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2사막의 모래바람
장터에서 습격당한 좌락은 치우바이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났고, 리는 우연히 와이틴푸이의 흔적을 발견한다. 밀수꾼을 통해 단서를 찾아낸 린 위시아는 재앙정보전달자 사건에 숨겨진 사정이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엄마, 엄마, 저기 봐, 누가 싸우고 있어!
뭐 볼 게 있다고. 흥정하다가 싸움이 붙었겠지.
바짝 따라붙어. 여기서 널 잃어버리면 찾지도 못해.
좌 공자, 저들은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계속 싸우다가는 우리의 목숨은 둘째치고 백성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요.
……리 씨, 다른 방법이 있으십니까?
도망갈 방법은 있는데 공자께서 뒷수습이 곤란할까 봐 걱정이네요……
잠……
(젠장, 늦었다……)
산해중은 마치 물 만난 린수처럼 붐비는 인파를 엄폐물로 삼았다.
린수들이 일제히 수면을 박찼다. 좌락과 리는 망설임 때문에, 이 살의에 찬 일격을 받아낼 수 없을 터였다.
그 장소에 있던 누군가는, 눈을 본 것만 같았다.
가느다란 눈송이가 아니라 흩날리는 눈이었다.
눈이 거센 물살을 막았고 산해중의 발목을 붙잡았다.
흥……
이러한 반응은 결코 뛰어난 '무공'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생사가 걸린 전장에서 습득한 경험이었으니.
아직도 물러나지 않는 건가?
……
쫓지 마세요.
장터에 사람이 많고, 저놈들은 수법이 잔인해서 무고한 사람까지 다칠 수도 있습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치, 치우바이 누님…… 오랜만입니다.
확실히 오랜만이네요. 어째서 당신 솜씨는 별 진전이 없는 거죠?
……
이곳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종사님이 당신을 도와주라고 해서 와봤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일전에 임무 중에 알게 된 분입니다…… 양대인의 오랜 친우이기도 하시죠.
아무리 양대인의 친구라고 해도 관리도 아니면서 이런 일에 멋대로 끼어들면 안 됩니다.
이런 오해입니다. 전 그저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누군가가 제게 일을 의뢰하면 다른 누군가는 또 참견하지 말라고 한단 말이죠. 이거 혹시 사설탐정의 클리셰 같은 거 아닐까요?
리 씨가 나서주지 않으셨으면 전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길이셨습니까?
정말 우연이라고 하면, 사세대는 믿어 주시려나요……
중요한 일이니 농담은 삼가시죠.
하아, 살면서 성가신 일이라면 제일 질색인데, 꼭 성가신 일이 저를 따라다닌단 말이죠.
제게 일을 부탁한 분은 용문 웨이 총독과도 잘 아는 사이입니다. 어젯밤 군영에서 여러분도 이미 만났을 테고요.
제게 찾아달라고 한 자들이 아마 방금 공자를 습격한 녀석들인 거 같군요.
어젯밤 옥문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리 씨께서 더 알고 계신 게 있습니까?
별로 없습니다. 사설탐정에게 일을 부탁하는 사람은 대부분 말 못 할 사정이 있거든요. 뭐, 저도 익숙하고요.
좌 공자께서 더 많은 정보를 준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어젯밤 난전 중에 제가 자객에게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래서 그 단서로 의원부터 조사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도시에 있는 의원을 거의 다 뒤져봤어도 별다른 점이 없었습니다만, 유독 아까 한 의원에서 자칭 점원이라는 남자가 절 방해하며 절대 못 들어가게 하더군요.
나중에 들어가 보니 안에서 붕대와 핏자국을 발견했습니다. 그 남자는 당황하며 다급히 뛰쳐나갔고요.
옥문에서 사세대의 수사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래서 저도 의심스러웠던 겁니다. 조사를 일부러 방해하는 건 죄가 되지만, 행동거지가 워낙 횡설수설한 터라 무언가를 노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좌 공자, 그 사람의 용모를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 괴한은……
필라인이었습니다. 나이는 사, 오십 대쯤 돼 보였고 체격이 우람했습니다. 그리고…… 무공이 아주 뛰어났죠.
……
정말 그 녀석이……?
위시아 언니가 죽은 호송원의 가족을 방문하라고 했으니까 서둘러야 해요.
지금 가고 있잖아. 마지막 한 집밖에 안 남았는데.
요야 씨, 아직 못 물어봤는데, 옥문에는 왜 온 거예요?
전에 말했잖아. 나만의 물류회사를 차렸다고.
정 선배님께 딸이 옥문에 왔다고는 들었는데, 진짜 당신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런 게 인연이지.
이제 함께 조사도 하게 됐으니까, 그대로 행유물류에 들어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또 그 소리인가요……?
위시아 언니도 그렇고…… 이번 일에 아는 사람이 꽤 많이 엮여있네요.
그 관리 아가씨가 래트킹의 딸이었구나.
린 씨와 아는 사이인가요?
만난 적은 없어. 아빠가 젊었을 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래트킹의 명성을 들었대.
다들 용문 사람이라 서로 잘 아는 줄 알았지.
용문이 무슨 시골 마을도 아니고……
저도 사무소 일 때문에 가끔 린 씨와 만나긴 했지만, 래트킹 위시아 씨에 대해선 건너건너 전해 들은 정도예요.
참 궁금하다. 용문 사람에게 래트킹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용문 사람'이라고 하면 좀 범위가 크긴 한데요……
보호막으로 보는 사람이 있고, 절대 건드려서 안 되는 거물로 보는 사람이 있고, 또 그냥 인자한 동네 어르신으로 보는 사람도 있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용문의 안정은 그분에게 달려있다는 거예요.
진짜 대단한 인물인 것 같네…… 그런 아빠가 있으면 그 린 아가씨도 살기 만만치 않겠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 세상 아빠들은 다 똑같잖아. 자식이 본인이 닦아 놓은 길을 얌전히 따라가길 바라니까.
뭔가 조금이라도 이룬 사람일수록 더 그렇고.
요야 씨는 정 선배님이랑 사이가 나쁜가요?
사이가 나쁜 게 아니라, 정확히는 그렇게까지 친밀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해야겠네.
그러면 요야 씨는, 만약 이 세상에 자식을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하는 아빠가 있다면 어떨지 상상이 가나요?
늘 자기 기분대로 살면서 떠나고 싶을 땐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죠. 친자식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소식을 묻기는커녕 십여 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질 않고요.
설마……
그만하죠, 지금은 그 사람 얘기를 할 기분이 아니니까요.
하하, 만약 우리 집 영감이 십여 년이나 사라진다면, 나는 표국을 싹 다 장악해 버리고 밑바닥부터 내 생각대로 꾸려나가야지.
내가 영감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하지만 아버지가, 당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보러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요?
……
음, 여기야.
저기, 안에 계신가요?
실례합니다. 저희는……
어라, 문이 열려있네요. 의원에도 아무도 없나?
여기가 네 번째 집이야.
희생된 호송원은 이 집 아들이야. 의사는 현지인이고 몇십 년 동안 의원을 운영하며 아들과 함께 살았어.
전달자 소대가 희생된 소식은 어제 오후에 전해졌으니, 의사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그런데 집 안은 별 특이한 점이 없어 보여요. 물건도 잘 정리되어 있고 책상도 깨끗하고요. 구석에 있는 자루들은 장터에서 막 사 온 일용품 같네요.
옥문의 풍습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방은 뭐랄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데요.
자식이 세상을 떠났단 걸 알면 아버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
적어도 아무 일도 없어 보이지는 않겠지.
그래도 집에 아무도 없는데 멋대로 들어오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일단 위시아 씨와 합류하죠.
아가씨, 저 앞이 바로 밀수범이 말한 창고입니다.
이상하네……
너 여기 알아?
전에 염탐하러 왔을 때 도시에 있는 창고를 다 조사해 봤습니다. 이 창고는 성남 도검방에서 철기와 오리지늄 연료를 비축해 두는 곳일 거예요.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도검방은 옥문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라, 이번 일과 연관이 없을 텐데……
빌어먹을, 그놈이 우리를 속인 건가!
잠깐.
뭐가 그리 성급해.
그 정도로 압박했으니 거짓말은 못 했을 거야. 이왕 온 거 둘러보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알겠지.
넌 여기서 지키고 있어. 내가 가 볼게.
조심하세요, 아가씨.
……
아가씨, 길을 잘못 드신 것 같습니다.
여기가 석재 가게 창고 아닌가?
……
석재 좀 사러 왔는데.
너희 사장이 장터에서 파는 석재는 너무 조잡했지만, 재료 자체는 괜찮아서 좀 사 가려고.
너희 사장도 동의했어. 나보고 창고에 가서 너한테 보여달라고 하면 된다던데.
종씨 석재입니까?
그 이름이었던 거 같아. 장터 맨 동쪽에 있는 가게.
종씨 석재의 창고는 서쪽에 있습니다. 여기는 남쪽이고요.
안으로 더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주위를 보시죠. 죄다 무쇠와 폐기된 철뿐이지, 석재 같은 건 없습니다.
아무래도, 잘못 찾아오신 것 같군요.
길을 안내해 준 녀석이 나한테 수고비까지 받아 갔는데!
……
방해해서 미안.
아닙니다. 배웅해 드리죠.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사라지자 눈 부신 햇살이 내리쬐어 피부가 따끔거렸다. 린 위시아는 무심코 목덜미를 만지며 눈앞의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대체 어떤 옷을 입어야지 목덜미에 저렇게 탄 자국이 남을 수 있을까?
뭘 그렇게 쳐다보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갈게.
아가씨, 어떻게 됐습니까?
넌 여길 지키면서 주위의 움직임을 놓치지 말고 살펴.
수상한 점이 있었습니까?
질문은 그만. 눈 똑바로 뜨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