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1자욱한 안개
부통령과 담판 후 블레이크는 모험을 하기로 한다. 사리아와 틴맨은 총괄의 목적을 분석했고, 인사과 주임 야라는 사일런스를 구한다. 어두운 건물 안에서 내스티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
30분이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요, 대령.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접니다, 부통령님. 트리마운츠에서 일정도 꽉 차셨는데 갑자기 방문했으니까요. 그래서 회의 하나를 급하게 취소하셨다고 파바르 비서에게 들었습니다.
13구역 건은 아주 빠르게 대응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격했다고 생각되기도 하는군요.
대중 앞에서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하신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정말 적절치 못한 때에 13구역의 사고가 터졌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그쪽에게도 꽤 큰 사고인가 보군요.
……저는 그저, '프로젝트 호라이즌 아크'를 이렇게 빨리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부통령님께서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트리마운츠를 떠나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빨리 '사고'를 해결하겠습니다.
……
대령, 그쪽 입장은 이해합니다만……
일정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트리마운츠에 더 오래 머물 생각이죠.
방금 끝난 회의에서 저는 라인 랩을 참관하며 훌륭한 연구원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
블레이크 대령, 우리는 하나입니다. 컬럼비아라는 이 나라를 위해 우리는 모든 걸 바쳐야 하죠.
그러나 이 도시에는 수많은 첨단 과학 기술의 선두 주자들이 모여 있으며, 모두 컬럼비아 과학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초석입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존재라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죠.
제 뜻을 이해하셨습니까?
……
아무리 컬럼비아에서 가장 숙달된 군수 공장이라 해도, 표준 포탄 하나를 생산하려면 하루 반나절이 걸리죠.
전장으로 운반해 우리 병사들이 숙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여유를 가지세요, 대령. '아크 1호'처럼 대륙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슈퍼 무기일수록 우리는 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여기는 컬럼비아입니다. 사르곤도, 볼리바르도 아니죠.
……
최근 몇 년간 군부…… 정확히 말하자면 국방부는 국가의 군사 능력을 발전시킬 방법을 계속 탐색해 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착실하게 발전 중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보기에도 바람직한 방향이었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제 정세는 끊임없이 변했고, 특히 빅토리아에 더 샤드 빌딩이 나타난 뒤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그런 무시무시한 슈퍼 무기는 거리의 개념을 아예 없애버렸고, 모든 지상 방어 시스템도 무의미해졌습니다. 폭풍으로 인한 오리지늄 분진이 언제든지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질 수 있게 된 거죠.
이에 국방부 내부에서 전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위험한 조짐들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전략적 무기의 개발에 모든 걸 걸기 시작했죠.
그때 크리스틴이 군부의 시야에 들어온 건가?
그렇습니다. 크리스틴은 군부의 핵심 기술 고문이 되었어요.
얼마 안 가 크리스틴은 '프로젝트 호라이즌 아크'라는 기획을 제출했고, '아크 1호'라는 슈퍼 무기의 제작 계획도 신속하게 실행됐습니다.
군부는 이를 위해 대량의 자원을 투입했고, 라인 랩도 꽤 오랜 시간 더 많은 정책적인 지원을 받았죠.
라인 랩이 트리마운츠의 수많은 과학 기술 업체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아크 1호'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리마운츠에 복잡한 에너지 우물을 설치해야 하고, 비행체의 최대 높이까지 초점 발생기를 띄워야 합니다……
이건 아주 방대한 공사고, 군부도 거의 전력을 기울였죠……
저 하늘에서 떨어진 녀석이 아마 그 프로젝트의 일부일 것이라 예상됩니다.
사리아의 시선은 공장 폐허에서 하늘로 향했다.
하늘을 중계소로 쓴다는 건가?
구체적인 개념과 구현 원리는 우리도 잘 모르죠……
하늘을 중계소로 삼아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모아 방향을 전환해 초장거리에서 강력한 공격을 가동한다……
이론상 확실히 가능하긴 해……
하지만 정말로 크리스틴이 군부를 도와 그 슈퍼 무기라는 걸 만들었을까?
아무래도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나 보군요.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어. 단지 더 확실해진 것뿐이지만.
훌륭한 정치가는 절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적어도 지금은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인수하지 않길 바라지.
그래서 어떻게 하겠답니까?
간단해. 시간을 끄는 거지. 과학 연구가 효율을 추구한다면, '시간 끌기'는 정치가들이 추구하는 수단이야, 퍼디낸드.
예전에 싱가스 왕조가 우즈 회사의 채벌장을 회수하려고 의회와 협상했을 때도, 3년간 계속된 협상은 아무 성과도 없이 결국 우즈 회사가 그 지역의 지배권을 잃을 때까지 계속됐지……
그저 시간을 끌고 싶은 거야. 우리가 해결할 수 없을 때까지, 우리가 그 빌어먹을 호라이즌 뭔가에 자신감을 잃어 흐지부지 끝날 때까지.
퍼디낸드, 현장에 다녀왔다면서? 결과는?
그 '아크 1호'의 '초점 발생기' 시험 비행체인 게 확실합니다.
하늘이 맑아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크리스틴은 새로운 압력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실험해야 할 거고, 이런 시험 비행도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
……
제가 더 궁금한 건, '아크 1호'의 에너지 우물은 줄곧 군부에서 통제했는데, 그렇게 거대한 걸 크리스틴이 대체 어디에서 발사했느냐는 겁니다.
초점 발생기의 블랙박스는 못 찾은 겁니까? 블랙박스의 항로 데이터를 추적하면 발사 위치를 알아내 크리스틴을 찾을 수 있을 텐데요.
13구역 전체를 수색했지만, 건진 건 없어.
누가 블랙박스를 바로 수거해 갔군요.
이미 망가진 건 아닐까? 폭발 위력이 어마어마했으니……
(고개를 젓는다)
크리스틴이 사라진 지도 벌써 2주가 넘었습니다. 블랙박스를 통해 크리스틴은 이미 원하는 실험 결과를 얻었을 텐데, 여전히 숨어있다니……
그 말은, 군부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 호라이즌 아크'가 이미 군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입니다.
……
오래 끌수록 변수도 많아집니다.
나도 알아.
……
접니다.
네, 잭슨은 우리와 대화할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저 말입니까? 저야 당연히 숨기는 게 없지요…… 크리스틴을 감시하라고 보낸 특수요원에게 물어보시면……
……
네. 양보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습니다.
……잠깐만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게……
알겠습니다.
안색이 변했군요, 대령님.
……
퍼디낸드, 자네 말이 맞아.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어.
크리스틴과 크리스틴을 감시하던 군부 특수요원이 동시에 소식이 끊겼습니다. 이건 계획이 실행 가능한 단계까지 왔다는 뜻이죠.
크리스틴이 투자자들을 속였겠지.
우리도 그런 의심이 들긴 하지만, 당신은 아주 확신에 차 있군요, 사리아 씨.
난 크리스틴을 잘 아니까.
그래요?
라인 랩은 설립 초기부터 민간 기술의 획기적인 연구에만 몰두했지, 군사 쪽은 거의 하지 않았어. 크리스틴 본인도 그쪽에 관심이 없었고.
게다가……
크리스틴의 연구 계획에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은 수단이 아니라 목표인 게 분명해.
……
라이트 부부 이야기인가요?
맞다.
“이 땅의 모든 걸 탐색하지도 못했고, 하늘도 이제 막 측정하기 시작했는데, 왜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려 하나?”
라이트 부부의 비행 사고 이후, 비행 차량의 전문가 스티븐슨 씨가 신문에 투고한 이 유명한 평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천재 과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인데, 사람들이 '업계의 정확한 평가'라고 멋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라이트 부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됐지. 참으로 아이러니해.
그게 무슨 말이죠?
스티븐슨과 라이트 부부는 사이가 매우 좋았지.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크리스틴도 잘 보살펴 주었고. 훗날 크리스틴이 학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 사람 덕분이다.
그건 저도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군요.
하지만 크리스틴과 스티븐슨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 크리스틴은 하늘에 대한 부모님의 집념을 이어받았고, 다른 사람의 이해를 바라지도 않았어.
사실 크리스틴은 하늘을 증오했어, 틴맨.
전달물질이 사고 현장에 나타난 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하지만 이번 폭발과 전달물질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에 전달물질을 쓰나? 내가 알기론 트리톤 화학 공장과 라인 랩은 접점이 없을 텐데. 아니면 공장을 파괴한 고리 모양 기계가 전달물질과 연관 있다는 건가……
사리아랑 거리가 너무 멀어서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리네……
드론을 더 가까이 보내봐야겠다.
정체불명의 드론 한 대 격추 완료.
이런……
통행증을 보여주십시오.
없습니까? 13구역은 임시 통제 상태이니 저와 함께 가시죠.
난, 이 공장 사람이에요. 오늘 휴가 내고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공장이 폭발했다고 해서…… 그래서 보러 왔을 뿐이에요.
당신이 이 공장의 직원이라면 드론은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보시죠. 모른다고 잡아떼지 마시고.
그건……
그 아이는 현장 사진을 찍으려던 게 맞아.
마리안 여사님……?!
정말 마리안 님 맞으십니까? 세상에!
마리안이라……
40년 만에 듣는 이름이네.
그때 그 기자회견 말씀이십니까? 신작 영화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 중에 재앙으로 중상을 입은 관계로 아쉽지만 은퇴하고 무대 뒤에서 활동하겠다고 밝히셨죠……
저희 아버지는 아직도 마리안 님 얘기만 나오면 흥분한 나머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신다니까요!
저희 아버지는 마리안 님의 모든 작품의 스페셜 에디션을 소장하고 계세요. 저도 아버지와 함께 적어도 10번씩은 다 봤습니다.
특히 그 《스파이 캐처》는 아직도 기억나요! 언덕 위에 있는 스파이를 한눈에 알아보고 크루즈에서 바로 뛰어내린 그 명장면……
마리안 님이 연기하신 캐릭터는 모두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었어요. 요즘 랭크우드의 양산형 배우들은 죄다 마리안 님께 연기 수업을 들어야 한다니까요.
고맙군.
안타깝지만 지금의 마리안은 그저 직원과 연봉 협상을 할 때나 협상 전문가 역할을 하지.
그게 무슨……
라인 랩 인적자원조사과 주임, 야라 부커 윌슨이야. 이건 내 통행증이고. 이 13구역에 집이 있거든.
……
이 아이는 확실히 트리톤 공장의 직원이 맞아. 라인 랩과 트리톤 화학 공장은 갈등이 좀 있어…… 《스파이 캐처》에 나오는 비즈니스 싸움 같은 거랄까……
이해합니다. 여기는 트리마운츠니까요.
그런데 그 공장이 갑자기 폭발했고, 현장 사진이 헤드라인으로 실리면 트리톤 화학 공장은 논란에 빠질 게 분명해. 이건 이 아이가 라인 랩에 들어오기 위한 선물 같은 거지.
뭐, 군부의 통제 규칙을 어긴 건 확실하지만, 다행히 당신이 드론을 파괴해서 사진이 유출될 일은 없겠어.
따라서, 네 입사 건은 다시 얘기해 봐야겠는걸.
……네.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갑자기 모든 주민을 못 나가게 통제하는 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저희도 그저 명령에 따르는 거라……
저는…… 마리안 님을 믿습니다. 그러니까 얼른 여기를 떠나십시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네가 사일런스였나? 파르비스 대신 나에게 흑두차를 갖다준 기억이 나는데.
야라 주임, 여기는 혹시 라인 랩과 관련된 건가요?
그것 때문에 여기에 몰래 들어온 거야?
저, 저는 확인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잠깐, 여기는 이야기를 나눌만한 곳이 아니야.
이쪽으로 가서 날 기다려.
이 주소는……
걱정하지 마, 13구역에 있는 내 거처니까.
그럼 당신은?
옛 친구가 찾아와서 잠깐 만나고 올게.
네가 숨을 쉬는 건 못 본 것 같은데, 그럼 담배 연기는 대충 배에서 한 바퀴 돌려보내는 거야?
그냥 습관이죠. 예전에 당신이 임무를 완료할 때마다 열심히 사건 경위를 정리하고, 바로 태워버렸던 것처럼요.
아까 저 친구는…… 역시 후배를 많이 아끼는군요.
하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아.
우리 회사 직원이 군부의 통제 구역에 나타났다가 붙잡히기라도 하면 회사 쪽도 곤란해지니까.
역시 업계를 불문하고 책임감은 뛰어나네요.
그동안 종종 당신의 소식을 알아봤는데, 트리마운츠의 투자자부터 라인 랩의 인적자원조사과 주임이 되기까지, 당신은 이 과학 기술 회사를 위해 거의 모든 인맥을 동원했더군요.
한마디로, 당신이 없으면 지금의 크리스틴도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여기 나타난 것도 그 무모한 아이 때문입니까?
아니면, 당신도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요?
13구역에 집이 있어서 여기 나타났을 가능성은? 한가할 때면 나도 이쪽에 와서 이틀 정도 머물다 가거든.
난 이미 늙었어, 틴맨.
나이를 얘기하는 게 아니야.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건강과 꿈, 우정, 가족까지…… 모두 이 나라에 바쳤다는 걸 알았지.
메이랜더의 '모닝 스타'는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어.
내 떠나간 '청춘'을 추억할 만한, 젊었을 때 찍은 영화의 비디오조차 없지.
당신을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 야라.
그렇다고 제가 눈감아 주길 바라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메이랜더는 이 나라만을 위해 일하니까요.
난 후회한 적이 없어. 지금도 나는 이 나라를 해칠 생각이 없고.
……
야라, 당신은 아직도 라이트 부부의 죽음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나요?
……
부정하고 싶지만, 지금도 그 당시 광경이 자주 꿈에서 나와.
택배 왔습니다. 서명해 주세요.
작업대에 올려 둬.
오올헤약은 눈앞의 공간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곳은 가운데가 텅 빈 거대한 고리 모양의 지하 건축물로, 바꿔 말하자면 '우물'이나 다름없다.
벽에 달린 오리지늄 등불은 기본적인 조명만 제공해 전체적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벽에 난 홈에는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케이블은 더 어두운 곳으로 뻗어 있었다.
방금 대답한 사람은 왔다 갔다 하며 분주한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깊고 고요한 곳에서 그녀의 움직임이 별다른 메아리를 만들어 내지 않는 걸 봐서, 벽면에 성능이 뛰어난 방음 재료를 사용한 게 분명했다.
공간 전체는 마치 정체된 안갯속에서 침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두운 게 무섭지 않아? 안 답답해? 지하 몇백 미터나 되는데…… 위에는 우락부락한 군인들이 순찰하고 있고.
벌써 한 달째 여기 있었잖아. 외출은 안 해?
내스티?
나 지금 바빠, 쿠쿨칸.
나도 한가하지 않아.
블랙박스 두고 가면 된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군부와 메이랜더의 눈 밑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가져다줬는데, 이런 문전박대는 좀 아니지 않아?
그건 너랑 총괄의 거래지, 나랑 상관없어.
블랙박스는 안 건드렸지?
아니.
……대답이 너무 솔직한데.
데이터 분석은…… 음, 복잡하지 않네……
내스티는 혼잣말하며 바쁘게 움직였고, 방대한 데이터는 물이라도 퍼부은 듯 스크린 속에서 마구 쏟아져 내려왔다.
내스티가 진지해질수록 오올헤약은 한쪽에 우두커니 서서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오올헤약은 내스티 허리춤에 있는 한 장치를 발견했다……
불규칙적으로 이어진 나뭇가지 같은 이것은 내스티가 단말기를 조작하거나 멈출 때마다, 짧고 규칙적으로 리듬감 있게 흔들렸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스티를 따라 고민하는 것처럼……
뿌리 없는 나뭇가지를 위해 영양분을 찾아줬다는 거네……
항로 궤적 데이터는 시뮬레이션보다 조금 이탈했지만, 예상 범위에 있어. 아무래도 이 전달물질은 내비게이션 대체재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면 속도를 더 올려야겠어.
그런데 말이야, 크리스틴이 대체 어떻게 했길래 엔지니어링과 주임인 네가 기꺼이 지하에서 이 고생을 자처하게 한 거야?
내스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령 몇 개 입력하자 눈앞의 스크린은 하나씩 꺼져갔고, 그녀는 돌아서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내스티 뒤에 있는 지하 공간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외출하게?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그 기쁨을 나랑도 나눠야 하지 않아?
(살카즈어) 나가.
오올헤약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마치 그녀의 몸이 '명령'을 자동으로 실행한 것처럼.
귀여운 주술이네, 밴시.
네 부하 직원들이 너 성격 진짜 나쁘다고 불평한 적 없어?
서늘한 기운이 내스티의 목을 스쳤지만, 마치 착각이라도 한 듯 사라져 버렸다. 젊은 밴시는 살짝 몸서리쳤다.
그러자 내스티 손에 든 골필에 균열의 흔적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어머, 품질이 별로였나 보네? 서랍에는 한가득 준비해 둔 걸로 아는데.
그런데 말이야, 줄곧 궁금했는데 그 골필을 다 꺾어버리면 네가 과연 그 꼼수를 부릴 수나 있을까?
어디 한번 해 봐.
난 똑같은 명령을 두 번 내리지 않아, 쿠쿨칸.
알겠어, 알겠다고. 밴시는 전부 다 이렇게 진지한 거야?
뭐, 모처럼 하는 외출인데 방해하지 말아야지. 어두워서 무서우면 내가 같이 가줄 수는 있지만.
밴시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오올헤약은 연기처럼 문 뒤로 사라져 버렸다.
공기 중의 어둠이 격렬하게 흔들렸지만, 내스티는 결국 명령을 삼켰다.
……쳇.
슬슬 데리러 가야겠다.
(살카즈어) 드디어, 혼돈의 꿈이 가라앉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