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1소리 없는 비
뮤지컬을 연습하던 소라는 한 이상한 관객을 만나게 된다. 살얼음을 걷는 것만 같은 볼시니에서는 패밀리들의 파티가 곧 개최된다.
너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 하지만 난 확실히 알아.
우리가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너무 과신한 게 아닐까? 감정과 충동으로 인해 생겨난 환상에 우리가 너무 쉽게 속는 건 아닐까?
살바도레는…… 컬럼비아의 어두운 골목에서 나올 자격이 있어.
내 동생아, 그 사람은 시라쿠사인이야. 넌 그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정말 우리를 도와 돈을 모아줄 것 같냐?
그 사람은 스스로 초래한 재앙에 죽고 말 거야.
그 사람은 주먹으로 자신을 지키고, 다시 질서로 주먹을 통제해.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그런 시답잖은 낭만은 접어둬.
그렇지 않아, 오빠. 시라쿠사인은 핏자국과 상처를 훈장으로 생각해.
하지만 피는 그저 피야. 그걸 아는 건 그 사람뿐이고.
소라, 내 연기 어땠어?
솔직한 평을 듣고 싶어?
응, 듣고 싶어.
완전 엉망이야! 엑시아는 역시 이쪽이 아니야!
에엥, 난 엄청 감정을 잘 살린 것 같은데.
연기는 감정을 살리는 게 다가 아니야.
그래도 딕션은 나쁘지 않았어! 적어도 대사를 틀리진 않았으니까.
나한테 기대치가 그렇게 낮다고?!
크루아상, 넌 어떤 것 같아?
내가 보기에는 최고였지!
근데 오빠한테 좀 불만이 있다 케도, 너무 그렇게 열을 팍팍 내면 안되는 거 아이가?
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라는 거지? ……이따가 한번 해볼게.
오호, 크루아상, 언제부터 이렇게 전문가가 된 거야?
매주 소라 촬영장에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이데이. 어느 바쁘신 두 양반들처럼 온종일 코빼기도 찾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아, 난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라지진 않아.
그게 아이고......
어쨌든 우리 이번에도 텍사스를 찾을 수 있겠지?
당연하지.
아주 특색 있는 연기였어요.
엣?
저기, 당신은……
전 벤소네시오스라고 합니다.
에, 벤…… 뭐라고?
벤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오! 벤 씨!
벤 씨, 죄송하지만 별다른 용건이 없으면 나가주시겠어요? 아직 연습 중이라서요.
용건이 있습니다. 전 지금 공연을 관람하고 있거든요. 아닌가요?
피자를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건 공연을 관람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관람할 때 피자를 먹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라도 있나요?
음, 극장엔 그런 규정이 있지 않을까?
그건 극장의 규정이지, 뮤지컬의 규정은 아니지요.
규범은 사람으로 하여금 표면적으로 어떠한 사물에 경외를 갖게 하여 거짓된 단상을 쌓아 올리곤 합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경외란 도리어 자취를 감추게 되고 만 것이죠.
에엥?
드실래요?
먹을래!
웩, 식감이 너무 구린데!
이 거리에서 가장 싼 피자거든요. 하지만 소스 맛은 꽤 좋답니다.
……그럼 아까 연습 장면을 보고 계셨다면, 제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해주시겠어요?
요점은 당신이 잘하는 감정 잡기와 감정 전달 방식이 뮤지컬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거예요.
당신은 무대에 있는 게 아주 익숙해 보여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도리어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게 어려울 수도 있죠.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시련이기도 해요.
와, 아저씨, 보기보다 꽤 전문적인데.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컬럼비아 거상의 딸입니다. 살바도레는 시라쿠사에서 온 그저 한 백수죠.
그는 당신이 만나온 여느 남자와도 다릅니다. 그는 당신의 신분에는 관심이 없으나 당신을 매우 소중히 여깁니다.
그는 누구보다 게으르지만, 그 누구보다도 머리가 좋아요.
그는 마치 한 패밀리의 보스가 될 운명을 타고나,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길을 걷는 남자 같습니다.
대답해 보세요, 아가씨. 당신은 이런 사람을 사랑하나요?
전…… 사랑해요……
아니요, 당신은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를 사랑할수록 당신은 그가 두려울 겁니다!
당신은 그를 붙잡을 자신이 없거든요.
직감이 당신에게 그에게서 도망쳐야 한다고, 그는 결코 당신의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
당신은 수없이 자신에게 그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라고, 놓쳐도 더 좋은 사람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하고 있죠.
그를 따라가 잡으면 당신의 인생은 사막을 달리는 육지함처럼 방향을 찾을 수 없게 되리라는 걸 당신도 분명히 알고 있는 겁니다.
당신은 심지어 본인의 결정이 옳은지조차 판단할 수 없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가족에게 이렇게 소리치는 겁니다……
“피는 그저 피야. 그걸 아는 건 그 사람뿐이고.”
우와.
오오!
이런 감정이었군요……
당신은 이게 어떤 감정인지 알고 있는 것 같네요.
전……
엑시아, 우리 다시 해 보자!
우선 물부터 좀 마시고……
하하, 소라가 이렇게 돼버린 이상,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내는 나가서 마실 거랑 먹을 것 좀 사오께.
벤 씨도 뭐 좀 사다……
어, 어디 갔지?
드디어 오셨군요. 경관님, 이쪽입니다!
전 경관이 아니라 볼시니의 판사입니다. 라비니아라고 불러주시죠.
선생님, 시라쿠사에는 경찰이 없답니다.
경찰이 없다고요?
외국인이신가 보군요. 여기서는 그 사람들이 거리의 치안을 담당합니다.
그 사람들이요? 전 사업차 시라쿠사에 온 거라 아직 이곳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흠, 가능하면 패밀리 사람들과는 엮이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사건 현장은 어디인가요?
지…… 직접 보세요. 저기 쓰레기통 뒤에요.
……
5명이고 사망한 지 24시간이 넘지 않은 모양이군요. 옷차림을 보아하니 패밀리 사람이고.
잠깐만요……
라비니아 판사님, 왜 그러시죠?
……오늘 아침에 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한 공무원을 습격하던 중, 우연히 저와 마주치고는 도망쳤어요.
그런데 왜 여기에…… 게다가 저들의 보스 역시 안 보이는군요.
시…… 시라쿠사가 위험한 곳이라는 소리는 들었는데……
아니요, 패밀리 간의 충돌이었으면 분명 현장을 깨끗하게 처리했을 거예요.
이건 규칙에 맞지 않습니다.
선생님,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세요.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게 좋습니다.
이제부터 여긴 제게 맡겨주시죠.
아, 알겠습니다!
젠장, 당장 이 소름 끼치는 곳을 떠나야겠네.
……
라비니아 씨가 저에게 먼저 연락해올 줄이야.
드미트리, 요즘 도시에 설치고 다니는 킬러가 있나요?
음? 글쎄요…… 요즘 같은 시기에 감히 설치고 다닐 놈들은 없을 텐데요.
……최근 한 달간 발생한 범죄 보고서를 당신 얼굴에 던져 드릴까요?
아마 그중 대부분의 것들은 사소한 오해일 겁니다.
방금 오르비에토 거리 뒷골목에서 시체 5구를 발견했어요. 현장이 정리되지 않은 걸 보면 패밀리 소행은 아닌 것 같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 그 사람들이 어떤 공무원을 습격하고 있는 걸 제가 목격했어요.
흠, 참 재미있는 일이 있었군요.
당신들끼리 하는 권력 다툼에는 관심이 없지만, 질서가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요즘 같은 시기가 아니라도, 평소에 볼시니는 벨로네 패밀리가 지키고 있죠. 또 당신처럼 엄격한 판사도 있고요.
이런 일을 벌인 건 벨로네 패밀리를 도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무도 감히 그렇게는 못 하죠.
다만……
다만 컬럼비아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하려는 건가요?
우리가 정한 규칙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뭔가 알아내면 연락주세요.
제가 당신한테 알릴 의무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라비니아 판사 나리.
그것 역시 '벨로네 패밀리에 대한 도발'이 아닐까요?
알겠습니다. 레온에게 전해두죠. 레온이라면 이번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정부 공무원에 대한 습격, 갑자기 나타난 킬러.
이 두 가지 일에 정말 연관이 있긴 한 걸까……
습한 공기가 얼굴을 덮쳐왔다.
법원으로 돌아가는 길, 최근 잇달아 발생한 사건이 라비니아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모든 것을 덮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라비니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졌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원 입구, 자신의 차를 바라보던 라비니아는 한숨을 내뱉었다.
라비니아의 차에는 페인트가 잔뜩 뿌려져 있어, 주위에 있는 차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
단순하고 분명한 악의.
예전의 그녀였다면 어쩔 줄 몰랐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끊임없이 내리는 이 가랑비가 더 골치 아프게 느껴졌다.
물론, 세차비도.
죄송합니다.
조심해, 판사 나리.
비가 한참은 더 내릴 것 같은데 발밑을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고 말 거라고.
……충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당신도 우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진 않군요.
난 우산 쓰는 걸 싫어해서, 판사 나리. 오히려 나는 비 맞는 느낌이 더 좋아.
그럼 당신도 넘어지지 않게 발밑 조심하세요.
……
저 여자는 왜 도발한 거야?
왜 내가 도발했다고 생각해? 설마 네가 날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못 들은 거로 해.
도발한 거 맞아.
……
저 여자한테서 아주 익숙하면서도 혐오스러운 냄새가 나.
마음대로 해. 그런데, 우리한테 벨로네 패밀리에 잠입하라고 임무를 준 건 너잖아? 괜히 벨로네 패밀리에 의심만 사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
난 이 도시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그리고 벨로네 패밀리가 텍사스를 데려온 목적도.
그래서 어떻게 진행할 건데? 말단 킬러부터 시작해서 벨로네 패밀리 최고의 킬러 자리까지 차근차근 올라가게?
적어도 감비노는 그럴 생각일 거야.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야.
너흰 협상 카드가 필요해, 그렇지?
감비노는?
……그 중개인에게 보고하러 갔어.
하, 역시. 시라쿠사에서 어떻게 해야 빨리 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 감비노가 잘 알고 있는 것 같네.
부정은 안 해.
용문에서 이렇게 오래 지냈는데도, 시라쿠사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줄은 몰랐거든. 도저히 적응이 안 되네.
금방 적응할 거야. 감비노처럼. 날 믿어.
넌 시라쿠사인이잖아.
정말 감비노가 시라쿠사에서 다시 활동하게 내버려 둘 거야?
안 될 게 뭔데? 너도 해, 안심하고 움직여. 난 절대 너희를 방해하지 않을 거니까.
……대체 네 속셈이 뭔지 점점 더 이해가 안 가는군.
난 비를 즐기는 거야. 넌 비를 싫어해?
내가 아는 건 감비노가 비를 매우 싫어한다는 거야.
그래서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알고 싶어?
그래, 알았어. 내가 뭘 해야 하지?
너는 운이 참 좋아. 마침 난 운전사가 필요했거든.
……하아.
들어오세요, 장본인 씨.
살아서 돌아왔다, 바텐더 놈아.
실력이 제법이네요. 하지만 감비노, 당신이든 아니면 8년 전에 용문에 간 당신의 친구 카포네든, 둘 다 아직 부족해요.
빌어먹을 늑대 새끼가, 잘난 척하지 마!
소문대로네요. 자신이 고집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군요.
마지막 시칠리안은 그렇게 시칠리아 부인의 비호를 잃었죠, 아닌가요?
오늘날의 시칠리안들은 본인의 그 작고 가여운 영광을 고집하는 것 외에 또 할 수 있는 게 무엇이죠?
……
잘 들어요, 감비노. 당신과 카포네가 시라쿠사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당신들 뒤에 누가 있는지, 전 전혀 관심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실력, 그리고 행동입니다.
그래서 우리 행동이 어땠는데?
당신들은 시라쿠사에 속해 있지 않지만, 아주 대담하더군요. 좋은 점이죠.
따라서 절 위해 일해주면 전 당신들에게 보수를 지급하죠. 일을 잘 해낼수록 보수도 많아질 거예요. 아주 간단하죠?
벨로네를 만나고 싶나요? 절 만족시키면 만나게 해 주겠습니다.
네놈이 후회할 정도로 잘 해내 주지.
그거 아십니까? 전 시칠리안들의 그런 뼛속 깊이 새겨진 강한 힘을 싫어하지 않아요.
지금 시라쿠사에는 오히려 그런 점이 부족하거든요.
그러니까 한번 해 보시죠, 감비노.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죠.
파티가 곧 시작된다. 입구에는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서 오세요, 베아토 씨.
당신은……
루비오입니다. 지난주에 파티에서 만났었죠.
아, 생각났습니다. 식품안전부 장관 루비오 씨군요. 죄송해요, 제가 깜빡깜빡하거든요.
루비오 씨도 계시니 오늘 파티에는 맛있는 게 많겠군요.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오늘은 귀한 손님들이 오셔서 제가 힘 좀 쓰긴 했습니다.
그러셨군요.
베아토 씨, 이쪽입니다.
어, 그래.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저 사람은 누구죠?
식품안전부 장관 루비오.
네? 저 꼴에 장관이라고요? 난 또 문지기인 줄 알고 지나올 때 쳐다도 안 봤는데.
뭐 실제로 상대할 가치도 없어, 하찮은 인간일 뿐이지.
왜죠?
패밀리 출신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평생 저렇게 열심히 살아봤자 별 볼 일 없는 식품안전부 장관 자리밖에 안 되는 거야.
뭐 장관이 된 후에 여기저기서 패밀리 사람에게 아부를 떨더니, 결국 그럴싸한 성과를 내긴 했지만.
요즘 볼시니의 크고 작은 파티는 모두 저 사람이 있는 식품안전부에서 음식을 제공하거든.
게다가 본인 체면은 전혀 신경 안 쓰고 저렇게 문지기처럼 입구에 서서 손님을 맞이하지.
그렇군요. 그래도 저런 뻔뻔함은 배울 만하겠는데요.
……
루비오, 축하해.
뭘…… 축하하신다는 겁니까?
나도 들었어. 오늘 밤 파티에 레온투초 도련님이 참석한다지?
벨로네의 도련님이자 카라치 옆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물이잖아. 이런 파티에는 좀처럼 참석하지 않아.
이거야말로 출세할 기회 아닌가?
……하하, 왈라크 씨, 아무래도 며칠 전에 보낸 스테이크가 아주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아니면 이런 농담을 하기 위해 저에게 일부러 전화까지 하지 않으셨을 테니까요.
하하하.
이젠 예전 같지 않아, 루비오. 내가 비록 이 도시의 로사티 패밀리 보스이고, 약간은 잘난 척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도 지켜야 할 룰이 아주 많아.
예를 들면, 지금 너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든가.
항상 보살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뭐 다들 한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 서로 도와가며 무슨 일이 생기면 테이블에서 해결하고.
우리도 매일 때리고 죽이고 싶은 건 아니니까. 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안 그런가?
그럼요. 왈라크 씨도 평소에 수고가 참 많으십니다.
수송부 장관은 벨로네 사람인데, 평소에 날 피해 다니더라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쯧쯧.
그런데 무역부 장관은 똑똑한 사람인 것 같더군. 나와 친하게 지내고 있어 현재 로사티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지.
오늘 파티의 호스트는 건설부 장관 카라치인데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야. 벨로네 쪽 놈이 붙어 있긴 하지만, 카라치는 아직까지도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 같더군.
루비오, 식품 안전도 아주 중요한 거야. 네가 똑똑한 사람이길 바라지.
그럼요.
그럼, 귀빈이 오셔서 이만 끊겠습니다.
그래.
……
네가 강한 건 알아, 텍사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난 폭력을 좋아하지 않지.
폭력은 가장 비효율적인 수단이거든.
따라서, 날 위해 암살 임무 몇 개만 끝내면 시라쿠사에서 떠날 수 있겠거니 기대한 거라면, 아마 너를 실망하게 할 것 같아.
……내가 뭘 해야 하는지만 말하면 된다.
카라치는 볼시니의 건설부 장관이야.
새로운 이동도시 섹터의 건설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 쪽 사람이지. 난 네가 카라치를 보호해줬으면 좋겠어.
정부 관리를?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아.
“정부란 그레이홀 원탁 위 식탁보나 다름없다.”
패밀리라면 누구라도 시칠리아 부인의 이 말을 기억하고 있을 테지.
언제부터일까, 우리는 식탁보 위에 놓인 식기나 꽃병을 한 번도 중요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걸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
컬럼비아인이 새로운 걸 가져왔는데, 그중에서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건 그들이 가져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일 처리 방식이 시라쿠사와 완전히 다르다는 거야.
컬럼비아인은 시라쿠사의 관리들이 유서 깊은 패밀리에 맞설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래서 관리에게 자신들을 따르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도 않고.
놈들은 그저 관리들이 그때그때 못 본 척, 혹은 편의를 봐주길 바랄 뿐이야.
그럼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관리들을 없애버린다고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게 뻔하고.
놈들을 찾아갈까? 하지만 놈들은 정체를 드러낼 정도로 멍청하지 않지.
설령 우리가 이곳에서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고 한들, 놈들에게 뭔가를 할 수는 없어.
용문에서 몇 년간 살았던 너라면 이런 방식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겠지?
……용문에 돌아온 듯한 기분까지 들어.
훗, 하지만 시라쿠사에서 컬럼비아인의 방식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깨닫고 있는 사람은 몇 없어.
그거 알아, 텍사스? 이런 방식의 논리를 진정으로 이해했을 때, 난……
감탄했어.
컬럼비아인의 무기는 폭력과 싸움이 아니라 이익과 협상이지.
그래서 너도 그들의 방식을 배운 건가?
배웠냐고? 아니…… 텍사스, 난 놈들보다 더 잘 해낼 거야.
그리고 카라치가 바로 내 협상 카드고.
최근 도시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정부 관리 암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난 카라치 장관만큼은 꼭 안전하길 바라.
재미있는 사람이야. 차를 싫어하고, 걷는 걸 좋아해. 뒤에서 몰래 지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더군.
다른 녀석들에게는 이미 전달해뒀으니, 네가 카라치 장관을 파티장으로 데려와 줘.
……
(타깃은 전방의 거리를 통과 중이고, 뒤에 지키는 패밀리 멤버가 7명 이상은 되는 것 같네.)
(별문제 없어 보이는데……)
(?!)
거봐, 내가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거라 했잖아.
텍사스, 밀푀유 먹을래?