인 감정으로 여기에 서 있는 건 아닌 것 같네.
맞아요.
이건 네 마지막 기회란다, 얘야.
돌아갈래, 아니면 계속할래?
전…… 당신이 말한 전사가 될 거예요.
……
사일런스, 크리스틴이 초점 발생기로 받은 에너지를 대지의 그 어떤 곳으로도 겨냥하지 않을 거라는 걸 너도 잘 알잖니.
넌 그 아이를 막을 필요가 없어.
크리스틴은 그저 다른 모든 과학자처럼 아무도 발을 내딛지 않은 곳을 향해 가는 거란다.
아마도 그렇겠죠, 야라 주임.
전 당신처럼 총괄을 잘 알지 못하지만, 당신의 말이라면 전 믿고 싶습니다.
그래도 전 계속해서 이 모든 걸 멈추려고 노력할 거예요. 당신이 제 앞을 막는다고 해도요.
……왜지?
왜냐하면, 총괄이 하는 실험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게 성공한다면……
뭐, 라인 랩의 총괄로서 감정적인 믿음이든 이성적인 판단이든, 그 사람은 성공할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컬럼비아의 연구자들이 크리스틴을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요?
라인 랩의 인적자원조사과에서 오랫동안 일하셨으니,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시겠죠.
……영웅으로 생각하겠지.
크리스틴은 컬럼비아 과학계의 영웅이자 우상이 될 거야.
맞아요. 총괄은 과학자의 본보기이자 연구자의 모범이 되겠죠.
……그리고, 이런 일도 끊임없이 일어나겠죠.
연구자들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시도할 거예요.
하지만 야라 주임, 크리스틴 라이트는 그 사람 한 명뿐이에요.
그렇다면 스스로 선도자, 천재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요? 소위 말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척하는 정신'에 고무된 사람들은요?
본인의 고집 또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은요?
탐욕스럽고 오만하며 무모하고 고집스러운, 우리 같은 사람들은요?
그런 사람들이 라인 랩 총괄이 한 일을 미덕으로 여긴다면……
당신이라면 그게 어떤 미래일지 상상하실 수 있잖아요.
어쩌면 상상할 필요도 없을 거예요……
라인 랩이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를 당신도 다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 잘 알고 있단다, 사일런스.
트리마운츠, 아니 컬럼비아 내에서 이런 일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걸 나도 잘 알지.
전에도 이런 광적이고 사람을 홀리는 수많은 계획이 내 앞에 있었단다. 그걸 가져온 사람들은 눈빛이 반짝였고 웃음이 진지했어.
그들은 진심으로 '순수한 과학'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인지의 황야를 개척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하지만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그 실험 계획에, 그 위대한 청사진에 가끔 '대가'나 '손해'가 생기지는 않을지 평가만 내리죠.
'대가'라.
그 대가는 가끔 비옥한 땅이 될 수도, 불치병 환자나 사형수가 될 수도 있어. 또 가끔은 한 마을이나 도시, 심지어 특정 종족 내지는 한 나라가 될 수도 있고.
내가 볼 때는 그들 스스로가 될 때도 있지.
그런 게 두렵지 않으세요? 아니면 과학의 발전 때문에 흥분되나요?
야라 주임, 이 세상에 유리장 안에 든 '순수한 과학'이란 절대 없어요.
과학은 우리의 손에, 사람들의 손에 있어요. 사람들은 과학의 온도와 무게를 반드시 알아야 하고, 그게 따가운지 고통스러운지, 아니면 위로가 될지 알아야 해요.
사람들은 늘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저 본인이 짓밟고 싶은 곳에 멋대로 발을 뻗은 것뿐이라고요.
하지만 사일런스, 그게 바로 발전이란다.
아무도 길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그렇게 갈 수밖에 없지.
운이 좋으면 옳은 곳을 찾아 빛을 향해 걸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막다른 골목에 빠져 돌고 도는 거야.
그래도 그걸 멈출 방법은 없는 거야.
너도 연구자니까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걸 더 잘 알겠지.
……
……그건 갈망이야.
물질과 도덕은 갈망은 속박할 수 없어. 규칙도 마찬가지고.
이 땅에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크리스틴 이전에, 네가 말한 탐욕스럽고 오만하며 무모하고 고집스러운 사람들이 멈춘 적이 있었니?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반드시 멈춰야 할 거예요.
적어도 본인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진심으로 몸을 숙여 제대로 바라보기 전까지는 반드시 멈춰야 해요.
야라 주임, 제 생각에는…… 욕망과 꿈이 과학의 연료가 되어서는 안 돼요. 계산이나 선택이 되어서도 안 되고요.
과학은 모두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어요.
……
사일런스, 아주 멋진 말이야. 대학교 도서관에 걸면 딱 좋겠네.
하지만 이 말을 실험실에 걸 연구자는 없을 것 같구나.
이건 알맹이가 없는 말이야.
그렇다면 제가 그걸 확실하게 만들 거예요, 야라 주임.
도중에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전 아직 당신의 축복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
사일런스, 크리스틴은 아주 오랫동안 이 계획을 준비했단다. 얼마나 많은 걸 바쳤는지 나도 몰라.
하지만 크리스틴의 각오는 그 아이의 부모보다 절대 덜하지는 않을 거야.
넌……
아니지…… 네가 아니라, 내 얘기야.
……난 또다시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걸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어.
그럼 야라 주임, 당신이 바라는 건 뭔가요? 크리스틴이 성공하는 건가요? 아니면 무사히 돌아오는 건가요?
……
제가 아는 루비라는 연구원의 가장 큰 바람은 정시에 퇴근하고 무사히 정년퇴임 하는 거예요.
아까 한 병사를 만났는데, 지금 그 사람의 유일한 바람은 이 폭주한 에너지 우물에서 무사히 벗어나, 가족들을 데리고 트리마운츠의 미친 과학자들 손에서 도망치는 걸 거예요.
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총괄의 바람이 과연 더 고귀한가요?
총괄이 원하는 게 더 '진보'적이니까?
아니면, 그저 당신과 총괄의 사이가 아주 가까워서요?
야라 주임, 이건 불공평하다는 거 당신도 잘 알잖아요.
그렇기에 더욱 이기적으로 굴면 안 돼요.
난……
……
난…… 이렇게 이기적이란다. 난 도덕이나 정의로 자신을 속인 채 널 보내줄 수가 없구나.
우리는 감정의 무게를 반드시 인정해야 해. 크리스틴의 그 꿈은 내가 관여하지 않을 수 없어.
……사일런스, 너도 그걸 잘 알잖니.
하지만 우리가 총괄을 막으면 분명 다시……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얘야.
나는 잘 안단다…… 크리스틴은 이 계획을 시작할 때부터 돌아올 생각이 없었어.
더 오래전에, 심지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모든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어.
사일런스, 네가 내 앞을 막을 수 있다는 것에 난 정말 기쁘단다. 심지어 네 주장을 응원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하지만 크리스틴의……
……
……가족으로서, 난 여전히 널 보내줄 수 없구나.
내게 보여주렴, 정말로…… 네가 한 말을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네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건 파르비스나 크리스틴 한 명이 아니야.
네가 마주해야 하는 건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사람이란다.
……
그럴 거예요. 반드시 준비할 거예요. 약속해요.
과학은 반드시 발전하고, 기필코 발전할 거예요.
어쩌면 누군가는, 예를 들어 총괄 같은 사람들은 '발전'이라는 부분에 더 어울리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나서서 과학이……
계속해서 사람의 손 안에 있도록 해야 해요.
……'보존자'……
정말 당신일 줄은 몰랐군요.
하지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한 작은 동물의 정신 나간 계획을 도와주냐는 건가?
아니면, 어린 문명이 요람 밖으로 내딛는 첫걸음을 지켜보고만 있냐는 건가?
자넨 너무 늦었네, '박사'.
내 기다림은…… 이미 의미를 잃었지.
- 지금에 비하면 트리마운츠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 ……
- ……설명이 더 필요해.
당신이 크리스틴을 돕고 있었군요. 크리스틴이 어떠한 수단으로 당신과 접촉한 거겠죠.
테라의 역사와 문화, 언어, 종족, 기술 수준은 컬럼비아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 알고 있네.
웃긴 건 현재 지상의 정보 전달 기술은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없지만, 자네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수단은 적합한 진화 효율을 갖고 있다는 것이야.
테라의 방식은 너무 원시적이고 아직 오리지늄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환율로 크리스틴의 시도를 실현하려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원이 필요하죠.
테라에는 그 난제를 해결할 기술 수단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혹시……
그렇네.
내 마지막 피를 그 아이에게 줬지. 새로운 심장에 바치는 것이 곧 꺼질 등불을 지키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
당신이……
……어떻게 그걸 흔쾌히? 긴 시간 동안의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되는 건데도.
그렇지, 수포가 됐지.
계획은 내가 직접 끝냈고 지령도 내가 직접 입력했네.
이건 후회를 용납할 수 없는 판단일세.
금방이야, 금방이라고.
멀리서부터 어마어마한 진동이 울려 퍼졌고, 지하 공간의 등불은 몇 번이나 깜빡거렸다.
자칭 '보존자'라는 존재는 순간 침묵하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무, 무슨 일이지?!
- ……
- 설마 에너지 우물?
그저 호기심에 찬 아기의 눈길일 뿐이거늘……
대체 어떠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 것인가?
8:11 P.M. 에너지 우물의 에너지 저장 이상 발생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기업이 널 아주 잘 훈련시켰구나.
하아…… 하아……
아직 팔을 들 수 있겠니?
괜찮아요.
당신의 팔은요?
괜찮아, 의료 보험을 들었거든.
계속할 거니?
……여전히 제 앞을 막으시겠다면요.
좋아, 그럼 계속하자.
……잠깐, 상황이 뭔가 이상한데.
여기 온도가…… 에너지 우물이 발사 준비를 한다 해도 이 정도로 온도가 올라갈 리 없을 텐데.
군부가 에너지 저장을 멈추기 위해 이곳의 모든 에너지원을 끊었어요.
안전 경보와 통제 시스템도? 이 멍청이들……
여기서 나가야 해! 서둘러!
위에 아직 병사들이 있어요. 야라 주임, 부탁이니 모두 데리고 떠나주세요.
넌 어디 가려고?
통제 시스템의 에너지원이 끊어졌는데 어떻게 총괄은 이곳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거죠?
전달물질의 반응이 계속 강해지고 있어요. 제겐…… 아직 기회가 있어요.
사일런스!
뜨거운 바람에 얼굴은 타버릴 것만 같았지만, 그녀가 예전에는 별 신경도 쓰지 않았던 작은 연구원은 에너지 우물의 더 깊은 곳을 향해 꿋꿋이 달려가고 있었다.
야라는 문득 아무것도 그녀의 방해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사일런스는 자신이 한 약속을 정말 해낼지도 모른다.
야라는 그때가 되면 자신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발사 준비는 끝난 것 같네.
“과학은 모두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어요”라니.
하, 난 과학자가 아닌데 말이지.
크리스틴, 넌 네가 꿈꾸는 높은 하늘로 날아가렴……
반드시 말이야.
……
내스티, 이왕이면 전망이 더 좋은 곳을 고르지 그랬나요?
……언제까지 날 계속 귀찮게 할 건데?
라이타니엔에 탐사하러 갔을 때, 라이타니엔 사람의 불꽃 축제를 본 적이 있거든요. 최고의 작곡가를 초빙해 축제를 위한 곡까지 만들더군요.
첫 번째 불꽃이 터지는 순간 음악가들이 일제히 연주하는데, 그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죠.
네 비유는 너무 빈약해서 라이타니엔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트리마운츠에서 마찬가지로 찬란한 경치를 보게 됐죠.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고리, 드론의 사격으로 인한 반짝이는 비, 장갑에서 튀는 불꽃까지……
그야말로 불꽃 축제 못지않네요.
슬슬 연주도 클라이맥스에 이르렀겠군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악센트가 있어야 하는데……
……
……
이건…… 제가 상상한 것보다 아름답군요. 라인 랩은 지금 이 경치를 감상하는 모든 사람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니까요.
……성공이다. 초점 발생기의 재료와 구조가 에너지 다발의 충격을 일단 버텨냈어.
이제 에너지 충전과 초점 맞추는 단계야. 이런 고압 조건에서 수치를 수집할 수만 있다면……
이제 군부와 메이랜더는 마지막 기회를 잡아서 초점이 완성되는 걸 막으려고 하겠죠.
총괄은 걱정되지 않나요?
언제 우리가 총괄을 걱정할 필요가 있었나?
우리는 동행자야. 그저 동행자일 뿐.
우리는 우리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행운을 빌어주는 거지.
(살카즈어) 언젠가 카즈델도 하늘에 올라간다면, 화로에 네 이름을 새겨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