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6과거의 수치
공연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고, 쇼가 곧 시작된다.
……헉.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꿈을 꿨을 뿐이야.
역시 소파에서 자면 안 되겠어.
영감은?
보스는 이미 극장으로 가셨습니다.
……
도련님도 가실 겁니까?
레온투초는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로사티, 조반나.
그래.
첼리니아 양, 당초 우리 사이의 약속은 벨로네가 최종 승리를 거머쥐는 데 협력하는 것이었지.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네.
이번 일만 끝내주면, 벨로네에 빚이 더 이상 없는 걸로 하지.
그때 자유롭게 떠나면 되네.
늑대 군주 자로의 송곳니로서 약속하지.
……
해가 질 무렵 거처로 돌아와 다시 아침 해가 뜰 때까지.
텍사스는 검을 닦으며 빗소리를 반주 삼아 《텍사스의 죽음》 대본을 읽고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이야기는 텍사스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어렴풋이 어떤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맞다면, 우선 본인의 검을 더 날카롭게 갈아야 할 것이다.
오늘, 그녀는 평소보다 검을 더 빨리 휘둘러야 할지도 모른다.
쯧쯧, 분명 비가 내리는데 해는 또 화창하네.
감옥의 배식이 나쁘지 않더라, 너희도 한번 먹어 봐.
확실히 괜찮습니다. 저도 예전에 몇 번 건의한 적 있거든요.
차에 타시죠.
안 가면 안 돼?
컬럼비아인 하나 죽이는 건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나?
어르신께서 첼리니아도 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
계획은 뭐야?
첼리니아가 극단원으로 가장해, 공연이 시작되면 기회를 엿봐서 행동한다고 합니다.
음…… 그럼 내 의상은?
어르신의 뜻은……
관중석에서 상황에 따라 눈치껏 대응하시랍니다.
……하, 하하.
진짜 낭만도 없는 영감탱이네. 아빠는? 설마 혼자 좋은 자리에 앉아 공연 보려는 건 아니겠지?
어르신은 다른 일이 있으시다며 누굴 만나러 가셨습니다.
누구?
세차공입니다.
역시, 네가 카테리나 씨 작업실에서 연습하고 있을 줄 알았다.
뭐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미리 극장에 가서 화장도 하고 공연할 준비하는 게 낫지 않겠나?
……응, 그렇긴 하지.
엑시아 언니야는 아침 사러 갔으니까, 우리도 가서 언니야랑 합류하자.
그래.
맞다, 예전에 엑시아 언니야를 위한 환영회를 열기로 하지 않았나?
그렇지.
늦진 않았나 모르겠다.
크루아상, 발밑에!
응? 으앗!
아파라……
괜찮아?
별일 아이다, 발에 뭐가 걸려서 넘어진 기다.
아이고, 책더미가 쓰러져 버렸네. 내가 정리 좀 해야겠다.
어라? 사진이 떨어졌는데?
사진?
어…… 어?
왜 그래?
봐라.
그것은 몇 년 전의 사진이었다.
소라는 겨우 사진 속 배경을 알아봤다. 그곳은 여러 해 전의 컬럼비아 거리 같았고, 번화하고 널찍했다.
사진 중앙에 서 있는 한 중년 남성은 온화한 표정과는 달리 무시할 수 없는 패기가 느껴졌다.
남성의 양쪽에는 각각 루포 소녀와 필라인 소녀가 서 있었다.
왼쪽에 있는 소녀는 아름다운 금발에 표정도 발랄하여, 한눈에 봐도 매우 명랑해 보였다.
그러나 오른쪽에 있는 소녀는 검은 머리에 무표정으로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봐라, 사진에 있는 게 혹시…… 텍사스 언니야 어렸을 때 아니가?
그리고 텍사스 언니야 옆에 있는 건 카테리나 씨 같은데?!
사진 뒷면을 봐바라……
사진 뒷면에는 '조반나와 첼리니아, 1080년 촬영'이라고 적혀 있구만.
조반나, 이게 카테리나 씨의 본명이가?
조반나…… 조반나 로사티.
가게 연 지는 얼마나 됐나?
5년 됐지.
5년이라, 공교롭군. 내 문지기를 하던 짐승도 행방불명이 된 지 5년 됐거든.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
……도시가 넓으니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은 있겠지.
줄곧 이해가 가질 않더군. 난 짐승에게 고기도 충분히 줬고 우리도 잘 관리해줬는데, 도대체 뭐가 불만이었을까?
설마 채식주의였나?
어쩌면 진짜 맛있는 고기를 먹고 나서야 평소에 먹던 고기가 얼마나 맛없는지 깨달았을지도 모르지.
맛없는 고기라면…… 차라리 안 먹는 게 나아.
그런가?
세차 끝났어.
세차 솜씨가 훌륭하군.
손에 익은 것뿐이야.
허, 너는 언제나 맡은 일을 잘 해내지.
하지만 곧 정세가 크게 바뀔 거야, 단브론.
너도 입맛을 바꿀 때가 된 것 같군.
……생각해 보지.
그래, 잘 고민해 보고. 생각이 정리되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돼.
당신이 임시 베이시스트인가요?
맞아.
음…… 음? 그런데 머리색이 원래 이런가요?
응.
신기하네. 다른 사람은 이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일부러 염색하던데. 이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은 텍사스 패밀리와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만 가졌다고 들었거든요.
게다가 자세히 보니까, 당신…… 살바도레랑도 조금 닮았네요. 설마 사생아 같은 건 아니죠?
……아니, 난 텍사스와 무관하다.
그래요, 뭐 이런 우연도 있는 거죠.
자, 앉으세요. 피부가 워낙 좋아서 크게 손댈 것 없이 메이크업이 끝나겠네요.
극장 박스석
자리는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잘 보이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가 봐.
왈라크, 넌 여기서 같이 안 봐?
아시다시피 전 이런 거에 관심이 없어서요. 좋은 술이나 가져다드리죠.
난……
브랜디잖아요, 알고 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 다들 아직 준비 중인걸.
앉아 봐, 우선 메이크업부터 해 줄게.
네.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은데, 많이 긴장돼?
……아니요, 별거 아니에요.
괜찮아, 소라 씨가 이렇게 열심히인데, 다들 좋아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참, 그거 알아?
무슨 일이세요?
악단의 베이시스트가 갑자기 아파서 공연에 못 서게 되었어.
앗, 그럼 어떡해요?!
진정해, 디렉터님께서 임시로 대신할 사람을 찾아줬거든. 지금 다른 분장실에서 메이크업 받고 있어.
임시로 찾은 사람이면…… 정말 괜찮을까요?
디렉터님 안목을 믿으라고.
그러고 보니 오늘 디렉터님은 안 오셨나요?
아까 와서 지시 좀 하시고는 다시 가셨어. 손님을 만나러 가시는 것 같던데.
높은 분들은 워낙 바쁘잖아.
괜찮아, 소라 씨. 넌 네가 맡은 역할만 잘 해내면 돼.
네.
……
어라, 판사님이시네요!
한동안 안 오셨죠? 오늘 공연하는 뮤지컬 보러 오신 거예요?
……아니요, 전 그냥 지나가던 길이에요.
그렇군요. 오늘 공연은 다들 기대하던 그 《텍사스의 죽음》이에요. 판사님도 분명 좋아하실 텐데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꼭 방문해주세요.
……어?
(단브론 씨? 저 사람이 왜 여기에?)
(혹시…… 내 조언을 듣고 극장에 기분 전환하러 온 건가?)
(하지만 오늘 극장은……)
……
잠깐만요.
앗, 혹시 생각이 바뀌신 거예요?
네.
티켓 한 장 주세요.
극장 박스석
보스, 만나 뵙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
식품안전부 장관 루비오입니다.
……
들어오라고 하게.
네.
베르나르도 님……
여기서는 디렉터라고 부르면 되네.
아, 알겠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디렉터님.
앉게, 루비오 장관.
우선 공연부터 보고 얘기 나누지.
신사 숙녀 여러분, 델 알바 극단의 멋진 공연을 보러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은 카테리나 씨의 《텍사스의 죽음》 제2막 공연을 선보이는 날입니다.
시라쿠사인이라면 살바도레의 이야기는 누구나 친숙할 겁니다. 그런데 그 안의 자세한 사정까지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텍사스 패밀리를 깊이 이해하는 카테리나 씨께서 꾸밈없는 시선으로 지켜본 그 장면을 오늘 이곳에서 전해드립니다.
그럼 함께 살바도레의 일생을 감상해보시죠!
흐읍…… 하아.
소라 씨, 파이팅.
네, 그럼 가 볼게요!
휴우…… 드디어 자리를 찾았네.
역시 소라야, 우리한테 아주 잘 보이는 자리를 줬네.
소라는 큰 기대를 받는 몸이니께.
저기요~ 좀 지나갈게요~
산크타 아가씨는…… 시라쿠사에서 보기 드문데.
어라…… 너도 산크타?
볼시니에 온 지 꽤 됐는데, 나도 동족은 처음 봐.
후훗, 오늘은 정말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군.
어서 지나가거라, 산크타 아이야.
……
와그라노?
이상해, 아까 그 사람한테서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어. 무리를 떠난 산크타인가?
하지만 내가 그동안 봐왔던 무리를 떠난 산크타랑은 또 좀 다른데……
그건 그렇고, 오늘 극장에 딱 봐도 패밀리 인간들이 많은 것 같지 않아?
듣기로는 로사티 패밀리의 보스가 와서 그렇다더라.
앗, 그게 혹시 네가 아까 말한……
맞다, 그래도 지금은 일단 공연부터 보자.
(노래) 혼란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 일부는 시대의 물결에 휩쓸렸고, 일부는 그 시대의 선두를 차지했지.
(노래) 폭력과 부, 권력과 질서, 성공한 자는 무엇으로 바꿀 텐가?
(노래) 한 시라쿠사인이 야망과 상처, 고난을 안고 컬럼비아 땅을 밟았네.
(노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오니, 신사 숙녀 여러분, 시대를 다스리는 자가 누구인지 지켜봐 주시죠.
이 노래는……
그랬구나. 걔를 데리러 온 거였어?
하지만 네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누구야?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쇼를 시작해볼까?
……설마, 정말 너일 줄은 몰랐는데, 첼리니아.
아니……
텍사스?!
……아앗?
……?!
텍사스는 순간 박스석 중 한 곳을 바라봤다.
그녀는 베르나르도가 그곳에 앉아 모든 걸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알고 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녀는 지금 소라가 위험에 처했지만, 동시에 또 안전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은 그녀에게 달렸다.
관중석의 이상한 움직임과 멀리서부터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가 암살의 개막을 선고하고 있다.
텍사스는 소라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손에 든 베이스 줄을 튕겼다.
쇼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